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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출장물리학자 - 01

2009.07.11 08:19

사인팽 조회 수:715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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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오늘도 행성은 거짓말처럼 맥없이 넓기만 한 우주 공간 속에서, 파 놓은 홈 사이로 굴러가는 역학 실험의 당구공처럼 오늘 몫의 궤도를 제법 비척거리며 내닫기 시작했다. 예의 그 행성은 평소부터 기꺼이 여기지 않던 당구공에 비유된 것이 영 마음에 내키지 않았던 모양인지 불만의 표시로 말 그대로 천문학적으로 육중한 그 몸을 머리 끝에서부터 발 끝까지 한 번 기운차게 부르르 떨어줘야겠다, 하고 마음은 먹었지만은, 겨우 적도 근처의 쪼끄만 화산 하나를 원래의 분출 주기를 깨고 사뭇 세차게 폭발시킨 결과밖에 내지를 못했다.
 나름대로의 노력이 꽤나 볼품없는 결과를 초래하자, 그 행성은 새침하게 토라져버려서 분노로 맨틀을 이글거리며 그의 대적도 순환 기류를 격렬한 감정표현("흥! 칫! 핏!")을 하기 위해 준비시키고 있었다.
 한편, 아까 그 적도 근처 쪼끄만 화산에서 멀지 않은 수풀 속에서는 아까 전부터, 아니, 꽤 한참 전부터, 정확히 말하면 아홉시간 삼십사분 이십칠초(말하는 동안에 이십팔초가 되어버렸다.)동안, 그 행성의 진화 사이클에서 상당히 벗어난 생명체 하나가 풀숲에 엎어져 있었다. 방금 얘기를 들었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그 생명체는 뒤척이는가 싶더니 엎어진 자세를 바꿔 벌렁 드러누워 버렸다.
 사실 이 생명체는 은하대학교 석사연구소의 분류법에 따라 호모 사피엔스의 아종에 속하는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의 한 개체이며, 뭐가 어찌되었든지 고향에서 5억광년 떨어진 이 곳에서 마음 편히 잠에 빠져 있다.
 하여간 이전부터 줄기차게 잔등에 떨어지던 아침 이슬이 모인 물방울들은 그가 돌아눕자 그에 따라 낙하 지점을 바꿔 그의 콧잔등 위에 떨어지기 시작했으며, 시체처럼 힘없이 널브러진 그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길차게 컸던 코 고는 소리는 엎어져 있어서 생겼던 약간의 방음효과마저 냅다 누워버림으로써 사라져, 반경 100미터 주변에서 단잠을 자던 새들의 인내심을 효율적으로 고갈시키기에 충분했다. 잎에 모였던 물방울도 함께 서서히 바닥나기 시작하여 점점 콧잔등에서 두드러지게 솟은 인중 쪽으로 휘어져 떨어져 방향을 바꿔 볼 쪽으로 가나 싶더니, 마침 운 나쁘게 쩍 벌린 입에 곧장 낙하한 큼지막한 물방울이 목구멍 입구에 산산이 부서지고야 말았다.
 "웁! 크억! 캑! 캑!"
 3주만의 숙면을 예상치도 못한 방법으로 방해받게 된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인 방정식은 튀어오르듯이 벌떡 일어나 앉아 마치 짬뽕 국물 기세 좋게 들이켜다가 딴 짓 하던 후두가 앗차 한 사이에 자비도 없이 기도로 낙하해버린 피망 쪼가리라도 뱉어내는 것 같이 격렬하게 기침을 해댔다. 아니, 뭐 고작 쬐깐 이슬 방울 하나 목구멍에 떨어진 것 가지고 뭘 그렇게 호들갑이냐-하는 말은, 모르시는 말씀이다. 이 자극성 이슬은 스코터 은하를 넘어 전 우주에 명성을 떨쳤던 놈이니까 말이다. 수중 광화학 반응으로 발생된 약간의 메타-벤조피랄코올이 섞인 대기 중의 수증기는 여행자의 머리를 살짝 기분 좋게 띵하게 할 정도로 미미한 양일 뿐이지만 고유종 식물들이 아침에 내뿜는 매캐한 연기는 운 좋게도 무극성 물질이고 대단히 친수성이라서, 수증기를 빨아들여 이슬을 억지로 만들어 낸다. 확실히 식물학자가 좀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긴 하지만 좀 문제가 되는 점이 있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이슬은 엄청나게 복잡한 화학적 과정을 통해 매우 격렬한 점막 자극제가 되어 식물학자가 가까이 접근하기도 전에 오만상을 다 쓰고 멀리 피하게 한다.
 쉽게 얘기하면, 이 이슬이 속 뒤집어지게 맵다는 뜻이다! 40년 전 쯤만 해도 이 이슬은 대단히 인기가 좋아서 우주 각지에서 향신료로 쓰기 위해 이 이슬 방울들을 긁어 가는 통에 이 이슬 방울이 모인 웅덩이에서 사는 특유한 몇몇 가재 비슷한 짐승들이 멸종될 위기에 놓일 지경이었지만, 어떤 식물학자가 그 식물들을 다른 토양에서 키우는 방법을 알아내면서 제프로드 항성계 제 3행성은 인적이 끊긴, 말하자면 우주 깡촌이 되어버렸다.
 뭐, 그 매운 이슬 웅덩이에 사는 가재 비슷한 짐승(동물학자들은 이 시시한 짐승의 이름을 붙이고 어쩌고 하는 시간에 차라리 자고 일어나면 발견되어 있는 각자의 행성들의 심해 생물을 연구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모양인지 아직도 이름이 없다.)을 요리하는 방법을 발견해 맛보러 오는 미식가들도 없진 않았지만, 대부분 엄청나게 실망하고, 우주선 연료비를 아까워하고는 '젠장, 그 돈이면 송아지 스테이크가 몇 장이야…' 하며 맥없이 돌아가버렸다.
자기만 속는 것을 못 참은 나머지 그 가재가 정 떨어지게 맛 없다는 사실을 않아서 아직도 몇몇 멍청한 미식가들이 연료를 낭비하러 오고는 하지만, 그런 미식가들도, 이 행성이 그의 대륙의 집중되어 있는 남반구의 여름때에 환장하게 덥다는 사실은 알고 있던 모양인지, 지구 시간으로 19개월쯤은 정말 아무도 발을 들여놓을 생각을 하지를 않고, 출장 물리학자 방정식이 6개월째 이런 숲만 울창한 행성에 갇혀 있을 만한 이유가 되는 것이다.


 그는 한 손으로 매운 목을 움켜쥐고는, 화풀이로 병을 근처 돌에 세게 내던졌지만, 병은 경쾌하게 통 소리를 내며 다시 그에게 튕겨 돌아와 그의 정강이에 예상보다 상당히 세게 부딛혔고, 그는 끙 하고 신음 소리를 내며 다시 힘없이 그 병을 줍고는 기침 섞인 한숨을 깊게 쉬었다. 덕분에 매큼한 악취가 10미터 둘레로 질큼질큼 퍼졌다. 그는 하늘을 맥없이 우러러보았다.
 "아-미치겠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되냐?"
 대답해 줄 만한 사람(적어도 말을 이해할 만한 "것")이 최소 160만 광년 거리에 있어서 범 우주적으로 공허해져 버린 질문을 던진 뒤, 그는 몇 달을 안 씻어 꼬질꼬질해진 얼굴에 수심을 가득 띠고, 마치 무릎 위에 이고 있는 몸의 무게가 천만 톤이라도 되는 듯이 무겁게 일어나 아까 부딛힌 정강이를 연신 문지르며, 샘이 있던 곳이 어디었는지 기억해내려고 주위를 천천히 두리번거렸다. 어디선가 귀에 익은 포효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뭐 포효쯤이야 이 밀림 속에서 자주 있는 일 아닌가? 별 일…잠깐?
 이 때, 방정식은 한 두시간쯤 전에 화산이 폭발하는 소리를 들은 것 같다는 사실을 기억해내버렸고, 그는 그가 알고 있는 사실을 부정해보려고 마음속으로 노력했다. 편한 생각과 기분나쁜 생각이 사투를 벌이고, 머릿속은 난데없는 격투장이 되어 그는 잠시 멈춰 서 있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생존 본능이라는 심판은 나쁜 생각의 손을 들어주었고, 그 6개월동안의 아주 짧다고는 할 수 없는 기간 동안에(원치는 않았지만) 화산고양이에 대해 조브루캇 보고서에 버금가는 지식을 얻었기 때문에,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행동을 취했다.



 그는 젖 먹던 힘까지 써가며 제법 우스운 꼴으로 화산 반대방향으로 내달렸다.
 물론 야만적인 비명을 지르며 양 팔을 미친 듯이 휘젓는 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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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버전이 다시 보니 너무 유치해서 다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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