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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염원」The Dream Chasers

2007.06.14 03:42

Mr. J 조회 수:727 추천:4

extra_vars1 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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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 자원 고갈 이후로 바움 대륙은 침체기를 맞았고, 전 대륙이 유령으로 가득 찬 도시가 되었다. 자본을 쏟아 붓던 네온 제국은 최후의 자원 한 톨까지 긁어가고 난 뒤에서야 바움 대륙에서 관심을 완전히 끊었고 그와 동시에 바움의 발전 또한 멈추었다. 얼마 후에서야 산림자원에 관심을 보인 제국이 다시 발전을 꾀하였지만 제국의 과학력에 비했을 때 바움은 형편없는 시골 동네나 다름 없었다. 제국에선 자기력 전철이 굉장한 속도로 도시를 누빈 데 비하여 바움에선 목재를 사용해 얻은 화력으로 움직이는 전철이 최고의 교통수단이었다. (석탄 따위는 남아있질 않았다.) 그 외 자동차 따위엔 태양열을 사용하였는데, 태양열은 무한 에너지원이었으나 그 동력이 매우 약해 차들도 그다지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였다.


고속 열차라는 것도 꽤나 느려서 서쪽 도시인 히크모트에서부터 센트럴까지는 거의 하루 종일이 걸렸다. 서쪽 산업지구부터 중앙까지 직선으로 달렸다면 모르겠지만 기차 선로는 히크모트에서 바로 센트럴로 가게 되어 있지 않고, 소도시인 헤링턴을 거쳐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도적단 카산드라는 기차 노선의 그런 점을 이용하여 캠프벨 행 열차가 헤링턴에 도착할 즈음 벌써 헤링턴과 센트럴 사이에 위치한 매복 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그들의 본거지는 헤링턴에서 조금 떨어진 작은 마을, 페어번에 위치해 있었으므로 히크모트에 없었던 몇몇 단원들과도 합세하기 좋은 지리였다. 매복 장소는 철로 주변에 있는 언덕 뒤편이었다. 지세상 기차 안의 사람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자리라, 그들은 그저 언덕 아래에 숨어 있다가 헤링턴에서 엔지니어로 위장한 단원들의 연락이 오자마자 공격을 하면 될 뿐이었다.


 


카산드라는 무전기로 매복 시켜둔 엔지니어들이 무사히 기차에 탑승하였다는 보고를 받았다. 몇 시간 후면 기차는 매복장소에 도착할 것이다.



 


 


실버레이는 창틀 위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턱을 괸 채 멍하니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 겨우 헤링턴을 지나쳤을 뿐인데 벌써 지치기 시작한 것이다. 헤링턴 역에서 깬 후에 차내 도서 대여목록을 훑어보았지만 전부 다 읽어 본 책들 뿐이었다. 독서를 즐기는데다 속독에 능해서 대륙에 존재하는 책의 대부분은 이미 읽어 본 바였다. 집에서 가져왔던 책 역시 이미 서너 번도 더 읽어버린 지라 아주 잠깐 동안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시각이 정오에 가까워지면서 해가 하늘 높이 떴다. 히크모트 역에 앉아 있었을 때 불었던 먼지바람 때문이었는지 태양빛에 비추인 안경은 꽤나 더러웠다. 그는 안경을 벗어 조심스레 닦았다. 콧잔등이 지끈거렸다. 책을 많이 읽음으로써 얻는 단점이 있다면 그건 시력 저하가 분명하다. 우스운 것은, 마음의 시야는 넓어지지만 정작 진짜 시야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헌터는 화물차의 빈 칸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일반적으로 화물차에 빈칸은 두세 개가 남는데, 그날은 유독 화물이 많았는지 빈 칸이 딱 하나밖에 남질 않았다. 결국 센트럴로 가고 싶어하는 모든 노동자 계층 주민들은 한 칸에 꾸역꾸역 집어넣어지게 되었고, 서둘러 북쪽으로 향하려던 헌터 역시 그 틈에 끼워 넣어지게 되었다. 어린 아이들은 쉴 새 없이 울어대거나 요란한 소리를 내었고, 지저분한 옷을 입은 사람들에게선 별로 좋지 않은 냄새가 났다. 어른이며 아이며 전부 벼룩 같은 걸 가지고 있는지, 온몸이 근질거렸다. 답답했지만 임무 수행을 위해선 어쩔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번 일은 극비사항에 관련된 것이라 수당이 분명 대단할 것이었다. 어쩌면 오랫동안 휴가를 떠날 수도 있었다.


 


고려인이 이런 저런 위안으로 자신을 달래는 동안 화물 열차는 센트럴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카산드라와 일당은 랑데부 장소에서 반나절을 죽치고 있었다. 단원들은 어느새 주사위 판을 열고 도박에 한창이었고, 바솔로뮤를 비롯한 간부들은 잠시 도박판을 구경하기도 하고, 무전기와 화기 상태를 체크하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었다. 두목 카산드라는, 그녀의 녹색 눈을 빛내며 매복 장소에 도착한 이후 죽 낮은 언덕 위에서 철로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녀는 잠시 옛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외다리 올리버가 두목이었을 때의 도적단 카산드라. 그녀는 올리버 만큼의 두목 역할을 잘 하고 있는 것일까. 가족이나 다름없는 도적단을 10년도 넘게 이끌어왔지만 언제나 고심하는 그녀였다.


언제 다가왔는지 바솔로뮤가 그녀를 불렀다.


 


연락이 왔습니다. 15분 후에 기차가 정지할 겁니다.


아주 좋아. 전부 대기시키도록!


 


바솔로뮤가 과장된 몸짓으로 경례를 올려 붙인 뒤 언덕을 달려 내려가는 동안 카산드라는 그녀의 큼직한 그레네이드 건을 들어올려 체크했다.



 


 


맨 끝 칸이라 해도 소란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게다가 할 일이 없어짐과 동시에 정신을 집중 할 것이 없어져 잔잔하던 소음이 뚜렷하게 들려왔다. 슬슬 배도 고파지기 시작했다. 센트럴에 도착해서 식사를 하려 했지만 허기와 무료함을 달랠만한 게 없었고, 또 기차에서 제공하는 메뉴엔 무엇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는 팔걸이 왼편에 있는 승무원 호출 버튼을 눌렀다.



 


 


기차가 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5분 남았다. 카산드라는 바솔로뮤와 지프에 타고 있었다. 그녀는 단원에게 시동을 걸도록 지시하였다.



 


 


무슨 일이십니까?


막 점심시간이 지나 손님들의 끝없고 무리한 주문 끝에 잠시 휴식을 취하다 방해 받았는지,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표정으로 다가온 붉은색 조끼의 승무원이 물었다.


 


점심을 먹고 싶은데 메뉴를 볼 수 있겠습니까?


실버레이가 물었으나 승무원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점심시간은 삼십 분 전에 끝났습니다 고객님. 저희 기차는 정해진 점심 시간 외엔 서빙을 하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며 크게 하품을 하였다.



 


 


기차가 보였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철도 한가운데에서 정지할 것이다.


1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렇다면 간식은 있습니까?


실버레이가 또 한번 물었으나 여전히 승무원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죄송하지만 간식은 서빙해 드리지 않습니다. 중앙 칸 근처의 무인자판기에서 직접 구입하셔야 합니다.


승무원의 태도에 기분이 살짝 상한 실버레이가 뭔가 한마디 하려는데, 갑자기 기차가 요동을 치는 바람에 그는 앞의 좌석에 부딪히고 말았다. 통로에 서 있던 승무원은 옆으로 꼬꾸라졌다.


 


무슨 일이지?



 


 


기차는 완전히 정지하였다. 카산드라 도적단의 지프 무리가 언덕을 따라 경쾌하게 기차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주력부대는 중앙 칸 입구부터 진입하도록! 나머지는 양쪽 끝 칸으로 퍼져서 승객들을 전부 중앙으로 몰고 와라!


카산드라가 지프의 엔진 소음 사이로 무전기에 외쳤다.



 


 


세상에!


창문 밖을 바라보던 승무원이 외쳤다.


 


열차 강도단! 철도청과 비상연락을 해야 해!


그가 다음 칸과 연결된 문 옆에 위치한 수신기로 달려가는데, 기름진 머리와 너저분한 가죽장비를 입은 한 도적이 기차 끝의 비상구를 벅차고 들어왔다. 그는 기관총을 들고 있었다.


 


움직이지마! 움직이면 쏜다!


그가 외쳤으나 승무원은 수신기에 손을 뻗었다.


그와 동시에 도적의 기관총이 불을 뿜었고, 승무원은 등에 무수한 구멍을 남긴 채 벽에 기대듯이 쓰러졌다. 그의 시체가 천천히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피의 자국을 남겼다. 도적은 지시대로 칸에 있는 사람을 붙잡아 중앙으로 갈 생각으로 실버레이가 앉아있는 좌석으로 달려갔다.


 


움직이지마!


기세 좋게 외쳤지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이마에 붉은 자국이 생긴 도적은 그대로 반대편 좌석에 널브러졌다. 그때까지 출구에 서 있던 그의 동료가 깜짝 놀라 기관총을 치켜드는데, 그가 방아쇠를 당기기도 전에 좌석을 박차고 일어난 실버레이의 엽총이 다시 한번 불꽃과 연기를 뿜었고, 총알은 도적의 이마를 뚫고 지나갔다.



 


 


중앙 칸의 진압은 이미 끝이 나 있었다. 승객들은 전부 손을 머리에 올린 채로 고개를 숙이도록 명령되었고, 카산드라가 기차 내에 진입하기 전에 위장 엔지니어들이 미리 무장제압을 하여 일하기가 수월했다. 도적단은 반으로 나뉘어, 한쪽은 기차 안의 승객들을 비롯한 승무원을 감시하고, 다른 반은 승객들의 수화물을 노획하였다. 수화물은 기차 외부에 설치된 트렁크에 넣어졌으므로 따로 팀을 나눌 필요가 있었다. 물론 기차 내부의 팀도 승객들이 가진 것들을 전부 수거하였다.


 


저항했던 승무원 두 명의 시체가 기차 밖에 버려졌다. 카산드라는 최대한 인명피해를 내지 않으며 일을 처리하려 했으나 언제나 저항하려는 사람은 한 둘이 있었고, 살인은 피하기가 힘들었다.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본보기가 되어 나머지 사람들이 겁을 먹게 되므로 아주 최악의 행동은 아니었다. 좌측으로 보낸 두 단원이 흩어져 있던 승객들을 전부 몰고 왔다. 우측으로 보냈던 나머지 둘이 생각보다 늦는 것 같았지만 그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수화물 쪽의 상황을 체크하러 나갔다.



 


 


기차강도단이라니! 지금껏 린콜과 히크모트 사이를 지나는 작은 기차만을 타 보았던 실버레이에겐 매우 생소하면서도 두려운 상황이었다. 신문 따위에서 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보긴 했지만 자신이 탄 기차를 습격할 줄이야.


 


 그는 쓰러진 승무원의 시체를 옆으로 옮기고 수신기를 들어보았다. 다행히 작동이 되는 것 같았다. 그는 재빨리 센트럴 경찰청에 구조요청을 하였다. 아직도 기차 반대편엔 엄청난 수의 도적들이 있을 것이다. 동료들이 오지 않는 것을 알아챌 것이 분명하고, 확인하러 올 것이 분명하다. 다수를 상대하기 위해선 좋은 작전이 필요하다.


실버레이는 엽총을 굳게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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