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신'이라 불러 주시겠어요?

2006.06.26 11:45

my 조회 수:104 추천:2

extra_vars1 방과후의 special panic 
extra_vars2 01 
extra_vars3 109695-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봄이라곤 하지만, 바람은 아직 쌀쌀해서 한동안은 감기같은 것에 신경을 써야했다. 예상했던만큼 수업은 지루했고 선생님들도 별 다를건 없었다. 다만, 이번엔 같은 학급의 동급생들과는 잘 지내고 있었다. 우연히 내 옆자리에 앉게된 '켄'이란 녀석은, 어쩌다보니 같이 점심을 먹고,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어있었다. 오늘도 역시 매점에서 대충 빵을사와서, 옥상으로 올라간다. 아아. 아버지가 싸주시는 도시락은 곤욕이거든.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말야. 빵은 그때부터 쭈욱.. 농담을 하듯, 켄에게 말해버린다. 켄은 약간 놀란듯 나를 쳐다본다. 뭐, 이런 집안 얘기가 이젠 나에게 그다지 무거운 얘기가 아니라서, 별로 상관은 없지만. 이 녀석의 얼굴을 봐서라도 약간 슬픈 척을 해줘야 하나- 라고 생각하는 도중. 옥상출입구로 누군가 들어왔다.

"여기있었네-!"

스, 스미레. 여기와서도 이러기냐.

"얼마나 찾았다구-. 여기, 이거."

뭐랄까. 여고생다운 귀여운 도시락. 그것이 스미레의 손에 들려있었다. 이녀석은 중학교때 우리 어머니가 돌아가신후, 내가 아버지의 도시락에 대한 공포를 느끼고, 점심을 빵으로 때운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부턴 남들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이렇게 도시락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그것도 벌써 2년째. 고마워서 눈물이 날정도였기 때문에, 미안한 마음으로 냉정하게 거절도 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정말- 괜찮다니까."

이런. 난 항상 스미레에겐 딱딱하게 말을 내뱉는다.

"음, 코우. 그냥. - 빨리, 받아줘-."

음? 스미레가 이상하다. 아아, 그리고보니 이곳, 옥상에는 나와 켄같은 녀석들이 꽤나 자리잡고 있었다. 미인에다 도시락이라니. 남자들의 시선이 스미레에게 몰리는 것도 당연한 것일까. 물론 스미레는, 남자 아이들이 쳐다보는 것조차 부담스러운지, 얼굴까지 붉히고 있었다. 모르겠다. 일단 받자.

"그럼, 코우-! 먼저 갈게!"

스미레에겐 이런 자리는 서있는것 조차 힘들텐데, 인사까지 꾸벅-하고선 얼른 옥상출입구로 달려간다. 아니, 달아난다. 라는 표현이 더 알맞겠다.

"코우. 혹시. 만에 하나 혹시..  여자..친구냐?"

...이봐, 켄. 그렇게 목소리를 내려깔껀 없잖아.

"아니. 전혀. 저녀석, 좋아하는 녀석이 따로있으니까."

사실이였다. 몇년 전부터, 아니. 스미레에겐 더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으니까. 단지, 지금은 같이 있을수 없는곳에, 먼저 가버렸지만.. 아아, 이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하도록 하겠다.

"그렇다면, 그것 나름데로 다행일까나. 그건 그렇고 코우. 뭐 먹고싶은건, 없냐."

...없어. 그런걸로 스미레의 정보따위를 넘겨주는건 더더욱 있을 수 없고. 딱잘라 거절한다. 켄, 속셈이 다 보인다구.

"에잇....치사한 녀석."

하하. 무익한 녀석. 너같은 녀석에게 나의(?) 스미레를 넘겨줄성 싶으냐. 이런저런 영양가 없는 농담이 오가는 사이, 점심시간은 어느새 끝이났다. 물론 스미레의 도시락은, 쌀 한톨 빼앗기지 않고 몽땅 해치워 버렸다. 매번 느끼는거지만 스미레의 요리실력은 정말 대단하다.


아아. 어쩌다보니 이야기가 많이 빗나간 듯 보이지만. 지금까지 빗나간 곳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무슨 소리를 하고싶은게냐- 싶겠지만, 나조차 지금 어떻게 이야기가 흘러가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까-. 지금 대부분이 궁금해 하고있을 그 갈색머리의 소녀- 아니, 정정해서. 그 갈새머리의 소녀가 한 어처구니 없는 자기소개는.. 웃기지만. 아아, 나도 웃기다고 생각할 정도로. 아무도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무슨 소리인가-, 하면.

"이봐, 켄. 그때, 그 자기소개. 웃기지 않았어?"
"응? 누구말야?"
"그 왜.. 자기가 '신'이라고 했던..연갈색 머리 여자애."
"...무슨 소릴 하는거야, 너. 연갈색이라면.. 네 소개 전에 먼저했던 여자애 말야?"
"응."
"이름이.. 히코지노..뭐랬더라. 아무튼, 자긴 외국에서 살다가 왔고, 잘 지내자고 했던..외국에서 살다왔다는게 웃기단거냐, 넌."

이런식이였다. 물어본 모든 아이들의 입에선, 그 여자아이의 자기소개는 지극히 정상적이였다는 사실과 함께, 나만 점점 이상한 녀석으로 몰리는것 같아서, 물어보는 것을 그만두어야 했다. 참고로, 지금 반 친구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이유도 어떻게 보자면 그 여자아이 덕분이였다. 그 여자아이가 날린 자기소개의 임펙트에 압도당한 나는, 그 다음차례였던 내 소개를 시작할때, 내가 재일교포란 사실을 말하는것을 까먹은 것이다. 이러면 점점 말할 타이밍을 놓치는데.. 라면서도, 가끔은 이런 평온한 일상도 괜찮지 않겠냐며 될대로 되란 식의 나였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는 그 연갈색의 머릿결을 가진 수수께끼의ㅡ적어도 나에게는.ㅡ여자아이가 열심히 필기를 하고있는 중이였다. 나를 제외한 다른아이들이 들은 자기소개라든지, 소문에 의하면, 일본인 어머니와 프랑스인 아버지의 혼혈이라는 듯 했다. 아버지의 사업 덕분에 프랑스에서 살다가, 여차저차 해서 일본으로 오게되었다- 는 식이다. 이것만 빼고 그저 바라보고 있자면, 남들과 하나 다르지 않은ㅡ아. 여느혼혈아가 그렇듯, 상당한 미모를 가진 것만 제외하자면.ㅡ 평범한 여고생이였다. 그런데, 이름이 뭐였더라. 한창 수업중이여서 물어보긴 곤란하고, 책이라든지, 노트에 적힌 이름을 보려고 뒷자리에서 그녀 모르게 목을 쭈욱 뺐다. 그래도, 뭔가 이름같은 글자는 보이지 않는다.

"거기. 수업중에 뭐하는 거지?"

아뿔사. 날카로운 눈매의 선생님이다. 거기다 여자.

"......운동이요."

나는 긴장할수록 헛소리를 한다. 이런타입은, 무척 피곤하다고.
지겨운 수업에 작은 웃음을 선사했다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신나게 웃고있는 친구들과 유독 즐거워하는 켄을 바라본다. 제길. 첫인상 한번, 멋지게 심어줘 버렸군... 나홀로 괴로워하던 참에, 부드러운 연갈색의 머리카락을 흔들며 수수께끼의 여자아이가 살짝 뒤돌아본다. 놀랍도록 깨끗한 우유빛의 피부를 가지고선, 나에게 아주 잠깐. 미소를 보여준다. 같은 반이 되고나서, 이렇게 눈동자가 마주친것은 지금이 처음이였다. 마치 인형이라도 되는듯, 그렇게 밝지 않아도 푸른빛이 은은히 감도는 눈동자는, 보고있자니 눈동자에 빨려들어간다는게 이런 느낌이구나ㅡ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신비로운 마력이 감돌았다. 이런. 내 얼굴이 조금 달아오르는듯 하다. 그것을 캐치했는지, 그 아이는 처음보다 더 부드러운 눈웃음을 지어보인다.  ...지금 아마도, 내 얼굴은 확연히 붉어졌으리라. 한심하군.  ..그리고,
내가 진정도 하기전에, 그녀의 속삭이는 듯한 한마디가 내 정신을 번쩍 꿰뚫는다.

"내 이름은-. 히코지노 미코토. '미코토'라고 불러도 좋아."


뭘까. 이 아이는. 설마, 내 생각을 읽고있었다거나.. 자기소개를 했을때에도, 다른아이들은 똑같이 들을 수 있는 자기소개를 나에게만 들리는 특수한 음파로.. 그래, 이거였다. 이제야 납득이 간다.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것도 없이, 수수께끼도 모두 풀렸으니, 이젠 이 여자아이도 더 이상 수수께끼의 여고생도 아니고, 나도 쓸데없는 고민을 하며 학교생활을 할 필욘 없어졌다. 이제야 평범해진 교실에서, 평범한 아이들과.. 아이들과.. ...잠깐. 평범한 여고생이라면 보통, 남의 생각을 국어 교과서읽듯 주르륵 읽는다거나 돌고래나 낼법한 음파는 내지 않는게 정상아닌가? ...아아, 어느 사이엔가, 내 앞에 나타나는 일들을 순수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과 타협하는 방법을 숙지해버린 내 머리가 원망스럽기만 하다. 아니 뭐. 자기소개때는 내가 터무니없이 잘못들었다고 치고. 실은 이 여자아이가 눈치가 엄청 빨라서, 내가 뒤에서 기웃거리는 것을 육감적으로 파악하며 이름을 말해주었던것 아니냐.- 하는 반론은 일단 접어두도록 하자. 이야기를 하고있는것은 나이고. 그렇게 넘어가기는 내가 꺼림직하니까. 불만이 있어도 어쩔수 없다. 그래도, 걱정은 말기를. 5교시가 끝나는 데로 조용히. 물어볼 생각이니까.

...라고 생각한 것이 방금 같았는데, 지금 난 가방을 들고 스미레의 반 종례가 끝나는 것을 기다리고있다. 물어보려고 했는데, 역시나 뭔가 이상한 걸 묻는거 같기도 하고. 모처럼 만난 상당한 미모의 클레스 메이트에게 이상한 녀석으로 찍히는것도 싫었다- ..라고 해두자. ...솔직히, 그 녀석의 반짝거릴듯한.. 아니, 정말로 반짝거리는 두 눈 앞에서는, 엄청. 긴장해버려서 무슨 말이 나올줄 몰랐기에ㅡ실제로, 쉬는 시간이 되서 당당히 그녀앞에 서긴했었지만, 간신히 나온다는 소리가 '나, 날씨 참 좋지?' ..였다. 물론 그녀는 최상의 미소로 대답해 주었고, 거기서 이미 대화는 끝이난 것이였다.ㅡ일단 보류로 해두고, 점차 익숙해지면 물어봐야겠다고 다짐한다. 아, 종례가 끝났나보군. 임시반장으로 보이는 듯한 녀석의 구령이 들린다. 내가 스미레를 기다리는 것은, 스미레가 나에게 도시락을 싸주기 시작한 날부터 쭉 이어져 오고있다. 역시 난 운이 좋은 녀석이지. 빈 도시락을 스미레에게 전해준다는 명분으로, 고작 시내 중간까지의 거리지만, 스미레와 함께 하교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켄 녀석에겐, 방과후 동아리 활동들을 알아보고 싶어서- 라고 대충 둘러대고 왔다. 내 유일ㅡ하다면 유일ㅡ한 낙을 방해받고 싶진 않으니까.

"코우-! 미안, 오래기다렸지!.."

아니, 천만에. 내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것을 미리 발견한 것인지, 기다리는 사람이 미안할 정도의 표정과 대사로 날 당혹시킨다. 난 스미레의 이런점이 좋다. 귀엽잖아.
..이런이런, 뭔가 아저씨틱한 발언은 그만둘까. 스미레와 나란히 교정을 걷고 있자니, 지나가던 남학생들의 시선들이 자꾸 스미레를 따라온다. 그럴것도 그럴것이, 입학 몇일만에 스미레는 꽤나 유명해진듯 하다. 쉬는 시간에 언뜻 들은 바론, AA+급의 최상위... 라고. 남자아이들의 눈길을 끌려는 화려한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꿀릴것 없는 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남자와는 가까이 하지 않는 점이 더욱 신비로운 매력을 자아낸다나.. 그나저나, 입학한지 얼마나 지났다고 이렇게 까지 조사한것인지.. 남학생들이란. 참..  뭐, 이런식으로 말하는 나역시, 왠지모를 묘한 승리감에 젖어있긴 하지만..  이크. 스미레, 미안.

"코우-, 내말..듣고있어?"

아아, 물론. 새로만난 친구들은 역시 모두들 좋아보이고, 벌써 친해진 아이도 있구. 담임선생님은 약간 무서워 보이지만, 속은 무척 따뜻한 분이신거 같다구. 학교도 마음에 들고, 특히 본건물 뒤쪽의 정원은 점심먹기엔 딱 좋은 곳이니까 다음엔 같이 점심먹자구 했지?(반드시 갈게.) 그리고 친해진 친구가 다도부인데, 동아리 가입을 권하더라.. 라고.  아, 스미레. 너 동아리들 생각이야?

"아-, 아니, 그냥.. 생각중이야. 이런건 어떨까- 하구."

말을 마친 스미레는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짓는다. 이건, 천상의 미소다. 아무리 찬란한 봄햇살이라지만, 지금 그녀가 보여주는 환한 미소앞에선, 단지 그녀의 배경을 밝혀주는 엑스트라 밖엔 되지 못하는구나- 라며, 마음속으로만 몰래 호들갑을 떤다. 이것이야 말로 유일하게 나만 느낄수 있는 즐거움이랄까. 뭐, 이런 찬사들을 아낌없이 쏟아 부을수 있는 것은ㅡ물론, 마음속으로만.ㅡ 찬사들이 하나도 바래지 않는, 스미레이기 때문이지.

스미레에게 들은 이야기에 보답하듯, 나도 우리반에 대해 이야길 조금 꺼내볼까. 그다지 할말은 없지만, 나를 쳐다보며 내 이야기를 기대한다는 듯한 스미레의 상기된 표정을, 도무지 견디고 있기엔 나의 능력이 견디어 주질 못한다.
일단은. 자기소개때 내가 재일교포란 사실을 말하는것을 실패한 데서부터. 물론, 나홀로 겪은 그 수수께끼의 여학생 이야기는 빼고. 괜시리 걱정을 늘리는 것 같으니까. 어찌됬든, 중학교때완 다르게,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단말로 스미레를 안심시켜줘야지..   ..그런데, 어쩐지 표정이 묘하다. 스미레.
그밖에 자질구래한 켄이라든지, 담임은 어땠는지, 하나하나 말해간다. 음-. 그 여자아이는 단지, 외국에서 전학왔다는 이야기만으로 설명을 끝낸다. 뭐,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거리가 되지 않는가.

"음.. 그럼, 히코지노씨는.. 코우 너랑 비슷한 상황이네."

아. 부모님의 국적이야기를 하는걸까. 뭐, 일단은 그렇지. 그래도 한국과 일본이랑 프랑스와 일본이란 차이는 크다고 생각해-. 그나저나 나도 빨리 말해두는 편이 좋을거 같은데 말야.  마음에도 없는 소릴 살짝 던진다.

"헤에-. 그냥 말하지 않는 편이, 코우한테는 더 편한거 아냐?"

으윽. 스미레. 정곡을 찔렀다.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는 식으로 겸연쩍게 웃어버렸다.  ....이런.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스미레의 '무언가 못마땅 하다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긴, 코우도 이젠 어른이니까. 이젠 중학교때처럼 내 도움은 필요없을거야. 그지?"

미소를 짓는다. 이것도 역시 '무언가 못마땅 하다는' 미소. 참 거짓말을 못하는 아이다. 스미레는. 그리고 나는, 당연하지-. 라며 그 거짓말에 넘어가는 척을 한다. 이런 대화는, 나와 스미레의 반복되는 일상 중 하나니까. 이제는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어느사이에, 시내에 도착. 학교에서 도보로 충분히 올 수 있는 거리이다. 나는 이곳에서 조금 더 걸으면 그만이지만, 스미레는 버스를 타야한다. 그에 스미레를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 주는 찰나,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시하라군-! 이시하라, 맞지?"

이런이런. 내 성을 부르는것이, 누군가 했더니..'그 아이'가 스미레와 내 앞에 나타나 떡하니 서있는 것이 아닌가. 도무지 어떻게 한건지 모를 자기소개로, 날 혼란시켜놓고, 비겁하게 말도 못걸 정도의 미모를 겸비해 내 머리속을 더욱 어지롭힌 장본인.  

"히코지노.. 미코토?"

아무래도 악연인가. 라고 생각한 순간, 미코토의 발랄한 목소리가 말을 잇는다.

"응, 응. 기억하고 있었네~ 음.. 옆엔, 누나?"

기쁜듯이 미소를 짓는 히코지노. 아니, 그보다 잠깐.  ...역시 누나와 동생으로밖엔 보이지 않는거냐.. 나랑 스미레는.  ..확실히 악연이구나. 히코지노.

"아니. 이쪽은, 카나자와 스미레. 우리랑 같은 학년이야."
"아아~ 이시하라군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만나서 반가워, 카나자와."

....어이. 잠깐.   나한테 무슨 얘기를 들었다는 건데.

"스미레, 저쪽은.. 아까 얘기했던 히코지노 미코토."
"아, 반가워요. 히코지노씨."

착각인진 모르겠지만. 세명 사이에 묘한 공기가 흐르는것 같다. 그보다, 히코지노는.. 대화라곤 '나, 날씨참 좋지?'밖엔 하지 않았던 사인데, 갑자기 왜 이렇게 친한 척을 하는 걸까. 거기다 스미레 앞에서. ..내 쪽이 곤란하다고.

"히코지노, 이쪽 부근에 살아?"

답답한 분위기를 좀 풀어보고자, 가볍고 상투적인 질문을 툭 던진다.

"응. 여기서 걸어갈수 있을만큼 가까운 곳이야."
"흐음-."

이런이런. 이런식으로 얘기거리가 떨어지면, 참 난감하다. 안그래도 긴장되는데, 말야.

"그보다- , 이시하라."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듯, 히코지노가 입을 연다. 뭐랄까. 조금 불길한 예감이..

"저번에 내가 분명, '미코토' 라고 부르랬잖아. 잊어버렸어?"

...적중.
알만한 사람은 알듯이, 일본에서 이름을 부르는 것은, 아주 친한 사이일때의 이야기이다. 아 글쎄. 우리가 언제 그정도의 유대감을 쌓았다는 거지요. 스미레한테는 이런거 한마디도 안했단 말이다.. 곁눈질로 살짝 스미레의 동정을 살핀다. ㅡ평상시의 스마일. ...이런. 이건 이것 나름데로 섭섭하군.

"이젠 미코토라고 불러야해! 자, 해봐. 미-코-토."

그래그래. 내가 졌다.

"미-코-토."

...일부러 느린 발음까지 따라 할필욘 없었잖아. 바보였던가. 나는.
미코토는 내가 훌륭한 일을 해냈다는 듯이 엄치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에.. 둘이, 많이 친하구나.. 부러워. 헤헷."

....'부러워'라니. 스미레.. 어째서 네가 그렇게 외면당한듯한 비극의 여주인공같은 소릴를 하는거야..!!  우린 전혀, 전연, 절대 그런 사이가 아니라구...!!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간 분위기가 어떻게 될지 몰랐기에, "하하, 그런가~ "라는 맘에도 없는 말을 흘려보내고 말았다. 휴.. 되는 일이 없군. 바보같은 날 이해해줘. 스미레.

"에에, 다왔네. 이제 난 괜찮으니까, 어서 가봐. 코우. 히코지노씨도, 만나서 반가웠어요."
"응, 카나자와! 학교에서 마주치면, 인사해 주기야~! 나, 지금까지 친해진 사람은, 코우밖에 없거든-."

....얼라려. 이제야 끝나는가 싶었는데. 이건 또 무슨 소리십니까. 이거야 원. 스미레가 오해할만한 말만 잔뜩하고 있잖...!!

- 푹신~

...응? 뭐지. ..이 느낌은..   정체모를 느낌이 난곳을 향해, 시선을 내렸다. 그리고, 내 시선이 도착한 곳엔.. 내 왼팔에 팔짱을 낀체, 몸을 찰싹 붙이고 있는 히코지노. 아니, 미코토가. 미소짓고 있었다.

"미, 미코토, 자, 잠깐.!"
"조심해서 들어가~! 카나자와!"

팔짱을 낀 미코토가 내 몸을 끌어 당긴다. 눈치없는 볼이 화끈거린다. 미처, 뿌리치지도 못해서 파도에 몸을 맡긴 힘빠진 해파리처럼 미코토에게 끌려간다. 어긋난 스텝덕에 넘어질 뻔한 것을 겨우 면했지만, 꽤나 우스꽝 스러웠으리라.  점점. 스미레가 멀어진다. 버스가 올때까지 기다려 주려했는데..

"자..잠깐!"

그 순간, 나의 귀를 의심했다. 그건, 스미레의 목소리였다. 그것도.. 깜짝 놀랄만한 큰 소리로, 멀어지는 나와 미코토의 발을 붙잡았다. 스미레도 자신이 낸 목소리에 깜짝 놀란듯이 머뭇거리더니, 이내 우리쪽으로 달려온다.

"아, 저, 저기. 미안. 그게, 나. 사야할..것이.. 그래, 사가야 할게 좀 있어서, 괘, 괜찮다면.. 같이.. 가도될까?"

미코토는 스미레를 힐끔 쳐다보더니 '흐-음' 이란 표정으로 잡았던 팔을 푼다.
스미레는 지금- 거짓말을 했다. 확연히 알수 있다. 물론, 나의 감으로만. 과연, 무슨 생각을 한걸까. 스미레는..     ...  아. 그보다, 상점가는.. 저 반대편 아닌가?

"그래, 카나자와. 역시, 둘보단 셋이 재밌지!"

붙임성 좋은 녀석이다. 미코토는. 같은반이 되고나서 한참지난, 지금에서야 그걸 깨달았지만.
순간 미코토의 작은 입술이 살짝 움직였다. 그것을 언뜻 눈으로 캐치하는 순간, 내 오른편에 있는 스미레에겐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가, 내 귀로 흘러 들어왔다.

"코우-. 재밌는거..  ..보여줄까?"

...재밌는 거라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분건지. 그보다 너.. 보기완다르게 상당히 충동적인 녀석이구나.

동시에 미코토는 자신의 오른손을 살짝 들었다. 길고 가냘픈 하얀 손가락이, 탁! 하고 소리를 낸다.

"어머, 스미레~!"

옆을 지나가던 승용차 한대가 멈춰섰다. 차 안에는, 스미레의 부모님이 타고계셨다.

"어..엄마?"

마침 장을 보러 나오셨다는 스미레의 부모님에 의해, 무언가 '살 것' 이 있는 스미레는 강제 소환되어 버렸다. 스미레에게 작별인사도 제대로 못건내고, 멀어지는 차만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흐음~. 별로 재미없었나. 이건~."

멍- 한체. 미코토를 바라본다. 연기를 잘하는 걸까나. 이 녀석은. 멀리서 스미레네 부모님의 차가 오는것을 발견하고 마치 자기의 의도였다는 듯이 나에게 대사를 읊은 다음, 타이밍을 맞춰서 손가락을 튕긴다. 그래. 이거라면 가능할까.  ..아니, 스미레랑은 오늘 처음 만났는데.. 스미레의 부모님을 알아본다는건 말도 안되지.  ..설마. 지난번의 자기소개때나, 5교시의 일처럼. 이번에도 역시. ..ㅡ아니라면, 영화 '트루먼 쇼'의 짐케리처럼, 지금 내 주위의 모든 상황은 조작된 세트장 안이고, 모두 날 속이기 위해 연기를 하는 것일지도..! ...하지만, 뭘 위해서? 나처럼 재미없는 일상을 사는 녀석의 일생을 조작하고 방송할 돈이라면, 추석특집 홍백전을 정규방송으로 개편하여 하루종일 보고 앉아있는편이, 더 재밌을텐데. 아아, 머리아프게 생각은 그만하자. 간단한 방법이 있잖아. 지금이라면, 궁금증이 긴장감을 넘어서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번.. 자기소개때말야. 그걸로 물어볼게 있는데."
"네가 들은게. 진짜야."

얼래. 너무 간단하게, 터무니없는 고백을 들은거 같다. 친구들과 나는 다른 내용의 자기소개를 들었었지. 그중 내가 들은게 진짜라면..  아니. 이런 황당한 전개는 익숙치가 않아서 말야. ..익숙한 녀석이 있다면 더 이상한거지만.

"걱정마. 난 연기를 그렇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트루먼 쇼인지 뭔지하는 영화도 못봤으니까. ㅡ그치만, 정규방송으로 개편된 홍백전은, 조금 괴로운데."

미코토는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미간을 약간 찡그린다. 이건.. 뭔가가 이상하다. 분명 대답하지 않아야 할 부분에서, 멋지게 말을 받아친 미코토를 보며, 아..내가 방금 머리속에 떠올린걸, 무의식중에 혼자서 지껄인걸까- 라고 생각하곤, 방금전의 기억을 줘어짠다.

"아니아니~, 그런 바보같은 짓은 안했는데. 푸후훗."

..누가 더 바보같은지. 머리가 아파온다. 난 순간순간 바보가 되어가는 느낌이고 이녀석은 이녀석 나름데로 터무니없는 짓을 계속하고있다. 나는 '지난번.. 자기소개때말야. 그걸로 물어볼게 있는데' ..라고 말한 다음, 아무말도 하지않고 서있을 뿐이다. 그렇다. 내가 머릿속에 떠올린 것들을 중얼거리지 않았다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아니, 인정하면 안되겠지만.. 이 녀석은 지금까지 세계를 유지해오던 물리학적 법칙이라던가, 생물학적 한계를 완전 무시한 채, ㅡ어떤 방법인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ㅡ 내 머릿속을 파헤치고 들어와, 내 생각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건..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면, ..가능할리가 없잖아.  ..고정관념을 타파해야할 시대라지만, 이건 도가 지나친다. 그러니까.. 내 눈앞에 있는 녀석은 정말..

"신. 이라니까."

아아. 초능력자로 강등시켜주마. 이것도 꽤나 인심을 쓴거니까.

"신이야."

......지끈거리던 머리가 한계에 다다른다. 역시 난 아무말도 하지 않고 서있는 중이다. 하지만 미코토가 내뱉는 대답은 마치 지금 내가 정상적인 대화를 하고있다는 느낌을 준다. 내가 배운데로라면, 사람과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란, 발화로서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해야하는 거잖아. 미코토, 지금 너는 이걸 완벽히 무시하고 있다고. 꽤나 오래전에본 사토라레란 영화의 주인공이된 느낌이랄까. 그렇다면 이제 곧 '기관'에서 이녀석을 처리하는 일만 남았다... 크윽. 그럴리가 없잖아. 지금의 난.. 내 눈앞에 나타난 의문의 인물에 대한 정체를.. 이 의문의 인물이 제시한 단 하나의 단어만으로, 정의해야 하는것일까.  

"휴. 힘드네. 역시 인간의 인식범위 안에선, 직접 보여주는 방법이 가장 이해시키기 쉬운거라고 생각했는데."

저기.. 드디어 나를 인간의 범주안에 넣고. 그쪽은 그 범주에서 빠진채 우리를 지칭해 '인간'이라고 부르며, 자신의 정체를 간접적으로 들어내는 단계에 다다른 것입니까. 그야말로 힘든것은 이쪽입니다만.    

"뭐, 아무래도 상관없어. 같이 지내다 보면, 이해할 수 있을테니. 말로 설명하는 것 보다야, 그편이 빠르지 않겠어?"    

아아. 잠깐. 이쪽은 아직 하나도 정리가 안된 상황인데. 마음대로 결론을 지어버리다니. 만약에 정말 네가 신이라면, 자비로운 거랑은 거리가 너무 멀잖아.

"아무렴 어때. 내가 신이란건 변함없는 사실인걸~"

무언가 즐겁다는듯이 말하는 미코토. 아아. 그만하자. 나 혼자서 아무리 고민해봤자 나만 손해잖아. 네 정체가 외계인이든, 초능력자든, 신이든 간에. 내쪽에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큰 문제가 없지않은가.  ..있나?  아무튼간에, 여기서 이러고 있는건 그만두자. 그리고 미코토. 나한테 그런 중요할듯한 비밀을 가르쳐줘서, 황송했어. 이건,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으마. 소문내봤자, 피곤해지는건 이쪽이기도 하고 말야. 그리고 내일부턴 다시 평범한 클레스 메이트로, 다시 만나는거야. 너와 나 사이에 그 이상의 인연은 태초부터 없었다는 듯이.

"...난 태초부터 있었는걸."

어딘가 핀치가 어긋난 곳에서 대답하지 말아줄래. 자~. 이제 정말 끝. 디 엔드. 난 이만 집으로 가볼게. 미코토도 늦었으니 집이든 천국이든 올림푸스든 조심해서 돌아가길 빌어.  
아니. 내 앞에서 빈다는 소린 이상한가? 하하. 아무튼 난 이만ㅡ.

"자-, 잠깐!"

이제는, 이녀석이 말을 꺼내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그래도. 무시해버릴 순 없어서, 천천히 몸을 돌린다.  ...토라진듯, 입을 삐쭉 내밀고 있는 미코토.  이런.. 나도 모르게 '귀엽다'..라고 생각해버린다. 신이니 뭐니하는 말만 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이.. ..바보! 난 정말 신이라니까!!"

네네. 어련하시겠어요.

"그.. 그리, ..그리고!  ..난 그다지.. 귀여운 편이 아니라..서."

..아차. 방심했다. 이녀석도 참. 솔직하지 못한 구석이 있는걸까. 그 당당하던 태도는 다 어디가고. 그 한마디ㅡ생각뿐이였지만ㅡ에 부끄럽다는 듯 마주치던 눈을 땅으로 내리 꽂는다. 이건 마치, 자기가 히로인이다- 라는 전형적인 반응이잖아.   너.  신 맞냐?

"끄-응."

눈은 땅에 내리 꽂은채, 요상한 신음소릴 내더니, 갑자기 덥썩 내 손을 잡는다. 이, 이봐..

"..이렇게 된 이상.. 갈곳이 있어!!!"

어느날 갑자기 내 눈앞에 나타나선,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자기가 '신'임을 밝힌, 가짜라면 어이없고, 진짜라면 세상을 뒤흔들만한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그녀. 히코지노 미코토. 한문을 무시한채, 발음나는대로만 해서 굳이 의미를 뽑아보자면.. '하얀꽃의 신님'. 왜 지금에서야, 이렇게 읽어지는 걸까. 뭐, 아무렴 어때. 이미 난 손이 잡힌채로 어디론가 끌려가고있고, 어디로 가는지 조찬 짐작도 하지 못하고있다. 천국일까? 아니면 지옥? 아아. 이대로 올림푸스까지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 해외라면, 어릴적. 생각도 나지않는 한국에서의 생활이 고작이니까. ..그렇지만, 그전에. 왜 하필 나인지.. 지금까지 평범하게라고 한다면 평범하게 살아오고있는 나에게, 자칭 신이란 녀석이 왜 이토록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는지. 조금 설명해주면 안되는거냐? 아니면 말이지, 혹시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나쁜짓을, 심판하러 온것은 아닐까. 아아. 아버지께 감사하다는 말도 제대로 한번 못드렸는데.. 잘하면, 저 먼저 어머니를 만나러 가게될지도 모르겠어요. 아버지.(이 '왕바보 신님'은 덤으로 같이.) 이 못난 불효자를 용서하십시오..!

"다왔어.!"

...쓸데없는 망상을 하는 사이, 이녀석은 자신이 원하는 곳엘 도착한 모양이다. 이상하게도, 하늘을 난다던가, 순간이동을 한다던가, 아X라 경락같은 것을 통과하지도 않고, 숨차게 뛰어서 도착한 곳은, 아직 인간세상이였다. 왠지모를 안도감에 천천히 주위를 둘러본다.
익숙한 계단에, 익숙한 보도블럭들. 정겹기만한 유턴 표시용 표지판과 땅바닥에 잔뜩 웅크리고 붙어있는 과속 방지턱. 여기서 네 걸음을 걸어 오른편엔, 길다란 전봇대가 있고, 몇일 전부터 강아지를 찾는 분에겐 사례하겠다는 전단지ㅡ'모미지'란 이름의 귀여운 슈나우저였지, 아마.ㅡ는 아직도 그대로 붙어있다. 이 골목에서 오른쪽으로 나가면 꽤 괜찮은 라면집이 하나있고, 그걸 지나면 아파트 단지가 나오기 시작한다. 어릴적, 일본에 와선, 아버지와 이 아파트 단지 내에있는 놀이터에서 놀곤했었지. ..후후. 모두 다 추억이다. 추억. ...아 잠깐. 지금 나 뭘하고 있는거지.
지금 이녀석이 도착이라며 가르키는 붉은색 대문의ㅡ이곳은 중산층의 가정이 사는 집이란 것을 여지없이 나타내는ㅡ아담한 주택은..  
...그렇다. 내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너희 집이야."

아니 그걸 누가 모른데!!! 이제는 머리아픈 수준을 넘어서서, 멍- 해진다. 미코토는 어느새 다시 씩씩해져서, 마치 인디아나 존스가 최후의 성배라도 발견한듯양- 기세가 등등해져있다.

"자, 어서 들어와."

아니. 여긴 우리집인데요. 이젠 아무런 반론없이 순순히 이녀석의 말을 듣고있는 내 모습이 처량하기만 하다.
아아. 그보다 이 시간이면, 아버지가 집안에 있으실텐데. 어쩌지.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아버지, 이녀석, '신'이래요. ..랄까. 아니면, ..아버지! 입학한지 일주일도 안지난 것 같지만, 우연히 같은 반이되서 친해진 여학생을 집까지 데리고 왔어요!.... 이런. 후자가 더 위험하겠으니. 패스.  ..이런 와중에도 미코토는 너무나 당당하게 대문을 열고, 현관으로 향한다. 잠깐만, 미코토! 안에 우리 아버지가..!

"걱정마. 후훗."

철컥-. 현관은 열려있었다. ..아니, 분명 이녀석.. 또 뭔가 능력을 썼을것이다. ..이런걸 자연스럽게 생각하게된 내가, 나 스스로도 웃기다고 생각되지만.
..이런. 내가 말리고 자시고할 틈도 없이, 미코토는 호밍미사일이라도 되는듯 우리 아버지가 이시간에 항시 쉬고 계시는 안방에 직격으로 쳐들어간다. 아아 정말.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
덜컹-!
...얼래, 아무도 없잖아. 휴. 천만 다행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어디가신거지.
옆에 서있는 미코토는, 승리했다는 미소를 가득 내뿜고있다. 그리고 나는 곧바로.. 항상 똑같았던 집안의 모습에서, 아주 약간 달라져서, 나에게 위화감 마져 주는, 탁자위의 하얀 메모지를 발견했다.
그것은 분명. 아버지의 필체였다.














                             제 1화.「방과후의 special panic」 -終-



-----------------------------------------------------------------------------
와,  스크롤의 압박-_-;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