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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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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에 책상을 정리하다가 재미있는걸 발견했답니다.



고1때부터 학원에서 공부하기 싫을때마다 꺼내서, 만화나 글 따위를 끄적거리던 연습장.



그 노트에서 발견한게 The paper project들인데 The paper project란 종이 한 장으로, 주어진 미션을 달성하는 놀이랍니다...



미션을 수행하는 방법은 자유! 만화든 그림이든 글이든 상관없습니다.



원래부터 번호가 있던건 아니구요... 처음 공개하는 것이기 때문에 #1을 달았답니다.



The paper project #1의 테마는 상대를 감동시켜라! 입니다...



이것으로 얻은 첫번째 수확은 이별씬을 쓴다치면 항상 차갑게 식은 이별이나, 그... 브릿팝같은 이별...(어느새 차가운 너의 눈빛이 나를 움츠리게 하고 그저 나는 길모퉁이에서 한없이 울 뿐...뭐 이런느낌...)밖에 안쓰던 인간이 그래도 처음으로 좀 뜨거운 이별을 써 보았다는거...



두번째 수확은 이 놀이를 할때는 분량을 잘 조절해야 한다는 것...(후반부 보시면 알지만 갑자기 전개가 날아갑니다...)



에, 뭐 그래서 감동시키는데 성공했냐 하면... 실패입니다요... 실력도 없는 녀석이 인스턴트로 휘갈긴 글로 감동을 받을리가 없지요 OTL...



따옴표의 자제나 긴 문장 같은거는 지금도 조심하고 있습니다만, 이 글에서는 격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유난히 많이 사용하였습니다.



타이틀  슬픔, 이별, 눈물 그리고 기적이 교차하는 길목에서. 는 드라마 ER의 기적이 교차하는 곳에서 얻어왔구요... 후반부는 김철곤씨의 글들(당시 어마어마하게 영향받고 있었음)을 거의 그대로 녹여냈습니다(이러면 안되는데...OTL)



조금 수정해서 올리고 싶지만, 라이브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무슨 락이냐!!) 노터치 버전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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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paper project #1 being moved to tears










SonAr's Psycho Drama

   - 슬픔, 이별, 눈물 그리고 기적이 교차하는 길목에서.







                                                                           [1]



작년 이맘때쯤, 그러니까 낙엽이 막 지기 시작한, 아직은 다소 더운 감이 있는 초가을이었다.

“미안해”

그녀는 내게 계속해서 미안하다는 말만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언제나 빛나던 그녀의 눈동자가 촉촉하게 방울져 흔들리고 있었다, 두 팔로 안으면 내 가슴 가득히 들어차던 그녀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어느 날 오후엔가 내 입술을 따스하게 적셔주던 그녀의 입술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숨소리가, 그녀의 심장이, 그녀의 마음이 아픔에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 나는 정말로, 정말로 괜찮아. 슬퍼하지 마, 아파하지 마. 나는 괜찮으니까… 정말 괜찮으니까…. 너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 울지 마. 제발 울지 마.








어느새 나의 입가에는 ‘괜찮아’라는 말이 맴돌고 있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내 머릿속을 울리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도저히 소리 내어 말할 수 없었다.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잡고, 그녀의 양 볼 사이를 뜨겁게 가로지르는 그 눈물을 닦아주며 “괜찮아”라고 말한다면. 그녀와 처음 만났던 기억이, 첫 키스의 아릿함이, 그녀의 눈동자가, 그녀의 뽀얀 살결이, 해맑던 그녀의 미소가 모두 지워질 것이라는 두려움에,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서 있었다.

“미안해…”

그녀가 말했다. 그녀의 가느다란 턱 밑으로 아직 채 식지 못한 눈물들이 방울져 떨어지고 있었다.

“미안해…”

그녀가 다시 말했다.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을 듯 그녀의 가녀린 두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미안해…”

그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그 터질 듯한 슬픔이 내 귓가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정말이야. 미안해하지 마. 나는 괜찮으니까. 제발, 제발 미안해하지 말아줘. 나는 괜찮아…



그녀의 가느다란 어깨가 내 품 사이로 들어왔다. 그녀의 울음소리가, 거칠어진 숨소리가 내 폐부를 찌를 듯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게 다가왔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 괜찮아…”

내 마음 속에서 수십 번 울려 퍼지던 그 소리를 나는 간신히 입 밖으로 낼 수 있었다. 끝이 될 줄 알면서도, 그녀의 아픔을 달래고 나면 이 연극은 막을 내린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녀의 긴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그녀가 괜찮다면, 그녀가 눈물 흘리지 않는다면 나의 슬픔쯤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 나는 다시 한번 용기를 짜내어 말했다.

“괜찮아… 나는 정말 괜찮아… 그러니까 울지 마…”

어느새 내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되… 너는 그녀를 달래야 하잖아… 네가 이러면 그녀가 더 아파하잖아.

나는 내 눈물을 보이지 않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내 가슴속에서 몰아치고 있었다. 지난 기억들이 비수가 되어 나의 가슴을 난자하고 있었다. 나는 그 아픔들을 애써 갈무리하며 그녀에게 내 마지막 세레나데를 바쳤다.

“…괜찮아…”

낙엽이 막 지기 시작한, 아직은 다소 더운 감이 있는 초가을에… 우리는 비 오는 날의 시들어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그렇게…





…끝났다.





[2]



일년이 지난 지금, 나는 그녀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슬픈 공명을 했었던, 그 공원의 오솔길에 서 있다. 그녀를 바래다주며 자주 걷던 이 길 위에서, 나는 그녀의 세세한 몸짓, 표정 그 작은 모든 것들 하나까지도 잊지 않기 위해 그 즐거웠던 기억들을 더듬고 있다.

만약, 정말 만약 그녀가 내 눈앞에 다시 나타난다면. 그때는 진정 내 영혼을 담아, 그녀에게 사랑한다 말하리라. 그녀를 품안에 가득 채운 채,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다시는 놓지 않겠다고 외치리라. 하늘이 다시 한번만 더 내게 기회를 준다면, 그녀를 달래는 것 밖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때의 약했던 내가 아닌, 지금의 나에게 다시 한번만 기회를, 그 기회를 준다면. 나는 내 목숨을 걸고 그녀를 지켜 내리라.

털썩.

내 등뒤로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에 나는 조심스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안녕…?”

…다시 그녀를 만났다.




-슬픔, 이별, 눈물 그리고 기적이 교차하는 길목에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