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어둠을 먹다.

2008.01.23 22:26

과자 조회 수:775 추천:1

extra_vars1
extra_vars2 2351-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어느 새 날은 어두워졌다. 그리고 오늘 해야 할 일도 모두 끝났다. 지옥 같은 나날들의 연속. 하지만 호준은 견딜 수 있었다. 집에 가면 하나밖에 없는 아들인 태하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뽀루퉁한 표정이지만 태하를 보면 하루의 고단함이 모두 풀렸다. 지옥 같은 생활 속에서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태하를 생각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진 호준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D-3지구를 빠져나와 집으로 향했다. 몇 명의 사람과 마주치고 끝없는 판자 집의 행렬을 지나 집으로 향하는 길은 게토 생활에서의 탈출구처럼 느껴졌다. 그 때, 멀리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집이 있는 방향이었다. 그곳만 유독 환한 불빛이 비추고 있었다. 호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빨리지고 빨리지더니 어느새 호준은 달리고 있었다. 얼굴에는 여름의 밤을 증명해 주듯 땀방울들이 매달려 있었다.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끼 나오라 그래!!”


 어렴풋이 누군가 소리를 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화가 난 듯한 목소리였다. 얼마 안가 호준은 자신의 집에 다다랐다. 그 곳에는 여러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이었다. 그 중에는 동부 지구 사령부에서 본 간부 급 에스퍼도 있었다. 그랬다. 호준의 집에 진을 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에스퍼들이었다. 그 때, 멀리서 다가오는 호준을 무리 중의 한명이 발견했다.


 “저깄다! 저 새끼 잡아!”


 좌우에 있던 에스퍼들이 한꺼번에 호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호준은 속수무책으로 붙잡힐 수밖에 없었다. 양 팔을 제압당한 호준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집 앞에 있던 에스퍼 무리들이 점점 다가왔다.


 “뭐, 뭡니까? 왜들 이러는 거에요?”


 호준은 고개를 숙인 채 당황한 목소리로 외쳤다.


 “몰라서 물어? 이 배신자 새끼. 오늘 너는 여기서 죽는다.”


한 에스퍼가 호준의 복부에 발길질을 하며 말했다. 그 때, 다가오던 에스퍼들을 헤치고 한 소년이 달려나왔다. 태하였다.


 “아빠! 무슨 일이에요? 이 사람들은 뭔데? 아까부터 집에 와서는 행패를 부리잖아!”


 태하는 호준 앞에서 멈췄다. 두려움으로 가득 찬 얼굴이었다. 얼굴에는 땀이 가득했다.


 “이 새끼는 또 뭐야. 네놈 아들이냐?”


 호준의 배를 걷어찬 에스퍼가 방향을 틀어 태하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얼굴을 들이밀며 태하에게 인상을 썼다.


 “너도 참 불쌍하다. 어쩌다 이딴 애비를 둔거냐?”


 순간 태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태하는 에스퍼의 협박에 굴하지 않고 눈을 들어 똑바로 쳐다봤다.


 “…그딴 식으로 말하지 마!”


 태하는 에스퍼의 면전에 소리쳤다. 에스퍼는 어이없다는 듯 혀를 찼다.


 “애비랑 똑같이 싸가가 없구만 이거. 죽고 싶어!?”


 태하의 머리를 움켜쥐고 있던 에스퍼는 태하의 따귀를 때렸다. 고개가 젖혀질 만큼 강한 타격이었다. 이 모습을 본 호준은 갑자기 날뛰며 일어서려고 했다.


 “야 이 자식아! 그 손 못 놔!? 왜 애한테 해꼬지야!!”


 호준이 소리쳤다. 얼굴에는 절박함이 가득했다. 희망을 잡으려는 손길. 그 때 그들의 앞으로 한 명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태하의 따귀를 때린 에스퍼는 고개를 돌려 쳐다보더니 당황했는지 그 즉시 태하를 놓고 허리를 굽혔다. 그 자리에 서 있던 건 예의 검은 양복을 차려입은 건장한 사내였다. 그는 남색 제복을 차려 입은 사내와 함께 서있었다. 여전히 카리스마가 넘치는 얼굴은 아무런 표정도 담고 있지 않았다. 그의 얼굴과 손에는 전투로 인해 얻은 상처가 가득했다. 하지만, 다른 에스퍼들과는 다른 날카로움을 가지고 있었다.


 “이 사람인가.”


 검은 양복의 남자는 뒷짐을 진채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예, 이 자입니다. 익명의 제보자가 4년 전에 유니에르온을 훔친 자로 이 자를 지목했습니다." 


 남자의 말을 들은 순간 호준의 눈이 커졌다. 호준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


 “비켜봐라.”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의 한마디에 주위에 있던 모든 에스퍼들이 비켜났다.


 “내가 누군지 아나?”


 한 치의 미동도 없이 전과 같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리고 호준은 간신히 고개만 들어 그 사내를 쳐다보았다.


 “…모릅니다.”


 “내 이름은 유안. 혼의 총사령관이다.”


호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들려온 한 마디. 그건 절망을 의미했다.


 “뭐…라고?”


 “내가 혼의 총사령관이라고 했다.”


 유안이라 불린 사내와 눈을 마주친 호준은 온 몸을 급격히 떨기 시작했다. 참기 힘든 공포가 호준의 몸을 엄습해왔다.


 “다, 당신이…유안…?”


 혼의 총사령관 유 안. 1세대 에스퍼로서 이름을 날린 실력자였다. 그와 상대해서 버틸 수 있는 사람은 국가 요원의 우두머리나 용병단의 총사령관급 뿐일 만큼 그의 esp능력은 탁월했다. 안이 평소에 방출해내는 esp만으로도 일반 사람들을 제압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평소에 esp를 완벽히 제어한 상태로 움직였다. 그만큼 안은 esp 컨트롤도 뛰어난 인물이었다. 그런 엄청난 인물이 지금 호준의 앞에 서있었다.


 “처, 처음 뵙겠습니다. 서울특별시 동부지구에 속해 있는 김호준이라고 합니다.”


 “…누가 네놈의 이름 따윌 물어봤나.”


 안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이에 압도된 호준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없었다.


 “서론은 빼도록 하지. 묻겠다. 4년 전 게토 서부지구에서 피코화 되어있는 유니에르온 보관 캡슐을 훔쳐간 놈이 너냐?”


 호준은 대답이 없었다. 고개를 숙인 채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더 이상 길어지면, 죽인다. 한 번 더 물어보지. 훔쳐간 놈이, 너냐?”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졌다. 안의 esp가 발동하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에스퍼들도 참을 수 없었던지 조금씩 몸을 떨고 있었다. 그 때, 안의 짧은 한마디-


 “…사고해석.”


 순간, 호준의 고개가 천천히 들려졌다. 동공이 풀려있었다. 무언가에 조종당하는 듯한 멍한 표정. 눈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공허함 뿐이었다. 그 앞에는 유안이 눈을 감은 채로 서 있었다. 뭔가 곰곰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침묵이 끝나는 데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호준의 눈동자는 원상태로 돌아왔고 유안도 천천히 눈을 떴다. 전과 같은 아무런 감정도 읽어낼 수 없는 무표정.


 “맞군. 네 놈이었어.”


 짧은 한마디. 상황 종료를 알리는 무미건조한 목소리.


 “본보기로 죽어줘야겠다. 잘 가라.”


 유 안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공간이 일그러질 정도의 염력이 시전 되려고 했다. 호준은 말이 없었다. 겁에 질려있음을 보여주는 몸의 떨림만이 느껴졌다.


 “10G…”


 그 때, 안의 옆쪽에서 달려온 태하가 그를 향해 몸을 던졌다. 태하와 부딪힌 충격으로 안의 집중이 흐트러지자 염력의 시전이 중단되었다.


 “하지마, 하지마!!”


 태하는 울부짖었다. 어느새 태하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이 새끼가 감히!!”


 안이 옆에 서있던 에스퍼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다. 발로 배를 걷어찼다. 밟히고 밟혔다. 어린아이라도 상관없다는 잔인한 얼굴. 타인을 괴롭히는 데에서 오는 쾌감으로 가득 찬 얼굴. 염력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다만 많은 고통을 주기 위해 때리고 또 때릴 뿐이었다.


 “하지마세요!”


 처참한 광경의 뒤에서 한 소녀가 달려왔다. 아린이었다. 울상을 짓고 있는 얼굴에서는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아린의 말에 무슨 힘이 있는 것처럼, 에스퍼들은 일제히 행동을 멈췄다.


 “…그만 하세요, 아빠.”


 아린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순간의 정적. 이 잠깐의 시간이 태하와 호준에게는 엄청나게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아린이 네가, 총사령관의…딸?”


 호준의 얼굴은 놀라움과 두려움이 섞여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온몸이 땀에 절어있었다.


 “아빠, 그만해요. 이 사람들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이러세요?”


 호준을 한번 흘깃 쳐다본 아린은 안의 옆에 서서 말했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차림의 아린. 미리 예상 했어야 했다. 먼저 의심했어야 했다. 호준은 머리가 터져버릴 것처럼 아파왔다.


 “이 놈은 배신자다. 나의 ‘혼’에서 배신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


 안은 아린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비켜라. 아린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


 안은 자신에게 몸을 던진 태하를 쳐다보았다. 태하는 에스퍼들의 손에 의해 제압되어 있었다. 팔다리 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있었다.


 “이놈의 아들인가?”


 “예.”


 에스퍼 중 한 명이 말했다. 한동안 태하를 가만히 응시하던 안은 이내 시선을 거두고 다시 호준을 쳐다보았다.


 “기다리게 했군. 자, 죽어라.”


 호준은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까와 다른 점이라면, 눈에 어떠한 동요도 없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무언가 결심이라도 한 듯했다. 그때였다.


 “!!”


 몸을 일으켜 세워 방향을 튼 호준은 허공을 향해 무언가를 휘둘렀다.


 “커억!?”


 호준의 뒤에 서 있던 에스퍼 두 명이 비명을 토해냈다. 호준의 손에는 칼이 들려있었다. 군데군데 이가 빠져있었지만 사람의 살갗을 찢기에는 충분했다. 뒤에 있던 에스퍼들을 물러나게 한 호준은 곧장 몸을 틀어 태하를 잡고 있던 에스퍼들에게 달려들었다. 갑작스러운 접근에 당황한 에스퍼들은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었다. 이들의 esp는 보통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기 때문에 그 짧은 시간동안 esp를 시전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칼을 들고 있던 호준은 에스퍼들 위로 몸을 던졌다. 어떤 전술도, 전략도 없는 막무가내의 돌진이었다. 호준의 목적은 단 하나, 태하가 풀려나는 것.


 “도망가, 어디로든지 도망가!”


 제압이 풀린 태하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하지만 무얼 해야 될지 몰랐다. 아버지를 혼자 남겨두고 가기는 싫었다. 태하가 엉거주춤하는 사이, 호준이 달려든 에스퍼들은 제정신을 차리고 있었다.


 “빨리 가란 말이…”


 호준이 태하에게 소리치는 순간 에스퍼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복부를 향한 정확한 타격. 호준은 비명도 내지를 수 없었다. 태하는 조금씩 뒷걸음질 쳤다. 그렇게 주춤주춤하는 사이 호준은 에스퍼들과 뒤엉켜 싸우고 있었다. 그 때, 태하의 눈이 호준의 눈과 마주쳤다. 호준의 눈에는 힘이 없었다. 하지만 뭔지 모를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희망을 향한 의지. 삶에 대한 의지. 태하는 몸을 돌렸다. 그리고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디 가느냐.”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유 안의 목소리. 듣는 사람은 누구나 소름을 느낄만한 위엄이 넘치는 목소리였다. 태하도 아버지의 반응을 보고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은 강하다’라고. 태하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리고 이내 제자리에 멈춰 섰다. 유 안을 등진 태하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태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도망간다면 얼마안가 잡힐 것이고, 이대로 잡힌다면 역시 개죽음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할고 있을 때, 뒤에서 안이 서서히 다가왔다. 먼 거리에서도 느껴지는 esp의 압력. 몸이 떨렸다. 그 때


 “그만 하시란 말이에요!”


 아린이 안의 앞을 가로막았다. 울고 있었다. 소중한 친구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슬픔. 그 감정이 아린의 머리 속을 휘젓고 있었다.


 “가 태하야, 빨리 가!”


 아린은 시선은 똑바로 안을 향한 채 외쳤다. 태하는 다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죽을힘을 다해 달리는 태하의 얼굴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자신을 거두어준 아버지를 두고 도망친다. 자신과 가장 친한 친구를 두고 도망친다. 하지만 태하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죽어라 달리는 것뿐이었다.


 “…잡아라.”


 안이 명령했다. 안의 말을 들은 에스퍼 두 명이 태하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린 태하는 에스퍼들의 추격을 떨쳐낼 수 없었다. 원래는, 그것이 정상이었다. 얼마 안가 태하는 에스퍼들에게 잡혔다. 에스퍼 한 명 이 태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이 새끼 어딜…”


 에스퍼는 손에 힘을 줘 태하의 몸을 틀었다. 그때였다.


 “아아아아아아아악!!”


 태하가 몸을 돌리자마자 엄청난 기세로 소리를 질렀다. 태하의 표정은 읽을 수 없었다. 죽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자신의 아버지가 위험하다는 분노가 섞인, 복잡한 표정이었다. 태하가 소리를 지름과 동시에 에스퍼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졌다. 그리고 즉시, 두 명의 에스퍼는 반대 방향으로 튕겨져 나갔다. 성인의 몸이 날아갈 정도의 염력. 태하의 나이로는 절대 가질 수 없는 esp. 그 시전에 날카로움은 없었다. 어떤 기술적 요소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크기만은 엄청났다.


 “….”


 유 안은 태하를 쳐다보았다. 태하는 에스퍼를 떨쳐낸 후 곧바로 도망가고 있었다. 앞에서는 아린이 자신을 가로막고 서있었다.


 “그랬군. 유니에르온을, 자신의 아들에게 주입한건가. 미쳤어, esp적합자인지 알지도 못하는 놈에게. 운이 나빴더라면 자신의 아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하지만 이상해. 아무리 esp를 가지게 되었더라고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놈이 저렇게 큰 염력을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이미 시야에 태하의 모습은 없었다. 태하는 지금까지 게토에서 자랐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게토의 지리를 잘 알고 있었다. 게토는 계획 하에 만들어진 곳이 아니었기 때문에 매우 복잡했다. 그만큼 태하에게 도망치기 유리한 곳이었다.


 “…빨리 그 놈을 처리하고 돌아가자. 수색부대를 편성해 태하라는 아이을 찾아내도록 해라. …어차피 소용없겠지만.”


 안은 마지막에 말끝을 흐렸다. 안의 명령을 받은 에스퍼는 몸을 돌려 호준에게 다가갔다. 호준은 이미 싸우다 지쳐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두려움은 사라졌다. 태하가 무사히 도망쳤다는 데에서 오는 편안한 느낌이 몸을 감았다. 이걸로 됐다.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Clenching Fist!”


 순간 호준의 몸이 들썩였다. 이어 들리는 퍽 하는 소리. 한 인간의 몸이 종잇장 구겨지듯 찌그러지면서 피가 튀었다. 인간의 죽음이 이렇게 쉬운 것일까. 평소와 같아야 했던 하늘은 왠지 모를 핏빛이 가득했다. 이렇게 게토의 또 다른 하루는 시작되었다. 


 


 


 


 




 아무도 없는 골목의 한 쪽. 인위적으로 뚫은 듯한 개구멍 속의 어둠 속에서 한 소년이 훌쩍거리고 있었다. 주위에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마치 우주 속에 한 명의 소년이 버려진 듯한 느낌이었다. 태하였다. 어깨가 조금씩 들썩거리고 있을 뿐,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그러기를 수 분, 태하는 슬며시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는 상처가 가득했고 그 위를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시뻘건 용암 위를 흐르듯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죽인다….”


태하가 눈을 치켜떴다. 그 눈은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악마의 눈이었다.


 


------------------


웬지 모르게 전개가 빠른듯한...-3-


고치도록 해야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