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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단편]_변하지 않는....

2007.08.06 01:00

하얀삼치 조회 수:637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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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뉴스가 나오고 있다.

「속보입니다. 오늘 아침 7시 쯤 원자력 발전소를 테러리스트들이 점거 하여 농성을 부렸으나 연락을 받고 출동한 9특공 사단 소속 공정대가 투입되어 모든 테러리스트들을 사살, 인질들을 무사히 구출하였습니다. 특히, 오늘은 발전소 가동 기념식으로 대통령을 비롯하여 10여명의 중요 인사들이 방문중이었으며..」

오늘 아침에 있었던 발전소 점거 사건에 대한 뉴스이다.
뉴스를 들으며, 상자에 쌓여있는 AK중 하나를 집어 들고 써있는 이름을 보았다.

1984 / 이반

흔한 러시아인의 이름.
사회가 진보하면서, 공산주의는 몰락하고 자본주의의 시대가 초래되었다.
모두가 골고루 나누어가지며, 평등이 살아가는 건 이미 찾아 볼 수 없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들은 더욱 부유해지는 그러한 사회.

자본주의 사회

뼈 빠지게 일한 노동자들은 돼지 같은 녀석들에게 뼈와 살이 되어 죽어간다.


특히, 나의 조국은 강대국 점령에 의하여, 착취당하고, 괴롭힘 당하며, 외교권까지 박탈되었다.
군대 해산은 물론이고, 경찰 해산, 노동조합 해산, 교육자들을 비밀경찰을 운영하며, 잡아들였고 어린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런 것도 오래 되었고, 펜을 잡아야 할 나이에 무기를 들었으니, 일류 용병이라고는 말할 수는 있겠다.
실제로 내가 여기에 오기전만해도 세계최고의 용병회사에서 근무 했었다.
용병회사에서는 모든 더러운 일을 처리했다. 반대파 정권지지자를 저격 하거나, 회식장에 폭탄을 던지며, 집회장소에는 중화기를 난사하였다. 내가 겨눈 총부리는 언제나 나의 조국의 국민이었다.

강대국 정치인이 연설 한 문장을 생각하는 동안에는 나의 조국 국민들은 수백 명씩 죽어갔다.
강대국 정치인의 입에서 한마디가 나오는 것은, 나의 조국 국민 수백만 명이 동시에 말하는 것보다 강력했다.

처음에는 나도 먹고 살고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책임감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했으나, 어느 날이었다.
그것을 느끼게 된 것은..
















평소와 똑같은 일거리였다.

마을하나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저항운동리더를 잡아다가 묵사발로 만들어서 마을 중앙에 목을 걸어 새우는 것.

총 15명이 투입된 이 작전은, 작전사상 최고로 강력한 저항을 받았다.

우리 대원 14명이 죽고, 나는 왼쪽팔 총상인것만에 대해 감사하며, 마지막 남은 주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오른손만으로 총을 조준하였지만, 불과 5M도 되지 않기 때문에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내가 총부리를 겨눈 사람은 16살 정도 밖에 안 되는 소녀였다.

소녀도 나에게 AK를 겨누고 있었고, 나도 소녀에게 AK를 겨누고 있었다.



잠시 동안의 정적.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틱-'




빌어먹을, 운명에 장난도 아니고, 나의 총에는 탄약이 없었다. 물론 탄압대에는 아직 탄창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왼쪽팔이 총상을 당한 것을 생각하면, 소녀가 나를 쏘기 전에 장전할 수 없다는 건 세살 먹은 아이도 알 것이다. 눈을 감았다.

하지만, 나를 뚫고 지나가는 차가운 납덩어리의 느낌은 느낄 수 없었다.


잠시 뜸을 들인 뒤 눈을 떴다.


소녀는 주저앉아서, AK를 꼬옥 껴안고 울고 있었다. 나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흐느끼며 말했다.




"당신은, 어떻게, 그들의 앞잡이가 되어 같은 조국의 사람들을 죽일 수 있나요……."




그때 슬픈 소녀의 모습을 본 것 때문인지, 지금까지에 만행을 돌이켜 봐서 그런지...

아무런 반론을 할 수 없었다. 그 후 나는 용병회사에서 사망처리가 됐을 것이다.

어차피 내가 죽어도 슬퍼할 사람은 한명 없었으니.

어차피 내가 죽어도 그냥 그것은 숫자에 불과 했을 테니까.





하지만, 나는 여기에 존재하며, 조국을 위해 일하고 있다.

병사들을 훈련시키고, 뜻있는 사람을 모아 일을 벌인다.

그리고 오늘이 조국의 해방에 날이 될 것이다.



생각에 잠겨있을때, 방문이 열렸다.

그때 그 소녀가 서있었다. 물론 지금으로 따지면, 해방운동본부의 서열 2~3번째 쯤 될 것이다.

그런 그녀가 권총을 들고, 수송헬기가 와있다는 소식을 나에게 알렸다.

나도 AK를 주워들고 밖으로 나갔다.



헬기 모델은 UH-1H로 매우 오래된 헬기다, 총 4대로 과연 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올라탔다.

오늘을 위해 준비해 왔으며, 발전소 테러리스트들의 숭고한 희생의 보답해야하겠지.




다행이 일은 순조로웠다.


강대국의 고위층 사람들이 묶고 있는 호텔 앞에 도착할 때까지 지대공미사일에는 맞지 않았고, 전투기의 공격도 받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갑 장비들이 대부분의 발전소 쪽으로 파견됬을거다. 진짜 목표는 이곳인데. 웃기는 일이다.



"통행증명서를 보여주십시오―"

호텔 앞에 착륙한 헬기에 헌병대 3명이 다가와서 말했다.
나는 용병시절 가지고 있던 신분증을 제시했고, 헌병대중 한명이 신분증에 바코드를 찍었다.


'삐빅-'


당연하게 경고음이 났다.
헌병대 한명이 고개를 들어 나에게 말했다.


"증명서가 이상하.."




투타타탕-


총소리와 함께

검 붉은색 액체가 튀겨 나의 안면에 묻었다.

현병대의 철모는 하늘로 치솟았고, 몸뚱이는 그대로 나자빠졌다.



그와 동시에 헬기 속에 숨어있던 우리 해방 전사들이 우르르 내리면서 [그래봤자 한 헬기에 7~8명] 주위에 군인들을 모두 쓸어버렸다. 이 소식이 금세 연락 된 것인지 입구 쪽에서는 무장군인들 여러 명이 수송트럭을 타고 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었다. 해방 전사 중 오래 훈련했던 녀석 한명이 웃으면서 말했다.



"가십시오, 조국통일-"


그와 동시에 그는 헬기에 있던 RPG-7 대전차 미사일을 들고 입구 쪽을 향해 쏴버렸다. 덕분에 수송트럭이 넘어져 중장갑 차량의 진입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는 눈에 띄게 되어 집중사격을 받고 죽어버렸다. 아까운 인재이다.

그의 죽음을 헛되게 할 수 없기에 나는 소녀를 잡아 당겨 호텔 속으로 들어갔다.



다른 건 신경 쓸 일이 없었다. 곧바로 최상층으로 올라갔다.


강대국의 대통령 전용 방,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갔다.



대통령은 꼴사납게도 책상 밑에 숨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끌어 당겼다. 힘없이 끌려 나오더니 반대편 벽까지 달려가서 부딪히고 넘어졌다.

그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잠.. 잠깐 말로 하세.."
"뭘 말로 하자는 거지?"
"내..내가 당신들의 나라를 통치하는 건, 당신들에게 정치적 인재가 없기 때문이야..때가 되면 돌려주려고 했.."



파파파팜-



나는 총에 손을 대지 않고 있었으나, 총소리와 함께 그는 뻗고 있던 손을 바닥으로 추욱 내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소녀가 웃고 있었다. 해맑은 웃음, 한참동안 소리 내어 웃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


"드디어 끝났어요. 모든 것이, 내가 꿈꿔왔던 모든 것이 끝난 거죠..해피엔드 일 텐데.. 해피엔드 일 텐데.."
"..."
"근데 왜 이런 거죠, 가슴이 답답하고, 허망할 뿐이네요. 이런 건 아닌데......"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AK를 내려놓고 소녀에게 걸어갔다.

그리곤 소녀를 껴안았다.




소녀의 긴 검정 생머리에 검붉은 색의 액체가 붙어 끈적끈적했고, 피 비린내가 났지만, 그런 건 이미 나에게 향기로 느껴지고 있었다.

전체적인 키가 내 가슴 폭에 들어오는 소녀는 매우 부드러웠다.

이래서는 안 될 상황이란 건 알고 있는데. 몸은 이미 말을 듣지 않는다.

나의 손은 소녀의 가슴을 만지고 있었다. 부드러웠다.

이런 느낌은 처음일지도 모른다. 태어나서 버려지고, 용병으로 키워진 나는,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새로운 느낌.


용병시절에 전우들이 보던 야한 잡지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

그런 잡지에 나오는 큰 가슴은 아니었지만. 한손에 아담하게 들어오는 가슴은 매우 부드러웠다.

옷 위로 느끼는 것이 이런데, 실제로 만지면 어떠한 느낌일까 하는 생각에 군복을 여맨 틈을 손이 파고들었다.

부드럽다.

따른 말로 표현하지 못할 느낌. 특히 용병생활로 이루어진 나로서는 처음부터 표현할 수 없는 단어 일지도 모른다.


가슴을 만지며, 소녀의 얼굴을 보았다. 빨갛게 상기된 얼굴은 매우 귀여웠다.

많은 것을 느끼며, 많은 것을 표현하고 싶으나, 내가 알고 있는 단어는 매우 한정적이다.

내가 소녀에게 말한 건 한마디 이었다.


"예쁘고, 부드럽다."


소녀는 빨갛게 상기된 얼굴을 나의 얼굴에 가져다 댄다.

그대로 입과 입이 교차된다. 그리고 나의 입속에 무언가의 침입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저항했으나, 결국 받아드렸다. 혀와 혀가 만나니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소녀는 그대로 나의 위에 엎드리며 나를 쓰러트렸다.


곧이어 입을 때고 소녀가 말했다.

"처음 해보는 건데, 좋은가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는 오른손을 이용해서 앞으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그리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멋진 사람이에요, 리더십도 있고, 듬직하고, 형식적이며, 게다가 생긴 것과는 다르게 순결하네요. 후훗-"






















"하지만 제 부모님의 원수라는 건 몇 십 년이 지나도, 몇 백 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사실이에요."




소녀는 왼손으로 손을 뻗어 권총을 잡고 나에게 방아쇠를 당겼다.


몇 년 전에 그 죽음의 마을에서, 느끼지 못했던, 차가운 납덩어리의 탄환이 지금에서야 나에게 파고든다.

아프지 않다.

오히려 따듯하다.

지금까지 잊혀져왔던, 그러한 사실을 깨닫듯.

죽음이 두렵지도 않다.

편안하다. 검붉은 선혈이 얼굴 앞을 가린다. 곧 앞이 안보이며, 점점 의식이 사라진다.
















































"당신이 이러한 때에 태어나지 않고, 나 또한 이러한 때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나는 당신을 사랑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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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하얀삼치입니다.
장편만 연재할려고 벼르다가 못쓰는게 특징인 제가 오랜만에 단편을 써봤는데.
무지 난잡하네요 -ㅅ-).. 하여튼 이 못난 소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