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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bad ending

2006.12.15 09:03

네이키드 조회 수:179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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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Ending -1-


 


 


" 어떨때는 가까운 사람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 자신의 운명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


 


1

어제 너무 과음해서 인지... 속이 정말 뒤집히는 것 같았다.

' 아직... 이른가...? '

정우는 눈뜨기 무섭게 핸드폰을 확인한다....

07:14분.

' 어라...? '

통화목록을 확인했다.

유경화
유경화
어머니
유경화
이민재
유경화
유경화

부재중 전화는 없었다.

' 어라라..? 이런일은 없었는데... 무슨일이 생긴걸까...? '

' 뚜.... 뚜... 뚜둑... '

" 야... 너.... 왜... 저.... 전화... 어라? "

끊어버렸다. 알 수없는 그녀의 행동. 전화를 끊어 버리다니..

그러나 그녀의 모닝콜이 없었던 것 보다 더 급했던건... 정우는 늦잠을 자버렸단 사실이었다.

" 젠장... 또 늦었다... "

정우의 몸놀림은 날렵했다. 그렇게 앞만보고 뛰면서도 어찌 발밑의 장애물을 잘도 피하는지.... 마치 어렸을적 유행하던 만화영화의 주인공 '태즈'를 연상케 했다.

'오늘 무슨일 있는거냐...? ㅋㅋ 모닝콜 안했던데... 덕분에 난 지각이다 --;; 이제 부장한테 엄청 까이겠네..... ㅠㅜ'

전철 안으로 몸을 던지기전, 정우는 메세지를 남겼다.



2

아직은 아침의 햇살이 제국의 하늘은 집어삼키지 못한 새벽녘.


안구에 라이트를 달지 않고서는 볼 수 없을 만큼의 어둠이 덮혀있었던 그 방에는,


 


여인이 있었다.


 



여인은 어두웠다. 수심에 가득찬 얼굴, 다크써클이 없는 것은 여인에겐 천만 다행이었다.

뭔가... 홀린건가...

' 부우우웅.. '

휴대폰 문자 메세지가 왔다.

' 오늘 무슨 일 있는거냐...? ㅋㅋ 모닝콜 안했던데... 덕분에 난 지각이다 --;; 이제
부장한테 엄청 까이겠네... ㅠㅜ '

어두운... 분위기의 메세지는 아닌 것 같은데... 여인의 표정은 아침해가 점령못한 새벽녘의 어두운 방 보다 더 어두웠다.


말없이 휴대폰만 어루만졌다.

" 후...우... "


여인의 한숨은 새벽녘 햇살의 침략을 방어하는데 효과적었고,


한층 더 어두운 얼굴은 이미 그들의 공략대상밖이었다.



분위기 파악 못한 어머니의 굵직한 외침만이 방안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닐뿐이었다.


" 학교 안가냐, 경화야!! "




3.


" 죄... 죄송합니다...  헥헥..."

정우는 묵념중이었다. 눈 앞엔 배불뚝이 신사.

" 내가 면접때도 말했듯이, 우리 회사는 지켜야할 수칙이 있어... 아니지, 별로 수칙이랄 것도 없잖아!! 에티켓, 그래, 옳지, 그거야 그래 에티켓!! 그정도는 기본 에티켓이야!! 그래, 옳지, 그거야, 그래!! "

" 죄송합니다. 부장님, 모닝콜... 아... 아니 어제 과음을 하는 바람에.... "

'부장'은 몇 남지 않는 속알머리를 손주인양 고이고이 쓰다듬으며 말했다.


반짝반짝, 주변의 민둥산 보다 더욱 빛나고 있었다.

" 뭐, 과음!! 이사람이 기본적인... 아니.. 그게 뭐냐... 그게.. 그거... 그게... 음. 그래 옳지, 그거야. 에티켓!! 휴일에도 다음날 출근을 위해서 음주는 조금 줄여주는거, 그거 바로 에티켓 아닌가, 그정도도 못하는 건가??... 그런건가!! "

" 네, 죄송합니다. 다시는 출근 전날 과음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부장님. "

'에티켓'부장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았다는 듯이 씩씩 대고 있었다.

" 그래, 알겠나!! 꼭! 그래, 그... 그... 그... 뭐... 흠... 그.... "

" 에티켓...이요..? "

" 옳지!! 그거야!! 그래!! 에티켓! 나도 알고 있었어!! 그래, 에티켓을 지키는 사원이 되라는 거야...!! "

" 휴우... "

한고비 넘겼다. 정우는 30분간 얻어맞은 에티켓 원폭에 정신이 혼미했다.
 



' 젠장... 역시나 부장한테 깨졌다.... ㅠㅜ 왜 모닝콜 안해준겨..?? ㅠㅜ '


다시한번 메세지를 보내는 정우였다. 말로는 하기 힘들었던 약간에 애교도 함께 말이다.





4.


핸드폰이 방바닥을 무서운 속도로 회전했다. 물론, 그에 걸맞는 굉음도 함께.

이미 시각은 정오를 맞이하고 있었지만, 여인은 거기 그대로 쪼그려 앉은 채였다.

부모님께는 '수업을 안하는 날' 이라고 대충 둘러댄 듯 싶었다.


다시한번 얼굴을 붉히며 회전했다. 물론, 어울리는 굉음도 빠지면 섭하지.

' 부우웅... '

굉장히 진동소리가 큰 기종이었다.

여인은 미동도 하지않았다.


다섯번 정도 울렸을까...? 그제서야 여인 반응한다.

' 젠장... 역시나 부장한테 깨졌다.... ㅠㅜ 왜 모닝콜 안해준겨..?? ㅠㅜ '



여인의 방은 더욱 더 어두워져만 갔다. 2인치의 액정을 쓰다듬고있는,

액정빛에 투영된 엄지손가락만이 여인의 어두운 방을 밝히고 있었다.





5.


' 부우우우웅.... 부우우웅... 부우우우웅... '

핸드폰이 나뒹굴었다. '전화받아주세요', '제발 받으세요' 보채는 걸까.

' 오빠. '

" 오, 왠일? 전화도 하고!! "

기분좋은 목소리, 싫지않는 송신자 임이 분명하다.

" 왜이렇게 늦게 받는거야!! "

" 아, 지금 밖에 있어서... "

" 알지? 내가 너 좋아하잖아... "


여인의 눈썹이 송충이 마냥 꿈쩍거렸다.

" 오빠 술마셨어..? "



이번에는 입꼬리가 꿈틀거렸다.


 


" 어... 니생각나서 조금 마셨어... "


 


 


" 오.. 고마워라... 내생각을 다 해주네.. "


 


 


" 그러니까... 아냐고... 내가 좋아한다니까... "


 


" 뭐...뭐라고?? "


 


 


" 우리... 다시 돌아가면 안됄까..? "


 


여인의 미소는 그것으로 끝을 맺었다. 송충이 눈썹도 지렁이 입꼬리도 모두 활동정지.


 


" 너...너무 취한거같아... 오빠 내일 통화하자... "


 


 


 


" 우리말야... 다시 시작하자... 나... 너없이는 도저히 안돼겠어... "


 


 





방금 전 통화 내용이 메아리가 되어 귓가를 빙글빙글 돌아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