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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The Gate of the end - 00

2007.04.07 07:58

에세카 조회 수:626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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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E 112년 7월 31일 21시 48분경 : 르메스 성좌의 제국소속 콜로니 레베렌스]




 “엔진출력 이상 없습니다.”


 “모빌 안정도(Mobile Stability) 97. 오차는 콤마 3”


  ‘공간을 접는다’라는 허무맹랑한 공상과학의 언어는 현실로 이루어졌다. 비록, 영화와는 달리 큰 에너지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통칭 ‘워프(Warp)'라고 명명된 기술의 발명은 인간의 삶을 더욱 가속화 시켰다.


 “그라비테이션 필드 안정화(Gravitation Field stabilization). G 레벨 5로 상승후 고정.”


  워프가 시행될 곳과 도달할 곳에 ‘게이트’라고 하는 모종의 기계가 필요한 ‘페이퍼 폴드(Paper Fold)'는 정해진 곳에 한해서만 워프가 가능했지만 초기 발명품치고는 상당한 안정성을 지닌 데다 ’워프‘라 하는 개념자체가 새로 인간의 사회에 도입이 되었기 때문에 빠르게 각 콜로니에 도입이 되었다.


  ‘광년’단위의 거리를 몇 분 만에 왕복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저절로 찬사를 내뱉을 정도로 대단한 그 기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진보되었다.


 “X-01, 자리로.”


  이윽고 ‘게이트’라는 기계가 필요 없는 ‘쉘 다이브(Shell Dive)'라 하는 기술이 발명, 시험이 되고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3, 2,”


  타시공(他時空)을 경유하여 공간을 뛰어넘는 다는 오버 테크놀로지.


  쉘 다이브는 일명 ‘브로큰 월드(Broken World)'라고 불리는 붕괴된 시공을 거치는 것이었기에 상당한 위험이 도사리는 방식의 워프였지만, 누가 그랬지 않은가?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라고. 약간의 평화와 편안함에도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탐욕을 추구하는 욕망의 노예.


 “1…….”


  솔직히 말해서 시공을 경유한다고 해봤자, 무슨 ‘워프’가 일어 나냐고 하겠지만 쉘 다이브의 경우에선 그 것이 다르다. ‘정상적인 시공’이 아닌, ‘붕괴된 시공’이기에. 붕괴가 일어나고 있는 중인지, 생성되어가는 도중인지는 필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시공이 현 인류-우리가 지각하고 있는-가 살고 있는 시공보다는 현저하게 작다는 것이다.


  시공은 서로간의 피드백 작용으로 유지되어가고 있기에, 시공의 크기가 다르던 간에 그 두 시공은 ‘표면적으로는’ 같은 크기를 지니고 있다. 시공의 대부분이 ‘거품’으로 부풀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다이브(Dive)"


  결론적으로는, 그 타시공에서는 약간의 이동만으로도 우리의 시공에선 엄청난 거리를 움직인 것으로 인식이 된다는 가설을 전제로 한 것이 쉘 다이브라는 기술이다.


콰지지직!!!


  물론, 그 타시공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은 그 쪽에서도 이쪽으로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게, 인공으로 조절되는 인공적인 평화를 맛보며 살아가고 있을 즈음. 이상한 소리의 파괴음이 인공적인 평화를 깨트렸다.


까앙!


  마치 무쇠배트로 야구공을 힘껏 친 듯 한 경쾌한 소리. 하지만, 그 소리는 그렇게 유쾌하지 않았다. 이상한 진동을 일으킨 그 소리는 듣는 사람에게 하여금 불안감을 심어주며 콜로니 전체로 퍼져나갔다. 크지는 않지만, 일정한 주기의 파장과 진동을 가지며 퍼진 그 소리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사라지고,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쿠왕-


  그와 동시에 인공적인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불기둥.


  화룡의 낼름거리는 빨간 혀처럼 불기둥에서 파생되는 작은 불들은 주변의 것들을 모두 화염에 휩싸이게 만들며 세력을 넓혀나갔다.


  콜로니 내에서도 외곽지역이 있는 수상한 연구소에서 일어난 그 화염은 어느 순간 갑자기 연구소내로 갑작스레 역류하며 사라졌다. 그리고 강렬한 빛이 콜로니를 감싸 안았다.














  


112년 7월 31일.


 처음으로, 세계에 타시공의 침략자 ‘인드레아’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페이스 라이더(Space Raider)라고 언론에서 표면적으로 떠들어대고는 있었지만, 실질적으론 ‘스페이스’가 아닌 ‘스페이슈템포럴(spatiotemporal: 시공간의) ‘이라 하는 것이 더 맞는 표현일 것이다.


  ‘브로큰 월드’라고 해서 생명체가 없을 거라 생각했던 우매한 인간들이 불러낸 생명체이자 약탈자. 이 인드레아라고 하는 존재는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 7일 만에 르메스 성좌의 인간을 모두 ‘말살’하고 자신들의 공간으로 만들어버렸다. 가공할만한 식욕과 파괴력을 앞세운 그 것들의 앞에선 C .F도 예외가 아니었다. 장갑이 얇은 관절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 기체의 움직임을 막은 후 콕피트부위를 강제로 열어 러너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또한 그 약탈자들은 생쥐에 가까운 번식력으로 그 수를 천문학적으로 늘려갔다. 인류는 그 존재를 골칫덩이로 생각했고, 그 것을 말살하려 했지만 그 시도는 번번이 실패로 직결되었다. 50대에 가까운 프레임들이 동원된 대규모의 섬멸작전이 단 20분 만에 실패했다는 것은 인드레아의 존재를 강력하게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그 해충과도 같은 존재를 섬멸하기 위해 만들어 진 것이 소형 C .F. 솔리드 프레임(Solid Frame)이었다. 2m50cm정도의 크기가 보편적인 솔리드 프레임은 C. F보다 대량 살상력은 떨어지지만 C .F보다는 인드레아를 살상하기엔 더욱 적합했다.


  그리고 이렇게, 인드레아와 인류간의 전쟁이 시작된 지 9년-




121년 3월 29일.


  다시금, ‘모순’이 일어난다.














    슈발츠 드라제 (검은 용) (Schwarz Drache) 프로젝트.


 ‘검은 용’이라는 이름의 사상 최강, 최악, 최고의 솔리드 프레임의 제작 프로젝트.


  강력하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인드레아’라고 하는 존재들을 섬멸하기위해 인류들의 음지에서 비밀스럽게 진행된 프로젝트. 말 그대로 허황과 공상으로 뭉친 기술들로 일구어낸 망상.


  아니, 실상의 조각품. 망상은 공상이 되고, 공상은 현실로 이루어졌다.


  칠흑의 메인컬러에 적흑의 서브컬러로 이루어진 하나의 마귀.


  마치, 과거 뫼비우스의 전쟁 시대에 나타났던 세라핌과 동격으로 취급될 정도로 슈발츠 드라제는 인류의 마지막 와일드 카드였다.


  ‘강력하다’라는 개념으로도 설명이 불가능한…아니, 인간의 개념으로서는 설명자체가 불가능한 그 하나의 ‘존재’는 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음에도 양지로 나오지 못하고 사라졌다.


  갑작스레 일어난 이레귤러(Irregular)로 인해 한순간에 ‘증발’해버렸다. 황당하리 만치 거대한 규모의 다운 버스터(Down Buster)현상으로 인한 질량의 붕괴, 그로인환 완전한 ‘소멸’


  일어난 연유는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인류의 카드는 소멸해 버렸다는 것이었다. 슈발츠 드라제의 자료 또한 모두…….


  그렇게, 그 최강, 최악, 최고의 솔리드 프레임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 갔다.












- E. E 116년 9월 29일 22시 31분 ‘르메스 성좌(Le mess Constellation)’ - 이야크




  르메스 성좌의 제일 변두리, 인류들에게 제일 가까운 행성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리튬의 함유랑으로 인해 붉은색을 띄는 혹성 이야크. 인류가 르메스 성좌의 탈환을 위한 포석의 이름이기도 하다.


「제 0034중대, 진입각도 정확. 오차 0.04입니다.」


「제 0035중대, 진입각도 정확. 오차 0입니다.」


「제 0036중대, 진입각도 미묘하게 부정확. 오차 3.64입니다. 수정들어가겠습니다.」


  이야크의 얕은 대기권을 돌파하는 수십의 트레일러들에게서부터 전해오는 통신이 브릿지를 어지럽혔다.


  이번 작전의 지휘자로 임명된 이키름소좌는 흐음 하고 고민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의 앞에 놓인 홀로그램 체스판의 체스말을 옮겼다.


  밑에서는 전투가 일어나기 직전의 폭풍전야 인데 왜그리 편하게 체스나 두고있느냐라고 불평할 수도 있지만, 이키름소좌가 타고 있는 Arc는 그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반박할 대답을 만들어 주었다.


  프린시-파린티(Princi-Palities)급의 중전투형 Arc '에퓌르셀‘


  백에 가까운 무장을 지닌 에퓌르셀은 강력한 출력, 견고한 장갑, 단단한 방어체제의 최신형 Arc이었다. 그런 전함에 타고 있는데, 무슨 곤충 따위가 두렵겠는가? 라고 아키름은 몸으로 대답하며 체스에 집중했다.


  “34에서 49까지의 중대 모두 확인을 끝냈습니다. 강하 허가합니다.”


「Roger, Mission 'Flame Strike' 시작합니다.」


  “승인합니다. For the Human"


「For the human」


  무관심의 극치를 달리는 상사를 뒤로한 채, 에퓌르셀의 1급 오퍼레이터와 중대장은 미션 브리핑을 간단하게 하며 미션의 시작을 알렸다.








  유성?


  이야크의 불그스름한 하늘에 열다섯 개의 불빛이 반짝거렸다. 길쭉한 타원형의 트레일러들은 하늘을 밝게 수놓으며 붉은 대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낙하했다. 그리곤, 화살이 꽂히듯 그대로 바닥에 박혀 들어갔다.


쿠웅-!


  강한 진동음과 함께 미약한 충격파가 원을 그리며 주변으로 퍼져나갔다.


-착륙지점 오차 이상 없음. 해치(Hatch)개방


  미션 플레임 스트라이크의 파견된 S .F(Solid Frame)대의 야전지휘자인 앙그릿사 중위는 차분하게 주변을 살피며 명령을 내렸다.


  튤립이 개화하는 것처럼, 트레일러의 겉장갑이 꽃잎처럼 열리며 속안의 S .F대를 살며시 드러냈다. 전제적으로 둥그스름한 외형의 S .F, S .F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탈렘(Tal-lem)이 흙먼지 속에서 거뭇거뭇 형체를 드러냈다.


-각 대원, 트레일러의 밖으로 나온 후 소속 중대를 찾아 포메이션 4구축후 다음 명령을 기다리도록.


-Roger


  한 컨테이너에서 4기의 S .F. 도합 60기의 S .F들이 포메이션을 맞춰 섬과 동시에 흙먼지가 살며시 가라앉으며 탈렘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붉은 대지에 맞지 않게 빛나는 은백색의 컬러. 둥그스름하게 생기고, 팔꿈치까지 살며시 덮는 숄더가드. 손에서부터 이어지는 기하학적인 문양을 그린 F .W(Freedom Way)와 날렵하고 긴 다리.


  심플한 코팅이 된 흉/복부. 그리고 판타지영화에서나 나오던 엘프(Elf)란 존재처럼 길쭉하게 위로 뾰쪽하게 서서 뒤를 향한 귀부분과 초록색의 Eye가 인상적인 얼굴.


  그 것이, S .F의 기초를 구축하고 이번작전에 보급된 탈렘의 모습이었다.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브리핑을 시작하겠다.


  탈렘들과 무장도, 형태도 다른 S .F하나가 뒤에서부터 걸어와 진형의 제일 앞에서 서며 한 손에 들린 삼각형의 프리즘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그 프리즘은 빛을 내며 하나의 지도를 허공에 투영해냈다.


  선두의 S .F, 알바트로스(Albatross)는 손을 내리며 통신을 이어나갔다. 놀랍게도, 프리즘은 중력의 법칙을 무시한 채 공중에 멈춰 계속해서 발광하며 지도를 투영했다.


  알바트로스와 싱크로한 앙그릿사중위는 살며시 호흡을 들이키며-물론, 했다는 것은 아니다.―각 기의 D .B로 자료를 전송하며 통신을 이어갔다.








퍼억!


  북터지는 소리와 함께, 기괴하게 생긴 존재가 파괴되었다. 곤충의 것들로 보이는 잔재가 주변으로 비산하고, 붉은 대지의 위로 초록의 체액이 흩뿌려졌다.


-타겟 사살, 섬멸 완료.


  방금 전의 존재, 인드레아를 파괴시킨 탈렘이 50mm AMDB(Anti-Monster Destroy Bullet)전용 스나이퍼 라이플을 수거하며 보고했다.


 1m 70cm. 평범한 성인 남성의 키에 필적하는 크기의 스나이퍼 라이플은 순식간에 ‘빛’으로 분해되더니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작전시작 41분. 총 7번의 전투, 97마리 사살, 2기 경미한 부상이라……


  양 손에 들린 E .S를 수거하던 알바트로스가 중얼거렸다. 탈렘보다 약간 큰 것 외에는 특별한 차이점이 없는 이름뿐인 ‘알바트로스:대조(大鳥)’였지만, 앙그릿사 중위의 ‘중위’는 이름뿐인 직책이 아니었는지, 다른 기체들에 비해 월등한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알바트로스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곤 갑주를 적시고 있는 초록의 체액을 털어내었다. 그럼과 동시에, 이야크의 궤도상을 유유히 떠돌고 있는 에퓌르셀의 서치 데이터(Search Data)를 내려 받으며 그 자료를 분석, 대원들에게 분배했다.


-중위, 이 스피드로 진군한다면 27시간 43분 뒤에 작전이 종료. 예상시각보다 5시간 43분의 오차가 생기게 됩니다.


  예의 스나이퍼 라이플을 쏘았던 탈렘이 알바트로스에게로 메시지를 전송했다. 탈렘의 러너이자 이번 작전의 보좌관인 세일렘은 자신이 분석한 자료를 보내며 중대의 행동을 재촉했다.


  그리고 그 순간.


삐이-


  귀를 찌르는 비프음. 실제론, S. F내의 러너에게만 들리는 경고음.


  그와 동시에 러너의 눈앞을 가리는 맵에 나타난 수만은 붉은 점. 점은 선으로, 선은 원으로, 원은 해일로 변하며 중앙의 S. F들을 향하여 쇄도해오기 시작했다.


-전군, 포메이션2! 진형을 지키며 언덕을 등지고 싸운다!


-Roger!


  앙그랏슈는 긴급하게 메시지를 송신하며 동시에 에퓌르셀에게 긴급신호를 송신했다. 에퓌르셀으로부터의 수신을 기다릴 시간은 없었다. 인드레아라고 불리는 기괴함으로 뭉친 생명체는 이미 지척으로 다가와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캬악!


  괴성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서걱!


  소리와 함께 인드레아의 몸체가 분리되며 체액을 주변으로 흩뿌렸다.


  프리덤 웨이브를 응축. 응고시킨 푸른빛의 E. S의 검 날은 실탄을 장난감의 총알처럼 튕겨내는 인드레아의 갑각을 베어내었다.


  그들은 동족이 계속해서 죽어나감에도 불구하고 광기에 휩싸인 미개인처럼 끈임 없이 달려들었다.


-대장, 지원은 언제입니까!!


  직선의 푸른 줄기로 인드레아를 베어나가던 한 탈렘이 외쳤다.


-수신된 메시지가 없다! 조금 더 기다려라!


  알바트로스는 대답을 하며 한 손에 들린 LRC-505로 인드레아를 쏘았다.


  레이저 라이플에서 쏘여진 탄환이 세넷의 인드레아를 꿰뚫었음에도, E .S가 두 마리의 인드레아를 가뿐하게 베어 넘겨도 끈임 없이 꾸역꾸역 몰려드는 인드레아들에 S. F대의 체력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S. F의 기관이 반영구적이면 뭐하는가? 러너의 체력은 유한한데.


-각 기! 필드 제네레이터를 싱크로해라! 그레네이드를 사용하겠다!


-중위! 그건, C 지점에서 사용할 것이 아닙니까?!


  알바트로스는 양 숄더 가드에서 원통형의 물체를 꺼내었다.


-나는 작전을 성공시키기 이전에, 너희들을 지킬 의무가 있다!


  원통형의 물체를 조작하는 도중, 필드 제네레이터의 오픈 채널을 통해 S. F들이 모두 접속, 거대한 반구형의 물질계 필드가 그들을 중심으로 생겨났다. 알바트로스는 그 것을 보며 재빨리 조작을 맞추고 그 물체를 각기 다른 방향으로 던졌다.


촤악!


  청록색의 플라즈마 구가 그 물체를 중심으로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크기를 키웠고 그 키운 속도만큼 빠르게 사그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콰아앙!!!


  광폭한 폭발이 그들을 휩쌌다.


  60기의 S .F대가 하나의 제네레이터로 접속시켜 만들어낸 굳건한 장벽이 후들거릴 정도로 강력하고 , 광폭하고 , 잔인한 폭발.


  충격파만으로도 인드레아는 나뭇잎처럼 날아갔고 직접적인 폭발에 휩싸인 것들은 형체도 없이 증발했다.


  그리고, 폭발이 사그라진 그 곳에는




삐이이이이이이이




  검은 용이 웅크리고 있었다.












-E. E 116년 11월 7일 11시 21분 ‘슬레이트(Slate)' - 요오크




삐이―


 “영상이 끊겼습니다.”


 “피실험자의 상태 양호.


   새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차례대로 읊었다. 그들은 이리저리 움직여 다니면서 방안의 투명한 벽 너머에 있는 한 인간을 바라보았다.


 “영상이 계속해서 같은 부위에서 종료되는군요.”


 “그가 인지했던 곳이 그 곳까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연구원들을 작게 신음을 하며 피실험자, ‘앙그랏슈 슈페르첸’을 바라보았다.


 “뭐랄까, 어설픈 소설을 읽는 듯 한 느낌이랄까요?”


 “군데군데 끊겨있고 상황이 약간 어설픈 느낌이 듭니다. 뭐랄까, 묘사같은 것이 부족하다랄까요?”


  그들은 뭔가 이상한 말투로 말을 이어나갔다.


 “저자도 참 행운아군요… 아니, 불운아라고 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록빛의 새포촉진 배양액에서 편안하게 둥둥 떠 있는 앙그랏슈의 경직되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얼굴을 바라보며 그들은 슬며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들의 그런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앙그랏슈는 절망과 비탄, 혼돈과 두려움이 혼합된 표정으로 일관할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