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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The Gate of the End - 01

2007.04.14 07:05

에세카 조회 수:296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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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E 116년 11월 8일 14시 54분 ‘슬레이트(Slate)' - 트피렌




9월 29일, ‘플레임 스트라이크’라는 작전은 실패라는 결과를 나타내었다.


  무려 60기의 S .F대와 신형Arc의 연락반응 소실이라는 결과를 나타낸 그 작전에서 돌아온 것은 단 한명의 러너였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한 상처를 갖고 돌아온 ‘앙그랏슈 슈페르켄’중위는 어떻게 돌아왔는지, 어째서 실패했는지, 왜 사라진 것인 지등의 수많은 질문만을 남긴 채 세포촉진배양액속으로 들어갔다.


  인류의 연구원들은 앙그랏슈의 뇌에 저장도니 기억을 영상으로 추출해내는데 성공했음에도, 실패의 원인은 밝혀낼 수 없었다.


 “―라는게 벌써 2개월 전의 이야기지?”


  보랏빛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소녀가 오렌지 쥬스를 조금 들이키며 말했다. 소녀는 자신의 앞에서 앉아 말없이 체리 쥬스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이는 소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앙그랏슈 중위, 아니 소령이라고 해야 하려나? 아무튼 그가 열쇠를 쥐고 있는데 말이야…흐응-”


  세리아 나인체스트는 멋대로 앙그랏슈의 계급을 2계급특진시켜버리며 괜스레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60기나 되는 프레임들이 증발이라…….”


  소년이 턱을 괴며 말했다.


  “데이터 상으론, 그레네이드가 폭발한 이후에 무언가가 나타남과 동시에 영상이 끊겼다고 하는데…….”


그게 뭘까?


  뒷말은 슬쩍 흘리면서 소년, 아스크레미온 트리뷰테이스는 두 눈을 반짝였다. 흑요석처럼 반짝이는 그 눈을 보며 소녀-세리아 나인체스트는 후훗 하고 작게 웃었다.


 “어허, 거기 두 분 무슨 이야길 그리 즐겁게 하시나?”


  카페테리아의 입구부근에서 들려오는 굵직한 목소리와 함께 큼지막한 손이 아스크레미온, 아크의 머리위로 떨어지며 그의 머리를 우악스럽게 쓰다듬었다.


  아크는 우왓하고 놀라며 그 손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떡 벌어진 어깨와 2m 10은 될법한 거대한 키와 몸집. 그리고 좋은 인상을 가진 그 남자는 흰 이를 번뜩-반짝 이라고 하기엔 너무 밝았다-이며 웃었다.


 “르베른!”


 “하핫! 알았다 알았어. 그냥 쓰다듬어주고 싶어서말이지.”


 “괴롭히고 싶던 게 아니라?”


  아크는 조금 남은 체리 쥬스를마저 마시며 르베른의 말을 받아쳤다 . 그 행동에 르베른은 호탕하게 웃으며 빈 의자에 걸터앉아 히죽 웃으며 그 둘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리베른은 방금 전의 웃음과 행동이 환상이라는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표정을 차갑게 식히며 말했다.


 “집합 명령이다. 브로큰(Broken)과 페더(Feather)"


  






“다 모였나?”


  비홀더라는 코드네임에 팀의 리더인 E013이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유일하게 발광(發光)하는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소년, 소녀, 청년 등의 다채로운 구성의 다섯 명을 확인한 E013은 손을 움직여 테이블의 끝부분을 살짝 건드렸다.


  E013이 건드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테이블의 윗면에서 홀로그램이 떠오르며 3D형식의 맵이 떠올랐다. 광활한 우주를 작게 담은 듯 한 맵. E013은 그 중에서 행성 19개 정도가 모여 있는 성좌의 한 행성을 짚었다.


「Le-38 Eyark」


  행성의 네임과 코드명이 그 위에 주각과 함께 머리말처럼 떠올랐다.


“요번 의뢰는 모두들 알듯, 실패한 계획인 플레임 스트라이크의 마지막 수신지점, 그 곳을 탐색하는 것이다.”


“에엣-?!”


  앞서 나타났던 3D형식의 맵과 같이 준비라도 된 것만 같은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대원들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E013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시선에도 그는 표정변화 없이 약간 고개를 끄덕이곤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그 수신점으로 이동, 탐색, 채취를 끝으로 귀환하는 쉬운 미션인데 불만이 있는가?”


끄덕


  말없이 행동으로 대답하는 대원들.


  계급이란 개념이 없이 평등한 팀인 만큼, 그들은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E013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신이 준비해온 자료를 이용, 긴 브리핑을 시작했다.










- ? ? ? ? ?




콰앙-


  폭염이 치솟았다. 폭음이 주위를 흔들었다. 대지가 진동하고, 대기가 울부짖었다.


 광기.


  이 한마디로도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광기. 인간의 성질을 뒤틀어버린듯한 그 광기의 소유자는 괴물들의 더미속안에서 춤을 추듯 몸을 흔들었다.


  손짓한번에, 발짓한번에 낙엽처럼 떨어지고 두부처럼 으깨지는 괴수들. 저 정도라면, 괴수는 인드레아가 아닌 그중심의 소유자였다. 칠흑과 홍염이 뒤섞인 듯 한 컬러의 그 용은 무자비하게, 감정 없이 인드레아를 학살했다.


  사각이란 없었다.


  뒤에 있더라도, 측면에 있더라도 검은 용은 그 것을 죽였다. 어디에 있는 지는 이미 소용이 없는 개념이었다. ‘존재’한다는 것이 주요개념일뿐. 존재의 위치는 필요치 않았다.


  날렵한 살쾡이처럼 움직이던 그 검은 용은 갑자기 하늘을 향해 울부짖듯 고개를 올렸다.


  그리고 그 순간, 세계는 핏빛으로 물들었다.










- E. E 116년 11월 9일 23시 42분 ‘슬레이트’-트피렌




보글…….


  방울소리와 함께 배양액 안에서 기포가 올라왔다.


  연구원들이 모두 돌아간 야심한 시각의 연구실. 배양액의 초록빛만이 어두운 연구실을 밝히는 가운데, 또각하는 구두소리와 함께 연구실에 인기척이 일어났다. 짙은 어둠을 겉옷삼아 걸어 다니는 그 인영(人影)은 배양액이 담긴 캡슐(Capsule)의 곁으로 다가갔다.


  신기하게도, 그 인영은 조심성이란 것을 갖추지 않은 채 마구잡이식으로 움직임에도 연구실에 쳐져있는 레이더는 일체 작동하지 않았다. 마치, 그 인영이 존재하지 않는 듯.


  그 인영에서 이어진 ‘손’으로 보이는 그림자가 캡슐의 겉면에 닿았다. 희고 얇으며 긴 손가락. 단편적이지만, 그 인영이 ‘그녀’라는 것을 그것은 알게 해주었다. 그녀는 배양액에 빠질 것같이 얼굴을 가까이 대며 앙그랏슈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짧은 보브컷팅에 어딘가 발랄함이 숨어있는 요염하고 귀여운 얼굴이 캡슐의 유리면에 비춰졌다. 그녀는 작게 소음을 내며 다른 손으로 캡슐의 해체버튼을 살짝 건드렸다.


터벅


  그 때, 갑자기 울려 퍼진 발소리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다시금 어둠이라는 겉옷을 입었다. 그녀가 겉옷을 입은 지 몇초지나지 않아, 연구실에 불이 들어와 환하게 주변을 비추었다. 하지만 어느 곳에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입구와 출구는 한 개임에도 그녀는 사라진 것이었다.


  발소리의 주인, E013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연구실내의 CCTV에 저장된 화상을 보았다. 그리곤, 캡슐의 주변에 있었‘던’그녀를 보며 작게,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게 입으로 중얼거림과 동시에 진한 미소를 드리웠다.










-E. E 116년 11월 10일 11시 48분 ‘슬레이트’ -트피렌




 “하암-”


  아크의 노곤한 하품이 울려 퍼졌다. 아크는 훈장, 계급장 따위는 보이지 않는 회색빛의 군복을 입고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모임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지도 않는 레반츄와 페르미온에 대해 짜증을 냈다.


 “그 남매는 왜 안오는거야? 맨날 지각하고 맨날 화내고…….”


 “히스테리컬하지? 레반츄라는 여자말이야.”


 “맞아 맞아! 빨리 결혼이나 할 것이지…….”


  아크는 뒤에서부터 들려온 ‘누군가’의 말에 반사적으로 긍정을 표하다가 순간적으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며 테옆이 풀려가는 인형처럼 끊어지는 동작으로 느릿하게 뒤를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만개한 꽃처럼 화사하게 미소를 짓고 있는 미모의 여성이 푸른 머리의 소년과 함께 서있었다.


  코드명 ‘라이트닝’과 ‘볼트’로 불리는 레반츄와 페르미온.


 “누…누나 왔어? 아하하핫…….”


  아크는 멋쩍게 웃으며 그 남매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싸늘한 미소와 함께한 아찔한 충격이었다.


  정신을 놓쳐버릴 정도로.








  아크가 정신을 차린 것은 약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왜소한 몸집에서 어떻게 그런 파워가 생긴 지는 의문이었지만, 확실한 것은 아크의 볼엔 쉽게 사라지지 않을 멍이 생긴 것이었다.


 “크으…아프잖아…….”


  아크는 얼얼한 볼을 쓰다듬으며 주변을 훑었다. 자신의 집과 같이 익숙한 공간.


 “누가 옮겨준건가?”


  R. O. L소속 특수부대 사일런트 테일(Silent Tail)의 벌츄즈(Virtues)급 Arc. ‘블레이드 샤크(Blade shark)’


  등지느러미가 짧은 변종상어를 생각나게 하는 검정 일색의 Arc. 지금, 그 Arc는 예의 E013의 브리핑-악몽같이 길었던-대로 르메스 성좌의 이야크르 향해 헤엄치고 있었다.


  아크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메디컬 룸에서 걸어 나와 브릿지를 향했다. 슬레이트 소속 콜로니에 사둔 집보다 더 오래 있던 Arc이었기에 그는 익숙하게 길을 찾아 브릿지의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 느긋하게 ANS(Automatic Navigation of Ship)모드를 해 둔 채 꾸벅꾸벅 졸고 있던 세리아가 졸린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암…일어났어?”


  앞뒤 상황 없이 들으면 아침에나 주고받을 대화. 아크는 짧게 고개를 끄덕이곤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자기 방에 있을 걸? 아광속항해라곤 해도 하루나 걸리는걸”


  세리아는 아크의 무언의 질문에 그렇게 대답하곤 다시금 졸기 시작했다. 아크는 그녈 보며 ‘참 편한 육체구나’라고 중얼거리곤 브릿지를 나와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목에 몇몇 무인 로봇들이 움직였지만 아크는 그것들을 익숙한 메이드취급하며 대수롭지 않게 걸어갔다.


피잇


  모션센서(Motion sensor)에 의해 문이 자동으로 열리며 어두웠던 방에 불이 들어왔다. 아크는 익숙한 움직임으로 침대에 걸터앉으며 침대의 아랫부분에서 낡은 책 한권을 꺼냈다.


  전자책도 아닌, 아날로그식 종이 책.


  아크는 그 것이 보물인양 소중하게 다루며 책장을 넘겼다. 딱 보기에도 많이 읽은 티가 나는 그 책을 아크는 차분하게, 꼼꼼히, 자세하게 읽었다.


  수십 번을 읽은 티가 남에도, 그는 그 책을 보며 즐기고, 슬퍼하고, 웃고, 분노하며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보였다. 뭐랄까, 소설내의 주인공이 남이 아닌 것 같다랄까? 그는 책 안의 주인공과 합일된 느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그렇게 거의 다 읽어갔을때…….


  책의 위로 자그마한 윈도우가 떠오르며 무뚝뚝한 얼굴의 E013이 떠올랐다


-브릿지로 집합.


  그는 짧은 한마디와 함께 통신을 끊었다. 지극히 일방적인 통신. 아크는 그런 E013의 태도에 익숙해하며 책을 다시 넣고는 브릿지를 향해 나섰다.


  전에 걸어왔던 익숙한 길을 돌아서 그가 도착한 브릿지에는 다른 대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척 보기에도 심각한 기운이 맴도는 브릿지안. 그런 고요한 침묵 속에서 E013이 입을 열었다.


 “오늘, 11시 58분경 트피렌이 공습 당했다. ‘갑자기’나타난 인드레아 서른 마리로 인하여, 트피렌은 엄청난 타격을 입었지. 수많은 인원이 죽었고, 다쳤다.”


  급작스럽다-랄까.


  조금 성급하고, 어딘가 허술한 소설을 전해 듣는 느낌이었다.


  조용하게 르메스 성좌 안에서 있던 야수들이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오다니? 너무나도 급작스럽다. 이해할 수 없다.


 “아니, 다치고 있지. 아직까지도 트피렌은 공격당하고 있다. 무한히 샘솟는 인드레아들로 인해. 너무나도 급작스러운 상황에다가 어찌된 영문인지 통신기기가 일시적으로 마비가 돼서 통신이 늦었다고 한다. 고로, 지금부터 항해로를 변경한다. 목표지점은 트피렌. 엔진출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이동한다.”


  E013은 무표정한 표정으로 말했다


 “목표는 말살(抹殺)이다.”














-E. E 116년 11월 10일 14시 21분 ‘슬레이트’- 트피렌




 실탄이 난무한다. 색색의 빛줄기들이 그림을 그린다. 진득한 물감이 퍼진다.


 아비규환.


 비명이 난무하고 불길이 치솟으며 빨강과 초록의 물감이 바닥에 번진다.


  기계로 이루어진 갑주. 회백색의 컬러에 둥그스름한 숄더가드, 둥그스름한 장갑, 둥그스름한 두형. 마치 인간을 그대로 확대만 한 듯한 S .F, 먼쉬(Mensch)들이 인드레아들을 막고는 있었지만, 역부족 이였다.


-제길!! 지원군은 언제오는거냐!!
-각 콜로니에서 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그 시간동안 전멸당할텐데 제기랄!!!
  트피렌의 수비대원들은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눈앞의 적들과 싸웠다. 평범한 인드레아와는 다르다. 확연히 다르다. 곤충들로 이루어진 몸체는 맞지만, 무언가가. 중요한 무언가가 다르다.


  전의 인드레아들이 무기로 삼았던 것이 낫같이 날카로운 손톱과 무쇠도 으깨버리는 단단한 이빨 이였다면 지금 이 인드레아들은 ‘촉수’라는 원거리 무기가 생겼다. 입에서 혀처럼 튕겨 나오는 그 촉수는 분명 고깃덩어리 임에도, 평범한 철따위는 가볍게 우그러트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전과는 달리 생긴 그 무기 때문에 몇 명의 대원이 죽어나갔던가?


-대장! 전방에 인드레아 셋! 좌에 둘! 우에 다섯!


-제-길!


  암울하다.


  평화로웠던 게 오늘 아침의 이야기였는데. 갑자기 12시를 기점으로 이렇게 지옥이 되었다.


  트피렌 수비대장인 로볼쵸는 이를 갈며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후방에 무너지고 있지만 충분한 방패역할을 하는 건물이있으니 그나마 안심이다. 라고 생각하며 그는 양 손에 E .S를 구현, 동시에 땅을 박차며 다섯 마리의 인드레아들이 다가오고 있는 우측으로 뛰었다.


  지그재그형식으로 뛰어다니며 빠르게 접근한 로볼쵸는 푸르스름하게 구형화된 검날로 선두의 인드레아를 베었다.


  ‘베었다’는 감촉이 갑주를 통해, 센서를 통해, 감각을 통해 전해지자마자 바로 다른 인드레아에게로 점프를 하며 내려 그었다. 그리고 좌로 짧게 뛰며 가로로 베었고 그 베기를 그대로 옆의 인드레아까지 이어갔다.


  순식간에 세 마리를 베어버린 로볼쵸는 다른 먹잇감을 찾아 뛰어올랐다. 그러자, 그와 동시에 로볼쵸가 방금까지 있던 자리의 돌들이 부서지며 비산했다. 조금이라도 로볼쵸의 행동이 늦었으면 부서진 건 돌이 아니라 로볼쵸의 먼쉬였으리라.


  로볼쵸는 촉수의 단점과 인드레아의 지능을 철저하게 이용했다. 그가 본 결과, 촉수는 입에서 가공할 속도로 나와, 가공할 파괴력을 가지는 무기임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잔탄은 한발. 게다가 회수까지의 딜레이도 길었다. 또, 인드레아는 지능이 그다지 발달하지 못했는지 ‘예측’이라는 개념이 서있질 않았다. 그 것들은 인간과 달리 ‘현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로, 로볼쵸는 대담하고 과감하게 움직였다.


공격을 최대한 아슬아슬하게 피하여, 딜레이동안에 적을 베어버린다!


촤아악!!
  호쾌한 공중 베기와 함께 인드레아가 양단되었다.


남은 인드레아는, 한 마리!


  로볼쵸는 E. S의 손잡이를 놓으며 상체를 회전시킴과 동시에 왼손의 역수로 손잡이를 잡으며 인드레아의 몸체에서 검을 빼냈다. 그리곤 E. S를 분해시키며 LRC-102를 구축, 남은 한 마리를 향해 쏘았다.


  맑은 소리와 함께 쏘여진 노란줄기는 그대로 인드레아를 관통했다.


  동시에, 로볼쵸의 시선이 붉어졌다.


쾅!


  소리와 함께 으직하고 장갑이 구겨졌다. 생각할 겨를도 주지않은채, 또다시 아찔한 충격이 등을 강타했다. 그 다음엔 오른팔, 그 다음엔 왼 다리.


  순식간에 다섯 군대가 으깨졌다.


  장갑이 구겨진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그 안의 로볼쵸의 육체도 으깨졌다.


방심?


  아니, 그 것은 아니었다. 로볼쵸는 탁월했다. 전투능력은 흠잡을 데 없었다. 인드레아의 중요부위만을 갈라 최소의 힘으로 최대의 효과를 끌어올렸다. 다만, 요번 인드레아들이 조금 다르단 것을 잊었을 뿐이었다.


  부글부글하며 거품이 상처부위에서 일어나며 ‘완전재생’을 하는 인드레아들. 머리를 꿰뚫렸으면 머리를. 핵이 꿰뚫렸으면 핵을 재생하며 일어나는 인드레아.


  언데드(Undead)?


  좀비처럼 일어나는 모습을 보며 로볼쵸는 허탈감과 공허함, 괴리감과 혼란. 그리고 두려움을 느꼈다. 그리고 자신의 눈앞으로 쏘여져오는 분홍빛의 탄환을 보며 살며시 눈을 감았다.






  갑작스러운 부활하는 인드레아에 당한 것은 비단 로볼쵸만이 아니었다.


  세 마리를 죽이면 세 마리가. 네 마리를 죽이면 네 마리가 부활했다.


  죽인만큼 동등하게 부활하는 인드레아. 하지만 그 것은 완전부활이 아닌지, 부활상태에서 죽이면 그때에는 확실하게 죽었다. 그렇지만, ‘1회 부활’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공포였다. 아군은 단 한 대만 맞아도 거의 죽어 가는데 누구는 가공할만한 재생에 1회 부활이라니? 너무나도 불리할 싸움이었다.


  인드레아의 촉수는 가공할만한 파괴력으로 트피렌의 수비대원들을 옥죄여왔다. 인드레아와 수비대원사이에 뭐가있던간에, 촉수는 모든 것을 파괴하며 수비대원을 가격했다. 아무리 장애물에 의해 파괴력이 약해져도 그 것은 존재자체만으로도 흉기였다.


  다리가 가격당하면 다리는 떨어져나가고, 몸이 맞으면 으깨지고, 머리가 맞으면 수박처럼 깨졌다.


-제기라-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욕과, 사살밖에 없었다.


  이미 민간인들은 전부 죽었을지 모른다. 아니, 죽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남은 대원들은 생각했다. 그들은 포위망을 짜서 점점 조여들어오는 인드레아들을 보며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는 거대한 건물이있었다.


  앞에는 인드레아, 뒤에는 건물.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민간인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를 증명하듯, AI는 미약하지만 생체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라고 알려주었다.


  그들은 자신의 생명과 임무의 가치사이에서 갈등을 하며, 살기 위하여 인지, 민간인을 지키기 위하여 인지, 둘 다를 위해서인지모를 방어 태세를 취했다.


끼이이!!
  그리고 그 때, 강렬한 빛이 콜로니 외벽을 뚫으며 인드레아들을 가격했다.


재생?
부활?


  그런 것은 없었다. 강렬한 붉은 빛은 휩싸인 모든 것을 분해했다.


  광범위초극미세진동파장(廣範圍超極微細振動波長)


  Arc에서부터 발생한 마이크로파는 인드레아의 세포를 진동시키고, 혈액을 들끓게 하고 육체를 무너트렸다. 갑각이 부풀어 오르고, 갑각의 사이에서 증기가 일어났고 살갗에 무수히 많은 기포가 일어났다.


  이어서 몸이 팽창하며,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인드레아들에게 노란색의 화살이 꽂혔다.


  빠르고, 정확하게 쏘여지는 노란색의 빛줄기들은 인드레아의 핵이나 머리를 꿰뚫었고, 꿰뚫린 인드레아들은 풍선이 바늘에 찔린 것처럼 터졌다. 불길이 치솟아 붉게 변한 땅으로 끓어오를 대로 오른 체액이 흩뿌려졌다.


  연이어서 쏘여지는 빛줄기들은 인드레아의 시선을 수비대원에서 빛줄기의 근원으로 이동시켰고, 그 근원에서 두 개의 12mm LRC-202 R-Type을 들고 쏘던 한 S. F가 인드레아의 붉은 눈에 포착되었다.


  호리호리하며, 굴곡이 없이 완만하고 이동에 불편함이 없게 숄더가드(Shoulder Guard), 그리브(Grave), 건틀릿(Gauntlet), 브레스트플레이트(Breastplate)만이 민무늬로 장착되어 있었고, 그 외의 부분에는 흑빛의 그물망 비슷한 것들이 덮여있었다. 그물망의 밑으로 노란빛의 F. W가 선을 그리고 있었고, 약간 마름모꼴의 머리의 두 눈이 번뜩임이 인상적인 SMRX-72a 'Bolt'였다.


  볼트는 불타는 높은 빌딩의 위에서 속사위주로 개조된 레이저 라이플로 마이크로웨이브에 휩싸인 인드레아들을 하나씩 제거했다. 말이 하나씩이지, 그 엄청난 연사속도는 초당 네 마리의 인드레아를 꿰뚫었다.


  하지만 그 활약도 여기까지.


  인드레아들의 불길한 눈에 포착된 볼트를 향해 수십의 촉수가 쏘여져나갔다. 마치 하나처럼 쏘여져 나가는 촉수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녔음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것들은-


터엉-


  애꿎은 허공을 강타했다.


  3m정도의 대형 S. F가 슬며시 볼트의 앞으로 나왔다.


  거대한 장벽을 연상시키는 크기와 몸집. 앞에 나왔던 볼트와는 달리 온몸에 장갑이 틈새 없이 달려있었고, 관절부는 체인형식으로 막혀있었다. 하나의 굳건한 장벽. 무형의 장벽의 정체는 SMRX-74 'Wall'의 이지스(AEGIS)장비의 힘이었다. 라고 불리는 대물리력방비장비(Physical Power Provision Pac)겸, anti-Beam Energy Effective Light……. BEEL의 효과도 지닌 강력한 필드가 볼트와 월을 감싸 촉수를 막아낸 것이었다.


피잇-


  무언가가 절단되는 소리와 함께 연초록빛의 궤적이 촉수들의 중간부분을 훑었다. 이어서, 그 궤적은 인드레아의 진형 속으로 들어가 그 들의 사이사이를 빠른 속도로 이동했다. 그 궤적이 지나 간곳은 자잘한 상처가 함께했고, 마이크로웨이브에 약해질 대로 약해진 인드레아들은 그 상처만으로도 펑하고 터져버렸다.


  실로 번개 같은 움직임. 인드레아들의 사이를 기괴한 각도로 움직이던 그 것은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뒤로 뛰쳐올랐다.


-으랴아아앗!!


  SMRX-72b가 뛰쳐오르기 무섭게 그려지는 거대한 호(皜).


  붉은 빛의 반월은 인드레아의 진영을 양단했다.


  S. F의 구동계열이나 엔진계열에 무지한자가 보기에도 무리한 압박을 줄 것만 같은 거대한 대도(大刀)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찍으며 크기만큼이나 강력한 충격파를 일으켰다.
  3m나 되는 특제 오르크늄 코팅 이펙터(O'rcnium coating effector)에서 솟아오른 붉은 코팅블레이드는 내리꽂힘과 동시에 유리조각처럼 깨져버리며 주변으로 파편을 튀겼다. 루비 같은 그 조각들은 날카롭게 인드레아들을 관통했다.


  트피렌의 수비대원들은 소설같이 일어난 이 이변에 넋을 놓고 바라만 보았다.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괴S. F들은 그들이 쩔쩔매었던 인드레아들을 단숨에 정리했다. 부활? 그런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마이크로웨이브로 인해 이미 괴사당한 세포들은 재생할 기력도 없이 그대로 죽었다.


-아아, 뭐야 난 할 일이 없잖아?


  갑자기 들려온 나른한 소녀의 목소리에 수비대원들은 화들짝 놀라며 공격태새를 취했다.


  기척도 없이, 재밍(Jamming)현상이 일어나지도 않았음에도 레이더에 반응도 일으키지 않고 지척으로 접근하다니?


  흑빛의 컬러. 볼트보다 더 얇지만 굴곡이 있고 잘 벼른 단도를 형상화 한 듯한 그 S. F는 마치 동양의 닌자를 연상케 하는 움직임으로 수비대원들에게 다가왔다.


-아앗? 저는 적이 아니라구요.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통신회선을 타고 전달되었다. 20살도 안된 소녀의 앳된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베시시 웃었다.


-이제부턴, 저희 사일런트 테일에게 맞겨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