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the gate of the end - 04

2007.04.24 03:24

에세카 조회 수:264 추천:1

extra_vars1 silent tail 
extra_vars2
extra_vars3 125362-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아프다.


  몸을 움직일때마다 불에 지지는 듯 몸이 달아오르고, 쓰라리다. 숨을 들이킬때마다 온몸에 경련이 일어나고 살이 동물에게 씹히듯 아프고 온 몸이 도려내지는 것 같다.


왜..왜...


  궁금하다. 나는, 단순히 눈 앞의 적을 죽일뿐인데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을 주는 거지?-


잠깐.


  그 전에, 적이란게 뭐지? 뭐가 적이고 아군인거지? 혼란스럽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온다. 마치 그 것을 생각조차 하지 말라고 외치듯 머리가 울린다. 앵앵하고 파리가 머릿속에 날라다니는 것 같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소리는 점차 커지고, 그 소리는 어느샌가 세상을 잠식해버렸다.


시끄러워


시끄러워


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시끄러워워시끄시끄시러...


  내 머리석의 파리들도, 내 눈앞의 기계들도, 내가 밟고있는 철판들도, 주위를 가리는 건물들도, 따스롭게 몸을 태우는 햇빛도, 의미없이 파랗게 빛나는 하늘도, 유유하게 지나가는 인공적인 구름도 모든 것이-


부시고싶어, 으깨고싶어, 으스러트려버리고싶어, 짓눌러버리고싶어, 죽이고싶어 모든걸모든걸모든걸모든걸--


  갑자기, 내 몸을 뚫고 길쭉하고 물컹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하나, 둘씩 나온 그 것들은 어느새나 내 몸 어디서든지 뽑아낼 수 있게되었다. 나의 수족과도 같이 움직이는 그 것은 나에게 애교부리듯 소음들을 줄여줬다.


쾌감-


  어느샌가 나는, 그 것들이 무언가를 깨부실때의 느낌을 ‘쾌감’으로 여기게 되었다.


와그작하고 철판을 구겨버린다.


으직하고 살과 뼈가 짓눌려버린다.


  그 때의 감촉이란- 아아아--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붉은 녀석이 나와, 나의 수족들과 같은 것을 괴롭혔다. 평범한 소음인줄만 알았는데, 그 빌어먹을 붉은 녀석은 족제비처럼 깐죽대며 피해버렸다.


개자식- 죽여버리겠어


  달려가서 주먹을 내질렀더니 갑자기 뛰어올라 사라졌다. 그리고, 내 등에 기묘한 감촉이 일어났다.


  어깨서부터 허리까지 갈라진 틈으로 갑자기 빛이 새어들어오고, ‘가슴’이 눈부시다고 소리쳤다. 반사적으로 ‘그 것’들이 튕겨나갔지만, 그 것들은 목표가 갑자기 사라졌다고 돌아와서는 울어댔다.


울지마-울지마-


  난 그렇게 다독이며, 눈을 돌려 뒤의 빌딩에서 메달려있는 붉은 녀석을 바라보았다.


  붉은 녀석은 눈을 마주치자 마자 바로 빌딩을 박차 도망쳤다. 빠르다. 족제비같이 도망치는 그 녀석은 나를 놀리듯 이따금씩 돌아서서는 이상한 것을 쏘아댔다. 그 녀석은 건물들의 사이를 튕겨다니며 큰 건물의 뒤쪽으로 숨었다. 그리고, 반대편으로 튀어나왔다.


  동시에 모든 방향에서 튕겨져나간 나의 것들이 그 것을 꿰뚫었다.


아?


  감촉이 없다. 살점을 짓누르고 뜯어낼때의 따뜻함과, 뼈를 으깰때의 감촉이 없다.


-𐌸𐌴𐍆𐍉𐌻𐍁𐌱𐌿𐍈!!!


  그 때, 이상한 소음과 함께 무언가가 나를 갈랐다.


간지럽지도 않아. 느낌도 없다.


  날 놀리는 거냐 라고 말하고 주먹을 뻗으려고 했는데, 복부의 이상한 느낌과 함께 무언가가 내 ‘가슴’을 휩싸안았다. 붉은 무언가가 대 가슴을 관통했다고 ‘가슴’이 외쳤다. 가슴은 아프다고 연신 울어대며 발악했다. 가슴은, 사라지기 싫다고, 계속해서 울어댔다.


아파아파파아파앞아파앞아팡파앞앞앞아팦아-


  갑자기 온몸을 엄습해오는 고통과함께, 온 몸이 나른해졌다. 쉬고싶어-라고 느낄쯔음, 갑자기 세상이 일그러지며 날 비웃는다. 붉은녀석의 입가가 호선을 그리고, 건물들이 날 내려보며 씨익하고 웃는다.


  그 비릿한 웃음을 보자마자 갑자기 시야가 흔들리며 나는 이상한 쪽으로 튕겨졌다. 그리고, 붉은 빛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안았다. 하지만,


히히히히히히


  비웃는 소리가 귀를 찌른다. 세상이 모두다 날 비웃는 것 같다. 보이지 않아도, 분명 그 것들은 입가를 삐쭉 올린채로 나를 깔보고 있을 것이다.


  싫어, 죽여버릴거야, 모든걸. 나를 비웃는 모든걸.


  나에게, 저것을 부실만한


힘을


  그러자, 사라져가는 나의 머리부분이 반짝이며 답했다.


  무저갱속의 암흑처럼 칙칙하고, 만년설처럼 싸늘하고, 금속처럼 무뚝뚝한 목소리로 그의 몸 전체를 ‘울렸다.’


 ‘좀 더 날뛰어라, 대적자여-’라고.






삐비비비


  경고음이 귀를 찔른다. 블레이드 샤크의 메인 브릿지에 있는 스크린들이 모두 붉은빛을 발하며 콜로니 밖의 상황들을 표시했다.


점,점,점


  수많은 점들이 계속해서 아야크의 주변에 생겨났다.


[질량 생성, 확대중...]


[공간에 균열 생성. 균열의 틈으로 무수한 질량 생성중]


[확장속도 3.13 원자량 32.9403 기정량 1.5 질량 고정.]


[질량 실체화, DB(Data base)와의 대조결과 ‘인드레아(Indrea)'로 판명]


  연속되는 블레이드 샤크의 메인AI의 음성과 함께 어느샌가 아야크의 주변을 빽빽하게 채워버린 점들은 아야크의 격벅을 뚫어버리고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야크의 궤도상에서 떠다니고있던 Arc 6척이 모두 사라졌다.


[인류군 Arc 6척 시그널(signal : 신호) 로스트]


 “크...크하하핫!! 가관이군! 성격이 이리 급할줄이야!”


  E013은 난데없이 광소하며 지껄였다.


 “발티온을 사용한건가? 공간을 부셔버려서 연결시켜버리다니..미친 힘이군. 저정도라면 ‘절대’인건가? 그렇게나 위그드라실이 급한가 보지?”


  그는 계속해서 입을 놀리더니 말을 마치고는 고개를 약간 숙이며 입가에 진한미소를 띄웠다.


 “뭐, 9년이나 기다려줬으니 칭찬할만 하지만... 자, 그럼 이쯤에서 우리를 열어봐줄까.”


  손가락을 슬며시 옮겨 한 버튼을 눌렀다.


[자베(llave)작동. 시퀸스(과정) 1부터 392까지 올 스킵. 대상 좌표에 G압축시작합니다. 1...3....6....9.....10......]


  음성과 함께 아야크의 거주지역 일부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물질이 뒤틀리고, 공간이 뒤틀렸다.


  ‘페이퍼 폴드’에 쓰이던 기계가 한 지점에 주변의 질량들을 모아 압축하여 고속회전시킴에따라서, 그 부분의 G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1....4.....이 이상은 다운버스터(질량붕괴) 현상이...]


 “코드 320-483-12-a 발동.”


  AI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꾸했다.


[리미트(Limit:제한) 해제. 17....2...3..... 공간유지한계치 초과.]


  결국, 일어나 버렸다. 한 콜로니쯤은 가볍게 삼켜버리는 다운 버스터 현상이. 이제 그 부분을 중심으로 공간이 일그러지고 무너질 것이였다.


  쇠가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공간의 일부가 검게 물들기 시작했다. 주변의 공간들이 일그러지고, 그 일대의 건물들이 자그마한 선물상자정도로 압축되며 검게 물든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공간상에 평면으로 존재하던 그 것은 입체화가 되며 하나의 구를 형성했고, 그 것이 크기를 더해갈수록 주변의 물질들은 모두 분해되거나, 압축되거나, 크게 팽창했다.


 “야수, 초래-인건가? 자, 시작해보자고”


  E013은 눈을 번뜩이며 그 구체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