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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팬픽 이오타 왕립 해군(ROYAL NAVY)

2006.04.02 18:55

뚱보소좌 조회 수:85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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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마스트에 올라서서 한참동안이나 펼쳐지는 포격을 멍하니 구경하고 있던 견시수들이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는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그리고 그들이 본 것은

[펑!]

자신들을 향해 총을 쏘며 줄사다리를 통해 배로 올라오고 있는 일단의 무리들 이었다. 날아온 총알은 형편없이 빗나가서 총알이 날아왔다는 것을 총성으로나 알수 있었지만.

"적이다! 적이 침입했다!"

이제 문제는 적들이 다 올라온 뒤에야 눈치 챘다는 사실, 사격솜씨는 형편없는 적들이었지만 단병접전은 굉장한 실력을 보여주며 갑판에 기대서 편안히 포술훈련을 지켜보던 수병들을 때려눕히기 시작했다.

'저 등신들… 10명 정도가 도선해서 저 정도면 아주 해전이 붙으면 제대로 작살나겠군.'

확실히 형편없었다. 일방적으로 그물같은걸로 소탕당하고 변변히 저항도 못하고 얻어맞고 있는 이오타 수병들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그에게 그가 승함한 '레이시온'호의 함장이 황급히 뛰어왔다.

"어…어떻합니까?"

아주 개판이군, 개판도 이런 개판이 따로 없어, 함장이 자신에게 의견을 물으러 오자 그렇게 생각한 소년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수병들을 다독여서 막아야지! 뭐하고 있어? 움직여!"

"예! 각하!"

급하게 수병들이 뛰어다니며 아예 무기고에 처박아 놓은 무기들을 꺼내려는 사이 침입한 정체불명의 괴인들은 이미 수병들을 거의 다 제압하고 묶어버리거나 그물로 엮어버렸다. 그리고 우두머리로 보이는 복면괴인이 소년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괴인이 쓴 복면사이로 의외로 듣기 좋은 낭랑한 목소리가 세어 나왔다.

"형편없군요."

골을 부여잡고 아픈 머리를 다독이던 소년이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저것들을 군인이라고…."

복면괴인이 그런 그를 바라보더니,-아니 복면을 쓰고 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그런것 같았다- 쓰고 있던 검은 복면을 벗었다.

"고생하시겠습니다."

인상 좋게 생긴 호남형의 기사, 이오타 기사단의 단장인 미레일경이었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농담인지, 괴담인지 모를 말을 던져대는 그를 소년은 힐끔 쳐다보고는 이를 부드득 갈며 그물에 부하들과 함께 엮여버린 함장을 향해서 분노로 가득 찬 외침을 보내 주었다.

"당장 빠져나오시지."

"예? 그렇다면 이들은?"

"잘나신 근위기사단들 이시지."

그렇다. 멋지게 속아 넘어간 것, 허망한 표정으로 그물에서 나오려는 그들에게 기사들이 검으로 밧줄을 풀어주거나 그물을 끊어주는 사이 그는 마스트에서 뻘쭘하게 내려오는 부하들을 비웃음 섞어가며 바라보았다.

"정신들을 어디다 파는 거냐?"

죽일 듯한 으르렁거림에 진동이 뼈까지 사무쳐오자 견시수들이 부들부들 떨었다. 벼락같은 호통이 그들의 귓속을 다시 한번 후벼 파 들어갔다.

"네놈들이 한눈을 판 결과가 저거다 이 머저리들아!"

아직도 그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바둥거리는 동료들, 실전이었다면 지금쯤 수급이 잘려서 깃대에 걸려있어야 정상이었다. 자신들의 잘못을 너무나 잘 아는 견시수들은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죽여 주십시요 장군."

"오냐 입항해서 다른 배들 견시수들까지 싸잡아다가 굴려주마."

좋은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이제 긴장하면서 근무를 서겠지, 라고 생각한 소년이 전성관을 통해 항해사에게 회항 명령을 내렸다.

"훈련을 끝이다 항구로 돌아간다!"

다시 한번 발광신호가 함들 사이에서 오가고 이오타 함대는 전타해서 방향을 바꿔 리에타로 돌아갔다. 비록 뒤에 남겨진 항적이 힘없는 발걸음으로 세겨둔 발자국 같았지만...




"그건 그쪽으로 하고, 아! 조합비는 그렇게 맞추는 게 아니라고 했잖아요!"

쪼그마한 오드아이의 인형이 새 조병창을 쏘다니며 미숙한 조병창의 노동자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며칠 사이에 쫀쫀한 시어머니가 다된 그녀는 '화약을 다루는데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 한다'라는 논리로 신나게 노동자들을 구박했다.

"깃털로 섞으라고 했잖아요! 마찰이 일어나면 안돼요!"

"열심이구나."

그녀의 고개가 획 하고 돌아갔다. 거의 180도 돌아간 모습에 직공들이 질겁을 했지만 소년은 한두 번 본 모습이 아니기 때문에 담담했다.

"오셨습니까."

"너무 구박하지는 말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이 빨리 진척되지가 않습니다."

열심인 모습이 나름대로 보기 좋은지라 늘 그녀 앞에서는 웃어주는-어느세 그녀로 굳었다- 주인에게 얼굴을 붉힌 인형이 그를 공장 안으로 안내했다.

천공기가 돌아가며 대포의 포신을 뚫고 고로에서는 시뻘건 쇳물이 쏟아진다. 여러 가지 이유로 후끈후끈한 열기가 도는 공장안에서 소년이 아직 작업하지 않은 총기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흐음, 총은 그냥 강선을 파는 걸로 결정한 거냐?"

"예 3조 정도로 그냥 직선으로 파기로 했습니다."

"하긴 그 정도면 적당하겠지."

이오타는 확실히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너무 많은 것을 가르쳐 줘도 골 때린다. 그 정도면 다른 나라의 총들보다는 유효사거리나 명중률 정도는 확실히 높아질 것이다.

그리고는 다른 선반위에 역시 아직 작업하지 않은 종이들중 한 장을 꺼내서 냄새를 맡았다. 발라놓은 싸구려 돼지기름의 느끼한 냄새와 질긴 종이 특유의 풀냄새가 함께 그의 코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페이퍼 카트리지를 만들려고 구입한건데 확실히 품질이 괜찮더군요."

페이퍼 카트리지란 기름을 먹인 종이에 화약과 탄을 한꺼번에 넣어두고 봉한 것을 말한다. 사용할 때는 끝을 물어뜯고 총 앞부분에다 부어넣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종이에 쓰이는 기름 문제로 일어났던 것이 그 유명한 '세포이 항쟁' 물론 이오타 병사들은 힌두교도가 아니라서 그런 사태는 없다. 이것을 사용할 경우에는 탄 따로 화약 따로 집어넣는 다른 나라들의 소총들보다 확실히 장전속도가 빨라질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한바퀴를 돌던 소년의 표정이 어느 곳에서 이상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 뒤를 쫄쫄쫄 따라다니던 인형이 그 모습을 보고는 웃음을 흘렸다.

"그레네이드(grenade)입니다. 주로 산탄을 사용해서 소대에 1,2자루씩 배치하려고 만든겁니다."

뭉툭하고 짧은 총신의 총, 이걸 사용하는 병사들을 척탄병이라고 해서  훗날에 정예병을 뜻하는 단어가 된다. 확실히 사거리는 짧지만 산탄이라면 함상백병전을 벌이기 전에 적들의 숫자를 확 줄일 수 있을 테니까 단병접전에 약한 이오타군으로서는 가장 좋은 무기였다.

이렇게 이오타군의 무기체계는 점점 다른 나라들을 능가하기 시작했다.




한편 드라이넨은 지하실로 보이는 어두운 방에서 텔레마코터 한명만을 대동하고는 이자벨에게 정기보고를 하고 있었다.

"일단은 일하느라 다른 생각은 하지도 못할 정도로 바쁘십니다 그덕에 저도 죽을 정도로 고생했습니다."

"능력은 어때?"

"확실히 굉장하시더군요, 순식간에 부하들을 휘여잡고 우리 해군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해 버리셨습니다."

"이 인선은 역시 잘한거겠군."

"그리고 장군께서 기병대의 지원을 요청하셨습니다."

"뭔가 꾸미고 있는 것이 있는 건가?"

"그러신 것 같았습니다."

이오타 기병대라면 이오타 육군의 최정예부대다 그것을 육전에 능하지 못한 해군이 차출을 요청한다. 뭔가 이자벨은 대충 짐작을 하고는 흔쾌히 승낙했다.

"알겠다 쇼메왕자님에게 연락을 취하겠다."

"감사합니다."

텔레마코팅이 끝나고 그가 차가운 눈으로 눈치를 주자 텔레마코터가 약을 마셨다. 텔레마코터가 풀썩하고 쓰러지자 그녀를 안아들고는 드라이넨이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