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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가제:엘릭시르 전투 홍보용 소설, 프롤로그 中

2006.03.30 07:10

타마마이등병 조회 수:118 추천:2

extra_vars1 진원 공통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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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진혁이의 목소리는 왠지 건조했다. 뭔가, 진혁이는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다는 직감이 들었다. 아까부터 말도 계속 헛나가고 있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먼저 전화를 끊고 싶어한다는 것이 그 증거였다. 힐끔 시계를 쳐다보니까, 어느새 6시 4분, 이제 나도 학교에 가기 전 여유시간은 20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다. 춘향이(내 사촌 누나다─뭔가 사정이 있어서 우리 집에 머물고 있다고 했다. 내가 정말 어렸을 때 부터였던 것 같은데,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이 차이는 나지 않고, 생일도 같은데 춘향이가 3분 먼저 태어난 걸로 되어 있어서 형식적인 누나다. 뭐 그래서 우리끼리 있을 때는 서로 이름을 막 부르곤 한다.)는 뭔가 할 일이 있는지 어제 자정부터 지하실에 틀어박혀서 나오질 않았다.  



  「뭐, 그 녀석은 제대로 된 마술사니까.」



  내버려 둬도 제 앞길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라고 문득 중얼거렸다.

  제대로 된 마술사.

  제대로 된 정보의 처리자.

  내 주위엔, 나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뛰어나고 화려한 재능을 갖춘 천재들이 유독 많았다. 어머니와 아버지만 해도 굉장한 마술사였었다고 한다. 특히 어머니는 원소 마술을 굉장히 잘 다루셨다고 했다. 두 분 모두 돌아가신 후에는 내 동생 진혁이와 사촌 누나 춘향이가 가업을 물려 받아서, 마술협회에 여러가지 논문도 써 내고, 나까지 부양해 주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굉장한 천재라서 조금은 주늑이 든다. 춘향이는 원소 마술과 그 외 온갖 마술을 잘 다루고, 내 동생 진혁이는 정말 천재 중에 천재로, 3개월 전 겨우 열 셋의 나이로 써낸 논문으로 지금 런던으로 유학을 가 있다.

  그러나 나는 아니다. 주위 사람들은 모두 뛰어난 마술사인데 나 혼자만 아니었다. 춘향이도, 진혁이도, 어머니도 모두 원소 마술사인데, 난 원소 마술 보다는 흡수쪽의 마술에 재능이 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해 오고 있었다. 게다가 난, 입을 마술기관으로 만드는 것도 불가능해서, 마술 주문의 영창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마술을 발현할때는 주문식을 그린다는 번거로운 행동이 필요하다.



  「─?, 형,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수화기 너머로 내 동생이 물었다. 정신없이 딴 생각을 했음을 깨닫고 얼른 사과했다.

  이상하다.

  오늘은 이상하다.

  춘향이는 어제부터 얼굴을 내밀지도 않고, 진혁이는 방금 전화 통화 중, 그 일이라는 말 실수를 하고 난 후부터 이상하게 말투가 딱딱해져 있다. 뭔가 이건 있다, 아직 학교에 갈 여유는 20분 정도. 그 시간동안 진혁이를 추궁해 볼까. 나만 쏙 빼 놓고 뭔가 일이 진행되어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솔직히 화가 났다. 그래, 모두들 뛰어나니까. 나 혼자 열등한 존재니까──. 그러니까 소외받는 것은 견딜 수 없다.

  비록 반쪽 짜리, 병신같은 마술사지만, 나도 마술사는 마술사다. 정보를 모으고, 편집하고, 구사하는, 정보의 처리자다. 마술사들은 주위에 수 많은 정보들을 감각기관으로 끌어 모아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변형시키고, 그것으로 날 위한 현상을 발생시킨다. 그러기 위해서 감각기관─눈. 코. 입. 귀. 피부. 이 곳에 정보를 흘려넣고 강화시켜서, 감각기관을 마술기관으로 변형시킨다. 감각기관은 말 그대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곳이지만, 1차적으로 강화 되어 마술기관이 된다면 가진 효과는 훨씬 더 증폭된다. 예를 들어서 감각기관:눈이 마술기관:눈으로 강화되었다면, 시력이 훨씬 좋아지고, 받아들이는 정보에 대한 처리속도가 빨라지며, 눈으로 외계나 내계에 간섭 할 수 있다.

  각자 마술사마다 강화시킬 수 있는 기관이 다르다. 예를 들어서 춘향이는 입과 코, 진혁이는 마술기관이 아예 없고, 나는 피부, 그것도 몸의 반신 중 왼쪽의 피부만이 마술기관이다. 진혁이는 애초에 전투를 행할 수 있는 마술사가 아니니까 마술기관이 있든 없든 상관이 없지만, 춘향이는 공격적인 성향의 마술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감각기관이 필수였다. 마술기관이 2개라니, 역시 평범한 마술사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수재. 난 한 개도 모자라서 절반만이 마술 기관인데 말이다.

  하여간, 우리 마술사들은 미상의 정보를 가공하는 일종의 학자들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세간에는 소문이 와전되어서, 마술사들은 마나라던가 마력이라던가 하는 터무니 없는 것을 자연으로부터 흡수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불공을 만들어낸다던가 하는 식으로 알고 있는 것 같다. 에, 뭐 하여간, 한솔이라는, 내 절친한 친구 중 한 명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집은 걱정 없으니까, 공부나 잘 해. 이제 3개월 밖에 연수 기간이 남지 않았잖아. 그나저나 대단해, 고작 12살에 마술 협회의 인정을 받고, 정규 마술사가 된다니, 너 대단하긴 대단한 모양이다. 춘향이의 15세 기록을 깨뜨릴 것 같은데?」



  ─면박을 줘도 진혁이의 건조한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안 돼, 역시 안 되겠어, 3일 후에는 집에 돌아갈게. 연수따위 나중에 논문 하나 더 써내면 얼마든지 갈 수 있어. 지금은 형이 우선이야.」



  「흐~음. 그거 모순인데? 대체 뭘 그렇게 나한테서 감추고 싶어하는 거야? 말을 듣자하니 내가 위험한 것 같은데, 그냥 왜 위험한지 말해주면 안될까? 스스로도 대비하면 지키는 사람이 두 명이 되는 셈이잖아.」



  「에──아──음──. 그, 그거─말인데. 형이 위험한 이유, 절대 알아보려고 하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



진혁이는 좀 말을 더듬거리더니, 망설이는 목소리로 물어본다. 방금 전, 안부차 전화를 하던 진혁이가 실수로 '그 일'이라고 말 실수한 것을 꼬투리 잡아서 이때까지 추궁해 왔다. 그런데 왠일로, 평소에는 고분고분 내 말을 잘 듣는 진혁이가 절대로 이것에 관해서만큼은 말을 하려고 들지를 않았다. 갖은 협박으로 간신히 뭔가를 사이에 둔 마술사들의 분쟁이라는 것만큼은 알아냈지만, 절대로 그 이상은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알면, 형은 틀림없이 죽어. 죽게 돼.」



  문득 수화기 너머로 그런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뭐라구?」



  「아, 아냐?! 아무것도 아냐! 아무 짓도 하지 마, 학교나 착실히 다녀! 3일 후에는 돌아갈 테니까!!」



  순간 진혁이의 싸늘한 목소리에, 뒷 덜미에 소름이 돋았다. 진혁이는 진심으로 날 걱정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대체 그 일이 뭐길래 그렇게 집착하는 건지─. 3일 후에 진짜로 돌아올 생각인 것 같은데, 오면 정말 단단히 혼내줘야겠다. 그 일이 일어나니까 위험하다고 말하면서도 그 일이 뭔지 알아보려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질 않나,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겠다질 않나. 하아, 결국은 도서관의 사서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딸깍, 수화기는 끊어졌고 아직 여유시간은 10분이나 남았다. 학교 갈 준비는 이미 다 되어 있고, 춘향이를 슬슬 부르지 않으면 안 될까. 그 일이 뭔지 진혁이와 앙숙인 춘향이라면 말해 줄 지도 모르고, 사서는 내일 쯤에야 집에 올 것 같으니까. 오랜만에 사촌과 같이 등교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지하실로 내려가는 문을 열었다. 새카만 어둠이 계단의 끝자락을 삼키고 있었다. 정말 내키지 않지만 춘향이는 여기서 마술 수련을 하고 있다. 정규 마술사는 자신만의 실험실을 갖는다. 에, 춘향이는 2년 전에 정규 마술사 시험에 합격했고, 그래서 이 곳은 춘향이의 실험실로 쓰이고 있다. 한 발자국씩 축축하고 습해지는 곳으로 내려간다. 돌 계단이지만 이끼는 없다. 춘향이는 깔끔한 성격이니까.

  우린 마술사지만, 평범한 학교에 다니고 있다. 뭐, 마술만을 배워서 먹고 사는 것도 힘들 뿐더러, 어느정도는 필수적인 「교양」을 위해서다. 그 때문에 마술협회가 나서서 어떤 마술사라도 중학교 까지는 다니게 한다. 고등학교부터는 상관하지 않아서 다니던 말던 그건 개인의 자유. 난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을 선택했고, 내가 가겠다고 하자 춘향이도 따라서 가겠다고 했고, 우리 둘 다 17세로 갓 입학했다. 춘향이와는 다른 반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좀 섭섭하지만, 뭐 그런대로 두 명의 단짝도 사귀었고, 반 아이들도 착해 보이고, 이만하면 만족인 학교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계단을 하나씩 밟아 내려간다. 계단의 개수는 정확히 44개, 발을 헛딛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나아갔다. 마지막 44번째의 계단을 밟고 옆을 더듬거렸더니 뭔가 볼록 튀어 나온 것이 만져졌다. 찾았다, 이게 바로 스위치다.

  스위치를 꾹 누르자 확하고 어둡던 지하실에 빛이 들어왔다. 전등이 켜진 것이다. 돌로 만들어진 벽을 어슴푸레 밝히는 전등 빛을 따라서, 쭉 가다 보니, 책상 위에 누군가의 엎어진 등이 보였다. 내 사촌 누나, 춘향이의 등이다. 어깨는 고요히 숨을 쉬듯 반복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고 있다. .....아마, 자고 있는 모양이다. 대체 어제 뭘 했길래, 빈틈없는 성격의 춘향이가 무방비 상태로 자고 있는 걸까.



  「춘향아.」



  「아, 으─음, 으으으?!」



  내가 등을 툭 두들기자 화들짝 놀라며 춘향이가 벌떡 일어섰다. 입가에선 침이 흐르고 있었다. 하─, 춘향이가 완벽한 사람인 줄 알고 있는 학교 친구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 이크, 내가 한심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는지 춘향이가 대뜸 나를 노려보는 표정이 된다.



  「에, 뭐, 뭐야! 곤히 자는 사람을 깨우고 말야.」



  「─라니, 무슨 소리야. 학교, 가야지.」



  「──.」



  갑자기 춘향이는 말을 뚝 그치더니 이상한 표정이 되어서 내 얼굴을 살폈다. 어? 뭔가 실수한 건가? 그러니까 오늘이, 일요일이라던가 휴일이라던가 개교기념일이라던가 그런 날이었던가─, 아니, 확실히 오늘은 금요일이고, 아무런 날도 아닌데?

내 어리둥절한 표정을 본 춘향이가 한숨을 쉬더니 중얼거렸다.



  「뭐, 모르는건가. 그럼 잘 됬네.」



  에? ...춘향이도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다.

진혁이 처럼..... 뭔가 날 빼놓고 일이 진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쾌해졌다.



  「하여간 학교는 안 갈 거야. 당연히 너도 가지 마─.」



  춘향이가 그렇게 말하며 기지개를 폈다.



  「아─아, 배고프다. 하루종일 그 일을 했더니, 온 몸이 쑤신다아──.」



  그 일? 그 일이라니, 무슨 그 일? 진혁이가 말한 뭔가와 관련이 있는 걸까?

지하실에서 나가려는 춘향이의 팔을 붙잡았다.



  「뭐야?」



  의외로,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잖아─. 이러면 왠지 나만 유치하고 옹졸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잘 물을 수 없게 된단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묻지 않을 수도 없지.



  「무슨 일 한거야? 어제 밤부터 주욱.」



  「무슨일이냐니, 그냥 연구를 좀 했을 뿐인데?」



  거짓말.



  「그거... 거짓말이잖아. 침흘리면서 자는 춘향이라니 처음 봤어. 수상하게 여길 만 하지?」



  으윽. 춘향이는 신음을 흘리며 날 노려보았다. 아픈 곳을 찔렀나 보군. 하지만 보통 이런 식으로 잠자는 사자를 건드리면, 몇 배의 보복이 돌아오는데─.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고 했다. 에, 반대였던가? 하여간 좋아, 그렇다면 선공이다!



  「학교에 가지 말라니 대체 왜인지 말해 줘, 안 그러면 납득하지 못해. 학교에 가버릴꺼니까.」



  「으, 윽? 이 바보! 가지 말라면 그냥 가지 마! 앞으로 10일동안은, 집에 곱게 처박혀 있으라고.」



  역력히 당황하면서도 학교에 가려는 날 붙잡는 춘향이. 확실히 이건 뭔가가 있잖아! 날 걱정하고 있어. 진혁이도 춘향이도. 그런데 대체 왜 말을 해주지 않는건지─.



  「네가 학교에 가면, 나도 따라 가야 한다고.」



  춘향이가 불쑥 말했다.

어? 그게 무슨 소리지? 그러니까, 내가 학교에 가던 말던, 왜 춘향이가 상관을 하는 건데─



  「누나가 무슨 상관이야?」



  「...이럴 때만 묘하게 칭호가 '누나'로 바뀌잖아, 너! 하여간 안돼! 집 밖으로 나가는 거 금지!!」



  라고 말하더니 춘향이는 손을 나에게로 뻗고,



  「이건 명령이야, 실력 행사 하기 전에 얌전히 집에 틀어박혀 있어!」



  ……라고 소리쳤다. 순간의 박력에 당황해서, 뒤로 몇 걸음 물러나며 항변했다.



  「뭐, 뭐야 이 독재는! 난데없이 이유도 없이 학교에 가지 말라니 절대 납득 못해!」



  「아니, 이유는 있어. 나도 네가 원한다면 가르쳐 주고 싶지만, 아버지와 어머니의 분부라서 절대 말 못해. 하여간, 이유는 있고 너한테 말하기는 껄끄럽다는 것 정도만 알면 돼. 아, 그렇구나! 정 뭣하면 10일 후에는 가르쳐 줄테니까. 아니 싫어도 알게 될 테니까, 딱 10일만 결석해. 어차피 우린 학교따위 다니던 말던 상관 없잖아? 게다가 이 집안의 최고 연장자는─나 아니었던가?」



  고작 3분 차이를 가지고 '연장자'를 결정한단 말이냐!! 용납 못해!



  「헤, 헹-. 누나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도, 도서관의 사서의 도움을 받아서 알아내버리면 되지롱. 그건 막지 마.」



  순간 난 목덜미의 소름이 돋아서 말하던 것을 멈췄다. 춘향이는 싸늘한 시선으로 날 노려보고 있었다. 침묵. 갑자기 이어진 불편한 침묵이, 내 눈 앞에 서 있는 누나가 훨씬 무서워 보이게 하고 있었다. 무지 박력있구나─. 주위는 싸늘해서 온통 뒤집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하, 그러셔. 그럼 나도, 가만있을수는 없겠네. 확실히 도서관의 사서라면 알려줘야 할 것 알려주지 말아야 할 것 가리지 않고 닥치는대로 가르쳐 줄 테니까. 딱 10일동안만 널 재워보도록 할까?」



  춘향이는 씨익 사악한 미소를 짓더니 오른 손가락을 퉁 튕겼다.

그러자, 그 즉시, 구석에서 뭔가가 정신없이 엉기더니, 이윽고 한 소녀의 모습으로 변했다.

예쁜 소녀. 하늘색 머리카락이 하늘거리고 있는, 불편해 보이는 옷을 입고 있는 소녀. 멍하고 흐린 눈에서는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지만, 그녀의 입가에 떠오른 공허한 미소에서 난 그녀가 충분히 위험한 존재라는 것을 감지했다.



  「그림자 속에 빠뜨려 버려, Miss. 하늘!」



  춘향의 외침에 소녀는 즉시 고개를 들고 날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녀가 천천히 손을 들어올리자, 허공에서 붉은 책이 나타나더니 그녀의 손 위로 탁 부드럽게 떨어졌다. 그러자 소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Miss. 하늘의 흐리멍덩한 눈의 초점은 끝까지 날 떠나지 않았다.



  「내가 어젯밤부터 뭘 하고 있었냐고 물었지? 난 이 괴물을 소환하고 있었어─. 딱 10일동안만 이 아이의 공상속에서 잠자고 있어 줘.」



  춘향의 목소리가 들리는 가 싶더니 Miss. 하늘이 책을 펼치더니 뭔가를 중얼거리며 마술의 영창을 하기 시작했다. 비록 난 마술 영창을 하지는 못하지만, 저것이 고속 영창이라는 것, 보통 인간의 영창보다는 6배는 빠른 괴물 수준의 영창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잠시 당황하는 동안 3여초가 지나갔고, 내가 몸을 움찔하는 순간 소녀가 눈을 번쩍 떴다. 붉은색 눈. 이제야 초점이 들어간 그 눈에선 분노와 증오의 감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휙. 순간 내 머리 끝이 서늘한 느낌이 들어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내 머리 위에, 어느틈엔가 생겨났던 낫이 쉭 소리를 내며 나의 머리카락 몇 오라기를 잘라내고 도로 허공으로 사라져갔다.



  이게, 저 소녀의 공상? 생각하고 있는 것이 구현화 되어서, 날 죽이러 오는 건가?

  그렇다면 저 마술은 투영마술이다! 그것도, 이 정도라면 아마 판정은 D, 그러니까──. 맞아도 죽지는 않겠지만, 중상이야, 틀림없이!



  「서춘향! 미쳤어?! 무슨 짓이야, 그만 두게 해!」



  「난 이제 몰라, 다 네 잘못이야! 하, 하지만 Miss. 하늘, 죽이지는 마! 그냥 공상속에만 가둬두면 돼!... 어...Miss. 하늘? 내 말, 듣고 있어?」



  춘향이의 당황하는 표정을 보고 난 몸을 옆으로 굴렸다. 거대한 드릴이, 방금전까지 내 몸이 머무르고 있었던 곳을 마구 파헤치고 있었다. 내가 저기에 배를 뚫렸으면 당연히 생명이 오락가락했을 것이다! 갈수록 투영마술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게다가 뭐랄까, 점점 구현화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다음 번에 나타난 Miss. 하늘의 '공상'은 두 개였다. 하나는 거대한 망치였고 하나는 칼이었다. 양 갈래로 교차해서 세게 내려쳐지는 일격을, 망치는 피하고, 칼은 책가방으로 막아냈다.



  「끄, 끄으─」



  신음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칼은 기어이 책가방을 두동강 내고 사라졌다. 안에 든 책들도 같이 반동강나서 이리저리 찢어진 페이지가 흩어졌다. 난 힘의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몇 번 데굴데굴 구르다가 돌 벽에 쿵하고 부딪혔다. 아아악, 정말 아프다─! 그러나 덕분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춘향이를 살펴보니까, 이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있었다.



  「그만 둬, 그만 둬, 이젠 가두지 않아도 돼! 무슨 짓이야, Miss. 하늘! 호문쿨루스라면 서머너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거 아냐!?」



  춘향이의 외침 한 번마다 Miss. 하늘은 몸을 움찔하면서도 '공상'을 불러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춘향이 한 번 외칠 때 마다 속도와 위력은 눈에 띠게 줄어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공격의 판정은 이미 D-대까지 떨어져 가고 있었고, 공상은 연이어 나오지도 못하고 있었다. 뭔가, 저 Miss. 하늘이라는 여자애는 '서머너'라는 춘향의 명령을 거역하면, 행동에 패널티나 제약을 받게 되는 건가!? 하지만 그래도 내게 승기가 없음은 마찬가지다. 아무리 저렇게 느려진다고, 저렇게 약해진다고 해도 이미 내 마술보다는 까마득히 높은 경지다─!



  이번엔 피하지 못했다.



  이번의 공상은 피하지 못해서, 배에 직격으로 거대한 망치를 맞았다.

  퍽인지 콰직인지. 뭔가, 분명히는 알 수 없는 소리가 배에서 났다. 그걸 느꼈을 때는 이미 공중에 몸이 떠 있는 상태였다. 아직은 아픔이 전해져 오지 않는다. 체공시간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길게 느껴졌지만, 또 순식간에 끝났다. 난 이미 저 멀리 날아가서 몇 M는 족히 굴러갔다.

  손으로 땅을 짚어서 더 이상 구르는 것은 막았지만 이미 여기저기에 까진 상처와, 그리고─아아아아아악. 이제서야 나타난 배의 통증은 일어서려던 날 다시 쓰러지게 만들었다. 크, 헉, 크─. 맞아도 죽지 않는다. 방금 전의 공격, 분명 제대로 먹혔지만, 날 죽일 정도의 위력은 없었다. 그리고 추가타도 나오지 않았다. 긴 통로쪽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당하고 있다가, 뒤로 끝까지 밀려난 터라, Miss. 하늘과 나와의 거리는 10m쯤이었다. 더 이상의 「공상」이 날아오지 않는 것을 보아서, 이미 레인지 아웃. 그렇다면──



  소녀는 날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는 갑자기 춘향 쪽을 돌아다 보았다.



  아, 안돼─춘향의 머리 위쪽에, 뭔가 실이 엉긴다. 날 후려친 망치가 나타날 때 처럼─!!



  엎어진 채로 춘향의 이름을 소리쳐 부르려 할 때, Miss. 하늘은 거기서 행동을 멈췄다. 소녀는 증오로 불타고 있던 눈을 감고는 다시는 뜨지 않았다. 소녀의 손에서 책이 사라졌고, 곧 소녀 역시 나타날 때 처럼 검은 실이 엉기더니 사라져버렸다. 뭐야─어떻게 된 거야. 왜 끝을 내러 오지 않지? 왜 춘향을 공격하려고 한 거지? 아마 이대로 계속 싸웠어도, 불리한 건 절대적으로 우리들이었을 텐데─.

  사라진 자그마한 소녀의 뒤에는, 내 누나인 춘향이가 서 있었다.



  「강제 송환, 봉인 지정……. 혼의 개조가 필요하겠어…….」



  숨을 헐떡이며 그녀는 주르륵 땅으로 미끄러졌다. 가엾어 보일 정도로 기침을 해 대며 그녀는 일어서서 나를 잡아 끌고 지하실 밖으로 나갔다. 춘향이가 소매로 아무렇게나 눈물을 슥 닦고 난 후에 물었다.



  「괜찮아? 미, 미안해…내가 쓸데없는 짓을 하는 바람에…아직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아.」



  컨트롤이 익숙하지 않다고? 그러나 그렇다고 보기엔 그 소녀의 눈에는 증오심이 가득했다. 진심으로 나를 죽이고 싶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등골이 오싹했다. 그녀의 강력한 마술이 아니라 그녀가 느끼고 있는 감정이.



  「앞으로는 이런 일 없을 거야. 아……늦겠다……학교……안 가니?」

  「안 가냐니─가지 말라고 했잖아.」

  「──.」



  뭔가 춘향이는 당황하는 표정이 되더니,



  「그, 그럼 맘대로 해.」



  라고 말하더니 왠지 홱 토라져서 혼자 지하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춘향아.」

  「……왜 그래.」

  「고마워. 아까전에 그것, 강제로 소환 해제시켜 줬잖아. 분명, 굉장히 힘들게 소환했을텐데.」

  「그런것 쯤 재소환 해버리면 돼니까! 게다가, 소환 해제는, 내가 위험할 것 같아서──」



  그래. 춘향이는 자신의 입으로, 하루 종일 그것을 소환하려고 했고, 그래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말한 데다가, 피곤해서 침까지 흘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어렵사리 소환한 것을, 소환 해제 시킨다라는 것은 쉽지 않았겠지. 그런데 순간 계약 해제에 다시 재소환이라니, 분명 지금까지 했던 소환보다 몇 배 이상으로 힘들 거다.



  홱 돌아본 춘향이가 버럭 외쳤지만 그녀의 얼굴은 조금 상기되어 있었다. 그것을 놓치지 않은,



  「…….」



   내가 히죽거리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



  춘향이는 어쩐지, 조금 억울하다는 얼굴로 버럭 외쳤다.



  「난 너 같은 사촌따위 주-죽던 말던 신경쓰지 않지만, 난 오래 살아야 하니까!!! 고마워 할 거 없어!」



  그리고는 굉장한 기세로, 지하시롤 들어가 문을 쾅, 닫아버리고 말았다. 아……, 우, 우와. 방금 그거. 분명 부끄러워 한 것입니다?

  어쩐지 저 자신감 넘치는 여자애가 저런 식으로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상상하자 계속 웃음이 저절로 터져나왔다.

  ...그러자, 잠시 잊고 있었던 고통이 되살아나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아아, 아까 그 한 방, 정말 인정사정 없었지. 대체 뭘 소환한 거였을까, 춘향이…….



  자, 그건 그거고─이제 어떡할까.

  이렇게 일이 난장판이 되어버렸지만, 역시 학교에는 가야 할까? 아니면 춘향이가 당황하는 틈에, 땡땡이를 쳐버리고 「도서관」에 가버릴까? 음, 아니면, 조금이지만, 춘향이를 돕는게 좋을까──.







[1. 자자. 벌써 지각이긴 하지만 얼른 학교에 가서 친구들 얼굴이나 보고 오자.]

[2. 수상한 진혁이와 춘향이. 날 빼놓고 뭔가 하고 있다니 용서 못한다. 도서관으로 직행.]

[3. 일단 구해준 건 구해준 거니까 보답은 해야 하겠지... 집에 남아서 춘향이를 돕는다.]





                                                                                                        ......to be continued

  [ 이 소설은 Fate에서 발상을 따 와서, 웹 상에서 '비주얼 노벨' 처럼 제작될 예정입니다.
    아직은 캐릭터 개인 시나리오가 20%정도밖에 완료 되지 않은 관계로 완성될 날을 짐작하기는 힘듭니다.
    게다가 고등학생이 되니까 야자의 압박이…….
    이름 공모는 후에 필요하다면 추가공모 하겠습니다. 모두들 감사합니다~
    윗 글은 간간히 써 둔 부분부분 중 일부로, '진원'을 플레이 할 시의 초기 프롤로그 중 일부입니다.
    이것 역시 퇴고는 거치지 않았습니다.
    그 점 양해 바라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참고로 저번에 올렸던 홍보용 소설은, 1번 선택지로 진행하다보면 다다르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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