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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신'이라 불러 주시겠어요?

2006.06.26 11:41

my 조회 수:149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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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수 많은 별들의 연회였다.

약속이라도 한듯, 검은 밤하늘에 한줄, 두줄.. 은색의 별빛 실들은 차례차례 수를 놓기 시작했다. 소년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그 많은 별들이 떨어지며 만드는 장관을 눈이 빠지도록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곤, 뭔가가 갑자기 떠오른듯, 두 손을 고이 마주잡고 눈을 질끈 감는것이였다.
아마도, 그 소년은 소원을 빌고 있는것이겠지. 가지고 싶은것. 이루고 싶은것..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그 소년도 자신의 작은 소망들을 은빛의 별들과 함께 흘려보내고 있었다.

소원이 바닥난듯, 소년은 다시 눈을 떴다. 몇 백년을 기다린 전 우주적 행사가 끝나갈 즈음. 소년은 불현듯 무엇인가를 상상했다.




봄. 겨우내 내리던 눈도 점점 녹아내리고, 가지만 남았던 나뭇가지에 파란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 이런 상투적인 표현들과 함께, 연례행사랄까. 아무튼, 지겹게도 봄이란 녀석은 어김없이 다시 찾아왔다. 그나마 숨을 돌렸었던 긴 겨울방학도 끝나고, 이젠 여유도 없을듯한 고등학교생활의 첫 걸음이라니.. 막막하기만한 첫 걸음의 배경이 이런 찬란한 봄이라는 것은 어딘가 어긋나있는 세상의 일면을 보여주는 확연한 예가 아닌가.

"코우군-!"

언뜻, 익숙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온다.

"아. 스미레, 좋은 아침-."

ㅡ카나자와 스미레.
제비꽃이란 이름을 가진 소녀. 이름에 어울리게, 그녀는 청초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물씬 자아낸다.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는, 그것이 보라빛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깊은 검정이였고, 그녀의 눈에 띄도록 하얀 목과 갸날픈 어깨를 차분하게 휘감고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그랬었다는 듯. 그녀에겐 너무나도 잘어울린다. 머리색과 똑같은 색의 눈동자는, 재밌다는 듯이 이쪽을 쳐다보곤, 나에게 접근한다. 찰랑 찰랑. 그녀의 긴 생머리에서, 이런 소리가 들리는듯 하다.

여기서 잠깐. 모두들 눈치 챘을듯 하지만, 이곳은 일본이다. 그리고 나에게, 조금 흥미로운 얘기 거리가 있다면.. 우리 아버지는 한국사람이란 사실이다. 내가 아주 어릴적엔 일본인 어머니와 한국에 있었다지만, 그다지 생각나는 것도 아니고 ㅡ기억해보려 애쓰지도 않았지만ㅡ 다만, 아버지 덕분에 한국어로 간단한 회화는 가능한 정도였다. 뭐, 한글이란게 생각보다 재밌다고 생각했을 즈음. 초등학교에 들어가 일본인 또래들과 어울리다 보니 한국어를 자주 사용하는 것은 아니였고, 다른 재일교포와 마찬가지로 집안에서 아버지와의 대화에서만 종종 사용하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던 것인지, 중학교에 올라가면서 부터는 자기소개를 할때마다 꼭 한마디를 덧 붙였다. 저는 재일교포입니다- 라고. 그다지 한국사람이라는 의식이 있는것도 아니였고, 그만큼 자부심을 느끼는것도 아니였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내 안의 한국이란 나라에 대한 인지가 커지면서,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겐 이정도는 말해줘야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었던거 같다.
그 결과로, 일본인들로 가득한 학교에서 유일한 캐릭터가 되어버려서, 약간의 괴롭힘..이라든지 무시. 뒤따르는 명칭..정도는 감수해야했다. 다행히도, TV로 보던 이지메란 것이 이런것일까- 라고 생각하던 참에, 학교내에서도 인기많기로 유명했던 스미레가 내게 먼저 말을 걸어준 덕에, 자살이라든지.. 자퇴같은 길은 피할수 있었다.

아무튼 스미레는, 학교안에서 이미지가 상당히 좋았으니까.

그만큼 남학생들에게도 인기가 좋았지만, 어째서인지 남자아이들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던 정도랄까. 스미레가 학교내에서 함께 수다를 떨수있는 남자는 나 하나정도였던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스미레가 나에게 먼저 말을 걸어준건, 기적에 가까운 것 아니였을까.. 스미레가 내 앞에 나타나준 뒤로는 여자 아이들도 하나 둘, 나에게 잘 대해 주었고, ㅡ나중에 듣기로는 스미레가 내 이야기를 열심히 해주었다고 한다.ㅡ 남자 아이들에겐 시기와 부러움의 시선을 한번에 받아야만 했다.
이렇게, 무사하다면 무사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하늘의 도움인지 운인지, 다시 한번 스미레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 시즈오카 현의 사립대학의 부속 고등학교. 적당히 공부하면 들어올 수 있는 곳이지만, 어째서인지 성적도 좋던 스미레가 이곳으로 진학한 것이다. 덕분에 이렇게, 입학식인 오늘 아침부터 나는 스미레와 나란히 걷고있다. 난 운이 좋은 놈이야. 스미레에겐 안들리도록 중얼거리며 조금은 가벼워진 발걸음을 이끌고, 찬란한 봄햇살이 비추는 등교길을 바라본다.

이쯤에서 다시, 본 이야기로 돌아오자.
겨울방학동안 텅 비었던 교실들의 먼지냄새를 맡으며, 내가 일년동안 몸담게 될 반으로 향했다. 참고로, 나는 결국 C반으로 배속받았고, 스미레는 A반으로 가게 되었다. 아쉽게도, 이것까진 하늘이 도와주지 않는 것일까.
중학교때와 별반다르지 않게, 담임선생님의 소개와 서먹한 아이들의 분위기, 열심히 해보자. 뭐 이런 통상적인 전개가 지나고,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어느 중학교 출신, 누구누구.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 밖에 이런저런 이야기들. 물론 내 차례가 되면 나는 또 한번 나는 재일교포입니다- 라고 말할 생각이다. 목소리를 가다듬는동안, 내 앞자리의 여자아이의 자기소개가 시작되었다.

"만나서 반가워요. 여러분."

음. 산뜻한 시작이다. 쾌활한 녀석인가.

"저는..."

목소리를 가다듬는 듯 뜸을 들인다. 뒤에 앉아있는 나는 그녀의 나무랄데 없는 연갈색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보며 앞모습은 어떨까 상상하다가, 바보같은 스스로의 모습에 쓴웃음을 지었다.

"..여러분들에게 '신' 이라고 불리고 있는 존재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언뜻, 주목받고 싶어하는 여자아이의 정신나간 자기소개로밖엔 들리지 않아서, 무시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러분에겐 미안하지만, 나는 여기서부터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한다. 아니, 여기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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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보는 소설입니다;
어색하고 서툰 솜씨지만, 열심히 썼답니다^^;
많이많이 지적해주세요.;
현재는 조아라에서 연재를 하고있고,
창조도시에는 화수별로 올릴 생각입니다..
그나저나 창조도시엔 정말 오랜만 입니다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