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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팬픽 영웅의 일기 [소설서문편]

2007.01.07 01:50

관심잇는넘 조회 수:99

extra_vars1 2. 해야할 과제 
extra_vars2 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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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언제죽을지 알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 것이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한다고 해서 운명을 예측해주는 기계가 나올리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난 똑똑히 기억한다. 노인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그가 한 말을..


 


'그 보다 좀 더 일찍 만나게 될 지도 모르지'


 


그 때는 그 말의 숨겨진 의미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없었다.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는게 맞는 표현이겠다. 어떻든 간에, 지금은 그 말뜻을 그의 부고를 받고나서야 비로소 깨달을 수 있게 되었고, 그 것이 그가 자살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도록 내몰은 요소가 바로 나 때문이라는 죄책감도 불러 일으켰다.


기자의 본능이 추리해 낸 추측과 그 추측을 통해 이성이 느끼고 있는 죄책감을 가지고, 난 그의 장례식장에 참석하였다. 그 곳엔 각계각층의 저명한 인사들이 참석해 있었다. 그들은 모두 엄숙한 얼굴로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사원의 거대한 돔 천장 한가운데에서부터 내려오는 한줄기 빛이, 그 들이 응시하는 부분을 비추고 있었다. 그 곳엔 검은 관히 자리잡고 있었다.


으윽고, 사제와 승려들이 바닥위를 미끄러지듯, 장례식장 안으로 들어왔다. 분위기와는 어울리지않게 번뜩이는 황금갑옷처럼 생긴 제복과, 은빛 망토를 두른 사제가 그의 무덤위에 설치된 단상위로 올라갔다. 그의 뒤를 따라온 검은 망토의 승려들은 빛이 들지 않는 단상 뒤로 몸을 숨겼다.


승려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되자, 사제가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소중한 한 분이 가시는 마지막 길을 이렇게 배웅하러 오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형식적인 인사가 끝난 후, 사제는 그의 일생과 업적에 대해 상당히 요약하여 예기하였다. 그래도 그에 대한 업적을 다 말하는데 만 거의 한 시간을 소비하였다. 내겐 좀 지루했지만, 여기모인 저명한 인사들은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을 듯한 표정으로, 사제의 말에 경청하고 있었다.


 


"여러분, 죽음에 대해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생명이 꺼졌을 때가 죽음일까요?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죽음은 그 사람이 이승에서 잊혀졌을 때라고 봅니다. 그에 대한 기억이 사라지고, 추억이 잊혀져 갈 때,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 그 분이 잊혀져 완전히 죽음에 이르게 된다면, 그 분이 남기신 수 많은 업적과 가르침도 함께 잊혀지게 될 것 입니다. 그 분이 우리와 후손들을 위해 남기신 이 소중한 유산들을 지키기위해, 우리는 그 분에 대한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할 것 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사망론'과 상당히 비슷한 그의 주장으로 연설이 마무리 되었다. 그러자, 어둠속에 숨어있던 승려들이 뚜껑이 열린 관을 허리높이까지 들어올린 채, 천천히 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을 본 조문객들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일제히 일어섰다. 그 중 어떤 이 들은 군대식 경례를, 어떤 이 들은 승려식 절을, 나머지 이 들은 목례를 하여 죽은 이에게 애도의 마음을 전하였다.


군인도 아니고, 신도도 아닌 난 무엇을 해야할지 몰라, 처음엔 엉겁결에 경례를, 그 다음엔 절을 하려다, 마지막엔 목례로 절하였다.


 


"곧, 고인(人)의 화장식이 있을 예정입니다. 참석하실 분들은 동쪽 야외 화장식으로 가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제의 말이 끝나자, 조문객들은 모두 관을 따라, 문 밖으로 나갔다. 모두 참석할 것 같다. 난 문 밖에 서서 고민하였다. 기자의 본능은 그의 죽음이 자살인지 알아보기 위해선 더 남아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고, 이성은 죄책감이 괴롭지 않냐면서 돌아갈 것을 권유하였다. 궁금증이 괴로움을 이길 수는 없는 법, 게다가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 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그 들과 반대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시데하 기자?"


 


등 뒤에서 낯선 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


 


"돌아보시는 걸 보니 맞군요, 전 '모조'라고 합니다"


 


모조? 그가 누구인지 바로 떠오르진 않았지만, 강렬하게 빛나는 노란 눈과 갸름한 얼굴형태가 그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였다. 사적으로 만난적은 없지만 난 그가 누구인지 확실히 알았다. 현 공군 최고사령관, 그가 날 알아봐 주었던 것이다.


 


"역시 장례식에 참석해 주실거라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벌써 가시려는 겁니까?"


"예.."


"음, 바쁘시더라도 좀 더 계셔 주실 수는 없으신지요?"


 


그냥 순순히 보내 줄 거라 생각했던 내 예상을 뒤집는 그의 대답에 난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였다. 그의 간곡한 어조가 내 발걸음을 되돌리려 하였다.


 


"따로 인터뷰 할 시간을 마련해 주신다면, 더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마침, 저도 당신과 따로 만나고 싶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그의 말에, 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보통, 기자가 유명인사를 쫓는게 정석이겠지만, 하면 하고 말면 말고 식의 내 반응과는 달리, 그는 처음부터 날 만나기로 작정을 해 둔 것 같았다. 혹시 노인의 죽음이 나와 연관되어있는지 조사하기 위해 그러는 것 일까? 그런 생각이 드니 더욱 더 이곳을 뜨고 싶다.


 


"아, 이런, 아무래도 안 될 것 같습니다."


"당신께 드릴 것이 있습니다. 지금은 좀 그렇고, 화장식이 끝난 뒤에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 돌아가신 분께서 당신을 위해 남기신 것이죠 무척 흥미로워 하실 것 같은데, 그냥 가시겠습니까?"


 


내가 흥미로워 하는 것, 그 것이 무엇일지 궁금했지만 행여 날 붙잡기 위한 덫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자의 본능이 내 발걸음을, 어쩌면 덫이 있을지도 모르는 동쪽으로 돌리게 하였다.


 


 


노인은 자신을 추모하는 수많은 조문객들과 최후의 인사를 나눈 뒤, 화염 속에 몸을 내 맡겼다. 모두 깊은 한숨을 내쉬며 떠나가는 이를 배웅해주었다. 노인은 그렇게 사라졌다.


 


"편히 잠드소서"


 


모조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 뒤,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데하기자, 소문에 의하면 전쟁사를 조사한다고 들었습니다"


"예, 그렇습니다만,"


"최근에 돌아가신 스승님께 일기장을 건네 받았다는데, 사실입니까?"


 


그의 말에 난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역시 날 조사하기 위해서였군,


 


"그렇습니다"


 


굳은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대답하자, 그가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수갑인가? 아니면 영장? 아니었다. 그 것은 조그만 디스켓이었다.


 


"아마 이게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이게 무엇입니까?"


"과거 전쟁에 대한 기밀문서들을 저장해 둔 디스켓 입니다. 기밀문서사본이죠. 당신에게 필요한 자료들이 충분히 담겨져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가 건넨 것은 그것 뿐 만이 아니었다. 그는 또 하나의 디스켓을 내게 내밀었다.


 


"이건 돌아가신 스승님께서 당신께 남기신 것입니다"


"이건 무슨 내용이 담겨져 있습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종족별 특성'이라는 제목이 쓰여져 있더군요. 당신 것이니 제가 함부로 열어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어서 받으십시요, 그리고 제가 이걸 드렸다는건 비밀로 해주십시요 특히, 기밀문서를 얻었다는게 알려지는 건 대단히 위험합니다. 당신은 물론 저까지 법관의 심판을 피하지 못할 것 입니다."


 


그의 비장한 표정에 난 잠시 할 말을 잃은 채, 두 개의 디스켓을 받았다. 갑자기 일이 커지는 느낌이다.


 


"왜,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절 도와주시는 겁니까?"


"돌아가신 스승님께서 남기신 유언이기 때문입니다. 그 분이 임종을 맞이하기 직전에, 저를 따로 불러내어 간곡히 부탁하신 것 입니다. 스승님께서 그런 부탁을 하셨다면, 그건 반드시 행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임종을 지켜보았다. 그럼 자살이 아니었군, 한 편으론 기자의 육감이 틀렸음을 실망하고, 다른 한 편으론 이성이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아도 됨을 기뻐하는 내게 그가 손을 내밀었다.


 


"행운을 빕니다"


 


두 번째로 듣는 말이다. 난 그와 악수를 나눈 뒤 헤어졌다. 날이 저물어서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던 나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노인이 준 여섯권의 일기장이었다. 받은지 몇 칠이 지났지만, 이런 저런 사정이 생겨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일기장, 모조를 만난 후 일에 대한 책임감을 더욱 더 절실히 느낀 나는, 저녁식사도 챙기지 않은 채 바로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의 일기장을 읽기 시작하였다.


 


 


몇 칠 동안, 직장 업무를 게을리 하면서까지(원래 일이 없지만,) 읽은 그의 일기장은 이제 여섯권 째, 마지막 몇 페이지만을 남기고 있었다. 모조가 준 두 개의 디스켓의 내용은 모두 살펴보았다. 마지막 일기장까지 모두 읽고나면, 글을 쓸 것이다. 역사의 숨겨진 퍼즐을 맞춰 줄 글을,


마지막 페이지까지 모두 읽었다. 이제 끊어진 역사의 빈 공간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이것을 다른 이들에게도 알리는 일만 남았다. 글을 쓰는 것, 그 것이 남은 것이다. 숨겨진 역사에 대한 글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 지 예측 할 수 없다. 진실을 밝혀 낸 내가 상을 받게 될지, 벌을 받게 될지, 폭동이 일어날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그건 모르는 일이다.


난 이제 펜을 잡고,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내 글이 어떻게 평가받을지 확신할 수는 없다. 허구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내 착각으로 만든 허구가 맞을 지도 모른다. 깨달음을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진실을 알게 될 수도, 왜곡 될 수도, 있을 것 이다. 판단은 오직 이 세상이 하겠지.


이 곳 '아이어'의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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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편을 쓰기위한 서문편이 드디어 끝났습니다. 본편의 흥미도를 상승시키기 위해 쓴 서문편인데... 막상 다 쓰고나니 괜히 썼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_-(망할조짐이!?) 짜증나서 대충 쓴 서문편, 그래도 본편은 재밋게 이끌어보겠습니다.(제 딴에 재밌게 -_-)


제목을 붙여봤는데 이건 오로지 서문편의 제목일뿐, 본편의 제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대충 쓴 서문과는 다르게 더욱 더 신중을 기할 본편 소설, 기대좀 해주세요 -ㅁ-/


+ 전편 보니까 조회수가 10이 넘던데 왜 리플안달아주시는 겁니까[버럭!] 리플은 글쓴이의 생명이에요[응?] 저도 자주자주 달테니 좀 달아주셔요(기브엔 테이크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