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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O'Hue Knights Ep1 - Revolt 『Ch3』

2008.03.12 10:06

크리켓≪GURY≫ 조회 수:618 추천:1

extra_vars1 Ch3 - Conspira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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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고 넓은 우주, 끝없는 분쟁의 연속.


 


 


 


Ch3 - Conspiracy(1)


 


 


 



 길고 매끈한 검은 머리의 사내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있는 곳은 빛이라곤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긴 터널이었다. 오래전에 이곳에 설치 된 폭탄으로 더 이상 터널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이후로 계속 방치 되어온 이 터널에 드디어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그는 빛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보인다는 듯이 당당하게 걸었다. 그는 터널에서 옆으로 나 있는 길을 통해 더 깊숙한 곳을 찾아 들어갔다. 그의 앞에는 다섯 갈래나 되는 길이 나타났지만 그는 동요하지 않고 3번째 길을 찾아 들어갔다. 그리고 그 후에도 몇 번이나 같은 과정을 거쳤다. 마침내 그 남자가 도착한 곳은 녹이 슬어 열리지도 않을 것 같은 단단히 잠긴 철문이었다. 남자는 한번 힘으로 열려고 했지만 그것이 가능하지 않자 오른쪽 허리에 있던 단검을 꺼내었다. 긴 머리를 찰랑거리며 멋있게 문을 향해 휘두르자 단검은 놀랍게도 세이버의 형태로 변해 문을 도려내었다. 광선의 고온에 의해 지글지글 거리며 녹은 문을 발로 밀어내고 들어갔다. 그 안에는 오래된 컴퓨터 하나가 있었다. 남자는 다가가서 컴퓨터를 키고 방 안의 전기를 공급하였다.


 


 -지잉. 지잉.


 


 천장에 달려있던 형광등이 짧게 비명을 몇 번 울리고 난 뒤, 방안은 어둠을 빛으로 몰아내었다. 남자는 불을 켠 뒤 다른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빛이 없었기에 칠흑 같던 검은 머리는 빛과 함께 은은한 파란색을 띄었다. 남자가 컴퓨터의 버튼들을 여러 번 누르자 컴퓨터의 화면에 구르 족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안녕하슈. 당신네들 말대로 그 인간이 들어왔수. 이제 어떻게 하면 되우?”


 


 구르 족은 하나의 눈에 2개의 입을 가진 초록 피부의 종족이다. 외형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말에 맞게 보기엔 매우 순해 보이는 구르 족이지만 속은 매우 악독하고 악랄하다. 암흑계 쪽에선 구르 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수 십 억 개나 되는 조직 중 상당수가 구르 족이 보스로 운영되기도 한다. 그리고 화면에 나타나는 이 구르 족 또한 마드란 행성의 실권자라 할 수 있는 암흑계의 대부이다. 마드란 행성조차 단속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세력은 크고, 정부와 대적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무기와 조직원들을 지니고 있었다. 구르 족 보스는 지금 꽤나 자기를 낮추며 남자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흐음... 이제 당신들이 따로 할 일은 없습니다.”


 


 구르 족 보스는 턱에 주렁주렁 매단 살들을 떨며 말했다.


 


 “이봐... 꼭 그렇게 말하니 토사구팽 당한 것 같구먼.”
 
 남자는 하하 하고 웃으며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보스는 심기가 불편 하다는 듯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말인데... 만약 그 인간이 우리 중앙 통제실로 들어와서 컴퓨터들을 어떻게 하기라도 하면 우리는 끝장이야. 알어? 이 인간을 죽이란 말이여, 아님 붙잡으란 말이여?”


 


 남자는 팔짱을 끼고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뭘 그리 걱정하시오? 이미 내가 모든 것을 준비했소.”


 


 보스는 화면 쪽으로 더 가까이 다가오며 말하였다.


 


 “준비라니? 무슨 준비란 말이오?”


 


 남자는 단검 끝에 있는 작은 고리에 손가락을 끼우고 빙빙돌리며 말하였다.


 


 “이미 그 쪽 컴퓨터의 모든 내용을 내 개인 디스크에 백업시켜 놓았소. 그리고 그 ‘인간’이 쉽게 풀지 못하게 4중 암호까지 쳐 놓았지.”


 


 보스는 갑자기 굳어지더니 진노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혔다.


 


 “뭐야? 이 개자식. 지금 우리 컴퓨터를 해킹했다는 말이여?”


 


 “호오. 해킹이라 하기 보단 증거 인멸이 정확합니다.”


 


 “이 새끼가 지금 장난치나! 너 이 새끼 찾기만 하면 넌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어!”


 


 그러자 남자는 돌리던 단검을 위로 휙 하고 던지더니 그것을 다시 손잡이로 잡고 (화면 안의)보스를 가리켰다.


 


 “어차피 당신들은 우리를 위한 희생요소입니다. 아니, 간단하게 쓰다 버린 쓰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뭘 그렇게 흥분 하시는 가요?”


 


 “이 새끼, 넌 죽었어. 통신 종료 후에 8할의 조직원을 사용해 널 찾아 죽이고 말겠다.”


 


 남자는 큭큭 거리며 웃었다. 단검을 다시 허리의 칼집에 차고 몸을 뒤로 돌리며 말하였다.


 


 “그렇게 걱정스러우시면 그 ‘인간’을 잡으시면 될 거 아닙니까?”


 


 “뭐?”


 


 “처음 계약 때 조건을 아십니까? 아주 간단했습니다. 그 인간을 당신네 기지로 유인하면 하이웨이 성단의 돈으로 5억 말(Mal)을 드린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 바로 그 자리에서 5억 말을 지급했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 추가 계약을 해보도록 하죠. 아니, 해보시겠습니까?”


 


 보스는 이빨을 갈았다. 2개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사뭇 소름끼치게 들려왔다. 뒤에서 2인자로 보이는 자가 뒤에서 조언을 해주는 모양이었는데, 아무래도 반대하라는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보스의 눈도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남자는 보스가 대답하기 전에 먼저 말하였다.


 


 “30억 말을 드리겠습니다.”


 


 2인자가 말을 하다가 멈추었다. 그리고 뜨악한 표정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보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30억 말이라면 이름 없는 변두리 행성을 살 수 있는 돈이다. 물론 그것도 무력을 이용한 불법적인 방법이 아닌 완전한 합법적인 방법이다. 그리고 30억 말이라고 하면 주요 행성의 한 도시 전체, 바로 도시의 빌딩과 그 빌딩 안의 쥐 한 마리까지 다 살 수 있는 돈이다. 당연히 보스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먼저 10억 말을 드리고 그 후에 20억 말을 드리도록 하죠.”


 


 하지만 남자의 조건은 무시하는 것조차 바보같이 느낄 정도의 달콤한 유혹이었다. 보스는 드디어 그 유혹에 굴복하여 말하고 말았다.


 


 “일단 우리가 뭘 하면 되는지 말해봐.”


 


 남자는 거만하게 웃으며 말하였다.


 


 “들어온 그 인간을 죽이십시오.”


 


 “뭐?”


 


 보스는 체면을 벗어 던지고 상당히 놀란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2인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겨우 인간 한명 죽이는데 그 정도를 쓴다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 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스는 그런 이해가 안 되는 것을 이해할 정도의 시간을 가지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흔쾌히 승낙하였다.


 


 “좋아. 10억은 내 하이웨이 전용 계좌로 보내. 그리고 한 가지 더. 그 인간을 죽이고 난 뒤엔 우리 컴퓨터에 걸어 놓은 비밀번호 4개 모두를 가르쳐 준다, 그리고 네가 빼내간 정보를 유출하지 않는다, 이렇게 하면 승낙하지.”


 


 남자는 후후후 하고 웃으며 말하였다.


 


 “계약 성립. 그럼 일, 잘 하시길 바랍니다.”


 


 남자는 통신을 종료하였다. 통신 종료 뒤의 남자는 매우 냉철한 표정으로 돌아가 있었다.


 


 “돈은 썩어 날듯이 많이 있다. 100억 말 1000억 말을 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렇게 주더라도 과연 쓸 수나 있을까? 후후후... 내가 보낸 10억을 장례비로 보내지.”


 


 남자는 단검을 순식간에 뽑아들고 난잡하게 휘둘렀다. 세이버로 변한 단검이 컴퓨터를 난도질 하였고 동력이 끊겨서 불은 나가버렸다. 어두운 방에서는 소름끼치는 웃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