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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Invader-

2007.07.19 10:06

울프맨 조회 수:581 추천:2

extra_vars1 시험관의 몰모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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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꿈도 환상도 아니었다.
분명한 현실이었다.

나선형으로 일그러진 공간의 틈을 비집고 나온 붉은 거인은 17년 전 모습 그대로 신 대위의 눈앞에 재림한 것이었다. 두터운 갑주사이로 일렁이는 불꽃. 재질을 알 수 없는 무광택의 투구 속에서 휘번뜩 거리는 붉은 안광................
그리고 한순간 놈의 광기어린 눈이 붉게 빛났을 때, 신 대위는 전신이 오싹해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놈의 그 동작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지를 불태우고, 목숨을 앗아가는 파멸의 붉은 광선.
17년 전 그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갔던 그 불길을 다시 내뱉으려는 신호였던 것이다.

“그만둬!!!”

순간, 신 대위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중이었는지, 그 행동으로 인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한 생각 따위는 모두 잊고 말았다. 오직 그의 머릿속에는 저 괴물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가득한 것이었다.
약점 따위는 알 수 없었다.
무장도 빈약했다.
그러나 이런 모든 군사적 요소는 신 대위의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놈을 본 순간 이미 그는 17년 전의 악몽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언제나 하루도 빠짐없이 꾸었던 그 꿈..
꿈속에서조차 모든 것을 빼앗기고 무력했던 자신........ 오만한 안광을 빛내던 거인.
내일의 영화도 출세도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지금, 신 대위는 17년에 걸친 악몽의 사실을 끊고 싶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미 신 대위는 연습기에 장착된 기총의 격발 스위치를 힘껏 당기고 있었다.

[두두두두두두!!]

거인은 훈련용 표적지에 비하면 너무나 크고 맞추기 쉬운 표적지였다.
광기에 사로잡히긴 했지만, 신 대위는 공군 사관학도의 엘리트. 작은 표적지도 빗나간 일이 없었다.
그러나, 쏜살같이 날아든 총탄들은 거인의 피부에 닿지도 못한 채, 무언가에 미끄러지듯 주위 주택가로 돌연 방향을 바꾸어 돌진한 것이었다.
동시에, 거인의 눈이 불을 뿜었다.

“안 돼!!!!”

놈의 눈이 반짝인 잠깐의 시간.
그 짧은 사이에 지상은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신 대위는 필사적으로 거인의 주위를 선회하며 기총을 난사했지만, 모두 거인의 몸에는 닿지 않았다.
발사한 네발의 연습용 미사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신 대위가 할 수 있는 어떤 공격도 놈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저 놈을 건들지도 못한 채, 힘없이 추락해 버릴 뿐.................

17년 전과 변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타오르는 세상. 오만한 자태의 거신. 그리고 무력한 자신........
분노와 울분으로 조종간을 움켜쥔 신 대위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17년 전에 그의 모든 것을 앗아간 원수는 또 다시 나타나 막 재기하려는 그의 미래를 짓밟아 버렸다.
미친 듯이 교신해오는 관제탑의 무전이 바로 그 증거.
훈련용 무장도 모두 소진한 신 대위는 저항할 의지를 잃고 그저 거인의 주위를 맴돌았다.
무장을 재보급한다거나 전투기로 환승을 하기 위해 착륙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무전의 음성이 그런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똑똑하게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행동을 당장 중단하고 무조건 착륙할 것. 즉시 이행하지 않을 시 무력을 행사하겠음.]

신 대위는 모든 것이 틀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귀환하면 기다리는 것은 군법재판 뿐..... 17년 전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이 괴물을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신 대위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신 대위는 고함을 지르며 조종간을 움켜쥐었다.
그의 인생은 끝났다.
귀환한 그에게는 엄중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며, 그의 인생은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큰 타격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사형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까지 이르자, 분노와 체념이 그의 마지막 이성을 마비시키고 만 것이었다.

‘기왕 죽게 될 거...... 네놈만큼은 반드시 끝장을 내주겠어!!!!’

남아있는 무기는 없었다.
그러나 신 대위는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 사용한 어떤 무기보다 강력하고 효율적인 무기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다는 사실을...... 그것은 바로 훈련기 T-60이었다.



“그래서 놈을 쓰러뜨렸나..?”

볼드 중령은 무심코 물어보곤 쓸모없는 질문이었다고 생각했다.
자살 공격이 성공했다면, 신 대위가 이렇게 살아서 자신과 대면하고 있을 리가 없었다.
과연 질문에 대한 대답대신 신 대위는 고개를 숙이고 온 몸을 떨며 분노를 삭이고 있는 것이었다.

“과거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강해졌고 싸울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난 여전히 무력할 뿐이었어...... 나의 모든 것을 다한 공격도 놈에겐 아무소용이 없었다고!!”

신 대위는 당시를 회상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놈의 머리를 노리고 수직 강하했던 그의 기체는 마치 표적을 그대로 꿰뚫어 버릴 듯 한 기세로 한 줄기 창과 같이 내리꽂혔다. 그러나 대단한 것은 기세뿐......... 놈의 근처에도 접근하지 못하고 결국 튕겨져 나가고 말았던 것이었다.
충격으로 작동한 안전장치 덕분에 신 대위는 기체에서 가까스로 탈출하여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훗... 완전히 정신병자로군.”

볼드 중령은 웃으며 담배를 다시 꺼내어 들었다.
단, 자신만의 것이 아닌 두 대를 꺼냈다.

“그래. 그럼 여길 나간다고 치고..... 어떻게 싸울 생각이지? 그 괴물과?? 다른 녀석은 보지도 못해. 자네 혼자만 볼 수 있지. 현대의 무기도 전혀 통하지 않아. 그런데 그런 괴물을 혼자서 무슨 수로 쓰러뜨린다는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서......... 영혼을 팔아서라도.... 악마의 종이 되어서라도 그 놈을 파멸시키고 말겠어!!!”
이때, 신 대위의 눈은 정말로 광기에 사로 잡혀 있었다. 누군가가 본다면 영락없이 정신병자로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볼드 중령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을 이었다.

“자넨 정말 구제불능이군. 정신병자인 것도 모자라 이젠 주제파악도 못하고 있어.”

“뭐라고?!”

“잘 들어. 자네 혼자서 적들을 당해낼 수 있을 것 같나?”

순간, 신 대위는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때까지 신 대위를 정신병자 취급하던 볼드 중령의 눈에서 심상치 않은 이채를 발견한 것이었다. ‘이 자는 분명 알고 있다.’ 확신에 가까운 희열과 충격이 신진호의 전신을 휘감았다.

“한 가지 묻겠다.”

볼드 중령은 신 대위를 향해 매서운 눈초리를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자네.............. 암스트롱이 달에 갔다는 것을 믿고 있나?”

너무나 당연해서 이젠 역사적 사실을 넘어 하나의 상식이 되어버린 일. 그것을 볼드 중령은 굉장히 심각한 태도로 결코 농담이라고 웃어넘길 수 없는 무게를 실은 채, 신 대위에게 물어왔다.
신 대위는 그 단순하고도 유치한 수준의 질문에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
마치 금단의 자물쇠를 열고, 알아서는 안 될 미지의 영역에 발을 딛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에 대답을 주저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주저함도 잠시 뿐. 신 대위의 눈빛은 다시 처음의 광기와 이성이 공존하는 미묘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알 필요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아!”

‘..............................’

“나에게 필요한 건 놈과 싸우는 것 뿐! 그런 시답잖은 질문 따위 상관없어!”

“정말 말이 안 통하는 친구로군.......”

볼드 중령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리곤, 미리 꺼내놓은 나머지 한 가치를 신 대위를 향해 내밀었다.

“아니.. 난......”
담배를 끊었기 때문에 피지 않는다. 라고 말하려던 신 대위는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볼드 중령의 굵직한 목소리가 그의 말을 가로 막았기 때문이었다.

“피워라. 이 세상에서 피는 마지막 담배가 될 테니까......”

불길한 예감을 느낀 신 대위가 담배를 받지 않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자 볼드 중령 역시 마찬가지로 거구를 일으켰다.
그리고 품속에 손을 넣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자네가 뭔가를 착각하고 있었나본데....... 나는 자네를 심문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게 아니야.”

불길한 정적이 수감실을 맴돌았다.
거구의 미 해군 중령은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다는 듯, 자신이 물고 있는 담배를 비벼 끄며 품안에 넣은 손을 천천히 꺼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신 대위는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사형집행인이다.”

볼드 중령의 말과 동시에 신 대위는 오랫동안 구금된 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놀라운 몸놀림으로 볼드 중령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져진 흉기를 잡기 위해 몸을 날렸다고 하는 편이 좋았다.
볼드 중령이 가슴의 총을 뽑기 전에 처치한다! 오직 이것만이 신 대위의 전신을 움직이게 한 것이었다.
신 대위의 빠른 몸놀림과 판단.
예상 밖의 사태에 당황한 볼드 중령은 미처 품안의 총을 꺼내지 못했고, 덕분에 신 대위는 흉기로 볼드 중령의 목을 노릴 수 잇었다.
그러나 신 대위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것 뿐 이었다.

“이럴 수가..............”

흉기를 쥔 양 손은 볼드 중령의 크고 억센 손에 사로잡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실로 가공할만한 힘!! 한 손으로 신 대위의 양손을 제압하고 있음에도 볼드 중령은 전혀 힘든 기색도 없이 미소를 지어보이기 까지 하는 것이었다.

“과연 대단하군. 크레이지 보이. 구금된 동안에도 단련을 거르지 않았어......... 잘못하면 당할뻔 했으니까.............. 하지만!”

볼드 중령은 다시 무시무시한 괴력으로 신 대위를 집어던지곤 품안의 물건을 꺼내었다.

“한국 말 중에 사람 말은 끝까지 들으라는 식의 격언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한국인은 그 말을 잘 안 지키는 것 같군.”

중령이 꺼내 보인 것은 총 따위가 아니었다.
그저 한 장의 서류. 그것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는 신 대위를 보며 볼드 중령은 웃어보였다.

“싸우기 위해서라면 영혼도 팔아치우겠다고 했었지? 악마의 종이 되겠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사인해라. 그 순간 자네는 사형을 당한 게 되는 거야.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없는 인간이 되는 거지.”

신 대위는 그제야 사형집행인이라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서류의 정체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형집행서..... 로군.”

볼드 중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펜을 건네주었다.
그는 신 대위가 서명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리고 신 대위 역시 선택의 여지가 없긴 마찬가지였다.

‘이 앞에 어떤 지옥이 기다리고 있던 상관없어! 일단 살아남는다. 놈을 없애기 전까지 나는 절대로 죽을 수 없어!!’

신 대위는 고민하지 않았다.
그리고 주저 없이 서류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적기 시작했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볼드 중령은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이었다.

“좋아. 그럼 이제 안내해주지. 너처럼 정신병자들이 실컷 모여 있는 정신병자들의 낙원으로!”

2009년 7월 18일. 신 대위는 대한민국에서 소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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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ader는 순풍을 타고 3편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지...-_-; 다음 이야기는 아직 구상도 되지 않은 상태....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지요.......
다음화 예고!- 사형집행서에 싸인한 신 대위는 볼드 중령을 따라 정신병자들의 낙원!! 정신병원에 가게 되었다!!!!!

그동안 애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되도 않는 낚시 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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