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12.13 00:35

LiTaNia 조회 수:732 추천:1

extra_vars1 19-C. 마주치지 말아야 할 마주침 
extra_vars2 52 
extra_vars3 127490-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요염한 조공명의 별의 뒷쪽 오탄코나스 제 xxx회 파라모임'


뭐야. 이게 여기서 열린다고 아름이가 말한적은 있었지만, 그게 오늘 열리는 거였단 말야?


게다가 그 처음보는 사람들은 전부 파라파라쪽에 몰려있다. 그 사람들이 파라파라를 하는 동작이 원래 파라파라라는게 저런건지 몰라도 상당히 별나다. 먼저번에 소현이랑 아름이가 했던 것이라던가 인터넷에 파라파라 동영상 뜬 것으로 봐서는 저런 별난 동작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호진아, 왜?"


내가 파라파라 기계 쪽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희연이가 물어봤다.


"그냥 처음보는 사람들이 많이 와서. 오늘 무슨 일 있나봐."
"역시 시험이 끝나서 사람이 많이 오나봐."
"그건 아닌것같은데.."


수영이도 파라파라 기계쪽에 온 사람들을 보고 한마디 했다.


"저 사람들.. 뭔가, 느낌이 안좋아."


역시 수영이는 친해진 사람말고는 여전히 낯을 가리는 것인가.


그리고 오락실에 또다시 낯익은 사람이 들어왔다. 언제나 전혀 안반가운 손님 유아름하고 여장남자 민서놈. 민서를 보니 표정이 안좋아. 하지만 아름이의 영향때문인지 뭔가 모습이 달라졌어.


"흐흑.. 호진씨.. 아름이가.. 자꾸 저한테 이상한 옷 입혀요.."


아니, 그걸 나한테 말해서 어쩌란말야. 그냥 둘이 잘 놀것이지. 그런데 아름이 얘는 나한테 또 왜 온거야.


"어, 호진이네? 게다가 수영이랑 희연이까지? 처첩동금이라는 소문, 정말이구나!"
"그딴거 아니라니까. 그런데 너도 그 파라모임인가 뭔가 온거야?"
"응. 이번엔 민서도 여기 사람들 소개도 시켜줄겸 데리고 왔어. 아직 조공명오빠는 안왔네."


맞다. 생각해보니 지금 수영이도 같이 있잖아. 그런데 수영이 앞에서 조공명 얘기가 나오다니. 그렇지않아도 지금 수영이, 겁에 질려있어.


"호진아.. 어서 여기서 나가자."


확실히 오늘은 이 오락실에 올만한 날이 아니었다. 설마 그 파라모임인지 뭔지를 오늘 할 줄 누가 알았겠어.


그런 이유로 수영이, 희연이랑 함께 문을 나서려고 한 순간.


"앗.. 이게 누구야. '크레센티아'. 못 본 사이에 많이 컸네."
"...뭐?!"


문 앞에서 정말로 마주치지 말아야 할 놈이랑 마주쳐버렸다. 내 앞에 있는 녀석은, 나이가 한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키가 크고 훤칠해보이고 안경을 쓴 인물이었다. 바로 이 녀석이 조공명이구나.


하필 이 녀석을 이 때 만나다니. 그리고, 수영이가 '크레센티아'라는 것은, 설마설마했는데, 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소문이 사실이라는 것이잖아?


"이번 파라모임 장소 정말 잘 잡았어. 파라파라 2nd가 서울에 다시 부활한것도 그렇고. 그런데 손에 낀 반지는 또 뭘까나."
"희연아. 어서 수영이 데리고 나가. 이 조공명은 내가 한번 잘 막아볼께."
"응.. 알았어."


희연이는, 겁에 질려있어서 움직일 생각을 안하는 수영이를 데리고 함께 오락실 바깥으로 나갔다. 조공명 역시 수영이가 나간 쪽으로 나가려고 하지만,


"수영이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수영이한테는 절대 못가."
"오호. 크레센티아가 못 본 사이에 보디가드마저 데리고 다니는건가."
"보디가드라니. 나 이래뵈도 수영이 남자친구라고."


지금 조공명의 입에서 '크레센티아'라는 말이 직접 나오자, 이 파라모임인가 뭔가에 온 사람들도 적지않게 당황했나보다.


"그 조공명 크레센티아 사건이 정말이란 말야?"
"에이. 설마. 저 크레센티아인지 뭔지가 꽃뱀이겠지."
"아냐. 아까 실제로 보니까 전혀 꽃뱀같아보이지 않는데."
"그래도.. 설마설마했는데."
"조공명님 동인지 많이 올려주셔서 좋은 분인줄 알았는데."


조공명 역시 사람들의 의외의 반응에 당황한듯 한 모습이었지만, 이내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날 어떻게 불러도 좋아. 하지만 크레센티아같이 색기 넘치는 애. 놓치기 어려워."
"너.. 때문에 수영이가 내성적인 애로 바뀐거, 알아? 나도 처음엔 설마설마하고 못믿었는데.. 인터넷에 보니까 증거가 하나둘씩 나오더라. 게다가 방금 너 입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나와버렸어."
"오호. 내가 크레센티아를 '잃어버린' 사이에 멋대로 크레센티아를 가진 주제에, 뚫린 입에서 잘도 말이 나오네. '주인 있는 물건'을 '주웠'으면, '그 물건의 주인'이 나타나면 '돌려줘야' 하는거 아냐?"


이녀석이 하는 말들을 들어보니, 인터넷에서 본 얘기보다 한술 더 뜬 놈이잖아. 이 세상에 이런 인간쓰레기가 존재하는줄 여태 모르고 있었는데, 직접 이렇게 살아있는 증거로서 가르쳐줘서 정말 고마워.


"누구 멋대로 네놈이 수영이의 주인이라는거야. 수영이는 너같은 놈이 멋대로 가지기에는 너무 아까운 애야."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더니, 어디서 굴러들어온 개뼉다구가 헛소리를 해대는거야."
"조공명오빠. 설마설마했는데."


마침 아름이도 나서서 한마디 하네. 전혀 도움이 안되는 줄 알았던 아름이도 도움이 될 때가 있었다니.


"그냥 안티들의 헛소문인줄만 알았는데, 그 크레센티아 사건이 정말일 줄 누가 알았어. 하긴, 전에 수원에서 모였을때, 다른 사람들 다 집에 가고 나랑 오빠만 남았을 때 나한테 '로리로리'하다며 달려들어서 '아야한 짓'을 했었잖아? 오빠는 재미있다고 했었지만, 난 그거 별로 재미없었는데."
"너.. 너!"


잠깐. 아름이 너가 방금 한 말, 뭔가 너무 위험하지 않아? 뭔가 제대로 결정타를 꽂은 것 같은데. 뒤에 파라파라중인 사람들도 뭔가 술렁이고 있어.


이거 뭔가 일이 점점 심각해져가는 느낌인데. 그 분위기를 느끼는지 못느끼는지, 아름이는 하던 얘기를 계속 하고 있었다.


"나 조공명오빠가 그렇게 재미없는 사람인 줄 처음 알았어. 그 뒤에 쭈욱 재미없게 놀다가 호진이라는 애를 알게 되면서, 그리고 호진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을 보면서 '아, 재미라는 게 이런거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지. 결정적으로 지금 내 남자친구인 민서랑 같이 옷입으면서.. 읍!"
"정말 시끄럽게 구네. 내 딸로 삼아주니까, 건방지게."


조공명 이녀석, 아름이가 하는 말이 자신한테 위험하다는 것을 느껴서인지 아름이의 입을 급하게 틀어막아버리네. 그나저나, 어느샌가 민서가 아름이 남자친구가 되어버렸구나. 그나저나, 딸이라니?


"딸이라는것들이 요새 왜이렇게 눈에 뵈는게 없는지. 고등학생이 되면 원래 애가 이렇게 반항하는거야? 전에 '키요미'도 그런식으로 반항해서 쫓아냈는데."
"그만하세요, 아름이는 저를 이해해 준 몇 안되는 애 중 하나예요."


뭐야. 민서가 이럴 때 나섰단 말야? 하긴 아름이가 이렇게 입막힘을 당했으니 남자친구(?)로서 안 나설수가 없겠지.


"처음보는 애네. 이번에 같이 온 여자애인가."
"유감스럽게도 아니예요. 아까 아름이가 말했던 같이 옷입은 남자친구가 저인걸요."
"뭐.. 뭣?"


하긴 모르는 사람들이 민서가 남자라는 걸 알게 되면 누구나 놀라더라. 이 때,


"조공명님. 지금 파라파라 조공명님 차례예요!"


같이 파라모임에 온 듯한 다른 사람의 말이 들리자, 조공명도 파라파라 기계쪽으로 갔다. 나도 여기에 오래 있다가는 뭔가 위험해지겠어. 어서 나가야지.


"네녀석.. 두고봐. 크레센티아는 반드시 되찾고 말테니까. 있는 곳도 알았겠다."


이런 목소리를 들은 것 같은건, 내 착각일까, 네놈이 어떻게 나가든, 나는 수영이를 지켜줄테니까.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그런데 오락실을 나서면서, 도대체 왜 이렇게 바닥이 끈적거리는거야. 마치 껌같은걸 밟은 느낌이야. 제발 좀 껌같은거 길바닥에 뱉지좀 말자. 그런게 다 공해라니까. 인도랑 계단이 무심코 뱉은 껌 때문에 엄청 지저분하다구.


건물 밖으로 나가자, 수영이는 하염없이 울고 있었고, 희연이가 그런 수영이를 달래주고 있었다.


"호진아.. 어떻게 된거야?"
"지금 그 조공명인가 하는 작자가 파라파라 게임을 하는 사이에 일단 나왔는데, 여기 있다가는 수영이도 위험해. 일단 공원쪽으로 가자."


공원은 오락실하고 거리가 꽤 떨어져 있기 때문에, 조공명이 설마 공원까지는 따라오지 않겠지.


일단, 겨우 공원까지 도착했다. 공원에 오면서도 수영이가 계속 울고 있어서 수영이를 달래주면서 공원까지 오는게 상당히 힘들었다.


겨우 공원에 도착했지만, 공원에 도착해서도 수영이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조공명 사건의 피해자가 수영이라는 것을, 그리고 조공명 때문에 수영이가 이렇게 말수가 적고 낯을 가리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하필이면 조공명하고 다시 만나게 된 수영이의 충격이 얼마나 컸었는가는, 직접 그 일을 겪지 않은 나마저도 짐작이 간다.


쥐구멍 속으로라도, 아니, 바늘구멍 속으로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겠지, 아마. 내가 보기에도 조공명이라는 인간, 아니, 인간 취급도 해주기 싫은 쓰레기가 얼마나 '인간 말종'인지 제대로 느꼈으니. 게다가 아까 아름이의 말에 따르면 수영이 뿐만 아니라 아름이마저 건드렸었지 그놈. 그래서 아름이가 그렇게까지 성격이 꼬였으려나.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만 알고 있었던 아름이한테마저 동정심이 생기기에는 살다살다 난생 처음이었다. 부디 민서랑 둘이 잘 되기를.


"호진아.. 실망 많이 했지? 내가.. 이랬던 애라는건.. 정말 누구한테도..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특히 호진이한테는.. 더더욱."


하지만 이건 수영이한테 실망할 문제가 아니잖아. 수영이가 잘못한건 없는걸.


"도대체, 수영이가 아까 그 놈하고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봐, 희연아. 지금 그 말은 수영이의 트라우마를 더 자극할 뿐이라구.


하지만 수영이는 이미 자포자기를 한 듯, 자신과 조공명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수영이가 나한테 하기 시작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이 나라에서, 그것도 내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날 수 있었는가.


수영이가 원래는 이렇게 낯을 가리던 여자애가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초등학교 6학년때 인터넷이라는 것에 재미가 들리고, 온라인게임을 시작했고, 중학생이 되면서 사람들하고 사귀기 위해서 커뮤니티 활동을 하겠다고 애니메이션 카페에 가입했고 그곳에서 조공명을 알게 된 것이 모든 재앙의 시작이었다.


당시에 수영이가 살고 있던곳이 금천구 석수동이라고 했었고, 그 카페 정모에서는 수영이가 '왕게임'에서 자꾸 져서 이것저것 했었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일은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수원에 살고 있었던 조공명과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았던 수영이가 그야말로 조공명한테 끌려가서 당하면 안 될 일을 당해버린 것이다.


그 때까지는 사람들하고 친해지고 싶었던 수영이. 하지만 이 일을 발단으로 사람들을 믿지 못하게 되었고, 인터넷 활동은 전면 중단했으며, 결국 서울에서 석수동과는 반대쪽인 이곳 유일동으로 말없이 이사오게 되었고, 쭈욱 친구 없이 지내다가 유일고에 입학하면서 착한 친구인 효선이랑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조공명은 그 일 뒤로 바로 군대에 갔다고 했고.. 그때가 3년 전이니까 제대하고도 남았을 시간이구나.


"그 뒤로.. 사람들, 특히 남자들을 믿지 못했는데.. 호진이가 내 지갑 찾아줘서 호진이를 처음 알았을때.. 웬지 호진이는 뭔가 다를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어."
"그러면, 그 한나라는 애가 수영이보고 성격이 변했다고 했던게.."
"응.. 맞아. 한나를 다시 만날 줄도 몰랐고.. 한나가 내 예전 이야기를 해서, 겁이 많이 났었어.."


한 소녀를 이렇게 망쳐버린 조공명, 수영이의 남자친구이기 이전에, 한명의 인간으로서, 정말 용서받지 못할 존재다.


"그랬구나.. 수영이한테도.. 말하기 힘든 과거가 있었구나."
"혹시.. 희연이도?"
"아.. 아무것도 아냐."


설마 희연이한테도 과거가 있었다는건가. 도대체 다들 어떻게 된거야. 수영이는 계속 말했다.



"효선이는.. 내가 이런 애였다는걸 몰라. 효선이가 실망할까봐.. 일부러 얘기를 안했어."
"잘못한 건 수영이가 아니니까. 그 빌어먹을 것이 문제지. 수영아. 걱정마. 수영이한테 실망하게 되는 일은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곳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토요일 오후의 공원이라는 것과, 옆에 희연이도 같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수영이는 나한테 안겨왔고, 나는 그런 수영이를 안아줬다. 지금 이 상황에서는 정말 그럴수밖에 없었다고.


"거봐, 호진아.. 나같은 애.. 실망할거라고 했잖아. 내가.. 이런 앤 줄.. 몰랐지?"
"걱정마. 나.. 수영이가 위험하지 않게.. 수영이를.. 지켜줄거야."
"고마워.. 하지만, 나랑 같이 있다가는.. 호진이도.. 위험해질것 같아."
"나는 걱정마. 수영이만 지켜줄 수 있다면.. 내가 어떻게 되도 나는 상관하지 않으니까."
"나는.. 싫어. 나 때문에 호진이가 위험해지는거. 호진이는.. 나한테 소중한데."


지금 이곳은 동네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공원, 하지만. 나한테 있어서 그런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수영이를 조공명의 마수로부터 지켜줘야 한다는 생각뿐. 그리고 언젠가 수영이가 이전의 활발했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랄 뿐.


수영이의 입술에 또다시 입을 살짝 맞추고, 그것은 또다시 얼마간의 무아지경으로 이어졌다. 수영이의 기분이 너무 울적해서였던가, 너무 쉽게 받아준 수영이.


"나.. 그래도, 호진이는.. 좋은 애로 느껴져."


그리고 고개를 돌아본 순간, 지금 이곳에 나, 수영이, 희연이 뿐 아니라, 지금 이 상황을 보여져서는 안될 사람에게 보여버렸다는 것을 알았다.


"호진오빠, 결국.. 이렇게 된 거야? 나래가 보는 앞에서.. 이래도 되는거야?"


설마 아까전의 모든 일들을 나래도 보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이 때, 나 대신에 희연이가 대신 나래한테 말줬다.


"오랜만이네, 나래. 나도.. 호진이를 포기하고, 그냥 수영이랑 호진이가 잘 되게 도와주기로 했어. 수영이는 상처를 많이 입은 애야. 하지만, 호진이만은 믿고 있어. 호진이가 수영이의 상처를 감싸주기로 하기도 했고, 둘이 잘 어울리기도 하고."


희연이가 설마 나를 위해서 이렇게 말해줄줄은 몰랐다. 역시 아까전 오락실에서 만난 조공명이 조공명 추종자들을 제외하고는 '공공의 적'이었는지라.


"몰라. 나래, 호진오빠한테 또다시 상처받았어!"


역시 나래는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랬던 것일까. 하긴 나래가 조공명 관련 일을 알고 있을리가 없으니까.


이렇게 공원에서 수영이를 달래주고 있다보니 날은 어느새 어두워졌다. 이제 집에 가야지.


수영이랑 같이 집에 가면서, 내일 수영이랑 같이 가서 보기로 한 프레이아 콘서트때문에 수영이랑 시간 약속을 잡아야지.


"내일 프레이아 콘서트가 2시에 있으니까.. 1시에 만나서 마을버스타고 유일체육관 가면 시간 맞춰 갈 수 있을거야."
"호진아.. 고마워. 그래도.. 호진이랑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아."
"호진아, 내일 수영이랑 프레이아 콘서트 같이 가는거야?"
"응. 그렇게 됐어. 수영이한테 뭔가 해주고 싶어서."


역시 희연이도 아직은 수영이한테 약간의 질투는 느끼는듯 하다. 하지만 처음 희연이를 알았을 때같은 집착은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렇게 걷다보니, 어느샌가 집에 도착했다. 이제 두명이랑 헤어져야겠지.


"그럼.. 수영아, 내일 봐. 희연이는 다음주에 학교에서.."
"응, 호진아.. 그래도 오늘 나랑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나도 같이 가고 싶었는데, 잘가."


'계명구도'(鷄鳴狗盜)라는 말이 있지. 닭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나 개를 훔치는 것 등의 보잘것 없는 능력도 언젠가는 쓸 데가 있다는 말이던가 아마. 보잘 것 없는 나지만, 이런 나도 수영이를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집에 돌아와서 신발에 붙은 껌이나 떼야겠다. 그런데 이 껌, 정말 죽어라고 안떼지네. 껌에 무슨 본드라도 붙어있는건지. 게다가 요새 껌에는 일련번호같은것도 붙어있는건가. 껌치고는 뭔가 이상하네.


노래나 하나 들어야겠다. 오늘 조공명놈 때문에 기분도 조금 그렇고 하니, 이모코어곡인 Story of the Year의 Until the day I die나 들어야지.


Until the day I die
내가 죽는 그 날까지


I'll spill my heart for you
나는 너를 위해 내 마음을 쏟겠어


Until the day I die
I'll spill my heart for you


As years go by
시간이 지나감과 함께


I race the clock with you
나는 너와 같이 시간과 경주를 하지


But if you died right now
하지만 만약 네가 지금 죽는다면


You know that I'd die to
나도 같이 죽을거라는걸 알잖아


I'd die too
나도 죽을거야


You remind me of the times When I know who I was
넌 내가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을 때를 떠올르게 해 줘


But still the second hand will catch us
하지만 그래도 초침은 역시 우리를 따라잡겠지


Like it always does.
언제나 그러는 것처럼


Well make the same mistakes
우리는 똑같은 실수를 하게 될 것이고


I'll Take the fall for you
그럼 내가 너 대신 무너질게


I hope you need this now
지금 네가 이것을 필요로 하길 바래.


cuz I know I still do.
왜냐하면 나는 여전히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


Until the day I die
I'll spill my heart for you
Until the day I die
I'll spill my heart for you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죽음까지도 각오한다는 얘기를 듣기만 했을 때는, 그것이 실감이 가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것을 하면서 '죽음'이라는 상황까지 생길 일이 과연 있을까 했다.


하지만, 오늘 조공명이라는 인간말종을 만남으로서 나는 알게되었다. 수영이를 위해서는, 내 목숨이 바람 속의 촛불처럼 위태롭더라도, 아니, 결국 꺼지게 되더라도, 수영이를 지켜줘야 한다는 것을.


에이, 모르겠다. 내일 수영이랑 프레이아 콘서트에 같이 가기로 했으니, 오늘은 일찍 자야지.


눈을 떠보니까. 뭐야. 어느새 시간이 이렇게 되었던건가. 왜 빨간날에는 자연스럽게 늦잠을 자게 될까. 어제 조공명 일 때문에 너무 무리했던 것일까. 오늘 수영이랑 프레이아 콘서트도 봐야 하는데.


그 때,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현석이다.


"어. 웬일이냐."
"호진아, 시험도 끝났는데, 오늘도 우리 부모님 교회가셨는데 놀러올 수 있냐."
"미안하다. 오늘 수영이랑 프레이아 콘서트 같이 보러가기로 했다."
"이런 부러운놈. 알았다. 학교에서 보자."


그리고 전화는 끊겼다. 뭐 어쩔 수 있겠냐. 부러우면 현석이도 여자친구를 사귀기를 바랄 뿐이지만, 지금 이 상태로 현석이는 여자친구 사귀기는 도저히 틀렸으니 그게 문제랄까.


대략 '신기한 TV 동프라이즈'를 보고 대충 점심먹고 나가면 시간이 맞겠군.


어제 껌이 하도 안 떼어져서 결국 신발의 껌을 떼지 못한 채로 1시가 되어서 밖으로 나갔더니, 마침 수영이도 나와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서인지 어제보다는 좀 밝아진 모습이긴 하지만 그래도 평소의 수영이보다는 여전히 어두웠다.


"나, 프레이아 콘서트 보러 가는 것도.. 기쁘지만, 호진이랑 같이 보는게.. 더 기뻐."
"고마워."


버스는 금방 왔다. 버스에도 대놓고 '프레이아 콘서트'라고 종이로 붙인 글씨가 있네. 사람들이 꽤 많이 탄게 다들 프레이아 콘서트 보러 가는 사람들인건가.


그래서 결국 나랑 수영이는 의자에 앉지는 못하고 서서 가게 되었다. 라디오에는 마침 Tomorrow Perfume Radio가 들리고 있네.


"네, 문서연씨의 사연과 함께 신청곡인 헬로윈의 A Tale That Wasn't Right 틀어드렸습니다.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그냥 친구로만 생각하고 있는거, 그러고보면 참 답답한 일이죠. 그 주윤민이라는 분도 서연씨의 마음을 언젠가는 이해해 주기를 바랍니다."


방금 전에 DJ가 한 말, 어디서 많이 겪은 상황이라고 생각한 것은 나만의 생각은 아니겠지? 주윤민은 또 누구야.


"이제 2시부터 프레이아 콘서트가 유일체육관에서 시작되는데요. 프레이아의 윤지영이 그러고보면 제가 좋아하는 헤비메탈 밴드 헬로윈의 전 보컬 미하일 키스케(Michael Kiske)와 많이 닮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키스케가 헬로윈의 전성기를 이끌기는 했지만, 그는 메탈이 싫다고 탈퇴를 했고, 탈퇴한 뒤에는 메탈과 전혀 거리가 먼 노래들을 불렀죠. 그리고 프레이아의 윤지영 역시 한동안 미디엄템포 발라드 곡들을 부르다가, 윤지영 자신이 미디엄템포 발라드를 거부하고 소속사를 옮긴 뒤에 전혀 다른 분위기의 노래들을 부르고 있죠."


마침 A Tale That Wasn't Right가 나왔기에 오늘 프레이아 콘서트와 맞물려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가. 역시 DJ라는건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하지만 메탈을 불렀던 키스케를 못잊어하는 팬들도 많이 있고, 미디엄템포 발라드를 불렀던 프레이아를 못잊어하는 팬들도 많이 있죠. 차이점이라면, 키스케는 헬로윈 탈퇴 뒤에 별다른 성공은 거두지 못하고 있고, 프레이아는 지금도 여전히 인기가 많다는 점 정도랄까요. 프레이아의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다음 전화연결 하겠습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가만. 이 목소리, 뭔가 어디서 많이 들어본 위화감 가득한 목소리인데.


"어디 사는 누구십니까?"
"유일동에 사는 조민서라고 해요."


뭐야, 조민서? 도대체 넌 또 왜 여기 전화건거야. 하필 수영이랑 같이 있을 때에.


"네, 민서씨, 말씀하세요."
"리타니아님, 제가 아무리 호진씨한테 다가가도.."


이 때 라디오방송은 끊기고, 버스 안내방송이 나왔다.


"이번 정류장은, 새림여고입니다, 다음은, 유일2동 사무소입니다."


매번 안내방송이 나오는 타이밍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나 사연이 나오면 그게 끊기고 나와서 라디오를 듣는 데 방해되었는데, 라디오방송도 웬일로 딱 원하는 타이밍에 끊겨주냐.


"다음 분 연결하겠습니다. 여보세요?"


휴. 다행이다. 얼마 가지 못하고 끊기는것을 보면 아마 DJ도 민서의 사연을 그냥 무시했겠지. 이럴땐 DJ가 참 고맙다. 그런데 민서는 아름이랑 요새 잘 되는거 아니었나.


어느샌가 버스는 유일체육관에 도착하고, 나랑 수영이는 같이 버스에서 내렸다.


- 다음회에 계속 -


20. 조공명 : 20대 중반. 남자. 원래 이름은 아니고 인터넷상의 닉임. 수원의 한 자취방에 살고 있으며, '요염한 조공명의 별의 뒷쪽 오탄코나스' 라는 사이트를 운영. 그가 이전에 저지른 짓 때문에 안티들도 많지만 이상하게 추종자들도 많다. 그의 추종자들을 모아서 파라파라 파라다이스 게임이 있는 오락실에서 '파라모임'을 개최. 그리고 그것이 결국 수영이의 트라우마를 제대로 건드리게 되었는데.


네. 드디어 수영이가 만나서는 안 될 인물인 조공명과 만나게 되었습니다. 결국 조공명 자신의 입으로 조공명의 피해자가 수영이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게 되었죠. 그래서 파라모임에 모인 사람들도 소문이 사실로 드러나자 경악했고, 호진이 덕분에 수영이는 조공명을 피할 수 있었지만 호진이가 많이 힘들었죠. 도움이 안 되는줄만 알았던 아름양도 가끔 도움이 될 때가 있었다랄까. 결국 수영이랑 관계된 일을 다 알아버린 호진이였습니다. 그래서 수영이는 그 날 하루종일 울었죠. 그런데 타이밍 안 좋게 나타난 나래. 그리고 그 다음날에 드디어 프레이아 콘서트를 같이 보러간 호진이랑 수영이. 그런데 도대체 호진이 신발에 붙어있는 일련번호 붙은 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요.


참고로 위에 나온 '주윤민'과 '문서연'은 혹시라도 속편(?)을 쓰게 되면 등장하게 될 이름들입니다. 둘 다 호진이보다는 한 살 어리죠. 문제는 속편을 쓰게 될 가능성이 과연 있을지가 문제인데. 물론 윤민군의 페로몬은 호진군에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이번회는 아무래도 특정 사이트에서 활동하시는 분들한테 태클이 심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하지만, 어차피 실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진 않았고, 제 소설 내에서 사용된 패러디이기 때문에 큰 상관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중.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55 A Tale That Wasn't RIght LiTaNia 2008.01.02 1639
254 A Tale That Wasn't Right [3] LiTaNia 2007.11.09 1087
253 A Tale That Wasn't Right LiTaNia 2007.12.27 1044
252 A Tale That Wasn't Right LiTaNia 2008.01.12 903
251 A Tale That Wasn't Right LiTaNia 2007.12.15 886
250 A Tale That Wasn't Right LiTaNia 2007.12.09 885
249 색채연가 2 클레어^^ 2009.07.21 835
248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11 831
247 색채연가 2 [3] 클레어^^ 2009.03.02 803
246 [단편] 너와 나의 우주 [7] file 쉐로, 2008.02.12 783
245 A Tale That Wasn't Right LiTaNia 2007.12.29 770
244 [단편]첫사랑 [3] Vermond 2008.12.21 762
243 흐노니 [프롤로그] [1] 심장도려내기 2007.07.13 757
242 A Tale That Wasn't Right LiTaNia 2007.11.24 741
241 4인4색 [4] Vermond 2009.03.15 733
» A Tale That Wasn't Right LiTaNia 2007.12.13 732
239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9.23 728
238 하루살이의 일생 [2] 삼류작가입니다 2010.01.12 708
237 기묘한 이야기 악마성루갈백작 2008.06.19 701
236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9.03 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