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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어둠을 먹다.

2008.01.21 21:42

과자 조회 수:686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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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연혁




2020년 2월 지구 온난화로 인한 남극 빙하의 후퇴. 빙하 속에서 미확인 물질 발견.


2021년 7월 미확인 물질의 정체 확인. 우주에서 온 물질이라 하여 유니에르온이라 명명.


2022년 12월 유니에르온 내의 이상분자 확인. 전 세계가 유니에르온에 주목.


2024년 1월 미국과 대한민국 합작으로 유니에르온의 성분 분석 성공.


2024년 9월 피코기술을 적용한 유니에르온의 피코화. 미국에서 최초의 에스퍼 탄생.


2025년 6월 유니에르온 쟁탈전 가속화.


2025년 11월 WEO(세계 에스퍼 기구)와 WUO(세계 유니에르온 기구) 창설


2030년 4월 미국에서 최초의 전투용 에스퍼 탄생.


2030년 5월 전투용 에스퍼 양성에 대한 전세계 각국의 반발. UN주최의 세계회의 주최.


2030년 7월 2개월여에 걸친 세계회의 결렬. 각국 전투용 에스퍼 양성 시작.


2036년 2월 미국과 베네수엘라 간의 전쟁에 전투용 에스퍼 투입. 


2040년 5월 미국을 거점으로 하는 최초의 에스퍼 용병집단 ‘CEM’ 출현.




 대한민국 연혁




2023년 2월 제 19대 대통령 선출. 유니에르온 기술을 정책의 핵심으로 정함.


2023년 5월 남극세종과학기지를 KUTO(한국 유니에르온 기술 개발 기구)로 개정.


2023년 7월 KEFO(한국 에스퍼 양성기구) 창설


2025년 2월 한국인 에스퍼 탄생. 에스퍼 양성 본격화


2025년 11월 WEO와 WUO에 가입. 게토 형성 절정에 달함.


2028년 2월 제 20대 대통령 선출.


2028년 5월 에스퍼 양성국으로서 세계회의 참가.


2028년 8월 전투용 에스퍼 양성 시작.


2032년 1월 사회 각 분야에 에스퍼 파견.


2033년 2월 제 20대 대통령 선출.


2042년 2월 대한민국을 거점으로 하는 용병집단 ‘혼’ 출현.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서울의 한복판. 그 한쪽에는 빈민들의 집합소인 판자촌이 있다. 2008년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한민국의 양극화는 가속화 되었다. 그리고 2022년, 유니에르온이 발견된 이래 국가예산의 대부분이 에스퍼 양성에 투자되면서 양극화는 극단에 치달았고 번화가가 판자촌으로 둘러싸여 있는 모순된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판자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시민권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빈민촌을 유대인의 역사에서 따와 ‘게토(ghetto)’라 불렀다. 게토의 사람들은 들판에 버려진 굶주린 동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정부에서는 양극화를 반드시 해소하겠다는 성명 발표를 하면서도 여전히 에스퍼 양성에만 온 힘을 기울였다. 게토민(民)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번화가의 사람들이 버리는 물건들을 주어다 썼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전염병이 만연하게 되었다. 정부에서는 전염병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번화가와 게토 사이에 유니에르온 기술을 응용한 장벽을 만들고 허가 없이는 출입을 금하였다. 게토민의 불만은 극에 달했지만 힘이 없는 그들로서는 묵묵히 참고 견딜 수밖에 없었다.


 “젠장, 뭐가 다른데 도대체.”


 한 사내가 번화가를 등지고 게토로 향하는 골목길로 들어서며 말했다. 사내의 몸집은 왜소한 편으로 게토에서라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타입의 남자였다. 그는 피우던 담배가 거의 다 타버리자 담배꽁초를 내던지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망할. 잘난 거 하나 없는 새끼들이. 돈 많으면 다냐고!”


 사내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발에 걸린 작은 돌멩이를 걷어찼다. 그리고 고개를 들던 중,우측에 있는 골목길에서 담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안에 무언가가 있음을 발견했다. 발걸음을 멈춘 사내는 몸을 돌려 인상을 찌푸렸다. 사내는 도저히 보이지 않았던지 눈에 힘을 주며 골목 끝으로 다가갔다. 그곳에 있는 것은 천에 싸인 타원형의 물체였다.


 “뭐야 이건…?”


 타원형의 물체를 발로 툭툭 차던 사내는 이상한 감촉이 들자 쭈그려 앉아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물컹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사내는 그 물체를 손가락으로 찔러보았다. 그는 이것만으로는 도저히 모르겠는지 손가락 끝으로 천을 집어 들쳐보았다. 그때,


 “히익!?”


 터무니없이 작은 손가락. 피처럼 빨간색을 띠고 있는 입술. 속눈썹이 매우 긴 눈. 천 속에 있는 것은 갓난아이였다. 너무 놀라 뒤로 나자빠진 사내는 몸을 일으켜 세워 쭈그려 앉은 채로  아기를 응시했다.



사태파악을 마친 사내는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는 시선을 정면으로 향한 채 그대로 몸을 돌려 골목길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무언가에 놀란 경직된 걸음이었다. 그는 팔을 어색하게 휘두르며 넋 나간 사람처럼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어 나갔다. 돌맹이를 찼던 곳으로 돌아온 사내는 한참을 멍하게 서 있다가 몸을 돌려 원래 가려던 길을 향해 나아갔다. 50m정도를 걸어간 사내는 갑자기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있기를 1분여, 갑자기 몸을 돌린 그는 아까 빠져나왔던 골목길을 향해 달려갔다. 여전히 멍한 표정이었다. 아기를 발견한 곳에 도착한 사내는 숨을 헉헉 거리며 천에 싸여 자고 있는 아이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시선을 위로 향한 다음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눈을 감았다. 그러기를 몇 분, 사내는 허리를 숙여 아기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달리기 시작했다. 자고 있는 아기가 깨든 말든 상관없다는 눈치였다. 아이를 안은 채 어두운 골목을 빠져 나가는 사내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