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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신이 존재하지 않는 곳 -끝-

2007.10.24 15:49

SSS 조회 수:630 추천:2

extra_vars1 하늘은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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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겨우 4편짜리 단편가지고 완결, 이라고 붙이기는 좀 그렇지만


어쨌건 끝났습니다.   이거 한 한달 반 걸렸나? -ㅅ-


 


 


 


일단 장르는 SF라고 붙였지만 내용은 일반 소설처럼 되버렸어요... 그것도 좀 난해한 ;;


쓰는 사람 입장에서야 뻔히 보이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선 도무지 알수없는 글일 수가 있겠네요 ㅜㅜ


 


하루이틀정도 후에 반응을 보고 글에 대한 설명을 올리던지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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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두통,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난 또다시 시작되는 두통에 정신이 들었고 눈을 뜨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구름… 바람… 석양… 그리고 하늘, 
그는 하늘을 보았다.
“아름답구나…”
석양이 지며 형용할 수 없는 붉은 빛을 사방에 뿌리고 있는 하늘.
하늘을 쳐다보며 중얼거리는 남자의 눈은 미소를 띄고 있었다.
기쁘도록 붉은 빛의 하늘, 최후의 석양의 바라보며 나는, 웃었다


“어디 보자.. 지금 시간이?”
7시… 아직 시간은 남았군, 슬슬 준비한다고 치면 조금 여유가 있나?
문득 생각해보니 어제 낮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생각에 난 벤치에서 일어나 조금 옷차림을 정리하고는 있는 힘껏 기지개를 폈다. 하하 역시 노숙자로 보이는 걸까, 지나가던 몇몇 사람들의 시선이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이 주위에 간단하게 먹을거라도 파는곳이 있으려나?
난 산책로를 따라 터벅터벅 걸으며 걸음걸음마다 전해져 오는 미묘하게 울리는듯한 바닥, 얼굴을 스치는 바람 그리고 그 바람에 흩날려 떨어지는 낙엽, 이 모든 것을 즐겼다.
“아 여기있군.”
그렇게 생각 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나는 개조한 트럭에서 토스트정도를 만들어 파는 노점상의 앞에 멈춰 서 있었다
“흠흠 어디보자… 뭘 먹지 계란?햄?스페셜??”
몇 가지 되지 않는 간단한 메뉴판을 앞에 두고 내 고민은 상당히 오래 계속되었다. 아니 고민이 아니라 미련이었을까? 어느쪽이었건 간에 그렇게 5분 동안 열번 넘게 메뉴를 바꾸는 만행(?)을 저지르다가 결국은 그때까지도 인내심 좋게 웃으며 기다려주던 가게 주인이 추천해주는 햄야채 토스트와 키위주스를 받아 들고는 지폐 한 장을 건넸다
“아유 맛있게 드세요. 여기 거스름돈…”
“아, 예 고맙습니다”
받아 든 주스를 한 모금 마시고 예상했던 이상의 맛에 살짝 감탄하던 난 무심결에 거스름돈을 받기 위해 손을 내밀려다 그 상태로 멈춰서 버렸다. 거스름돈?
그렇게 서로 이러기도 저러기도 어색한 상황에서 주인아줌마와 나 사이의 묘한 대치가 몇초정도 계속 되었고 그 상황은 내가 반정도 올렸던 손을 다시 내리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피식, 내가 뭘 고민하는 거지?
“거스름돈은 괜찮습니다. 그럼 많이 파세요~”
“아.. 아니 그래도”
그리고 나는 혹시 그 가게주인이 쫒아올까 겁이라도 나는 듯 빠른 걸음으로 왔던 길을 되짚어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쉴새 없이 토스트를 입으로 가져가며, 정신없이 걸음을 재촉해 내가 도착한 곳은 또 다시 이곳에서 깨어난 뒤로 쭈욱 머무르던 벤치. 내가 왜 벌써 여기로 돌아왔지? 하지만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그 벤치에 걸터앉고 있었다.
도무지 끊이지 않는 두통 그리고 반복되는 음성, 이런 식으로 오랫동안 혹사를 당하면 몸보단 먼저 정신이 망가져 버리겠지, 하하 나에게 시간을 조금밖에 주지 않은 건 네 놈들의 실수야
이미 사방은 어두워져 있었고 간간이 서있는 가로등만이 땅을 비추고 있는 쌀쌀한 가을밤, 산책을 즐기던 사람도 하나둘씩 저마다의 집으로 돌아가는 적막한 공원이었지만 나는 이 순간, 이 풍경을 영원히 기억이라도 하려는 듯 다시 한번 주위를 천천히, 아주 천천히 둘러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이곳 하늘도 마찬가지군”
나는 약간의 아쉬움이 담긴 말투로 중얼거렸지만, 잠시 후 다시 미소를 지었다. 몇개 되진 않지만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을 발견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림자가 아닌 빛에 가려 별이 보이지 않는 하늘이라면… 그다지 우울하진 않은 하늘이네“
미소는 더욱 커져갔다. 그놈들에게 한방 먹일 생각에, 그리고 더 이상 주저하지 않는 자신을 생각하니 자꾸 웃음이 터져 나오려 한다
“후우… 킥킥킥 뭐 하지만 마지막 하늘이라면 조금은 화려한 것도 나쁘진 않지?”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작고 딱딱한, 차가운 감촉의 조그만 구슬을 손에 쥐고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집중하자


몇분 정도 지났을까? 간간이 별빛이 반짝이기라도 하던 하늘이 한쪽부터 삼켜지기라도 하듯이 칠흑으로 물들어 간다.
이윽고 하늘이 완전한 어둠으로 탈바꿈 되자 이번에는 다시 하나하나의 점들이 그림을 그리듯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곧 별들은 언뜻 오색으로 빛나는 구름같아 보이는 형태를 이루기도 하고 강을 이루기도 하며 찬란하게 빛나며 흐르는 것이 아닌가.
아아 그 어떤 명화라 한들 이보다 아름다울까. 그 장관을 보고 있노라면 지금 순간만큼은 이 적막한 공간에 신의 축복이 내리는 듯한 착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지금 누군가가 폭죽을 쏘아 올린다면 그 불꽃이 별빛에 가려 초라해 보이리라


“후우……”
그렇게 황량했던 하늘에 축복이 내리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말없이 긴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작품을 감상했다. 완전무결, 한 폭의 그림을 바라보며 떠오른 한마디… 하지만 그 무결함에 한 방울의 먹물을 떨어트리기로 했다
난 하늘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팔을 내리자 손바닥이 가렸던 곳에는 회색의 달이 떠올라 있었다.
광채도 찬란함도 없이 그저 칙칙하기만 한 회색의 달. 주위의 화려함에 대조되어 더욱 눈에 띄는 그 한 방울의 먹물… 아마도 그것을 바라보는 내 표정은 묘한 조소와 슬픔, 분노들이 복잡하게 섞여 있겠지


얼마나 걸렸을까… 이런 일을 하다 보면 금방 끝난 것 같아도 실제로는 예상보다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을 경우가 많다.
“9시 15분”
약 한시간 반정도? 손목시계를 들여다보고서야 이번에도 역시 잠깐이라고 느꼈던 시간치고는 상당히 길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 오지 않은건가”
약속했던 9시는 이미 지났지만 어제의 꼬마는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온다고는 했지만 생각해보면 쉬운 일은 아니겠지, 10살짜리 꼬마가 한밤중에 혼자서 외출을 한다는 것은…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반면 내 몸은 떨리기 시작했다. 겨울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11월의 쌀쌀함이 이제서야 느껴진 것일까… 육체적으로는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떨림은 이상하게도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난 그렇게 한참을 웅크리고 떨었다.


9시 30분
이젠 손목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마저 들리는 것 같다… 내가 그 정도로 긴장을 했나? 내가 뭣 때문에 이렇게 겁먹고 있는거야.
이미 완전히 미련을 버렸다고 생각을 했는데… 계획이 어긋나기 시작하자 그 동안 한구석에 쌓여있던 불안감이 한꺼번에 터져나오는 기분이었다.


9시 40분
포기하면 편해질까? 차라리 그들에게 무릎을 꿇으면 이 모든 것이 끝이 날까…? 도저히 적응이 되질 않는 두통과 시간이 갈수록 심해져 가는 두려움, 이 모든 것이 참기 힘들어져 간다.
난 몸을 더욱 웅크렸다. 아예 얼굴을 무릎 속에 파묻어 버렸다.


“아저씨…?”
“!!”
갑자기 옆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누.. 누구지?
“아저씨 추워? 왜 이러고 있지”
“아.. 아하하 너였구나”
“에헤헤 늦게 와서 미안… 할머니가 못 나가게 해서”
“으.. 으응 괜찮아”
왔구나. 왠지 모르게 울컥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눈물이 흘러버릴 것 같은 기분을 참아내느라 말을 길게 잇지 못했고 갈색의 코트를 걸치고 나타난 꼬마는 그런 날 조금 이상하다는 듯 갸웃거리며 바라보더니 내 옆으로 와 앉았다.
“울어…?”
“운다고? 내가?”
“응, 우는 거 같은데”
“하하. 울긴 왜 울어 남자가”
이것도 여자의 직감이라 할 수 있을까? 그것보단 어린아이들의 시각이라는 게 더 타당하겠지… 지금 난 눈물은 흘리지 않았지만 분명히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지는 않았다. 더 이상은 울지 않기에, 단지 나의 마지막 축제가 헛되게 끝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내 마음은 한없이 흡족해졌다.
“자~ 내가 보여줄게 있다고 했었지”
“응. 보여줄게 뭔데?”
난 자리에서 일어나 꼬마의 앞에서 마술사라도 된 양 포즈를 취했다.
“안타깝게도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으니… 그럼 바로 제가 준비한 가장 아름다운 하늘을…”
그리고 한 손으로 꼬마의 눈을 가리고 고개를 들어올려 하늘을 볼 수 있게끔 한 후 잠시 뜸을 들였다.
“감상하시죠.”
나의 손이 치워지며 꼬마의 눈으로 은하수가 쏟아져 내렸다. 분명 지금껏 한번도 보지 못한 빛의 강이었으리라.
입을 쩌억 벌리며 그 장관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는 꼬마에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마음에 드시나요 공주님?”
“……”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네요”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표정만 봐도 대답은 들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우린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밤하늘을 감상하고 있었다.
“킥킥킥”
“으.. 응?”
갑자기 터져나오는 나의 실없는 웃음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꼬마가 시선을 아래쪽으로 내렸다. 왜 난데없이 웃어 버렸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내가 보여주고 싶다던 게 이거야”
“이거… 진짜야?”
“글쎄? 진짜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지”
“뭐야 그건…”
“저기 떠있는 회색 달, 보여?”
“보여”
“내가 저 달에 대한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게”


 



저 회색 별은 원래는 아름다운 구슬같이 빛나는 별이었단다,
저곳에 사는 사람들은 항상 밤이 되면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저렇게 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저렇게 회색으로 뒤덮여 버렸지.
그러자 더 이상 밤하늘에서 별을 볼 수 없게 되었고 그렇게 아주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그 회색 구름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됐어. 아니 구름이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일걸?
밤이 되면 그 구름마저 가려져 언제나 구름 뒤에 빛나고 있는 별의 존재라는 것을 잊고 말았어.
밤하늘에는 아무것도 없구나.
이것이 지금 저 별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이야.
하지만 사실은 이렇게 수많은 별들이 존재하는데… 별들은 지금도 수없이 생겨나며 그 반짝임을 전해주려 애쓰는데 저 회색 구름은 그 빛을 모조리 가리면서 오히려 자기가 그곳에 당당히 자리를 잡고 있어.
구름을 걷어내면 좋겠지만 그것도 너무 힘들어. 아까 말했지? 구름이 있다는 것 조차도 모를거라고. 물론 아는 사람들도 있지만 겨우 몇 명이서 그런 큰일을 할 수는 없잖아.
하지만 난 구름을 걷어 내고 싶었어. 응?  아… 하하 내가 실수했네, 그래 맞아. 사실은 저기가 내 고향이야. 저곳의 높은 사람들이 날 여기로 보내버렸지,
아무튼 그 구름을 걷어낼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구름이 있다는 걸 다른 사람에게 알릴 수는 있지 않을까? 이게 내가 하던 일이야.
하지만 방금 말한 높은 사람들은 그걸 원하지 않겠지, 구름을 만들어 낸게 자신들이고 구름을 숨긴 것도 자신들이니까.. 내가 그 구름 뒤의 별빛을 잡아서 돌아올 수 없도록 멀리 보내버린거야. 자신들에게 뭔가를 가져다주면 돌아오게 해주겠다고 꼬드기는 것도 잊지 않고.


하지만 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는 싫어.
더 이상 별빛을 담아 돌아가는 일은 할 수 없지만… 여전히 구름을 걷어내고 싶다는 소망은 그대로니까.
그래서 난 이곳에 버려졌을 때 생각했어. 내가 별이 되면, 언젠가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누군가가 나의 빛을 담아 돌아가 주지 않을까? 그게 힘들더라도 별이 하나씩 모이고 모이면 저 두꺼운 구름을 뚫고 반짝임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모두가 구름의 존재를 깨닫게 되겠지. 하고 말이야



중얼거림 같기도 한 나의 이야기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별로 재미는 없었나 보네?”
“으응 무슨 얘긴지 모르겠어”
“하하 미안 내가 사실은 이야기 같은거 별로 재밌게 못하거든”
“맞아. 진짜 재미 없다”
“……”
하하하 이 녀석은 마지막까지 가차없구나
마지막…


“난 이제 가야 될거 같네”
“어디 가?”
난 대답 없이 그저 씨익 웃어주기만 했다
그런 나를 조금 불만스럽게 쳐다보던 꼬마의 표정이 점점 울상으로 변해가는걸 보니 약간의 기쁨, 그리고 완전히 버린 줄 알았던 미련이 조금이나마 살아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 아저씨 왜 그래”
“뭐가?”
당연히 꼬마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 순간까지 장난기가 남아있었는지 싱글거리며 되물었다.
“아저씨.. 몸이 흐려지고 있잖아! 뭐야 이거!!”
약간은 겁에 질린 울음기도 섞인 목소리로 나에게 따지는 꼬마의 머리에 손을 얹고 살며시 쓰다듬어 주었다.
“말했잖아 가야 된다고… 근데 우는거야?”
“흑… 그러니까 어딜 가냐고!! ”
“저기”
내 손가락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네가 어제 그랬었지. 부모님은 돌아가신게 아니라고… 별이 된 것 뿐이라고, 하늘을 보면 만날 수 있을거라고”


 


“다음엔 나도 보러 와줄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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