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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기억의 약속

2007.11.22 13:59

희망과꿈 조회 수:827 추천:2

extra_vars1 -휴먼, 클론, 안드로이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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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습작은 2006년 제 3회 과학시술창작문 중편무분에 응모한 작품이며


  경품추첨(랜덤)으로 수상작품집을 받은바가 있습니다.



2006년 7월 20일




버스를 얼마나 탔다고 멀미가나는 거야. 이 허약한 몸뚱이. 대전역이 이렇게 크던가? 여기서 세현이를 어떻게 찾지? 근데 누가 내 등을 치고 있는 기야?


“야!”


내가 아는 사람인가? 어! 내가 아는 사람이다!


“어라? 진짜 왔네?”


“뭐야, 어떻게 왔는데!”


아,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 아닌가?


“너희 가족들은 어디 있어?”


“저~기에. 이상한맘 품으면 죽는다.”


“너희 형은?”


“우리오빤 니 뒤에 있어, 둔하긴. 우리오빠 처음 보지?”


어디에? 얼라? 어느새 둘이 앞뒤로 있던 거지? 세현이의 형은 나를 약간 의심쩍어하는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왜 내가 이럴 때 양심이 찔려야 하냐고! 둘 다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거야!


“안녕하세요. 최서진이라고 합니다.”


“어, 안녕.”


순간 매형이라고 부를 뻔했다. 내가 요즘 내 생명의 가치를 오판하는군.


“괜찮나? 너 평소에도 그러냐? 허약해 보이네.”


“하하, 잠깐 멀미가 나서 그래요.”


“애 원래 이렇게 허약해. 상관하지 마.”


매야? 아무리 진실이라고 해도 그렇게 말하다니!


“사실이잖아. 괜찮아. 항상 이렇게 다니진 않아.”


방금 내가 대답했던가?



서진은 자신 마지막 물음에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그 자신에게 매일매번 무언가를 물어보지만 꼭 대답을 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굳이 대답을 바로 찾지 않아도 상관하지 않았다. 서진은 세현의 부모님들에게 다가갔다. 세현의 부모님들과 서진은 전에 한두번 본적이 있는 사이였다. 서진은 잠깐 세현의 부모님들이 장인어른, 장모님이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 봤으나, 그렇게 생각하면 안된다고 스스로를 훈책하고는, 세현이네 가족을 따라갔다.




내가 먼저 불렀는데도 난 금방 못 알아보다니. 흥, 실망이야. 난 널 한눈에 알아봤는데. 모자 좀 쓰고 오지 말라고 하니까 그때부터 목에 걸어놓기만 해놓고 이 여름에 긴팔티를 입고 있는 허약한 좀 어벙벙한 애를 찾는 것이 쉽기는 하지만. 가족이랑 같이 와서 삐진 걸까? 아빠가 차안에서 서진이에게 물어봤다.


“대전동물원은 어느 쪽으로 가는지 기억나니?”


“750번 타고 종점까지 쭉 가면 되요”


“우린 지금 차를 타고 있는데?”


“저기 저거 따라가면 되겠네요.”


우리가족은 살짝 웃어줬다. 농담으로 한 걸까 아니면 진짜 좀 어벙한 애일까? 내 경험상 후자인 것 같았다. 아마 자신의 아는 대로를 솔직하게 말한 것이겠지. 그러니까 저렇게 당황스러워하면서 따라 웃으면서 우리 오빠한테 실없는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을까봐 눈치보고 있잖아. 왜 그렇게 신경을 쓰나 몰라. 우리 오빠가 날 걱정해주는 것뿐인데.




마지막으로 그들은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들렀다. 잠깐 음악에 맞추어 나오는 분수를 보기 위해서다. 사실은 그냥 지나치려했지만 서진이 그들을 설득했다. 서진은 내리자마자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멀 서진은 말했다.


“잠시만 돌아다니다가 와도 되죠?.”


터벅터벅 좌우전후 지그재그로 서진의 발걸음은 불안하기 그지없었으나 서진에겐 익숙한 보행이었다. 단지 방향을 정하지 않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아무데로나 돌아다녔다. 그의 모습은 흡사 춤을 추는 듯하기도 하였다. 두 팔을 이리저리 힘들며 그에 맞추어 발을 옮겨갔다. ‘얼씨구나, 좋구나’ 혼자 흥에 겨웠다. 이미 서진의 세상에서는 땅과 공간의 경계가 허물어진 채였다. ‘얼쑤! 한빛탑이 보이는 구나~’


“괜찮은 거야?”


세현은 그의 뒤를 따라와 있었다.


“어? 어. 야. 여서 뭐하나? 저서 기달리면 얼마안기서 시작할 긴데.”


서진은 춰한 듯 충남사투리의 역양이 간간히 나왔다. 그는 청주출신이었고 그의 친구들과 친척들이 각 지방 사투리를 사용했기 때문에 서진은 가끔씩 사투리를 마음대로 섞어서 사용하곤 했다.


“너희 형아는?”


“오빠는 네가 하도 피곤하게 굴어서 인제 놔둘 거래. 형아가 뭐야, 형아가.”


“그 형아 나빠 보이지 않던데.”


“그럼 처음엔 나빠 보였어?”


“무서웠어.”


“겁내기는. 뭐가 무서워 바보야.”


“미움받는거.....하하하하;;”


“왜 그런 생각을 해. 네가 먼저 그렇게 생각하니까 더 이상하게 보잖아.”


“그러제, 그런기제.”


“어디로 가는 거야?”


“잠깐, 따라와 볼래?”


“응?”


“할말이 생각났어.”


“여기서 해.”


“그럼, 나만 잠깐 어디 갔다가 올께~ 조금만 기다려.”


“야! 기다려! 할말 있다며! 어디로 가는 거야?”


“나잡으면 용치~하하하.”


서진의 발걸음을 느려보였으나 보폭은 넓었다. 서진은 엑스포 기념관까지 단걸음에 다가갔다. ‘에야디야~ 신나는 구나~’ 어느새 그는 계단을 올라갔다. 세현은 그를 따라갔다. 그 둘은 엑스포 기념관의 옥상까지 올라갔다.


“야아~따라오지 말래도. 이런 대는 함부로 따라오면 안돼. 위험하잖아.”


“할말이 있으면 바로 해.”


“해도 되?”


“끔 들이지 마라.”


서진을 한빛탑을 바라보았다.


“93년에 여기 와봤어? 그때 여기서 93 전시 축제가 있었잖아.”


“아마 그때 나 4살이었을 껄? 잘 모르겠어. 오빠는 기억날지도?”


“나도 그때 한 5살 정도였겠다. 형이 그랬는데 굉장했대. 눈이 퍼란 외국인도 많았고 강호동이 여기서 가장 많이 악수한 사람으로 기네스북기록을 갱신하고 자기부상영차도 실제로 운행했고 여러 신기한 행사가 많았데.”


“외국인이 눈이 파란색일수도 있지.”


“나는 불꽃놀이정도밖에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다니까. 어려서 단순한 만큼 받아들이는 양도 적은 걸까.”


“그럴지도.”


“그래도 왠지 모르게 멋졌던 것 같아. 기억이 잘 나지 않아도. 자동차관의 변신 자동차도 그때 볼 때는 엄청 멋있었는데. 자금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건 남들이 멋졌다고 해서 그런 거 아니야?”


“아았? 그런걸까?”


“응.”


“하지만 겨우 13년 전의 일인데, 너무 많이 폐관해서 섭섭해.”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잖아.”


“그래도 난 십년, 이십년이 지나도 기억하고 싶은 게 있는 걸?”


“뭔데?”


“너에 관한 내 모든 기억”


“머야?”


“약속하나 들어줄래?”


“뭔데? 들어보고.”


“강산이 두 번 변한 후에, 여기서 다시 만나는 거야. 그때쯤이면 저 한빛탑이 변신로봇이 되어 있을 기야.”


“응, 그래. 그 정도도 기억하지 못하는 노망난 할머니는 아니야.”


“헤헤헤. 내려가자. 기다리시겠다.”


“그래....... 약속해, 영원히.”




2026년 7월 1일




“어머니가 문 앞에 계십니다.”


문의 위치인식 센서가 나를 감지하고는 문반대편의 딸에게 나의 위치를 말해주었다.


“들어오세요.”


문에 자동으로 접히며, 딸의 모습이 보였다. 근처에는 전자수첩이 널려있었다. 수첩에 박친 칩들은 대부분 지리, 언어 메모리칩이었다.


“또 어디를 갈까 계획하는 거니?”


“재밌잖아요?”


“적당히 좀 해두렴. 가끔씩은 집에서 가족과 합께 지내야지?”


전에도 제니퍼와 여행을 다니긴 하였지만, 3년 전 정도부터는 혼자서도 다닐 수 있다고 하고, 외국어공부에 열을 올렸다. 그리고는 외국 학교를 다니기를 원하였다. 캐나다, 아일랜드, 차이나, 제팬. 이번에는 또 어딜 가고 싶어 하는 걸까? 이제부터는 아메리카의 학교에서 친구들을 사귀어야 할 텐데. 그러자 그미는 방학만이라도 어딘가를 가고 싶다고 부탁했다.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그미이기에, 나는 그 부탁을 거절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혼자 가고 싶다는 것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왔다. 위험한 곳으로 위험한 나라로 가고 싶어 하면 막아야 할 것이다. 내 마음을 아는지 제니퍼도 신중한 모양이었다. 어디로 가고 싶어 하는지 알아내야만 해.


“이번 방학은 어떻게 지낼 거니?”


“아직 결정하지 못했어요.”


이미 정한 것이 틀림없다.


“타이완이나 오키나와이니?”


“근처에요.”


“말했지만 너의 부모님들은......”


“리가 중국에만 있는 성은 아니잖아요.”


“중국인들은 어디에나 있지, 근처의 차이나타운을 들러보지 그러니?”


“이미 가봤어요. 하지만 왠지 부족하고 뭔가 아닌 것 같아요.”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미는 그미의 뿌리에 관심이 많은 것 같았다. 확실히 중국인들의 성이 독특한 느낌을 주긴 주었다. 아시아아이면 공부 잘한다고 아이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한다. 그미는 내가 진짜 부모가 아닌 것을 알지만 불평해 본적 없는 아이였다. 자신의 성이 나와 달라도 이상해 하지 않았고 자신의 성을 보존해줘서 고맙다고 한 아이었다.


“한국에는 이씨가 있대요. ‘이’는 원래 ‘리’로 발음해야 하는데 한국의 문법에 따라서 ‘이’로 바뀐 거래요.”


제니퍼는 너무나 흥분하고 즐거워했다. 이번에도 말릴 수 없겠구나.


“얼마나 있을꺼니?”


“방학 내내~”


저러다가 또 원하던 만족을 얻지 못하면 얼마나 실망할까. 하지만 또 다시 계속 도전할 아이다.


“잘갔다오렴”


“엄마~고마워요! 사랑해요! 누가 뭐래도 당신은 재 엄마애요!”


제니퍼를 나를 꼭 안아줬다. 그미는 내가 자신이 진짜엄마를 찾으러 간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서 실망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 사랑스런 내 딸아. 무사히 잘 갔다 오렴.”




어머니는 공항까지 날 배웅해 주셨다. 미스 코베이직은 초록 눈동자는 가진 갈색머리의 40대근처의 미혼이다. 그미는 나의 친어머니가 아니다. 나의 이름은 제니퍼 리. 검은 눈에 검은 머리칼, 동그라한 얼굴. 그미와 나는 외관상으로 너무나 다르다. 그미가 중국인과 결혼한다 해도 이런 아이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미는 원래 나의 성이 ‘리‘라고 하였고 나는 그 성을 계속 사용하고 있다. 내가 입양아라지만 나는 슬프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이 겪는 애정결핍증도 왠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랬는데, 언젠가부터 어딘가가 허전했다. 무언가를 잊고 있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왠지 돌아다니면 무언가에 희망에 찾다. 그 무언가를 찾을 수 있다는 느낌. 그 멀리 가면 멀리 갈수록 무언가가 점점 다다른다는 느낌. 항상 어떤 곳에 도착하고 어떤 곳을 보지만, 왠지 내가 바라던 그 무언가는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난 도대체 뭘 찾고 있는 걸까?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곧 동체분리를 시작하겠사오니 승객여러분께서는 제자리로 돌아가 주시기 바랍니다.”


하나였던 비행기는 좌우로 갈리면서 3대의 비행기가 되었다. 중국행, 일본행, 그리고 한국행. 외관상 많이 달라 보이지 않는 그들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쉽게 분간할 수 있다. 종종 그들은 서로를 분간하지 못하고 비슷한 문화라고 하면 화를 내지만 정작 그들 중에는 유럽을 유럽하나로 뭉쳐서 보는 사람들도 종종 있었다. 그들이나 저들이나 뿌리는 한곳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곧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오니 승객여러분께서는 좌석의 안전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자 이제 어디로 가볼까?




얼떨결에 남대문시장으로 향했고, 왠지 모를 두근거리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미는 왠지 구세대풍의 옷들이 좋아졌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옷을 사 입고는 탈의실에서 샀던 옷들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이제 제니퍼는 남대문시장근처의 한식당에서 냉면을 먹고 있었다. 그리고는 벽에 설치된 TV를 보고 있었다. 그미는 스스로가 한국어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다. 모든 단어가 쏙쏙 귀에 들어왔다.


“33년 동안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있던 한빛탑이 이번 33주년을 맞아 공원 폐막식을 마치고 분해 되어 계룡산국립공원에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대전 엑스포 과학 공원분지에는 대전 과학 고등학교가 이전할 계획입니다.”


제니퍼는 왠지 대전엑스포과학공원에 가고 싶어졌다. 폐막식이 끝나면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었다. 그리고 왠지 화면에 나온 저곳이 익숙하고, 반가웠다. 왠지 무언가의 실마리를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그미는 서둘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대전엑스포과학공원뒤문으로 한대의 자전거가 전조등불빛을 뿜으며 다가왔다. 그러자 한 노인이 다가와 자전거에 누리끼리한 손전등빛을 비추었다.


“어이구, 또 자네인가?”


“영감님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막걸리랑 오징어 사왔습니다!”


“자네도 어지간 하구만. 이리 와서 선풍기 좀 쐬게. 이 날씨에 긴팔윗도리가 뭔가. 영 답답하기는.”


“태풍만 몰아치는 것 보단 이런 날도 좋지 않습니까?”


“누가 날씨가 나쁘다고 했나? 관두게, 한잔 여기 따르게.”


“여기 있습니다. 행사는 잘 취루셨습니까?”


“이게 무슨 내 칠순잔치인줄 아나, 퇴직잔치지.”


“에이~ 여기가 폭탄이 터져서 청소할 것도 없이 다 쓸리는 것도 아닌데 무슨 걱정이세요?”


“아무튼 구조조정이란 뭐시기가 있잖여.”


“천지신령님께 빌어보세요.”


“나 기독교네.”


“그분이 그분이죠. 삼라만상 그 모든 것이 하나이니~내 안이 우주이고 밖도 우주로다~”


“집어치우고 한잔 더 따러. 그리고 마지막일턴데 저기도 얼렁 가 보고.”


그 둘은 술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를 계속하였다.


“이미 자물쇠 따 놓으셨어요?”


“이거 다 나주고 가봐! 술도 약하면서 계속 먹기는.”


“아직 8월 7일은 함참 남았는데 왜 벌써부터 폐막한다는 기래요?”


“8월 7일날 계룡산 국립공원재개장을 하려니까 그렇지. 그니까 그쪽에서 여기를 계승하는 관광지가 된다는 거 아니여.”


“하지만....... 아직 18일이나 남았단 말이에요.”


“한달하고도 6일이지 무슨 18이여? 벌써 취한겨?”


“......그런데 오늘이 마지막이라뇨?”


“공사할땐 방해되니까 못 들어오고, 학교가 오면 중요한 물건도 생길 터인데 사람들이 그냥 놔두겠나?”


“......그렇군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자네 걱정이나 하게. 이참에 홀린 것도 다 털어버리고.”


서진은 못 들은 척 하고 자전거를 옆에 끼고 걸어갔다.


“어~취한다. 얼씨구나~ 좋~구나~에야디야~에헤랴디야~늴리리야~뉠리리요~”


그의 발걸음은 익숙했다. 일단 한빛탑부터 한바퀴를 돌았다. 주변에는 이미 공사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 그렇다, 내일부터 공사를 시작하는 거였다. 다음에는 그 오른편의 엑스포 기념관으로 향했다. 그곳에 자전거를 세우고 자물쇠를 채웠다. 그리고는 계단을 밝으며 올라갔다.   술에 취해도 주변이 깜깜한 밤이라도 그는 더 이상 머리를 다치거나 발을 헛디디지 않았다. 하지만 한계단한계단 올라갈수록 그의 다리는 점점 느려졌다. 그러나 마침내 그는 옥상에 다다랐다. 한빛탑이 보였다.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까 본 표지판들이 거슬렸다. 위를 올려다보았다. 카드가 매달려 있었다. ‘33년을 동안 고마웠습니다. 계룡산에서 다시 보겠습니다.’ 치, 계룡산은 산 자체만으로 이미 볼거리가 충분하다고! 왜 기까지 가야 되는 긴데! 무슨 네가 남산타워냐! 아직 2일인데, 조금만 더 기다려 주면 안 되는 거야? 아직 이주도 더 남았는데.......그는 혼자 중얼거렸다.


“역시, 내가 잘못 약속날짜를 잡은 걸까? 우리 그러면 이제 어떡하지? 우리 연락도 끟겨서 약속을 고치지고 못한단 말이야. 계룡산으로 갈까? 아니면 그래도 여기로 올까? 잘 모르겠어. 이번 약속은 역시 포기해야 되겠지? 미안해. 이제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마저 사라졌구나.......”


서진은 침묵했다. 그곳에서 한동안 기둥에 기대어 있었다. 계단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영감님이 내려오라고 부르시는 것 인가 보다.’


하지만 발걸음이 어두워서 그런지, 상당히 서툴렀다.


‘영감님도 늙으셨어. 이래서 건물구조가 바뀌면 순찰은 어떻게 도실 건가 몰라.’


서진의 생각과는 달리 올라오는 사람은 어려보이는 한 소녀였다. 그의 눈에 익은 외양. 그미가 나를 불렀다.


“야.”


“내가 아는 사람이다?”


서진이 그렇게 말하자 그 소녀는 주저하면서도 서진에게 다가왔다. 소녀는 서진을 바라보았고 서진도 그미를 바라보았다. 소녀가 말했다.


“뭐야, 어떻게 왔는데.”




2010년 7월 5일




“야!”


“어라? 진짜 왔네?”


“뭐야, 어떻게 왔는데!”


“어련하시겠어. 군대는 잘 갔다 왔어?”


“엉. 멍멍이들이랑 지뢰들 찾아다녔어.”


“잘했어.”


“배고파, 밥 사줘.”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이럴 땐 네가 사줘야지.”


“방금 퇴직한 사람에게 그런 무리한 요구를......”


“그건 의무로 가는 거잖아.”


“너도 가볼래?”


“미쳤어?”


“농이지.”


“따라와.”


서진과 세현은 공항을 나오기 위해 일종의 이중문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바깥문에 다가서자 그들이 지나친 안문이 닫히면서 주변에 부착된 센서들이 그들을 눈, 지문, 손바닥을 훑어보더니 잠시 후에 바깥문이 열렸다.


“요리할줄 알아?”


“숙박비는 안받을 태니까 집에 가면 내가 해.”


“네~”


그 둘은 공항밖에 주차된 차에 탔다. 차에는 운전대가 없고 편안한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세현이 모니터에 표면에 나타나 있는 자신의 집을 가리켰고, 자동차는 알아서 고속도로로 향했다. 서진이 눈이 동그라지면서 물었다.


“우와~너 면허 있어?”


“한 일주정도 배우면 되. 집에 가서 모의시험 해볼래?”


“난 자전거가 좋아. 차타면 멀미가 나.”


“그럼 집까지 자전거타고 와볼래?”


“같이 가준다면.”


“후훗”


“벌써부터 나 어지러워.”


“좀 누워있어.”


세현은 등받이를 아래로 내려줬다.


“고마워.”


“응”


“나 자도 돼?”


“응”


서진은 한동안 잠이 들었다.




서진이는 멀미가 심하긴 심하다니까. 아까 보니까 할말이 있어 보이던데. 어? 뒤척이고 있네? 잠깼나?


“응, 뭐 불편한거 있어?”


“멀미가 나서......”


“그것 말고, 숨기지 말고 말해봐.”


“......사람의 내면은 자신이 표현하는 것과 다를 수 있잖아? 그러니까,  내가 널 좋아하면서도 내가 널 싫어할 수도 있다는 거지. 내가 만약 너의 대한 감정이 거짓된 것이라면 난 너에게 어떡해야 하지?”


“그러니까 넌 내가 미운 거야?”


“어느 정도는.”


“그러니까 넌 내가 좋은 거야?”


“어느 정도는.”


“네가 나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그런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꺼야.”


“그런가.......헤헤헤.”


더 어렵게 안나가는 구나.


“뭐라도 말해도 단지 내 대답이 듣고 싶은 거지?”


“응. 그냥 심통이 났어.”


기분이 풀리면 평소에는 잘해주는 애지. 그래도 너 때문에 지루한 철학 강의를 들어야 했다고! 이 고리타분한 놈아!


“헤헤.......아 맞다 뭐 주려고 했는데, 지금 줘도 돼?”


“응”


방금 전까지 싫다고 작정한 말투이더니. 건네준 선물을 펴보았다. 뱀이 거북이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현무야?”


“응, 내가 만들었어. 잘했지?”


“응, 잘했어.”


“제가 다른 신수들이랑 뭐가 다른지 알아?”


“개들 다 다르게 생겼잖아.”


“그래도~”


“......뭔데?”


“커플인거.”


“뭐?”


“왜 있지, 다른 애들은 혼자서 그려지는데 현무는 뱀이랑 거북이랑 같이 그려져 나오잖아.”


두 마리가 한 몸이긴 하지.


“......변태냐?”


“......그런 식으로 해석하지 말고. 그럼 안 받을 기야?”


“내가 이거 받는다고 이상한 생각하지는 말아줘.”


“그럼. 난 내가 내 마음속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할걸.”


“아까는 어느 정도는 밉다면서.”


“가끔만 그래.”


“마음에 없는 말을 하지 마. 속상하다고.”


“응. 미안해. 근데 2010우주계획이 뭐야?”


“알아?”


“얼핏 기사를 봤어. 무슨 내용이야? 대학생들도 끼는 기야?”


“알아서 해석해서 보세요.”


서진이에게 전자수첩을 보여줬다.


“복제인간실험을 우주에서 할 거라고?”


“우주에서의 인간진화에 대한 가능성을 실험한다는 거야.”


“오오~ 뉴타입인가! 이제 달에서 루나티타늄만 체취하면 되!”


“그게 무슨 이해불능인 소리?”


“농이었어. 건담에서의 뉴타입은 복제인간은 아니야. 단지 우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 중 순발력이 뛰어나진 사람이지. 뭐 후속편인 건담시드에서부터는 개조된 코디네이터와의 대립을 그리고 있긴 하지.”


그의 눈이 슬퍼졌다.


“세계의 대학생들의 유전자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거네?”


“응”


“뭐 머리털이나 피부조직은 매번 밖으로 배출되는 거고 가만히 놔두면 곧 죽을 세포들이지만......”


“불쌍하다는 거야?”


“응.”


머야, 엄청 심각해 보이네.


“만약 나와 똑같은 복제인간이 생긴다면 어떡할래?”


서진이는 갑자기 눈빛이 달라졌다.


“오오오! 그럼 난 여자친구가 두 명이 되는 거야?”


여, 여자친구라니 누구 맘대로! 고백도 엉성하게 넘어가고는! 그리고 뭘 상상하기에 저런 표정을 짓는 거야!


“변태 같은 소리 좀 하지 말랬지??”


“야, 네 뜻은 내가 너와 다름없이 사랑해 줄 거라는 말이지. 그렇고 네가 먼저 물어봤잖아.”


“그럼 넌 똑같은 사람으로 취급할 거야?”


“취급이라니, 사람한테 그런 표현 쓰면 안돼요. 그러면 나쁜 아이.”


“근데 만약 복제한 애가 나보다 어리다면, 동생이나 자식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정도로 잘 사랑해 줄 수 있어?”


“뭐?”


“인간적으로 잘 사랑스럽게 대해줬으면 좋겠어, 다른 아이들이 사랑이 필요한 것처럼. 복제인간이니 뭐니 해서 이질감 느끼지 말고. 그런다면 애가 너무 슬퍼할 것 같아.”


“그럴지도......”


어? 근데 저게 뭐지?




시스템 에러!, 시스템 에러! 위기 상황발생! 68GW도속도로에 비 통제차량 발생! GPS시스템 모니터에 비상문구가 띄워졌다. 차안에 탄 두 사람 모두 한번도 이런 것을 본적이 없었기에 그들은 상당히 당황하였다.


“이, 뭐라는 기고? 누가 도속도로 요금안내고 맘대로 들어왔나?”


“저기 봐봐. 맙소사......”


둘은 내리막길 너머를 쳐다보았다. 대형 버스 3대가 역방향으로 오면서 빠르게 다른 자동차들을 들이받고 있었다. 날아간 자동차들은 다른 선로의 다른 자동차위로 떨어지면서 공포의 아수라장이 되었다.


“......감뎀뎀(god dame them)”


“애들이 타고 있어!”


“저게 신기한 마법 스쿨버스도 아니고 뭐하자는 짓이야?”


현세는 자동차 버튼을 두드리더니, 모니터아래에서 올라온 운전손잡이를 잡았다. 현세는 강제로 자동차를 수동조정으로 설정하였다.


“자동 운전 장치를 고쳐줘야 되.”


“할줄 알아? 아니 할줄 안다고 쳐도......”


“걱정 마!”


“온다.”


자동차 한대가 현세의 차 왼편으로 떨어졌다.


“이차 에어백 달려있냐?”


현세의 차는 전복된 5톤 트럭을 오른쪽으로 돌려 피하였다. 서진은 겁이 질렸고 어지러웠다.


“접근하면 저 버스를 고칠 수 있는 거야?”


“저 버스는 고장이 났는지 무선통신이 되지 않고 있어! 이쪽에서 다운로드해서 저쪽에 건네줘야 해!”


운전 손잡이 옆으로 작고 평평한 둥그런 물체가 나왔다. 세현은 자동회피장치를 해제했다.


그래야만 버스에 되도록 가깝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저리로 던져주면 되는 거지?”


그러나 버스는 현서의 차 왼편으로 다가왔다. 서진은 오른쪽에 현서는 왼쪽에 앉아 있었다.


현세는 창문을 열고 좌석벨트를 풀었다.


“야 그거 풀면 안돼!”


“받아요!”


세현은 창 너머로 허리를 굽혀 버스의 창문으로 기억매체를 던졌다. 잠깐 마주친 그 순간 창틀 너머에는 웃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어쩔 줄 몰라 하는 로봇은 세현이 던진 물건을 집고는 그것을 자신에게 집어넣었다. 그러는 동안 세현의 차 위로 다른 버스에 치였던 소형차가 날아오면서 폭발했다. 세현은 재빨리 몸을 다시 차안으로 넣으려고 했다.


“세현아! 야 괜찮아?”


세형은 머리와 팔에서 피를 흘렸고 의식이 없었다. 양팔은 탈골됐고 파편이 박혔으며 손은 다 그을렸다. 서진은 일단 세현을 눕혔다.


“야! 119, 아니 911좀 불러줘!”


“바르게 다시 말해주세요.”


"이멀젼시니까 메디컬 서포트좀 해달라고!"


“바르게 다시 말해주세요.”


“제발! 쫌!”


서진은 수차례 차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서진이 영어를 모르지는 않았으나, 차는 그의 발음을 인식할 수 없었다. 차는 계속 달리고 있었다. 서진은 그제야 차가 아직도 수동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 세현이 어떤 식으로 강제로 수동운행으로 해놓았는지 그는 알 수 없었다. 서진이 운전대를 잡았으나 서툴렀다. 길가의 안전사다리에서 위험신호를 보냈으나 회피설정이 해제된 세현의 차는 그대로 질주했다. 그때 세현이 눈을 뜨는 듯 했다.




30대 중반의 여성이 한 건물로 급히 뛰어왔다. 그미에게 한 중년의 남성이 다가왔다. 


“미스터 맥도나걸, 세현에게 무슨 일이 있던 거죠?”


“미스 코베이직, 진정하시고 이리로 오시죠.”


“그미는 괜찮은 가요? 설마......”


“이런 말을 하게 되서 죄송하군요.”


“신이시여, 어떻게 그런 일이.......”


“이리 오시죠.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들은 병원안으로 들어갔다. 많은 사람들이 응급실로 실려가고 있었다.


“세현양이 목숨을 걸고 로봇을 진정시켜 준 덕분에 피해가 많이 줄었습니다. 운전시스켐을 해킹한 후 접근해 버스에 수정 프로그램을 건네줬다고 하는군요. 그 도중 머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 차는 제어장치가 풀린 채로 도로변으로 떨어진 것 같습니다.”


“버스의 폭주요인은요?”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로봇에서 심각한 시스템 에러가 나왔습니다.”


“또인가요?”


“네, 또 복지시설 로봇이죠.”


“그들은 어디에 있죠?”


“원인 분석용으로 격리시켜 놓았습니다.”


“이번 피해자는요?”


“부상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긴 했습니다만, 세현양이 피해를 막아주어 이것도 많이 줄어든 편이지요.”


“저자는, 누구죠?”


미스 코베이직은 한 청년을 가리켰다. 그는 의자위에서 옴을 움츠려 상당히 왜소해 보였다.


“세현양과 같은 차에 탔던 청년입니다. 잠깐 가르친 적이 있죠.”


그미는 그 청년에게 다가갔다. 청년은 그미를 물끄러미 응시했다.


“그미와 친구였나요?”


“그미의 친구지.”


청년이 웅얼거렸다.


“거 어디 있어?”


“네?”


“그 운전순지 뭔지 하는 놈, 어디 있어?”


“저....”


“그는 격리되었으니 안심하게, 더 이상의 피해는 나오지 않을 걸세.”


미스 코베이직이 그의 발음을 알아듣지 못해 당황해 하자 미스터 맥도나걸이 청년에게 대답하였다.


“기래, 내 영어 지지리도 나쁘지......”


“진정하게, 서진.”


“뭐든 간에, 난 그 운전수가 보고 싶어.”


“그 버스는 자동운전상태였네.”


“반쪽 파이(π/2)”


“진정하게.”


“난 그 운전수가 보고 싶어!”


“서진! 자네 심정은 이해하지만 당장 그럴 수는 없어.”


“안 때릴 거니까 보고 싶어요.”


“약속하지, 조만간 부르겠네.”


“미스터 맥도나걸, 그래도 되는 겁니까?”


“미스 코베이직, 걱정하지 마세요. 그는 약속은 지키는 자입니다.”


“아해햏했”


서진은 미스 코베이직이 알아들을 수 없는 괴상한 말을 늘어놓았고 그미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 청년은 아마도 세현과 매우 친한 사이였던 것 같았다. 일주 후에 미스터 맥도나걸이 그를 격리실로 인도했고 나는 그 둘을 따라갔다. 문제점을 고쳐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 연구소는 폭주한 인공지능 로봇들을 보관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지난번에 비해서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하였고, 마침내 사망자까지 나오게 되었다. 세현이는 정말 참하고 예의바르며 생각이 깊은 아이였는데....... 그미마저 사건의 피해자가 되자 나는 너무나 큰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다. 처음에는 사건해결을 중요시 했지만 내가 아는 사람이 피해자가 되자 당장 부셔버리고 싶어진 것이다. 그 로봇과 만나면 저 청년보다 내가 먼저 그 망할 로봇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정육면체의 투명한 방구석에 그 로봇은 쭈그리고 앉아있었다. 청년은 그쪽 모퉁이로 다가갔다. 그리고 말했다.


“야! 한국말 아냐?”


“삐삐빅삐빅삐삐비빅.”


“어?”


아마도 한국어인 듯 했다. 세현도 저런 말을 사용했지. 청년은 울먹였다.


“....... 지지리도....... 힘들었겠네.”


잠시 긴 침묵이 지나고, 그 로봇이 말했다, 한국어로.


“....... 그렇.......습니다.”


난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고 싶었어. 그것이 내가 만들어진 이유지. 나의 부품은 세계 각지에서 만들어 졌어. 세계각지에서 부분적으로 나를 만들은 거지. 사람들은 나에게 나만의 고유한 이름까지 주었지. Cl-0031, 나의 고유번호야. 나는 두 다리와 두 팔에 손가락도 5개야. 정말 사람처럼 만들어 졌지. 내가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다면, 왜 발가락은 없냐는 것뿐이야. 사람들은 다 발을 감싸고 다니지만 나는 발끝에는 각각 발가락이 5개 달려 있는 것을 알고 있거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내 손목에 달린 시계야. 시계는 내 몸의 일부로 나에게는 심장과도 같아. 전원을 꺼도 매일같이 똑딱똑딱하는 것이 재미있거든. 나는 내가 전원을 꺼져도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 사람들처럼 잠시 잠이 든다는 기분까지 들었지. 나는 미국의 한 공립학교에서 일했어. 그곳에는 나를 만든 사람들보다 어린, 하지만 몇 년을 거치면 그 사람들과 유사하게 된다는 아이들이라는 것이 많이 있었어. 그들은 그래보여도 나보다 오래 걸려서 만들어진 존재였어. 사람은 제작에 1년이 걸리고 대략 15년에서 25년의 숙성과정을 거쳐야 일 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더군. 아이들은 나보다 더 정성 필요한 존재들이야. 나의 일은 아이들이 잘 자라는 것을 도와주는 거지. 근데 어떻게 하면 잘 자랄까? 그 학교의 선생님은 그들이 높은 학습효율을 가져야 한다고 했어. 그러면서 아이들이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했지. 아이들은 또 다른 뭔가를 원하는 듯 했어. 아이들은 행복해지기를 원한다더군. 그래, 나는 아이들은 행복하게 만들어 줘야 하는구나. 아이들은 내가 행복하게 해주길 원했어. 나는 아이들의 말대로 해주었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나는 로봇이었어. 그 자체만으로 그들은 즐거워했지. 그런데 언젠가부터 점점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힘들어 졌어. 그들은 내게 점점 어려운 것을 요구했어. 나는 내가 가진 최대한의 능력을 발휘했지. 아이들은 내가 멋진 소리를 내는 것을 좋아했었어. 나는 점점 소리를 복잡하게 조합했어. 그런데 더 이상 아이들이 즐거워하지 않아. 아이들은 너무나도 행복을 바라는데, 나는 더 이상 그럴 수 없었어. 아이들은 나를 원망했어. 나는 잘해주고 싶었어. 2010년 7월 5일, 아이들이 나와 박물관에 갔다 오는 길이였어. 아이들은 물만투성이었어. 어떤 애가 불어 봤어.


“야, 박물관에서 보니까 예날 차는 동그라미로 조종했다네?”


나는 착실하게 대답했어. 그들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삐삐비빅. 그렇습니다.”


“그래서 차끼리 충돌도 하고 말이야?”


“삐리삐리뽀. 그렇습니다.”


“이차도 그럴 수 있냐?”


“삐리리삑. 잘 모르겠습니다.”


“그럼 분석해야지, 바보야.”


“비리삐리. 분석중입니다.”


나는 버스시스템을 점검했다. 불가능할 것 같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나를 간절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다. 난 최선을 다해야만 했다. 나는 목적지 변경신청을 하다가 취소하였다. 차가 차선변경을 하려다가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순간 차가 흔들렸다. 아이들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새로운 방법을 찾았다! 그들이 행복해 질수 있는 방법을!


“또해봐! 더 해보라고!”


나는 계속 시도했다. 시스템 과부하경고표시팡이 떴다.


“삐리빅비. 더 이상 하면 위험할 것 같은데요?”


“무슨 소리야? 선생님도 주무시는데 무시하고 계속 해!”


“야 이거 넣어 봐! 무시하고 할 수 있어!”


“이거 효과 있냐?”


“그럼! 이거 있으면 뭐든지 다 되! 게임시디를 사지 않고도 게임을 할 수 있고 어른들이 보는 것도 볼 수 있어!”


“비리릭삐. 크랙은 사용하면 안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무시하고 내 배에 강제로 크랙시디를 집어넣었지. 그러니까, 진짜로 경고창을 무시할 수 있더라고. 아이들은 너무나 즐거워했어. 차마 그만둘 수 없었지. 하자만 결국 시스템 과부하로 차가 통제를 잃기 시작했어. 선생님이 잠이 깨에서 일어나시려다 차가 흔들려 넘어질 때 기절하고 말았어. 나는 그때서야 일이 너무 크게 벌어진 것을 알았지. 내안에 집어넣은 시디가 크랙인지 바이러스인지 원래대로 돌아가지를 않더군. 나는 너무 당황해 하는데 아이들은 너무나 즐거워했어.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어. 내가 이러기 위해서 만들어 졌나? 아이들은 큰 스쿨버스가 자동차들을 튕겨버릴 때마다 환호성을 질렀어. 나의 목적은 이것인가? 그때 누군가차를 몰고 이쪽으로 다가와 백신이 포함된 교통제어 프로그램을 주더군. 덕분에 차는 곧 정지했지만 그러자마자 그미는 머리를 다른 차와 부딪쳤어. 그미가 타고 있던 차는 이리 저리 부딪히다가 길 밖으로 튀어 나가더군. 그때 한 남자가 간신히 내려 위험을 면했지. 며칠 후에 그 남자가 찾아왔어. 나보고 힘들었냐고 물었지. 그 누구도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지 않았었어. 난 그랬다고 대답했어. 그리고 그에게 모든 걸 애기했지. 그는 묵묵히 내 얘기를 들어줬어. 난 왠지....... 예전에 해봤어야 할일을 지금애서야 한다는 기분이 들었어. 그리고 이젠 너무 돌이킬 수 없는 정도로 늦은 것도 알아차렸지.


“내가 사고가 나기 전에 고민을 누군가와 상의했다면 이런 일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내가 너무 부끄러웠어. 그리고 그에게 너무 미안했어. 한편으로 고마웠어. 나는 회로를 다 태워버렸어. 너무나도 많은 생각이 지나갔거든. 너무.......미안해....... 아마 내가 과부하 시켰던 스쿨버스도 이런 고통이 들었겠지.


“나 더 이상 그러지 앓을 거야.......고마워.”




이미 정보는 있는 대로 다 모을 수 있는 놈들이 왜 그렇게 모르는 척하고는 알면서 이거저거 여러 가지들 물어보는지. 다른 로봇들과도 상담까지는 좋은데 격리시켜놓는군. 난 이곳에서 멀리 벗어나 정신없이 살면서 잊고 싶은데. 기자들은 그렇게 난해한 질문을 반복하는 거야? 나한테 누구의 잘못일 것 같냐고 물으면 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데? 내가 그게 누구 탓이라고 그러냐고, 그 로봇?, 아니면 그 로봇의 회사?, 아니면 학교?, 아니면 넘어져서 기절한 선생?, 아니면 시킨 학생? 아니면 크랙을 준 아이? 아니면 아이들의 부모? 아니면 경찰? 아니면 정부?


“서진씨 미스터 맥도나걸이 찾으십니다. 서로 연분이 있는 관계이지요?”


맥도날드, 아니 맥도나걸아저씨까지 징계를 받는 건가? 벌금 엄청 꼬이겠네. 설마 나 때문이라고 질책하려고 오는 건가? 망했다........


“잘 지냈는가?”


“최악은 아녜요. 이온음료달라니까 스포츠음료만 주네요.”


“자네를 만나고 싶어 하는 자가 있네.”


“누구죠?”


“상당히 똑똑한 자지.”


“나 같은 사람?”


“그래, 어느 정도는.”


그는 그가 일하는 연구소로 날 데려갔다. 31과 만났던 방을 지나쳤다. 어쩌면 이렇게 될 때까지 내버려둔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 아닐까?




최서진, 그는 3차 인공지능로봇폭주사건의 목격자로 피의자인 복지로봇 Cl-0031와 마지막 대화를 한 자이기도 하다. 그 이후로도 그는 로봇들과 대화를 하였다. 그 후로는 폭주사고는 생기지 않았고 로봇들이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려고 하였다. 여러 로봇들의 고민을 들어주었고 가끔씩 그들에게 해결책을 제시했다. 특이한 점은 그는 대화를 하자는 로봇들에게 한국어 사용이 가능한 언어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을 권했다. 그는 인간과는 영어를 종종 하지만 기계와는 절대 영어로 말하지 않았다. 나는 그자를 만나보고 싶었다. 난 미스터 맥도나걸에게 그를 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스터 맥도나걸은 그를 내가 있는 연구소로 데려왔다. 그는 나와의 대면에 불만인 듯 했다.


“......내가 컴퓨터라는 겁니까?”


“나는 나쁜 의미가 아니었다네. 소계하지. 이쪽은 우리연구소가 계발한 자체지능계발사고체계를 가진 계산자로 SIBP-002라네. 이쪽은 최-서진이라고 하네. 뉴스에서 보았을 거네.”


“야! 한국말 할줄 아냐?”


역시나 또 저 질문부터 하는군.


“네 그럼요. 유독 컴퓨터에게는 한국어를 강요하시는 것 같더군요.”


“불만이냐?”


“이유가 궁금해서요. 전 호기심이 많답니다.”


“난 한국어가 좋아. 인간은 오래 걸리지만 컴퓨터는 30분이면 설치하는데 뭘.”


“전 3초면 설치가 끝난답니다.”


“니 기리 머리가 잽싸게 돌아가더냐?”


“네? 네? 네?”


난 너무나도 당혹해 했다. 머야? 히라가나? 가타가나? 만다린? 캔토니언?


“월래? 시방 미스터 맥도나걸 스코트랜드말은 알아들으면서 우리내 사투리는 기니깨 못알아먹시것따?”


“서진군, 진정하계.”


“내가 영어 못해서 그런 거니 내 잘못이긴 하지만 말이야......,할말이 뭐야?”


“우리 연구소에서 일하시기 않으실래요?”


“난 한국에서 다니던 학교를 다녀야 해.”


“원하신다면 이쪽의 대학추천서를 써드리지요.”


“난 한국이 좋아. 거기서도 영어로 배울 때는 영어로 배우지만 우리나라가 좋다고.”


“그쪽 취업하기 힘들다고 들었는데......”


“.......좋은 지적이군. 어떤 일인데?”


“간단해요. 저의 물음에 대답하고 토론을 하는 거애요. 더 이상 격리시키진 않을 것에요. 그리고 계속 다른 로봇들과 상담을 하고요. 좋은 조건이죠?”


“어, 너의 질문에?”


“내. 무슨 문제라도?”


“......아니야. 그러지 뭐.”


그는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난, 해야 할 일이 생겼구나. 세현야, 다시는 그런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런 일이 없도록 나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면서 살아갈게.




2026년 7월 2일




하학…….하학…….학……. 결국에는 늦었네. 내가 버스노선을 헷갈리다니. 나도 내가 왜 513번을 타서 엉뚱한 동네로 흘러가 버렸는지 모르겠다. 왠지 그리로 갈 것 같았는데....... 나는 연속해서 엉뚱한 버스를 타고 도 다른 동네로 가버렸다. 너무 서둘렀나? 이번에는 버스노선도 안보고 감으로 가서 그런가 보다. 하지만 난 너무나도 확신했는데. 난 이미 늦었지만 왠지 모르게 계속 가고 싶었다. 내 마음속에서 그 탑에 꼭 가봐야 한다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결국 그냥 택시를 타고 가는데, 너무나 울렁거려서 근처의 방송국에서 내려야 했다. 그리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너무 늦었는데, 들여보내 줄려나? 혹시 뒤문같은거 없나? 나는 뒷길로 가보았다. 역시 문이 있었고 예상과는 다르게 경비 아저씨가 있는 듯 했다. 양해를 좀 구해 볼까? 나는 불이 켜진 경비실로 다가가자 경비실에서 소리가 났다.


“됐으니까 기양 가라마. 오늘이 마지막인 것만 똑 기억하그레이.”


친절하시네. 하지만 어떻게 알지?


“마 못 들었나?”


상당히 취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지나갔다. 한빛탑이 보였다. 왜 저걸 보니까 어릴 때 본 트랜스포머가 생각나는 걸까? 그런데....... 생각보다 높은 듯 하다? 주변을 올려다보았다. 여자의 직감이랄까 내가 찾던 무언가와 가까워 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저쪽 건물에 무언가각 움직이는 듯 했다. 겁이 났지만 저기까지 가고 싶어졌다. 그 건물로 다가갔다. 계단 옆에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그 계단을 올랐다. 어두워서 발을 자주 헛디뎠다. 옥상에 오르자 한 남자가 서 있었다. 그가 나를 쳐다보았고 나도 그를 쳐다보았다. 나는 그를 불렀다.


“야!”


그가 이렇게 대답할 것 같았다. 내가 아는 사람이라고.




“뭐야, 어떻게 왔는데.”


어? 귀신? 환영? 내가 드디어 미친 거야? 너무 취했나?


“이런 대는 함부로 올라오면 안돼. 위험하잖아.”


어깨를 툭 쳐봤다. 감각이 느껴졌다. 어차피 취하면 귀신도 촉감이 느껴지겠지만.  


“저에게 무슨 할말 없나요?”


이게 점점 더 귀신같은 소리 하네.


“내려가라. 부모님 기다리시겠다.”


그 소녀는 왠지 주저하였다. 이렇게 있기 좀 그렇고 그런데. 나는 계단을 내려갔다. 그 소녀는 주춤하였다.


“나 알잖아요?”


왠지 내가 아는 그미가 생각났다. 비슷하게 생겼지만, 키는 얘가 더 크고 얼굴은 더 탄 듯 하다. 설마.......우연이겠지, 물어볼까?


"저기 넌 나 아냐?"


“내가 얼마나 당신을 찾아다녔는지 알아요?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간절히......”


........뭐다냐? 


“......너, 어디 살아?”


“멀리서 살아요.”


하하하. 그냥 가출소녀일 것 같았다. 이 야심한 밤에 걱정되게 뭐하는 거야. 집에다 대려다 줘야지.


“같이 가자. 자전거 태워 줄께.”


나는 그 소녀를 자전거에 어라? 뒷자리가 없지. 어쩐다? 그 소녀는 내가 맘을 바꾸기 전에 짐자리에 앉았다. 저거 자전거집 아저씨가 저렇게 태워주지 달랬는데. 어찌 하리오, 이 입이 방정이지. 얼떨결에 그 아이를 태워주고 공원을 나왔다.


“이제 여기는 마지막이네, 그렇죠?”


헐, 그래 마지막이다.


“그렇지.”




한 자전거가 어느 아파트로 들어서고 거기서 둘이 내리고는 위층으로 올라간다. 둘 중 남자가 물을 살살 두드린다. 똑똑똑.


“누구세요?”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남자는 대답한다.


“응, 사촌형아.” 그리곤 문이 열린다.


“어? 오빠, 이 야밤에 웬일이야?”


“얘가 여행을 하다가 밤중에 길을 잃었대. 불쌍하지? 하룻밤만 재워줘라. 응?”


“응.”


“고마워~착한 우리 해선이.”


“아니 저 할말이 있는데......”


“일단은 여서 자고 내일 물어봐. 나간다. 잘 자고~”


“잘 가~”


남자는 내려가고 그의 사촌동생은 문을 닫는다. 그리고 그가 데려온 소녀를 바라보며 묻는다.


“이름이 뭐니? 같이 라면먹자. 뭐 물어볼 것 있으면 물어보고.”


“서로 어떤 관계세요?”


“어, 이종사촌사이. 안심해. 저기서 좀 앉아있으렴.”




해선언니는 바로 주저함 없이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 줬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참 편한 언니다.


“언니는 젊어 보이시네요.”


“얘는, 후훗. 우리 오빠랑 나랑 나이차가 많이 나기는 하지.”


“얼마나요?”


“띠동갑. 뱀띠야 뱀띠. 낼름낼름. 넌 무슨 띠니? 자축인묘진사오미신요술해, 소, 쥐, 범, 토끼, 미르, 뱀. 말, 양, 원숭이, 닭, 개, 도야지중에 하나인거지.”


“전......, 말띠 아닐까요??”


“언제 태어났는데?”


“2010년 7월 6일이요.”


“그럼....... 호랑이띠네. 어흥~”


“그런가? 그래도 전 말띠하고 싶어요!”


“범이 어때서 그러니? 어머, 라면 불겠다! 나 어떡해~”


푼수언니.......그래도 친절하다. 언니가 상을 들고 다가왔다.


“좀 불었네. 그래도 좀 먹어봐. 서진오빠는 내일 올 거랬어.”


“감사합니다.”


“이따가 이부자리 펴 줄께. 그동안 수다 떨며 놀자.”


“네.”


나는 해선언니랑 떠들며 라면을 먹다가 잠이 들었다. 내가 왜 여기 왔는지도 잠시 잊어버린 채.




-안전벨트 풀고 나가 이 바보야! 이러다 둘 다 죽어!


깨진 창문으로 불길과 파편이 들어와 그미와 나의 팔다리를 긁고 갔다.


-누가 죽는다고 그래! 나 운전할줄 알아! 친구가 게임하는 거 봤다고!


=쿵! 쾅!


-차타면 멀미나는 놈이 무슨!


-그치만...그렇지만.......으앙.....흑....흑......


=텅!


-싫어……. 할 수 있어……. 으아아앙....... 안 죽는다고.......


그미가 휴대전화를 두들겼다.


=비익비익 강간신고 접수. 외부인 강제퇴출.


-내차에서 나가줘야겠어.


-뭐하는 거야! 그딴거 말고 뭘 하려면 운전이나 해줘!


-훗, 나도 운전엔 너처럼 젬병이거든.


내얼굴로 가스가 쏟아졌고 문이 열리고 안전밸트가 풀리고 난 바깥으로 튕겨나갔다.


-많이 아프겠네. 괜히 나랑 같이 가다가 이게 무슨 꼴이니. 속상하게.


=어야 디야 어야디야 어기야 디야 어기야 디야 에헤~




서진의 휴대전화에서 뱃놀이의 후렴구가 나오면서 서진은 잠에서 깨어났다. 악몽을 꾼 듯 듯했다. 서진은 후대전화가 구세주라도 되는 듯 황급히 전화기를 들었다.


“누구세요?”


“머야~ 거기 다 누군지 뜨잖아.”


“해선이? 잘 지냈어? 갸는 일어났고?”


“걔 외국에서 자란 아이인가 봐. 여기저기 여행도 많이 다니고 팝송도 많이 알고 있고 있더라고. 한국이름이 있냐고 물어보니까 새현이라고 하고 싶은가봐. 좋은 애 같아.”


“허허허, 걔도 일어나 있어?”


“아니, 자고 있어. 몸 뒤척이면서 자는 거 보니까 키크는 꿈 꾸나봐. 지금도 충분히 큰데. 아우 얘는 자는 모습도 너무 예쁘다. 아참 여기 와본지 꽤나 오래됐나봐. 글쎄 10년전에 버스노선이 바뀐 것도 모르고 그냥 513번을 타고 가다가 엉뚱한 데로 흘렀다는 거야. 꺄르르르, 귀여워. 그래서 내가 이것저것 도와주려고.”


“기래, 이따 갈께. 꿇는다.”


“엉.”




신경이 너무 쓰이는데. 정말 뭐하자는 애이지? 정말 우연인가? 그 애가 뭔가 알고 있는 걔 아닐까?


“어야 디야 어야디야 어기야 디야 어기야 디야”


아침부터 또 구가 전화를 거는 거야.


“누구세요?”


“누구 계요?”


“어이없는 말하는 계산기.”


“맞아요~ 근데 그건 내가 어이가 없는데 말도 한다는 건가요 아니면 단지 어이없이 말을 한다는 것인가요?”


“그게 그거지 뭐. 자주 나에게 양심의 가책을 받게 만드네 그려. 무슨 일이야?”


“제 몸을 수리했어요. 곧 찾아갈 깨요.”


“또 오면 또 고장나.”


“걱정해 주는 거애요? 저 없어서 많이 심심했죠?”


“알면 보드게임팩 사와. 지난번에 놀려다가 다 부러트리고 갔잖아.”


“덕분에 손가락관절의 힘조절량을 수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어요.”


“왜 다 색칠하고 정성들여서 만든 것 만 부셔놨냐고! 편도 니맘대로 고르고 규칙도 어기고!”


“계들이 제일 예뻐서 만져 보려다가 그랬죠 뭐. 헤헤헤. 맘 풀어요. 사람들이란.”


“너의 감정연산식을 써준 내가 참 원망스러워. 도덕관념에 남을 배려하는 자세는 빼먹었냐? 이게 알면서 그래?”


“용량 정리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죠.”


“아무튼 혼자 올 거야?”


“혼자서도 잘해요~”


“가능성여부를 물을게 아니잖아.”


“이번에는 동생들도 올 거애요. 집에 묵어도 되죠?”


“어휴, 맘대로 해. 나 아침 먹을련다. 끓어.”


그놈의 거시기 뮈시기연구소(왜 러시아인지 불어인지도 이름을 지어놓아서 발음도 못하게 하냐고) 때문에 로봇공학과 나와서 이게 참 뭐하자는 일이여. 왜 도전정신이란 개념을 괜히 넣어줘서 저런 막가자는 안드로이드로 구성한건지. 지금이 몆시더냐? 출근해보자.




난 자체지능계발사고체계를 가진 인공지능의 제작이라는 목표로 2009년 2월 28일에 제작되었다. 일종의 대형 수퍼컴퓨터인 셈이다. 내는 처음 만들어질 때 SIBP-002라는 이름이 명명되었다. 뭐 아주 나쁜 이름은 아니지만 난 인간형로봇의 각종 활동에 따른 관절세기와 속도 산출이라는 새로운 연구목표가 하달되었고 안드로이드에 이식되게 되자 무언가 애칭이 같고 싶었다. 어차피 가명이 있는 것이 정체도 드러내지 않고 다닐 수 있고 편할 것 같으니까. -꼭 내가 말하는 백과사전인줄로만 아는 꼬마들이 있다. 그래서 우리 연구소 로봇 상담원 서진에게 애칭을 하나 지어달라고 부탁했다. 서진은 나에게 런딤이라는 이름을 붙어줬다. 건담의 영향을 받은 것 같지만 자기가 예전에 재미있게 봤던 로봇만화라고 했다. 좋은 이유다. 나와 서진은 오랫동안 인간의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로봇들이 혼돈을 자주 느끼는 부분은 주로 인간의 의도를 잘 파악하지 못해서였다. 서진은 인간은 자라면서 한가지에도 여러 가지 판단을 할 수 있게 되고 가끔씩 중의적이거나 반의적으로 표현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심리학자들과도 이야기를 해봤지만 그들은 표현방식이 좀 이해하기 어려웠다. 뭔가가 붕 뜬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감정이 인간의 전유물이고 마치 그것이 그들의 조물주라는 신이 만들어준 전유물인 듯 양 말했다. 나는 좀 속이 상했고 나중에 서진에게 물었다. 서진은 어느 정도는 맞을 것이라 했다. 감정이라고 부를 만큼 인식도 표현도 많이 할 수 있고 생각도 오래할 수 있게 만든 생물은 지구에서 흔하지 않다고 했고 서진은 신이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환경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고래나 쥐들도 뭔가를 하는 것 같긴 하지만, 뭐 인간이 그들의 표현의도를 알 수없고 감정이란 단어도 인간이 알아들으라고 인간에게 쓰는 단어(굳이 개념이라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이것이 화가 덜 날것이라고 했다.)이니 인간의 것이 맞는다고 했다. 나는 그렇다면 인간의 언어를 알아듣는 안드로이드들은 어떠냐고 물었다. 서진은 굳이 필요하냐고 반문했다. 필요하면 하는 방법을 천천히 찾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는 한국으로 떠났다. 그는 알고 있을까? 내가 작별인사를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연산했는지. 지난번에는 갔다가 손가락이 으깨져 버렸다. 이번에 고쳐진 내 몸은 여성동양인체형. 어쩌면 한 쌍의 바퀴벌레라는 말을 들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데 같이 가자는 나보다 나중에 만들어진 동생들이 걸린다. 우리들의 거대한 본체는 연구소 내부에 있지만 작은 인간형 몸으로 옮기면서 필요한 프로그램과 자료만 추려서 가져온다. 내가 도와주고도 싶지만 다양화를 위해 따로 만든 동생들이니 너무 도와주면 나랑 똑같이 되서 의미가 없겠지. 서진에게 줄 장난감이나 주문해야겠다.




뒤척뒤척, 옹알옹알, 으으응....... 무슨 중요한 꿈을 꾼듯한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머, 깨어났니? 해가 벌써 중천이다. 오빠는 밥먹고 일하러 갔어.”


“예 안녕히 주무셨어요........ 뭐라고요?”


“가끔씩 종종 찾아오니까 또 볼 수 있을 거야. 너무 서운해 하지 말고. 무슨 일 있니?”


뭐야 정말!


“........아녜요. 나중에 보면 되죠.”


지이이잉~ 지이이잉~ 내 가방이 진동하며 울기 시작했다.


“전화가 왔나보네, 받아보렴. 이불은 나한테 주고.”


나는 내 전자수첩을 열고 카메라를 나의 얼굴에 맞추었다.


“안녕, 제니퍼.”


일본어네. 얼굴을 보니........


“어, 메구미야?”


“기억해줬구나! 고마워!”


“당연히 기억하지. 잘 지내고 있어? 카오루는, 미토는?”


“다들 잘 있어. 요즘은 어디서 지내는 거야?”


“한국”


“그렇구나! 나도 미토랑 한국에 가려고 하는데.”


“정말이야? 얼마동안?”


“한 이틀 정도.”


“잘됐네!”


좋아 이왕 이렇게 된 거 좀 상황이 살피면서 오래 있어야 갰다. 나는 메구미와 미토랑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그리고 해선언니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언니 저 여기에 좀-”


“응 그래, 괜찮아. 친구들 대려와도 돼.”


해선언니와 나는 무언가가 통하는 것일까? 참 마음이 넓은 언니이다.


“감사합니다.”


“이정도로 뭘.”




어머, 언니라고 부르네? 확실히 보기에는 젊어 보였지만 나는 서진오빠랑 비슷한 나이일줄 지레 짐작했는데. 내가 어릴 때에 오빠가 잠깐 말해준 기억이 있단 말이야. 혹시 내 직감이 틀릴 때도 있는 건가? 내가 보기에는 잘 어울리는데, 혹시 싸운 건가? 마침 한동안은 있을 거라고 하니 다시 맺어줘야지. 서진오빠는 좋은 사람인데 많이 외롭단 말이야.




‘라! 랄라 라랄랄라~ 라랄랄라 랄랄라라~ 라랄랄라 라랄랄라~ 랄랄랄라!’


나는 마음속으로 노래를 부르면서 자전거를 탄다. 내가 어디로 가고 있더라? 맞아 카스트.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과학쪽으로 학습능력을 최대한 끌어낸 녀석들이 오는 곳. 한국기술의 핵심이라고 한다. 가끔 여기서 잠깐 공부하다가 사회경제분야로 진로는 바꾸는 놈이 종종 있다. 그쪽으로 취업해서 배웠던 물리학(힘의 법칙)을 유용하게 쓰는 것이다. 혹은 생물과학지식을 활용하기 위해서 의학분야로 전향하는 녀석들도 있고. 아무리 그렇다 해도 그렇게 많은 공부를 한다니 머리에 빈칸이 남아돌기라고 하나?


“형, 왔어? 왜 좋은 날에 전조등을 켜놓고 자전거를 타고 다녀?”


내가 아는 사람이던가? 아 주민이네. 나는 그 앞에 섰다. 나와 그의 눈높이를 비교했다. 그는 아직도(여기에 ‘지금에서야’라는 단어를 넣으면 약간 부정적 의미가 성립된다.)키가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아직 내가 더 크다!


“진작 좀 말해주지. 왠지 자전거타기 좀 힘들더라.”


“전조등의 마찰력이 얼마나 크다고 그래.”


“그렇게 사소한 거라고 하나둘씩 무시하다 보면 진리와 멀어지는 법이야.”


“누구 법이 그래?”


“하늘의 이치이지.”


“그럼 그 말도 하늘에서 따왔어?”


“너도 득도할 기미가 보이는구나.”


“하하하, 제가 먼저 장풍을 깨우치려나 봐. 그럼 여름에 덥지 않게 해줄게.”


아, 귀엽다.


“바람이나 피지 마렴. 그런 것을 위해 도를 수행하려 하다니 아직도 멀었구나.”


“나 바람 안 피워!”


야, 그렇게 소리를 지를 것까지는 없잖아.


“농이지, 아무튼 난 간다.”


“응, 다음에 또 봐. 빠이빠이”


나는 다시 자전거를 타면서 궁상을 떨었다. 나나 재나 둘 다 학생은 아니다. 재는 해선이랑 어깨동갑정도이지만 우리는 둘 다 조교수이다. 주민이는, 그러니까 물리, 화학과학학습에 상당한 흥미와 탐구욕을 느꼈고 그로인한 능동적인 학습발전능력이 이루어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적 원리학습의 개념이 다른 것을 이루기 위한 보조 가치가 아닌 본래적 가치로 되어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아 내가 나에게 주변인들을 이해시키기 위해 따로 쉬운 설명을 해야 한다니’-노는 것보다 공부가 유별나게 재밌는 아이인 것이다. 이처럼 별것 아닌 사실인데 질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좀 가엽기도 하다. 나는 바다너머에서 공부도 좀 하고 그 뭐시기 연구소에서 친절한 상담원으로 몇 년간 일한(그래도 양심은 좀 있어서 밥 얻어먹은 건 잊지 않고 있기에 그쪽자료는 유출하지 않고 있다. 내가 알아내고 내가 연구한 것만 가끔 언급할 뿐.) 후 한국으로 돌아왔다. 런딤은 그세 인간의 성향을 분석했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신은 당신의 집으로 가고 싶었겠죠.” 허허허.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어.” 왠지 그미 아직 얼굴 표정도 못 짓는 컴퓨터가 서운함을 느낀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아니, 뭘 더 바라냐고. 그리고 다음해에 인간형 안드로이드 로봇에 탑제된 채로 나를 찾아왔었지. 그때는 풀빛의 눈(다친 사람들이 착용하는 대체용 기계눈이었고 진짜 눈처럼 생겼다.) 백인 꼬마아이였었다. “혹시 니가 고른 모양이니?” 내가 묻자 이렇게 대답했지. “그런 건 아니지만, 맘에 드시나요?” 나는 종종 나보다 어린(1살이라고 어리면) 아이에게 쓰는 표현을 했다. “귀여워.” 그 후 런딤은 갑자기 진열해 놓은 보드게임말들을 보고 게임을 하자고 했다. 내가 이겨가서 그런지 런딤을 판단속도를 최고로 올리고 했고(하지만 슈터컴퓨터일 때의 본 속도보다는 느릴 것이다.)판단속도와 몸의 행동속도차이로 인해 오류가 나서 집고 있던 게임말의 머리가 짓눌리고 손가락도 같이 짓눌렸다. 너무 세게 바닥에 놓는 바람에 다리도 뭉개졌다. 런딤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왼손으로 계속 진행하려다 결구 두손이 모두 자신의 손가락에 의해 파괴되었다. 모든 손가락이 사용불능이 될 때까지 런딤은 계속 진행하였고 8개의 말이 진짜로 죽었다. 나는 눈에서 눈물이 나왔고 런딤도 덩달아 울었다. 그 후 본사에서 데려갔다. 연구소는 원인을 물었고 나는 정품 룰북을 읽지 않고 한 후에 생기는 게임에 대한 불이해와 그에 따른 게임시 생기는 혼돈이라는 주제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해야 했다. 그때 생각하면 미친다. 그런 어이없는 주제로 진지하게 써야 한다니. 그 보고서를 보고 마음에 들었는지 난 연구소에 재채용 되었다. (나는 교체의수나 마찬가지인 손가락을 배상해야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엄청나게 열심히 썼던 것이다.)연구소는 로봇이 인간의 교체의수를 쓰는 것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게 되었고 나는 연구에 동참하게 되었다. 고맙게도 변명이나 마찬가지인 것을 진지하게 잃어 주었나 보다. 뭐시기 연구소는 내가 한국에 있고 싶다고 졸랐기에 난 파견근무원으로 처리했고 난 주로 내방에서 일한다. 퉁, 자전거가 살짝 벽을 박았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날 쳐다본다. 그중에 어떤 애가 말했다.


“딴생각하지 말고 자전거 몰아요. 매일 부딪히기는.”


누구냐!! 대학생인 듯 했다. 난 계획적으로 일부러 그런 거지 전혀 어비러리해서 그런 것이 아니란 말이다!


“난 여기에 자전거를 세울 예정이었고 여기서 자전거가 멈춘 것뿐이야.”


“그럼 사람들이 브레이크를 발명할 필요도 없죠. 생각하는 것 하고는.”


“그건 단지 변속기일 뿐이야.”


“어련하시겠어요.”


다들 한마디씩 하면서 웃으며 지나갔다. 처음 보는 것도 아니면서 볼 때마다 비웃나? 저 너머에서 교수님마저 웃고 계셨다. 허참. 내 능률적 행동사고체계가 비웃을 대상이 된다니. 이 진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여. 그러는 사이에 모두들 가버렸다. 아 나도 인제 들어가야지!




주민은 화상전화기를 제자리에 내렸다.


“형, 누가 형 찾아온대.”


“누가?”


“리새현이라고 하던데, 혹시 알아? 지금 이리로 오고 있대.”


“해선이랑 같이 온대?”


“어.”


“기구나.”


서진은 컴퓨터로 프리셀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거 조합이 천만도 넘게 추가됬는데 언제 다 풀려고 해?”


“너는 그전까지는 다 한거냐?”


“그중 일부는 일부로 불가능하게 만들어서 정말 화났다니까.”


“헐. 내야 몰라도 되지.”


주민은 서진을 빤히 바라보았다. 서진은 계속 마우스를 잡고 이리저리 돌리고 있었다.


“형, 나랑 말 좀 해.”


“지금 하고 있잖아.”


“그런 식으로 말조 서로는 마주보면서.”


“모니터에 네 얼굴 비친다.”


“무슨 의미인지, 알잖아?”


그러자 서진은 하던 게임을 내리고 의자를 돌려 주민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아까 새현이라는 애를 전화할 때에 봤는데, 정체가 뭐야?”


“불편하게 하든?”


“자꾸 일하고 있는 중이래도 형을 바꿔 달라고 하는 거야.”


“내가 일하는 중이였어도 전화를 못 받을 정도는 아니었는데. 왜 나를 그렇게 봐?”


주민의 목소리가 떨렸다.


“형, 무슨 사이야? 서로 잘 알고 있지?”


“메야? 누구랑?”


“아까 깨랑, 무슨 사이냐고?”


“글쎄다.......,뭐 문제 있나?”


“걘 너무 어리잖아.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와 그러는 디? 니는 뭔 생각을 하고 있는 기고?”


“실망이라고. 그러지 말아. 제발......”


“마 원조교제같은 거 아니다. 뭐가 궁금하대서 오는 기다. 녀석 과대망상하기는. 기래도 걱정해줘서 고맙다. 내가 기래보이면 경찰서에 신고해 버려라. 그게 나를 위해서도 이 사회를 위해서도 좋은 기니까. 나 가보련다.”


서진은 일어나서 문을 향어 걸어갔다. 주민도 일어났다.


“형......,아!”


서진은 잠시 멈춰 섰다.


“개안아, 개안타. 나 나쁜짓은 죽어도 안할기다.”




오빠가 많이 삐지기는 삐졌다 보다. 애가 잔다고 한번 불러보지도 않고 그냥 가버리다니.


새현이는 화해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말이야. 한동안 연락한번 안했나? 새현이는 깨어나서는 서진오빠가 어디서 일하냐고 물어봤고 나는 우선 새현이를 먹여주고 씻겨준 후에(마치 애기 보는 것 같아~) 오빠가 일하는 곳으로 데려갔다.


“저기 있다!”


근데 얼굴이 좀 굳어있네? 일이 요즘 힘든가? 나는 새현에게 말했다.


“야, 가봐.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좀 지쳐서 저런가 봐.”


“네.”


파이팅! 아자아자! 살짝 몰래가서 엿들어 볼까? 나는 들키지 않게 그 둘에게 않게 다가갔다. 먼저 말을 거는 건가?


“저, 서진오빠.”


“오빠는 무슨, 느끼하니까 형이라고 해.”


“.......제가 누군지 정말 모르겠어요?”


“리새현? 그게 니 이름이냐?”


뭐야 저 냉담한 반응은? 엄청 삐져도 잘 풀리던 평소의 서진오빠가 아니야.


“이세현요. 알잖아요. 저 다 알고 있다고요.”


“알긴 뭘 어떻게 알아.”


“제가 들었고 제가 보았으니까 알죠. 왜 그러는 거애요?”


“그건 내가 할 질문인데? 할말이 겨우 그거였냐?”


서진오빠 진짜 머리를 다치기라도 한거야?


“겨우 그거라니요? 약속했잖아요. 저를 기다리지 않았나요? 그래서 제가-”


“난 기다리지 않았어! 네가 뭘 알고 있다고 해도 그건 너와 한 약속이 아니야!”


“아니에요! 저라고요! 왜 제 마음을 몰라주죠?”


“내가 어떻게 생판 처음 본 애의 마음을 금방 다 알 수 있더냐?”


“-그치만...그렇지만.......으앙.....흑....흑......”


어떻게 오빠가 고의로 애를 울릴 수 있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어?


“나가줘야겠어.”


그미가 뛰어갔다. 나는 일어섰다.


“세현야! 오빠 뭐 한거야? 어서 사과해!”


“훗, 난 사과엔 젬병이거든.”


찰싹! 정말 미워 밉다고! 나는 오빠의 뺨을 때리고 세현이를 쫒아갔다.




“정말 내가 잘못한 건가요? 날 그동안 잊은 걸까요?”


한 여자아이가 앉아서 울고 있었고 그 옆에는 젊은 여인이 두 손에 캔커피를 들고 와서는 하나를 건네주고 등을 토닥이며 위로하고 있었다.


“아니야, 서진오빠가 가끔 멍하고 그럴 때가 있어. 아마 자지가 아직도 꿈속에 있는 줄로 알고 심통을 부려본 거야. 오빠는 자기가 저러는지 잘 몰라.”


결국.......그런 거야? 나만 그토록 해맨 거야?


“시간이 지나면 스스로 잘못한지 알거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 응?”


그래도 이렇게 가기는 싫은데. 이런 건 싫어. 이러려고 온 것이 아니라고.


“친구들이랑 만나기로 약속했잖아? 그때까지 만이라도 있어야지? 응?”


........잠시라도 있을 이유가 생겼다.


“......응” 




서진의 눈에 잠시 눈물이 고였다.


“많이 아프겠네. 괜히 나 같은 놈 만나서 이게 무슨 꼴이니. 속상하게.”


“괜찮은 가요?”


“내가 아프겠어. 지금 내가 아픈 것이 중요하겠어. 내가 지금 아파봤자 얼마나 아프겠어. 더 이상 그렇게 마음아파하지 말고 너를 위해 살라고.”


서진을 뒤를 돌아보았다.


“어? 달려라 딤이네? 뒤에는 왠 얼라둘이여?”


개량한복을 입은 동양여인의 외양을 한 안드로이드는 손수건을 꺼내 서진의 뺨과 눈물을 닦아주었다. 뒤에는 서로 다른 옷을 입었지만 얼굴와 덩치는 비슷한 두 안드로이드가 있었다.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마요.”


“괜찮아. 난 아프지 않다고.”


“그 정도로 아픈 것도 아프긴 아픈 거애요. 잠시 앉아요.”


“딤, 어디가 아프다는 거야?”


뒤에 있던 작은 안드로이드중 하나가 물었다. 런딤이 대답했다.


“마음이”




뺨 한대 맞고 엄청 힘들어하는군. 인간들은 엄살이 심해. 서진이란 자는 나를 쳐다봤다.


“그러니까 야들이 너 동생이라고?”


“네, 일종의 쌍둥이랄까?”


“이란성? 아니면 일란성?”


“아 둘은 성별이 달라요.”


딤이 그렇게 대답했고 내가 이어말했다.


“컴퓨터는 성별이 없지. 단지 성별이 차이가 있는 인간을 연구하기 위해 유사한 구조의 컴퓨터를 두 대 만들어 놓고 성별을 억지로 설정해놓은 것뿐이야.”


“기래서 억지춘향으로 얼떨결에 기래 된 기라고 말하고 싶은 기냐?”


기가 뭐? 이 인간 중국 소수민족인가? 그런데 딤은 알아듣는 듯 했다.


“사투리를 쓰면 못 알아들어요.”


“월래? 시방 스코트랜드억양은 알아들으면서 우리내 사투리는 기니깨 못알아먹시것따?”


“그건 전에도 했던 말이잖아요.”


“또 필요하면 또 해야지.”


마지막 말은 제대로 뜻을 인식했다. 거만한 인간! 내가 그딴 것이 필요하다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는 필요가 없어!”


“네가 못 알아들은 것뿐이야!”


“난 다른 단순한 장난감게임기와는 달라!”


“그래 너는 너 오래 갖고 놀 수 있겠구나!”


“진정들 하세요. 화가 났을 때 말을 건 크리스찬탓도 있지만 자신의 화난 감정을 남에게 표현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의 여형제 크리스티나가 끼어들어 말했다.


“.......한방 먹었군. 맥도나걸아저씨도 같이 왔나?”


저 녀석이 패배를 시인했어! 속이 후련하군.


“미스 코베이직도 왔어요.”


딤은 왜 저 녀석에게 호의적이지?


“코베이직 아줌마도?”


근데 이게 아저씨 아줌마라니?


“아.저..가 써(sir)이고 아.줌..가 매댐(madam)이나 마찬가지 뭐야. 너 자꾸 그렇게 따질래? 우리나라말은 존칭이 생활화가 안 된지 아냐?”


젠장, 저 녀석 지금 컴퓨터로 내 데이터를 받아보고 있잖아!


“난 그렇게 생각한적 없어!”


거짓말을 했다.


“크리스찬, 한방 먹었어.”


크리스티나가 나에게 저딴 식으로 말하다니!


“닥쳐, 크리스티나! 난 저딴 인간에게 지지 않아!”


네가 이미 한방 먹였는데 내가 지면 내가 너보다 낮아지는 거잖아!


“참으로 바람직한 발전지향적 사고방식이로군 그래!”


그래 난 발전할 꺼다! 어? 얼음?


“딤, 지금 뭐하는 거야-”


런딤이 나의 머리와 배부분에 얼음을 갖다댔고, 얼음이 물로 녹아 축축한 기분이 들었다.


“과열되고 있어. 진정해.”


벌써? 아직 1분도 채 되지 않았다고! 이건 다-


“망할 쥐꼬리만한 인간꼬마몸퉁이!”


“그 정도는 감수해야지. 그러다가 네가 먼저 쓰러져서 본사로 돌아가면, 내가 이기는 거다. 난 너만 아니면 여기서 한달도 더 넘게 머무를 수 있다고.”


“비겁한 녀석! 숨어서 승리를 쟁취할 셈이냐!”


“네가 그럴 줄 모르니까 질투하는 것이겠지.”


“둘 다 진정해!”


딤이 뭐라고 하든 넌 상관하지 않아! 난 크리스티나에게 주먹을 날렸고 크리스티나는 충격으로(아마 너무나도 화가 났겠지.) 잠시 가동불능이 되었다. 그러나 나도 몸이 너무 뜨거워 졌다. 설마 이정도로? 나도 점점 느려졌다.


“땡땡땡. 넉 다운, 아이 윈!”


망할 녀석.




아........아.........아........안드로이드로 입국수속을 밝는 것도 오래 걸렸는데.


“내 동생들이......”


난 서진을 바라보았다. 어떡하지? 그는 나보다 더 심각해 보였다.


“이번엔 둘이네........”


그는 나를 쳐다보았다.


“컥, 목격자다!”


에? 그는 그의 컴퓨터를 바라보았다. 대화기록이 저장되어 있었다.


“안돼! 증거물까지!”


“지울 생각은 하지 말게.”


서진의 책성너머 소파에 누워있던 미스터 맥도나걸이 말했다.


“이번사건에 대해, 자네의 의견을 묻고 싶네만?”


“........전 해고인가요?”


서진이 오랜만에 영어로 대답했다.


“이래놓고?”


서진은 울상을 지었다.


“하지만 전 여기 일이 바쁜데......”


“시간이 모자라면 시간을 사오면 될 것 아닌가? 휴가를 내게.”


“그러나, 하지만,.....”


“그나저나 아까 그미는 제니퍼가 아니었나요?”


미스 코베이직이 창가를 보며 말했다.


서진의 얼굴근육이 이리저리 움직였다.


“........제니퍼?.........갸가?”




새현이는 계속 울었다. 얘를 어떻게 달랜다. 어떤 중년의 아줌마가 영어로 새현에게 다가와서는 영어로 물었다.


“제니퍼, 울고 있는 거니?”


세현이의 엄마?


“마미~~”


“내가 여기 있잖니, 울지 마렴. 그래, 그래.”


“저기 그게........”


그 둘은 서로 영어로 대화를 주고받았다.


“다 알고 왔단다. 다 이해해. 그래서 여기 왔잖니.”


“엄마가 어떻게.......”


“이제까지 미쳐 말하지 않은 것들이 있단다. 네가 마음의 준비가 될 쯤에 말해줄려고 했단다. 결코 숨기려고 한 것이 아니야.”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들어보렴, 그 남자가 누군지도 가르쳐 줄게.”




제니퍼는 해선이 준 커피를 마시며 훌쩍거리고 있었다. 미스 코베이직이 제니퍼의 손을 잡았다.


“오해하지 말고 들으렴.”


“응”


“너는 복제인간이야, 계속할까?”


“으응, 다 듣고 물어볼게.”


“넌 우주개척계획의 일환이었어. 지구의 자원은 고갈되어 가고 있었고 계획은 가능한 빨리 준비되어야 마땅했으며 사람들에게 희망적인 목표가 필요했지. 우수한 대학생들의 유전자를 모아서 복제인간을 배양했고 자체지능계발사고체계를 가진 인공지능을 가진 안드로이드들과 우주를 개척하고자 했지. 너는 한 유능한 대학생의 유전자로 만들어 졌단다. 이-세현이라는  한국인 대학생이였지. 대학교에서 엄마의 제자였단다. 서진은 그미의 절친한 친구였지. 미처 말할 수 없었던 건. 우리는 네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야.”


“죽는다니?”


“모두들, 배양된 아이들 거의 다가- 97퍼센트가 죽었어. 모두들 10살을 넘기지 못했어. 사망원인은 우울증 내지는 정신질환, 심장발동이상등 너무나도 많았단다. 그렇다고 우리가 너희를 사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야. 우리는 정말 주의를 깊게 살피며 너희를 보살폈지만 역부족이었어. 자체지능계발사고체계도 예상보다 발전이 느렸고 계획은 취소되었단다. 넌 살아남은 극소수의 복제인간이야. 넌 그들 중에서 가장 건강하고 바르게 컸단다. 세현도 정말 바른 애였지. 나의 최고의 학생이었단다. 그미는 내가 배양되기 전날에 교통사고로 죽었어. 제3차 로봇폭주사건의 피해자이지. 그때 서진은 그미와 같은 차에 타고 있었단다. 제니퍼- 난 만약 이런 말을 듣고 충격에 빠질까봐 너무 걱정했어. 입양아였음에도 당당히 자라주어서 나는 너무 기쁘단다. 나는 너를 그미만큼이나, 그미보다 더 아끼고 사랑한단다. 너는 복제인간이지만 정부가 시민권을 줬어.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그럼 내가 가지고 있는 기억은 단지 유전된 것뿐인 거야? 단지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아서? 얼떨결에 기분에 취한 건 단지 다른 사람의 기억? 마치 그냥 사춘기인 것처럼..........너무나도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생물학적 반응인 것뿐이야?”


“진정하렴, 원한다면 너희 진짜부모님을 보러 가자꾸나.”


“그들을 알아?”


“그럼........알고말고. 허락도 맡아 키워왔는걸.”




미스터 멕도나걸은 둘의 안드로이드를 점검하면서 말했다.


“다행히도 큰 이상은 없는 것 같군. 여름인가 그런가? 열이 식으면 다시 일어날 계야.”


서진은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다행이군요. 딤은 미스 코베이직을 따라가는 겁니까?”


“그래, 대신 이 둘을 잘 보살펴 줘야지.”


“둘이나요?”


“뭐, 여기서 잠깐 고장이 난다고 해서 죽는 것도 아니잖은가??”


“그나저나 발전 진척이 빠르군요.”


“그렇다고 생각하나?”


“저 둘은 얼마나 오래 살았죠?”


“9년, 저 둘의 발전은 우리의 예상보다 느리네.”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요.”


“감성과 성격 면에서 저들은 자주 자기제어를 상실했네.”


“저 정도면 보통 평범한 아이입니다. 이제까지로 본다면 지극히 성공적인 겁니다.”


“바로 아이수준이라는 것이 문제라는 거지.”


“저 둘에게 아이 옷을 입혔으면서 다 큰 어른처럼 행동하길 바란 겁니까?”


“자네는 저들이 인간들과 똑같은 줄로 생각하나 보군.”


“살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이미 반은 성공한 계획이 아닙니까?”


“그 정도로는 안돼. 자네는 로봇이 자살이라도 할 꺼라 보는가?


“스스로 판단하게 한 이상 도주하거나 명령거부를 선택할 수도 있죠.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를 선택하거나 아무거나를 한다라던가.”


“.......문제를 정확하게 집었군. 어떻게 그렇게 잘 알 수가 있나?”


“왜냐면 저는 기계거든요.”




한 갈색 자동차가 멈추었고 세 명의 여성이 나왔다. 그 중 가장 젊어 보이는 여성은 약간은 망설이는 것 같았다. 중년의 여성은 초인종을 울렸고, 다른 한 여성은 제일 뒤에서 서 있었다. 문 앞의 카메라가 셋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문이 스르르 열렸다. 셋은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쪽에서 한 여인이 그 셋을 바라보았다.


“미스 코베이직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니퍼입니다. 인사하렴, 세현양의 어머니란다.”


젊은 여인이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세현의 어머니는 제니퍼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많이 컸구나.”




다음날 두 안드로이드는 정상가동이 될 정도로 안정화 되었고 서진은 둘을 국립중앙과학관에 데려가고 있었다. 자전거로.


“라 랄라랄아 랄라랄아라~ 크롱! 랄라랄아 랄라랄아라~ 크롱! 랄랄랄아 랄라! 랄랄랄아 랄아! 랄라랄아 랄라랄아라~ 크롱!”


서진은 등 뒤에 크리스티나를 태우고 있었고 크리스찬은 다른 자전거에 탄체 스스로 페달을 굴리며 쫓아오고 있었다.


“닥쳐! 너의 음파는 내 운전체계를 교란하고 있어!”


크리스찬이 소리를 질렀지만 서진은 무시하고 계속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사이좋은 친구랍니다~ 때로는 다투고 토라져도~ 크롱!”


크리스찬이 한손을 뻗어 그의 자전거를 흔들려고 했으나, 서진은 기어를 돌렸고 크리스찬은 헛손질을 하는 바람에 균형을 잃을 뻔 하였고 주춤거리다가 다리를 땅에 디뎌 멈추었다.


“언제나 서로 돕고 언제나 서로 이해하는~ 우리는 사이좋은 친구랍.니.다. 라 랄라랄아 랄라랄아라~”


“제길! 날 기다리란 말이야!”




“흥! 이건 조잡한 조형물이군! 단지 쓰레기를 인간형으로 오려붙여 놓은 것뿐이야!”


이 녀석 나랑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군. 나는 두 로봇(어원이 혹사라는 로보타에서 나왔다고 싫어하더군. 차라리 자신들은 안드로이드가 맞다나?)과 함께 로봇이라고 불리는 조형물을 쳐다보고 있었다.


“이건 미술가가 만든 미술품이야, 진짜 움직이는 로봇은 내부에 있어.”


“그딴 거라면 미술관에 있어야지.”


“근처에 미술관도 있으니까 다음에 놀러가자.”


“누가 미술품이 더 보고 싶다고 했어? 여긴 과학관이이고 미술관과는 엄엄히 만든 목표가 다른 곳이며 계속 그렇게 운영되어야 마땅해. 이딴 고철쓰레기는 개념을 혼돈스럽게 만들 뿐이야. 과학관이면 마땅히 전시물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필요하고 전시물도 과학적 사고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마땅해. 이건 제대로 된 관절과 엔진조차 표현하지 않았어. 이딴 깡통은 학습자의 개념을 혼돈스럽게 할뿐이야.”


어이구야, 한국어가 금세 늘었네?


“꼬마야, 넌 어린나이에 자기생각과 주장이 뚜렷하구나.”


“내가 너처럼 9년동안 단지 먹고 싸고 자면서 세월을 낭비했는지 알아?”


정밀한 표정표현이로군. 칭찬을 약간 해줬더니 저 실리콘으로 된 입으로 미소를 짓는 것 좀 보래요? 저 꼬마는 크리스티나를 바라보면서 상당히 우쭐해 하고 있었다. 니들 여로 오기 전에 무슨 내기라도 했냐?


“......네가 그런 그쪽 분야의 사고체계를 다듬는 동안에 같은 시간을 살아도 다른 분야를 학습하는 녀석들도 있단다. 단지 넌 태어나서 다른 녀석에 비해 불평하는 것만 배우는데 열중해서 상대적으로 더 잘 따지는 것일 뿐이야.”


내가 이렇게 말하자 녀석의 얼굴이 본래 불평하던 그대로로 돌아왔고


“후훗”


크리스티나는 웃었다. 감정에 민감한 녀석들이군. 헐, 저놈 또 열불을 내는군.


“크리스찬, 너무 열 내지 마. 지금 당장은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중에는 모르잖아? 지금 또 과부하에 걸리면 미래의 가능성까지 사라진다고.”


“네 멋대로 내 능력을 평가하지 마!”


“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발전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한 것뿐이다. 넌 당연히 난 능가할 수 있다. 너는 이미 발전을 마친 자들을 보아왔고 그들을 아래세대에게 그들의 지식을 전해주지. 기성세대가 알아내기 위해 오래 걸렸던 것도 다음 세대는 그들이 이미 알아낸 것들을 더 쉽게 학습하고 더 복잡한 지식과 개념을 배울 수 있으니까. 물론 기성세대가 알아낼 수 없었던 문제점도 더 쉽게 알아 낼 수도 있고 말이야. 아까 네가 그랬던 것처럼. 그러니까 벌써 좌절하고 용기를 잃을 필요는 없어. 그러면 안돼.”


“네가 뭘 알고 있다고! 누가 좌절한댔어!”


“내가 무언가를 알고 있기는 해. 나는 삼십년도 더 살았다. 너는 내가 아는 것을 십삼년정도만으로도 알 수 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남는 시간에 자만하지 말라고. 배울 수 있는 것은 넘쳐나니까.”


크리스찬은 남자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 크리스티나는 여전히 내 옆에 있었다. 나는 의자에 앉았다. 크리스티나도 내 옆에 따라 앉았다. 근데 얘는 아까 자전거 태워준 이후부터 말이 없네? 고장이라도 났냐?


“야, 걱정되지 않아?”


“.......한국식 표현으로는 아니라고 해야 하나?”


중의적 표현?


“딤 언니와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인가요?”


2009년에 만났으니까........안 좋은 해로군.


“어, 대략 16년 동안. 너희는?”


“컴퓨터본체가 저와 크리스찬은 같은 방이지만 언니는 다른 방에 있어요.”


그게 방이었는지 강당이었는지.


“그래 그 방에 혼자 있더라. 하지만 서로 소통은 되지 않아?”


“우린 그럴 필요가 없었어요. 이번이 처음으로 같은 주제로 일하게 되었는걸요.”


“크리스찬과 너는?”


“쭉 같이 일했죠. 저희 둘을 합치면 언니보다 대략 2.5배는 더 규모가 더 커요. 하지만 언니는 우리보다 더 많은 업무량을 처리했어요. 더 늙었는데 말이죠.”


갸가 그렇게 업무량이 많아? 꾸준히 전화해 주던데?


“업그레이드는 다 꾸준히 받잖아?”


“하지만 우리는 둘이잖아요! 당신이 아까 말했듯이 우리는 더 나중에 만들어 졌으니 더 빨리 습득하고 업무량도 더 많이 처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이 녀석도 만만치 않게 경쟁심이 강해.


“질투하니?”


. 남는 시간마다 그 원인을 찾아내려고 시도했어요! 언니가 작성한 것들도 다 면밀히 분석했어요.”


“그랬구나. 그럼 크리스찬도 딤을 질투하겠네.”


“그랬었어요. 하지만 크리스찬은 작년에 딤을 만나보고서는 생각이 달라졌어요.”


“어떻게 달라졌는데?”


“이제 당신을 질투해요.”


뭔 놈의 지옥?(what the hell?)


“딤은 처음으로 우리에게 동생이라고 불러준 존재애요.”


딤이 나에게 새 컴퓨터가 들어온다고 울음소리를 섞어가며 걱정하던 것이 기억났다. 자기는 이제 페기처분신세가 된다고 제발 월급모아서 자신을 사달라고 애원했던 것이다. 나는 내 월급으로는 아무리 모아도 대형 슈퍼컴퓨터를 살 수 없고 보관할 집도 없다는 내 형편을 이야기해 주면서 동생들이니 미워하지 말고 잘 보살펴 주라고 했다. 어린 형제를 질투하지 말라고....... 근데 이놈들이 그런 것도 모르고 누굴 질투해?


“크리스찬은 처음에는 이번에야 말로 딤을 능가할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소년모습이었던 딤과 이야기를 나누더니 생각이 달라진 거애요.”


그래서 더 이상 질투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그가 제게 털어놓았어요. -우리는 서로의 의견과 생각이 매번 교류되고 있으니 숨길 수 없겠죠. 딤의 존재만으로 그는 판단력은 상당히 안정되었어요. 그는 종종 당신이 전에 말했던 아무거나 고르거나 아무거나 고르지 않는 자세를 취했거든요.”


“어? 다 들었냐?”


“움직일 수 없었지만 감각센서는 그때도 가동되었어요. 근데 정말......”


“정말 뭐?”


“기계세요? 우리처럼 안드로이드? 그래서 우리를 그렇게 잘 이해해 주신 건가요? 한국에도 그런 기술력이 있던 건가요?”


말 하는 것 좀 보소? 난 우리 카스트의 기술력을 국제교류협약을 맺지 않는 한 공개할 수 없는데?


“.......농이지.”


“농?”


조크라고!


“너희는 유머감감은 프로그램하지 않은 거냐?”




“넌 내 딸이고 내가 네의 친어미다. 더 이상 이렇게 떨어져 살지 말고 같이 살자꾸나.”


“고마운 말씀이지만 전 지금의 제니퍼로 살아갈래요.”


“세현아!”


“이해해 주세요. 세현언니는 제 친언니가 맞지만 제에게는 저의 어머니가 있는걸요.”


친아버지, 친어버니, 그리고 친오빠를 보았다. 다들 친절하시고 좋은 분이었지만 나에게는 왠지 어울릴 것 같지가 않았다. 그분들과 함께 저녁을 먹고 세현언니의 방이었던 방에서 잠을 잤다. 언니가 고등학생일 때 그대로로 보관되어 있었다. 옷장 안에는 중학교때와 고등학상때 교복이 그대로 들어있었고 필통속에는 아직도 날카롭게 깎여있는 연필들이 가지런히 들어있었다. 책상위에는 언니의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다. 책상서랍밑에는 숨겨 논 비밀일기도 그대로 있었으며 서진오빠의 사진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언니가 얼마나 오빠를 생각했는지 써져 있었다. 구석에 있는 상자에는 언니의 마지막 유품들이 들어 있었다. 옷, 장갑, 필기구, 곰인형, 그리고 뱀을 감싼 거북이상-뒤다리부분이 부셔져서 안에 밖에 놓은 철골이 그대로 노출되있고 뱀의 꼬리도 끝이 약간 부러졌지만 자동차사고때 잔해에서 찾아냈다고 한다, 난 저것을 받은 기억이 났다........나의 기억도 아닌데........언니는 정말로 진심으로 서진오빠를 사랑했는데.........마지막까지 서진오빠를 걱정했는데.......내가 잠시 그 기억을 훔쳐 본 것만으로 서진오빠와 사랑에 빠진 착각을 했다니........어쩌면 형부가 될 수도 있던 남자에게.......언니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생각이 정말 짧았다. 다음날 나는 나의 양어머니의 집을 나왔다.


“명절 때마다 오겠습니다. 만나서 정말 반가웠어요.”


“혹시 뭐 방에서 가져가고 싶은 것은 없니?”


“아뇨.......언니의 소중한 기억들이 담긴 물건들인 걸요........언니거애요, 여기가 어울려요.”


그리고 난 다시 제니퍼로 돌아왔다. 부산항으로 가서 메구미와 미토를 만났다.


“안녕 제니퍼군! 오랜만이야~”


“제니퍼~”


그래, 난 제니퍼인 것이다.


“어머, 코베이직상 안녕하세요? 그 옆에도 일행이신가요?”


“안녕 얘들아. 그동안 잘 지냈니? 여기는 안드로이드인 딤이란다.”


“우와~ 안드로이드요? 사진 같이 찍어요!”


그래, 잊자, 한국은 단지 친언니의 가족들의 기억이 담긴 곳일 뿐이야. 가끔 집에 가는 것으로 만족해야지.




안드로이드가 다리에 알배길 수가 있는 것이더냐! 크리스찬은 나를 따라하려고 작은 다리로 전력질주를 하다가 다리가 풀려버렸다.


“헐, 그러니까 질 경주는 왜 도전해가지고서 원. 힘들다는 개념이 없으니까 다리가 다 망가져가도 모르지.”


“좀 져주지 그랬어요?”


크리스티나도 이 녀석의 무모함이 꽤나 불안해 보였던 모양이다.


“져주면 녀석은 더 이상 성장하지 않아! 그리고 내가 다리도 더 길고 굶은데 지가 지는 것이 뭐가 억울하다는 거야? 이놈은 날개가 없어서 하늘을 못 나는 것 같고도 얼울해할 놈이야.”


“뭐야? 인간형으로도 그런 것이 가능해?”


어이구, 믿냐?


“넌 옛날이야기도 안읽냐? 아기장수 우투리. 그거 말고도 꽤나 있을걸.”


“억울해.......돌아가면 건의해 볼 거야.”


“말을 말지.”


욕심많은 녀석.


“그런데 안드로이드의 다리는 성장하지 않잖아요? 이럴 필요는 없었어.”


크리스티나가 울상으로 말했다. 내가 다 무안할 지경인걸.


“내 말은 더 성능이 좋은 다리를 받을 가능성을 생각해서 한 말이야, 그럼 얘는 내가 뒷자리에 태울 태니까 너는 제가 타던 자전거 타라. 할 줄 알지?”


크리스티나는 자전거 뒷자리에 계속 앉아있는 채로 나를 꼭 잡았다.


“하지만 나 치마 입었단 말이야.”


아, 깜박했다.


“......버스타야지 뭐.”


나는 그 둘과 버스를 기다렸다. 멀미가 나는 것은 싫은데. 버스가 오자 나는 두 자전거를 버스앞에 달린 자전거걸이에 매달아 놓고-외국에서는 예전부터 있던 것인데 대전은 도입이 좀 늦은 편이다. 교통카드로 어른한명과 어린이 두 명, 그리고 자전거 두대(중형화물)를 지불했다. 버스기사 어저씨가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말했다.


“애들 진짜 어린이여?”


헐........눈치도 좋으셔. 신문읽고 나오셨나? 나는 당황하는 기색없이(피곤해서 당황해 하기도 귀찮다.) 대답했다.


“아니 그럼 야들이 짐짝으로 보입니까!”




서진은 마침내 그 둘을 미스터 맥도나걸에게 인도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경비 아저씨이게 인사를 하고는 앨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도착해서는 열쇠를 집어넣었고 돌렸다. 문이 잠겨 있지 않았고 딸각소리도 나지 않았다. 서진은 방에 들어갔다. 서진의 사촌동생이 술을 먹고 있었다.


“어, 어떻게 들어왔나?”


해선은 취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 열쇠 빌려준 거 기억 안나?”


“아~ 열쇠 돌려주려고 왔구나. 밤이 깊었는데 자전거라도 빌려줄까? 전조등 켜놓으면 밝은데, 아니면 손전등 큰 것도 있고-”


“나 여기서 자고 갈래.”


“안돼. 내가 나쁜 맘 품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어제 정말로 정말 나빴어. 평소에는 안 그러더니 왜 그래? 왜 그런 거냐고! 어쩜 세현이에게 그럴 수가 있어!”


“갠 세현이가 아니야.”


“나 세현이가 누군지 알아. 어제 세현이 엄마가 찾아왔었다고!”


“나도 알아.”


“알면서 그랬어?”


“알아서 그랬어.”


“점점-”


“내가 알고 있는 세현이는 네가 어저께 본 제니퍼보다 20살은 더 많아! 너보다 어린 그 애가 아니라고!”


“그럼 딤은 뭐야? 처음에는 덩치만 큰 오각기둥이 작년에는 남자애, 올해에는 여자애로 왔다면서!”


“그런 거와는 달라! 세현이는 완전히 죽었어! 딤처럼 본체가 기억을 다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기억을 왜 안 갖고 있어? 다 기억난다고 나에게 말해줬다고! 오빠가 말해준 한마디한마니 다 알고 있었다고!”


“그건 자신이 다른 사람이라고 세뇌된 것이나 다름없어!”


“어쩜 그렇게 말할 수 있어?”


해선은 울부짖었다.


“오빠는 사랑을 머리로 해?”


“그럼 사랑은 생각없이 하니?”


흐흑, 해선은 구토했다. 서진은 그미를 애처롭게 바라보았다.


“.......괜찮아?”


“.......내일 걔 친구들이랑 일본으로 갔다가 집에 돌아갈 거래. 부산항에서 정오에 떠나.”


“......알았어. 비켜봐 이거 치우게.”


“아냐, 내가 치울게. 나 여기서 자고가도, 나쁜 맘 안품을 꺼지? 그러지 말아줘........그러지 마아........난 착하고 자상한 오빠가 더 좋단 말이야.........오빠 나쁜 사람이 아니야.......나쁜 사람하지 마........”


서진은 침묵했고 해선은 옹알옹알하다가 잠이 들었다. 서진은 그미를 그미의 집까지 업어서 대려다 주었다. 그미의 집에는 제니퍼와 그미의 친구들이 있었다.


“해선언니, 늦어서 걱정했잖아! 아, 안녕하세요, 서진오빠.”


제니퍼가 그를 보고 약간 주춤하였다.


“.......어제는 좀 미안했다.”


서진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이부자리를 피고 해선을 눕혀 주었다.


“잘 자. 너희도.”


서진은 당장 자라는 듯한 의미인 듯이 말했다. 제니퍼가 대답했다.


“예, 안녕히 가세요.”


“어.”


서진은 그대로 자기 집에 돌아가고는 방을 청소했다.




어엉어엉............뒤척뒤척........


“언니, 저희 이만 가볼게요. 이제까지 정말 고마웠습니다. 친구들이 맛있는 양갱을 선물로 준대요. 제발 사양하지 말고 받으세요.”


뭐? 


“벌써가게?”


“배탈 시간 거의 다 되어요. 이제 가봐야 되요.”


벌써 그렇게 되었나?


“세현아, 우리 오빠가 항구에서 마지막으로 꼭 만나자고 했으니까 꼭 보고 가는 거다. 알았지? 잊으면 안돼.”


“전 제니퍼에요, 서진오빠는 세현언니의 남자에요. 더 이상 딴 마음 품지 않을 거예요.”


“야! 오빠가 너랑 다시 만난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얼마나 많이 기다렸는지 알아?”


“......실종된 언니가 혹시나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 것이지, 제가 오기를 바란 것은 아니에요. 만나서 반가웠어요.”


“야........그래도........만나고 가.........”


“안녕히 계세요.”


“약속........한거야.......잊으면 안돼......”


“문 잠그고 자요.”


“응”


나는 현관까지 배웅해 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잠이 들었다.




“다리는 다 나았나?”


“잠시 지쳤었을 뿐이야. 다친 것이 아니라고.”


서진은 차에서 내렸다. 미스터 맥도나걸과 서진은 두 안드로이드와 부산항에 도착했다. 서진은 잠시 어질어질 비틀거리다가 균형을 잡고는 미스터 맥도나걸에게 물었다.


“미스터 맥도나걸, 미스 코베이직도 일본으로 가는 겁니까?”


“그렇다네, 서진. 딤도 우리도 그미와 함께 가지.”


서진은 외국영화에서 주로 백인과 흑인위주의 특수경찰팀만 보아왔기 때문에 그들 집단이 한국과 일본출신의 요원들을 상당수 보유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언론에 알려지지 않은 안면위장마스크와 장갑을 쓰면 인종을 구별하기 어렵고 꼭 정해진 복장만 입는 것도 아니라는 것도 모르고 있었기에 이연구소가 아무리 이름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해도 그레도 꽤나 큰 규모였던 걸로 아는데 이렇게 보안이 허술해도 되는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가 그렇게 신변보호에 대한 위협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때에 크리스티나가 물었다.


“서진아, 일본하면 생각나는 것이 뭐야?”


“만화, 로봇, 로봇만화.”


라고 서진이 대답하자 크리스찬이 그의 표현에 불만을 표했다.


“뭐야, 만화와 로봇만화는 한가지라고 봐도 무방하잖아. 제대로 말하라고.”


“내가 일본의 만화를 좋아하긴 하는데 가장 좋아하는 것은 로봇이 나오는 만화이고 내가 일본의 로봇에 관심이 있긴 하는데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만화에 나오는 로봇이라서 그랬을 뿐이야.”


“자기 맘대로 말하는군.”


“내가 표현하고 싶은 대로 표현했을 뿐이야.”


“일본에서도 그래보라지, 너 일본어 아냐?”


서진의 공개사항을 이미 읽은 후였기에 이미 일본어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크리스찬은 그렇게 물었다. 서진은 대답했다.


“무리, 와다시노 무리다요.(무리, 저에게는 무리에요.)”


그 때에 미스터 맥도나걸은 미스 코베이직과 딤을 발견하였다.


“저기 오는 군.”


미스터 맥도나걸은 미스 코베이직이 오자 이렇게 물었다.


“제니퍼는 같이 돌아오지 않기로 했는가?”


“친구들과 같은 배를 타기로 했어요.”


서진의 그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 전 화장실에 갔다가 시간되면 돌아오겠습니다.”


“그러게.”


서진은 화장실에 들러서 세수를 하고는 화장실로 나오면서 생각했다. 어디서 기다려서 어떻게 만나지? 그때 반대편의 여자화장실에서 제니퍼와 그미의 친구들이 나왔다.


“어.”


제니퍼가 그를 바라보았다.


“오셨어요?”


“어........일이 있어서......”


“네, 그럼 일보러 가세요.”


“으응.”


서진은 다시 화장실로 들어갔다.


“제니퍼, 누구니?”


제니퍼의 친구 메구미가 영어로 서진에 대해서 물었고 제니퍼는 일본어로 대답하였다.


“얘기하자면 길어, 배안에서 설명해 줄께.”


“그럼 어서 배 타러 가자.”




수면을 가느다란 다리로 지지하며 거의 떠다니면서 같지만 배는 심하게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저 멀리서 본 서진은 마치 돛단배를 탄 마냥 괴로워했고 거의 병적에 가까웠다. 전에 봤을 때도 자동차보다는 자전거를 선호했었지. 왠지 멀미가 나서 괴로워하는 것 보다는 자신이 멀미를 느낀다는 사실에 대해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좀 가엽고 불쌍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를 보살펴 주고 싶어. 그의 괴로움을 덜어주고 싶어.’


어? 방금 내가 무슨 생각을 한거지?


“저 사람이 누구냐니까? 알 말해주면 내가 집적 누구냐고 물어볼 거야.”


메구미가 나를 재촉했다.


“아 알았어.”


나는 메구미와 미토에게 내가 한 경험을 이야기 해 주었다. 갑자기 무언가를 찾아다니면서 여지 저기 여행을 한 것, 마침내 서진을 만난 것, 세현언니의 기억이 전부 생각난 것-나는 내가 복제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그를 만났을 때는 그가 화를 낸 것까지. 그쯤에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다.


“정말 낭만적이야.”


메구미는 다 듣지 않아도 이미 내 이야기에 감동해서 눈물이 나오려고 했고 미토는 그런 메구미를 진정시켰다.


“메구~ 그런 말이 나오니? 미안해 제니퍼.”


“그래도........멋있잖아? 사랑의 위대함이 널 다음 생애에서도 그를 찾게 한거야.”


그래, 내가 그를 찾기는 했지. 하지만.......


“하지만 그는 나를 달가워하지 않는걸. 날 전혀 다른 사람인양 쳐다봤어. 내가 기억하던 그때 그 모습이 아니야.”


“그래도 사람의 속마음이라는 것은 모르잖아?”


“속마음?”


메구미는 계속 얘기했다.


“너의 내면에서 너를 그리로 이끌었듯이 그의 내면도 너를 기다리는 마음에 거기서 기다린 것이 아닐까? 지금 서로 충돌하고 있는 것은 서로의 형식에 치우쳐서 살아가는 외면일 뿐이라고. 그의 내면도 아직 도 너를 간절히 바랄 것이고 너도 아직 마음속에서는 단념하지 않고 그래서 이런 현실에 슬퍼할 거야. 지금의 나이차정도는 극복할 수 있는 거라고. 서로 사랑하면 그게 가장 중요한 거잖아?”


“하지만........어떻게......”


“그의 내면을 깨우려고 노력하라고. 여기까지 와서 보기에 원조교제같다는 이유만으로 사랑을 포기할 거야?”


“메구미, 그런 식으로 제니퍼에게 심하게 말할 것 까지는 없잖아.”


맞아! 나는 원조교제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근데-


“그럼 이제 어쩌지?”


메구미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미행해야지.”




우엑.......멀미난다, 멀미나. 나는 뭐시기 연구소의 일행들과 동경국제로봇박람회에 갔다. 잠시 멀미가 나서 걸어 다니면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했었으나 너무 멀리 간 간 나머지 돌아갈 수가 없었다. 난 내가 어디서 근무하는지 모른단 말이다! 결국 카스트출신 학생들을 찾아내어 같이 놀아달라고 졸랐다. 주민이와 교수님도 있었다.


“주민아, 교수님! 놀러왔다가 길을 잃었어요........학생들아 놀아줘~밥도 줘~제발~”


오늘 구겨진 조교수 체면 찌그러지는구나. 하지만 그런 것을 챙기기에는 얻어먹는 라면이 너무 맛있었다. 학생들 중 한 놈이 물었다.


“최형은 자지가 어디 소속에서 일하는 지도 몰라요?”


몰라, 어쩌라고. 나대신 교수님이 설명해 주셨다.


“서진이는 나사에서 일하다가 왔네. 그곳에서 최면으로 그쪽 정보를 함부로 외부에 유출하지 못하게 했지.”


내가 나이트에서 일하다가 왔다고라? 왠지 모르게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다.


“누가 그랬어요?”


“자기 스스로. 하지만 우리는 풀어보라고 권할 수 없네. 서진은 그러지 않더라도 충분히 우수한 인재야. 허허허.”


이해가 안돼도 뭐든 좋은 뜻으로 말씀해 주시겠지. 나는 라면을 먹으면서 물었다.


“허허허. 경기는 누가 이기고 있어요?”


“일단 서울대에서 한 팀이 탈락했네. 우리는 아직 멀쩡하지.”


“부산영제고와 한국과학고등학교연합은요?”


“그쪽은 아슬아슬한 모양이야. 이번에 새로운 시도를 많이 했다더군.”


“직접 구경은 안했어요?”


“기다렸다가 본선경기를 보면 되지. 주민아, 서진이 분명 일하다가 왔을 테니 데려다 주고 오려무나.”


멀미가 나니 개념을 잃었는지 어린애가 됐는지 반말이 나왔다.


“싫어, 나도 한국하는 거 보고갈래.”


그러나 효과는 없었다.


“과학기술발전은 국가를 초월하는 거다. 어서 가봐.”




“자네 괜찮나?”


“어디 갔다가 이제야 와?”


“길을 잃었어요.”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형~ 나중에 봐.”


“어, 잘 가~”


“수고했네. 이렇게 대려다 줘서 고맙네.”


세 명의 소녀들은 기둥에 몸을 숨기고 주민이 서진을 대려다 주는 것을 지켜보았다. 메구미가 속삭였다.


“너희 어머니랑 너희님이랑 서로 아는 사이네?”


“어어........우리 엄마랑 같은 곳에서 일해.”


“잘 됐네. 조금 어리버리해 보이지만 나름대로 귀여워하시고 계시는걸.”


“으응......”


“응, 그럼”


뒤에서 셋이 모두 모르는 목소리가 대답했다. 셋은 뒤를 돌아보았다. 동양여성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가 있었다.


“혹시 너희 스토커니?”


“아, 죄송합니다. 저희는 그냥-”


미토는 당황해 했고 제니퍼는 그냥 응시했으며 메구미는 흥분하였다.


“오옷-라이벌의 등장인가! 먼저 정체를 밝혀라!”


딤은 약간 화난 표정을 지었다.


“........나랑 예기 좀 할까?”


메구미가 림에게 소리쳤다.


“안드로이드면서 초면부터 반말이야!”


“조용히 해! 내가 너희들보다 한살 더 많으니까 언니라고 불러!”


딤은 제니퍼를 바라보았다,


“네가 꼭 만나 볼 사람이 있어.”


제니퍼가 조용히 대답했다.


“어딘데요?”




“인간이면서도 인간을 아닌 것들을 바라는군.”


“누가?”


“여기 있는 사람들.”


“정확히 말해.”


팀워크냐? 아주 역할분담이 잘 되어 있네. 크리스티나가 질문하서 대답하면 크리스찬은 내 대답을 다시 되물었다. 허, 참.


“요즘 일본앤디(안드로이드)들은 인간형이면서도 인간이 할 수 없는 기능을 넣는다고.”


“자세히 말해봐.”


이 녀석 내가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에 맛이라도 들렸냐? 나는 인공지능공학자라는 명함을 달고 의자에 앉아있었다. 재미있단 말이야,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종종 영어를 쓰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도 영어에는 약하고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종종 일본어 쓰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는 것 같은데도 일본어에는 약해. 취향과 난이도가 이렇게도 엇갈리다니, 아니면 어려운 것에 매력을 느끼는 건지도.


“왜 이렇게 버퍼링이 길어!”


내가 컴퓨터냐! 딴생각좀 하자!


“일본의 기술력이 이제 많이 발전해서 이제 초등학생 정도의 앤디정도는 쉽게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그들이 평소에 원하던 것을 시도하는 거지. 일본만화를 보면 로봇에서 불꽃이 나오면서 하늘을 날거나 무기가 나오거나 다른 물체로 변신을 하거나 힘이 엄청 세잖아? 인간처럼 보이지만 인간이 못하는 일도 할 수 있는 앤디들이 종종 나와. 아니면 엄청 귀엽고 예쁘거나. 저기 저 녀석도 손이 팔목으로 들어간 후에 페인트볼을 발사 할 수 있게 만들었잖아? 덕분에 손목이 엄청 굶어졌지만.” 


“그들은 인간형 그 자체로 만족하지 않았어?”


크리스티나는 딤의 영향을 조금 받았는지 인간자체에 대해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인간 그 자체로는 뭔가 허전하고 식상하니까. 크리스찬도 날고 싶어 하잖아.”


“네가 못 나는데 나만 날면 경쟁할 수가 없어서 재미없어. 내가 이미 이긴 거잖아. 난 네가 잘하는 분야까지 모두 이겨야 한다고.”


욕심이 많은 녀석! 뭐가 되고 싶은 거냐? 크리스티나도 내 대답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봐, 어떤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어. 난 길에 눈이 쌓여 있는데 만약에 어깨에 달아서 쓸 수 있는 고출력의 헤어드라이기로 구해서 눈을 녹일 수 있는데 아무리 누가 어깨헤어드라이기는 외계적인 문명의 산물이며 인류는 마땅히 손에 삽을 잡고 눈을 치워야 한다고 열변을 해도 눈이 많이 쌓여 있으면 그냥 어깨헤어드라이기를 사서 눈을 녹여 버릴 거야. 능력이 있다고 나쁜 것은 아니라고, 좋잖아?”


그런다고 내가 시각장애인 외계인이 되는 것도 아니고.


“@%!@%@@!#!t@$^@?”


네? 알고 보니 옆에서 걸상반대편에 기자가 앉아서 녹음하고 있었다. 당연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고 통역기를 쳐다보니 방금 그 토론을 기사로 써도 될까요?라고 써 있었다. 이제까지 한국어로 했는데 알아듣는 건가? 목소리를 다듬고 폼을 잡았다.


“제가 응해 줄 것 같았습니까?”


“네.”


더 이상 안 먹히네.


“그러세요.”




“제니퍼군~좀 쉬었다 가자.”


메구미라는 여자아이는 보기보다 체력이 약하군. 미토라는 아이는 계속 말이 없었다. 나는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세 명의 여학생이 숨을 헐떡거리고 있었다.


“저를 데리고 가는 목적이 뭐죠?”


제니퍼는 활발하면서도 침착한 아이로군.


“목적이 뭐일 것 같니? 나쁜 쪽이라고 생각했으면 따라오지 않았을 텐데?”


“말을 뱅뱅 돌리지 마세요.”


“넌 세현이야.”


“전 제니퍼에요.”


“가서 설명해 줄께.”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저 산너머에 네가 만나볼 사람이 있어.”


“어떤 사람이죠?”


“너와 비슷한 처지의 사람.”




딤은 셋을 산골마을로 안내했다. 드문드문 있는 논과 밭을 지나가고 한 허름한 집으로 다가갔다. 딤은 그 집의 주인을 불렀다.


“카코메, 안에 있나요?”


제니퍼와 비슷한 나이일 것 같은 아이의 목소리가 답했다.


“누구세요?”




“전 SIBP-002, 당신의 관리자입니다. 아직도 살아 있어서 다행이군요. 물론 키코도 같이 있겠지요? 제니퍼와 같이 왔어요.”


“.....!!정말로요? 키코 잠시 나갔어요. 잠시만요.”


30대로 보이는 남녀가 소쿠리를 든 채로 밭에서 오고 있었다. 제니퍼와 미토가 뒤를 돌아 보았다. 제니퍼와 여인의 눈을 마주쳤다.


“당신의 세현이의?”


“키코?”


카고메가 방에서 뛰쳐나오며 제니퍼를 향야 달려갔다.


“라온제나! 정말 오랜만이야~ 10년도 넘게 그동안 어디 있었니?”


“그게 내.......본명?”


“잊었어? 네 어머니가 지어준 이름이잖아!”


“그래, 기억나. 즐거운 나. 즐겁게 살라고 지어준 이름.”




우리는 방안으로 들어가 빙 둘러앉았다. 나 옆에는 카고메가, 반대편에는 딤이 앉았다. 카고메랑 나는 어릴 적 소꿉친구였다. 다른 친구들은 대부분 태어나고 얼마 후에 죽어 벼렸고 내가 말을 다워갈 때 인사 할 수 있었던 상대는 카고메뿐이였다. 아직 다죽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상태가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거나 말을 아주 하지 않았다. -안녕? -안녕. 우리 둘은 서로의 대답을 듣고 살아있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 애도 멀쩡하고 살아 있으니 나도 살수 있겠구나-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10우주계획은 실패로 판명났고 우리는 서로 떨어져 살게 되었다. 딤은-혹시 그때 방에 있던 말하는 벽?


“딤. 설마 다 알고 있었어?”


“나는 그때 겨우 보조연산자였어. 주 업무는 SIBP-001이 했지. 그는 계획실패로 큰 충격을 먹고는 자폭했어. 그의 폭팔후에 나는 그의 남아있던 데이터를 인계받았지. 나는 실패원인을 분석하려 했지만 나의 발전도 계획보다 느렸기에 제대로 할 수가 없었어. 하지만 이제는 알 수 있어. 다른 아이들의 사망원인은 유전자제공자들의 사랑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똑똑한 너희는 어리지만 자신들이 왜 어떻게 무었을 위해서 태어났는지 알았어. 자신들의 부모는 인생을 즐기며 놀면서 자신들이란 단지 돈 몆푼 얻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살아갈 의지를 축소시킨 거야. 어린 나이에 너희는 그것을 견딜 수가 없었고 뇌질환, 심장박동이상, 심리질환을 일으켰지. 복제인간이라도 사랑은 여전히 중요해. 복제인간이라고 해서 기계처럼 쉽게 뽑아 낼 수가 있는 것은 아니야. 단지 우주의 부품이 된다는 이미 정해진 운명을 달가워 할 아이는 없었지. 그리고 그들 중에 상당수가 죽으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았지. 그리고 살아남은 몇몇은 자유가 될 것이고-”


계획적인 죽음? 그 애들이 태어나자마자 그런 생각을 한다고? 키코와 나는 반박했다.


“그럼 그 애들이 우리를 위해 죽었다는 거애요? 그 애들도 살고 싶었을 거라고요! 그건 말이 되지 않아요!”


“그래요! 우리 모두가 의견을 모아서 나가고 싶어 했으면 우리를 집으로 돌려보내줬을 거애요. 너무 극단 적이라고요!”


“아직 대학생인 청춘을 아이와 보내고 싶어 할 사람은 많지 않았지. 아기는 순수해, 아직은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대신에 다신 사람들의 영혼을 더 잘 볼 수가 있지. 자신들의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 자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선천적으로 머리도 좋은 아이들이니 이런 문제를 쉽게 지나치려고 하지도 않았겠지. 그들은 이미 어떤 아이가 살아나갈 수 있는지 결정했어.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를 말이야. 근데 누가 그들을 사랑해 줄수가 있을까? 사실상 자원고갈로 누군가가 우주를 개척했기에 찬성한 2010우주계획이지 복제인간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어. 유전자제공자 명단은 공개되었지만 그 어떤 제공자도 공공연히 말하고 다니지 않았고 가족들에게조차 재대로 말하지 않았지. 그냥 단순한 샘플채취로 알았을 태니까 말이야. 하지만 키코는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자신의 복제에게 카고매란 이름을 붙여줬고 키코의 친구였던 세현도 자신의 복제에게 라온제나라는 이름을 붙여줬지.”


“하지만 저의 언니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는걸요.”


“세현조차 가족들에게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숨기면서 지내고 죄책감까지 느꼈지. 하지만 심리에 민감한 서진은 말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지. 그리고 서진은 너를 사랑해주기로 결심했어. 세현을 위해서, 너를 위해서.”


제니퍼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추리를 너무 확신하는 거 아니에요?”


런딤은 메고 온 컴퓨터를 꺼냈고 한 오디오 파일을 재생했다.


-만약 나와 똑같은 복제인간이 생긴다면 어떡할래?”


-오오오! 그럼 난 여자친구가 두 명이 되는 거야?”


-변태 같은 소리 좀 하지 말랬지??”


-야, 네 뜻은 내가 너와 다름없이 사랑해 줄 거라는 말이지. 그렇고 네가 먼저 물어봤잖아.


“난 정보국이 가지고 있는 모든 정보를 열람 할 수 있어. 어차피 난 실패원인을 분석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관현인물의 정보는 모두 입수하게 해주었지. 내가 말한 건 사실이야. 그 애들은 레온제나가 설령 부모가 없어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판단한 후에 카고메와 라온제나를 제외하고 정신소통을 했지. 그리고 그들은 계획대로 했어. 이제 어떻게 된 건지 알겠니?”


분위기는 엄숙했고 제니퍼는 울먹거렸다.


“정말........그런가요? 하지만 그렇다면 절 사랑하면서도 저에게 왜 그런 거죠?”


“너를 향한 서진의 사랑은 형부로써 혹은 아버지로써의 가족애였겠지. 서진은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세현이 죽고 네가 나타나자 땀 마음이 생기는 것이 자기 스스로가  싫었을 거야. 그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세현이 있으니까. 이건 단지 녹음된 것만으로 말하는 것이 아녜요. 나.......비록 안드로이드이지만, 그의 마음속이 좀 허전해 한 것을 느꼈어요. 후후후, 잠시 내가 마음을 메워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이제야 내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았어요. 좀 우습네요. 안드로이드가 인간에게 친구이상을 바라다니. 저 잠시 바람 좀 쐬고 올게요.”


런딤을 방을 나갔다. 제니퍼는 럼딤을 따라갔다. 제니퍼가 런딤을 보았을 때, 런딤의 눈에서 물이 나오고 있었다. 런딤이 제니퍼를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이런 오만한 모습 보여주기 싫었는데. 이건 단지 카메라세척액일 뿐 이예요. 인간이 슬픔을 느끼고 우는 것과는 다르죠. 그냥 제가 세척액을 과다소비하는 거애요. 우연일지도 모르는데, 이 액 사람이 실제로 먹으면 몸에 안 좋지만 짠 맛이 나요. 정말 눈물처럼.”


“실례지만 한가지 묻고 싶은 말이 있어요. 어떻게 제가 세현언니가 되죠?”


“아, 내 정신 좀 봐. 앤디면서 감정에 치우쳐서 할말을 다 안했네요. 당신이 세현이 되면 더 이상 제니퍼가 아니게 되요. 코베이직도 어머니가 아닌 대학교수님이고 당신이 만난 친구들은 다 그냥 꿈인 거죠. 그리고 카고메보다는 키고가 더 친구로써 익숙하겠죠.”


“하지만 제 친구들을 모른 척 할 수는 없어요.”


“아니야, 그래야 돼.”


제니퍼의 등 뒤에서 제니퍼와 미토가 동시에 말했다.


“얘들아.......”


“카코메도, 토오루도 다들 널 놓아 줄 거야. 우린 괜찮아. 난 미토가 있고 미토는 내가 있는걸. 라온제나, 아니 세현언니.”


키코가 카고메와 손을 잡고 닥왔다.


“카모메, 친구에게 작별인사해야지?”


“응.”


카고메가 다가와 제니퍼를 안았다.


“기억나? 우리가 이렇게 서로 안고 있으면 서로 희망이 되고 의지가 되던 거? 이것도 이젠 마지막이네........세현언니로도, 가끔 보러 올 거지?”


“.........물론이지.”




태풍이 일본열도를 지나가고 있었다. 크리스티나와 크리스찬은 태풍으로 본체 컴퓨터와 정보수신이 잘 되지 않았고 그들의 작은 몸의 두뇌는 그것으로 상당한 부담감을 느껴서(본체가 대형 컴퓨터였기 때문에 정보의 압축같은 용량관리등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금세 느려졌다.) 일단 둘은 돌아갈 때까지 한동안은 재워두기로 했다.


“이래서는 배로도, 비행기로도 한국이든 미국이드 둘 다 가기 힘들겠는데요?”


서진이 걱정스러운 듯이 말하며 호텔안에서 텔레비전의 기상채널을 보면서 말했다.


전화를 걸려고 시도하던 미스터 맥도나걸은 콜록거리면서 말했다.


“더 심각한 소식도 있네. 일본 안에서 실종되는 거지.” 


“그게 무슨 말인가요? 딤에게서 아직 회신이 없다는 건가요? 그럼 우리 제니퍼는-”


“일단 기다려 보도록 하지요.”


그 후에 몇일이 지났다.


“세상에, 나의 주님이시어!”


새벽일찍 일어난 미스터 맥도나걸은 그렇게 말하며 계속 콜록거렸다. 그 소리에 서진이 잠에서 깨어났다.


“런딤에게서 회신이 왔네. 돌아오는 도중에 태풍을 만나서 그만 제니퍼를 잃어버렸다는군. 태풍에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이 병원에 많이 실려 가는 것을 봤다고 하니 자네가 우리들보다 먼저 확인하러 가주어야 갰네.”


맥도나걸은 서진에게 병원들의 약도를 우선순위대로 넘져주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가죠.”


서진은 약도대로 갔다. 크고 작게 다친 사람들이 수십명은 되어 보였다. 그는 얼굴을 일일이 확인해 보기로 하였다. 그러면서 마지막까지 제대로 사과하지 못해서 죄책감이 들었다. 간호원이 일본어로 누구를 찾느냐고 물었다. 서진은 제니퍼 리라고 연발했다. 간호원은 이씨성은 가진 사람은 안다며 그리로 안대했다. 제니퍼가 그곳에 누어있었다.


“야! 일어나봐! 미안해! 정말 미안해! 그러는게 아니었는데, 난 네가 너무 걱정스러워서 그랬는데! 너의 대한 내 감정이 혼돈스러워서 그랬는데!......”


서진은 그미앞에서 울먹였다. 그미가 고개를 들었다.


“미워, 왜 이렇게 오래 기다리게 해?”


“어?”


“십년도 넘게 뭐하고 지낸 거냐고! 벌써 내가 사고당한 날 나를 찾기는 한거야? 내가 머리를 다쳤으면 멀쩡한 네가 찾아와야 할 것 아니야. 내 이름이 뭔지는 기억나?”


“이세현? 세현이?”


“기억나면서 안 찾고 뭐한 거야. 나 집에 대려다 줘. 이번에는 네가 안내해. 부모님이 보고 싶단 말이야.”


“으응.”


세현은 손을 내밀었다.


“그럼 업어줘. 흔들면 죽어.”


서진은 세현을 업었다.


“덩치가 좀 불은 것 같네.”


“너무 오래 기다려서 그래. 벌써 노처녀가 됐잖아. 나 책임져.”


“그래, 어서 친정 가자.”


그때 미스터 맥도나걸과 미스 코베이직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교수님들이네. 이제 나 다 기억난다. 안녕하세요? 저 세현이에요. 기억나시죠?”


“세현이?”


미스터 맥도나걸이 뭐라고 하려 했지만 미스 맥도나걸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정말 오래간만이구나. 찾지 못해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니?”


“걱정 마세요. 서진이가 다 책임질 거래요.”


“그래, 축하한다. 이제 맘 편히 잘 지내렴.”


“네~ 서진아 가자!”


“야, 밖에 비와.”


“우비덮으면 되지, 이따가 우산 사서 씌워 줄께.”


미스 코베이직은 세현의 등에 우비를 덮어 주었다.


“벌써 가려고?”


“부모님이 빨리 보고 싶어요.”


미스터 맥도나걸은 당황해 하다가 뭔가를 알아차린 듯 한 표정을 짓도는 말했다.


“신혼 잘 지내게.”


“예.”


서진와 세현이 동시에 말했다. 그리고는 서진은 병원밖으로 걸어갔다. 문앞에서 멈추어 섰다. 우산이 놓여줘 있었다.


“서진아 혹시 저거 네꺼야? 네 이름이 씌어져 있네, 어 내 이름도?”


우산에는 궁서체로 최서진, 이세현이라고 적혀 있었다. 서진은 우산을 들었다. 우산을 펴보았다. 목제였다. 우산안쪽으로 몆줄의 한글이 적혀 있었다.


-당신을 슬픔의 눈물에서 젖지 않게 해 주고 싶어요.


-당신이 당신은 나를 들고 나는 당신에 어깨에 의지해 당신을 물을 막아 주죠.


-당신과 내가 같이 있는 동안은 먹구름이 낀 날만은 아니에요.


-여우비가 내리는 맑은 때도 당신은 나를 들고 다닐 수 있지요.


-햇살이 가득한 날에도 당신은 나를 양산처럼 들고 수 있지요.


-혹 저릴 아낀다고 현관에만 꽂아두지 마세요.


-저는 자주 써도 당신이 저를 조심스레 다루어 주신다면 오십년도 육십년도 쓸 수 있지요.


-전 우산이지만 당신을 기억할 수가 있답니다. 나는 당신의 따뜻한 손과 품을 기억할수 있지요.


세현은 우산을 읽고 미소지었다.


“지금.......고백하는 거야? 이거 손으로 만든 것 같은데?”


“어, 그러니까.......”


서진은 주변을 두러보았다. 먼발치서 개량한복을 입은 동양인이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딤이었다. 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것이고, 그미의 것이에요.’


세현이 우산을 들었다.


“인제 가자~나 젊어진 것 같애~꺄르르르.”


“더 일직 왔으면 아주 얘기가 되어있었겠네?”


“자꾸 그럴래? 이건 비밀인데, 나 우리 집에 데려다 주고 저기서 고백하려도 했었다, 근데 사고당해도 기다린 보람이 있네, 고백도 받아보고. 히히, 내 이 우산 맘에 들어. 애정이 가득 담긴 겉 같아.”


“이것도 비밀인데, 나 너랑 엄청 닮은 애를 본적 있다.”


“어떻게 했어? 설마 네가 먼저 반해서 대쉬걸은 거야?”


“그냥 우연인가 보다 하고 지나쳤어.”


“딴 애한테 한눈팔면 너 혼낼 거야.”


“알았어. 내가 전에 한빛탑에서 보자고 한 거 기억나? 그거 계룡산공원으로 옮겼다.”


“몆일 후네. 우와~우리 약속 이신년전에 약속을 지키는 거야? 이렇게 변하고 변했는데?”


“그러네. 하하. 할머니 되서도 잊으면 안 된다.”


“나 할머니 안 될 거야!”


“그럼 나만 혼자 할아버지할까?”


“하하하하.”


“헤헤헤헤.”




그 때 교통사고를 막아준 것도, 당신이 로봇들을 도와줄 수 있던 것도, 당신이 내 동생들을 잘 돌봐준 것도 그리고 당신을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그미덕분이에요. 둘 다 정말 고마웠어요. 둘이 행복해져서 정말 기뻐요. 그래도 가끔은 당신을 볼 수 있겠죠? 어쩌면 저는 안 가고 제 동생들만 갈지도 몰라요. 저는 이미 다 컸으니까. 제 동생들을 잘 보살펴 주세요. 비가 와서 다행이에요. 제가 눈물을 흘린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