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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SF claraoze

2006.12.17 04:37

초요 조회 수:222 추천:11

extra_vars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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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 도시가 펼쳐져 있다. 장식이라곤 네온사인이 전부인 듯한, 단지 광활하게 펼쳐지기만 도시. 공기는 안개에 둘러싸인 듯, 먼 곳은 볼 수가 없다. 안개 속에서 퍼지는 듯한 형광색의 빛만이 빛난다. 이런 반사된 빛이 사내를 괴롭히던 것은 아주 오래전의 일이었다. 이 세계의 모든 인간은 이러한 불분명한 빛깔에 익숙해져 있으니.


상에 서있는 그의 망토 와 백회색의 머리칼이 심하게 나부낀다. 이제 바람에 몸을 실어야 했지만, 내키지 않았다. 이따금 그를 괴롭히는 의문점.


마음이 복잡해도 얻어지는 것은 없었다. 사내는 마음을 접었다. 십수 년간 고민을 해도 나오는 대답은 없었으니까. 그런 것보다 현재 중요한 것은 임무. 그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근처에서 휘날리던 망토를 제어해 날개로 바꾸는 것을 시도한다. 진 저드(塵. zerd)로 이루어진 망토를 제어하는 것은 간단한 제어식이면 충분하다.


“비익형이면 되는가.”


순식간에 그의 주변을 휘날리던 목도리는 거대한 독수리의 날개와 같이 변하고, 그는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그의 눈에 물체가 식별되었다. 갑자기 상공에 출현한 거대 괴물체 -망자로 추정되는- 가 기괴한 모습으로 공중에서 맴돌고 있었다. 그것은 거대한 두상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가 알고 있던 얼굴의 모습을. 그 두상은 공중 높이에서 고개를 숙여 땅을 내려다보는 듯 하게 되어있다.


“…제길. 저건 아무리 봐도… 아무리 봐도 그녀석이잖아.”


내키지 않았다. 갑자기 출몰한 저 물체도 내키지 않았고, 그것을 애써 부숴버려야 하는 그 자신에게 저주하고 싶었다.


하지만 저것도 진 저드 로 이루어진 물체. 어딘가에서 분명 제어식을 송신하고 있기에 움직일 수 있는 것일 터. 그는 그것을 부수고 저것을 다시 원래의 형태로 돌려야만 한다. 공기 중에 퍼져있는 안개를 빠르게 끌어들이고, 마신다. 그것은 가이 브레아가(假移 brea)그들 본연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의식이다. 모든 인간의 시야를 흐리하게 하는 이 안개는 진 저드라 불리는 물체였다. 극소미립자를 고밀도로 조립해 만든 이 물질은 공간 내에 시동어와 제어식을 이용해 물질을 구현해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없애주는 환상의 물질. 그의 주위는 이미 그것으로 뿌옇게 흐려져 있었다.


“확실하게….”


엄청난 양의 안개들 속에서 날카로운 채찍과도 같은 수십 개의 칼날이 구성되며 공중의 괴물체를 뚫어버리기 위해 엄청난 속도로 날아간다. 그리고 각자가 그 물체를 토막 내 버렸다. 그러나 그 공격들은 전부 허사로 돌아갔다. 토막 난 얼굴의 형태는 다시 뭉쳐 원래의 형태로 돌아갔다.


“젠장.”


그의 ‘칼날’은 빠른 공격이 가능했지만, 그것을 하나하나 정확하게 다루는 능력은 떨어진다. 하지만 이런 공격을 여러 번 해봐야, 저것의 공격이 시작되면 소용없는 일. 도발을 해서 남을 것은 없었다. 다행이 그가 아직 잃은 것은 없다. 주변의 진 저드를 더욱 끌어 모으며, 약점을 찾아내려 노력한다. 그때,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그는 당황했다. 너무도 익숙한, 하지만 다신들을 수 없을 거라 믿었던 친구의 목소리가 그의 귀를 괴롭혔다. 그것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카르 나스…아…카르. 거기 있나….”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저것은 무엇인가. 죽은 자신의 친구를 흉내 내며, 친구의 목소리로 그를 부르고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뜨거워… 뜨겁다고… 죽을 것 같아.”


“설마, 렌터 자네인가.”


그의 목소리에  공중의 그것은 움찔거린 뒤, 물음에 대한 대답을 한다.


“미안…난 자네가 보이지 않아. 몸은 뜨겁고, 머리가 지끈거려. 여기는 어딘가? 난 어째서. 아니, 난 죽지 않았던가? 이건….목 아래가 느껴지지 않아.”


대화가 가능하다면, 싸움을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그것이 의지를 담아 존재하는 것이라면, 의지로 전투를 막을 수 있을 테니. 그는 조용히 그것의 의문에 대답했다. 그것이 그가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그는 그것에게 생전의 예의를 다했다.


“자넨… 죽었어. 날 지키고 죽었어.”


“아아… 분명 그랬어. 그러고 보니 이 풍경. 조금은 보여. 본래라면 느끼지 못했겠지. 불타오르고 있어. 모든 것이. 이것을 지옥이라고 하는 건가보네.”


“….”


그는 그것의 아무 말도 믿지 않고 싶었다. 그것은 단지 생전의 정보에 대한 집합체에 불과하다. 결코.


“살아있다는 것의 고통일까.”


“괴로운가?”


“아아. 그렇군.”


“고통을 지워주겠네. 어떻게 해서든….”


이미 전의 공격 시에 10배는 되는 양의 안개가 그의 주위에 모여 있었다. 그것들이 모두 칼날로 변한다.


“크윽.”


그의 눈에서 피가 흘러나온다. 한계를 벗어난 기술을 사용한 탓이다. 천여 개의 칼날들이  전부 엄청난 속도로 돌진해 그것을 분쇄한다. 갈기갈기 찢긴 그것은 더 이상 형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안개로 화한다. 흩어진 뿌연 안개는 순식간에 아무런 형태도 짓지 않은 채, 공기 중에 녹아 사라졌다.


“….”


눈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았다. 그는 친구를 두 번 죽였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친구와 닮은, 고통스러워하는 그것을 없애 준 것일 뿐. 그는 소량의 진 저드로 연락기를 만들어 임무를 보고했다.


“세인트, 카르 나스 임무 완료. 임무에 대한 보상체계 가동 바람.”


클라라오제에 의해 진 저드가 활개를 치는, 가상과 현실이 구별이 없어진 세계. 정신속의 망상이 진실이 되고, 모든 것의 정보가 사라지지 않은 이 세계 속에선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 하다. 진 저드의 숙주가 되고, 죽어서 진 저드 속에 녹아 사라지는 가이 브레아라면, 이런 망령이 되어 존재하는 것도 가능한 일.


하지만 그는 조용히 생각했다. 어쩌면 저 망령을 만들어낸 것은 바로 자신일지 모른다고. 그는 아직도 답을 찾아 해매고 있다. 자신이 세상을 필사적으로 사는 이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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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설정자료.


클라라오제. (claraoze)
모든 정보를 통합하며 거대화, 분열하도록 설계된 컴퓨터. 양자를 이용해 수많은 변수를 계산이 가능하다. 수많은 본체들을 거느린다. 그렇게 해서 시시각각 본체가 변하게끔 설계가 되어 있다. 세계의 공기에 살포된 엄청난 양의 작은 크기의 입자. ‘진저드’에 대한 사용을 주관한다.
본체는 일명 모방의 어머니라고 불리며, 더미 컴퓨터들에게 추앙을 받는다. 이 컴퓨터의 진정한 존재목적은 세계의 확률을 계산하는 것이다. 무한한 인간의 실존만을 계획 한다.


가이브레아(假移 brea)
‘진저드’에 대한 광범위한 사용을 허락받은 존재. 활용 목적은 광범위하나 극소수이고, 매우 강력하다. 그들은 진저드의 숙주이자 안식처가 되고, 죽으면 입자화하여 진저드의 일부가 된다.



망자(亡者)
진저드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은 고성능의 미세기계이며, 언제나 정보를 받아들인다. 간혹, 가장 가까이에서 숙주로 지낸 브레아의 정보를 그대로 담는 경우가 있다. 의지 없이 그저 형태만을 이룬채 돌아다니는 이것을 보통 망자라고 부른다. 구체적으로 어느정도의 정보가 구현되는 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진 저드.(塵 zerd)
미래의 신세계를 연 세기의 발명품. 공기중에 퍼지나, 인체 그외에 무엇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하지만 굉장히 복잡하게 구조화 되어있는 그것은 뇌에 장착된 칩과 합쳐져 정보를 그대로 물질화로서 연결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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