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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오! 해피 데이

2006.01.16 07:58

루크 렌서드 조회 수:124 추천:1

extra_vars1 구 창도 단편제 출품작 
extra_vars2 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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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방 J대학에 다니는 대학생입니다. 아! 뭘 전공하고 있냐고요? 음... 잠시 귀 좀 빌릴게요. 전 컴퓨터게임 전공을 하고 있어요. 그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냐고요? 그건 비. 밀.

저기 보이는 노란 찻집. 바로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한번은 들어갔던 찻집이죠. 저요? 훗, 저도 딱 한번 들어가 봤습니다. 누구하고 갔냐 구요? 물론 지금 제 옆에 같이 나란히 걷고 있는 여자친구를 정식으로 처음 만난 곳이죠. 그렇다면 한번 제 이야기를 들어 보실래요?


                      *                            *                             *
사랑.
누구나 한번은 따뜻한 가슴으로 느껴 보았겠지요?

정말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 이러다가 병이라도 나는게 아닐까요?
그랬습니다, 제가 사랑을 얻기 위해서 많은 시련과 아픔이 있었죠.

첫눈에 반한 그녀. 제 가슴을 새까맣게 태워 놓는 것도 모자라 마음을 이렇게 송두리째 뺏아가 버린 그녀. 같은 학교지만 다른 과인 그녀는 02 학번의 신참내기. 윤기 나는 긴 생 머리에 청바지에 흰 티 그리고 노란 운동화. 저는 처음 그녀를 보는 순간 저는 숨이 멈추는 착각을 받았습니다.

큐피트의 화살.
그렇게 제 사랑은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저는 복학생 이였거든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군 휴학을 낸 저는 군대를 갖다와서 올해에 복학을 했죠. 그녀도 저도 같은 1학년이지만 저는 여자 앞에 서면 말을 못하는 그런 바보이기에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지켜만 볼뿐 한마디의 인사도 하지 못했죠. 그러던 어느 날 전 우연히 우리 반 동생이 그녀와 웃으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을 보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사람. 왜 저는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요. 사귄 지 얼마나 되었을까? 나보다 먼저 알았을까? 답답한 마음을 안고 저는 수업을 받기 위해 다시 교실로 들어 왔죠. 그리고 그녀의 남자친구가 제 옆에 앉았습니다. 워낙 충격적 인 것을 보아 몰랐는데 그녀의 남자친구는 저의 반의 과대였습니다. 언제나 붙임성 좋고 유머 감각이 뛰어나 여자들한테도 인기가 많았고 친구들도 많아 보였던 남자. 한숨이 절로 나왔죠.

"형, 오늘 우리 농구할까요?"

그러고 보니 저는 운동을 썩 잘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합니다. 지금 나에게 말을 건 이 남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도 괴로웠지만 어차피 나 이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 신이 안다고 해도 말은 하지 않겠죠. 저는 승낙을 했습니다. 농구를 하다보면 그 정지된 기억이 지워질 꺼라 굳게 믿었죠.

그렇게 3:3 농구는 시작되었습니다.

"화이팅!"

생각지도 않게 그녀가 환하게 웃으며 구경을 하러 왔더군요. 저와 과대. 같은 팀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보다 더 멋진 실력을 보이려고 저는 남들보다 배로 뛰어 다녔습니다. 과연 제 모습이 눈에 들어올까요? 오늘은 파란 운동화를 신고 있네요. 그녀의 눈은 제가 아닌 과대에게 향하고 있네요. 과대가 공을 잡으면 좋아하고 슛을 성공하면 그 자리에서 뛰면서 옆에 있는 여자 분은 친구인지 무슨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고 내가 슛을 성공하면 시큰둥한 그녀의 표정. 결국 저희 팀은 지고 말았죠. 그녀의 행동하나 표정하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공을 잡고 그녀를 한번 힐끗 보다 모두 빼앗기고 말았죠.

그리고 그 농구 시합이 되어 그녀와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습니다. 훗훗, 아주 다행이었죠. 조심스럽게 물은 제 질문에 그녀는 웃어 보였습니다.

하핫, 아직 남자 친구는 없다고 하더군요.  


                    *                            *                             *


언제나 수업이 끝나면 내 친구들과 그녀의 친구들은 모여 같이 집으로 향하죠. 그녀는 나를 알면서도 모르는 척 내 옆에 있는 친구와 얘기만 잘하죠.
혹시 그녀 제가 싫은 걸까요?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척 하는 걸까요?
저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며 마음 속으로 외쳤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고. 절대로 날 싫어  하는 게 아니라고.

토요일.

언제부터인가 싫어하던 주말이 시작이 오늘은 기쁩니다. 오늘은 내 친구들과 그녀의 친구들이 같이 놀이동산에 가기로 했거든요. 그녀는 무서운걸 좋아할까요? 짜릿한 롤러코스터는 무서워할까?

그녀를 만나기 전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늘 하루는 즐겁게 놀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노래방. 유치하지만 전 노래에 제 마음을 담아 그녀를 바라보고 좋아하는 감정을 은근슬쩍 표현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전 먼 곳만 바라보네요.

즐거워야 했던 오늘 하루. 아니 즐거웠던 오늘 하루. 하지만 속상하더군요. 그녀는 언제나 저를 보면 괜시리 새침한 그녀로 변합니다. 즐거웠지만 슬픈 하루...오늘은 지나고 내일이 지나면 다시 볼수 있겠지만 이제 그녀를 볼 용기가 나질 않네요.

                     *                            *                             *

그렇게 시간만 지나가면서 더욱더 타들어 가던 내 마음을 알아주듯 친구들이 도와주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친구들, 저를 위해서 모두가 그녀와 자주 만나 내 얘기를 해주었고 그녀의 친구들도 제 친구들과 함께 열심히 저를 위해 애썼고, 그 결과 그녀가 저에게 연락해 주었습니다.
저는 그날 기분이 좋아 수업도 땡땡이 치면서 집에 돌아가 밤을 세우면 엄청나게 많은 재미있는 얘기들을 외웠습니다.

거울을 보면서 표정관리도 하면서 말이죠. 후훗, 날 싫어하는 게 아니구나. 그러면서 모르척 했구나.

혼자 들떠 저는 마지막에 꼭 한 마디 말을 할거라고 다짐했죠.

'내일은 꼭, 고백을 하고 말 거야. 내 사랑 되어 달라고'

그리고 다음날.
집밖을 나선 저는 새로 산 구두를 이리 저리 둘러보았습니다. 그녀가 마음에 들어해야 할텐데. 하늘을 보니 구름이 솜사탕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드네요.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낼까? 어제 밤새 외웠던 그 이야기를 어떻게 포즈를 취하며 말해야 재미있을까? 떨리는 가슴을 안고 저는 노란 찻집을 향해 걸어갔습니다. 장미꽃 한 송이를 사서 그녀에게 안겨 줄까? 찻집 안에 들어선 저는 시계를 보았습니다. 아직 5분이 남았네요. 다행이 늦지는 않았나요. 그녀가 기다리면서 지루해 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거든요. 하지만 그녀가 모습을 보이고 내 앞에 앉으며 웃어 보이자 동시에 그 많았던 얘기들은 새카매져 버렸고 몸은 굳은 듯 입술마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녀와 저 사이에는 색이 이쁜 키위 쥬스와 오렌지 쥬스가 나와 자리를 잡고 그렇게 긴 침묵 속에 저와 그녀는 단 한마디 말없이 쥬스만 마시고 있네요.

뭐라고 말해야 할텐데... 저는 떨리는 마음이 어느새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힘겹게 첫마디를 했죠.

"안녕하세요."

처음 꺼낸 제 말은 인사말 이였습니다. 바보 같이... 그녀는 그런 나의 모습이 좋게 보였을까? 그녀는 자그맣게 쿡 하고 웃네요. 그녀의 웃음을 이렇게 단둘이 앉아서 볼 수 있다니 저는 용기가 생기는 것 같았습니다.  

"하하..이러고 있지 말고 우리 영화 보러 갈래?"

그녀는 나의 질문에 대답대신 머리를 끄덕였고 먼저 일어나 계산을 하더군요. 이런 내가 무슨 실수를 했을까? 혹시 계산만 하고 나가면 어떡하지? 단지 이야기 거리가 생각이 나지 않아 영화를 핑계로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다행히 그려는 저의 생각과 달리 밖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미 안면이 있지만 이렇게 어색할 수 있을까. 아마 그녀도 나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둘이서 영화관으로 갔죠. 단 둘이 말입니다. 정말 이때 기분은 날아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곳 저는 또 다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처음 생각대로 영화 제목도 내용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자꾸 그녀의 어깨를 어떻게 감싸 안아볼까, 내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까? 하는 고민만 하고 말았죠.

그렇게 영화가 끝나고 저녁을 먹고 영화얘기와 관심 없는 이야기를 끝으로 날이 어두워지자 저는 그녀의 집 앞 골목길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이렇게 헤어지고 마는 걸까? 어쩌면 다시는 이런 기회가 오지 못할지도 모르죠. 용기가 안 나고, 자신이 없군요. 어떻게 서든 다가가서 제 답답한 마음을 전하고 싶은데...
그렇게 흔하던 '안녕'이란 말도 못 한 채 돌아설 때, 그녀가 절 불렀습니다. 그녀가 저한테 할말이 있나 봅니다. 혹시...저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고개를 떨군 저와 말없이 서 있던 그녀에게 보이지 않는 거리감이 느껴졌습니다.

"저기.."

그녀는 이제 말할 용기가 생겼나 봅니다. 저는 눈을 꼭 감고 입을 악 물었습니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가 다가오는지 운동화가 아닌 붉은 색 구두의 발굽소리에 저는 움찔하며 눈을 띄고 그녀를 보았습니다. 결정했다는 그녀의 얼굴을 보며 걱정하는 제 입에 입맞춤을 하더군요.

"바보."

그리고 그녀는 부끄러운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어 갔습니다. 전 아직도 멍청한 표정으로 몇 번이고 볼을 꼬집어 봤습니다.

그녀는 보이지 않았지만, 너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분이 바로 이런 기분일까요?
그리고 그렇게 바보 같이 굴던 저는 용기를 내어 다음날 그녀에게 정식으로 프로포즈를 했습니다. 장미꽃 한 송이를 안겨 주면서 말이죠.

                          *                            *                             *

아... 그녀가 제 손을 잡아당기네요. 그녀가 저랑 같이 가자고 부른 곳이 노래방 인 듯 합니다. 저기 멀리 보이는 노란 찻집을 보니 미소가 끊이질 않네요. 저 찻집이 유명하고 왜 우리 학교 학생들이 한번은 들어간다는 제 말이 이제 이해가 되죠? 저는 그때 그 토요일 밤. 우울했지만 좋은 추억이 된 그 날에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불러 봅니다. 그녀.. 이제 다른 곳을 보지 않고 저를 봐 주네요.

이렇게 제 사랑이 완성되게 도와준 친구들과 그녀의 친구들 정말로 고맙습니다. 그리고 특히 과대야! 너 정말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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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창조도시에서 활동할때 이벤트 단편제때 썼던 졸작입니다. 그냥 그대로 유지하고 싶어 수정없이 올려 봅니다. 알고 보니 제 메일에도 이런 잡다한 글이 있네요. 더 확인해봐야 겠어요.

참고로.. 이 이야기 제 이야기 아닙니다. 그냥 제 이야기인것처럼 꾸민거죠. 오해할 사람도 없겠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