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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스쳐지나가는 비 아래에서…….

2006.02.17 00:06

우중낭인 조회 수:160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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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은희가 내 앞에 털썩 앉았다.
“다 끝났어?”
“으응, 거의.”
오늘은 야간 자율학습이 없다. 단축수업이라 학교 수업이 끝난 지도 오래다. 그러나 은희와 나는 여기 이렇게 교실에 남아 선생님이 시키신 일을 끝마치고 있다. 반장과 부반장의 책임이랄까. 이제 거의 다 끝나가는 서류 정리를 지루해 보이는 눈으로 내려다보던 은희는 이내 시선을 천장에다 주었다.
은희는 그 작은 입술을 아주 조그맣게 열고는 이젠 지겨워야할 그러나 여전히 지겹지 않은 멜로디를 뿜어내었다. 허밍으로. 그 멜로디가 단지 밝기만 해 보인다면 거짓말일까. 밝아 보이는 그 깊은 곳에선 촉촉한 습기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이것은 어떤 느낌이다, 라고 정확하게 표현을 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 끈적끈적한 빗물이 연상되기도 한다.
나와 은희가 단짝친구가 된지 어느새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다른 친구들에게 놀림도 많이 받았더랬다. 어떻게 여자랑 단짝친구가 될 수 있느냐며. 사실 나도 은희를 만나기 전까진 남자와 여자가 어떻게 절친한 친구가 될 수 있겠느냐, 그런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 학교에 입학하며 같은 반이 된 은희를 만나고 나서 그러한 관념은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은희는 다른 여자애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일단 성격이 남자 못지않게 털털하면서도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의 사도다. 무엇이든 옳지 못한 일을 보면 팔 걷어붙이며 나서서 해결 보는 성격이다. 그 때문일까, 성격 좋고 외모도 괜찮은 데다 공부도 잘 하는 은희가 남녀 구분 없이 인기가 좋으면서도 이상하게 남자 친구가 생기지 않는 것은. 하긴, 나도 은희의 그러한 점에 끌려 이렇게 딱 붙어 다니는 단짝친구가 된 것이리라.
사실 처음에 은희와 나는 그리 친한 편이 아니었다. 아니, 원수지간이나 다름없었다. 고1 때도 은희는 반장, 나는 부반장이었더랬다. 그런데 이상하게 꼭 학급회의 같은 걸 할 때면 나와 은희의 의견이 전혀 맞질 않는 것이었다. 결국 학급회의 때마다 서로가 서로에게 고래고래 소리치며 싸우기 일쑤여서 우연히 복도에서 마주치기라도 하면 서로 잡아먹을 듯이 노려보곤 했다. 그리고 바로 그 직후엔 서로에 대한 악담을 친구들 앞에서 퍼붓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던가. 기말 고사와 여름방학 그 사이의 어느 날이었으리라.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나 동시에 똑같은 책을 꺼내려다 손이 닿고 눈이 마주친 것이. 그때 우린 잠시 멍하니 서로를 바라만 보았다. 이내 우린 조용해야할 도서관에서 킥킥 대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억눌러야 했다. 어째서 웃음이 나왔을까. 우연히 도서관에서 같은 책을 골랐다는 것이 그렇게 우스웠을까. 아니면 학교에선 거의 말도 안하고 서로를 헐뜯으며 지내던 둘의 손과 눈이 정면으로 마주친 까닭에서였을까. 마치 삼류 로맨스 소설에 나올 법한 운명적 사랑의 시작처럼. 그것도 아니면 우리가 노린 책 제목이 ‘원수에게 찐하게 저주 거는 100가지 방법’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그 후로 우리는 급격히 가까워지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은희가 남자들 보다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보아하니 은희도 여자들 보다는 나와 더 많이 노는 것 같다. 이렇게 서로 딱 붙어서 다니다보니 전교에 우리가 커플이라는 헛소문이 널리 퍼졌다. 우습게도 그런 소문이 퍼지고 난지 얼마 안 돼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학교 지정 커플이 돼버렸다. 하긴, 공부 잘하고 품행 단정한 학생 두 명이 건전해 보이는 교제를 한다, 라는 것처럼 보이니 신기하고 재밌을 수도 있겠다. 또한 다른 이들은 남자와 여자는 친한 친구 사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뭐, 이제 은희와 나는 그런 것들은 신경도 쓰지 않게 되었지만.
“으음- 음음- 흐으음-”
은희는 멜로디를 끊지 않고 계속해서 뽑아냈다. 그러면서 눈은 쉴 새 없이 움직여 교실 구석구석을 훑어 봤다. 잠시 후,
“으음-… 경우야, 불 좀 켤까? 이거 점점 날이 어두워지는데…….”
눈이 안 좋아 안경을 쓴 나를 걱정하는 듯 은희가 말했다. 아니면 날이 어두워지니까 일 좀 빨리빨리 끝내라는 뜻을 내포한 걱정이었던가. 은희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이런 생각이 들자 피식 웃음이 나오고 만다.
“오케이, 조금만 기다려. 금방 끝낼게.”
내겐 별 의미 없는 쪼가리들을 휙휙 넘기며 마지막 검토를 했다. 그때 은희가 낮게 목소리를 냈다.
“경우야.”
“응? 조금만 기다려 거의 다 끝났…….”
“나 곧 전학 간다.”

- 팔랑

손에 들고 있던 종이 쪼가리 하나가 열어 두었던 창문을 통해 불어온 바람을 맞고 처절하게 춤을 췄다. 난 종이 뭉치들을 책상 위에 천천히 올려놓고 숙였던 고개를 들어 은희를 봤다. 은희는 평소와 같아 보이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은희는 평소와 달라 보이는 서글픈 눈빛을 하고 있었다.
“어디로?”
이상하리만치 내 목소리가 평온하게 나왔다. 과연 이 목소리가 내 목에서 나온 소리가 맞는 건지. 아니, 이상하게 정신이 맑아진 기분이 들었다. 충격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무얼까. 이 생소한 느낌은. 슬픔도 아쉬움도 허전함도 아닌데……. 모순된 말일지 몰라도 정신이 맑은 듯 멍하다.
“으음, 저어기 먼 데로 가.”
은희는 헤헤 거리며 그냥 저어기, 라며 손가락으로 어딘지 모를 곳을 가리켰다. 그러면서 말 한다. 내가 너한테만 알려준 거다. 다른 애들한텐 아직 말하면 안 된다. 너니까 알려 준 거라고. 우린 베프잖아? 하하.
“다 됐다. 이제 가자.”
난 은희가 신나게 말하고 있는 가운데 아무렇지 않게 말하고는 은희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곤 가방을 챙겨 갈 준비를 했다.
“뭐해? 가자니까. 비 오겠다.”
은희는 이런 나를 아주 잠시 표정 없이 올려다보더니 이내 평소처럼 밝게 웃으며,
“그래, 가자.”
은희가 일어서기도 전에 교실 문을 열고 나왔다. 난 먼저 현관에 나와 은희가 나오길 기다렸다. 하늘을 보니 우중충한 게 곧 한바탕 쏟아질 품세였다. 장마는 벌써 지나갔는데 왜 또 뒷북을 치는 거니, 하늘아.
은희가 총총 뛰며 현관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야, 왜 그렇게 빨리 가냐!”
은희는 여전히 장난기 어린 미소로 헥헥 거리며 내게 핀잔을 줬다. 그러나 난 평소처럼 미소 지어 주지 못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혼잣말 하듯 뇌까릴 뿐이었다.
“빨리 가야겠는걸.”
“아, 그러게.”
은희는 급히 신발을 신고는 가방을 추켜올리며 앞장서기 시작했다. 난 그런 은희의 뒤를 따라 조용히 걸었다. 은희는 나에게 전학을 가게 된 배경이나 그 전학 가게 되는 곳이 어떤 곳이다 라며 신나게 설명을 해줬지만 내 한 없이 맑고 또 멍한 머릿속에 박히진 못했다. 은희는 한동안 신나게 떠들다가 내가 웃어주지도, 그렇다고 대답을 해주거나 맞장구 쳐주지도 않자 이내 어색하게 몇 번 웃고 말았다.
잠시 그렇게 어딘지 불편한 동행이 이어졌다. 우리가 이렇게 말없이 걸어본 적이 있던가. 전학이라……. 참 실감 안 나는 말이구나. 꿈결에 허우적대는 기분이다. 돌연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리기 시작했다. 멍하니 다른 곳을 바라보던 난 앞에 걷고 있는 은희의 뒷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은희가 다시 허밍을 시작한 것이다. 으음- 흐음- 으음- 하며.
그때 멍하던 머릿속에 한 가지 의문이 돋아났다. 저 곡은 누구의 것일까. 누가 작곡을 했고 또 곡명은 무얼까. 어디서 들었으며 어째서 항상 부르고 다니는 걸까. 어째서 난 이 아이와 함께 다닌 1년 반 동안 한 번도 그 곡에 대해 이야길 꺼내본 적이 없는 걸까. 그저 항상 은희의 허밍이 좋아 그대로 취해있었던 까닭에서였을까. 별로 궁금하지 않았던 걸까. 그냥 그대로 듣는 것만이 좋아서였을까. 물어 볼 시도도 한 번 해보지 않았다. 잘 생각해 보니 은희가 나 말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이 멜로디를 내는 걸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아아, 돌연 왜 이런 생각들만 머릿속을 가득 채우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은희야.”
조용한 내 부름에 은희가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흔들며 뒤돌아 날 바라봤다. 언제나 한결같은 미소를 지으며.
“왜?”
머리가 지끈거릴 바에야 차라리 물어보자. 그렇게 생각하고 은희를 불렀다. 그냥 평소처럼 자연스레 입을 떼려고 하는 그 순간, 하늘이 참지를 못하고 기어이 눈물을 쏟아냈다.
“으아, 비 온다.”
“어, 진짜?”
은희는 가느다란 아기 빗물들이 자신의 얼굴을 때려오는 것을 즐기는 듯 미소 지으며 잿빛 하늘을 올려다봤다. 은희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이번엔 하늘에 대고 허밍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머릿속이 멍해져오려 했다.
“점점 더 많이 내릴 것 같다. 뛸까?”
내 물음에 은희는 밝은 미소를 지은 채로 답해줬다.
“그러게. 우산도 없고 우비도 없으니까. 아, 그런데 뛰기는 또 싫다. 보아하니까 그저 스쳐지나가는 비인 것 같은데, 그냥 걷자.”
평소 때 같았으면, 뭔 헛소리야. 빨리 뛰어가자. 그랬을 텐데. 하지만 어쩐지, 지금은 그럴 기분이 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은희의 모습에 멍하니 굳어있던 내 입가에도 웃음이 떴다.
“그럴까.”
은희와 나는 나란히 또 천천히 걸었다. 은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지금 내리는 빗줄기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그 멜로디를 내었다. 난 그런 은희의 옆에서 아스팔트 위에 강렬히 부딪쳤다가 장렬히 튀어 오르는 빗줄기들을 바라보며 귓가에 흘러들어오는 그 멜로디에 취했다. 우리 둘의 입가에 닮은 미소가 떠 있음엔 틀림이 없겠지.
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 아기 빗줄기들은 금방 키가 자랐다. 이제 어른 빗줄기라고 해도 좋을 만큼 커진 녀석들은 점점 거센 폭격을 시도하기 시작했다.
“야, 이은희!”
이젠 여기저기서 산발적으로 터지는 빗줄기들의 폭발소리에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로 불렀다.
“왜?”
은희도 높고 커다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은희와 내 눈이 마주쳤다. 난 그런 은희를 장난스런 눈으로 보며 크게 소리쳤다.
“뛰어!”
크게 소리치며 내달렸다. 은희는 내가 말하기도 전에 대충 눈치를 챘는지 소리를 막 질러대며 내 뒤에 바짝 붙어 뛰기 시작했다. 내리는 방향에 반해 달려서일까. 샤워기를 튼 듯 빗줄기가 내 얼굴을 시원하게 때려댔다.
은희와 난 그리 빠르지 않은 속도로 시내를 내달렸다. 자동차들이 웅덩이에 고인 비를 튀기며 지나가는 소리. 여기저기 비를 피해 내달리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 은희와 나의 웃음소리.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 어쩐지 지금 이 순간 모든 게 꿈만 같이 느껴졌다. 은희의 전학 얘기도 이젠 이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
그렇게 꿈결 속에서 얼마나 뛰었을까. 나와 은희는 어느 카페 앞 처마 밑에서 멈췄다. 우리 둘은 옷 입은 채로 바다에서 수영이라도 하고 온 듯한 꼴이 되어있었다. 숨도 턱밑까지 차올라서 미친듯이 헐떡였는데, 서로의 꼴을 보면서 또 그 와중에 웃음이 터져버리고 말았다. 안 그래도 호흡하기 어려웠는데 웃음까지 나오니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숨이 잘 안 쉬어지는 게 이러다 죽는 건 아닐지 하고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정말 미칠 것 같았다. 정말 즐거워 미칠 것 같았다.
우린 그렇게 한참을 웃다가 다시 침묵 속에 빠졌다. 그러나 아까처럼 어색한 침묵은 아니었다. 편안함 속의 고요랄까. 우리 둘은 아무런 말없이 바보같은 미소만 마냥 지으며 주위를 천천히 살폈다. 그저 스쳐지나갈 비 아래에서 곧 멈춰주길 기다린다.
다시 귓가에 멜로디가 어른거리기 시작한다. 빗소리는 여전히 세상을 부술 듯 시끄러운데 어떻게 은희의 조용한 멜로디는 그 속을 뚫고 내 귀에까지 다다를 수 있는 것일까. 너무나도 확실하게 들려온다. 은희의 아주 작게 벌어진 입에서 새어나오는 이 소박한 음은 안 그래도 비에 잔뜩 젖은 내 가슴을 더욱 촉촉하게 적신다.
아, 갑자기 아까 그 곡에 대해 물어보려다 못한 것이 생각났다. 난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평소처럼 태연하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물어보려 한다. 평소처럼 자연스럽고 밝은 미소를 띠며 물어보려 한다. 지금까지도 내 머릿속은 멍하니 맑기만 하다.
“은희야.”
은희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날 봐주었다. 내가 언제나 닮고 싶었던 미소를 간직한 아이. 그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나지막이 멜로디를 불러주었다. 그러면서 마냥 미소 짓고만 있다.
별안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아, 이제 곧 이 아이가 내 곁을 떠나가게 되는구나. 만약 지금 그 곡에 대해 물어보지 않는다면 영원히 모르고 지나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방금 마음먹은 대로, 평소처럼 입을 열어 물었다.
“좋아한다. 나랑 사귀어줄래?”
은희의 입가에서 그 미소가 언뜻 스러져갔다. 은희의 입가가 다물어졌다. 멜로디가 끊겼다. 아아, 그랬다. 지금 물어보지 않으면 다신 이 이야기를 꺼내지 못할 것 같았다. 1년 반 동안이나 같이 다니면서 묻지 못한 말. 그리 길지도 않은 말. 사실 나도 이제야 깨닫게 된 그 말. 바보같이 지금에 와서. 그래서 나도 모르게 물어봤다. 나도 내 입에서 이런 얘기가 나올 줄은 몰랐다.  
심장이 떨린다거나 온 세상이 노랗다거나 얼굴이 발개지거나 하진 않았다. 그냥 너무나도 평온하다. 난 그저 자연스럽게 물어본 것이다. 그 곡은 어떤 곡이니? 알려줄래? 그러나 내 입가에 고인 미소만은 한층 밝아진 느낌이 든다.
은희의 얼굴에 한 동안 읽을 수 없는 표정이 떠올라왔다. 그러나 그것도 오래 머물지 않았다. 이내 은희의 입가에 내가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밝은 것이 어리기 시작했다. 이제껏 함께 다니며 은희의 눈에서 나온 걸 본 적이 없는 아름답고 따스한 것이 은희의 양 볼을 타고 흘렀다.
“빨리도 물어보는구나.”
은희가 내 품에 꼬옥 안겼을 때, 그제야 멍하던 내 머릿속이 확 하고 깨어나는 것만 같았다. 아아, 알고 있었다. 난 오래전부터 그 곡이 어떤 노래인지 알고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깨닫고 있었다. 내가 예전부터 좋아하던 그 곡. 어째서 난 지금까지 깨닫지 못한 채 있었나. 아니, 어째서 난 지금까지 모른 척 하고 있었나.
내 품에 안긴 은희는 다시 한 번 내 가슴을 적셨다. 난 은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번엔 내가 은희에게 노래를 불러주기로 했다. 은희가 나에게, 나만을 위해 불러주던 그 곡을. 천천히, 그리고 속삭이듯.
“Fly me to the moon, And let me play among the stars. Let me see what spring is like on Jupiter and Mars…… In other words, please be true. In other words, I love you…….”
내 노래 소리도 이 빗소리를 뚫고 은희의 귓가에 다다를 수 있을까. 은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몸을 가늘게 떨기 시작했다. 아아, 다다른 모양이다.
비는 우리의 예상과는 다르게 쉽사리 스쳐지나가지 않았다. 오래도록, 오래도록 우리 위에 머물러주었다. 언제까지고 내릴 것만 같다. 언제까지고 내려줬으면 한다.  



- f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