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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신이 존재하지 않는 곳

2007.09.23 02:53

SSS 조회 수:647 추천:3

extra_vars1 이방인, 그리고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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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올렸던 디미르,


제목을 '신이 존재하지 않는 곳' 으로 변경했습니다 ㅡ0ㅡ


 


1화부터 다시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색한 부분이 많아 수정을 꽤 하기도 했고


이젠 괜히 나누지 않고 에피소드 하나씩 묶어서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글이 자주 올라오진 못하겠군요 ㅎㅎ 


 


이번회는 지난번 올렸던 ep1에 ep0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p0 라고 해도 그냥 프롤로그랑 비슷한거.. 라고 생각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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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세상이 시작 되기 전,


그곳에는 단지 어둠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그 암흑 속에서 어느날 땅과 바다가 창조되었으며, 태양이 대지를 비추고 황량한 대지에 생명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뒤를 이어 빛에 감사할 줄 아는 생명이 태어났으며 그들은 언어를 익히고 문명을 만들었으며 단 하나의 국가를 건설했다. 그들은 빠른 속도로 번창하고, 발전했으며 새로운 것을 만듦과 동시에 파괴했다


 


그리고 역사가 만들어졌다


 


역사는 바뀌어 갔으며 그들은 순종했다


그리고 현재 그 역사의 주축이 되고 있는 그들이 이곳에 모여있다.


 


단일국가 디미르. 중앙관리국 최상층 회의실


 


그곳에는 긴장한, 그러면서도 조금은 분노,슬픔,흥분 등이 오묘하게 섞인듯한 분위기의 사람들 10여명이 앉아있었다


무거운 분위기가 맴돌며 한동안 말이 없던 그들 중 한명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설마 그런 황당한 소문을 그대로 인정하라는 말씀은 아니겠지요, 각하"


 


각하라 불린, 지도자의 위치에 있는듯한 60대 정도의 사내는 깊은 생각에 빠진 듯 초점없이 전방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이건 단순한 소문이 아닙니다. 이미 여기계신 분들 대부분은 직접 확인하셨잖습니까"


지도자 대신 입을 연 것은 지도자의 비서로 보이는 한 중년의 여성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작스럽게...."


 


"그만하십시오"


한참을 미동도 없이 앉아있던 지도자가 그의 말을 끊었다


 


"이번 일의 진위에 대해서는 이미 논란의 여지가 없습니다. 중앙관리국은 이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세계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도록 하기위해 일해야 하겠지요"


 


 


이어서 지도자는 단언하듯이 강한 어투로 말했다


 


"지금부터 진실을 알고있는 모든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중앙관리국에서 감시하도록 하겠습니다. 다행히 여기 있는 사람을 포함해서 고위 관직에 있는 몇몇에게만 방문했다고 하니 크게 어렵진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인권침해의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이 사실이 일반인에게 알려졌을 때를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중요한 것이 아니겠지요 "


 


그의 발언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탄식처럼 내뱉어지며 끝을 맺었다


 


"우선은 그것밖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군요 인간이란 것이 이렇게 무력한 존재였다니


 


지도자의 비서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조물주에 비해서 말이죠


 


 


 


인류의 역사 1만년


지금, 단일국가 디미르. 아니, 모든 생명체의 존재를 의심하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아니 사건이 아니다.   가장 적합한 단어로는....  "신의 강림" 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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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방인,그리고 마법


 


오늘도 어김없이 해는 떴다.   그래 해가 떴구나.. 응?


우아악! 늦었다


경망스러워 보이는 외침과 함께 소년이 침대에서 뛰쳐나왔다. 동시에 문밖에서는 그 외침마저 묻어버릴 괴성이 터져나왔다


"아센 이 자식아!! 빨랑 일어나지 못하겠냐!!!"


"히엑 이.. 일어났어요 일어났다니까요"


 


소년은 반사적으로 외치며 재빨리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꽤나 건장한 체구의 한 사내가 웃음 띈 표정으로(하지만 그게 더 무서워 보인다) 서있었다


 


.. 아하하 안녕히 주무셨어요?


억지로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것으로 넘어가려 하지만 역시나 돌아오는 것은 늦잠의 대가


 


우두두두둑


끄어어어어어어어~~~!!!!!


 


식당 겸 여관, '해가 뜨는 집'의 아침는 항상 이렇게 시작된다


 


 


아센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지 홀로 내려가는 동안에도 자꾸 비틀거린다


물론 성격 급한 아센의 삼촌은 그 굵은 다리로 엉덩이를 툭툭 차긴 하지만


효과가 그리 오래 가진 않는 듯 하다


 


"이놈아, 사내놈이 아침마다 그렇게 빌빌거려서 어따 쓰겠냐"


"하암 맨날 해뜨기도 전에 일어나는 삼촌이 괴물인 거에요  일찍 자는 거도 아니면서..."


"호오 그래 괴물한테 한번 더 물려보면 정신을 차리려나?"


 


움찔


 


저 삼촌이란 사람은 농담이라도 실행하고는 마는 성격..


천천히 옆을 돌아보니 역시나 입을 벌리고는 어디를 물면 가장 효율적으로 아프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욱 정신 차릴테니까 그 누런 이빨 좀 밀어 넣어요"


 


 우적


"끄하악~~~~~ 어딜 무는거야!"


삼촌과 같이 산 이후로는 몸이 성한 날이 별로 없는 거 같다니까


 


난 이곳 "해가 뜨는 집" 에서 생활하며 일을 돕고있다.


이래뵈도 내가 이곳의 간판마스코트이자 매출의 보증수표...... 라면 좋겠지만


하는 일은 단순노동, 설거지 청소 등 잡일담당.


 


솔직히 장사가 잘되는 편은 아닌지라 그다지 바쁘진 않지만 요즘 들어 가끔씩 외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주 오곤 한다


 


간단히 홀의 청소를 끝내고 잠시 멍하니 앉아있으니  첫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검은 머리라 외지인인가?


 


"어서 오세요! 식사를 하실건가요??"


반사적으로 나오는 나의 고정 멘트. 얼굴에는 언제 졸았냐는 듯 샤방한 미소를 띄고 있는게 중요하다. 삼촌한테 안 맞으려면 말이지


 


"적당히 간단하고 맛있는 걸로 2인분"


간단하고 맛있는거, 솔직히 이런 주문이 제일 싫다, 기껏 골라서 가져다 주면 인상을 찌푸리는 사람도 종종 있으니까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달라면 줘야지


잽싸게 주방으로 뛰어가 "먹을만한거 두개!" 라고 외치고는 의자 하나를 빼서 앉았다. 주방 안에서 뭔가 궁시렁 거리는 소리가 들리지만 간단히 무시!


"지금은 삼촌도 볼일 보러 나갔고 좀 땡땡이 친다고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훗훗훗"


여유로운 행동으로 의자에 기대 앉아서는 TV를 보며 그 손님들을 힐끗힐끗 훔쳐봤다


우리와는 상당히 다르다, 머리,피부색 도 그렇지만


그런 것을 떠나서  이질적이랄까? 가까이 하기 힘든 느낌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훔쳐보기에 열중하고 있을 때 그들이 서로 무언가를 얘기하더니 한명이 주위를 슬쩍 둘러보고는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기계를 꺼냈다. 타원과 직사각형의 중간정도 되 보이는 납작하고 손바닥보다 조금 작은 기계.


 


'PDA 같은 건가..? 쳇 부럽잖아'


 


그는 PDA(로 생각되는 기계)의 버튼을 눌러가며 뭔가에 열중하기 시작했다


 


'메일이라도 보내는건가.. 아니면 게임? 흐음 저런거 비싸겠지'


내 월급(이라기보다는 용돈) 과 예전 인터넷에서 본적이 있는 PDA의 가격을 기준으로


나의 노동과 조그만 기계덩어리의 가치를 비교하고 있을 무렵 외지인들이 앉아있는 테이블 위에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뭐지 저거?


테이블의 한 구석에서 하얀 선 같은 것이 생겨나더니 옆으로 쭈욱 늘어나 네모난 직사각형의 종이 같은 모양이 되었다


 


믿을수 없는 광경에 눈을 떼지 못하고 쳐다보고 있으니 이번에는 그 하얀 종이에 프린트라도 하듯이 끝에서부터 색이 입혀지기 시작한다


 


저건 어디서 많이 봤는데...?  헉!  돈 이잖아


초인적인 절제심으로 비명은 지르지 않았지만 저건.... 믿을수가 없다


 


 


인쇄(?)가 끝나자 외지인은 재빨리 그 돈을 주머니로 쑤셔 넣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동행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야 아센, 갖다줘라"


"응?? 아.. 응 알았어"


 


뒤에서 들리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삼촌의 딸, 즉 사촌누나인 요리사 일렌이 카트에 음식을 담아 온다. 어디보자 메뉴는... 뭐야 이거


 


"누나 장난해?"


"왜에 뭐가 어때서"


 


...아차 전달할때 '간단하고' 라는걸 빼먹었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아침 8시에 갈비찜을 내놓는 요리사가 어딨냐아!!!!


요리 실력은 괜찮지만 그 외에는 전혀 머리가 안 돌아간다니까.. 휴우


 


"후훗 저런사람들은 돈이 많잖아 그리고 그냥 주는대로 먹으니까 이럴때 좀 팔아야지 언제 팔겠어"


아니 의외로 똑똑한 걸지도;;   그나저나 돈이라....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신고를 할까? 아니 일단 믿어줄 리도 없겠지 그런데 저것도 위조지폐라고 할 수 있는 건가??


 


여러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가 음식을 내려놓자 역시나 벙찐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두 외지인, 어쩌겠는가 그냥 쓴웃음이라도 짓는 수 밖에..  그냥 피식 웃고 수저를 집어 드는 걸 보니 그나마 다행이군


 


하아..  오늘은 유난히 잠이 부족한가 봐 이상한 헛것이 보이질 않나...


그냥 헛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아니 그래야만 할거 같다


 


 


 


"휴우........"


 


오늘은 이상하게 손님이 그 두 명을 제외하곤 한명도 없었다


덕분에 할 일은 없었지만 삼촌의 표정은 말 그대로.... 아니 말로 표현 할 수가 없구나


 


그 때문에 텅 빈 가게나 지키고 있으면서도 잠깐 졸지도 못하고 일하는 척을 하다 보니 한숨이 나올 수 밖에 헉! 살기?


 


"어따대고 한숨이냐 임마!


아아 삼촌이구나 


 


"한숨이 안 나오게 생겼어요? 오늘은 이상하게 손님이 한명도 없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나?"


 


그리고 삼촌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


 


당신같은 사람이 문 입구에 떡 하니 앉아서 인상 찌푸리고 TV나 보고있으니


오던 손님도 다시 나간 거 아냐?? 그러면서 왜 나한테 화풀이를 해!! 라는 무언의 항의지만..  이 삼촌이라는 사람이 그 눈빛을 이해했을 거라곤 기대도 안 한다


 


헉 또 살기 그리고 정확히 내 복부를 향해 날아오는 바디블로


머리론 알고있지만 몸이 피할수 없어!


!


 


"뭘 쳐다봐 임마!"


"끄.. 끄흑  무조건 주먹 날리고 보지 마요!!"


"반항할 힘은 남았나 보군  그럼 빨리 302호실에나 가봐"


"302호실요??  청소는 다 해놨는데"


"지명이다"


 


..  지명?  무슨 소리야?


"에... 지명이라뇨 여기가 언제부터 그런 업소로, 아니 그전에 제가 왜!!"


"음?? 흠.. 흠 말이 헛 나왔군  손님이 찾는다. 가봐!!"


...............


이 인간 매일 낮에 도대체 어딜 갔다온거야


 


 


 


 


 


 


싫건 좋건 간에 난 지금 3층으로 가는 계단의 앞에 서있다


내가 매일 열심히 쓸고 닦고 하는 이 계단이 오늘따라 유난히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그냥 기분 탓일까?


손님에게 무슨 방을 내주는지는 삼촌이 하는 일이라 잘 모르겠지만 장기투숙 손님도 없고 오늘 손님이라곤 딱 한 팀 뿐이었으니 302호실에 누가 있을지는 뻔한 일....


아아 그냥 잊으려고 했는데 또 생각이 나잖아 혹시 내가 보고 있었다는 걸 눈치 채고 입막음을 하려는 거 아닐까?


 


여기까지 생각하다 걸음을 멈추고는 살며시 고개를 들었다


"302호, 벌써 다왔네"


.............


"옷이 너무 지저분하잖아 갈아입고 다시 와야겠어. 청결은 서비스의 기본이지 아하하하"


"그냥 들어와"


허억?? 


내 비장의 대책이 허무하게 깨지다니, 그것도 그렇지만 그 말이 들리는거야? 휴우.. 이미 이까지 왔으니 들어갈 수 밖에


 


"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끼익


문을 여는 소리가 유달리 소름끼치게 들린다


방안에 있는 사람은 역시나 아침의 그 외지인 두 명, 한명은 샤워를 했는지 약간 젖은 머리를 말리는 중이었고 다른 한명은 그 무지하게 수상한 기계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혹시 불편하신 거라도 있으신가요?"


"아니아니 불편한건 없는데 말이야"


머리를 말리면 남자가 일어나더니 나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뭐야 저 표정은?


"그냥... 니가 맘에 들더라구"


히이이익????


"네... 네??"


"맘에 든다니까?"


이 대사와 느끼하고 게슴츠레한 표정, 설마.. 그것 인가!?  절대 안돼! 여기서 나의 순결을(?) 그것도 남자 따위에게 빼앗길 순 없어!!


 


"저.. 저기 전 그런 변태적 취미는 헙! 아니 변태라는건 아니지만 전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소년이고 무엇보다 이 소설 벌써부터 이렇게 막장으로 치달으면..."


"뭘 그렇게 빼고 그래,  자자 이리로 오라고"


 


빠져나가 보기 위해 필사적으로 그를 설득시켜보려 했지만 그는 갑자기 내 팔목을 잡아채고는 침대쪽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고 약간 떫떠름한 표정이긴 하지만 말릴 기색은 없이 그저 바라보고 있는 다른 한명의 외지인. 혹시 당신, 이 사람이랑 그런 사이야?  그럼 좀 말려보라고! 외도(?)를 그냥 방관 하겠다는 건 아니겠지?


 


"지금이 그런 장난 칠 때야 형?"


?


"하하 조금 긴장 풀어주려 한 거 뿐이야. 이봐 나도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구 변태로 몰진 말아줘"


"더 긴장했다구요!!!"


 


근데 그 기계를 두드리는 속도가 은근히 빨라진거 같은데..?


불안한 느낌에 형쪽의 손을 뿌리치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순간 무언가에 막히는 듯한 느낌에 그대로 다시 누울 수 밖에 없었다


"뭐.. 뭐야 이건"


"아아 별거 아니야 살짝 장난 친 것뿐, 그건 그렇고...."


그가 내 옆으로 다가오더니 조그맣게 속삭였다


"봤지?"


".........."


"봤구나?"


"........... 그.. 그게"


"그냥 사실대로 말해.  그럼 살려 줄 수도 있어"


진짜 죽일 생각이었습니까!!  그것도 저런 천진난만한 미소를 띄고?


"우진형 자꾸 장난치지 말라니까.. 위험한 상태라고"


아아 여기서 절 도와주는 사람은 당신밖에 없군요  영원히 잊지 않겠어요


"그냥 죽여"


"...........................그 얘기였어요?"


"물론"


"왜 죽어야 하는지 말해줄 수 있나요?"


"아니"


"그냥 안 본걸로 치면 안되나요"


"안돼"


 


내가 살아날 방도를 찾기 위해 던진 아주아주 단순한 질문들은 단 한마디씩에 의해 전부 거절당했다. 어차피 죽일 건데 길게 말하는 것도 아깝다는 건가? 그 대답이 극도의 공포로 다가왔지만 이상하게도 내 심장은 그렇지 않은 듯 했다. 오히려 이성적이 되어 간다.


 


"무조건 절 죽이실 건가요, 제가 조금 늦으면 삼촌이 금방 찾으러 올텐데?"


"걱정마라. 흔적은 남지 않으니"


"흔적이 남지 않더라도 제가 사라졌다는 것 정도는 알아채지 못할리가 없잖아요"


"그게 문제라면 그 부분도 해결해주지"


 


목숨을 가지고 흥정을 하는 느낌.  하지만..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이상하게 차분한 느낌, 아니 받아 들여야 한다는 느낌이다


 


"삼촌도 죽이겠단 건가요"


"아니, 관계없는 사람까지 말려들면 더 일이 커지지,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 사람은 아버지가 아니었나?"


"부모님은 안 계십니다만"


"흐음 미안하군"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위로 따윈 필요 없다고, 더더욱 그 상대가 지금 날 죽이려 하는 사람이라면


"그러고 보니 일주일후면 부모님을 마지막으로 본 날이군요, 아아 이왕이면 그 후에 죽는 게 좋았을 텐데... 달력에 빨간 동그라미까지 쳐 놨었다구요"


어느새 나는 과거형으로 말하고 있었다.


 


"일주일 후?"


한동안 옆에서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우리의 설전을(내가 당하기만 했지만) 구경 하고있던 형쪽이 약간 놀란 표정으로 반문했다


"호진아 오늘이 몇일 이더라"


"8월12일"


"일주일후면... 19일이지?"


 


이번엔 호진이라 불린 동생쪽의 표정역시 조금 움찔하는 듯 하다


 


"이봐 하나만 물어보자"


"뭔데요?"


"부모님 돌아가신 년도가 언제야"


"돌아가셨다곤 안 했습니다"


"일단 말해, 언제야"


 


왠지 이 사람까지 호진 스타일이 되어가잖아 흠.. 뭐 말해서 나쁠 건 없겠지


 


"4년 전 입니다만?"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지는걸 느낄 수 있었다


 


"4년 전,  8월 19일"


"그 날이지?"


"그렇군"


 


 


 


 


두 사람이 짜기라도 한 듯이 날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호진의 형이 한숨을 내벹었다


 


 


"후우... 하필이면 '희생자'의 자식이라니"


"형, 죽일.. 거야?"


호진의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듯 하다


 


"당연히 안되지 임마, 맵은 폼으로 있는 줄 알아?"


"역시.. 그냥 조작만 하는 것도 힘들겠지"


"아마 바로 알아챌거다   이거 진짜로 큰일 났는데..."


 


무슨 소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살려준다는 뜻인거 같은데..? 동정심이라도 생긴건가,  아니 이 사람들한테 그런걸 바라기는 힘들겠지


 


"젠장, 어떡하지?"


"일단 흔적 다 지우고 튀면 큰 문제는 없을 거 같은데.. 같은데.. 그럼 또 이놈이 문제잖아"


또다시 날 물끄러미 바라보는 두 명의 남자


 


"저.. 저기 뭐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살려주신다는 건가요?"


"살려주는게 아니라 죽일 수가 없는거다"


싸늘한 호진의 대답 


"그럼 정말로 이 일은 무덤까지 가지고 가겠습니다! 믿어주세요"


살려준다는 말을 듣고서야 죽을 뻔 했다는 걸 실감했다 참 아이러니한 일이군


 


"자자 그럼 이렇게 하자고, 우리도 별로 시간이 없으니 말이야"


다시 실실거리는 표정으로 돌아온 호진의 형이다


 


"우린 널 살려준다. 뭐 어차피 지금 죽여서 좋을 건 하나도 없으니까, 대신 넌 절대 아무에게도 누설하지 않는다. 그렇지 않을 경우엔.....   반드시 돌아와서 죽일거야, 알았지?"


 


역시 천진난만한 얼굴로 무서운 대사를 내벹는 우진... 하지만 지금은 그게 무지하게 고맙다


"물론입니다!!!"


그러니 내 대답은 즉각 나올 수 밖에


 


"자자 협상 끝! 그럼 흔적부터 지워야지?"


"형이 해. 그건 형이 더 빠르잖아"


 


나는 이미 안중에서 없어진 듯 갑자기 분위기가 변하더니 호진의 형이 주머니에서 자신의 기계를 꺼낸다. 그리고 동생과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한참 무언가를 조작하더니 눈짓으로 호진에게 신호를 보내었고, 호진이 마치 바톤을 넘겨받듯이 자신의 기계를 두드린지 1분 정도,


 


"끝났어, 빨리 나가야 돼"


"어디야?"


"저기"


 


호진이 가르킨 곳은 객실의 화장실 문이었다


 


"아아 퇴장은 좀 우아하게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런거 따질 때 아니잖아, 시간 없어"


 


우진은 피식 웃고는 화장실로 걸어가기 시작했고


 


갑작스레 두 사람이 진지하게 기계를 두드리는 바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굳어있던 나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고서야 내 위를 막고있었던 무언가가 사라진걸 알았다.


 


"저... 저기!"


두 형제는 문을 열려다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마법사인가요?"


 


피식


 


"마법이라니 그런게 있을 리가 없잖아"


"충분히 마법으로 밖에 보일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럼 그 기계 같은 건 뭐죠?"


"글쎄? 마법 지팡이일까"


"당신들은 누군가요"


 


나는 재차 물었고 호진은 말없이 문을 열었다


그 안으로 보이는 장소는 내가 매일 청소하던 화장실은 절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Visitor, '방문자' 라고 해두지   우리도 정확한 용어는 생각해본적이 없어서 말이야"


"그럼 어디에서 온 거죠?"


"아아 오늘 미안했어. 그리고 우리가 널 그냥 놔둔거 말인데, 죽여선 안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꼭 그것때문만은 아냐"


 


그는 나의 질문은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그냥 이 모든 일에 대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사죄라고 생각해줘,  이걸로 용서가 된다고 생각 하는 건 아니지만"


 


나로서는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말, 그리고 우진은 만난지 하루도 채 되지 않는 나에게 그렇게 알 수 없는 용서를 빌고는 미소를 지었다. 항상 짓고있던 장난스러움이 아닌 복잡미묘한 감정이 섞인듯한 미소


 


"그럼 다음에 만나는 일은 없기를.... Native"


 


그렇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은 채, 두 명의 방문자는 문을 닫았다


 


 


 


 


 


 


 


 


 


 


 


 


 


 


 


 


 


 


 


 


 


 


 


 


===============================


#0 그들의 세계


 


정적이 감도는 거실, 그곳의 한 구석에 놓여있는 캡슐에는 조금 전까지 한 소년의 목숨을 가지고 놀던(?) 우진,호진 두 형제가 죽은 듯이 누워있다.


생명유지장치라고 불리는 이 캡슐은 주로 위독한 병자나 노인이 갑자기 사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만 있다면 언제까지고 육체를 살아있는 상태로 유지할 수 있는 잔인한 기계, 그 괴물의 안에 형제가 잠들어 있었다. 


 


잠시 후, 우진이 술에 취하기라도 한 듯 멍한 표정으로 서너번 몸을 움찔거리더니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는 팔을 이리저리 돌리며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호진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삐익]


우욱.. 오늘은 그다지 오래 있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몸 상태가 안좋은데? 호진아 넌 괜찮냐?


조금 뻐근한 거 같기도 하지만 별 문제는 없는 거 같다,  지금 몇 시지?


10시 40분


우진이 캡슐의 문을 열고 캡슐 옆에 높인 테이블의 요즘은 구하기도 힘든 구식의 탁상시계를 보며 대답했다


 


그들의 집은 왠만한 중산층 가정의 1,2년 생활비는 모아야 겨우 살까말까 하다는 캡슐이 두개나 있는 것에 비해 상당히 오래되 보였고 그 캡슐마저 임의로 개조한 듯 외피는 거의 뜯겨져 나가고 대신 알 수 없는 장치와 전선들이 연결되어 어지럽게 얽혀있는 모습이었다


 


캡슐에서 나와 전선의 사이로 이리저리 능숙하게 빠져나가 주방으로 향하는 우진.


호진아, 장비 점검 좀 해야겠다. 이왕이면 그놈들 움직임도 좀 알아보고 오늘 좀 위험하기도 했잖냐


? 그걸 왜 또 나한테 시켜 형이 해도 되잖아


이 몸은 뜨거운 물에 목욕이라도 하셔야겠다 아무래도 뻐근해서 말이지..


“… 아까 한말은 이걸 위한 사전작업 이었군


아하하 진짜래두? 그럼 부탁해~


 


몸 상태가 안 좋다는 말과는 다르게 깡총거리며 냉장고로 뛰어가 맥주 두 캔을 집어 들고는 욕실로 향하는 형과 그 모습을 원망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힘없는 동생,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잠시 후 욕실에선 무슨 곡인지도 알 수 없는 콧노래까지 흘러나온다.


잠시 욕실쪽을 바라보고 있던 호진은 포기한 듯 한숨을 쉬고는 복잡한 전선과 장비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캡슐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작업은 꼼꼼한 성격의 호진이 주로 맡아 하고 있었고 자신들의 생명이 걸린 일이기에 그다지 불만도 없었다, 조금전의 대화는 으레 하는 장난 이랄까?


 


벌컥


우후 개운하다~ 역시 맥주는 목욕하면서 마시는 게 제 맛이라니까  응? 뭐야 아직 점검 다 못했어?


한 손엔 맥주캔, 다른 한 손엔 수건을 들고 막 욕실에서 나오려던 우진이 여전히 전선과 씨름하고 있는 호진을 보더니 그대로 다시 욕실로 들어가 문을 닫아버렸다


형이 나오는 소리에 뭔가를 기대하며 뒤를 돌아보던 동생은 그 광경을 배려심 깊은 형이 자신을 방해하지 않으려 하는 것 일거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하지만 왠지 억울하다.


 


그냥.. 귀찮았던 거냐?


 


 


이미 시간은 12시가 넘은 깊은 밤, 그들은 여전히 잠들지 않은 채 모니터에 표시된 무엇인지 모를 문자를 빠른 속도로 넘기며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곧 측면에 있는 또 하나의 모니터에서는 도표와 같은 그림이 흘러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우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기지개를 폈다.


후우~ 다행히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거 같은데? 평소랑 비슷한 상태야


그의 말에 잔뜩 긴장해 있던 호진의 표정이 조금 풀린 듯 하다.


 


지금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은 그곳을 관리 하는 슈퍼컴퓨터에 보안 시스템의 상태를 확인하는 작업. 이것 역시 해킹이지만 간단한 정보를 읽어오는 정도라 크게 위험할 것은 없다. 자주 시도한다면 보안이 강화되거나 역추적 당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그들은 그런 걱정은 하지 않는 듯 했다.


 


 


 


그것은 오래전 한 연구팀의 발견에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극히 작은 특수한 미립자들, 그 하나하나가 마치 뇌신경처럼 이어져있는 구름과 같은 형태를 가진 정신체의 존재를 증명하였다, 모든 생명체의 육체 속에 존재하지만 그 육체의 생명이 끝나는 순간 서로를 연결하던 에너지가 흩어져 소멸해버리는 특수한 존재. 바로 영혼이었다.


그들은 영혼의 존재를 확신하고 관찰하던 중, 영혼이 아주 드물게 육체 밖에서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과학자들은 그것을 어떤 용도로 이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였지만 결론은 없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연구는 계속 되었고 마침내 영혼을 귀속시키고 어느 정도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는 정도까지 진척되었을 때, 그들은 생각했다.


 


신이 되자.


 


오만한 욕망에 휩싸인 그들은 끊임없이 연구를 계속했고, 결국 영혼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기에 이르렀다.


전 세계가 이 계획에 동참했다. 그들은 거대한 기계 속에 우주를 만들었고 영혼을 마구 쑤셔 넣었다. 그리고는 말했다. 우리는 신이 되었다고, 하지만 신은 불완전했다. 신은 몰락해갔고 그의 아들은 번창해갔다.


결국 결단을 내렸다. 철저하게 이용하자. 그들은 자신의 피조물에게 신의 존재를 드러내었다. 그리고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가르쳐 주었다. 피조물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하지만 신은 냉정했다.  신은 그들에게, 자신이 아는 것을 가르쳐 주었으니 너희는 그것을 넘어서라고 명령했다.


-신께서 하지 못한 일을 우리에게 떠 넘기시는 겁니까


그들의 항변은 무시되었다. 아니 응징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하지 못하겠는가? 그렇다면 방주를 만들어라


 


 


26세기의 극한에 이른 과학과 절망,그리고 욕망과 희망이 창조해낸 무형의 세계, 디미르


 


영혼만이 존재하며 신의 축복이 존재하지 않는 그곳에서 무엇을 찾기 위해


이들, 방문자들은 생명을 건 여행을 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