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배빅 패밀리

2007.01.03 06:25

Asua_ 조회 수:327 추천:1

extra_vars1 prologue 
extra_vars2
extra_vars3 135-2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어째 잠에서 깨어 일어나보니 배딱지가 등딱지에 붙을것같은 느낌이 어제부터 지금까지 굶었던모양이다. 밥도 한끼 제대로 못 챙겨 먹을 정도로 내가 방치되어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얼굴은 예뻐도 거지 비스므리한 재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부모님 없이 혼자 17년을 살아 왔기 때문에 생활은 더 빠듯하다. 그때문일까? 내성격은 있는데로 비틀어졌고, 누구도 쉽게 신용할수 없게 되었다. 현재 신용할수 있는 사람이라 함은 뒷골목의 슬럼가에 버려진 생판 남인 나를 17년간 아버지처럼 대해준 '부기'할아버지 뿐이다.


 


 부기할아버지는 국가 과학자로 활동했지만 7년전 라이벌인 '에드슨'할아범의 술수로 잘리게 되었다. 결국 실업자라는 이야기.


 


 "저기요 부기."


 


 나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부기할아버지를 불렀다.


 


 "무슨일이냐 헨들리?"


 


 의자에 앉아 커다란 고철덩어리의 튀어나온 쇠파이프를 부여잡고 뭔가를 열심히 만들던 부기할아버지는 물고있던 작업용 공구를 입에서 떼고 되물어 줬다.


 


 "부기는 이제 어떻게 할꺼야? 돈도없고 먹을것도 없는데."
 "껄껄 별걱정을 다하는구나, 걱정할 필요없다. 내가 누구냐, 국가 과학자로 20년을 지낸 사람이야. 돈은 충분하단다."


 


 부기는 걱정없다는 듯이 말했지만 손이 떨리고있었다.


 


 "그럼 왜 먹을게 없는데."
 


 부기는 갑자기 작업을 멈추고 잠시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이것만 조립을 마치면 돈은 얼마든지 벌수있어."


 


 말 뿐인 것 같은 부기의 말은 나의 공복감을 더 자극 시켰다.


 


 "아…. 나 너무 배고파, 나가서 어떻게든 배좀 채우고 올게."
 "그러렴. 내꺼는 안챙겨도 된단다."
 "응, 안챙겨."


 


 이쯤 되면 내가 얼마나 가난하게 사는지 알게 되셨을 겄이다. 이런 상황이 매일 연출되니 나의 좌절과 절망은 나날히 더해갔다. 이럴 때마다 가끔 나를 주운 사람이 부기가아닌 부루조아, 아니, 평범한 사람이 주웠으면 하고 바랬다.


 


 밖에 나가서 어떻게든 배를 채우기 위해 나는 고만고만하게 만만한 사람을 골라 돈을 뜯는다. 나쁘다고? 맞다, 난 나쁘다 그래서 돈을 뜯는다.


 


 "얌마, 따라와봐."


 


 겁먹은 소년.


 


 "얼마 가지고있니?"
 "돈 없는데요…."


 


 이게 돈뜯기의 기본요령이다. 만만하다 싶으면 조용한 곳으로 부르고 얼마나 가지고 있냐고 묻는다. 물론 이때 정직하게 자기가 가지고 있는 돈의 액수를 말하지않는다. 없다거나 원래 액수보다 줄이거나한다.


 


 "누나가 배가 많이 고파서 기분히 상당히 찝찝하고 좋지 않거든? 솔직하게 살자 꼬마야."
 "..100파운드…."
 "누나 화날것 같은데…."
 "정말 100파운드 밖에없어요…."
 
 여기서 결정타를 날려주면 솔직해진다. 그리고 자기가 보다 위에 있다는걸 과시하기위해 누나, 형 이런 이런 호칭을 붙여 말한다. 그리고 질문형으로만 대답하여 희생양을 혼란에 빠트리게한다.


 


 "누나가 호구로 보이니? 만만해? 죽고싶지?"
 "힉, 죄송해요 하지만 엄마 심부름 값으로 1달러 한장짜리 밖에 없어서.."
 "그건 주고 다음에 누나한테 또 걸리지않게 사리고 다니렴, 알았지? 그때 또 뺑끼치면 곱게 안보낸다?"
 "네…. 안녕히 가세요.. 훌쩍."


 


 돈뜯기의 정석으로 1달러를 확보하여 라자냐전문점을 찾아가던중이었다. 앞에서 들리는 웅성거리는 소리에 그곳을 바라보니 검정색 셋트 정장을 차려입은 형씨들이 라자냐가게를 부수고있었다.


 


 "야! 주인! 돈 떼먹고 무사할줄 알았어? 어서안나와?!"


 


 소란스러웠지만 나는 지금 무척 배가 고픈 상태이기 때문에 형씨들을 제치고 라자냐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물론 형씨들이 무시당한 기분에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아가씨, 죽고싶어 우리가 안보여? 지금 여기 주인장하고 얘기중 이니까 잠깐 나가있을래?"
 
 가게안 좌석에 앉아 말했다.


 


 "여기 리치 롤 라자냐하나요."
 "어쭈? 귀가 먹었나?"


 


 내가 앉은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더니 손을 올려 싸대기 기본동작을 원, 투, 쓰리로 나눈다면 원에 돌입한 형씨. 이대로 가다간 한대 얻어맞을 태세였다. 그때 누군가 형씨의 손을 뒤에서 잡아챘다. 그리곤 멋진말이아닌 비굴한말투로 대사를 치는 지나가던 청년.


 


 "저기요, 이렇게 큰손으로 이 아가씨를 때렸다가는 아가씨 죽어요."
 "넌 뭐야? 그렇구나, 너 죽고싶은거지?"


 


 나 때문에 남자 둘이 싸우게되다니 라고 바보같은 생각을 하던차에 누군가 나타나 초를쳤다.


 


 "그만, 아놀드 그만해."
 "형님, 언제 오셨습니까? 이런 꼴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아마도 그는 이 무섭게 생긴 형씨들의 보스인듯 했다.


 


 "처음부터 여기 있었다. 그리고 거기 아가씨, 정말 겁없는 아가씨군요."
 "주인장 아저씨, 라자냐 언제 나와요?"


 


 보스의 말을 무시하고 내가 라자냐에만 관심을 보이자 그 부하가 소리쳤다.


 


 "이게 미쳤나 형님이 말하시는데 라자냐 타령이나 하고있어?"


 


 쫄다구 주제에 성질 팍팍내며 계속 뭐라도 뭐라고 씨부리는게 귀찮아서 대충 대꾸해줬다.


 


 "아, 뭐 어쩌라구요. 뭘 바라는데요? 배고파 죽겠다구요."
 "뭐긴 뭐야 네년의…. 아.. 형님 뭡니까 바라시는게."
 "아가씨의 당찬모습이 정말 마음에 드는군요. 어떻습니까? 이곳은 이미 장사를 하지않는데 라자냐는 아니어도 제가 대접해도 될까요?"


 


 그러자 나를 도와준 청년이 기가 막힌다는 듯이 그들을 훑어 보고는 내 팔뚝을 쓸어잡고 말했다.


 


 "아가씨 이놈들은 위험한놈들이에요. 이런녀석들 말 듣지 마시고 절 따라오세요. 제가 밥 사드릴게요."


 


 그렇게 강한아귀힘에 이끌려 청년의 빠른 걸음에 종종걸음으로 끌려갔다. 그러나 나는 어찌되든 좋으니까 뭐라도 빨리 먹어서 배를 채워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아가씨, 여긴 제가 자주오는 라자냐 전문점입니다. 맛이 일품이죠. 제가 살테니 드시고 그런녀석들은 상대하지마세요 괜히 일만 복잡하게 될수있거든요."


 "아 그래요? 여기 리치 롤 라자냐 하나요!"


 


 식당은 넓고 코를 자극하는 맛있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사주신다니 감사해요, 생명의 은인 이십니다."
 "아니 뭘요 위기에 처한 아가씨를 구하는것 쯤이야. 다음에도 또 무슨일 있으면 전화하세요 여기 전화번호 적어드릴게요. 전 '오기 케빈'입니다."
 "전화드릴게요 ... 배고플때."
 "하하하 농담도 하하."


 


 배를 채우고 집에 돌아와 보니 부기는 아직도 공구를 놓지 못하고 있었다.


 


 "부기 나 다녀왔어. 밥먹었어?"
 
 부기는 원래는 보이지않던 턱이 보일정도로 앙상해진 몰골로 대답했다.


 


 "음, 먹었지. 헨들리는 라자냐 냄새가 나는군. 리치 롤 라자냐구만."
 "오, 역시 부기코는 개코야. 부기, 여기 라자냐 싸왔어 어떤 친절한 사람이 사줬어. 먹어."
 "응? 난 먹었다니까. 그건 남겨 놨다가 나중에 헨들리가 먹으렴."
 "거짓말하지마 부기. 아무겄도 못먹은거 알아. 그렇게 먹지도않고 일만하면 죽어버릴지도 몰라."


 


 부기는 잠시 당황하더니 주방으로 들어갔다가 갈비뼈가 산더미처럼 쌓인 쟁반을 들고 다시 나타났다.


 


 "이거봐, 먹었지."
 "그거.. 돈도 없으면서 어떻게?"
 "나 부자라니깐."


 


 나는 나가서 겨우 힘들게 밥먹고왔는데 혼자 산더미같은 갈비먹고 히죽히죽 웃는 부기 얼굴을 보자니 짜증이 지하 암반수에서 14km높이로 치솟아 올랐다.


 


 "망할부기, 죽어."


 


 몇마디 남기고 집에서 다시 나와버렸다. 옆집 울타리에 기대어 하늘을 보았다. 난 늘 할게없고 심심할때마다 하늘을 봤다. 하늘은 늘 변하기때문에, 같은 모습이 아닌 늘변화하기 때문에 난 하늘이 좋았다. 유일한 내 또래의 벗이다. 그때 울타리의 주인이 개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응? 우리 해피. 갈비 뼈까지 통채로 먹은거야? 그러다 목에 걸리면 어쩌려구."


 


 부기가 보여준 갈비뼈는 아마 저것이었으랴.


 


 "…."


 


 바닥에 점이 생기길래 비가 오는줄 알았다.


 


 "흑..흐윽.."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늘 불행하지 않은척 살던 나였지만 지금만큼은 눈물이 폭포수 처럼 쏟아져 나왔다.


 


 "흐윽..으앙…. 어어엉."


 


 그렇게 한시간을 울었다. 30분 만큼은 지금껏 생판 모르는 나를 길러준 부기를 위해 울기로했다. 그리고 나머지 30분은 서러워 울었다. 눈에 붓기가 빠질때쯤 나는 집에 들어가 부기에게 말했다.


 


 "부기…. 부기 나 돈벌꺼야."


 


 부기가 멍하니 날 바라보더니 말했다.


 


 "무슨수로? 넌 성격 괴팍한 재주밖에 없잖아?"
 "성격 괴팍한걸로 할수있는거 있어."
 
 두주먹을 꽉지고 갑자기 또 이유없이 터져나오려는 울음을 참으며 말했다.


 


 "...나 사채업자가 될꺼야..."


 


 부기는 한참 나를 바라보더니 아무말없이 다시 자기일에 전념했다.


 


 "나 오늘 아침에 사채업 보스가 나한테 식사 대접한다고 했는데 거절했었어. 지금 다시 찾아가서 밥 사달라고 할거야."


 


 부기가 놀란 얼굴로 다시 아무말 없이 날 바라본다.


 


 "나 사채업자가 될꺼야."


 


 다음날 어제 만났던 보스를 찾아갔다. 그리고 나는 사채업자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