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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tra_vars1 빗속에서의 만남 
extra_vars2 1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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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대체 이것들은 뭐야?!"

지금도 아야카의 주변에는 미카미라는 청년이 말했던 '라사라크'라는 괴물들이 여전히 크르릉거리면서 그녀를 향해 한발짝한발짝 다가오고 있었다. 그저 전학첫날, 학교에 가려다 돌연히 이상한 두 남자를 만나게되고, 그리고 이젠 생전 처음보는 이상한 곳에 이런 괴물들과만 지내게된다면 과연 기분이 어떻게될까.
무릎을 땅에 털썩 내려놓은채, 떨리는 얼굴과 요동치는 아랫턱은 그녀의 정신이 이미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입에서 연신 연기를 뿜어내며 라사라크들. 아야카는 땅에 털썩 주저앉은 상태에서 다리와 팔을 발버둥치며 어디론가 도망가려하지만 사방에 깔려있는 괴물들에게서 도대체 어디로 도망간단 말인가.
양팔로 어깨를 꽉 잡은채 덜덜덜거리는 아랫턱.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결국 한마리의 괴물이 덤벼들었다.

"꺄아아아아악!"
"크아아아아앙!!"

투가가가각!!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실제로 몇초 지나지도 않은 시간...살며시 눈을 떠보았다. 몸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그저 하염없이 어느샌가 내리고 있던 눈물이 볼을 빨갛게 변하게 한것. 그리고 다른 바뀐점이 있다면....
몸이 터진채로 피를 퍼뜨리며 쓰러져있는 그 괴물과, 또다른 스소라학원 교복을 입은 갈색에 약간 긴머리의 남자가 서있을 뿐이었다.



"토모야녀석..젠장. 아, 어이, 괜찮아?"
"..."
"역시..괜찮을리가 없겠지."
"..."
"하지만 걱정마. 내가 어떻게 해서든지 이놈들을 어떻게 해볼테니까. 눈은 감고있는 편이 더 좋을꺼야."
"무슨 짓을 한거냐, 이나호!!"

콰지지지지직 갑자기 붉은 전기파장이 이 두남녀의 주변에 떨어지더니, 이내 퍼져서는 다른 괴물들을 감전시켰다. 깨애액거리던 괴물들은 불과 몇초후, 시체조차도 남지않고 그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마치 이때까지 있었다는게 거짓말처럼 말이다.
그리고 이 전기파장과 동시에 나타난 목소리의 주인공, 미카미 토모야는 여전히 차가운 눈빛으로 두 남녀를 바라본채 안개속에서 스르륵 나타났다. 짐승같은 눈빛에 주위를 얼어붙게 만드는 듯한 그의 분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갈색머리의 남자는 그를 바라보며 오히려 크게 소리쳤다.

"너야말로 무슨짓을 하고 있는거냐, 토모야! 여자를 울리는 녀석따윈 남자가 아니라고!!"
"안타깝게도 오늘은 장난칠 시간이 없다, 이나호. 그 여자애가 '아이크란의 소녀'라는건 너도 알것 아니냐! 오른쪽 어깨의 문장을 보라고!"
"하지만 그 힘을 전혀 사용할줄 모른다는건 너도 이미 알아차렸잖아! 그저 평범한 소녀라고! 이 애는 아무 잘못도 아무 관련도 없어. 그렇기에 너도 이렇게 나서서 도와준거잖아! 도대체 왜 그러는거냐, 토모야."
"멋대로 착한 놈으로 만들지마. 난 그저 내 책임을 지기위해 온거라고. 그것뿐이다. 이제 비켜."
"그렇겐 못하겠어."
"이나호.."
"토모야...너도 이런것을 하고 싶진 않을꺼아니야. '그런 것'에 얽매이질 말라고."
"칫.."

이나호라는 남자의 말이 효과가 있는걸까 아니면 둘은 매우 친한 사이여서이었을까. 토모야는 얼굴을 탁 내리곤 입술을 질근 물었다.

"여전히 넌 이러는군. 알았다. 정리는 내가 하도록하지."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착각하지마. 그저 내 할일에 책임을 지는것뿐이니까."

터벅터벅 그는 아야카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여전히 눈물을 흘리면서 눈에는 이미 초점이 없었다. 그는 그런 그녀의 이마에 그의 손가락을 갖다대었다.

"이 모든건 꿈이다. 잊어버려. 그렇게 관여하지않는한, 너는 그저 평범한 여학생이지, 아이크란의 소녀가 아니니까."

기이이이잉 토모야의 손끝에서 작은 빛이 빛나기 시작하더니 빛은 점점 커져서는 아야카와 토모야, 그리고 이나호라고 불린 남자마저 모두 감싸버렸다.

"어라?"

빗속에서 여전히 젖은 옷을 입은채로, 여전히 계속 젖어가는채로 아야카는 한손에는 작은 가방을 든채 담장앞에 멍하니 서있다. 왼손을 들어 손목시계를 살펴보니 그로부터 시간은 8분정도 지난것 같다. 머리를 긁적이며 그녀는 맹하게 서있다가 다시 다리를 움직이기 시작한다.

"쳇, 내가 잠깐 미쳤나보네. 이런 이상한 것까지 생각하다니..어서 가야지! 이거 완전 지각이잖아!!"

정면에 작게 보이는 학교, 스소라학원을 향해 그녀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작은 가방을 머리에 이은채로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가 있었던 주변 한 모퉁이에서 갈색머리의 남자가 얼굴을 살짝 내밀어 그녀를 향해 바라본다.

"그렇게 생각하는게 좋은거라고, 아이크란의 소녀양. 관여하지 않는 이상 아무 해가 없을꺼야. 토모야도 더이상 아무짓도 안할거고. 뭐..문제는 벨프에르가 보았단 거지만...후우...관여하지 않는다라...아무리 봐도 무리일것 같군. 뭐 하는데까지는 내가 지켜줄테니, 그때까지 이 현실을 마음껏 즐기는게 좋을거야."

그가 한걸음 걷자 비가 그치기 시작하고 그는 구름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해를 한번 미소지으며 바라본뒤 발걸음을 돌렸다.







스소라학원 2-b반. 담임교사가 뭐라고 중얼중얼거리지만 아이들의 반은 한귀로 그것을 듣고 한귀로 그것을 흘린다. 맹하게 그저 비가그친 창밖을 바라보는 이들의 눈빛은 이미 삶의 지겨움으로 가득차있었다. 이윽고 교사가 헛기침을 하며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에헴. 에헴. 아 그럼 그런거고, 오늘은 전학생이 왔다. 자아, 들어오렴."

끼리리릭. 문밖에서 몇분간 기다리고 있던 긴 장발에 머리띠를 맨 여학생. 히즈키 아야카는 아직도 다 마르지 않은 옷을 입은채로 교실안으로 들어왔다. 남학생들이 약간씩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그저 여학생만 들어오면 생기가 발달하고. 부탁이니 너희 장래에도 그렇게 생각해봐라. 그럼 히즈키양. 자기 소개를.."
"아아, 네. 히즈키 아야카입니다! 오늘부터 이곳에 전학오게 되었어요. 잘 부탁드립니다!"

짝짝짝 예의상이 박수가여기저기 오가고 남학생들은 여전히 수군거리면서 전학생에 대한 얘기를 꽃핀다. 교사는 밉살맞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소리 중얼거리더니 떠났다.

"그럼 5분간 휴식뒤에 다음 수업을 준비하도록."

드르륵 교사가 문을 나가자마자 아이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기들끼리 그룹을 맺으며 이젠 시끄럽게 웅성댄다. 몇몇 남자가 아야카에게 말을걸으려는듯 다가왔지만 뛰어와서인지 지쳐보이는 그녀에겐 아무리 그래도 예의상 아닌듯 싶었다. 자기 지정자리에 앉은채 헥헥거리며 책상에 엎어진 그녀에게 누군가의 손이 머리를 꽉 잡곤 끌어올렸다.

"아야카아아아아아!!"
"으아아아악!! 머리 잡아당기지마!!"
"에헤헤헤."
"으으..뭐야 유에잖아."
"헤헤. 말했잖아. 같은 반이라고."



단발머리에 마찬가지로 머리띠를 맨 이 여자애의 이름은 이마사카 유에. 아야카와는 소꿉친구관계로 매우 활발하고 순수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단지 너무 순수한 나머지 말도 안되는것까지 다 믿어버려서 주변 친구에게 장난거리로 잘 이용된다.

"그나저나 왜 이렇게 늦었던거야. 교문앞에서 몇분이나 기다렸는데."
"에헤헤헤..시계를 잘못맞춰서.."
"하지만 역시 운동최고답게 잘 맞춰왔네."
"무슨 운동최고야. 그저 약간 하는것 뿐이라고~! 아 그러고보니 내 뒷자리는 비어있네. 흐음...여기면 유에 바로 옆이니까 바꿔달라고 할까..?"
"아아 거긴 빈거 아니야. 거기 앉은애, 어제 멋대로 수업빠지다가 걸려서 학생부쪽에 불려갔어. 아마..지금쯤이면 올텐데...흐음..왜 이렇게 늦는거야, 얘는.."
"헤에, 유에가 꽤나 못마땅한 눈치네~뭐 멋진 남자애야~? 관심있어~?"
"에헤헤. 관심있다니이이!"

볼을 밝히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유에를 보자 아야카는 씨익 히죽거리면서 입술을 귀에 걸은채 장난을 친다.

"그래서, 누군데, 누군데?"
"에에, 그러니까...아 이제 왔네."
"엥?"

드르륵 교실 뒷문이 열리면서 한 키큰 남학생이 들어왔다. 약간 긴 검은머리에 맹한 눈빛, 그저 평범해보이는 동양쪽 고교생. 유에가 그를 바라보자 기쁜듯 소리친다.

"아아, 바로 왔네. 얘야, 아야카. 어이, 이봐! 무슨 기운이 그렇게 없어!"
"으윽, 말시키지마, 유에..."
"너..넌.."
"아아 둘이 초면이지, 소개해줄께. 어이 이쪽을 봐봐! 전학생이라고! 내 소꿉친구야!"

맹한 눈빛의 사내를 바라보는 아야카. 그녀는 눈이 조금씩 동그랗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입마저 약간씩 벌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손에 아직도 들고있던 가방을 툭 떨어뜨렸다.

"소개할께. 미카미 토모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