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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전쟁 L.S. 특무강화중장갑보병중대 -

2008.07.14 08:56

Earthy 조회 수:925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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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습 장소는 2소대가 경계를 담당하고 있던 장소. 방향으로 따지자면 두 시간 정도 전에 최초 포격을 당한 공터 쪽이었다. 즉, 적은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지만 아군에게 발각되지 않은 상태로 이동해 근처까지 와서는 다시 공격을 가한 것이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이미 포격에 간접적이나마 피해를 입었던 2소대의 막내 하사 앞에.
 [이것들이 일부러 나 노리는 거 아냐!]
 그렇게 소리를 쳐봤자 상대가 들을 리는 만무. 그 근처로 연이어 두발의 포격이 더 떨어지면서 더 이상 말할 정신도 없이 허겁지겁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고속유탄발사기 사수라 사격 위치 선정을 위해 고지대에 올라가있던 탓에 반은 구르다시피 밑으로 내려왔다.
 [적 위치 파악 되었습니까?]
 알론조는 가장 먼저 그것을 확인했다. 포격 시에는 당연히 적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제한다면, 설령 그 다음에 다시 흔적을 놓치더라도 어느 정도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 지휘부에서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조기경보기에게 그 지역 인근을 탐색할 것을 요청했다. 곧바로 전송되는 해당 지역의 모습.
 “후우, 다행이네…….”
 사격하는 순간에 그 곳을 탐색하고 있었던 덕분에 적의 위치는 물론 간략한 사항까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의 정보가 들어왔다. 전차 사격이 한 군데에서 세 번 연속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세 발의 시작점을 이으면 작은 삼각형을 이루는 형태로 발생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즉, 적은 세 대 이상의 전차로 이루어진 편대 진형이라는 것. 그리고 포격 순간 드러난 포신 일부에서 135mm의 포신이라는 것을 정보처리장치에서 도출해내었고, 그 사격 궤적으로 활강포라는 사실가지 확인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이번에는 닥터 카인드에게서 지휘부 쪽으로 연락이 들어왔다.
 [적의 정체, 밝혀진 것 같아. 방금 전에 사격 장면을 잡은 덕분에 저 쪽에서 빨리 알아낼 수 있었던 것 같더라.]
 “그래서, 그 정체가 뭐죠?”
 [일단 전차란 건 알겠지? 그리고 전차는 총 네 대.]
 “네 대요? 세 대는 확실히 알겠는데, 다른 한 대는 어떻게―?”
 그 순간, 다시 포격이 있었다. 이미 엄폐를 시행 중인 전투원들에게 피해가 가지는 않았다. 아니, 몸을 숨기고 있던 덕분이 아니라 애초에 상대가 다른 곳을 노리고 포격을 실시한 것. 중장갑중대가 임시 거처로 삼고 있는 현지 부대의 경계용 탑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철제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탑은 그 한방에 바로 넘어가버렸다. 다행이라면 그 곳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병력은 최초 포격 이후에 곧장 바닥에 있는 진지에 몸을 숨겼기에 인명 피해는 없었다는 점 정도일까.
 1소대와 3소대의 병력은 서둘러 2소대를 지원하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했다. 조기경보기에서 보내준 화면을 자동으로 지형 일치화시켜 적의 예상 위치를 시야에 그린 다음, 그 뒤를 파고들기 위해 이동 중. 하지만 적이 마지막 포격 이후에 이동을 했다고 하면, 지금처럼 도보로 이동해서는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동안, 잠시 끊겼던 닥터 카인드의 설명이 이어졌다.
 [저 쪽에서 파악한 건, 단순히 적의 정체 정도가 아니라 적이 사용하고 있는 기술인 것 같아. 그래서 그 기술을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서 적을 역으로 산출해낸 것 같기도 하네. 뭐, 이건 어디까지나 내 추측일 뿐이지만.]
 “어쨌든, 적의 정체를 알아낸데다가, 적이 사용하는 기술까지 파악했다는 건데……. 그럼 적이 사용하는 기술을 대체 뭐죠? 어떻게 자신들의 존재를 이렇게 완벽하게 없앨 수 있는 거죠?”
 [아, 그거? 진짜 대단하더라. 혹시 SF 좋아해?]
 “아뇨, 별로……. 그런데 그건 왜?”
 [음― SF 같은 데서 자주 나오는 것 중에 하나가 자신의 존재를 빛을 굴절시키는 방식으로 없애버리는 기술이거든. 광학미채라고도 하고 옵티컬 카무플라주-Optical Camouflage-라고도 하지.]
 잠시 리세는 말을 멈췄다. 그 이야기를 하는 게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다면, 틀림없이 적은 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 하지만 거기에는 중대한 결함이 하나 있었다. 그게 뭔지 자세하게 생각이 나지 않아, 잠시 단어를 고르기 위한 침묵이었다. 그리고 곧, 그걸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단어를 찾았다.
 “그렇다고 해도 사격 시의 열기라던가, 이동 시에 들리는 소음 같은 건 못 없애잖아요?”
 [그렇지. 사실 광학미채만이라면 우리도 연구가 거의 성공 단계에 와있으니까 그렇게 대단한 기술은 아니야. 하지만 남쪽의 수준은 그걸 넘어버린 것 같아. 단순히 모습만을 숨기는 게 아니라, 어떤 방법을 사용하는 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소리나 열기 같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만한 모든 것을 전부 없애버리고 있어. 그래서 이동을 한 흔적을 찾더라도 막상 그들이 있는 곳을 찾아낼 수는 없었던 거지.]
 “그런 말이 안 되는 게……. 아니, 남쪽이라면 어떤 말이 안 되는 거라도 일단 믿고 넘어갈 수 있겠죠. 그러면 그런 걸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 거죠?”
 [음. 사실 그게 진짜 중요한 거지. 그게 말야…….]
 포격을 가한 것으로 보이는 위치에 먼저 도착한 것은 지에가 앞장을 선 3소대였다. 거기에는 젖은 흙바닥에 뚜렷이 캐터필러 자국이 남아있었다. 그것도 꽤 여러 대의 흔적이었다. 그러나 그 흔적이 어느 정도 가다가 풀숲으로 들어가면서 옅어지더니 단단한 바위가 꽤 크게 드러난 지형에서부터는 완전히 사라져버려 추적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적은 적어도 네 대의 궤도 차량이군. 뭐, 아무래도 전차라는 게 사실인 것 같네.]
 엘런이 적의 흔적을 되짚어 나가면서 알아낸 사항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기에서 네 대가 포격을 실시했어. 밀린 자국으로 봐서는 꽤 강한 포이거나, 아니면 전차가 가볍거나 둘 중 하나일까. 이동한 흔적으로 봐서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다이아몬드 형의 진형을 유지하고 있어. 이런 지형에서 그런 식의 기동을 할 수 있다니, 조종사들 실력이 상당한 것 같다.]
 “그런 것까지 알 수 있어요?”
 이얼로서는 그저 멍할 뿐. 하지만 막상 지에는 시큰둥했다.
 [아니, 그 정도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마른 지형도 아니고 이렇게 땅이 젖어서 흔적이 잔뜩 남아 있잖아. 조금만 유심히 보면 저 정도 정보는 아무나 얻을 수 있어. 안 그래요?]
 [뭐, 그렇지. 진짜 숙련된 사람, 가령 롯소 상사 님 같은 경우에는 이 이상의 정보도 얻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 때, 1소대도 현장에 도착했다. 그리고는 알론조가 [모두 사주 경계 실시! 린든 중사는 주변 상황을 파악하도록!]이라며 지시를 하자 곧장 각자 임무에 맞춰 움직였다. 소총을 든 인원이 가장 전면으로 들어가고, 지원화기 사수 두 사람이 후방에 위치했다. 이얼은 저격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단순한 소총수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전면에 배치되었다.
 그렇게 약 10분가량 주변을 탐색한 뒤, 그다지 유의미한 정보는 얻지 못한 상태로 우선 방어라인까지 복귀했다.


 



 하지만 굳이 현장에서 정보를 알아낼 필요도 없이, 지휘부에는 연구소에서 날아온 ‘정답’이 이미 도착해있었다. 다시금 지휘부가 뒤로 물러서라는 명령도 함께 도착했기 때문에 임시로 필요한 물품 몇 가지만 설치해두었던 지휘부를 얼른 다시 정리하고 또 트레일러를 이용해 후방으로의 이동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현재 상황을 설명하겠습니다. 이동하면서 들어주세요.”
 리세는 지휘 차량 2호의 조수석에 앉아서 현재 이동 중인 부대원 전부가 들을 수 있는 회선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정비부나 보급계원들은 굳이 들을 필요가 없는 내용이긴 했지만, 그래도 현재 상황을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라도 알고 있는 게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서 중대장의 허가를 받아 전체 회선을 사용하고 있었다.
 “적은 우리 쪽에서 아직 개발하지 못한 신기술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우선 이미 파악하고 계신 분도 다수 있겠지만, 주변의 빛을 굴절시켜서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광학 기술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광학 미채 혹은 옵티컬 카무플라주라고 불리는 기술이죠.”
 그것만으로도 꽤나 놀란 사람도 몇 명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거나 별 관심 없는 듯 무심히 들으며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설명은 계속 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이라면 상대하기가 어렵지 않은데, 몇 가지 골치 아픈 게 더 있네요. 그것 때문에 조기경보기에서 레이더를 가동 시키고 직접 추적을 해도 찾을 수가 없었어요.”
 부대가 조착한 곳은 후방이라고 해도 방금 전까지 있던 부대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공터 같은 지역이었다. 주변의 지형이 굴곡이 심하지 않은 준 평지 지역이라 적의 공격을 받기 쉽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소수인 상대로서는 자신의 모습이 혹시라도 드러날지 몰라 쉽게 공격을 할 수 없는 장소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지역에 막 도착했다.
 “보시다시피 적은 자신들의 열과 기타 흔적들을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지울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존재하고 있던 자리에서야 무게 때문에 흙바닥에 흔적이 남겠지만 이 근방은 암반이 지면에 드러나 있는 경우가 많아서 그 흔적으로도 확실하게 상대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죠.”
 전체 회선으로 계속 설명을 해야 했기 때문에 리세는 차량에 탑승하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은 주변 경계를 하면서 동시에 지휘부와 정비부를 최소한의 규모로 다시 설치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게 비가 그쳐서 움직이는 게 조금은 수월하다는 것 정도.
 “하지만 적의 기술을 깰 방법은 있다고 하네요. 어떻게 알아낸 건지는 모르지만, 적의 기술에서 상당 부분을 파악하고 있는 상태이며 그 덕분에 이 상황을 타개할 대책 역시 찾았다고 합니다.”
 돌려서 설명할 생각은 없었지만, 자신도 모르게 핵심을 뒤로 밀어두고 있었다. 마치 극작가가 된 듯 하이라이트를 가장 마지막에 넣고 있는 중이라고나 할까. 그러는 동안 막 지휘부 천막 지붕이 하늘을 향해 올라갔다.
 “현재 적의 진형은 전차 4대가 정확하게 사각형의 형태로 배치되어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사각형을 45도로 돌린 마름모 형태의 배치인데, 그게 지금 주변을 속이는 기술을 위한 배치라고 합니다. 즉, 그걸 깨거나 혹은 한 대라도 무력화 시키면 광학 미채를 제외한 나머지는 전부 해제가 될 거라고 합니다. 지금 지휘부는 그를 바탕으로 작전을 수립하고 있으며, 전투원들의 작전 제안 역시 받고 있습니다.”
 그걸로 설명 끝. 자세하게 어떤 기술인지는 파악할 수 없지만, 상대의 그 기술을 무력화 시킬 방법은 일단 나왔다. 하지만 그러려면 상대를 공격을 해야 하는데 막상 공격을 하기 위해서는 그 기술을 무력화 시켜야한다. 이런 이상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는 의미였다.
 결국, 각 소대가 경계를 맡고 있는 동안, 각 소대 조장들은 지휘부로 급히 모였다. 중대장의 지시 하에 긴급 작전 회의가 열린 것.
 의자를 꺼낼 시간도 없어서 지도 화면이 띄워진 테이블 주위에 모두 둘러섰다. 주최자인 중대장의 “그럼, 의견이 있는 사람은 발언하도록 하게.”라는 말을 시작으로 작전 회의가 시작되었다.
 가장 먼저 발언한 것은 1소대 조장 알론조.
 “우선 상대의 위치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이 방법 밖에 없을 것 같군요. 미끼를 사용해서 적의 포격을 끌어내야 될 것 같습니다. 포격 시에는 아무리 존재를 완벽하게 숨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위치를 그 순간의 위치는 파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상대가 그걸 눈치 채지 않을까요? 미끼라고 해도 한 명이나 두 명 정도만 움직인다면 접근 안 할 것 같은데.”
 리세의 지적. 알론조는 일단 그 지적에는 긍정했다. 미끼라고 해도 어느 정도가 적당할 것인가, 이것이 꽤 중요한 문제였다. 미끼 역할에 너무 많은 인원이 투입되면 막상 반격을 할 인원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고 너무 적다면 리세의 지적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려 할 테고. 적당한 수준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건 엘런이었다.
 “1개조가 움직이고, 나머지 두개조가 적을 공격하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우리가 지금까지 움직인 걸 봤다면 4명 1개조로 움직이는 걸 파악했을 가능성도 높고, 실제로 직전의 기습에서는 4명이 모인 곳에 포격을 가했으니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리세는 거기에 일단 찬성. 그리고 이후 반대자 없이 작전안 통과. 그렇다면 어떤 조가 미끼가 되고 어떤 조가 움직이는 식으로 작전을 짜야할까. 그에 대한 의견은 의외로 중대장이 먼저 제안했다.
 “일단 예상 지점을 선정해서, 그 곳에서 적의 사정거리가 닿을만한 지점에서 미끼들이 움직이도록 하지. 미끼의 뒤에서 장거리 공격을 준비하도록 하고, 그 앞에서 다른 전투원들이 매복을 하는 게 낫지 않겠나?”
 이 의견은 “하지만 적의 예상 지점을 알아낼 수 있는 겁니까?”라는 2소대 조장의 질문에 잠시 흐름이 막혔다. 그 때, 뒤에서 듣고 있는 지휘부 오퍼레이터 한 명이 의견을 개진.
 “가능할 것 같아요. 물론 범위가 좀 넓어지긴 하지만, 지금 비가 그친 덕분에 지도를 확대하니 여기저기 캐터필러의 흔적이 드러나 있어요. 캐터필러의 방향과 이동 속도를 따져보면 암반 위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범위를 짚어낼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말로 인해, 작전 회의의 분위기는 급진전. 범위만이라도 알아낼 수 있다면 미끼를 운용하는 방법에 따라 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다음 대처가 가능해졌으니까. 곧, 그 말을 꺼낸 오퍼레이터가 적의 현재 예상 범위를 파악해서 테이블 위에 있는 화면에 띄웠다.
 적의 예상 위치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빨리 대처를 하지 않으면 지휘부가 직접 타격을 다할 가능성조차 있었다. 물론 적의 이제까지의 행동으로 미루어 볼 때, 외곽에서 경계를 하고 있는 전투원을 먼저 공격할 거라 짐작되었지만.
 약간의 이야기가 더 오고가더니 곧 작전이 확정되었다.
 우선 미끼 역할을 맡는 것 1소대로 결정되었다.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그것이 작전적인 행동으로 보일 것. 그리고 동시에 적의 기습에 대처할 수 있을 만큼 능숙한 장갑 이용자일 것. 이것을 만족하는 건 1소대 밖에 없다는 게 모두의 결론이었다.
 다음으로, 중요한 장거리 공격 요원. 여기에는 조금 이견이 있었다. 현재 그만큼의 장거리 공격을 성공 시킬 수 있을만한 무기는 단 하나 뿐이었는데, 그 사용자가 사용에 매우 미숙하다는 게 문제였다. 바로 이얼이 가진 저격만이 적의 위치에 상관없이 해당 범위 어디에 대해서도 즉각 공격이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라는 이야기.
 “방법이 그것 밖에 없다면 어쩔 수 없이 도박을 걸어야죠. 게다가 굳이 장거리 공격뿐만이 아니라 그 외에 다른 전투원의 특기 무기나 기습 작전도 준비하고 있으니 그리 큰 문제는 안 될 겁니다.”
 리세는 결단을 내렸다. 필요하다면 이 정도의 결단은 한다는 생각이었다. 거기에 어차피 사격하기로 한 거, 바로 실전에서 하면 어떻겠냐는 그런 생각도 있었고.
 계속해서 조금씩 바뀌는 예상 범위. 점점 다가오는 게 서두르지 않으면 위험할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작전 전개를 위해 전투원 조장들을 즉시 달려 나갔다. 지휘부도 바로 조기경보기의 위치를 확인하고 장갑에 현재 작전에 필요한 정보를 즉시 전달했다.
 그동안 이얼은 역시 고지대에서 몸을 최대한 숨기기 위해 엎드린 채, 카메라의 초점을 최대한 크게 하여 전방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 조금 앞으로는 애니와 지에가 최대한 넓은 범위를 경계하기 위해 각기 다른 각도를 향해 시야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몇 가지의 통신이 날아들었다.
 우선 가장 처음 들어온 것은 지도. 구석에 작은 게이지 바가 뜨더니 그게 끝가지 다다르자 시야에 옅은 붉은 색이 뒤덮어졌다. 고개를 돌리니 일정 구역에서 끊어지는 붉은 색. 아무래도 지도에서 어떤 범위를 표시하는 것 같기는 한데 대체 뭔가, 하는 생각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다음은 엘런의 목소리였다.
 [지금부터 작전을 개시한다. 자세한 내용은 지휘부에서 직접 지시할 테니 집중하도록!]
 슬쩍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자신의 등 뒤에 다가와 있었다. 계속 쳐다보고 있자니 그걸 눈치 챘는지 한마디 덧붙였다.
 [지시 중에도 전방에 집중하도록. 지금이라도 당장 상대가 습격해 올지 모르는데 감시가 느슨하면 안 되지.]
 얼른 시선을 다시 앞으로 돌렸다. 카메라도 다시 최대한 먼 곳을 볼 수 있게 확대했고. 그러는 동안 지휘부의 지시 사항이 통신을 통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지휘부입니다. 지금부터 작전 내용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작전의 전반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시야에 보이는 붉은 영역이 적의 현재 위치의 예상 범위입니다. 10초마다 계속 예상 범위가 변경되니 참고해주세요. 그리고 그 범위에서 전차 사정거리 한계선을 1소대 롯소조가 지속적으로 이동하며 상대의 공격을 도발합니다. 그러는 동안 나머지 인원은 기척을 숨긴 채 적의 포격 순간을 파악해서 해당 위치를 공격하는 작전입니다.]
 거기서 잠시 설명이 끊겼다가 [이 뒤에 더 이상의 지시가 없는 조는 조장의 지시에 다라 작전 활동을 취해주십시오.]라는 말에 이어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몇 번 들렸다.
 [이얼 군, 들리면 대답하세요.]
 “예, 들립니다.”
 왜 하필이면 자신을 부르는 것일까. 문득 자신의 등 뒤에 있는 걸 생각해내자 왠지 모를 불안한 기분이 온 몸을 휘감았다.
 [이얼 군이 꼭 해주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아직 무리라는 건 알지만 곡 부탁드리고 싶네요.]
 두 사람의 현재 입장으로서는 이런 식의 대화가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평소에는 리세가 매우 편안하게 이얼에게 말을 건네니까. 이렇게 격식을 차린 요청을 해온다는 건 무언가 이얼에게는 매우 크게 부담이 되는 요청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아니, 거의 100%라고 해도 틀리진 않으리라. 그리고 지금으로서 그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요청을 하나 밖에 없었으니,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그는 즉시 거부했다.
 “저, 절대 안 됩니다! 그건 무조건 불가능하다고요!”
 [흠…, 부탁하려는 게 뭔지 눈치 챈 모양이네. 쳇.]
 말투가 싹 바뀌었다. 눈치 채고 반항한다면 괜히 부탁한다고 어색하게 격식 있는 말투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것일까. 어쨌든 결국 들고 나온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명령이야. 들어. 넌 전체 작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장거리 공격을 담당하게 됐어. 네 말대로 불가능할 지도 모르고 무리라고도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어. 지금 전투원 중에서 가장 장거리 타격이 가능한 게 네 저격이니까 말야.]
 “하지만 전 한 번도 사격을 해본 적이 없다고요. 갑자기 실전에서 사용하라고 해도…….”
 [대신에 실패하더라도 그 뒤를 이을 다른 작전도 있고, 너한테 책임이 돌아가지도 않을 테니 걱정 안 해도 돼. 그냥 아무 부담 없이 연습이라 생각하고 눈 딱 감고 쏴버리면 되는 거야.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차피 명령이니까 네가 거부할 권리도 없고.]
 아무리 안 된다고 강변(强辯)해 봐도 요지부동. 게다가 명령이라는 건 어떻게 이야기를 해도 결국 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잠복을 위해 움직이는 동안 이얼은 지휘부 옆에 있는 정비반으로 와서 탄 박스 하나를 받아가게 되었다.
 몇 시간 전에는 훈련용으로 준비해두었던 실탄 박스를 이제는 실전을 위해 가져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재현은 의연하기 그지없었다.
 “어차피 실탄이란 건 다 똑같은 게다. 훈련으로 쓰던 적을 해치려고 쓰던 어차피 탄은 탄일뿐이야. 그냥 노리고 보이면 쏴버려. 사격할 때 딴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건 우리 같은 정비원들보다 네가 더 잘 알 거 아니야.”
 그 말에 제대로 대답도 못 하고 그냥 탄을 들고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로 왔을 때는 이미 1소대가 미끼 역할을 하기 위해 장갑을 최대한 가볍게 만든 후였다. 조금이라도 더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안전이 몇 배는 높아진다는 생각인지 아예 백팩은 물론이고 나이프도 빼버리고 소총의 탄창은 물론 안에 있는 탄 하나까지 전부 제거했다. 그야말로 장갑 본체 안에 사람만 들어있는 상태였다.
 [저격병 배치가 마무리되는 대로 작전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준비해주세요.]
 리세의 그 말과 거의 동시에 이얼은 바닥에 엎드렸다. 인근에서는 가장 고지대인 언덕 위. 적이 있을 것으로 여겨지는 지역의 대부분을 커버할 수도 있는 매우 좋은 자리였다. 대신에 언덕 위에 나무가 거의 없어서 이얼의 장갑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은 좀 좋지 않은 부분이었다. 아니, 많이 좋지 않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여기 있다가 저 쪽에서 반격으로 쏜 탓에 덜컥 맞아버리는 건 아니겠지……?”
 설령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지금으로서는 이 이상의 저격 포인트를 찾을 수가 없는 상황. 단지 카메라를 최대한 확대하고 저격 총신을 꺼내는 버튼을 두 번 연속으로 눌렀다. 엎드려쏴 자세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직으로 총신을 나오게 하기 위해서였다.
 “저격 준비 완료했습니다.”
 보고가 있고 잠시 후. [그럼 작전을 시작하겠습니다. 1소대, 작전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이라는 너무나도 담담한 말투의 지시와 함께 적을 물리치기 위한 작전이 시작되었다.
 현재 적의 위치는 이 쪽에서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예상 범위일 뿐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어떤 위치에 있다는 걸 확인할 수는 없어서, 모두가 최대한 넓은 범위를 보기 위해 카메라를 조작하고 시야각을 억지로 넓히고 있었다. 그와는 반대로 최대한 정확한 조준을 위해 시야각을 최대한 좁힌 채로 잔뜩 확대를 해둔 상태인 이얼로서는 어지럼증을 막기 위해서 시야 자체를 일정 방향으로 유지시키고 있었지만. 적이 확인되는 순간 화면에 방향과 거리가 전부 표시가 될 테니 그 때가서 조준을 하면 되는 상태였다.
 1소대 인원들이 전원 달리기 시작했다. 각자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도 너무 떨어지지 않고 진형을 유지하며 전개. 숲길에서도 정확하게 진형을 유지하는 게, 역시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춰온 관계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예상 범위에서 조금 바깥쪽을 우선 시계방향으로 120도가량 , 다시 거기에서 반시계방향으로 150도 가량. 그런 식으로 점점 범위를 넓혀가면서, 마지막에서 그 범위를 빙 돌면서 상대를 유인해내는 게 작전의 포인트였다. 물론 아군과 반대쪽에서 공격을 당하게 되면 대응이 어려워 질 수도 있으니 가급적 빨리 출현하면 좋을 테지만.
 1소대는 약 2분 만에 첫 120도를 끝까지 이동하고는 진형을 유지한 채 크게 선회를 해서 반대쪽으로 돌았다. 그리고 다시 질주. 적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닥터 카인드는 모니터를 노려보았다. 나름대로 괜찮은 작전이라 금방 결말이 날 것 같았는데 벌써 분 단위의 시간이 흐른 후. 가급적 제대로 된 실전 데이터를 원하는 그녀는 사실, 아군이 경미한 정도의 피해를 입는 상황을 더 바라고 있었다. 직격은 하지 않되, 포격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기동에 장애가 생기거나 아예 움직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닥터 카인드, 현재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평소에는 조용히 그녀를 보좌하기만 하는, 30대 초반의 나름 젊은 연구원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웬 일로 먼저 질문을 한 걸까, 그런 의문을 표정에 가득히 담아서 되돌려 보냈다. 조수는 담담하게 다시 입을 열었다.
 “이번에 가장 좋은 결과라면, 역시 적당히 피해를 입고 무사히 전투가 끝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단순한 작전 훈련보다 오히려 그 쪽이 저희에게는 훨씬 좋은 상황이죠. 그리고 그러면서도 연구진에게는 전혀 전투의 영향이 오지 않도록 하려면 전투 자체가 지금처럼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게 최고입니다. 그야말로 닥터에게는 최고의 상황이 우연히 닥쳤는데,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흐음, 길게 말하니까 조금 헷갈리는데, 정리를 좀 해보자면……, 혹시나 내가 무슨 수를 쓴 건가, 이런 거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셔도 무방하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저는 그런 의도의 질문이 아니라고 주장할 겁니다만.”
 “뭐, 설령 그런 의도로 한 질문이라고 해도 상관없어. 중요한 건, 사실이지 진실이 아니니까. 일단, 나는 아무런 짓도 안 했어. 내가 무슨 짓을 한다고 해서 상대가 저렇게나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올 리가 없잖아. 하지만 이 상황에 대해서 짐작 가는 바는 있지. 단, 그건 아무에게도 말을 할 수 없는, 해선 안 되는 부분이야. 네가 아무리 듣고 싶어 해도 나는 절대 이야기해 주지 않을 거야. 어때, 이 정도면 대답이 되었나?”
 “예, 충분합니다.”
 그러고는 다시, 닥터 카인드와 함께 모니터를 쳐다보기 시작한 조수.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던, 먼저 질문을 하는 행동을 한 것 치고는 정말 순순히 물러선 걸로 보였다. 몇 년씩이나 그와 함께 해온 닥터 카인드로서는 그저 그러려니, 할 뿐. 대신에 이번에는 자신이 먼저 질문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만약 오늘 일 끝나면, 저녁 뭐로 할까?”
 “……, 그건 퇴근하고 이야기하도록 하죠. 하지만……, 식당보다는 집에서 먹고 싶군요.”
 “막상 오늘 내로 끝날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서 내가 그랬잖아, 만약이라고.”
 “그렇군요.”
 조수 씨는 공과 사를 너무 엄격하게 구분하는 탓에, 가끔 닥터 카인드는 직장에서 심심한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아직 결혼한 지 6개월 밖에 안 되었는데, 남편이 같은 방에 부부 둘이서만 있는데 딱딱한 자세로 필요한 이야기만을 하고 필요한 행동만을 하다니.
 “화면을 녹화 중이긴 합니다만, 그래도 집중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만.”
 자신의 얼굴을 노려보고 있다는 걸 개달았는지 아니면 단순히 닥터 카인드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 알고서 그러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집중할 것을 요청했다. 어디까지나 요청.
 “예, 예―”
 막상 화면에 보이는 거라고는 조금씩 움직이는 항공사진에서 작은 형태로 표시되는 각 전투원들의 모습과, 한쪽 구석에 있는 전방위 레이더 화면뿐이었지만. 아직 거기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닥터 카인드가 입술을 삐죽이 내밀고서 보고 있자니, 조수가 커피를 한잔 진하게 타서 가져왔다.


 



 “조금 있으면 마지막 공격을 시작할 거야. 어디까지나 테스트에 지나지 않으니 별 일은 없겠지만.”
 “그, 그런 가요…….”
 “그건 그렇고, 조금 다른 쪽으로 할 이야기가 있는데 말이지…….”
 마주 보고 앉아있는 두 남자. 한명은 큰 키에 시원한 인상, 그리고 갈색의 짧은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군 복장을 입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밝은 금발을 적당히 기르고 있었고 아직 앳된 얼굴이지만 상당히 수려한 외모를 자랑했다. 복장은 평범하게 청바지와 셔츠.
 두 사람 중, 군복을 입은 사내가 이야기를 이었다.
 “솔직히 대답해. 너, 미리 그 쪽에 연락했지? 그 여자 통해서.”
 “예? 아, 그게, 저기…….”
 “어차피 나는 아직 열쇠로서의 역할을 하지 않는 입장이라 네가 어떻게 대답하더라도 아무 행동도 안 해. 어차피 우리 둘 다, 아직 이 일과는 실질적으로 연관이 있는 건 아니니까, 어떻게 행동해도 잘못은 아냐. 단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니까 솔직히 대답해줘.”
 “저, 저기, 그러니까…….”
 금발의 남자는 계속 우물쭈물 대답을 하지 못 했다. 하지만 군복을 입은 남자는 초조해 하지 않고 차분하게 대답을 이끌어내려 했다.
 “그냥 네, 아니오 정도로만 대답해도 충분해. 내가 누구에게 말하지 말라고 한 것도 아니었잖아. 그냥, 연락을 한 건지 안 한 건지만 가르쳐주면 돼. 자, 어떻게 했지?”
 “알려…… 줬어요.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어쩌나 해서…….”
 “음, 역시. 하지만 막상 상대는 네 이야기를 그리 중요하게 들은 것 같진 않던데? 미리 알려주었을 경우에 예상되던 행동과는 다르게, 전혀 모르고 있던 상태의 움직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어. 아쉽지만 아직까지는 네 영향력이 거기까지인가 보다.”
 “아무래도 그런 거겠죠…….”
 어깨를 축 늘어뜨리는 금발. 군복 사내가 그걸 보고는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상대의 어깨에 손을 툭 올리고는 가볍게 흔들었다.
 “너무 신경 쓰지 마. 어쩔 수 없잖아. 정 뭐하면 한번 만나 봐도 될 테고.”
 “마, 만나요? 그, 그건 좀…….”
 “그렇게 뒤로 뺀다고 뭐가 되는 것도 아니잖아. 차라리 직접 만나서 이야기라도 한번 해봐라. 어차피 지금 상하이에 있다면서? 여기로 오라고 그러면 되겠네. 나하 시내에서 만나면 될 텐데, 어디보자……, 국제거리에 있는 카페 정도면 나쁘지 않겠네.”
 “그, 그래도…….”
 “일단 저질러놓고 생각하는 게 낫다는 게 내 지론이라 말야. 이번 일 끝나고 상하이로 돌아가면, 다시 한 번 연락해봐. 네가 공격당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 분명히 여기로 찾아올 거다. 만약 그 쪽에서 병력을 이끌고 오면 내가 커버해주면 되는 거고. 어때?”
 “그, 그게…….”
 그 때, 군복 사내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와서 대화는 끊어졌다.


 



 “이거 괜찮을까?”
 빗줄기가 갑자기 굵어졌다. 보슬비 정도로만 내리기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폭우로 바뀌어버린 것. 이래서야 시야에 제한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시야를 최대한 확대해서 좁은 범위를 보고 있는 이얼로서는 임무 수행이 가능할 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뭐, 상관없지.”
 폭우 정도가 아니라 아예 스콜 수준의, 폭포와도 같은 빗속에서도 조준에 이상이 생길 리는 없다. 이얼은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다. 이얼이 지금 걱정하는 건 자신의 시야나 성공 여부가 아니라 오히려 1소대의 움직임 쪽이었다. 혹시나 빗속에서 진형이 흐트러지거나 해서 틈이 생겼을 때, 적이 공격을 가하면 안 되니까. 하지만 불행히도 이얼의 그 생각은 나쁜 쪽으로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야, 왜 그래?]
 갑자기 들려온 1소대의 그 여자 대원의 목소리. 우락부락한 덩치에 조금은 맞지 않은 톤이 높은 목소리였다. 물론 거기에 힘이 잔뜩 실려 있어 위화감이 크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그녀의 어조는 꽤나 다급했다.
 [죄송합니다. 갑자기 퍼부으니까 시야에 제한이 좀 있어서요. 작전 수행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닙니다.] [그렇다면 상관없지만……, 어쨌든 모두 조심하도록 해. 조장님도 주의 하십시오.]
 [음.]
 1소대의 움직임이 처음과는 다르게 부분 부분 끊어지고 있었다. 어차피 달리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 것 같아도 나름 이것저것 주의할 점이 많은 상황에서 폭우가 작전 수행에는 명백하게 장애가 되고 있었다. 말로는 방해는 되지 않을 정도라고 한 쪽도 사실 미끄러워지기 시작한 발밑과 좁아진 시야를 동시에 신경 쓰느라 골치가 아플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팽팽하게 당겨진 끈은 의외로 질긴 듯 했다.
 150도 범위로 완주를 하고 다시 되돌아와 시작점 근처를 지날 때까지 별 일 없이 무사히 진행한 것. 중요한 점은 목적이 어디까지나 상대를 유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무사히 계속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서 좋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가령 성질도 급하신 중대장으로서는 짜증이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는 그런 상태.
 “이거 작전이 잘못된 거 아닌가? 차라리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되는 거 아냐?”
 “조금만 더 기다려 보죠. 어차피 이거 말고 방법도 없어요.”
 “아니, 다른 방법이 있는데 그냥 못 찾은 것뿐일 수도 있잖아.
 “……, 기상 상태가 안 좋으니 모두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냥 중대장의 말은 살짝 무시하기로 했다. 어차피 굳이 리세와 실랑이를 벌이려고 했던 게 아니라 단지 짜증을 발산하고 싶었을 뿐인 중대장도 무시당했다는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갔다. 단지, 대화 상대가 구석에서 할 일 없이 멍하니 앉아있던 행정병으로 바뀌었을 뿐.
 그걸 보며 리세가 한숨을 쉬고 있는 동안, 이얼은 왠지 미묘하게 이상한 느낌을 받고는 앞에 집중하고 있었다. 빗줄기 속에서 미묘하게 눈에 띄는 부분이 발견되었기 때문. 일단 그 부분에 무언가가 있는 것을 틀림없었다. 존재를 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 일단 적일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조준점을 맞췄다. 어디라고 집어서 말할 수 없는 애매한 상황이라 적당히 그런 부분의 가운데에 조준. 금방이라도 사격을 할 수 있도록 방아쇠를 집게손가락으로 아주 살짝 누르고 있었다.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니면 원래 방아쇠를 만들면 그렇게 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평소에 사용하던 총기류들처럼 방아쇠가 다단으로 나누어져있었다. 그래서 중간 즈음까지 당기고 있다는 기분으로 누르고 있는 것.
 그 위화감이 느껴지는 부분은 아주 조금씩 상하좌우로 움직이고 있었다. 만약에 적이라면, 그 쪽에서 직접 움직이는 게 아니라 사용하고 있는 은폐 기술의 특징인 것 같았다. 설마 탱크가 위로 떠오를 수는 없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조준을 하고 있는 것을 길어야 몇 분이 한계. 단순히 포인트를 잡고 조준점을 맞춰놓는 것쯤이야 며칠 정도는 할 수 있도록 훈련이 되어있다고 해도, 그게 즉각 사격을 할 만큼 온몸을 긴장시킨 상태라면 절대 무리.
 일단 거리는 대략 5km 정도. 장갑으로 사용하는 저격총이 예상 최대 유효사격 거리가 20km에 육박한다는 걸 생각하면 가볍다고 해도 무방한 거리. 물론 사격에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인 반동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기 때문에 거리가 가깝다고 해도 정확하게 사격을 하는 건 힘들겠지만.
 이얼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 통신망을 통해 짧은 비명, 혹은 탄성이 들렸다.
 [아앗!]
 무슨 일인지 궁금하지만 시선을 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 1소대가 있을 걸로 생각되는 방향을 향해 아주 살짝 고개가 돌아갔다. 조준점이 흐트러지면서 아주 잠시, 사격 준비 자세가 완전히 풀려버렸다.
 그리고, 그것에 마치 맞추기라도 한 듯 위화감이 느껴지는 그 지형에서 급격하게 변화가 일어났다. 그것은 이얼이 얼른 시야를 돌리자 곧장 확인되었지만 이미 흐트러진 사격 자세에서는 정확하게 노릴 수가 없었다.
 한편, “앗!”하는 비명과 함께 넘어진 것 1소대의 지원화기 사수. 순간 나무뿌리에 다리가 걸려 균형을 잡으려고 하다가 바닥에 미끄러지는 바람에 땅에 처박혀버린 것. 자세를 바로 잡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아 흉하게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걸 얼른 알론조가 다가가 손을 잡아당기는 순간, 이얼의 시야에 포격을 막 가하는 탱크의 모습이 갑자기 나타났다.
 이얼은 그걸 보는 순간, 일단 방아쇠를 당겼다.
 표격이 아주 약간 먼저, 1소대가 있는 곳에 떨어졌다. 거리가 채 1km도 떨어져있지 않았으니까. 게다가 이번에는 넘어져있던 전투원의 다리에 직격했다.
 [젠장! 다리에 맞았습니다!]
 [피해 상황 보고해주세요! 그리고 적 상황 확인 부탁드립니다!]
 이얼은 몸에 있는 대로 힘을 주고 있었다. 어깨가 휙 위로 들리면서, 순간 장갑 전체와 몸이 모두 공중으로 반쯤 떠버린 것. 엄청난 반동에 엎드려 쏴 자세를 지탱하고 있던 무릎과 팔꿈치 밑의 땅이 푹 파이고 총신은 거의 하늘을 향해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이얼의 시야에 보이는 건 단 하나. 사라지는 표적과 그 바로 옆으로 팍 퍼져나가는 흙더미들. 탄이 목표보다 오른쪽으로 수 미터 옆으로 날아간 것이었다. 명백한 사격 실패. 상대는 이동을 시작하며 몸을 감추고 있었으니 재사격은 절대 불가능할 것 같았다.
 [다리 골절된 것 같습니다! 그 외에는 피해 없음! 전투 재개는 불가능합니다!]
 [우선 전선에서 빠져나오세요! 다른 전투원은 모두 상대를 추적해주세요!]
 1소대는 부상당한 전투원을 옮기며 전선 이탈. 그와 동시에 이얼을 제외한 2소대, 3소대 전투원은 모두 전면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그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바로 뒤를 이은 포격이 막 튀어나온 2소대원들을 향해 쏟아졌기 때문. 상황은 너무나도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이얼은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자세를 바로 잡으며 재조준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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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후 첫 잡담입니다. 문득 해보고 싶어졌네요. 예전에 다른 글 쓸 때는 매번 했는데 요즘에는 아예 안 하고 있었거든요.


 윔블던에서 중국의 정지에 선수가 무려 4강까지 올라갔습니다. 솔직히 아무런 상관이 없는 선수 임에도 왜 그리 기분이 좋던지. 역시 이름이란 중요한 거네요.


 그 분이 돌아오셨습니다. 안 보면 마구 날뛰어버리겠다는 협박을 일삼던 그 분. 하야시바라 메구미 님은 전혀 목소리가 안 변하셨더군요. 아아, 눈물이 줄줄.


 문학소녀 3권 읽고는 광분했습니다. 아니, 왜 학산은 4권 일정을 뒤로 밀어버린 거냐고! 흑흑흑.


 뭔가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다음에 하도록 하죠. 쩝. 생각이 안 나는구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