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염원」The Dream Chasers

2007.04.28 02:43

Mr. J 조회 수:482 추천:7

extra_vars1 카산드라 
extra_vars2
extra_vars3 121642-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100여 년 전부터 시작된 네온제국의 산업화 정책에 바움 대륙의 지하자원은 전부 채굴되어버렸다. 평화 조약 이후에 식민지 신세에서 해방이 된 이후엔 이미 생명의 땅이라 불리었던 바움 대륙은 이미 그 생기를 잃어버렸다. 지하자원이 고갈되면서 채굴 산업에 뛰어들었던 많은 부호들은 대륙을 떴지만, 광산에 일자리를 얻기 위해 왔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후손들은 충분한 돈이 없어 네온 제국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지하자원이 한 톨도 남지 않은 땅에서 그들이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산업화 정책 덕에 굉장한 산업 도시들이 생겨나긴 했지만 자원이 없는 산업도시는 유령도시였다. 그 거대한 엔진들은 그들의 역할을 잃고 오랫동안 잠을 자게 되었고, 대륙에 남게 된 가난한 사람들은 꼼짝없이 굶어 죽는 일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때, 네온 제국의 한 의원이 의견을 내놓았다. 땅 속의 자원들이 떨어졌다면, 땅 위에 있는 자원을 긁어 모으자! 모든 대륙 중에서 가장 커다란 숲들을 가지고 있는 바움 대륙에서 목재산업은 모든 이에게 탈출구를 제공해 주었다. 쓸데 없이 규모만 커져버린 공장들을 처리할 수도 있었고, 가난한 실업자들에게 직업을 줄 수도 있었다. 그래서 바움 대륙은 또다시 거대한 산업 대륙으로 태어났다. 대륙 위의 나무를 전부 베어버리고 나면 또다시 같은 일이 벌어지겠지만, 뭐 그건 그때의 일이려니 하며 사람들은 넘어갈 뿐이다.


 


린콜 지방은 숲에 매우 근접해 있다. 그곳에서 서쪽으로 조금만 가면 나무를 베는 일꾼들의 캠프가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인 동쪽으로 차를 타고 약 1시간만 가면, 대륙에서 가장 작은 산업도시인 히크모트에 도착한다. 서쪽의 숲에서 일꾼들이 나무를 베어내면, 히크모트의 공장에서 사람들을 부려 그것들을 싣고 1차적인 처리를 위해 운송시킨다. 히크모트에서 어느 정도의 처리가 행해지면, 비로소 목재들은 각지의 공장으로 운반되어 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비단 히크모트 뿐만이 아니라 숲에 근접한 모든 산업도시에선 그러한 행위가 일어나고 있었다. 네온 제국은 도시간의 원활한 교통을 위하여 철도를 설치했고, 목재며 사람이며 기차를 타고 편하게 이 도시 저 도시로 이동할 수 있었다.


웨인 실버레이, 그 역시 기차를 타기 위해 히크모트 도시에 온 것이다. 도시의 거대한 철문을 지나 중앙 거리에 도착한 그는 기차 표를 끊기 위해 역으로 향했다. 그는 최 북단으로 향하는 기차를 탈 것이다.


 



 


 


 


히크모트에서 가장 더러운 뒷골목 중 하나에 위치한 술집은 북적이고 있었다. 술집 안은 지저분한 차림의 사내들로 가득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험악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으며, 또 하나같이 어깨에 기관총 따위의 무시무시한 화기들을 매고 있었다. 그들은 악명 높은 기차 강도단, 카산드라였다. 그들은 철로 주변에 매복해 있다가, 지나가는 기차를 습격하여 승객들의 금품을 빼앗았다. 그 수법이 꽤나 단순했음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히트 앤 런을 기반으로 삼은 그들의 작전에 경찰들은 그들을 단 한번도 검거하지 못했다.


 


 술집의 안쪽에 마련된 방엔 흉악하다 소문난 도적단의 두목과 그의 간부들이 앉아 있었다. 방금 막 술집 안에 들어선 지저분한 차림의 나이든 남자 역시 간부급의 인물인지, 요란하게 웃고 떠들던 똘마니들의 인사를 받으며 술집 안쪽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좁고 긴 복도를 지나 흐린 전구 불빛이 그가 쓴 색안경에 비추는 방에 남자가 들어섰다. 마치 외모만으로 도적단의 간부 자격이 주어지는 듯, 더욱더 험악한 분위기의 사내 네다섯이 금발의 계집 하나와 함께 앉아 있었다.


 


두목, 맡기셨던 일은 전부 처리되었습니다.


수고했어.


색안경의 남자가 자리에 앉자, 두목이 갈색 액체가 담긴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적단의 두목은 험상궂은 사내들 중 그 누구도 아니었다. 도적단 카산드라는 두목의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두목은 바로 카산드라 헤이스팅스! 짧게 자른 금발과 녹색 눈동자를 가진 매력적이지만 아직 설익은 매력을 가진, 스무 한 살의 젊고 아름다운 여 두목이다. 간부들은 그들의 두목을 따라 제각각 찰랑거리는 술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카산드라를 위하여!


그들이 외쳤다.



 


 



 


히크모트에서부터 대륙 최 북단에 위치한 캠프벨 작업지구까지는 고속열차로도 하루 종일이 걸릴 것이다. 아직 기차의 출발시간이 안되어 한산한 고속열차 플랫폼. 실버레이는 벤치에 앉아 그 고요함을 즐기며, 편히 쉬고 있었다. 그는 옆에 올려둔 가방에서 낡은 종이뭉치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조부의 노트였다. 너무나도 낡아서 누렇게 되고 페이지가 불규칙하게 닳아버린, 노트였다. 겉 표지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지만, 그 안엔 뭔가가 빽빽하게 적혀 있었다. 그의 조부는 죽기 전에 이 노트에 관해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었다. 아니, 할 기회가 없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완전히 이것의 존재에 관해 까맣게 잊었다던가. 이미 수백 번도 읽어본 노트다. 실버레이는 노트를 다시 집어넣곤 손목의 시계를 확인하였다. 아직도 기차시간까지 한 시간은 더 남았다.


 


 


 


 


어느새 진탕하게 벌어졌던 술판은 걷어치워지고, 탁자 위엔 여러 복잡한 문서들이 즐비했다. 이미 그것은 일개 도적단의 작전회의가 아니었다. 탁자 위에 준비 된 것은 플랜 A와 예상치 못한 사태 발발을 위한 두 번째 계획 플랜 B. 탈출 경로는 물론 잘 정리된 기차의 노선과 시간, 그 외에도 모든 조직원이 이름과 주어진 역할이 빼곡하게 적힌 명부도 있었다. 모든 조직원이 적어도 사소한 직업 한 개 이상씩은 맡도록 지시가 내려져 있었다. 이런 치밀한 사전 준비가 도적단 카산드라를 신출귀몰한 전무후무의 기차강도단으로 만들어 내고 있었다. 물론 바움 대륙의 형편없는 치안 수준도 어느 정도 도움을 주긴 했다.


 


 노동자들의 쿠데타 따위를 우려해 각 주요 산업도시엔 무장경찰들이 근무하도록 되어 있었으나, 일부 도시엔 그마저도 없었다. 어차피 바움에 거주하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빈곤했고, 그런 노동자 계층의 주민들을 존중해 줄 만큼 정부는 너그럽지 않았다. 그렇다면 강도단이 무엇을 노략질하느냐는 질문이 생기게 되는데, 어느 나라던 간에 배 곪고 가난한 자들만으로 구성된 곳은 없다. 어느 곳이던 간에 뱃대기와 턱에 기름기가 꽉꽉 찬 나으리들이 계시기 마련이다. 노동자가 있으면 그들을 부리는 자들이 있지 않는가. 일반적으로 기차 표는 가격이 노동자 주민들에게 조금은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좀 멀리 이동하려는 빈민들은 화물차 위의 감독관에게 기차 표 값보다 적은 금액을 관행으로서 찔러주고 화물차에 타 이동한다. 그래서 바움 대륙에 존재하는 기차강도단은 전부 부르주아와 부유층을 털게 된다.


 


 카산드라가 현재 목표물로 삼은 기차는 서쪽 산업도시 히크모트에서부터 센트럴을 거쳐 북쪽 산업도시 캠프벨까지 가는 기차이다. 북쪽으로 향하는 승객보단 센트럴로 가는 승객들이 대다수이고, 또 센트럴로 가는 승객들이란 대부분이 부자들이었으니, 벌이가 괜찮을 것이라는 정보였다.


작전은 이러했다. 히크모트에서 출발한 열차는 센트럴과 히크모트 사이에 위치한 도시 헤링턴의 기차역에 잠시 머물며 센트럴로(혹은 캠프벨로)향하는 승객들을 더 태운 뒤 그제서야 센트럴로 향한다. 미리 엔지니어로 위장을 한 카산드라의 단원들이 기차에 진입하고, 진짜 엔지니어들은 다른 단원들이 처리한다. 숨어들어간 단원들은 진짜 엔지니어인척 행동을 하다가 센트럴과 헤링턴의 중간에서 기차를 멈추도록 조작을 한다. 그러면 미리 장소에 매복해 있던 카산드라와 다른 단원들이 기차를 공격한다. 완벽한 작전이다. 미리 단원들을 엔지니어들을 바꿔 치기 해놓으면 기차의 비상통신망 역시 제어할 수 있다. 기차엔 운전수 넷을 비롯해 엔지니어 서넛이 전부이므로, 작업을 매우 쉽게 끝마칠 수 있다.


 


엔지니어들은?


벌써 헤링턴 역에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카산드라는 짜인 작전이 만족스러운 듯, 녹색 눈동자를 빛내며 보일 듯 말 듯 한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이 그녀의 버릇이었다. 그날 이후로 그녀는 오랫동안, 크게 소리 내어 행복하게 웃어본 적이 없다.


 


지금 출발하여 매복하면 시간이 알맞을 듯 합니다.


색안경을 쓰고 두건을 두른, 키가 작고 매부리코를 가진 남자가 말했다. 그가 바로 도적단의 행동대장 바솔로뮤였다. 최 연장자였고, 또한 가장 교활하고 재빠른 두뇌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렇게나 길러댄 수염이 너저분했지만, 옅은 검정색 너머로 보이는 한 쌍의 반짝이는 눈이 그의 재치를 설명해 주고 있었다.


 


좋아! 이번에도 크게 한탕 하자!


카산드라가 외치자 다른 도적들도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요란한 경고음과 문이 닫히는 소리, 차장의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더니 이내 기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실버레이는 열차의 맨 끝 칸에서도 가장 뒷구석 자리에 홀로 앉아, 옆으로 미끄러져가기 시작한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기차는 점점 속도를 붙이는가 싶더니, 금방 요란한 소리와 일정한 흔들림을 내며 달리기 시작했다. 길다란 열차는 양 끝에 조종실이 있었고, 그 중간에 제어실을 가지고 있었다. 실버레이가 맨 끝 칸에 앉은 이유도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시끄러운 것을 싫어한다. 물론 기차 측에선 손님들이 전부 차의 양쪽 끝에 몰려 앉을 것을 우려해 제어실에 가까운 칸에 앉은 승객들에게 서비스를 어느 정도 할인된 가격으로 누리게 해 주었다. 그 제어실 주변의 칸은 졸지에 최고로 인기 있는 쪽이 되어 버렸고, 양쪽 끝 칸은 사람이 많지 않으면 아무도 앉지 않는 장소가 되었다. 실버레이는 고요를 즐겼다.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어젯밤엔 한숨도 자지 못했고, 열차의 덜컹거림이 마치 요람의 그 움직임 같았다. 그는 잠시 졸기로 결정했다.


 


 


 


 


 


 


 


 


 


 


 


-----


 


2화입니다.


 



 


 


부록 : 바움 대륙 간략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