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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팬픽 Gundam Advanced

2006.01.08 00:58

검은혜성 조회 수:99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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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ase 1. 일상


C.E(Cosmic Era) 278. 지금 세계는 코디네이터와 내츄럴, 두 인류의 전쟁에 휘말려 있었다. 하루도 끊이지 않고 전화(戰火)의 붉은 혀가 세계의 전신을 탐닉하고 있었다. 모빌슈트가 주력인, 지구를 떠난 코디네이터들의 우주 국가인 플랜트의 자프트군과 모빌아머와 수많은 병력으로 모빌슈트에 도전하는 지구연합의 군대. 양측은 5년째 지속되고 있는 이 지긋지긋한 전쟁의 끝을 내기위해 총력을 기울여 전면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  하지만 전쟁의 화염에 유린당하지 않은 국가도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지구의 중립국, 오브 연합수장국과 또 하나의 우주에 존재하는 국가, 아발론.
지금 그 두 국가 중 오브의 자원위성인 헬리오폴리스에 수상쩍은 함선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를 한 전함이 쫓고 있었다.

갈색 머리의 소년, 키라 야마토는 오늘도 친구들이 떠맡긴 어마어마한 양의 숙제와 자신이 속한 프로젝트의 일에 시달리고 있었다. 학교 캠퍼스 내의 유명한 산책로에 있는 정자는 그가 애용하는 장소였다. 지금 그 정자의 탁자에는 수많은 종이와 노트북 두 대, 그리고 키라의 아침 겸 점심인 샌드위치와 우유가 놓여있었다. 양손으로 노트북의 키보드를 두드리며 점점 페이스를 올리는 그의 눈은 피로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조금씩 감기려고 하고 있었다. 키라의 고개가 푹 꺾이는 순간 노트북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소리가 들렸다.

-지금 헬리오폴리스 근처의 유데른이 폭격을 당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프트의 모빌슈트 부대가...-

"우와아악!"

기계 구동음의 작은 노이즈를 잡아내기 위해 노트북의 음량을 최대로 해놓고 있던 키라는 노트북에서 갑작스레 '터져'나오는 뉴스의 파괴적인 레벨의 음량에 놀라서 정자의 벤치에서 굴러떨어지고 말았다. 쓰러지면서 샌드위치가 담긴 접시를 쳤는지 '쨍그랑'하는 소리가 자신의 지근거리에서 들려왔다. 키라는 망했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아침과 점심이 한꺼번에 날아간건가..."

망했다고, 운이 좋지 않다고 투덜거리며 일어선 키라의 눈에 충격적인, 아니 끔찍한 광경이 들어왔다. 쓰러진 우유팩... 팩에서 흘러나온 하얗고 불투명한 액체... 그리고 그 액체가 이틀 철야의 결과 겨우겨우 끝이 보이던 프로젝트의 자료를 담은 디스크와 친구들에게 부탁받은 숙제에 모조리 묻은 것을 본 키라는 충격에 휩싸인 채 말도 하지 못하고 '아... 아...'하는 충격의 신음과 함께 절망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 때 좌절의 나락에서 키라를 건져올린 것은 누군가의 손이었다. 그 손은 키라의 어깨를 붙잡고 휘휘 흔들어서 그의 정신을 현실세계로 돌려놓았다.

"아... 누구?"

"키라, 대체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얼이 빠진거야?"

"저거 안 보여 미리? 키라는 분명 우유를 엎질러서..."

"톨, 나를 친구로 생각한다면 제발 더 이상 말하지 말아줘..."

키라의 어깨를 흔든 것은 갈색 단발머리의 소녀로 키라 친구인 밀리아리아 하우,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키라의 절망적인 표정을 보며 웃겨 죽겠다는 듯 서있는 다갈색 머리의 소년은 밀리아리아 하우의 남자친구이자 키라의 친구인 톨 케니히였다. 그리고 저쪽에서 세 명의 이름을 부르며 다가오는 부채꼴(...) 모양의 머리를 한 소년은 역시 키라의 친구인 카즈이 버스커크였다. 그렇게 모인 셋은 잠시 키라를 놀려대다가 키라의 비극을 초래한 장본인인 노트북 스크린의 뉴스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자프트의 모빌슈트의 공격에 지구군의 방어는 아무런 소용이 없는 저항일 뿐입니다! 지금 또 하나의 방어선이 돌파당하고 있습니다!-

"유데른이라면 여기랑 가깝잖아."

"카즈이, 헬리오폴리스는 오브의 위성이야. 오브는 중립국이라고. 아무리 자프트와 지구연합군이 전쟁중이라고는 해도 여길 칠 수는 없어."

"그렇지만..."

카즈이와 톨이 유데른 전투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표시하고 있을 때 밀리아리아는 방금 생각났다는 듯 손을 짝 마주치며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더니 키라를 보고 짓궂게 웃기 시작했다.

"에, 미리. 왜 그래?"

"교수님이 너 찾으시던데? 엄~청 열 받아서 당장 끌고오라고 하셨어. '키라 군을 찾으면 꽁꽁 묶어서라도 생포해오게!'라고 말야."

"뭐어? 그러고보니... 크, 큰일났다! 교수님과의 약속시간이 두 시간이나 지났짆아!"

밀리아리아는 교수의 흉내를 내가며 키라를 놀린 것이 그렇게도 웃기고 즐거운지 마냥 킥킥대며 허둥거리면서 그나마 멀쩡한 것들을 챙기고 수습하는 키라의 모습을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슬슬 상황파악이 된 카즈이와 톨까지 악랄한(?) 미소를 지으며 '교수, 힘줄까지 솟았던데?' '그러고보니 키라, 지난번에도 지각했잖아?' '어쩌면 프로젝트의 대부분을 키라에게 혼자 맡겨버릴지도!' 등의 무시무시한 사형선고와도 같은 말을 내뱉으며 키라의 신경을 난도질하고 있었다.

"그렇게 재밌게 구경할 시간이 있으면 좀 도와줘!"

"죄.송.하.지.만 지각생에 대한 최소한의 벌칙이에요, 키라 야마토 군~"

울상을 지으며 가방에 서류와 디스크, 노트북을 엉망으로 집어넣는 키라의 불평에 밀리아리아는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와 짓궂은 표정과 함께 더할나위 없는 극상의 미소를 지으며 사형판결을 결국 내리고 말았다. '지각이다 지각!'하면서 달려가는 키라의 뒤를 깔깔거리며 밀리아리아가 쫒았고 그 뒤에 톨과 카즈이가 서로를 마주보며 킬킬 거리면서 달려가고 있었다.


헬리오폴리스의 무인택시 승차장으로 향하는 보도블록을 세 명의 남녀가 걸어가고 있었다. 검은 양복에 검은 선글라스를 쓴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몇 마디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앞쪽, 무인택시 승차장에 키라 일행이 도착했다. 키라는 안절부절 못하며 시계를 보다가 뒤통수를 긁적이기도 하고 허둥거리기도 하고 있었고 세 명의 친구들은 그런 키라의 모습에 킬킬거리고 있었다.

"... 평화롭네. 자프트에서는 저 또래의 아이들이 전장으로 나오고 있는 마당에..."

"오브는 중립국이니까요."

검은 선글라스의 검은 단발머리 여성이 키라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리며 말하자 옆에 있던 남색 머리의 남자가 말을 받았다. 그렇게 잠시 동안 세 남녀는 키라들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치 짧은 평화의 시간을 마음껏 만끽하겠다는 듯 그들은 시간의 빠른 흐름을 천천히 음미했다. 지저귀는 새의 울음소리와 나무의 푸르름이라든지, 구름에 살짝 가려져 창의 궤적처럼 허공을 꿰뚫는 햇빛이라든지, 한가롭게 불어오는 바람이 전하는 부드러운 소리라든지, 일상의 모든 것을 그들은 만끽하고 있었다.


키라들이 무인택시 승차장에 도착해서 숨을 고르고 있을 때, 그들보다 먼저 와 있는 세 명의 소녀가 있었다. 키라의 시선은 그 중 붉은 머리칼을 가진 분홍 드레스의 소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햇빛을 받아 그 윤기를 자랑하는 붉은 머리칼과 새하얀 피부, 가느다랗고 길며 섬세하게 생긴 손가락, 어딘지 무기질적이면서도 맑은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은회색 눈동자, 유난히도 아름답고 긴 목선 등 모든 것이 그의 시선을 끌었다. 그녀의 이름은 프레이 알스터. 키라 야마토가 반한 첫번째 소녀, 그의 첫사랑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이었다.

두 명의 친구와 수다를 떠는 프레이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는 키라에게 톨이 어깨동무를 했다. 그는 어쩔 수 없다는 웃음을 지으며 키라를 바라봤고 키라는 톨의 어깨동무에도 불구하고 프레이에게 모든 관심이 쏠려 있었다. 그런 키라의 귀에 이상한 내용의 말이 들렸다.

"프레이, 편지 받았다며?"

"아이 참, 그런 거 아냐!"

"뭐가 아닌데. 한 번만 보여줘."

"얘, 얘는... 편지를 남한테 보여주는 사람이 어딨어!"

"에에, 역시 받았어!"

"편... 지?"

키라의 의문에 가득 찬 중얼거림에 톨이 대답해줬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키라로 하여금 방금 전에 있었던 악질적인 불운이 낳은 불행한 사건을 깡그리 잊을 수 있도록 해줬다. 그러나 동시에 더 큰 충격을 선사한 한 마디였다.

"사이한테서 받은거야, 저 편지."

사이 아가일. 연한 갈색머리에 짙은 노란색 렌즈의 안경을 쓰고다니는 키라 야마토가 신뢰하는 친구의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만큼은 키라는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지극히도 어둡고 끈적한 생각은 무의식 중에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사이... 짓밟아버릴까...?"

키라에게 웃으며 힘내라는 말을 건내려던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고 말았다. 차갑게 빛나는 눈동자와 날카롭게 올라간 눈꼬리, 바싹 타 들어간 것처럼 보이는 무겁게 다물어진 입술, 창백한 얼굴은 그것이 한없이 진심에 가까운 말임을, 지금까지 키라가 보여준 어떤 감정보다도 가장 솔직한 감정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