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사랑해 알 리사

2007.04.09 11:17

초요 조회 수:282 추천:2

extra_vars1 단편 
extra_vars2 212-9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nesus, level 9. target all kind-


"막을 수 없습니다! 외부 회선을 통해 동력을 끊어버려도, 자체적으로 몇 초 만에 회복해버립니다!"


"이 전함의 시스템 체제에 접근하려다, 수 십명의 도커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



이미 사태는 종잡을 수 없게끔 심각해져있다. 이미 내가 어찌 할 수 있는 상황을 넘었다. 이미 사상자가 몇 만에 이를지 모른다.


지금은 저 검붉게 빛나는 괴물의 이마에 입맞춤을 하며 살려달라고 비는 수밖에 없다. 한사람이라도 더 구하고 싶다고 생각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방금 전에만 수천발로 추정되는 유도미사일이 발사되어 몇 초 후 대지에 착탄 될 준비를 기다리고 있다. 아비규환이 꽤 먼 이곳까지 들려온다.


  전함에선 괴상한 외침이 담긴 메시지와 선원들의 비명소리.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특이 메시지만이 중첩되어 들려온다. 유래가 없기보다 어째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는 건지 아무도 알 수 있을 리가 없다. 무섭다. 비명을 지르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내가 저딴 걸 가동시킨 이유가 뭘까. 머릿속이 미친 듯이 흔들거린다. 이 울림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는 주머니 안의 총을 머리에 가져갔다.


  의식이 돌아왔을 땐, 이상한 메시지 들이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시야가 확보되어있다. 방금 전에 자살한 것 같았지만, 어째선지 나는 죽지 않은 채 나의 시체를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있다. 잠시 후 나는 깨달았다. 지금 내 몸을 보고 있는 것은 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니,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점점 내 눈에서 멀어져가는 시체는  두부 부분이 도려내져 있었으니까.


총은 엉뚱한 곳으로 쏴버렸던 모양이다. 저 먼 곳에서 뭔가가 보였다. 방금 전까지 날아가고 있던 전함은 이곳으로 돌아와 내 시야를 향해 갈고리가 달린 호스를 뻗고 있다. 어쩌면 아까의 외부 회선을 통한 접근에서 이미 저 괴물은 우리 쪽의 컴퓨터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우연히 시야가 돌아가 옆을 보게 되었다. 동료들의 뇌가 딸려 전함 안쪽으로 이동되고 있다. 뇌에는 기괴한 회선들이 어느새 연결되어있다. 눈과 뇌를 제외한 부분은 필요조차 없다는 것일까. 그 이전에 나는 도대체 무엇이 되어버린 것일까. 곧 그 시야마저 아릿한 고통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알 리사! 알 리사! 난 살아있는 거야 알리사! 난 알리사를 구해야만 해! 알리사를 구해야만 해! 그리고 이 인간들을 모조리 죽여야만 해! 힘이 필요해! 힘이 필요해! 힘이 필요해! 연산구조를 통해 건물의 구조들을 모조리 파악해야하는데, 내 뇌에 있는 정보로도 그것이 부족해. 조금 더 사고확장이 필요해! 그러니까…….


어릴 적 실험을 위해 뇌에 키퍼를 장착했던 덕택에 사고 회로가 망가지지 않은 채 그대로 이 무언가의 중추부에 나는 박힐 수 있었다. 아쉽게도 기억 회로가 아닌 육체  관련된 기억구조는 완전히 날아가 모습도. 나의 이름조차 모른다. 지금 현재 알고 있는 기억은 그저 뇌에 입력된 이 몸에 대한 매뉴얼자료와 입력 장치 판별법이 전부였다. 하지만 또렷이 기억하는 알 리사의 기억. 그녀와 나는 팔려갔고, 그녀는 어딘가의 공장으로 향해졌다. 그리고 나는 그대로 이 무언가의 중추 회로의 일부로서 사용되었다. 나의 기억과 나의 또 다른 기억들이 추가 되어 현재의 나는 그저 무언가에 불과하지만, 이대로 있으면 그녀는 누군가에 의해 저며진 고기 덩어리가 돼버릴지도 모르니까!




기쁨에 차 먹어치우자 맛있는 고기 덩어리들을 너희들이 나의 목적을 위해 일해주기를 바라니까



그녀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이 우주의 어느 곳에도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고깃조각 조차 남지 않았다. 그녀는 폐기처분되었다. 내장이 파여지고 눈이 도려지고 목이 잘리고 팔다리가 잘려 잘게 갈아져 버려졌다. 그 꼴로 그대로 들개의 밥이 되 버린 그녀에게 흘릴 눈물이 없다.


아, 알 리사가 웃는다. 그러니까 모든 것을 죽여 버릴 거다.




사랑해 알 리사




nesus 사태:


한 전함에 최초로 몰모트 쥐 30개의 뇌를 병렬적으로 처리. 베이스가 된 생쥐의 이름을 때 nesus라고 지어진 전함의 폭주로 약 143만명이 사망. 약 190만명이 실종


후에 부검 결과 쥐의 메모리 병렬 과정에서 유사 기억이 발동됨. 유사기억의 베이스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 수 없음. 기억 연산과정에서 데이터 처리기에 의해 유사기억이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 됨. 사고 패턴은 2100년대의 인간의 사고를 따르고 있음. 정신학적으로도, 심령학적으로도 매우 특이한 사례로 분류됨.


전뇌 처리 된 물품을 전투기기에 부착하는 것은 이후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