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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불쌍하다면 도와줘야하는 걸까?

누군가가 아프다고하면 도와줘야하는 걸까?

누군가가 힘들어한다면 도와줘야하는 걸까?

그저 나는 도와줘야하는 걸까?

그럼 도대체 누가 나를 도와주는 것일까?

나는 언제까지나 돕기만 해야하는 걸까?





2화 펼쳐진 날개





"에또, 그러니까 아야카, 얘 이름은 미카미 토모야야. 토모야, 이쪽은 히즈키 아야카라고 내 소꿉친구야."
"만나서 반갑다."
"..."
"엥?"
"아야카?"
"어이, 반가워. 어이, 이봐."
"아야카? 아야카!"

토모야는 허리를 숙이고 유에는 머리를 내밀며 아야카를 살펴본다. 머리를 숙이고 왼손으로 턱을 잡은채 그녀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으음..토모야라...미카미 토모야..분명히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콕콕

"어이어이, 이봐. 어이, 유에. 날 완전히 무시하는데?"

여전히 눈을 감은채 표정을 유지하는 그녀의 이마를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토모야는 톡톡 손으로 건드리고 있었다.

"헤에, 이거 재밌네. 유에도 해볼래?"
"에에? 그래도.."
"꽤나 재밌다고."
"에, 정말? 그럼 나도 한번.."
"누가.."
"!"
"!"

부들부들 떠는 아야카의 어깨, 흡사 그 뒤에는 지옥의 불길이 도사리고 있는것 같았다. 드득드득 고개가 부자연스럽게 올라가면서 눈빛이 반짝이더니 입가에 씨익 이상한 미소가 지어졌다.
두두두두두두 허리를 숙인채로  발을 빠르게 움직인다. 허리를 돌리고 오른발을 쭉 뻗어 토모야의 옆쪽에 탁 놓았다.

덥썩

"어라?"

양손으로 허리를 잡은채 아야카는 소리를 치면서 그대로 허리를 뒤로 돌렸다.

"누구멋대로 장난질이야!!"

투카가가강. 뭔가가 아주 박살이 나는 소리가 교실전체에 울려퍼졌다. 백드롭이라고 하는 기술인가 아무튼 그렇게 토모야는 허리가 꺾인채로 아야카는 그대로 토모야를 잡아 허리를 뒤로재낀채로 반 전체의 시선을 받았다. 잡았던 손을 펴고 허리를 다시 올려서 선자세를 취했다.

"유에도 그래! 난 장난감이 아니라구!"
"에헷.."
"그리고...?!"

모르고 있었다. 지금 이곳이 전학온 첫날이란것을...반애들 모두가 당연히 이런 상황에 주의를 안 기울일리가 없었다.

"아..아아..그러니까..이건..."
"와우! 쥑이는데, 전학생!!"
"역시 요즘 여자애들은 화끈해야한다니까!"
"흐음..성격은 욱하지만 평소엔 얌전한척함인가.."
"아..아하하..아하하.."

'아무래도...이걸로 내 이미지는 다 깨진거같군...'

"여, 멋진걸. 전학생."
"에?"

아야카의 뒤에서 툭 어깨에 손을 얹은채 말을 건 사람. 갈색머리에 활기찬 웃음을 짓고 있는 남학생이었다.

"에..에또..어디선가 본 기억이.."
"아아 내 이름은 신 이나호. 그냥 이나호라고 부르면 되."
"저기..어디선가..봤던 기억이.."
"아아 토모야 녀석 또 사고쳤군. 으엑?! 거품까지 물고있네.."
"에..에에?!"
"우아아아아. 정말이다. 아야카, 역시 과거 전교 체육일등답게 또 한건했네."
"유에?!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우우우우..좋아."

턱 아야카는 토모야를 잡아들곤 등에 업었다.

"나 잠깐 양호실 좀 다녀올께."
"에에? 위치는 알아?"
"아.."
"에고 역시 아야카야. 됐어. 내가 같이 가줄테니까."
"땡큐, 유에~"








"헤에 또 토모야야?"
"네, 그렇게 됐어요."
"유에도 은근히 즐기는거 같네."

유에는 보라색 긴머리의 20대 여성, 양호실선생님과 대화하고 있었다. 물론 옆에는 아야카도 함께. 양호실선생은 침대옆에 누워있는 토모야를 보며 씩 재미난 표정을 짓더니 커튼을 치며 아야카를 향해 의자를 돌린다.



"그러고보니, 전학생. 아니, 히즈키양이라고 했지? 난 키리시마 코요미. 보다시피 양호선생이야. 그나저나 대단한데? 오자마자 한건 세차게 올려버렸으니말야."
"아니..저기 그건 사고..아니아니. 근데 그.."
"토모야야. 미카미 토모야."
"아, 땡큐 유에. 토모야는요?"
"아아 별 걱정할거 없어. 그냥 단순한 기절이야. 한숨 자고 나면 괜찮아질꺼야. 여긴 나한테 맡기고 가봐."
"아, 네.."
"감사합니다~.어서가자, 아야카. 곧 있으면 수업이 시작한다고."
"으..응."

드르륵 탁. 빠르게 미닫이 양호실 문은 열고 닫힌다. 한적한 양호실은 오로지 열린 창문사이로 들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양호실침대옆 커튼과 코요미선생의 머리카락을 찰랑이게 해주고 있었다. 슬쩍 웃은뒤 코요미는 다시 의자를 토모야가 누워있는 침대를 향해 돌렸다.

"헤에, 저 애가 바로 '아이크란의 소녀'인건가?"
"그건 니 알바가 아니야."

커튼 너머 침대위에 누워있는 그림자는 차갑게 대답했다.

"그러고보면 저 애 유에랑 닮은거 같기도 하네. 아마도 어렸을때 자매같이 지냈겠지 뭐."
"저 애들일에 니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헤에~. 그래? 그럼 토모야는 이제부터 어떻게 할건데?"

챠라락 커튼을 열어재끼며 토모야는 다시 차가운 눈매를 만든채 일어섰다.

"벨프에르 녀석을 감시할꺼다. 알고있는건 나와 너, 이나호 그리고 녀석뿐이니까. 녀석만 잘 감시하면 아이크란의 소녀가 밝혀질 일은 결코 없을테니까."
"하지만 벌써 네사람이나 알고 있잖아. 과연 이렇게 하는게 최선의 해결책일까?"
"무슨 뜻이지?"
"내 말은 과연 그게 언제까지 도와줄것이냔 말이지. 이미 아이크란의 소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너와 벨프에르를 만났어. 그 시점부터 이미 이건 더이상 덮어둘 문제가 아닌거야."
"그녀에게 말하란 건가? '우리들의 세계'를?"
"글쎄, 그건 나도 잘 모르겠어. 참 안타깝네. 저 앤 양부모밑에서 힘든 생활을 해왔는데 말야. 부모는 문제가 아니었지. '가난'이 문제였어. 그리고 결국 그녀는 이곳으로 오게되었지. 서양에서 살던 그녀에게 익숙하지 않을 동양생활이지만, 높은 성적을 얻어 이곳 학교 장학금을 타게 된거야."
"그게 어쨋단거야. 안타깝게도 난 누군가가 불쌍하던 힘들던 뭐하던간에 상관안해. 어차피 내가 해줄 수 있는것도 없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녀석에게 뭘 해줄 이유도 없어."
"그녀의 실력으론 이곳이 아닌 서양의 더 좋은 학교에도 갈 수 있었어. 하지만 그녀는 이곳을 선택했어. 유에라는 저 애와는 어렸을적 소꿉친구. 태어났을때부터 같이 지냈고 지금도 매우 친하지. 10살때 부모님의 사고로 서양으로 가게되었지만 편지같은 것을 이용해서 서로의 연락은 7년이 지난 지금에도 끊어지질 않았지. 애초에 그녀는 유에에게서 이 학교에대한 정보도 알고 있었고 말야. 이곳에온 목적중 하나는 보고싶은 소꿉친구와의 재회라는거지."
"쓰잘데 없는 말은 하지말고 중요한 거만 어서 말해봐."
"나머지 한가지 이유는 말이야...그녀의 과거때문이야."
"과거?"
"그녀의 부모님은 지금으로부터 7년전에 '사고'로 죽었으니까. 아이크란의 소녀의 부모는 7년전 화재사고란걸로 죽었다는거지. 바로 그 '멸망의 날'에 말이야."
"7년전 사건이라면.."
"그래..그 사건이지..매우 우리세계에서 매우 중요한....가장 중요한...결코 잊어서는 안되는 사건..."
"... 그러니까 아이크란의 소녀겠지. 그렇지 않으면 관계될리가 없지않은가."
"만약 그녀가 각성을 하게된다면 어떡할거지, 토모야? 이렇게 계속 지켜줄건가?"
"지켜줘? 크크큭..."

토모야는 눈을 살짝 감은후 한숨을 쉬며 말했다.

"뭔가 착각하나본데 키리시마양. 난 아무도 안지켜. 결코 그 어느누구도 지키지 않아. 그저 난 내 책임만을 질뿐이야. 다른 쓰레기녀석들과 같아지지않기위해 내 책임을 질뿐이라고. 그녀가 각성을 하게된 이유가 나와 아무 관계가 없을경우, 나의 책임은 거기서 끝나지."
"그럼 어떻게 할거지?"
"당연히 이용할거다. 아이크란의 소녀라고. 이번 정보로 보다 확실해졌다. 어서빨리 놈에게 오늘 진 책임을 갚아서 놈을 반드시 이용해줄꺼다. 크크크큭. 크하하하."

드르륵 탁 다시한번 문은 열리고 닫힌다. 코요미는 그 모습을 그저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아무도 안 지킨다는 말...그 말은 너도 포함되는거야? 토모야...'

차가운 바람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다시한번 휘저은후 그렇게 그녀의 몸을 감쌌다.






"우아아아아, 힘들었다."
"첫날부터 그럼 어떻게해, 유에."
"그러는 아야카는 안 힘들었어? 솔직하게 말해봐. 에구..방학이 그리워.."
"정말인지. 아 그러고보니..미카미는 괜찮을까?"
"걱정마. 그녀석 또 꾀병부리고 있으니까. 나한테 조퇴서를 대신 맡긴채 2교시때 가버렸다구."
"헤에, 그래?"
"걔 원래 맨날 그래. 우우 하여간 맨날 공부하기 싫어서."
"유에랑 참 똑같다. 사귀면 아주 딱이겠어."
"에헤헤, 무슨 말이야 아야카. 에헤헤헤. 그..그럴리가 없잖아. 나와 토모야가. 아하하하."
"역시 싫지는 않은 모양이네."
"에..에에 그러니까..아 아앗!!? 나 급한 볼일이 생겼어. 이만 가볼께 내일봐 아야카."
"어..어이?!"

붙잡을 사이도 없이 유에는 저멀리 사라져버렸다. 그걸 바라보면서 아야카는 한숨을 지으면서 살짝 웃었다. 집으로 향해 걸어가면서 그녀는 내내 유에에 대한 생각만을 한다. 그렇게나 친한친구를 오랜만에 다시 고국에서 만나게되었으니 당연한 것일까?

"헤헤. 유에가 연애라니. 그러고보면 어렸을때도 맨날 마음을 감추지 못했었지. 그러고보니..웬 남자애를 좋아했었던것 같았던데..우웅..누구더라...기억이 잘 안나네.."
"헤에, 아이크란의 소녀는 아무래도 머리가 좋지 않은가봐? 이렇게나 잊어먹는게 많으니 말이야."
"?!?!"

서둘러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기이외에는 아무 사람이 보이질 않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계속 끊이지 않았다.

"여기야, 여기. 이 위라고 '아이크란의 소녀'."
"!"

하늘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고개를 들어올리자 놀랍게도 정말로 하늘에서 한 소녀가 있었다. 회색의 긴 머리를 가진 자기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소녀는 허공에 서있었다.



"이..이게 뭐야."
"아, 그러고보니 이곳에서는 자기 이름을 먼저 밝히는게 예의였었나?"

툭 소녀는 가뿐하게 허공에서 내려왔다. 아야카는 주춤 뒷걸음질을 했다. 하지만 회색머리의 소녀는 아무 상관도 하지않는듯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으로 몇번 손질해준뒤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시온. 후타미 시온. 너의 이름은?"
"뭐?"
"이름말이야, 이름."
"히...히즈키 아야카..."
"헤에, 아야카라. 평범한 이름이군."
"도..도대체 누구야, 당신! 갑자기 나타나선 왜..허공에 서있다니..마술사인가..?"
"어머나, 뭐야. 모르고 있는거야? 아이크란의 소녀?"
"그게 대체뭐야. 아이스크림의 소녀라니. 난 그딴거 몰라."
"헤에, 기억봉인이 당한 모양이군. 뭐 상관없지, 이 편이 더 재밌을테니까말야."
"뭐..뭐.....꺄아아악?!?"

지지지지직 그녀에게서 전기같은 파장이 흘러나오더니 금새 아야카를 묶어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아야카에게 강한 고통을 주었다.

"꺄아아아아아악!!!"
"후훗, 걱정말라고. 아이크란의 소녀. 내가 다 풀어줄테니까. 너의 기억을 다 풀어줄테니까. 고마워 할 필요는 없어. 난 착한아이거든."

지지지지지지직. 이상한 흰 빛의 전기같이 지직거리는 것은 아야카의 온몸을 묶고는 그녀를 계속 비명지르게 만들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후후훗. 아직 멀었나? 역시 다르군, 아이크란의 소녀. 응?!"

쉬리리리릭 커다란 철제의 이상한 부메랑이 매우 빠르게 회전을 하면서 시온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녀는 양손의 손가락에 힘을 꽉 주더니 손을 이리저리 쉼없이 움직였다.
키잉! 커다란 부메랑은 이상한 실같은 것들에 의해서 튕겨졌다. 그녀의 손가락에 연결된 실들이 햇빛에 반짝반짝거린다.

"훗, 이나호인가."
"무슨 짓이야, 후타미!"

쉬리리리릭 타각. 되돌아가는 커다랗고 이상한 부메랑을 가뿐히 한손으로 잡은채 이나호가 정면에서 나타났다.

"그녀를 놔줘. 아무 죄없는 민간인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거야!"
"민간인이라고? 아이크란의 소녀가 아무 죄없는 민간인이라는 거냐?"
"욱! 그..그걸 어떻게..?!"
"나를 얕보면 곤란하지, 이나호. 이래뵈도 내가 누군지는 알아줘야할것 아니야."
"그..그럼.."
"그래. 벨프에르가 알려주었지. 토모야가 아야카에게 신경을 쓰는 단 그 몇초안에 말이야. 그가 얼마나 강한 실력자인지 모르고 있었다는건 아니겠지?"
"그럼 벨프에르는 이때까지.."
"응. 지금도 토모야의 관심을 떨어놓기위해서 정 반대편 어딘가를 어슬렁대고 있겠지."
"소..속은건가..에잇! 어쨋든 당장 그녀를 놔줘!!"
"무슨 말이야? 기껏 아이크란의 소녀에게서 이런 못되먹은 봉인주문을 깨뜨리려고 하는데말야."
"그..그녀는 관계없어."
"그 말을..믿을것 같아?"
"정 안된다면 힘으로 밀어주겠어!"

타다다다닥 이나호의 다리가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이미 인간의 움직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정도로 빠른 다리였다. 하지만 시온은 미소를 지은채 딱소리를 내며 손가락을 한번쳤다.

지지지지지직

"끄아아악!"
"니놈이 올줄을 알았지. 보나마나 지키려 할테니까 말야. 그래서 이렇게 함정도 미리 깔아놨단 말이야."
"끄으으윽! 이까짓 함정따위!!"
"그래, 풀리겠지. 하지만 아이크란의 소녀의 봉인도 풀리겠지."
"제..젠장! 그만둬어어!!"
"이미 늦었어."

파지지지직 촤자자자자장!

"꺄아아아아아아악!"

아야카를 묶던 이상한 빛은 더욱더 커지더니 아야카 전체를 덮어버렸다. 그리고..

지이이이이잉 쨍그랑! 슈아아아아아아아앙

훨씬더 강한 빛이 아야카를 묶던 빛을 깨뜨리곤 주위를 뒤덮는다. 뒤늦게 함정을 깨버린 이나호..그는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이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저건.."
"그래. 드디어 풀렸군. 봉인이.."

샤아아아아앙

등에서 하얗고 커다란 날개를 꺼낸채 아야카는 눈을 감은상태로 허공에 떠있었다. 새하얀 날개와 새하얀 빛을 발하는 그 모습은 그녀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려주고 있었다. 그리고..

"응?"

반대쪽 산 언저리에서 검은머리에 차가운 눈빛을 가진 남자는 그의 등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남자, 미카미 토모야는 씨익 웃으면서 얇은 빛이 나는것을 시야에 포착했다. 일그러진 웃음을 지으며 그는 중얼거린다.

"이렇게나 빨리 각성했는가, 아이크란의 소녀여. 크크크큭. 좋아. 이용해주겠다. 마음껏 이용해주겠다. 나의 목적을 위해서 네놈을 마음껏 이용해주겠단 말이다! 으하하하. 으하하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