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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장군

2007.01.10 23:26

양-_-군 조회 수: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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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그릇들만 놓여있는 식탁을 앞에 둔 채, 카이트는 피로함이 섞인 한숨을 내뱉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천장에는 왕궁에서의 승전 축하연, 조금 전의 장교들과의 저녁 만찬의 모습들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카이트는 천장의 모습들을 바라보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는 500년의 역사를 지닌 호화찬란한 왕궁이나, 가문의 명예에 비해 초라하지만 기품 있는 저택이 아닌,
피냄새가 진동하는 전장으로 돌아갔다.


.


.


.


.


.


한 병사가 휘하의 기병들과 함께 돌아오고 있는 카이트를 발견하고는 지휘부 막사를 향해 크게 외쳤다.


"카이트 장군님께서 오십니다!"


부상병이든 아니든 모든 병사들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카이트의 뒤에는 이번 전쟁의 원흉들이 모두 초췌한 몰골로 묶여 걸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기병대장인 타이너가 휘하 기병들과 함께 금은보화와 함께 수많은 무기가 실린 마차들을
호위해 오고 있었다. 병사들은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장군 만세를 외쳤고
카이트는 무덤덤한 얼굴로 그런 병사들에게 모자를 벗어 화답하였다.
저 멀리 터너와 다른 장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을 본 카이트가 말에서 내렸다.


"돌아오셨군요."


"좀 늦었습니다."


"전리품을 두둑히 챙겨 오셨군요. 마차마다 넘칩니다."


"제법 모아놓은 게 많더군요. 전쟁에 이기지 못한 게 의문스러울 정도로 총과 대포들이 많았습니다."


타이너가 마차에 쌓여 있던 소총 중 하나를 가져와서 둘의 대화에 참여하였다.


"그렇습니다. 완전 새 거지요. 게다가 최신형입니다."


"타이너 중령, 소총이 중령 손에 잡히니 그냥 애들이 가지고 노는 막대기 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군요."


소총을 건네 받은 터너는 총의 이곳 저곳을 살폈다.


"장전 한 번 해본 적 없는 총이군요. 위에 건의해서 여기 이 무기들을 우리가 쓰도록 해봐야겠군요."


"아닙니다. 우리보다는 다른 곳에서 이 무기들이 더 필요할 것입니다.
저 전리품들도 반란군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나눠주어야겠지요."


터너와 타이너를 비롯한 다른 장교들이 카이트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자, 이제 정리할 건 정리하고 올라가 봐야지요. 형님과 시미트 중령은?"


"막사에 계십니다. 이곳의 뒷정리는 다른 장교들에게 맡기시고 저와 함께들 가시지요."


세 사람은 말위 에 올라 병사들을 뒤로 한 채 의회군 총 사령관의 막사로 향했다.
이곳저곳에서 병사들만의 승전 잔치가 벌어지고 있었다.
터너가 명령을 내려 이곳저곳에서 포도주와 고기 등을 충분히 보급받아 병사들에게 배급한 덕에,
병사들은 마음껏 축하주를 들며 승리의 기쁨을 맛보고 있었다.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멀어질 때 즈음, 터너가 말을 꺼냈다.


"사실 지금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타이너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문제라니? 반란군의 잔당이 일이라도 벌였습니까?"


"그런 게 아니라, 우리 군 내에서 큰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묵묵히 듣고 있던 카이트도 놀라게 하는 말이었다.


"배신자가 있다거나 그런 겁니까?"


카이트의 눈빛에 살기가 감돌았다.


"후우, 거참 그런 문제가 아니라, 어찌 보면 상당히 단순한 문제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터너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꼬리를 흐렸다.


"시원스럽게 말 좀 해보십시요. 이거 원, 답답해서. 어? 카이트 장군님!"


카이트는 말을 재촉하여 두 사람을 앞질러 갔다.


"이런, 우리도 어서 가지요. 이랴!"


터너와 타이너 역시 말고삐를 움켜쥐고 힘차게 달려갔다.
카이트는 제일 먼저 훵하니 홀로 남아있는 막사에 도착하였다.


"형님!"


카이트가 막사 안에 들어서자, 고개를 숙인 채 주저앉아있는 시린의 뒷모습과
그 옆에서 시린을 부축하고 있는 에이미, 그리고 멀뚱히 서 있는 보병대장 시미트가 보였다.
시미트가 카이트에게 경례를 붙이며 인사를 했다.


"돌아오셨군요. 카이트 장군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 시미트 중령."


"저, 그게 장군님께서 실종되셨습니다."


"실종이라니? 그게 무슨..."


"실종되신 게 아니라 떠나신 겁니다."


시린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었다.


"장군님의 편지 다들 보셨지 않으셨습니까? 장군님은 실종되신 게 아니라 떠나신 겁니다."


시린의 떨리는 목소리 후에 정적은 터너와 타이너가 막사 안으로 들어온 뒤에도 계속 흘렀다.
카이트는 책상 위에 놓여 있는 편지를 들어서 한 줄 한 줄을 눈으로 읽어 내려갔다.
편지에는 짧지도, 길지도 않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모두에게.
이 편지를 발견할 때 즈음이면, 전투는 우리의 승리로 끝나고,
모두들 내가 없어졌다고 방방 뛰고 있겠지.
이제 더는 나를 필요로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한다.
뭐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카이트나, 터너가 잘 알아서 처리해 주겠지.
(여차 하면 아버지께서 나서실 수도 있겠군.)
괜히 나 찾겠다고 병사들 풀거나 그러지 마라.
난 그저 8년 동안, 밀린 휴가를 갔을 뿐이니까,
괜히 들쑤셔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집에도 미리 편지를 보내놨으니, 그렇게 알아둬.
언젠가는 집으로 돌아갈 테니 내 걱정하지 말길 바란다.
그럼 나는 시린이 오기 전에 떠나야 해서 안녕.


추신.
돌아갈 때는 선물 들고 갈게.



편지의 내용을 훑어본 카이트는 그 편지를 타이너에게 넘겨주었다.


"터너 대령, 수색대는?"


"명령만 내린다면 어느 때든 가능합니다만, 수색범위가 워낙 넓은 데다가, 처리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라
잘못했다간 이상한 소문이라도 떠돈다면 곤란해집니다."


"예를 들면?"


터너는 뭔가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예를 들자면 장군님께서 전사하셨다던가, 또는 전투 전에 도망을 쳤다거나 하는
질 나쁜 소문들이 떠돌 겁니다. 상황을 해결하는 동안 꽤 곤욕을 치러야 할 겁니다."


"대충 무슨 일을 당할지는 알 것 같군."


"저기 장군님."


"응?"


카이트가 고개를 돌려보니, 타이너와 시미트가 나란히 서 있었다.


"너무 두 분만 말씀 나누시는 거 아닙니까? 저희가 할 일은 없습니까?"


"우선 이곳을 정리하고 떠나면서 뭔가 대책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두 분의 할 일도 그때 가서 생길듯합니다."


"지금은 딱히 없다 이건가요?"


"이런 일은 얼른 해치우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막사 안이 시끌시끌해지는 동안 카이트는 다시 한번 편지를 들었다.


"터너 대령."


"그러니까 해결책은 있다가, 아, 네. 장군님."


"유격대나, 혹은 정찰대에서 믿을만한 장교들과 대원들을 뽑아 수색대를 조직해서
이 지역 안을 샅샅이 뒤지도록 하십시요. 수색대가 오늘 해지기 전까지 출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터너는 뭔가 말을 꺼내려다, 타이너와 시미트 두 사람의 말에 묻혀 카이트에 명령에 수락할 수밖에 없었다.


"네,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타이너 중령, 시미트 중령."


"네."


"철군 준비를 서두르도록 하십시오.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바로 떠나도록 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카이트는 들고 있던 편지를 움켜잡았다.


'형님, 죄송하지만 휴가를 떠나시기에는 아직 하실 일이 많습니다.
어찌하여 이렇게 경솔한 행동을 하시는 겁니까, 카이스 형님.'


.


.


.


.


.


"오라버니."


카이트가 눈을 뜨니, 동생인 카렌이 서 있었다.


"피곤하신가요?"


"뭐...그런거 같군."


카렌은 카이트의 말에 미소를 보였다.


"다들 오라버니를 무서워해서 이곳 정리를 못 했어요."


카이트가 문쪽을 보니, 누군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날 깨우기라도 하지, 설마 내가 깨웠다고 죽이기라도 할까봐..."


카이트가 문쪽으로 다가가자 소근 소근 거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어떡해."


"몰라."


"히잉, 무서워."


카이트가 문을 열어젖히자, 당황한 세 명의 어린 하녀가 보였다.
모두 바짝 움츠러들고는 덜덜 떨고 있었다.
카이트의 왼손이 위로 올라가자 한 하녀가 울음을 터트렸다.


"죄, 죄송해요."


울먹이며 말하는 하녀를 향해 카이트의 손이 내려갔다.


"오, 오라버니!"


카렌이 놀라 뛰어가 봤지만, 상황은 카렌이 생각했던 그런 게 아니었다.
카이트의 손은 울고 있는 하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나 때문에 청소에 방해가 됐다면 사과하지.
그리고 나를 보고 이렇게들 겁먹을 필요는 없어.
나는 별로 이런 일에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말이야."


카이트는 아직 눈물을 멈추지 못한 하녀의 눈물을 손으로 훔쳐주었다.


"난 피곤하니 이만 자야겠군. 뒷정리를 부탁해."


카이트가 자신의 방으로 가려 하자 하녀들은 깍듯이 인사를 붙였다.


"아, 안녕히 주무세요, 카이트 도련님."


카렌은 자신의 방으로 향하고 있는 카이트를 불렀다.


"오라버니."


"응?"


"어...아니...안녕히 주무세요, 그럼 저도 제 방으로 가볼게요."


"잘 자렴."


"안녕히 주무세요, 카렌 아가씨."


"네, 모두들 잘 자요."


자신의 방으로 가는 카렌을 보며 카이트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참으로 피곤한 하루였군."


심심한 하품 한번으로 오늘의 일과를 마치는 카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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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써놓고 살펴보긴 했는데 역시나 물음표...-_-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