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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단편 내일

2009.02.28 23:50

얀슨 조회 수:813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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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는 강을 이루고, 시체만이 눈에 거슬린다. 몸쓸 짓을 한걸 알지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자국의 국가유공자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전우들을 뒤쫓아간다.


 


2


별을 보며 밥을 먹는다. 밥에서 벌레가 나와도, 맛이 어떻든간에 아무 생각이 없다. 그저 공을 세워 돌아갈 궁리만 한다. 오랜 가뭄같은 적막 속에 단비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린다. 왜 아무 말도 없는거야..? 이건 분명 무엇인가 잘못된 거라구. 근데 다 말이 없어? 다 돈충이야? 국유인가 먼가 되서 나중에 쪼까 행복하면 되는거냐구? 난 이짓 못하겠다.. 죽더라도 이짓 안할터이니 나 잡지마. 잡으면 죽일거야 이 버러지 자식들아! 조금 뒤에 덜컥거리는 문소리가 났다. 오늘따라 선명하게. 뇌리를 스쳐 지나간다. 까짓 문소리 따위가.. 시체와 피로 이루어진 강을 보아도 아무렇지 않던 나를 패닉 상태로 만들어버렸다. 갑자기 아무 의식이 없어진다. 의욕도 없어진다.. 없어진다.. 없어지려던 찰나, 총소리가 들렸다. 확실할 수 있다. 방금전의 필요없는 정의감으로만 가득찬 애송이의 마지막 흔적이었다는것을. 모두 조용해진다. 옆 천막의 소리까지도. 밥먹는 소리뿐이 들리지 않는다. 전원 소등. 잔다. 내일이면 훈장을 받을수 있을까라는 생각뿐이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것인지는 상관없다. 그저 훈장만.


 


3


언제 눈을 붙였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떠보니 푸른 창공이 유유히 지나간다. 일어난다. 여전히 그랬듯이 어디선가 나는 총소리를 약속이라도 했듯 살육전이 벌어진다. 피바람이 부는 가운데 정신을 차려보니 전장 한가운데에 있었다. 젠장.. 너무 허해졌다. 모든게.. 모든 자들이.. 약속처럼. 무의식적으로 방아쇠를 당기고 죄를 지은 자를 처벌하는 이유없이 적을 향해 칼을 휘두른다. 피 비린내 따윈 아무렇지 않다. 그저 훈장을 따서 이 지긋지긋한 전장을 나 홀로 나갈 생각뿐이다. 이 멍청이들과는 영원히 작별이겠지. 고향에 있는 가족 얼굴과 빛나는 훈장 2가지만 있다. 지금의 내 뇌 속에는. 죽어라 싸울 뿐이다...


 


4


섬광 하나가 번쩍 했다. 파리가 윙윙거리며 날갯짓을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기억이 희미해졌다. 눈을 떠보니 군의다. 퍼뜩 떠오른다. 내가 죽은건가? 나를 확인해본다. 난 죽지 않았다. 윗몸을 겨우내 일으켜 침대에서 내려가려고 하니 무엇가 허전하다. 다리가 사라졌다. 허무하다. 몸 성히 나가서 가족들과 아무 일도 없던것처럼 지내려고 했는데 다리가 사라졌다. 가슴에 해야 할일을 미룬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온다. 그것도 중요한 일을.. 정말 허무하다. 난 뭔가? 원래 난... 훈장을 따내서 정말 당당히 전역한뒤 가족들을 만나려고 했다. 이젠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남은 가족이라는 희망 덕에 나는 힘든 마음을 달랠수 있다. 가족을 만나면 뭐라도 할 수 있을듯한 마음이다. 부상자가 되어서 쫓겨나듯 전장에서 나왔다. 화물을 싣는 기차에 타고 좁디좁은 차창 너머로 싸우는 전우들을 보니 우습다. 애숭이들.. 한숨 푹 자고 일어나 조간신문 읽다보니 도착이다. 내리는게 여간 쉽지 않다. 잘린 다리 떄문이리라. 내 고향을 보는 감회가 새롭다. 그런데 정자나무 옆 판자로 만든 오두막에 사는 늙은이가 날 보니 외친다. " 느이 가족 다 뒈졌다. 다 뒈졌다. 뒈졌다구.....!!!" 왠 늙은이가 망언을. 늙은이의 멱살을 쥐고 흔들어도 변한것은 없다. 나는 이제 세상에서 아무런 할일이 없는 자가 되었다는 것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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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짬 날때마다 쓰던 글입니다. 강한 절망이란 감정을 독자도 느낄수 있는 글이 되길 바랬는데


제가 읽어보니 없는듯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