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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9.03 02:37

LiTaNia 조회 수:700 추천:1

extra_vars1 9-B. 방송을 들어보라고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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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약간 때가 늦기는 했지만, 이제야 주요 과목인 국어, 영어, 수학 공부에 들어갔다. 이 과목들이 한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라면, 분명히 어렸을 때 나왔던 노래 중에 '음악 미술은 저리 미뤄두고 국, 영, 수를 우선으로 해야 아리아리아리 인정받고 일류대학으로 간다~' 라는 노래를 들었었지. 수능시험에서도 언어, 수리, 외국어는 필수영역이라고 하고. 사탐과 과탐은 선택과목들의 향연이라고 하지.


그래서 다른 과목보다 특히 국어, 영어, 수학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것들. 특히 요새 대학입시에 내신이 많이 반영된다고 해서 더더욱 죽어라고 할 수밖에 없지만.. 붙잡아봐야 흰색은 종이고 다른색은 글씨나 그림인것을 어떡합니까.


그런데, 희연이랑 공부하니까 오히려 공부가 더 안되는것은 왜 그런 것일까. 물론 희연이는 잘 가르쳐주고 있는 것 같지만.. 이상하게 혼자 할 때보다 더 안되는 느낌이야.


뭐 이런식으로 오늘도 같이 공부하다보니, 날이 어두워졌다.


"희연아. 미안하지만."
"왜, 호진아?"
"나.. 솔직히 희연이랑 같이 공부하니까.. 공부가 잘 안되는것 같아. 나도 이번에 기말고사때 중간고사 성적 안나왔던건 만회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혼자 하는것보다 공부가 더 안돼."
"아.. 미안해. 그렇다고 해도, 호진이가 설마 그 수환인지 뭔지 하는 녀석보다 성적이 안나온다고 해도, 나 걔한테 절대 안갈꺼야. 호진이는 내꺼니까."


그러니까 나는 처음부터 희연이것이 아니었다구.. 제발. 나 좀 살려주세요, 희연양.


"그래도.. 나 내일부터는 그냥 혼자 공부하고 싶어. 미안해, 희연아."
"호진이가.. 정 그렇다면 할 수 없지. 그런데. 다른 여자애 만나려고 그러는건 아니겠지?"


희연이 얘. 눈치 정말 빠르다. 잘못 걸리다간. 내가 큰일나겠어.


"그럴리가.."
"흐음.. 일단. 믿어 보겠어."


그런 이유로, 희연이를 오늘도 집으로 데려다주었다. 그래도 여자 혼자서 어두운 밤길을 가는건 위험하니까.


"호진아. 그러면 내일은 호진이랑 같이 못있는거야?"
"뭐 같이 있는거는 학교에서도 계속 같이 있으니까."


라고는 하지만 학교에서도 자리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왜 드는걸까.


그리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이번엔 골목길쪽으로 가지 말고 큰길로 가야지. 그나마 큰길쪽은 인적이 조금 있어서 어제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일단, 나래가 지금 뭐하고 있을지 모르니까, 나래한테 한번 전화해봐야지. 전화기에는, 내가 전에 컬러링으로 선물한 Good Morning Kids 노래가 들리고 있었다.


"여보세요."
"앗, 호진오빠?"
"응. 나래 지금 뭐해?"
"전화해줘서 고마워~ 나래, 지금 공부중이야."
"아차. 나래도 지금 시험기간이라고 했지. 괜히 공부하는데 방해해서, 미안.."
"헤헷. 아니야. 호진오빠가 전화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그럼, 내일 끝나고 학교에서 기다려도 되지?"
"응! 나래. 호진오빠랑 같이 가고 싶었어."
"그래. 그럼 내일 만나~"
"응~ 아차. 호진오빠. 라디앳 아키하 들어봤어?"
"아니. 아직."
"꼭 들어봐. 호진오빠~"


휴. 다행히도 나래는 내가 오늘도 희연이를 바래다줬다는 것을 모른다. 그걸 알게 되면, 또 울고불고 하겠지. 그런데 왜 나래가 라디앳 아키하를 들어보라고 한거지?


집에 와서, 인터넷에서 '창병 대 탱크'로 싸우고 있는 것을 봤다. 사연인즉, 어떤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서 탱크가 창병 몇명한테 박살나기 때문에 그게 실제로 가능한가에 대한 토론이었는데, 당연히 상식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역시 그 사이트 사람들답게 별의별 희한한 얘기들이 다 나온다. '문명이 개발될 동안 3000년동안 살아온 창병이기 때문에 천하무적인건 당연한거 아닌가'라던가.


생각해보니, 나래가 말했었던 '라디앳 아키하'라는 인터넷 방송. 나도 찾아서 들어봐야지.


네버에서 'Radi@ Akiha'를 검색해보니까 딱 나왔다. 네버 블로그에 있네. 블로그 주인 닉네임도 나래가 말해준대로 '토노아키하'. 최근 방송이 프롤로그로 딱 떠 있었다.


"안녕하세요? 토노 아키하의 라디앳 아키하입니다."


오호. 역시 여자 CJ네. 진짜 여자판 Tomorrow Perfume Radio 느낌이다. 정말 부탁인데, Tomorrow Perfume Radio DJ를 이 여자로 바꾸면, 청취율이 좀 더 올라갈 것 같다.


"지금은 시험기간이예요. 이번에는 국사 성적을 좀 올리고 싶은데, 국사가 너무 어려워서 누가 좀 쉽게 가르쳐주실 분 안계세요?"


국사가 그렇게 어려웠나. 하긴 그러고보니까 나도 국사가 급한데. 뭐 나는 모든 과목 성적을 다 올려야 하니까.


"네. 사연이 있는데요. 아이디 'dbsskfo1119'님께서 올려주셨습니다."


잠깐. CJ가 불러주는 아이디를 한/영 전환을 해서 쳐보니, '윤나래1119'.. 틀림없이 내가 알고있는 나래다. 내 생일은 11월 20일. 그리고 나래의 생일은 11월 19일. 그래서 내가 어렸을 때는 나래랑 생일이 비슷해서 생일파티를 같이 했었지.


그래서 그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나를 나래랑 약혼시켜버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진짜 어렸을 때 나랑 나래. 서로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었지.


"안녕하세요~ 아키하님. 윤나래라고 해요. 나래가 어렸을 적에 항상 같이 있어줬던 오빠가 있었어요. 호진오빠라구요."


어이어이. 나래야. 인터넷 방송에까지 실명을 밝히면 어떡하냐. 게다가 내 이름까지.


"호진오빠는 나래의 백마탄 왕자님이었는데요. 호진오빠가 전학가고 나서 정말 슬펐어요. 다른 애들하고도 친하게 지냈지만 그 누구도 호진오빠보다는 못했어요. 그런데 호진오빠네 동네로 작년에 전학왔는데, 호진오빠를 다시 만난건 최근이었어요. 그런데.. 호진오빠가 다른 언니랑 같이 있는게 보여서, 나래는 슬펐어요.."


그러니까, 희연아. 그렇게 많이 붙지 말라니까. 다들 오해해.


"그래도 요새 호진오빠가 나래랑 같이 있어주니까, 나래는 기뻐요. 신청곡으로 스쿨의 '줄리앙' 틀어주세요. 라고 하셨는데요. 저도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블로그에서 만났는데, 그 사람이 마침 교육 때문에 제가 전학가게 될 중학교에 있다고 해서, 저도 기뻐요. 나래님. 호진오빠라는 분하고 잘 되시길 바라며, 스쿨의 '줄리앙' 틀어드리겠습니다."


뭐야. 이 토노 아키하라는 CJ. 중학생이었어? 하긴 나도 중학생 때 음악방송을 하긴 했었지만. 얘는 나보다 뭔가 더 대단하네. 하긴 하마의 일만 아니었다면 나도 계속 음악방송을 했을지도 모르겠지.


스피커에서는 나래가 신청한 노래인, 스쿨의 '줄리앙'이 나오고 있었다.


벌써 여섯시가 다 되어 가네 문을 닫을 시간은 얼마 남지 않고
훨훨 날아가자 빨리 뛰어가자 하얀 구름 타고 가자
피자를 좋아하는 네게 사랑을 담아 예쁘게 만들어야지
장미 한 송이에 파란 리본 매어 예쁜 내 마음을 담아


토마토와 버섯을 찾자 제일 빨갛고 부드러운 놈으로
두근두근 뛰는 내 마음 어떡하면 좋을까


Oh my Julian 네게 고백할게 커다란 봉투에 하트를 넣어
너를 위해 밤새 준비했다고 노란 편지도 예쁘게 적어
Oh my Julian 난 너를 좋아해 맛있게 꼭 먹어 주었으면 해
너도 나를 좋아한다면 내 손을 꼭 잡아 줘


뭐 저작권문제 때문에 1절밖에 못나왔긴 하지만. 정말 귀여운 목소리가 튀는 노래였다. 나래랑도 웬지 어울리는 노래고. 나래가 나보고 이거 들어보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그리고 Radi@ Akiha는 계속 이어졌다. 그 CJ가 좋아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려나. 그리고 중학생인거 보니 Tomorrow Perfume Radio DJ가 바뀔 일은 없겠구나.


에이, 모르겠다. 쓸데없는 생각 하다가 시험 망친다. 복습이나 죽어라고 하자.


...라고 해도 잠깐 TV를 보면서 사색에 잠겨볼까. 이상하게 시험기간 중에는 6시 내고향 같은것도 재미있다. 가만. 공부를 해야하는데. 내가 왜 이러고 있는거지.


공부하다보니 날은 또 가고, 아침 일찍 일어난 뒤, 오늘도 대충 밥을 먹고 가방을 챙긴뒤 교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면..


..얼래.


없다.


희연이가 없어.


나랑 희연이랑 집이 같은방향이라서 학교에 등교할 때 언제나 희연이랑 같이 등교하는게 이제 일상이 되었는데 희연이가 없다.


어떻게 된 걸까.. 하고 잠깐 생각하고 있으려니까, 뒤에서 희연이가 뛰어오고 있었다.


"헉헉.. 호진아, 미안. 오늘 내가 늦게 일어나서.."
"아냐. 내가 오늘 좀 일찍 나서서 그런걸."


역시 시험공부라는 것은 모두의 심신을 피곤하게 하는 것일까. 수능에서 고득점을 받은 사람들은 정말로 인터뷰대로 학원에 안다니고 단지 교과서에만 충실했을 뿐이었을까. 모르겠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


쉬는 시간이 되자, 현석이가 나한테 말했다.


"오오, 호진이가 왜 라디앳 아키하를 들어보라고 했는지 알겠군. 이런 부러운놈."
"설마.. 너도 들은거냐. 나래가 내 얘기 한거."
"응. 방송도 재미있었고, 설마 호진이 얘기가 나올줄은 몰랐는데."


그 때, 희연이 역시 나랑 현석이의 대화를 듣고, 다가와서 물어봤다.


"호진아. 그 '라디앳 아키하'라는거. 어떤건데 호진이 얘기가 나온거야?"


Radi@ Akiha. 분명히 나래가 내 얘기를 했으니, 희연이가 이거 들으면.. 조금 많이 낭패려나.


뭐 그래도 일단 가르쳐줘야지. 희연이가 설마 찾아서 들으려나.


"아.. 인터넷에서 하는 라디오방송 비슷한거야."
"아, 진짜 라디오방송 되기 전의 Tomorrow Perfume Radio처럼?"
"응. 희연이도 Tomorrow Perfume Radio 알고있었네."
"옛날에 많이 들었었어."
"그런데 Tomorrow Perfume Radio와는 달리 여자 CJ가 하는거야."
"한번 들어봐야겠네. 호진이 얘기가 어떻게 나왔을까. 설마 그 CJ도 호진이 좋아한다는 얘기는 아니겠지?"
"에이, 설마."


그런데, Radi@ Akiha의 그 문제의 사연 때문에 또다시 희연이랑 나래가 박터지게 싸우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나래가 실명으로 사연을 적었고, 게다가 내 이름까지 말했었으니.


그리고 수업은 계속 이어졌다.


"호.진.군?"
"응?"
"졸면 안돼~ 내가 꼬집어줄거야. 호진이 못자게."


내가 깜빡 졸다가도 희연이 때문에 조는 일은 없다. 이게 좋은거냐 안좋은거냐.


뭐 점심시간에 희연이랑 같이 옥상을 향하는것도 어느샌가 일상이 되어 있다고나 할까. 옥상에서 다른 사람들을 못본것도 다행이고. 어제 수영이랑 우연히 마주친것을 제외하면 말이지.


"희연아. 오늘도 도시락 갖고온거야?"
"응. 내가 전학오기 전보다 일찍 일어나고 있는게, 호진이한테 내 도시락을 먹여주고 싶어서."


어이. 희연양. 그래서 더 부담된다구.


"희연아. 미안한데.."
"왜, 호진아?"
"나.. 다음주부터는 그냥 식당에서 먹으면 안될까. 웬지 눈치보여."
"호진아. 내가 싫은거야?"


아니, 그렇게 물으면 또 어쩌란 말입니까.


"아니.. 싫은건 아니지만."
"내가 호진이 좋아하는게, 그렇게 눈치보여?"
"조금.. 다른 애들의 시선이 부담된다고 해야할까."
"할 수 없지.. 호진이가 싫다면.. 나도 호진이를 위해서였는데."


뭐 그런 이유로 다음주부터는 다시 식당으로 고고 인생 복귀인건가.


그런데 도대체 점심방송에 라르크엔시엘의 Driver's High 같은거 트는 사람 누구냐. 현석이놈은 점심방송은 별로 관심없는것 같고. 이런 일본노래를 틀 만한 사람이 우리학교에 있었던가. 아니면, 민애선배의 개인적인 취향이었던 건가.


뭐, 오늘도 교실행. 교실로 내려가는 도중, 수환이녀석을 만났다.


"희연아. 기억해둬. 나는. 지금 너 옆에 있는 놈이 내 앞에 무릎을 꿇고 희연이를 나한테 양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말꺼야!"
"글쎄."


이상하게 수환이녀석한테는 말이 짧은 희연이였다.


"호진아. 저런거 신경쓰지마. 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하잖아."


어이. 신경이 안 쓰일수가 있냐구. 왜 다들 내 의견은 전혀 묻지도 않고 이러는거야. 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구.


남은 수업도 다 끝나고 종례를 하기 직전, 현석이가 내 자리에 다가와서 말했다.


"호진아. 나도 그 라디오방송 듣고 나니까, 정말 부럽다. 나도 그렇게 나한테 말해주는 여자애가 있었으면 좋겠다."
"이봐이봐, 너는 2차원의 세계에서만 벗어나고 자기관리 한 뒤에 좀 말해라."
"나 요새 2차원만 하는게 아니라 3차원도 한다구. '학교친구'라는 게임인데. 요새 3차원이 이렇게 발전한 줄은 몰랐다."
"...그런게임이 3차원으로도 나왔냐."
"요새 미연시의 발전, 무시하지 말라고."
"그러니까 현석이 너는 미연시라는 것에 좀 손을 떼란 말이지."


그리고 현석이가 자기자리로 돌아간 뒤에, 희연이는 물어봤다.


"호진아, 2차원의 세계랑 3차원의 세계라는게 뭐야?"
"아.. 옛날에 게임들이 그냥 2차원 평면으로만 나왔잖아."
"응. 그랬었어."
"그런데 요새 게임들 해보면 입체적으로 막 나와. 시점도 막 돌아가고. 그래서 그거를 3차원이라고 하는거야."
"아하. 그렇구나, 호진아. 그런데 미연시라는건, 또 뭐야?"
"아.. 미연시는."


당연히 희연이한테 미연시에 대해서 있는 그대로 말하면 안되겠지. 대충 둘러대자.


"'미사일 연사 시스템'이라고, 게임 중에서, 미사일을 발사해서 외계에서 침공하는 적들을 없애는 그런 게임이야."
"와. 재미있을것 같아. 나도 그 미연시라는거 해보고싶어."


...이봐요. 희연양. 당신은 미연시라는게 뭔지 알면 안돼요.


"그런데.. 여자가 하기에는 좀 그래. 그 적들이 파편이 터지면서 눈으로는 보기 힘든 장면들이 나오고.."
"아.. 그런데 현석이 쟤는 왜 그런걸 좋아한대?"
"쟤가 원래 좀 특이한걸 많이 좋아해. 뭐 덕분에 쟤네 집에서 신기한 것들을 많이 봤지만."


사실 나도 미연시를 많이 해보진 않았지만 아주 약간 해보긴 했지. 물론. 내가 둘러댄 의미 말고, 원래 의미에서의 미연시를.


그런데. 이거 수습이 된거 맞을까. 아니면, 희연이도 미연시가 뭔지 알면서도 일부러 떠볼려고 이러는것일까.


어쨌든, 종례가 끝났다. 하지만 오늘은 희연이랑 같이 못간다고 말해야지.


"희연아. 나 오늘도 다른 약속 생겼는데."
"흐~음. 호진이. 요새 조금 수상해. 나를 피하는것 같아."


역시 희연이. 눈치가 대단하다.


"에이. 그럴리가. 오늘도 그 오랜만에 만난 친구하고 약속이 있어서."
"그 친구.. 설마, 여자애 아냐?"
"여자애는 아냐. 하지만 그 애가 여자를 많이 싫어해서.. 미안."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뭔가 석연치 않은걸."


뭐 그렇게 해서 오늘도 희연이랑 따로 가게 되었다. 나래랑 같이 가기로 했으니, 유일여중 쪽으로 가야지. 유일여중은 언덕에 있어서 학교로 올라가는게 좀 힘들다.


남자가 여학교 앞에서 기다리는것, 뭔가 영락없이 변태취급받을 분위기인데. 그것도, 고등학교 교복 입은 상태에서 여중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그렇다고 '로리콘' 취급받는건 아니겠지?


나래는 오늘 일이 생겨서 늦는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유일여중에서 나오고 있는 학생들 중에, 한 명이 이쪽으로 왔다.


처음 보는 애는 아니었다. 분명히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애다.


"누구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있으신건가요."


정말 이 애가 희연이의 동생이 맞는 것일까. 그래도, 한번 말해봐야겠다.


"네. 지금 기다리는 사람이 있어요."
"호진.. 이라고 했던가요. 그쪽에서, 요새 언니를 피하는것같아서 언니가 집에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는데."
"혹시.. 언니 이름이 '김희연'?"
"네. 맞아요. 그리고 제 이름은 '김희정'이구요."


언니는 희연이고, 동생은 희정이라. 역시 자매다운 이름이군. 이봐. 당신의 언니는 학교에서 나한테 너무 붙어서 오히려 부담스럽다구.


"그런데. 그 때 오히려 잘되었다고 말했었던것 같은데. 그 이유가 궁금해지는데."
"제가 전학오고 나서 몇 일 뒤에, 학교에 다니는 한 언니가, 저를 계속 괴롭혔었어요."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하는거지?"
"그게, 자기가 호진오빠를 좋아하는데, 저희 언니때문에 호진오빠가 자기한테 안온다면서, 저를 괴롭혔었어요."


누군지 안봐도 알겠다. 나래네. 언제부턴가 내가 희연이랑 같이 있을때 계속 나래랑 마주쳤으니.. 희정이가 희연이의 동생이라는 걸 알게 된 시점에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금은?"
"몇일전부터는 또 안그래요. 호진오빠가 이제 자기한테 왔다고 그러더라구요. 그런데 요새는 언니가 많이 슬퍼해요."


그렇게 희정이랑 말하는 사이, 나래가 나왔다.


"호진오빠, 나래를 기다려준거야? 어, 희정이네?"


나래가 나오자마자, 희정이는 재빨리 내리막길 쪽으로 뛰어갔다.


"나래야. 오빠. 나래한테 살짝 실망했어."
"호진오빠. 왜?"
"나래가.. 나 때문에 다른 애 괴롭힌다는거. 사실이야?"


그러자. 나래는 잠시 아무말도 없었다. 역시 사실이었던 것인가. 희정이의 말이. 그 뒤에, 나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안, 호진오빠.. 호진오빠가 그 희연이라는 언니한테 자꾸 붙어있었던것 같아서, 마침 우리학교에 그 언니의 동생이 다니고 있었기에.."
"걱정마. 나.. 그렇게 부담스러운 애랑은 같이 다니고 싶지 않은걸."
"헤헷. 호진오빠, 다행이야."
"내가 미안해지니까.. 나 때문에 다른 애는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어."
"걱정마. 호진오빠가 나래 곁에 있으니까. 안그럴거야."


뭐 다행인건가. 역시 원인은 나랑 희연이였으니. 희연이랑 같이 있지만 않으면 희정이가 나 때문에 괴롭힘당할 일은 없겠지.


마침, 분식집이 보이는데, 나래한테 닭꼬치나 하나 사 줄까. 우리동네 닭꼬치는 다른 동네 닭꼬치와는 달리, 와인소스랑 치즈를 뿌려서 좀 더 맛있다.


"나래야. 닭꼬치 사줄까?"
"와~ 호진오빠가 사주는거야? 고마워!"
"아저씨. 닭꼬치 두개 주세요."
"그래. 어떤 맛으로 줄까?"


여기서 파는 닭꼬치는 맛이 5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순한맛, 보통맛, 매운맛, 눈물맛, 거침없이 매운맛. 나는 계속 보통맛으로만 먹었지만, 거침없이 매운맛은 아무나 먹을만한게 아니라는데.


"나래는 어떤 맛으로 먹을래?"
"음.. 나래는 매운맛!"


저런. 나래가 의외로 매운맛을 좋아하는건가. 나는 어떤 맛을 먹어야하나.


그래. '거침없이 매운맛' 한번 먹어보자. 어차피 천원짜리 닭꼬치, 매우면 얼마나 맵겠는가.


"매운맛 하나랑, 거침없이 매운맛 하나요."
"거침없이 매운맛, 자신있겠어?"
"네. 한번 먹어보려구요."


닭꼬치가 나오는 동안, 나래랑 얘기를 했다.


"나래는, 매운거 좋아하나봐?"
"응. 집에 갈 때마다, 떡볶이도 자주 먹었어."


역시 여자애들은 분식집을 자주 들르나보다. 그러면서 자기가 살쪘다 살쪘다 하고 있는데, 자신의 평소 습관을 좀 생각해줬으면 한다.


그런데, 나래는 분식같은걸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살은 전혀 안쪘다. 오히려, 여전히 자그마한 모습이다. 아까 본 희정이가 오히려 나래보다 나이가 더 많아보인다. 나래가 나보다 어리다고는 해도, 확실히 원래 나이보다도 더 어려.


나래도 평소에 활기차게 많이 움직여서 별로 살이 안 찐 것일까. 궁금하다.


"자, 닭꼬치 나왔다. 이게 거침없이 매운맛이고, 이게 매운맛이다."
"여기 이천원이요."


그리고 매운맛 닭꼬치를 나래한테 주고, 나는 거침없이 매운맛을 들었다.


"와, 호진오빠. 잘 먹을께~"


그런데, 거침없이 매운맛을 한 입 먹으니까.


...확실히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뭔가 느낌이 팍 와. 그리고 한 입 삼키고 또 한 입 물었는데..


정말 게임같은데서 드래곤이 왜 화염으로 된 브레스를 뿜는지 알겠다. 드래곤도 평소에 매운것을 이렇게 많이 먹는건가. 매워. 너무 매워.


"호진오빠. 괜찮아?"
"으..응. 괜찮아."


하지만 전혀 괜찮지 않다. 괜히 '거침없이 매운맛'이 아니잖아. 지금도 혀가 뜨겁다. 그래도, 어찌어찌 다 먹긴 먹었다.


"와, 호진오빠. 대단해. 거침없이 매운맛을 먹다니."
"그런건가.."


나. 앞으로 거침없이 매운맛같은거 절대 안먹어. 이렇게 닭꼬치를 먹으면서 가다보니, 벌써 나래네 집에 도착했다.


"호진오빠. 내일 나래랑 같이 노는거, 알지?"
"모를리가 없잖아."
"그래. 그럼 내일 만나~"


이렇게 나래랑 헤어지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혀에는 여전히 후유증이 남아있다. 뭐 어떤 라면집에서는 '라면 핵폭탄맛 도전성공시 1그릇 공짜 쿠폰증정' 이런걸 하던데.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봤다. 정말. '이성간의 우정'이라는 것은, 불가능한것일까. 왜 '우리, 친구로만 지내자'라는 말은 다들 싫어하는 것일까.


정말. 모두와 그냥 친하게 지낼수는 없는것일까. 나는 정말 모르겠다. 내일은 놀토라서, 간만에 조금 휴식을 취할 수 있겠구나. 아니지. 나래랑 같이 놀아야지. 그런데 그 '재열'이라는 애가, 묘하게 신경쓰인단 말이지.


그런 묘한 기분 속에서, 오늘도 남은 하루를 보내야지. 내일이 놀토라고 해서 하루종일 놀면 좀 곤란하겠지. 시험기간이긴 하니.


집에서도 아직도 거침없이 매운맛의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있어. 물이나 먹어야지.


정말 희연이도 그 Radi@ Akiha를 들었을까. 만약 희연이가 들었다면.. 희연이의 기분은 또 어땠으려나.


...그런 이유로, 오늘도 잠자리에 들어야지. 요새도 모기가 자주 들어오니까, 홈매트는 꼭 피워야지. 요새 TV프로같은데서 모기향이 오히려 담배보다 사람 몸에 해롭다니 뭐니 하는 얘기가 들려오지만, 피우는 모기향이 아닌 전자모기향 홈매트같은건, 괜찮겠지?


아함. 간만에 뭔가 잠을 푹 잔것 같네. 가만. 지금 저기에 걸려 있는 시계가 가리키는 시간.


10시??!!!!!!!!!!!!!!!!


그리고 나가려고 달력을 보니까..


맞다. 오늘 놀토였지. 학교 안가도 되는구나. 휘유. 십년 감수하는줄 알았다. 그냥 밥이나 먹어야지.


그동안 죽어라고 공부하다보니 오늘은 결국 늦잠을 자버렸네. 에이. 늦잠자도 상관없는 날이긴 하지만.


오늘은 나래랑 만나기로 한 날이지. 그리고 그 나래의 전학오기 전 친구인 재열이라는 애도 온다고 했지만. 기다리는 동안에, 간만에 오락실이나 갈까.


오늘이 놀토라서 그런지, 아직 점심시간도 안되었는데 몇몇 학생들이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어이. 너희들은 시험공부 안하냐.


펌프는 오늘도 펌프팀 'Only One'이 꽉 잡고 있어서 내가 할 엄두가 안나고. 뭐 펌프대회 국내예선을 준비한다나 어쨌다나. 다들 실력이 굉장하다. 도대체 저 어나더스텝은 뭐란 말이냐.


이제 동전을 교환하고 EZ2DJ에 돈을 넣으려고 하는데, 동전교환기를 오락실 주인아저씨가 고치고 있네. 하긴 여태 천원짜리 신권이 많이 풀렸는데도 이 오락실의 동전교환기는 아직 신권 교환은 안되었지.


"아저씨. 이제 신권 교환 되는거예요?"
"응. 이번에 동전교환기 바꿔서 신권이 된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운 리듬게임 하나를 새로 들여오기로 했거든."


오호. 새로운 리듬게임이라. 리듬게임 좋아하는 나로서는 뭔가 너무나 반가운데.


"무슨 게임인데요."
"아마 이 세가지 중 하나 들여올거야. 팝픈뮤직 피버하고, 드럼매니아 V3하고, 파라파라 파라다이스 2nd. 그 중 어떤거 들여오면 좋을까?"


팝픈뮤직 피버. 팝픈뮤직의 14번째 버전이지. 비시바시 챔프같은 동그란 버튼으로 하는 뭔가 귀여운 분위기가 가득한 게임이지. 인터넷에 나돌던 클래식연주 동영상도 나름대로 유명하고. 다만 이 팝픈뮤직도 어려운 곡들은 진짜 어렵다니까. 조이플라자 같은 곳 아니면 하기 힘들지.


드럼매니아 V3. 드럼을 치는 게임인데, 이 오락실에도 드럼매니아 10th는 있지. 그런데, V3에는 진짜 노래가 많다고 들었다. K, 리라이토, 사쿠란보, 카르마... 이렇게 어느정도 알려진 노래들도 있고 말이지. 역시 조이플라자 아니면 하기 힘들었고. 지금은 풀린 오락실이 약간 있긴 해도.


파라파라 파라다이스 2nd.. 말그대로 팔이 아픈 게임이지. 지금은 시리즈가 끊겼지만, 빠른 댄스곡에 맞춰서 '파라파라'라는 팔동작을 이용한 춤을 추는 게임인데, 노래마다 정해진 동작이 있지. 그래서 그 동작에 맞춰서 하는 사람들이 꽤 많고. 옛날에 조이플라자에 있었다 없어졌고.


셋 다 나름대로 재미있는 게임인데. 마음같아서는 셋 다 이 오락실에 들어왔으면 좋겠지만. 셋 다 들여놓을 여유는 절대 없는것 같으니까. 결국 셋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뭐 셋 중 하나라도 들어오면 정말 좋지.


어떤것이 들어오면 좋을까나. 물론 내가 한 결정으로 들어오게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 다음회에 계속 -


네. 또다른 인터넷 방송에서 심지어 실명까지 밝혀가면서 나래는 호진이의 얘기를 했고. 현석이 또한 그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들었죠. 그리고 희연이 또한 Radi@ Akiha를 물어보는데, 여전히 희연이한테는 부담스러움을 느끼고 있는 호진이. 희연이 때문에 나래가 희정이를 괴롭혔었던 것을 알게 되었지만 호진이랑 나래랑 계속 같이 있으니까 이제 희정이가 괴롭힘을 당할 일은 없을듯? 그리고 날은 지나고 나래의 전학 전 친구 재열이가 오기로 한 날. 과연 호진이는?


참고로 Radi@ Akiha는 '애쉬군'님께서 쓰신 '이상욱의 일기'에 나오는 히로인 '성유나' 양이 하는 인터넷 방송입니다.


그리고 저는 드디어 내일부터 개강입니다. 이제부터 연재일이 조금 늦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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