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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전쟁의 파편 속에서 - 1. New Life, New World

2006.10.08 22:58

엔즐군 조회 수:446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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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는 아직 아침 5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사방은 아직 어둠에 휩쌓인채였고, 가쁜 숨소리와 짤깍이는 시계 소리만이 시간의 흐름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이윽고 검은 그림자가 침대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자신의 오른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고통스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창문으로 새어나오는 달빛에 비쳐진 그의 얼굴은 몸시 창백했으며, 피로에 절어버린듯 어두운 표정이었다. 그의 몸은 식은땀으로 젖어있었고 불안한 리듬으로 가파른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또... 기분 나쁜 꿈...」


어둠 속의 그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린후 입술을 깨물었다. 그의 눈은 허공을 응시한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잠시동안 침대에서 반쯤 일어선 자세로 숨을 가다듬은 뒤, 다시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그의 오른편에 놓인 탁자에 낡은 액자와 자명종 시계가 보였다. 잠시 그 낡은 액자를 바라보던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액자를 자신의 눈앞에 가져왔다. 달빛 아래에 비춰진 그 사진에는 세명의 사람이 있었다. 한 작은 남자아이와 두명의 어른. 아마 그 두명의 어른들이 작은 아이의 부모라도 되는듯, 사진 속의 그 세 사람은 옹기종기 모인채로 찍혀있었다. 어둠 속에 누워있는 그가 엄지 손가락으로 사진 속의 어른 두사람을 건드리며 슬픈 눈으로 응시했다.


「이제...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한번 들릴듯 말듯한 소리로 중얼거린 그는 조심스럽게 액자를 세워놓은뒤, 고개를 돌려 다시 한번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 어둠 속에서는 얼마간 시계 짹각이는 소리만 침묵을 깨며 들려왔다.


.
.
.



어느덧 시계는 8시를 가르켰고, 액자 옆 자명종 시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고막을 자극했다, 침대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 쓴채로 잠들어 있던 준식은 천천히 이불을 걷어내고는 자명종의 멈춤버튼을 눌렀다. 그는 반쯤 눈이 감긴 상태로 화장실로 들어가 샤워를 한뒤, 옷장으로 다가가 교복을 꺼냈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든 그는 집을 나가는 도중 현관에 있는 큰 전면거울에 얼굴을 돌렸다. 넥타이가 조금 비뚤어져 있었지만 그는 고쳐 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무 생각없이 잠시 거울을 바라보던 그는, 이윽고 몸을 돌려 집을 나왔다.


그의 손목시계는 어느덧 8시 20분을 가르키고 있었다. 학교가 5분거리에 있다는 것에 약간의 안도감을 느끼며, 그는 아파트를 나와 모퉁이를 돌았다. 모퉁이를 돌면서 누군가 그의 어깨를 세게 부딪히며 쓰러지는 것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으나, 이상한 교복을 입은 자기 또래만한 커트머리의 여자아이가 넘어진 것을 보고, 별 생각없이 학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아니, 별 생각이 없었다기보다 그날따라 지나칠 정도로 의욕이 없었다라고 해두는게 더 옳을 것이다. 준식은 자신의 등뒤로 들려오는 그 여자아이의 목소리조차 무시한채 멍한 눈으로 학교에 들어섰다. 교실에 들어갔으나 별로 관심을 가지는 사람조차 없었다. 마치 준식의 주위로 보이지 않는 벽이 있는 듯이, 교실 안의 그 누구하나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따돌림이라기 보다는 무관심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다. 물론, 준식이 친구사귀는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도 그 무관심을 일으킨 이유 중 하나이지만 말이다.


교실에 앉은 준식은 학교 책상에 부착된 전자책의 전원을 눌렀다. 전자책 안에서 기계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얼마 안되서 스크린에 몇가지 메뉴가 나타났다. 아직 수업이 시작하기까지 10분 정도가 남았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뉴스"메뉴를 누른 뒤, 전자책에 이어폰을 연결하고는 귀에 꽂았다. 기다려달라는 문구가 잠시 깜박이더니, 뉴스 아나운서가 스크린에 나타나 딱딱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그 딱딱한 목소리가 준식의 기분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 결국, 몇 초 후에 준식은 힘없는 손으로 '정지' 버튼을 누른 후 멍한 표정으로 교탁을 바라보았다.


준식에게 있어, 수업이라는 것은 그다지 흥미있는 것도 아니였고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아니였다. 그는 학교라는 것 자체에 무관심한 태도였다. 물론 몇 년전의 준식은 그렇지 않았지만... 그 일 이후로 학교 뿐만이 아닌 모든 것에 대해 준식은 흥미를 잃었다. 단 한가지 흥미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면 바로 학교 사격부. 아버지가 군인이여서 그랬는지 준식은 어렸을때 곧잘 아버지를 따라 사격장에 가곤 했다. 물론, 미성년자인 준식은 총을 쏠 수가 없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종종 그에게 바른 자세로 총을 쏘는 방법을 가르치곤 했다. 그때의 영향때문인지, 준식의 사격실력은 전국 학생대회에서 언제나 1위를 할 정도로 뛰어났고, 준식 자신도 자신의 사격실력 만큼은 흥미를 보였고 자부심을 가졌다. 사격부 훈련은 수요일 방과후로 정해져 있었지만, 준식은 거의 매일같이 학교 옥상의 사격 연습실을 드나들곤 했다. 아버지의 취미를 이어 받고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사격을 연습하는 때만큼은 마음이 편안해지고 모든 정신을 집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준식이 미소를 짓는 유일한 순간이기도 했다. 준식은 오늘도 옥상 사격장에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그날 하루 수업을 마쳤다.


방과 후 시작한 사격 연습이 끝나고 나니 시계는 거의 6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준식은 조금씩 기울어가고 있는 해를 바라보다 가방을 챙겨 교문 밖을 나섰다. 아무도 반겨줄 사람이 없기 때문일까, 집으로 돌아오는 그의 어깨는 점점 무거워졌다. 마치 점점 길어지는 그의 그림자가 그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일부러 멀리 돌아서가는 길을 택한뒤 터벅터벅 걸었다. 붉은 노을빛이 사방을 붉게 물들였다.
이윽고 자신이 살고있는 아파트 앞에 선 준식은 한동안 아파트 주위를 목적없이 한참동안이나 맴돌았다. 어느덧 붉은 노을조차 그 모습을 감추고 하늘은 어두운 보라빛이 되자, 준식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어쩔 수 없다는 태도로 천천히 계단을 올라 자신의 집 문을 열었다.
현관 문을 잠그고 가방을 떨군 그는, 자신의 방 안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놀라며 고개를 들고 조심스럽게 집안에 들어갔다. 그리고 아까 아침에 부딪쳤던 이상한 교복의 소녀가 자신의 의자에 앉아 자신을 멀뚱히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너... 네가 도대체 왜 내 방에...?」


잠시 휘청한 준식은 정신을 가다듬고는 소녀에게 외쳤다.
소녀는 아무 말 없이 잠시 준식을 응시하더니, 생각났다는듯, 손가락질을 하며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너는! 너, 아까 아침에 부딪친 그 얘 맞지!」


준식이 갑작스러운 소녀의 소리침에 고개를 끄덕였고, 소녀는 자신이 맞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큰소리로 웃어대기 시작했다.


「아, 미안미안. 갑자기 웃으면 예의가 아니지... 큭큭... 그런데 우연이라는게 있긴 있나보네! 하필 그때 부딪힌 녀석이 캐스팅되다니!! 하하하~」


소녀는 다시 의자에 주저앉으며 재미있어 죽겠다는듯, 숨을 헐떡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잠시 어리둥절했던 준식은, 곧 기억났다는듯, 소녀 앞에 다가가 큰소리로 소리쳤다.


「아니아니, 그것보다! 도대체 네가 왜 여기 있는 거야!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는 건 위법이라고!」


그러자 소녀는 웃음을 멈추고는 헛기침을 하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갑자기 아까와는 다르게 뭔지 모를 위압감이 주위를 감쌌다. 소녀는 조금은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미안. 소개가 늦었네. 나는 현이야. 최현. 만나서 반가워!」


「어, 그래... 잘 부탁... 아니, 그건 그렇고 너 대체 왜 내 방에 있는 거냐니깐!」


소년은 다시 한번 속았다는듯한 표정으로 악수하려던 손을 내리며 찡그린 표정으로 물었다. 최현이라고 불리우는 그 소녀는 악수를 청하려던 손을 내리고는 잠시 미안하다는 눈빛으로 준식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오른쪽 주머니에 조용히 손을 넣으며 좀 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자세한 것은 말이야...」


그리고 최현은 주머니에서 금속의 물건을 꺼내들었다. 사격을 하는 사람답게 준식은 그 물건의 정체를 단숨에 알아보고는 순간 기겁했다. 권총 사이즈의 마취총... 준식은 순간적으로 몸을 피하려고 했으나 그의 왼쪽팔에서 이미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마취약은 준식은 왼팔에서부터 순식간에 온몸에 퍼졌고, 준식은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최현을 바라보다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최현은 쓰러진 준식 옆에 사뿐히 앉은 후, 준식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빗어내려주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아무 말 없이 준식을 바라보던 최현은 조용히 입을 열어 말을 마쳤다.


「...곧 알게 될테니까 말이야... 미안...」


그리곤 최현은 왼쪽 주머니에서 작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준식의 방에 검은 양복의 남자들 몇 명이 들이 닥쳤고, 최현이 쓰러진 준식을 가르키자 아무 말없이 준식을 업고 서둘러 방을 나갔다. 최현은 조금은 씁쓸한 표정으로 멀어지는 준식을 바라보다, 문뜩 자명종 옆에 놓인 액자를 발견했다. 그녀는 조심스레 그 액자를 들어 사진을 응시하다, 살며시 액자를 자신의 윗주머니 속에 넣었다. 그리곤 다시 한번 준식의 방을 둘러다 본 뒤,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신 또한 그 검은 옷의 남자들을 따라 어디론가 향했다.


 





이곳이 그 유명한 창조도시군요...

재미로 글을 끄적여 블로그에 올리면서도 이 곳에는 올릴 엄두도 못냈네요...

굳이 이유를 밝히자면 잘 쓰시는 분이 많아서...라고 해둬야겠네요.

 

아무튼 창조도시에 올리는 첫번째 글이니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여러가지 부족한 점을 부드럽게(...) 태클걸어주세요;;

현재 이 작품은 제 블로그에서 13화까지 연재되어있으니 혹시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http://blog.naver.com/nzle 에서 먼저 확인하심 되겠네요.

 

그럼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