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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팬픽 이오타 왕립해군(ROYAL NAVY)-프롤로그-

2006.03.25 20:10

뚱보소좌 조회 수:36 추천:1

extra_vars1 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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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라 도선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

"쏴라!"

소총도 아니다. 석궁수들이 쏘는 쿼렐들이 어지러이 날아다니고 이미 적선의 충각(RAM)에 들이받힌 현측이 산산이 깨어져 판자조각들이 차가운 밤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가운데 곳곳에서 총성과 병사들의 함성소리가 어지러이 들려왔다. 적들은 이미  배 안까지 침입해 들어왔고 선두에 선 '임모탈' 제7무장전투여단 병사들의 검은 제복이 희미한 월광에 대비돼 비쳐 보였다.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실력 면에서 떨어지는 수병들로 이 정도 거리에서 저들과 맞서 싸우라는 것은 그냥 죽어버리라는 소리나 진배없었고 실제로 많은 수병들이 의미 없이 저들이 쏘는 총알에 밥이 되어가고 있었다.

"제독 보트를 대기시켜 놓았습니다. 어서 피하시지요!"

"그럴 수는 없네…."

"제독!"

부관이 탈출을 재촉하는 가운데 이오타 해군 사령관 류에인 제독의 표정이 침통해졌다. 부하들을 배어 젖히며 달려들던 여단 병사들이 그의 성성한 백발과 흰 갑옷을 보고는 그를 천천히 둘러쌌다. 노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과 검을 들고 자신을 지키려는 부하들을 죽이려는 적들에게 말을 건넸다.

"그대들이 내 목을 가져가려는가?"  

"이라이넨 폰 류에인 백작이십니까?"

"그렇다네."

그걸로 짧은 대화는 끝이었다. 여단 병사들의 총들이 들어올려지고 제독이 눈을 지그시 감는 가운데 수병들이 검을 들어 올리고 함성을 지르며 적들을 향해 무의미한 돌격을 감행했다.

"이야아!"

총성만이 남을지니…



햇빛이 그야말로 대지를 뚫어도 상관없다는 강렬한 기세로 내리쪼이고 바닷내음을 머금은 짜디짠 해풍이 불어 들어오는 이오타의 항구도시 리에타, 이곳에서 항만을 달리는 평범한 이오타풍의 실은 진동억제를 위해 바닥에 스프링을 단 그런 마차가 달리고 있었다. 석조 블록과 바퀴가 맞부딪히며 내는 덜컹거림을 느끼며 그 마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흔치않은 흑발의 흑안 거기에 장발의 소년과 INM(인트라 무로스)특무대원들이었다.

소년은 어울리지 않게 칼을 두 자루나, 한 자루는 등에 메고 나머지 한 자루는 허리에 찬 채 소녀인지 인형인지 아니, 구체 관절로 보아 인형이 확실한 것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분위기는 누구 하나가 털끝이라도 움직인다면 당장 칼이 등 뒤에 냅다 꽂힐 듯한 살벌한 냄새를 풍겼다. 문득 신나게 굴러가던 마차의 바퀴가 멈추자 그것을 확인이라도 하듯 소년의 고개가 약간 돌아갔다. 마차가 목적지에 멈춘 것을 확인하자 INM특무대원들이 마차 문을 열었고 소년이 먼저 마차에서 내렸다. 소년은 그를 비추는 해안지방 특유의 강한 햇살이 그의 안구를 직격하자 약간 얼굴을 찡그리고는 고개를 돌리다가 누군가를 보고는 못 볼 것을 본 것처럼 표정을 찡그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가 안고 있던 인형이 아장아장 내려오더니 소년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더니 갑자기 겁에 질려 소년의 바지를 꼭 부여잡더니 울상이 되었다.

"이자벨…이자벨 크리스탄센."

붉디붉은 자신의 입술을 앙다무는 장발의 예쁘장한 소년의 분노의 표출대상은 바로 검은 슈트의 이지적인 여인, 모든 것을 얼려버릴듯한 북해의 유빙 급의 눈을 가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여성중 한명인 이자벨 크리스탄센 인트라 무로스 국장이었다.

엄연히 상급자인 쇼메왕자-사실상 그것이 아니라 할지라도-가 있음에도 결코 꿀리지 않는 기를 발하고 있는 이 여인에게 소년이 분노에 가득 차 소리쳤다.

"마리에타를 어떻게 했지!"

소리치는 소년의 눈이 마치 화로 속에서 풀무질을 연속으로 당한 무쇠처럼 달아올랐다. 당장이라도 허리에 차인 검을 휘두를 기세인 소년에게 이자벨은 사탕 사달라는 꼬맹이를 달래듯이 말했다.

"후훗 잘 대접해 드렸지요."

"그 아이의 털끝이라도 건든다면 당장 이오타를 날려버리겠어!"

이오타를 무슨 자기 집 개집정도로 말하고 있는 소년, 이 소년이 실제로 그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을 아는 이자벨이 아이를 달래기 위해 뒤쪽에 대기 중이던 텔레마코터에게 신호를 보내자 그 텔러마코터가 앞으로 나오더니 어느 곳과 교신을 시작했다. 그리고 텔레마코터가 나타낸 화면에 누군가가 나오자 소년의 입에서 비명과도 같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마리에타!"

화면에 나온 것은 그의 뒤에서 바짓자락을 자신을 세상 끝의 나락에서 구원해줄 동아줄처럼 꼭 잡고 있는 괴기인형(?)과 똑같은 오드아이를 지닌 인형이었다. 그 인형도 소년을 바라보더니 깜짝 놀라서 역시 소리쳤다.

"마스터…."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저는 괜찮습니다만 저 때문에 괜히 마스터가…."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고개를 푹 숙이며 용서를 비는 인형을 미소로 다독여 주던 소년이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 이자벨을 쏘아보았다. 이자벨은 태연히 텔레마코터에게 손짓을 보내 뒤로 물렸고 영상이 끊기자 소년은 제대로 검에 손을 가져갔다. 두 사람 사이에 위험한 기류가 흘렀다.

"조건이 뭐냐?

"후훗 냉정하기도 하셔라."

그 표정에 당장 씹어 먹어도 시원찮다고 생각하면서 표정을 어디까지 일그러뜨릴 수 있는지 실험하던 소년이 뒤이어 나온 이자벨의 대답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우리 해군 사령관직을 맡아 주었으면 하는데?"

"뭐?"

"얼마 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알리라고 생각해."

아마도 이오타 해군과 북 콘스탄트 해군이 벌인 일전에 대하여 말하는 듯하였다. 이자벨의 낭랑한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우리 해군은 완전히 박살났고 지금 상선대는 호위 없이 항해하는 중이지."

"그걸 영악한 북 콘스탄트의 도적놈들이 그냥 넘길 리 없지."

쇼메왕자는 자기 나라 해군이 개쪽이 됐다는데도 그걸 가지고 이죽거리고 있었다. 개념 없어 보이는 그 모습에 약간 어리둥절해 하는 소년에게 이자벨이 확답을 얻고자 말을 걸었다.

"어쨌든 제발좀 해주라, 지금 위기상황이야 응?"

이렇게 애교적으로 나서자 소년이 거의 겁에 질리다 시피하며 뒤로 주춤하고는 물러났다. 소년은 군인이나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연상의 여자에게 너무나도 약했다.

"그럼 승낙한걸로 알고 나는 바빠서 이만~."

"이… 이봐요!"

냅다 훵하니 사라지는 이자벨과 인트라 무로스 특무대원들을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던 소년의 시선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쇼메 왕자와 실무진들을 향해 돌아갔다. 입에서 허탈한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당했군…."

이오타 관료들은 그 소년이 불쌍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뭘까?





"어이 꼬맹이 너무 그렇게 좌절하고 있지만은 말라구 무려무려 이오타 해군 사령관 아니야 핫핫핫!"

쇼메왕자가 그렇게 말해봐야 박창재(소년의 이름)로서는 하나도 위안되지 않는다. 지금 위치는 항구의 어느 깊숙한 요정…이 아니라 대충 이오타 측에서 수배한 건물이었다. 하여튼 방금 막 지리한 설전이 끝난 참이었다 박창재로서는 '연상의 여인이라면 몰라도 냄새나는 남자들에게는 어림없다' 라는 식으로 나오고 이오타 측도 뜯어낼 수 있는건 다 뜯어내려고 해서 괜히 가운데에 낀 인형만 불안하게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려야 했다. 대충 합의를 본 내용들을 들자면

1.박창재가 이오타 해군 사령관직을 맡는다.

그려려고 납치극까지 벌렸으니 가장 빨리 합의를 본 내용이다.

2.일단 임명된후 이오타 측에서 함부로 해임할수 없다.

일단 임명되었다가 중간에 자신이 해임되어 해 놓은 것들이 도로아미타불이 될것을 우려한 박창재의 고집으로 이루어진 합의

3.이오타 해군의 인사권을 가진다.

능력없는 자를 귀족이라는 이유로 장교로 쓰지 않겠다는 소리였고 쇼메왕자도 그런 부류의 인간을 경멸했기에 별 문제는 없었다.
  
4.조선소와 조병창을 포함한 복합방산업체를 만들고 그에 필요한 노동력을 이오타측이 제공.

말이 필요없다.

5.대규모 징병실시

어차피 이오타측도 지난 해전의 피해를 보충할 예정이었으므로 별 이견은 없었다.

6.계급체계 세분화

이건 이오타 측에서 육군과의 연계를 이유로 난색을 표했으나 박창재가 밀어붙였다.

7.긴급예산 편성

수만골드의 긴급예산을 편성을 요청했고 이오타의 경제력을 그것을 받쳐줄수 있었다.

8.사관학교 설립

기존에 민간인 선원과 귀족들을 장교나 부사관으로 임명하는 것과 달리 제대로 된 교육시설에서 사관들을 보충받길 박창재가 원해서 이루어진 조치였다.



의견 조율이 끝나자 관리 한명이 발포주 한병을 가져와 뚜껑을 땄다. 코르카 마개가 뻥 소리를 내며 병에서 분리되고 잔에다 그것을 따라서 쇼메왕자에게 건냈다. 별로 그렇게 독한건 아니었기에 퐁미가 강한 독주를 좋아하는 소년은 한모금 마시고는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열려있는 창에 다가갔다. 석양이 붉게 칠해진 수평선이 보이며 리에타의 전경이 눈에 환히 들어왔다.

"천혜의 군항이군요."

"그렇지."

잔을 들고선채 소년의 옆에 쇼메왕자가 섰다. 평소의 이죽거리는 특유의 조롱이 깃든 눈이 아니라 진지한, 이오타를 강국으로 만들어 보이겠다는 자신감이 가득찬 눈이었다.

"일단 수락한 일이니 어설프게라는건 없습니다."

"그거 듣던중 반가운 소리군."

이오타 해군은 가장큰 원군을 얻은 셈이다. 과연 어떻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