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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그것이 나의 인생,

2007.06.09 21:26

치코♡ 조회 수:826 추천:3

extra_vars1 그리고 운명 -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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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운명






 시끄러운 분위기. 아아, 잠을 잘 수 없잖아. 대체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떠드는 거냐.


으으, 시끄러운 분위기에 이끌려 잠에서 일어났다. 주위엔 온통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뿐이다. 온통 하얀색 공간뿐이다. 무언가 축하라도 하는 분위기다. 누군가 한명이 내가 깨어난 것을 눈치 챘다. 뭐, 뭐? 무언가 말하고 있지만 들리지 않는다. 으, 머리아파. 좀 더 자볼까.




 으, 무언가 기분이 나쁘다. 잠에서 깨어났다. 여전히 주위는 온통 하얗다. 하얀색 공간 하얀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 내가 잠들어있는 캡슐조차도 하얗다. 누군가 한명은 그 캡슐 앞에 서서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녀석인가? 내게 기분 나쁜 것을 한 녀석. 무언가 다 됐다는 듯이 마지막하나를 건드린다.


 『가라, 죽여라, 인간이 아닌 것들을, 죽여라, 파괴해라』


 흐각!! 머..머리가 아프다. 으.. 무언가 이런 단어들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끄..응.


 『가라, 죽여라, 인간이 아닌 것들을, 죽여라, 파괴해라』


 조...좋아. 모든 다 없애주마. 그러니 조용히해! 아프다고, 아파. 머리가 깨질 것 같다고. 으,


참을 수 없다고. 아, 이 녀석인가. 그래, 이 녀석이다. 지금 내 앞에서 웃고 있는 녀석. 마지막, 내가 잠들어있던 캡슐을 건든 마지막 녀석이다. 쨍그랑! 캡슐 안에 있던 액체가 흘러내린다. 아아, 이것이, 공기, 인가. 녀석이 당황하고 있다.


「크르......」


 녀석이 떨고 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크하... 하하하! 내가 그렇게 무서운 건가?


 “히..히히익!!! 오..오지 마!!!! 사라져 괴..괴물 녀석!!!”


 녀석? 뭐라고 떠드는 거야. 칫, 알 수 없으려나? 아. 사라졌다. 두통이. 그래도, 내 머리는 무언가를 시키고 있다.「가라, 죽여, 인간, 죽여, 파괴」이 단어들만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이 녀석이 인간이란 녀석인가? 죽이면 되는 건가? 머릿속에서 내 몸을 컨트롤 한다. 나의 몸은 나의 머리에 복종한다. 나의 본능은 나의 머리를 교육시킨다. 발가락 하나에서부터 눈을 깜빡거리는 것, 입을 벌리는 것, 손을 쥐었다 펴는 것, 숨을 쉬는 것, 걷는 것, 뛰는 것, 점프하는 법, 가볍게 착지 하는 법. 여러 가지 행동에 대해 머리에 주입한다. 그리고 나를 괴롭힌 저 녀석의 머리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나의 하얀, 새하얀 손으로. 그래. 그렇다. 이방도 그렇고 저 녀석들도 그렇고 나의 팔도 그렇고, 모두 하얀색이다. 하얗다. 그래.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깨끗한, 하얗게 물들이자. 그래, 모든 것을 지우자. 모든 것이 없었다는 듯. 나의 존재를 부정하자. 그러자. 그렇게 하자.




 빨갛다. 무언가 비린 냄새. 아 아. 기분 좋다. 이거 뭐라 부르는 액체지? 뭐, 나와는 관계없나? 새하얀 방에 있는 새하얀 방을 비추는 거울, 기분 나쁘다. 나의 모습이 비치니까. 나는 없는 존재. 세상을 부정하는 존재. 나 자신을 부정하는 존재. 기분 나쁘다. 지금 막 좋은 냄새를 맡고 있는데 저런 기분 나쁜 건 한시라도 빨리 처리하자. 손에 들고 있는 '그 인간'의 머리를 집어 던진다. 그러자, 그곳엔 검은색 공간이 들어났다. 하얀 옷을 입은 인간들이 놀라 뒷걸음 치고 있다. 저 녀석들도 인간인가?「가라, 죽여, 인간, 죽여, 파괴」또다시 이 단어가 머릿속을 울린다. 죽인다. 죽인다. 인간. 죽인다. 죽인다. 찢는다. 그래 저 녀석들도 방금 그 녀석과 똑같은 기분 좋은 냄새가 나게 해주는 거야. 그러자. 그렇게 하도록 하자.


 “히..히익!! 어서 상부에 연락해!”


 저 녀석들 중 가장 폼 잡고 있던 녀석이 말했다. 저 녀석이 첫 번째. 나는 그곳을 향해 날았다. 가볍게 착지. 모두 그대로다. 나의 본능 그대로. 그래, 그런 건가. 저 녀석들이 나에게 가르쳐 준 몸을 움직이는 방법이다. 녀석의 머리를 잡았다. 몸과 분리 시켰다. 아아. 쏟아져 내린다. 새빨간 액체. 기분 좋은 비린 냄새. 이 녀석의 기분 좋은 냄새를 맡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열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열리지 않는다. 누군가 잠가 놓은 건가? 살려주라고 외친다. 외쳐보지만 아무도 도와주려 하지 않는다. 문은 열리지 않는다. 다음은 저 녀석이다.


 “아, 비상이다. Sample Original Number.000(Zero)가 폭주했다. 이미 책임자는 사망. 병력을 충원 요청한다. 뭐? 책임자 이외엔 신청할 수 없다고? 지금 나랑 장난하는 거냐! 지랄하지 말고 병력을 보내! 문을 열라고!! 우린 전부 죽는다고!!”


 옆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하지만 관계없다. 조금 거슬릴 뿐이다. 지금은 문에 붙어서 시끄럽게 울고 있는 저 녀석을 처리한다. 저런 쓰레기 녀석도 나의 기분을 좋게 할 수 있다. 그래 그것이 지금 여기 있는 모든 녀석들이 나를 기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아아, 기분 좋은 냄새가 이 공간에 배어있다. 기분 좋은 색깔. 빨갛다 온통 빨간색이다. 이 얼마나 기분 좋고 환상적인 공간인가. 하하하하하하. 그런가? 인간이란 놈을 죽이면 모두 이렇게 되는 건가. 왜 처음부터 가르쳐주지 않은 거냐. 이렇게 기분 좋은 행위를. 하하하하하하.


 ──탕!


 무언가 따가운 느낌이다. 갑자기 졸리기 시작한다. 그런 것 같다.




 응? 뭐야 이게. 나를 묶어 놓은 녀석이 누구야! 아아? 더러운 냄새. 인간의 냄새다. 구욕질이 난다. 뭐라 말하는 거야? 왜 나한텐 들리지 않는 거지 저 녀석들의 언어가. 내가 사용하는 언어도 저 녀석들 에겐 들리지 않는 건가? 으..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차피 폐기한다면 그렇게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군. 좋아 그렇게 하도록 하지.”


 뭐라 하는지 전혀 들리지 않아. 상관없지 않나? 이런 더러운 세상의 언어를 알아 듣는 것도 그리 좋은 것은 못되니까 말이야. 어쩌면 나는 운이 좋은지도 모르겠다.





 덜컹덜컹 흔들림에 잠에서 깨어났다. 어두운 공간. 어둡고 어두운, 그저 어둠만이 존재하는 그런 공간에 나 혼자 있다. 손발은 자유다. 잘은 모르겠지만 1평정도의 좁은 공간이다. 그리고 나의 신체는 자유인 상태이다. 하지만 이 기분 나쁜 느낌은 뭐지? 배 쪽에서 들리는 소리도 조금 의문이다. 벽은 차갑다. 차갑고, 차갑기 만한 아주 싫은 느낌의 벽이다. 나는 있는 힘껏 벽을 강타하였다.


 ──쿠웅!!


 무언가 둔탁한 소리다. 무언가 바닥으로 흘러내리는 액체. 아마 나의 손에서 나온 피 일 것이다. 인간의 것과 같은 향긋한 냄새다. 혀로 손을 핥는다. 조금 비릿한 맛이 난다. 나의 피도 인간의 피와 같은 향긋한 냄새와 비릿한 맛이 난다. 보이진 않지만 아마 붉은색이면서 검은색의 인간의 피와 같은 색일 것이다. 그보다, 나의 힘으로 부서지지 않은 이 차가운 벽. 아마 강철이나 그와 비슷한 재질로 된, 상당한 두께의 벽일 것이다. 아마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선 나를 가둔 녀석의 도움이 필요하겠지. 뭐,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방금 흘린 피 때문인지 조금 졸린다. 그리고 여전히 나의 배는 기분 나쁜 느낌을 전하고 있다. 기분 나쁜 소리를 전하고 있다. 이 좁은 공간에선 그 이상한 소리만이 전해질 뿐이다.




 ──끼익!!


 무언가 철과 철끼리 글키면서 나는 듯 한 기분 나쁜 소리. 그 기분 나쁜 소리에 이끌려 잠에서 깨어났다. 밖이다. 으..? 언제 부터인지 나의 손과 밝은 무언가 무척이나 질긴 것으로 묶여 있었다. 밖에서 비쳐오는 이 공간 안에는 무언가 검은색의 액체가 굳어있었다. 아마 나의 보이지 않는 오른팔은 그 피로 얼룩져 있겠지.


──탕!


 또 무언가 따끔거린다. 그리고 졸리기 시작한다. 아마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수면에 빠지게 되는 것이겠지. 지금까지도 잠을 잤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잠을 자야 하는 거지? 역시 졸린 것은 참을 수 없다. 그럼 조금 더 자볼까?




「사..살려줘!!」


응? 무슨 소란이지? 누군가의 비명소리.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 대체 뭐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주위는 온통 시체의 산. 인간의 시체이면서 인간이 아닌 것의 시체이다. 인간의 형태 이면서 인간이 아닌 녀석들의 시체이다. 그래도 무언가 향긋한 냄새가 난다. 인간과 비슷한, 아니 인간과 같은 색의 피다. 나의 손은 피로 물들어 있다. 대체 무슨 일이지? 알 수 없다. 나의 기억에 혼란이 찾아온다. 나의 기억 속엔 이 시체의 산을 만든 기억은 없다. 하지만, 나의 오른손은 인간과 비슷한 형태의 이것의 머리를 잡고 있다. 이것은 나에게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기억이 없다. 이 녀석을 죽이려 했던 기억이. 나의 오른손에 힘이 들어간다. 나의 의지가 아니다. 무언가에 홀린 듯 한 나의 오른손엔 힘이 들어가고 그것의 머리는 박살나 버렸다. 그리고 가장 이해 못하는 부분은 바로 저 장면들이다. 나의 존재는 이 세상을 부정하는 존재. 그렇기에 이것을 본능에 의해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저 장면은 어떻게 된 거지? 인간이 아닌, 인간과 비슷한 녀석들. 그 녀석들이 스스로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있다. 자기의 동료들을 죽이고 있다. 대체 어째서?


──삐...삐...삐..이이익...끼익! 펑!!


 뒤쪽에서 무언가 잡음과 함께 폭발음이 들린다. 그 소리에 반응해 뒤를 돌아본다. 무언가 이상한 모양의 장치가 폭발한 것이었다. 그것은 거북이와 비슷한 형태이다. 아, 나의 오른팔의 힘이 풀렸다. 쥐고 있던 그것의 머리 부분은 바닥으로 흘러 내렸다. 기분이 안 좋다. 이 냄새는 내가 좋아하던 조금 비릿한 냄새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시체의 산을 앞에 두고 보니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그것과는 별개의 기분 나쁜 느낌. 그 느낌에 의해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시야가 어둡다. 그래도 걷는다. 앞으로, 앞으로, 앞으로. 행성은 둥그니까 앞으로 자꾸 걸어 나가면 누군가 만나겠지. 아아, 어떤 노래의 가사인가? 그런 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온 몸에 힘이 없다. 그저 축 늘어진다. 정신력으로 앞으로 걸어가고 있을 뿐이다. 아니 기어가고 있다고 하는 게 맞을 것이다. 나는 일어서있지 않다. 누워있다. 엎어져있다. 조금 빨갛고 검은 물이 고여 있다. 내가 좋아하는 냄새다. 내가 좋아했던 색을 더럽히는 색이다. 구역질이 난다. 시야가 어둡다. 눈이 감겨온다. 아아, 나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지워지려는 순간이다.


「…….」


 무언가의 시선이 느껴진다. 하지만 상관없다. 무시하자. 잘까? 졸린 건가? 자고 일어나면 모든 것이 끝나있겠지. 그러도록 하자 자고 일어나 보자.


──질질질…….





 악몽서 깨어났다. 기분 나쁜 악몽이었다. 실험실에서 태어나 사람을 죽이고 그 벌로 이상한 곳으로 이동되어 시체의 산 속에 묻히는 꿈이었다. 하지만 나는 지금 새하얀 이불을 덮고 잠에서 막 깨어난 상태가 아닌가. 그건 그저 꿈이었다. 가위에 심하게 눌렸는지 온 몸은 땀으로 뒤덮여 있다.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눈을 감는다. 최대한 자는척한다.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반격할 수 있도록. 그 기척은 바로 나의 옆에 서있다.


──주르륵


 무언가 물이 떨어지는 소리. 그 기척은 내가 덮고 있는 새하얀 이불을 걷어 낸다. 그리고는 나의 땀을 젖은 수건으로 닦기 시작한다. 이 기척 어디에선가의 만났던 기척이다. 아마 내가 아는 누군가 일 것…이다? 누구지? 나는 누구지? 그리고 이곳은 어디? 왜 이렇게 간단한걸 몰랐지? 나의 기억은 나를 기억하지 못한다. 나의 기억은 나 이외의 누구도 기억 못한다. 왜냐면 나는 만난 모든 이들을 죽였을 태니까. 아까의 악몽은 꿈이 아니다. 현실이었다. 현실이다. 그리고 지금은 악몽의 계속이다. 나의 몸을 닦고 있는 기척의 팔을 잡는다.


「꺅.」


 귀여운 비명소리. 나는 두 눈을 뜨고 그 작은 몸을 노려본다. 그 것은 분명 나의 생명을 구해준 존재일 것이다. 시체의 산에 쓰려진 순간 느꼈던 시선일 것이다.


──꼬르륵


 또다. 배 쪽에서 느끼는 이 기분 나쁜 느낌. 그리고 소리. 또다.


「조금만 기다려.」


 너무나도 쉽게 내 팔을 뿌리치고 어디론가 도망간다. 다시 눈을 감는다. 약간의 두통이 느껴진다. 귀찮군. 나는 분명 이 세상에서 없어져야할 존재. 하지만 살아있다.


──꼬르륵


 이 기분 나쁜 느낌과 소리와 함께 이 세상에 남아있다. 아까의 기척이 다시 느껴진다. 나에게서 도망친 게 아닌 건가? 무언가를 쟁반에 담아 온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아주 뜨거워 보이는 무언가다. 그것을 나의 옆에 놓고 수저로 약간 떠 그 작은 입으로 후..후.. 불며 식힌다. 그리고 나의 입으로 전해진다. 그 따스한 온기가. 이 새로운 느낌은 뭐지? 무언가 무척 행복한 느낌. 무의식 적으로 자리에 앉는다. 수저를 빼앗아 그것을 입에 집어넣고 삼키기 시작한다. 뜨겁다. 입 속에 화상이 남겠다. 하지만 상관 하지 않는다.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 아무도 안 빼서가.」


 그 작은 것의 음성이 들린다. 하지만 나는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무시하고 그것을 입에 넣고 삼키길 반복한다. 입안의 살이 다 까져 피의 맛이 느껴지는 듯하다.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물이 담긴 유리잔이 보인다. 목을 타고 내려가는 차갑고 시원한 물은 꽉 막힌 무언가를 뚫어 주는 듯 한 시원한 느낌이었다. 아아, 그렇다. 이것이 살아 있다는 것. 이 세계에 있어 부정적인 존재인 나 또한 살아있다는 느낌이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나의 두 눈에서 물이 흘러내린다. 아마 눈물 이라고 하는 것이다. 무언가 묘한 기분에 휩싸여 멍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앉아 있자 또다시 그 존재가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보니 배 쪽의 기분이 나쁘던 것과 소리가 사라졌다. 그 존재는 가져왔던 것 들을 다시 들고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 나의 옆에 그 작은 몸을 살며시 앉는다.


「나 노을이라고 해. 너는?」


 뭐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나는 알 수 없다. 나는 고개를 갸웃 했다.


「지구..인인가? 그럼 프레이시안의 언어는 들리지 않는 건가?」


 “다시 말하겠습니다. 나 노을이라고 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알아들을 수 없다. 나는 또다시 고개를 갸웃 했다. 나는 고마움의 표시를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언어를 모른다. 알지 못한다. 대체 나는 이 세계에 태어나 무엇을 했단 말이지?


 “지구에서 왔으면서 지구의 언어도 못 알아듣는 거야?”


 이 작은 존재는 조금 곤란하단 표정으로 무언가 생각에 잠겨있다.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이 손바닥을 치면서 또다시 무언가 속삭인다.


 “My name is Noul. What's your name?"


 알아들을 수 없다. 나는 또다시 고개를 갸웃 했다. 또 다시 생각하더니 이번에는..


 “노을. 노, 을.”


 자기 자신을 가리키며 말한다.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을 가리키는 행동을 하며 짧게 말한다. 그것은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것이란 걸 이해했다. 그리고…….


 “──오...으...?”


 나오지 않는 나의 목소리. 그래도 말하려 했다. 『그녀』의 이름을 최대한으로 기억하기 위해서. 그녀, 노을은 내 목소리를 듣고 기쁜 듯 환하게 웃어 주었다. 나 같은 존재를 위해. 나도 그에 보답하기 위해 웃으려 했다. 하지만 웃는다는 것은 뭐지?






 나와 그녀의 생활은 계속 되었다. 나는 언어를 배우기 위해 최대한으로 노력했다. 그녀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기 위해.  하지만 몇일이 흘러도 나는 발전이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단 하나 정확히 발음 할 수 있는 단어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 나는 이러한 생활을 앞으로 영원히 계속 하고 싶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행복하다. 그녀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나는 행복하다. 그녀에게 말하지 못해도 나는 행복하다. 나는 알 수 있다. 그녀가 나에게 무었을 말하고 싶은지. 그 순간순간 나도 이해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녀의 말을 이해해 나간다. 때론 손짓 발짓을 이용하여 나에게 말한다.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녀의 말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존재의 말은 이해하지 못한다. 단 한 단어 『그녀』의 이름을 제외하곤. 나는 지키고 싶다. 이 작은 존재를 위협하는 적으로부터 나의 손으로 그녀를 지키고 싶다.




 그녀와 만나고 3번째의 밤이 찾아온다. 그녀는 붉은 하늘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것도 노을이라고 합니다. 저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알아들을 수 없어도 이해할 수 있다. 저 붉고 아름다운 하늘을 보고 자신의 이름을 지었다는 거겠지. 노을이 지자 나와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뒤를 돌아섰다. 그곳에는 알 수 없는 위협적인 존재들이 있었다.


「배신자, 찾았다. 처리한다.」


 저 녀석들의 말은 이해할 수 있다. 어째서? 저 녀석들도 인간이 아니다. 그렇다고 그녀와 같은 존재도 아니다. 그렇다 나와 같은 존재이다. 이 세계를 부정하는 존재. 그렇기에 알아들을 수 있는 거다. 저 녀석들의 말을. 아니 정확히 말해 저 녀석들은 말하는 것이 아니다. 머릿속에 대고 그 언어를 집어넣는 것이다. 언어가 틀려도 상관없다. 그저 전하려는 말을 이해시킬 뿐이다. 그렇기에 그녀도 알아들을 수 있었다. 나를 쳐다본다. 나는 그녀와 얼굴을 마주할 수 없었다.


「죽인다. 너와 그년 죽인다.」


 또 다시 들려오는 저주의 소리. 녀석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끈기지 않는 영원한 웃음소리. 너무 재밌어서 참지 못하고 나오는 웃음소리. 나를 자극한다. 나를 흥분시킨다. 나의 입 꼬리가 올라간다. 그것을 눈치 챈 것은 그녀뿐이다. 그렇기에, 나를 막기 위해 나를 끌어안는다. 나의 귀에 속삭인다.


 「도망치자.」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이 상황. 그녀는 웃고 있다. 지금까지 나를 배려해 사용했던 지구의 언어가 아니다. 그녀의 고향의 언어다. 하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녀의 말이기에 이해할 수 있다. 그녀를 바라보며 나 또한 웃는다. 그리고 그녀를 안아 올리고 건물 위로 점프한다. 그리고 도망친다.


 


.


 


그리고 운명, 전편 후기.


 우선 읽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하다는 말부터 하겠습니다.


내, 1편임니다. 「」안의 말은 지구 외의 언어를 집어 넣었다고 보면 됨니다.


" " 안의 말은 지구의 언어 입니다.


잠자기 전 10분씩 쓰다 마음에 안들어 1/4가량 지우고 다시 써 내려왔습니다.


그래서 좀 많이 늦었습니다. 라는건 변명이고 3화까지의 내용은 정했는대 정리가 안되서 쓰는게 늦어졌습니다.


 


 


아아..귀찮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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