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단편]나의 친구

2006.10.04 00:54

최병일 조회 수:146

extra_vars1 나의 친구 
extra_vars2 301-1 
extra_vars3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나는 친구가 있었다. 아주 예쁘고 뭐랄까... 그래,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이쁜 여자애다. 어떤 남자라도 누구나, 그 여자랑 친구하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할껄? 자만이 아니다. 진심이다. 내일이면 16살 생일이며,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었고, 행복하고 포근한 느낌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 친구를 생각하며 잠을 들었다.


내일은 궁중 소년제 기사 시험이 시작된다고 한다. 사실 말이 소년이지, 여자애가 참가해도 상관없다고들 한다. 하핫, 내 친구 가면 다 죽을껄? 그리곤 다시 나에게서 단 하나밖에 없는 친구와 검술연습을 하고 있다. 참 이상한 사실은... 나보다 팔도 얇고, 몸도 불면 날아갈 것 같은 저 몸매에 어쩜 저런 칼질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거다.
"야, 이스. 제대로 못해?"
꾸짖는 듯한 그 여자애, 뭘 해도 귀여웠다. 하지만 그 귀여움과는 반대적으로 아주 무겁고 날카로운 내려치기가 왔다. 물론 탄력좋은 나무로 만든 목도라, 그렇게 큰 데미지는 입지 않겠지만... 그래도 어쩐지 저 여편네에게 맞으면 엄청 아프단 말이야.
"너야말로, 무슨 여자애가 무식하게 힘만 강해가지고 이런 시골에서 썩고 있냐?"
그래도 간신히 막아낸 나는 할말을 한다음 막은 탄력을 받아 옆구리치기로 돌아서 치려고 했다.
그런데 눈물나도록 머리가 띵해왔다. 맞은 것이다.
"바보아냐? 그렇게 탄력을 줘서 회전하면은 그냥 내려쳐도 맞잖아! 너 따위와 칼질하는 나도 참 어리석다, 어리석어."
"헷, 머리엔 든건 없어서 힘만 자랑하면 잘란 줄 아는 거냐?"
그래도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미소를 날려주었다. 그런데 그것이 비웃음으로 보인 모양이었다. 빠득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목도를 강하게 잡는 그 여편네를 보면 소름이 돋았다. 아니 귀신이라도 본 듯한 이 긴장감과 심장 뛰는 소리가 맹렬히 전해져 왔다. 아아.. 나 이제 죽었다. 엄마 불효자 먼저 가요. 그리고 그 친구는 아까보다 더 훨씬 진짜 울트라 맥스 캡숑.. 아, 그냥 더 빠르게 내려쳐 왔다. 미안하다, 잡설이었다. 나는 그 스피드에 당황하여 목도를 올렸으나 '부서졌다.'
"크헉.."
이상한 비명을 짧게 읊은 나는 순간적으로 내가 말실수 했구나 라는 것을 깨달았다.
"뭐라고? 이런 책만 보는 독서광이 기사가 되고 싶어서 친히 도와주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진 않을 망정!!"
이러면서... 나를 위해 칼을 지도 해준다.
"헤헷, 잘못했어, 용서해줘."


그래... 나만의 연인.
그녀는 날 친구로 생각하고 있지만, 내가 그럴 것 같냐? 저런 이쁜 미인이 있으면 아무리 힘이 강하고 내가 죽어버릴 것 같다 해도, 나만의 연인, 내가 지켜 줄거야.


그래서... 너보다 강해질거야.


"자 다시 하자!"
단 하나뿐인 친구에 외침이다. 난 부서진 목검을 장작있는 곳에 버려두고, 짐칸에서 또다른 목검을 꺼내왔다. 이런 경우를 위해, 목검을 많이 만들어 온 내 자신이 참 자랑스러웠다.
"그래. 이번엔 이겨줄거야!"


내 친구와 나는 이 숲, 이 집에서 같이 산다. 마을도 없다. 사냥과 식량은 따로 구입한다. 가끔가다 여행객이 묶을 때마다 밖에서 펼쳐지고 있는 소식들이 들어오곤 했다. 그 중 제일 끌리는 이야기가 기사이야기였다. 기사라... 그녀를 지켜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뉘앙스가 막 떠오르지 않나? 난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리고... 그녀와의 마지막 검술연습이 있었다.


"마지막이야, 이스."
"그래... 이제, 너의 이름을 알려주지 않을래?"
그랬다. 난 여태까지 그녀에게서 이름을 들은 적도 없다. 물론 많이 물어는 봤다. 그런데 그녀는 알려주면 안된다고 중얼거리며 나중에, 때가 되면 알려준다고 했다.
"안돼. 아직 때가 아냐. 기사단장이 된 후에 알려줄게."
희망은 있다는 소리다. 그래, 기사단장이 되서 꼭 너에게 이름을 받아가고 말거야. 그때까지... 기다려...


검술연습이 끝나고 나는 곧장 궁중 소년제 기사 시험이 펼쳐지고 있는 수도로 향했다. 7일정도 걸릴거라 생각했는데, 말 잘 몰아주는 사람으로 인해, 2일만에 왔다. 나로썬 아주 좋았다. 그녀를 기다리게 하면 안되니까. 그리고 기사 시험을 봤다. 여러소년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게 보였다. 하지만 그녀들에 비하면 다 말라깽이 초보들 행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고? 지금 보는 녀석들에게서 칼에 힘이 느껴지지 않거든, 가끔가다 귀족들 영애로 보이는 녀석들도 그냥 우아함에 젖어 있을 뿐이다. 그녀처럼 무식하게 힘이 넘쳐나는 칼은 별로 없다는 이야기다.


"모두 안녕하신가. 나는 이 대회 주체자인 백작 카르트 뉴어르 아르시어스 라고 한다!"
"와아!"
그 귀족에 말과 함께, 여러 기사지망생들이 고함을 질렀다. 아아... 머리 울려, 그만 질러. 내 말은 상관없다는 듯 한동안 계속되는 고함에 저 백작이란 놈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손을 들어 저지했다.
"그대들의 힘은 목소리로부터 잘 알았다. 자, 이제 본격적인 시험을 칠 생각이다. 대결은 마지막날에 행하는 것이니,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았으면 한다. 그럼 저 시설로 들어가서 열심히 해보도록."
나는 그 말과 함께 빨려들어 가듯 이 기사지망생들에게 묻혀져 있었다. 기다려, 나의 친구여. 연인이여.


도착했다. 상당히 큰 홀이다. 여기서 여러 시험이 행해진단다.


나는 정말... 뭐라고 할 생각없이 눈 깜짝할 사이에, 여러 관문을 통과했다. 뭐... 나무부수기, 미로뚫기 뭐 이런 시시한 것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시하다고 생각하지 않다고? 어쩌라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시합이 있었다. 여기선 반정도만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나를 향해 열심히 지껄이는 귀족들만의 영애도 있었다. 그래, 마음껏 지껄여라. 칼빵당하고 싶으면 말이지.


물론 이 시합도 1:1 전을 한번만 하는 것이기에, 금방 종료되었다. 나는 합격되었고, 견습기사단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전쟁시대, 아마도 전에 있었던 집에서 들은 소식이 맞다면, 전쟁시대가 맞을 것이다. 그만큼 공을 세우기 쉽다는 뜻도 된다. 나는 귀족들만의 방식으로 행해지는 평민들의 세금을 가지고 군품을 사가지고 오는 단장들도 멋지게 보였다. 이런 행동도 왠지 카리스마가 넘쳐 흐른 듯 하였다. 점점 칼들의 세계에 빠져들 것 같다는 생각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었을까?
그리고... 작은 나라를 침략하려는 우리나라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약 2천명의 기사들이 앞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나도 공을 세우려고, 방패를 앞으로 내밀며 숏소드를 늘어뜨리며 달리고 있었다. 갑옷과 이 방패, 상당히 무거워 쓰러질 뻔했지만, 그녀를 보기위해, 난 어떤 수단으로도 공을 세워야 했기에, 달리고 또 달렸다. 그리고 내가 잡아주마.
활이 날라왔다. 푹 꽂히는 소리에 잠시 겁을 먹었으나 희미해져가는 그녀의 얼굴을 기억해내며 칼을 움켜쥐고 적들사이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하나같이 다 그녀보다 약한 쓰레기들을 상대해가며 죽이고 있었다. 죽이는게 이렇게 쉬웠던가? 죽이는게 이렇게 즐거웠던가? 얼굴이 뜨거워진다. 피가 내 얼굴로 튀며, 뜨거운 액체에 맛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 칼부림 속에 적들은 하나 하나 쓰러져갔고, 나는 공을 세워 정식기사단으로 들어갔다. 아주 원활한 이야기 진행이었다. 나는 좀 더... 좀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하여 약한 국가들에게선 선공을, 우리랑 거의 동급인 나라들과의 전쟁에선 적대장을 쓰러뜨리며,  1년동안 계속되는 대륙전쟁에서 기사부단장에 오르게 됬다.


그리고... 기사들을 모으며 단장다음으로 나는 소리를 질렀다.
"우리들은, 절대 지지 않는다!"
"와아! 부단장 만세! 단장 만세! 기사단 만세!"
여러고함소리들 중 부단장 만세라는 단어만이 내 귀에 들려왔다. 그래 이런 느낌이구나, 기사단장같은 거란게!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주겠어! 1년동안 전쟁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나는 구미가 당기는 쪽으로 모든 세상을 평정하려고 했다. 나는 지금 단장자리로 올라가고 싶다.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위해서? 나만의 신념, 검을 위해서!
자, 가자! 앞으로 한 발자국. 헤어져 나올 수 없을 떄까지 가는거다!
우리나라는 단번에 강대국으로 발전하였다. 17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지식과 힘을 지녔다고 나는 칭찬을 듣자, 더더욱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인정받고 있었다. 그래, 좀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어. 할 수 있다면... 왕도 말이야!
 다음 전쟁. 나는 단장이 직접 작전을 만들자 약간 놀랐다. 그 작전엔 미끼인 내가 있다. 왜지? 왜 나야만 하는거지? 왜 내가 미끼여야 하는거지? 그것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내가 힘이 있고, 어느 상황에서도 빠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이다.
"예! 알겠습니다!"
당당하고 우렁차게 외치는 듯한 느낌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단장은 "짧고 굵게"라고 미소를 지으며 온화하게 말해줬고, 꼭 저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나는 미끼역할로 그들의 포로가 되었고, 정말 허술한 포박에 나는 쉽게 빠져나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단장과 적대장이 포로교환하러 나왔을 때... 난 못볼 것을 봤다. 저 단장 옆에 있는 여자... 누구였더라? 어디선가 본 여자다. 어디지? 그 여자는 지금 단장과 나란히 서서 연애질이나 하고 있었다. 역겹다. 왜 포로앞에서 저딴 짓하냐, 적들 앞에서 저런 짓하냐. 이러한 소리를 지를수도 없었다. 단장과 그 여자는 나를 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이 여자가 누군지 모르는가? 하핫."
단장은 웃었다. 여자도 약간 기분이 잡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나의 볼기짝을 강하게 때렸다. 적대장도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군 돌격!"
갑작스런 공격. 단장의 외침. 나는 깨달았다. 그녀가 누군지.
"..."
이름조차 알수 없는 그녀를 부를 기회조차 없었다. 나는 침묵의 요정에게 둘러쌓여서, 그녀를 보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었다. 기사단장도 그 자리엔 없고 돌격한 모양이었지만, 그녀만이 남아 내 앞에 쭈그리고 앉아 말해주었다.
"내 이름, 크리스 차넨 카리슈, 귀족이야. 전에 말해줬지? 기사단장이 되면 내 이름을 말해준다고."
이제 완벽하게 누군지 기억났다. 나에게서 단 하나뿐인 친구, 하나뿐인 연인 나만의 연인... 그런데 같이 온 기사단장에 연인... 어떻게 돌아간거지?
"난 사실 귀족이면서도 연구하는 것을 좋아했어. 그래서... 14살때 고아처럼 보이는 너를 실험대상으로 정한거야, 무슨 실험인지 궁금하지?"
나는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보면 미칠 것 같아서였다.
"바로 날 좋아하게 만들고, 그 상태에서 얼마만큼의 힘을 가질 수 있는가 시험이었지. 극적으로 넌 부단장까지 올랐다. 상당히 강해. 정말 반해버릴 정도야. 하지만 정말 반하겠어? 평민따위에게... 너 그거 알아? 평민은 단장으로 오르지 못해."
나는 충격에 쌓였다. 어쩐지, 내가 아무리 공을 세워도 오를 기미가 없더라.
"사실 부단장도 오르지 못하는 벽이지만, 주변에서 지지해준 모양이더라? 얼마나 인기가 많았으려나..? 이제 끝이야. 실험은 종료됬어. 너 외에 다른 녀석들도 다 이런식으로 키워줬어."
... 이제 됬다. 그만 말해도 돼.
"그 중 제일 강한 너는... 왠지 진짜 기사단장으로 오를거 같아서 위험해 보였거든, 나의 속셈, 계획을 알아차릴 것 같아서 말이야."
됬어... 그만 말해줘.
"그런데 아쉽다? 이제 죽어줘야 하니까..."
그녀는 품에서 칼을 꺼냈다.
"잘가."
"그 전에 할 말이 있어."
난 포박을 가볍게 풀어내서 일어났다. 그녀는 깜짝놀랐지만 그래도 별 경계는 안했다. 왜냐면 처음부터 그녀는 나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나도 사실은 너를 잊었어."
그녀가 조금 놀란 듯 하다.
"그래서, 그냥 잊은 채로 갈 뻔했어."
나도 내가 뭔소리를 하는 지조차 몰랐다. 그녀도 영문을 알수 없는 듯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마워, 너를 진심으로 다시 좋아하게 만들어줘서."
그녀는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나에게 칼을 휘둘렀다. 하지만 여태 전쟁에서 싸워 온 나는 예전에 나완 다르다. 진짜... 나는 뭐든 것을 그녀에 칼에 집중했다.
휙...
가볍게 피했다. 그녀에 칼이 이렇게 가벼운지 몰랐다. 어느새 그녀는 손에 쥐고 있던 단검을 버리고 군품에 있던 숏소드를 꺼내어 준비자세를 취했다.
나는 맨손으로 가볍게 준비했다. 그녀에 어떤 공격이든 다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내 예상은 맞았다. 아니 내 자신감은 정확했다. 그녀에 칼은 느리다. 그리고 가냘프다. 저런 힘으로 어떻게 예전에 내가 당했는지 모르겠다. 나는 가볍게 그녀에 손을 잡고 칼을 떨구게 했다. 그리고 물러나니 그녀는 또 군품상자에서 숏소드를 꺼내왔다. 그래서 다시 준비자세를 취하려는 순간...
푹.
뒤에서 찔렸다. 적이었다.
"으윽.."
그녀도 약간 놀란 듯 했다. 나는 칼을 찌른 적에 턱을 잡고 앞으로 뒤집어 엎어버렸다. 죽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며 그녀는 생각했다.
"왜 봐주는거야? 배신한 내가 밉지 않아?"
"배신? 아니, 넌 배신따윈 안했어."
"그래... 그렇겠지? 하지만 너의 입장에선 분명히 배신이었어!"
뭔소리를 하는거야. 왜 내 입장을 생각해 주는건데?
"넌 배신같은 것은 하지않았어. 나에게 다시 좋아하게 마음을 열어주었으니까... 넌... 나의 친구야."
왠지 말하기 힘들어진다. 포근해지고 싶어. 나는 내 등에 박혀있는 칼을 뽑았다.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갔다. 그리고 나를 찌를 듯한 포즈를 취하며 그녀에게 말했다.
"고마워, 나의 친구. 나의 연인, 내가 처음으로 사랑했던 연인, 나에게 길을 보여줬던 여자, 내가 나의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해줬던 친구여..."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하고, 포근해지고 싶은 마음에 내 자신의 심장을 찔렀다.
"안돼!!"
그녀는 소리쳤다. 쳇. 찌르지 말걸. 하지만 늦었다. 점점 생각하는 속도도 늦어지는 것 같다. 내 모든 것을 알려준 그녀에게 나는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다.
"고마워..."
나는 그 자리에 쓰러졌다. 그리고... 전쟁은 마무리 되고, 나는 눈을 감았다. 여러 기사들의 시체들 중 한 가운데서 말이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