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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염원」The Dream Chasers

2007.04.21 03:04

Mr. J 조회 수:261 추천:7

extra_vars1 웨인 실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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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벽난로 안에서 타오르는 불이 일렁이며 고풍스러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고급 목재 바닥 위엔 정성스럽게 하얀색과 노란색으로 수 놓인 붉은색 카펫이 깔려 있었고, 그 위엔 먼지 한 톨 없이 잘 닦인 작은 마호가니 탁자와 의자가 있었다. 침대머리가 고급스럽게 조각된 침대는 가지런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적갈색으로 칠해진 벽에는 여러 유화 그림들, 벽난로 위에는 박제된 커다란 순록의 머리가 걸려 있었다. 그 귀족적인 방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벽에 걸린 엽총이었다. 손질을 열심히 했는지 표면이 번들거리면서도 지내온 오랜 세월을 숨길 수 없는 듯, 사용된 금속의 색이 변해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총은, 매우 특이한 분위기를 풍기었다. 마치 영적인 존재처럼.


그리고 그 총 앞에 역시나 특이한 분위기를 가진 남자가 서 있었다. 남자의 얼굴은 깔끔하게 면도되어 있었으며, 깎아지른 듯한 코 위엔 안경이 걸쳐져 있었다. 그의 암갈색 머리는 옆으로 단정하게 빗어져 있었다. 그런 외모가 남자를 마치 유식한 학자 같아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의 눈 학자스러운 외모를 부정하듯이 존재하던 은 매우 날카로워서, 마치 매나 범 같은 짐승의 그것 같기도 했다. 엽총에 고정된 그의 눈동자가 난롯가의 불빛에 번쩍였다. 남자는 곧 외출할 심산이었는지 검정색 외출복을 단정하게 갖추어 입고 있었다.


남자는 엽총을 보며 그가 잘 알고 있는 사람에 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를 길러준 조부. 엽총은 조부의 것이었다. 그가 어릴 때 조부는 항상 난롯가 앞의 안락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그의 젊을 적 이야기를 읊곤 했다. 듣기론 젊었을 땐 그 엽총을 가지고 한 무리의 늑대쯤은 쉽게 쏘아 쓰러트렸었다고 하는데, 조부가 총을 쏘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으니 알 수가 없다. 그는 언제나 엽총을 무릎 위에 올려놓곤, 의자에 몸을 싣고 고개는 뒤로 젖힌 채, 그가 지나쳐온 수많은 전장과, 적들과, 여자 이야기를 하곤 했다.


 


어느 날 조부가 술집에서 거나하게 마시곤 돌아와 그의 손자에게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 세상의 마지막 금광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때 갓 스무 살이 되었던 남자에겐 그저 술주정으로 들렸었는데, 그것은 이미 네온제국에 의해 세상의 모든 광석들이 전부 고갈되어 버렸다고 알려진 지 오래였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귀금속중의 귀금속인 황금! 전도율이 높아 제국의 각종 기기에 사용되기 위해 세계 곳곳에서 파헤쳐져 버렸고, 이젠 손톱만큼도 남아있질 않은 황금이다. 그런데 조부는 네온제국이 손도 대지 못한 금광이 있다고 버럭버럭 우겨대는 것이다. 그러나 그날 이후로 조부는 일체 마지막 금광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남자는 그것에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노인의 때가 찾아왔다. 조부는 아흔 아홉 살이었다. 안락의자 위에서 그의 엽총을 꼭 쥐곤, 그대로 떠나 버린 것이다. 그는 매우 편안해 보였다. 남자는 그의 조부를 조용히 묻으려 했으나, 어떻게 알았는지 마을의 사람들이 그의 오두막을 찾아왔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거대한 배와, 거대한 비행기가 차례로 도착해 회관 스크린에서나 볼 수 있었던 네온제국과 알렉산드리아의 정치인 따위의 유명인사들이 줄줄이 도착한 것이다. 조부와 남자의 오두막이 그들이 상상했던 것보다 초라했는지, 그들은 남자에게 짧은 유감의 말들만을 남기곤 사라져버렸다. 그런데 그 중에 프레이저라는 이름의 의원이 있었는데, 그는 남자에게 끈질기게 달라붙으며 조부의 유산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조부가 하나뿐인 손자였던 남자에게 남겨 준 것은 낡고 초라한 오두막과 가구 몇 가지, 그리고 그의 낡은 엽총 한 자루뿐이었다. 집안을 샅샅이 뒤지고선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는 떠났다.


 


홀로 남겨진 남자는 이후 생계를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하였고, 운이 따랐는지 일이 잘 풀리며 어느 정도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 어느 날, 남자는 난로에 쌓인 재를 치우다가 벽난로 안쪽에 끼워진 작은 노트를 발견하였다. 종이가 누렇게 변할 정도로 오래된 그 노트를 펼쳐 읽어보던 남자는 불현듯 조부가 옛날에 하였던 말들이 전부 진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말이다. 그리고 왜 프레이저 의원이 그토록 조부의 유산에 집착했는지도 말이다.


조부는 헛소리를 하던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단지 꿈을 꾸고 있었을 뿐이다. 그는 고목 같은 존재였을 뿐이다. 이미 뿌리가 땅 속에 깊숙이 박혀 아무리 가지를 뻗어도 꿈에 다다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는 꿈을 꾸고 있었을 뿐이었다.



 


 


군용 지프 하나가 덜컹거리며 메마른 땅 위를 달리고 있었다. 해가 막 떨어져 어두워 지기 시작하는 지평선을 달리는 차 안엔, 세 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 남루한 차림의 운전수, 조수석에 탄 양복의 남자, 뒷좌석에서 뭔가를 바쁘게 조립하고 있는 군복차림의 남자. 구레나룻이 하얗게 샌 양복의 남자는, 뭔가 불안한 듯 연신 뒷좌석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군인인 듯한 남자를 보았다.


 


그게 뭔가?


저격 라이플 입죠, 의원님.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막 조립을 끝마친 군인이 대답했다. 조수석의 남자는 바로 프레이저 의원이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이 린콜 지방의 군수 자리를 지내오고 있었다.


 


제 아무리 총질을 잘해도 이건 못 당해낼걸요?


녹색 군모를 아무렇게나 구겨 쓴 그가 말하며 총을 장전하였다. 철컥! 날카로운 금속음이 고막을 울렸다.


프레이저 의원은 그런 모습을 보며 마음이 조금은 놓이는지 다시 돌아 앉았다.


달이 뜨고 어둠이 땅을 덮기 시작했을 때, 지프는 어떤 언덕의 아래에 도착하였다. 의원의 다급한 손짓에 운전수가 시동을 얼른 껐다. 프레이저는 연신 불안하게 움직이며 조수석에서 일어나 언덕 위를 잠시 살펴보곤, 뒷좌석의 군인에게 손짓을 하여 지프에서 내렸다.


 


녀석을 바로 죽이면 안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뒤 녀석을 협박한다.


의원이 소근거렸다. 스포츠 스타일로 머리를 짧게 깎은 군인은 조금은 불만족스러운지 눈썹을 치켜 올렸지만 의원을 따르기로 한 듯, 군모를 고쳐 쓰곤 그를 따라 자세를 낮추고 언덕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언덕의 중간쯤에 다다랐을 때, 프레이저는 멈추었다. 군인에게 손짓을 하여 대기시키며, 그는 자세를 펴고 일어섰다.


 


웨인 실버레이(Wayne Silberay)! 마지막 경고다! 장군의 유산을 넘긴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겠다!


그가 언덕 위의 작은 오두막에 대고 외쳤다. 그러나 대답은 곧바로 오지 않았다. 난롯가에서 타오르는 불빛인지 오두막의 창문에서 옅은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정적. 그는 집에 없는 것인가?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프레이저는 다시 외쳤다.


 


다시 한번 말한다! 유산을 넘기면 목숨만을 살려주겠다! 셋을 세마!


물론 실버레이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된다면 몇 년 전에도 찾을 수 없었던 그것을 찾긴 힘들 것이었다. 분명 실버레이가 그것을 찾아냈다는 낌새는 확실하게 느꼈지만 그가 다시 그걸 어디에 꽁꽁 숨겨두었는지는 꿈에도 모를 일이었다. 그를 죽이면 영영 그것을 찾지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서 프레이저 의원에게 있어선 협박이 잘 통해서 실버레이가 그것을 가지고 나와 바치는 것이었다.


 


하나!


의원이 외쳤다.


 


!


어느새 완전한 밤이 되어있었다. 그러나 하늘엔 보름달이 떠서 언덕 위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백야는 매우 조용했다. 풀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으며, 그저 시린 밤바람이 잔디 위를 스쳐 지나가는 소리만이 간간히 들려왔다.


 


!


오두막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앞에 서 있는 것은, 엽총을 들고 있는 웨인 실버레이였다. 그의 눈동자들이 쏟아지는 달빛에 더욱 하얗게, 더욱 차갑게, 더욱 잔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석고상 같았다.


 


쏠 생각인가!


그때까지 자세를 낮추고 있던 군인이 벌떡 일어나며 저격 라이플을 겨누었다. 철컥! 그가 총을 장전하였다. 금속음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실버레이가 몸을 틀며 재빠른 동작으로 엽총을 들어 쏘았다. 굉음이 울려 퍼졌고, 총구를 떠난 총알은 저격 라이플을 지탱하고 있던 군인의 왼손으로 날아들어 손가락 네 개를 날려버렸다.


군인은 고통에 찬 신음 소리를 내지르며 라이플을 떨어트렸다. 그는 왼손을 움켜쥐곤, 황급히 지프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실버레이는 라이플의 요란한 장전소리를 듣고 어둠 속에서 저격수의 위치를 재빠르게 파악한 것이었다. 물론 보름달의 밝은 빛도 도움이 되었지만.


 


이봐!


프레이저가 외쳤지만 군인은 겁에 질려 있었다. 프레이저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바닥에 떨어져 있던 저격 라이플을 흘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상대는 어둠 속에서 손가락만 골라 쏠 정도의 명사수였고, 자신은 총을 다룰지도 모르니 승산 따윈 없었다. 그는 생각을 고쳐먹곤 군인을 따라 재빨리 언덕을 달려 내려갔다.


지프의 덜컹거리는 소리가 멀어지고 나서, 남자는 다시 오두막에 들어가 가죽 가방을 하나 들고 나왔다. 그는 가방을 한쪽에 매고, 조부의 엽총을 들었다. 넘치도록 장작을 집어넣은 난롯가에서 불이 바닥에 옮겨 붙기 시작했고, 불은 시뻘건 혀를 날름거리며 집을 삼키기 시작했다. 남자는 언덕을 따라 걸어 내려왔다. 그의 뒤로 시커먼 연기를 내뿜으며 타오르는 오두막이 보였다. 불빛과 달빛이 섞이며 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그는 그의 조부처럼 꿈을 꾸지 않을 것이다. 그는 꿈을 쫓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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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삽화 기다리다 지쳐서 그냥 올립니다.


가볍게 썼으므로 전에 올리던 것들보다 못하다는 말씀을 하셔도 대꾸할 말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