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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DC original

2007.05.15 16:04

Mr. J 조회 수:335 추천:2

extra_vars1 오리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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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방은 전체적으로 따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붉은색과 상아색으로 정성스럽게 수 놓인 고급 카펫과, 마호가니 탁자(고풍스러운 디자인의), 짙은 갈색으로 칠해진 벽 위엔 지구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담긴 그림들이 금색 테두리의 액자에 들어 걸려있었다. 그 방에서 조금 특이했던 것은 벽 한가운데에 걸려있던 시커멓게 녹슨 엽총과, 방에 있던 두 남자의 분위기였다.


브래드 씨가 검문소에서 총맞지 않게 조심하라더군.


마호가니 탁자 위에 놓여진 양주 병을 기울이며 한 남자가 말했다. 그는 컵에 갈색 액체를 따르며, 흘리지 않으려 신경 쓰는 듯 했다. 하지만 그의 미숙한 손길에 양주 한 방울이 탁자 위로 떨어지며 작은 동그라미를 만들었다.


조심해!


줄곧 뒤돌아 벽에 걸린 엽총만 바라보던 남자가 고개를 돌려 보더니 외쳤다.


정말로 조심성 없는 자로군.


그가 신경질을 부리며 탁자 위에 흘려진 양주를 닦기 위해 다가가는데, 양주를 흘린 남자가 황급히 소매로 그것을 훔쳐내었다.


미안해.


남자가 말했다.


그보다 검문소에선 어쩔 거야 웨인? 사소한 걸로도 트집잡고 발포까지 한다던데.


웨인은 다시 엽총을 향해 돌아섰다.


답답하군. 국제 검문소에서 그럴지 없잖아. 단순히 브래드씨가 농담하신 것뿐, 너는 농담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여.


말을 마치고 웨인은 다시 탁자로 돌아 위에 놓여진 크리스탈 컵을 집어 들고 양주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 미간을 찌푸리더니 이내 양주 병을 쾅 하고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것만 마시고 좀 돌아가주게. 해야 할 일이 있어.


웨인이 말했지만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베른!


웨인이 외쳤다. 그러자 막 술잔을 기울이던 그가 놀라 웨인을 바라보았다.


할 일이 있으니 이제 좀 나가달라고 했어.


알았네, 알았어.


베른이 술잔을 내려놓곤 치사한지 웨인에게 눈을 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웨인은 말 없이 양주가 담긴 잔을 들고 다시 엽총을 향해 돌아섰다. 베른이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렸다.


웨인을 술잔의 술을 마시며 엽총을 바라보았다. 형편없이 녹슨 엽총은 겉이 녹슬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웨인은 벽에서 엽총을 들고 총구는 지구의 바다가 그려진 초상화로 향한 채 방아쇠를 당겨보았다. 꿈쩍도 하질 않았다. 그는 엽총 위에 새겨진 W.L.이라는 이니셜을 보고 생각에 빠졌다. 본래 그 엽총은 그의 조부가 쓰던 것이었다.


그가 조부와 작은 오두막에서 살 때, 조부는 언제나 난롯가 앞 흔들의자에 앉아 그 낡은 엽총을 만지작거리며 옛날 이야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그것은 여느 할아버지가 그들의 손자들에게 해주는 그런 옛날 전래동화가 아니었다. 노인은 그의 어린 손자가 이야기를 듣건 말건 매일같이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뿐 이었다. 눈은 감고 고개는 뒤로 젖힌 채, 한 손은 팔걸이에 올려놓고 다른 한 손은 엽총에 올려놓은 채로.


그의 말로는 그가 젊을 적엔 한 무리의 늑대쯤은 쉽게 쏘아 쓰렸다고 했다. 당시 열 다섯 이었던 웨인은 영감이 허풍쟁이 라고 생각했는데, 그의 조부는 안락의자에서 일어날 때 조차 앓는 소리를 낼 정도로 쇠약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조부는 정말로 지독한 허풍쟁이었다. 어느 날 그는 마을에서 술을 한잔 하고 들어왔는지 평소 때와는 다른 이야기를 했는데, 그것은 바로 광산 이야기였다. 그것도 금광. 그 당시 지구에 지하자원이라곤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석유, 석탄을 비롯한 자원은 이미 고갈되었고, 이미 수 많은 사람들이 다른 행성으로 떠난 후였다. 지구에 남은 마지막 숲에서, 조부는 어이없게도 금광이 존재한다고 그런 것이었다. 그날 조부는 술에 취해서 제 정신이 아니었으므로 웨인은 그의 말을 그저 술주정으로 듣고 넘겼다.


어쨌건 그가 18살이 되던 날 노인은 안락의자 위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의 장례식엔 꽤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그 중엔 웨인이 마을 회관 TV에서…….


 



 


 


DC의 오리지널 버전입니다.


이걸 처음 쓸 당시엔 퓨전 SF가 아니었죠. 판타지 적인 요소 없이 좀더 사이언스 픽션답게 배경을 정했었습니다. 지구는 과도한 발전에 의해 피폐해지고 인류는 우주로 발을 뻗은 상태였지요.


 주인공 이름은 같았습니다. 성은 미정이었지만……. 웨인이라는 자가 우주선을 타고 여행한다는 스토리였죠. 그 땐 혼자도 아니었고, 베른을 비롯해 여러 명의 동료도 있었습니다. 조부가 금광에 대해 이야기를 해 준다는 설정도 같았고, 엽총도 등장하긴 했지만 엑스트라(?)였습니다.


근데 지금 읽어보니까 지금 올리고 있는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것 같네요. 새로 쓰는 것은 좀 딱딱한 반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