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팬픽 술래잡기

2008.02.26 18:57

영웅왕-룬- 조회 수:821 추천:1

extra_vars1 114712-1 
extra_vars2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그저 한가로운 하루였다. 정말이지 한가로워서 그 나태함에 중독될 듯 했다.

 

"흐읍."

 

공기를 한껏 폐부로 주입시켰더니 갑작스런 유입에 놀란 내 안이 이산화탄소와 약간의 산소를 내보냈다.

 

"어디로 가는 거야?"

 

평화. 그것과는 거리가 먼 남자가 나에게서 등을 보이며 걷고 있었다.

 

"글쎄, 어디로든 가겠지. 이 세상을 벗어나지는 않을 꺼야. 아직 우주여행은 못가거든."

 

어디든 똑같다. 평범하고 지루하며 귀찮고 따분할 뿐. 예전의 남자는 나에게 그렇게 설교했다.

 

"찾아낼거야."

 

나는 술래가 된 듯한 기분이 되었다. 아니, 실은 술래다. 남자는 도망자였으니까.

 

"아아, 나중에라도 와. 과자 한봉지 대접 못할까."

"피ㅡ그때면 이미 어른이라고."

"네가? 재밌는 말을 하는 구나. 엄마 치마폭에서나 놀아라 꼬마."

"나보고 지금 무덤 속으로 기어들어가라 이거야?"


 

늘상 있어왔던 농담이다. 이미 예전에 날 낳다 죽어버린 엄마. 간신히 모든 사비를 털어 날 살린 아버지.

하지만 결국 아버지는 과로사 해버렸다. 지극히도 자식사랑에 몰두하신 가난한 부부였다. 아직 자신들을

부르지도 못하는 아이를 위해 모든 걸 희생하신. 그리고 남자가 찾아왔다.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이 사람이 내 '보호자' 라고 인식했다. 그것이 4살 즈음이었다.

자신은 아버지가 고용한 유모같은 거라고 간략히 말한 뒤 집을 점거하고 내 나이 12살이 된 지금 떠나고

있었다. 남자는 손을 흔들기만 할 뿐 뒤돌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그 피로에 찌든 얼굴과 퀭하지

만 상냥한 눈. 까칠까칠한 자잘한 수염. 갈색 머리카락. 그리고 단 하나 남은 '마법사(魔法士)'

그 때 남자의 앞을 가로막은 이가 있었다. 나의 시야에서 아슬아슬하게 벗어나기 직전의 능선에서 남자와

또다른 남자가 손가락 세뼘 거리를 남겨두고 진지하게 시선을 교환했다.

 

"저녀석과 성의 관리를 부탁할게 룬(Rune)."

"알겠습니다. 부디 좋은 여행이 되시길."

 

룬. 오래전부터 집을 관리해온 노신사였다. 새하얗게 새버렸지만 여전히 군데군데 젊었을 적 아름다웠을

금발을 드러내고 한쪽에 외눈안경을 낀 집사. 검은 정장차림만을 고수하며 자글자글한 주름 사이로 가끔

보이는 탁월한 수완과 지혜로움이 담긴 시선. 어떻게 아버지가 이렇게 멋진 노신사와 친구였는지는 알 수

없다. 아버지의 인맥관계를 알기에 12살 생애는 너무나 짧고도 어린것이다. 하지만 그 덕에 나는 아버지가

죽고 이곳으로 왔다. 유모대행이라는 저 남자와 함께. 그리고 지금 남자는 떠나고 있었다 혼자서.

마침내 남자는 능선너머로 비틀비틀 사라져갔다. 아니, 내가 비틀 거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시야가 마침내 푸르디 푸를 뿐인 하늘로 향했다. 새하얀 뭉게 구름이 주변을 장식하는 저 하늘.

 

"바람이 찹니다. 안으로 들어가죠."

 

노신사는 집 주인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람에게 경어로 대했다. 예절이라고 보기엔 훌륭하지만

조금 지나친 감이 있을 정도의 대접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나쁘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곳은 그의

집이니까.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유명한 격언은 이미 일곱살 적에 알아냈다. 그래서 난 이곳을

찾아오는 버릇없는 손님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다. 백조의 성에서는 백조의 성 법을 따르라고.

 

"응."

 

나는 순순히 그의 말을 따랐다. 바람이 추운 건 문제가 아니었지만 청명한 하늘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으니 현기증이 일어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반드시 찾을 수 있을까?"

 

내 질문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끈이 굵다면 찾을 수 있을 것이고 가늘다면 찾을 수 없겠지요. 다만, 굵으면 짧은 법이고 가늘면 긴

법입니다."

 

언제나 아리송한 대답만을 해주는 그에게 나는 불만을 느낄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하지만 반문하기에는 너무나 아리송해서 끄응 하고 신음소리만 내며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그림들이

가득하고 심심한 어린이의 놀이터로 충분한 성은 아직도 밝혀내지 못한 비밀이 구석구석 들어가 있다고

룬이 얘기해준적이 있다. 노신사는 문을 닫고 있었다.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성문이 닫히기 직전 나는 문

틈새를 보았다...

왠지, 두 번 다시 못 만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

후우, 준비하던게 바로 이겁니다. 라고 말하고 싶으나 어제 집에 들어갔더니 포맷을 해야 되는 상황이라

눈물을 머금고 자료를 모두 날려서 지금 이렇다 할 게 없군요. 덕분에 추적물이나 쓰게 됬습니다 그려.

팬픽이지만요. 후우, 원래는 창도 팬픽으로 현대소설 준비하고 있었는데..어찌됬든 이거라도 쓰게 됬으니

잘 봐 주세요^^ 페이트 팬픽 소설은 연재해 달라는 덧글이 이 글에 달리면 재 작업에 착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