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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팬픽 GHOST HOUSE

2006.04.23 20:29

차미스리 조회 수: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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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년 전까지만 했어도 우리 집은 소문난 흉가였었다.

자동차가 소음을 쳐대는 이 곳 수도권의 변두리에서 타악 눈이 뜨이는 광경이었다.
도시 대표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직접 살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시설은 바로 다름 아닌 우리 집이었다.
흙과 나무와 벽돌을 얼기설기 대충 쌓아놓아 각설이 집도 아닌, 그리고 그 위에다가는 금이 쩍쩍 갈라진 기와를 얹어놓은 집이었다.
대충 눈어림으로 보기만 해도 '귀신이 산다'라는 말을 내뱉기에는 조금도 장애가 없는, 그런 집이었다.

 ─뭐 올해 와서는 조금 손을 봐주었고로 그런 소리가 조금은 덜 들리기는 하는 모양이었지만.─

우리가 이 집에 들어와서 왠만한 귀신들은 다 쫓아냈다.
 ─100마리가 있다면 한 80마리 쯤은.─

끼디드득-

아, 그래.
문도 바꿔야지.
이제는 살살, 깃털다루듯 살포시 열기만해도 나가떨어지는군.

"휴."
"밖에 나갔어."
"...누가?"

우리 집 거실에 붙은 하나.
문을 열면 바로 보이는 이 녀석 덕에 우리 집에 도둑 들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문 좀 바꾸라고 말하지.
그런데 문이야, 이게? 나무판데기를 하나 갖다 붙이면 그네는 되겠는데?
청소는 하고 나갔대?"
"때리고 와서."
 ─말 그대로, 화투를 때리고 온 다음에 청소한다는 뜻이다.─

청소하기 싫은데.

거실을 청소하려면 저 녀석이 오늘 밤을 고대하라는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고,
 ─귀신잡이라도 가위에 한 번 눌려버리면 그 상태에서는 어떻게 손쓸 도리가 없다.
  연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취침 상태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여튼 싫다!

끄드드득-
.....파악!

기어코 간신히 버티고 있던 문의 윗부분이 떨어졌다.
콩그레이츄레이션! 내일은 새로운 문짝을 맞이할 수 있겠구나.
 ─문짝이 다 떨어지기 전까지는 절대 사들이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다짐 덕이었었다.─


*


옆집 꼬마다.
칠이 벗겨지고 빨간 분필로 'GHOST HOUSE'라고 조그맣게 낙서가 되어 있는 우리 집 대문과는 달리, 하얀색 페인트가 칠해져 있는 쇠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꼬마다.
왜 집에 안들어가고 있는거야?
"옆집 꼬마."
"......"
대답이 없다.
그저 묵묵하게 쪼그리고 앉아 고개를 푹 숙힌 채 멍한 눈으로 땅을 쳐다보고만 있을 뿐.

"고독 씹니?"
"......"

그렇군.
힘들겠지?
너나, 그 위에 있는 놈이나!

"안녕, 이만 갈게."
"......"



*



 ─귀찮지도 않을까?─

"저기요..."
"네?"
"...저...저기..."
"네?"
"저어......

도를... 아십니까?"

...

"그런 거, 안 알아도 돼겠는데요."
"호... 혹시!

도를... 믿으십니까?"

...

"아니요."
불쌍하군.
집에 돌아가서 청소를 하지 않았다고 잔소리를 먹으며 거실의 파수꾼께 한 눈딱지를 맞아가며 짚비로 거실 바닥을 싹싹 쓸어야 하는 내 팔자보다도.
더 불쌍한 팔자요 서글픈 사주가 아니겠는가.

...

"저 꼬마에게나 가셔서 도를 아냐고 물어보시지요."
난 그런 불쌍하고도 서글픈 이를 위하여 6층짜리 건물 옥상을 가리켰다.
그러자 그는 어리둥절한 듯한 표정으로 그 쪽을 올려다보다가 기절할 듯이 놀란다.


*


"어서 내려오지 못해?"
"......"
"어서... 내려오란 말이다!"
"이 몸은 이미 내 것이 되었는데...
내가 못할 게 뭐람."

 ─옥상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소녀 뒤를 한 중년의 남녀가 다가서지도 못한 채 부르짖고 있다.─
"수연아, 제발..."
"여보, 저 아이는 우리 수연이가 아니야! 그저 단지..."

 ─몸부림을 쳐가며 우는 여인.
  그런 여인을 달래는 남자.
  그런 그 둘을 보며 기분 나쁜 싸- 한 느낌의 웃음을 띄우는 소녀.─

"아니라면서 이렇게 내려오라고 부여잡는 건 뭐일까?"
"그건!!..."
"돈 좀 꽤나 들였겠던데?
매일마다 다른 놈들이 찾아와서는 퇴령을 핑계로 부적을 귓방망이에 후려치지는 않던가..."
 ─순간, 여인이 소녀 앞에 다가와 무릎을 꿇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부탁이예요... 다시... 그 애가 제 옆에 있게..."

피식

"그래, 나는 알 바 아니니 지옥에서 배회하던지."
"그래그래. 이 쯤이면 충분히 논 것이겠지?"
순간 흠칫하는 소녀였다.
그리고 고개를 홱 돌려 나를 똑바로 응시해준다.

그러더니 매섭게 뜨고 있던 눈깔이 하얗게 굳어버리누나.

"퇴... 퇴령... 사...?"
"나는 귀신잡이가 아니야.
귀신을 치유하는 사람이지."

한 때 할머니와 엄마가 전국을 쏘이고 다녔던 바람에, 나도 스캔들이 나버렸나보다.
알아봐야할 사람이 알아볼 사람을 알아봐야지, 암!

소녀의 뒤통수에서 잡귀가 빠져나왔다.
하얗게, 또한 건조하게 말라있던 동공이 스르르 풀리면서

털썩.

게임은 오버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저질렀던 놈은 슬슬 뒤를 빼려 했고,
영혼이 빠져나간 소녀의 육체[잡귀 놈이 소녀의 영혼을 빼버리고 자신이 입신(入身)했던 것이다. 그러나, 소녀의 영혼은 한나절 안에 자기 육체를 찾아 입신될 것이다.]는 주저앉았다.

이대로 보낼 순 없지.

나는 쓰러진 소녀를 놀란 몸짓으로 붙잡고 울음을 터뜨리는 그녀의 부모들에게 보란 듯이 말했다.
"자, 잘 보세요. 이제 제가 쌓이신 한을 아낌없이 풀도록 해드릴 테니까요.
이건 제가 필수적으로 선보여야 할 첫 단계예요."
이제 뒤통수를 보이고 높이 날아가기 시작하는 잡귀 놈을 겨냥해 치령봉(治靈棒)을 날렸다.

그리고 또,

- 백발백중.



*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긴 설교 말씀을 마치자 두 분께서는 감사의 눈물을 흘리셨다.
"고마워요, 정말... 어떻게 보은해 드려야 할지..."
"아니, 뭐 그럴 것 까지야 있나요?
전 아무래도 괜찮아요, 우리 집이 이 짓하고 벌어먹고 사는데요, 뭘. 기본이죠.
그리고... 이름이 수연이라고 했던가요? 아, 맞네요.
수연이는 오늘 새벽이나 내일 중에 깨어날 거니까 너무 염려 마세요."
"맞아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었잖아요?"

그나저나, 청소는 어떻게 됀 걸까.
집 안이 깨끗한 걸로 보아 누군가 하기는 했는 것 같은데...

할매가 했나?

"이웃끼리 돕고 살아야지요. 그렇죠, 어머니?"

떼진 문짝은 억지로 메꾸어져 있었다. 나는 그 문짝을 살포시 열고, 또 살포시 닫고.
그러고 난 뒤 거실 귀신에게 물었다.

"청소 누가 했어?"

설령 청소를 엄마나 할매가 했다고 해도,
오늘은 내가 한 건 처리해냈으니, 무슨 반응이라도 오지 않을까.

"아마도...오늘...
저 문짝이 누군가가 들어가게 될 관의 뚜껑이라고 하시던데."

......무서운 오마니.

"휴, 그렇구나. 보나마나 내가 뗐다고 장담하시겠지?"
"거의 그런 셈인듯 하던데."

우리 엄마는 혹, 엄마의 탈을 쓴 귀신은 아닐런지.
아, 맞아.
이렇게 주저하고 있을 때 뒤통수를 가격당하는 법.

이 틈에 빠져나가야겠다.

"예, 괜찮을 거니까요. 안녕히 가세요."
...응?

"예, 안녕히 계세요."

끼익-
 ─다행히도 대문은 그렇게 심각한 편이 아닌 모양이다.─
쾅.

...그러나...
"너, 일로 와봐."

표정을 싸늘하게 굳히며 이 쪽으로 걸음을 떼시는 엄마.

1시간 후의 상황이 궁금할 따름이다.
나는 어떻게 돼있을까?
 ─벌써 산 속에 묻혀 있을 지도.─



*



5년 후.
여전히 변함없는 우리 집이었다.

끼비브븍-

"엄마! 우리 집 대문좀 바꿔요!
이거 완전, 철판 하나만 갖다 붙이면 그네라고요!"
"그거 다 떨어지면."
"그러고서 또 제가 뗐다고 하실려고요?"

칼로 고기를 후비던 엄마가 딱 멈추어 서더니 고개를 돌린다.

"그 때는 군기가 확실히 잡히지 않았었잖니."
"그럼, 저걸 지금 제가 떼버린다면 요번에도 토끼뜀으로 끝내실 건가요?"
"아니."


 ─또 다시 5년 후면 이번에는 창문이 소란피우겠군.─

"만약에 그런다면, 나는 귀고막이 터진 처참한 모습으로 죽어가고 있을거야."
"뭐가?"
"아, 아니예요-"
맛난 고기 냄새.
한 2달만에 먹는 듯 하구나.
 ─사실 본체는, 엄마가 고스톱에서 한 건 딴 듯 했길래 사달라고 졸랐다.
  되리 욕을 먹어가면서 힘겹게.─


*


표본이 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군요.
시간관계상 퇴고를 하지 않았더니... 약간 구질구질한 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