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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무한궤도(제3막)-(2)

2006.04.02 21:40

새벽을기다리는자 조회 수: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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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마리아상의 규모는 멀리서 봤던 것 이상이었다. 이 자그마한 마을에 그 정도 규모의 대리석으로 정교하게 세공해 만든 마리아상은 마치 제 집을 찾지 못한 한 마리의 개 마냥 애처롭기 까지 했다. 물론 성당의 규모는 결코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성당 자체도 마을 규모와는 많이 달랐다. 귀품 있는 세세한 기둥 배치와 건축양식은 놀라울 따름이었다.
4m짜리 마리아상 뒤 쪽 벽면 양 측으로 두 개의 문이 있었다.

“마틴 뒤에서 엄호 사격 준비를 해줘. 내가 먼저 들어가지.”

모건이 손수 나서 들어가 준다니 천만다행이었다. 사실 이 성당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고, 기분이 이상한 것이 나의 전투 사기를 급속도로 떨어뜨리고 있는 상태였다. 이미 지칠 만큼 지쳐있었고, 더 이상 버티기도 힘들었다. 몸도 마음도 스쳐지나간 상처 투성이었다. 유머 감각을 잃어버린 지는 벌써 6시간 정도 된 것 같다. 참전 중에도 2시간이상 유머감각을 잃어본 적이 없는 나였다.  

“좋아. 하나 둘 셋 하면 열어.”

한 두 걸음 떨어져서 톰슨을 고쳐 들었다. 이러한 상황은 언제나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더욱 묵직하게 느껴지는 톰슨의 중량을 견뎌내는 이 삼두근을 격려하며(??) 이번에도 본능에 충실한 내 육체를 믿기로 했다.

“하나, 둘, 셋!”

‘딸깍! 끼익!’

모건이 톰슨을 들이밀며 안으로 들어갔고, 뒤이어 일정 거리를 조절하며 붙어 갔다.
내부는 어둑어둑 했지만 어느 정도의 실내는 보였다. 안전했다. 방은 50평정도 큰 방이었는데 내부에는 포도주 박스 몇 개 뿐 텅 비어있었다.

“안전하다.”

모건에 말에 긴장감이 살짝 빠졌다. 깊은 한숨을 내뱉고 포켓속의 담배를 청했다.

“이 마을, 멀리서 볼 때는 몰랐는데 완전 귀신에 들린 느낌이라 불길해.”

난 한마디 내 뱉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모건은 나를 보고는 씨익 웃어보였다.
그는 장교모를 벗으며 그의 젖은 금발을 한 것 과시했다. 땀에 젖은 금발이 일출에 힘입어 아름답게 빛났다.

“자네가 말했지 않은가? 우린 억세게 운좋은 사나이들이라고. 후후”

그의 한마디로 어느 정도 평정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는 담배 하나를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말했다. 바로 인상을 찌푸렸다.

“네 것 펴!”

“다 폈어. 이 망할 아!”

같은 계급, 같은 동기 전우는 역시 불편하기 짝이 없다. 좋은 것 같으면서도 내내 불편한 존재인 것이다.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일출 속도는 빨랐다. 순간이었는데도 밖의 명도는 방금 전과 차이가 있었다.
방에서 나오자 하사관이 급하게 우릴 불렀다. 그는 발악하듯이 외쳤다. 일부러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귀는 알아서 성당 밖에서 사박거리는 야릇한 소음을 포착했다.

“빨리 와! 개 같은 독일 놈 들이다!”

하사관의 외침은 공포에 휩싸인 체 허공을 날아 나와 모건의 귀에 박혔다. 멀리서 들려오는 그의 외침은 다급함. 더 이상의 표현은 사치였다.

“엿 먹을 쓰레기 자식들. 그새를 못 참고…….”

모건의 욕지거리에 방금 불을 붙인 담배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질금질금 밟아버렸다.

“담배 맛 다 버렸다. 염병할! 건투를 빈다.”

나는 이안 모건 병장의 푸른 눈동자를 꿰뚫을 듯 노려보며 ‘건투를 빈다.’ 라는 두 번째 마디를 강조했다. 그는 쓱 웃어 보이며 먼저 입구로 달려 나갔다. 난 톰슨의 노리쇠를 당기고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지금의 탄창도 몇발 남지 않았다. 이미 체스트리그에는 하사관에게서 나눠받은 겨우 한통의 탄창만이 남아 있었고, 콜트 권총 탄창이 2통 남아있었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운이 다할 것인가?

그래, 복잡한 생각 따위는 필요 없다. 이제 까지 우린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들이었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걱정 따윈 필요 없다. 해왔던 것처럼 내 육체를 의지하기로 하였다.

“파악 된 수는 몇 명입니까?”

“민가로 숨어든 소총수가 여덟. 지금 앞에 보이는 저 자동소총사수가 넷. 저격수는 없는 것 같구먼. 마을 끝자락에서 소총수 다섯이 더 오고 있네.”

나의 물음에 하사관은 기다렸다는 듯 일목요연하게 응답하였다. 그의 독수리 같은 관찰력은 이미 적의 동태를 모두 파악해가고 있었다. 냉정함이 가득한 그의 말투가 나머지 세 명 전체가 스스로를 극도의 긴장으로 몰아넣는 자극제가 되었다.

“병장님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그는 날 올려다보았다.

상병, 제리 마샬은 콜트의 노리쇠를 당긴 후 그것을 권총집에 찔러 넣으면서 말했다. 그는 비록 미육군 상병이지만 벌써 레인저나 공수사단 보병들이 겪을 전투를 근 하룻밤에 모두 경험하였다. 하룻밤 사이에 그는 노련한 사냥꾼이 되어 있어 보였다. 반 곱슬에 찰랑이는 갈색머리. 그는 D-DAY 멤버는 아닌 듯 했으나 그러나 최근에 채워진 보충병도 아닌 것 같았다. 어느 정도 짠밥을 먹었다. 생 초보가 아니라 무척 도움이 되고 있는 그였다. 독일어 통역도 그가 담당하고 있었고……. 이목구비가 뚜렷하지는 않지만 분명 여기저기 인기가 많았을 사람이었다. 깔끔한 외모에 성실한 싱병. 상관이 좋아할 전형적인 모형인 것이다.

“우리 운이 아직 다하지 않았다고 믿자.”

난 톰슨을 들고 전방에 대치해 있던 적군을 향해 정조준을 했다. 그는 날 몇 초정도 보더니 말도 없이 왼쪽으로 가서 적군을 향해 대치했다.

“피힝!”

어디선가 날아온 탄환이 내 왼쪽 머리를 스쳐 벽에 박혔다. 탄환이 날아온 후 순간의 엄청난 정적이 연출 되었다.

“발포!”

하사관의 호령에 나는 지체 없이 톰슨을 갈겼다. 연거푸 뿜어 댄 톰슨의 열기. 조준하고 있었던 병사 한명을 톰슨 탄환이 통과하면서 결국, 목숨을 가져갔다. 그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내 수명이 일 분정도 늘어난 기분이 들었다. 탄환에 의해 좌우되는 고귀한 인명. 이 세상은 이미 지옥이었다.
사방에서 뿜어져 울리는 총기 소음에 조용하다 못해 으스스 했던 마을은 깨어지고, 이미 요란스런 전쟁터가 되어있었다. 전쟁 그 자체로서 지옥이다. 순식간에 깨어진 평화는 결국 세상은 평화와 혼돈의 양 극. 더 이상은 없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마샬! 수류탄 투척!”

하사관과 마샬이 성당 입구 오른쪽 부근을 맡고 있었다. 곳곳에서 날아드는 탄환과 가끔씩 터지는 수류탄 폭음에 세명의 병사. 그리고 나의 귀는 조금씩 죽어가고 있었다.

“콰앙!”

“투 타 타 타 타 타 타 탁”
마샬의 투척은 정확하게 독일군 사망자 수를 두 명 더 늘렸다. 성당입구 작은 창틈으로 하사관이 맞은편 지붕위의 독일군을 섬멸하고 있을 때, 어디선가 불길한 총기 소음이 들려왔다.


모건이 그 소리를 듣고는 경악했다.

“제기랄 MG다!”

그의 동공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것을 보았다.

“겁 먹지마, 개자식!”

모건의 눈동자가 네 명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톰슨의 금속제 노리쇠 소리가 MG42 소음에 묻혀가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독일제 kar98 소총 소음과 MG의 소음이 성당 쪽으로 집중 되고 있었다.
부족한 탄약 때문에 강선에서부터 뿜어져 나오는 톰슨의 45구경 탄환의 수가 적군보다 훨씬 적었다.
본래 소총수 들인 적군들은 압도적인 톰슨 탄환의 샤워를 받아야 했다. 명중률에서 밀리는 톰슨의 무기는 압도적 발사속도 였다. 그러나 우리에겐 탄약이 없었다.



“적은 넓게 포진해 있어. MG는 왼쪽에 있다. 수류탄 남은 것 있는 사람!?”

남은 방책은 수류탄뿐이었다. 아니면 독일군의 무기를 빼앗을 방법 밖에 도리가 없었다.

“전 한 개뿐입니다.”

모건의 대답. 그러나 다른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수류탄이 한 개밖에 남지 않았단 말야!?”

황당했다.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톰슨이 딸각 거리는 소리와 함께, 탄창을 모두 비웠다는 응답을 했다. 마지막 탄창으로 교환한 후. 난 권총을 꺼내 놓았다. 독일군 보병 네명이 앉은 자세로 서서히 앞으로 밀고 오고 있었다. MG의 엄호를 받으면서, 그들은 우리들의 행동범위를 좁혀 가고 있었다. 포위망이 좁혀지고 있는 것이다. 멀리서 보이는 두셋의 보충된 독일군을 보자니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하사관님. 안으로 들어갑시다. MG 때문에 얼굴을 내밀 수가 없어요.”

하사관이 반대편에서 내 쪽으로 돌아보자, 모건이 입을 열었다.

“성당 꼭대기로 갑시다. 사방이 열려있어서 무리에요. 좁은 지역에서 해치웁시다.”

하사관은 마샬의 끄덕임을 보고는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그는 총을 거두고 성당으로 들어가자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제기랄. 성당으로 들어가자. 우린 궁지에 몰린 고양이가 된 거야. 쥐가 너무 많아, 염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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