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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7.31 23:20

LiTaNia 조회 수:436 추천:3

extra_vars1 5-A.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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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트니까 마침 시작되는 '별 금종'. 뭐 오늘도 항상 하던대로 각종 인기스타들이 나온다. 뭐 이번에도 어김없이 곧 음반을 내는 가수들, 곧 영화가 나오는 영화배우들이 보인다.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음반이나 영화가 나올때가 되면 그 음반을 새로 내는 가수들이랑 영화가 곧 나오는 영화배우들이 꼭 있더라. 그래서 홍보를 위해서 했던얘기 또하고 했던얘기 또해서 쇼프로 여러 개 보면 '쟤네들 무슨 얘기 하겠구나'라는게 짐작이 간다.


뭐 스타들이 웃고 떠들고 하는게 재미있긴 하지만. 같은 얘기도 여러군데서 보면 질린다고나 할까. 그래도 재미있긴 재미있다.


'별 금종'이 끝났으니 이제 다시 컴퓨터나 쳐볼까. EZ2DJ 커뮤니티 사이트인 Theme of EZ2DJ에는 글이 또 올라왔다.


'정말 그때 그 유일게임프라자에서 EZ2DJ 하는 여자애 아시는분 없으세요?
유일고 교복을 입고 있었고.. 짧은 반머리였고.
남자랑 같이 있었는데 여자가 위어드웨이브 하드까지 깼고..'


그리고 그 밑에 어느샌가 달린 리플.


'반머리에 위어드라면.. 기억나네요. 우주오락실 없어지기 전에 거기에 해성여중 교복 입은 여자애가 EZ2DJ 하고 있었던거. 걔도 반머리였던것 같은데 그때 교복입은 여자애가 프란틱 슈퍼하드 깨는거 처음 봤어요.'


역시. 희연이. 얘 분명히 전학오기 전에도 유명했었던 게 틀림이 없었다. 그리고 그 여자애가 지금 학교에서 내 짝이 되어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밑에는 더 비범한 글이 올라왔다.


'충격. 인터넷 얼짱 조민서. 알고보니 남자였다?!'


역시 내가 굳이 안퍼뜨려도 이런건 알아서 퍼지는구나. 보니까 민서가 인터넷에서도 엄청 유명했었던것 같은데.


인터넷에서 얼짱으로 뜬 뒤에 결국 연예계에 데뷔를 하는 스타들이 많지. 요새 구리더로 전락해버린 구선혜라던가. 민서도 만약 여장남자가 아닌 처음부터 진짜 여자였다면 연예계에 데뷔했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았는데.


역시. 본모습과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이 연달아 걸렸구나. 민서놈. 저게 걸리고도 과연 여장을 하고 돌아다닐 수 있을까. 그런데 도대체 저녀석 우리학교 여자교복은 어떻게 맞췄을까.


그리고 그 밑에 있는 글.


'안습 - 나미혜 안티 카페, 폐인들에 의해 호나우징요 팬카페로 변하다'


그렇지. '거침없이 로우킥'에 나왔던 나미혜. 얘 안티카페가 최근에 축구선수 팬카페로 변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읽어보니.. 정말 눈물난다.
도대체 그 안티카페 운영자라는 놈. 단지 키보드만 쳐대는 그런 폐인들의 협박에 못이겨서 카페 운영자자리를 넘겨주냐. 그래서 당연히 회원들은 다 빠져나가버리고..


정말 이 사이트. 단순히 EZ2DJ 얘기만이 아니더라도. 볼만한 게 굉장히 많다.


어느덧 글을 보다보니 '유한도전' 할 시간이네. 회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재미가 더 늘어나는 유한도전. 몸으로 웃기는 MC들이 진짜 눈물나게 웃긴다.


내일은 어디가서 놀까나. 일단 현석이한테 전화를 해 봤다.


"여보세요. 호진이 웬일이냐."
"나 내일 할 게 없는데, 혹시 현석이 너네집에서 게임 같이 해도 되냐."
"11시쯤 되면 부모님 교회 가시거든. 그때 잠깐 놀러와라."
"오케이."


겉보기에는 전혀 안 그래보여도, 현석이네 가족은 교회를 다니고 있다.
얼마 못놀긴 하겠지만 그래도 현석이네 집에 가보면 정말 완전 딴세계다. 휴대용 게임기 NDD도 있고, PX2에 YBOX 180 게임기도 있는데다가, 현석이 컴퓨터에는 각종 애니메이션들이 잔뜩 있다.


이래서, 친구는 잘 둬야 하나보다. 현석이가, 내가 초등학교 3학년때 여기 전학온 뒤부터 친해진 놈이지.


그리고 혹시나 해서 희연이 미니홈피에도 놀러가봤다. 아까 우리집에서 만든 편집스킨 뿐 아니라, 토토샵으로 편집한 그 사진도 희연이가 올려놨다. 그리고 밑에는 희연이의 옛날 친구들로 보이는 리플들이 보였다.


주가영 - 와, 희연이 너 남자친구 생겼구나!
한민혜 - 역시 희연이 전학간데서도 잘 지내네.
최수현 - 둘이 잘어울려~
박은미 - 호진이라는 애도 귀엽네~


여러분들. 죄송합니다. 이건 전부 희연이의 놀라운 토토샵질로 이루어낸 미화였다고요. 저 실제로 보면 그렇게 귀여운애 아닙니다.


그냥 오늘 하루는 '썩은 어택'으로 마무리해야겠다. 딱히 아는 사람도 없는데 어째 이게임은 잘 되더라.


썩은어택을 하고 공부를 좀 하고 그러다보니 벌써 잘 시간이 되었네. 희연이가 공부를 잘하니까, 웬지 희연이랑 공부할때 창피 안당하려면 나도 뭔가를 좀 봐야지.


눈이 감긴다. 졸린다.


날이 밝아서 깨어나 보니, 나는 책상에 앉아있었고, 내 앞에는 '개념정리 - 수학 10-가' 책이 펼쳐져 있다. 공부하다가 잠들어버린건가. 왜 이렇게 우리나라의 학습지들은 다 수면제들일까.


깨어난 뒤에 보니까 어제 희연이가 왔다 간 뒤로 우리집에 확실히 '사람 사는 곳'이 되었다. 그 전에는 부모님 출장가신 뒤로 완전히 '폐인의 집' 모습이었었지. 생각해보면 이런걸 경험하기도 힘든데 말이야. 정말 희연이가 부담스럽긴 해도, 왜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것일까.


간단히 끼니를 해결한 뒤에 보니까, 현석이랑 약속한 시간이 점점 다가와간다. 현석이네 집에 놀러가야지.


현석이네 집은 나랑 약간 떨어진 곳에 있는데, 중간에 오르막길도 넘어야 한다. 그래서 현석이네 집에 갔다 오는건 힘들지만, 가서 얻는 것은 굉장히 많다.


집을 나서는데, 웬 포스터들이 붙었다.


'인기가수 프레이아 콘서트 - 유일체육관에서 열립니다. 게스트 - 스몰마마, 에픽로우'


오호. 프레이아 콘서트가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열리는건가. 윤지영, 안혜련, 조윤경. 얘네들을 볼 수 있다는건데. 프레이아가 윤지영 하나로 굴러가는 그룹이라고는 해도, 안혜련과 조윤경도 뒤에서 의외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옛날에 엔넷미디어 시절 소몰이 노래들은 안불렀으면 좋겠지만 그 노래들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웬지 부를것 같긴 하다. 윤지영이 그런 노래들을 싫어해서 한때 프레이아를 뛰쳐나갔었다는 얘기가 들리긴 했어도.


그런데,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뒤를 밟고 있다는 느낌은 착각일까. 혹시나 해서 뒤를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계속 걸어가고보니 또 그런 느낌이 있어서 또 뒤를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 걸어가다가 의외의 인물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제 본모습을 봐버렸을지는 모르겠는데. 그때 EZ2DJ 잘했던 여자애, 혹시 소개좀 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자기 정체가 이미 뽀록날대로 뽀록난 민서였던 것이다. 게다가, 여장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런데, 너도 희연한테 관심있었냐. 몰랐는걸.


게다가 정체가 뽀록나도 애써 높은 목소리로 말하는게 애처롭다. 아니, 이녀석 원래 목소리가 이런건가.


"그 여자애..는 왜요?"


일단 민서가 왜 희연을 소개받고 싶어하는지부터 알고 넘어가고 싶다. 그때 오락실에서 말을 건 것도 그렇고.


"제가 수환이랑 같은 반인데요. 수환이가 저한테 말했더라구요. 그 여자애가 혹시 희연이 아니냐구 하더라구요. 그리고 희연이가 지금 단단히 콩깍지 씌여있는것 같으니까 우선 제가 희연이라는 애랑 친해진뒤에 자기한테 소개시켜달라고 해서요."


수환이라면, 그때 우리반에 왔다가 희연이한테 따귀맞은 그녀석 말하는것이겠지.


이봐요. 조민서씨. 미안하지만, 희연이도 당신 정체 알고 있거든요.


"미안해서 어쩝니까. 걔도 이미 당신이 누군지 알고 있는걸요. 아쉽게 되었네요."
"이봐요!"


그리고 발을 동동 구르는 민서를 뒤로 하고 계속 현석이네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희연이가 민서가 여장남자였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넘어갈 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을 나보다 먼저 눈치챈게 희연이었으니. 민서로서는, 그리고 수환이라는 녀석으로서는 정말 안습이었을 것이다.


도착했다. 문제는 현석이네 집은 빌라 3층에 있어서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3층까지 걸어올라가고 난 뒤 현석이네 집에 도착. 벨을 눌러야지.


딩동.


"누구세요."


집에 현석이밖에 없어서 그런지 현석이 목소리가 들렸다. 부모님은 이미 교회를 가신 상태였겠지.


"나. 호진이."


잠시 후, 문은 열렸다.


현석이네 집은, 거실에 퍼브TV가 있는 것 빼고는, 평범해보이지만, 현석이 방으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현석이네 방에는 현석이가 폐품 치우는 곳에서 '득템' 했다고 하는 고물TV가 한 대 있다. 리모콘도 없고 옛날식으로 채널을 돌리긴 하지만. 이것이 현석이의 PX2랑 YBOX 180과 함께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록 화질은 안습이긴 해도 훌륭한 게임의 도구가 되고 있다.


그리고, 현석은 컴퓨터로 만화 한 편을 보고 있었다. 못보던 만화인데. 도대체 뭘까나.


"만화보고 있었냐. 이거 제목이 뭐냐."
"'행운의 별'인데. 너도 한번 봐봐라. 재밌어 죽는다."


현석이가 재미있어 죽겠다는데. 한번 봐야지.
저런. 저 장면. '이니셜 D'에서 본 장면 아닌가. 저런것까지 패러디하다니.


"재미있네."
"호진이 너도 한번 구해서 보라니까."
"글쎄. 나는 그 쪽으로 시간투자는 하고 싶지가 않아서. 그런데 이건 뭐냐."


현석이는 또한 '피규어'라는 것을 돈이 생길때마다 모으고 있다. 그런데 전에는 못보던 피규어가 하나 보였다. 웬 금발머리 여자애가 칼을 들고 있는 피규어였다.


"세이버다. 내가 요새 빠져 있는 캐릭터지."


가만. 세이버라.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아하. 기억났다. 가끔 게시판에서 짤방으로 많이 보이는 밥 좋아하는 여자애였던가.


"아. 기억난다. 세이밥?"
"세이밥이라니! 세이버는 그냥 맛있는 것을 조금 좋아할 따름이라구."
"그런건가.. 그런데 게임 소프트웨어도 많이 있으면서. 이런 피규어 살 시간 있으면 차라리 비트매니아 IIDX라던가 팝픈뮤직(주1) 같은거 사서 해볼 생각 없냐. PX2도 있겠다."
"나는 그것들 별 1개짜리도 못깨겠더라. 내가 너도 아니고."
"나도 잘하는건 아니지만."


뭐 나도 잘하는건 아니지만. EZ2DJ만 했다 하면 펠하운드3 노멀에서 죽고, 비트매니아 IIDX만 했다 하면 난이도 10짜리 곡을 깨는 것도 있고 못깨는 것도 있으니.


"마침 잘되었네. NDD용 게임 하나 산게 호진이 너한테 딱 맞을 것 같군."


나는 NDD용 게임은 잘 모르겠는데. 무슨 게임이기에. 현석이 NDD의 전원을 키니까.


오오.


이것은. 북을 치는 게임인 '태고의 달인'(주2).. 언제 이게 NDD로도 나왔단 말인가. 이 NDD라는 휴대용 게임기가 화면이 2개 있고, 밑에 있는 화면을 펜으로 콕 콕 찍는 터치패드 형태인데, 이 '태고의 달인' 게임이 딱 그 컨셉에 맞네.


빨간색이 나오면 북 가운데를, 파란색이 나오면 북 가장자리를.. 오호. 이거 꽤 재미있군. 언제 한번 오락실용도 해볼 기회가 있다면 해봐야겠어. 그런데 역시 어떤 리듬게임이든 어려운건 죽여주게 어려운건 마찬가지구만. 노래 중에서 슈퍼마리오 배경음악도 있네.


역시 친구는 잘 둬야 한다. 이런 경험을 해 볼 기회가 흔치 않은데.


현석이 덕분에 태고의 달인을 실컷 해 봤네. 그런데. 지금까지 내 주변에 있었던 상황. 도대체 어떻게 된걸까. 일단 현석이한테 말해봐야지.


"그런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요새 상황을 알 수 없단 말야."
"정말 알수없기는 마찬가지다. 도대체 왜 요새 너한테 그렇게 여자애들이 꼬이는거냐."
"그러게 말야. 희연이가 전학오고 나서, 이 동네로 전학오기 전에 친했었던 나래랑도 오랜만에 만났고, 소현이도 나한테 갑자기 말걸었고, 여자애 지갑 얘기는 너도 알 것이고.. 게다가 여장남자 녀석까지."
"이거.. 상당히 낯익은 상황이야. 게임같은데서 이런 상황 많이 나오지."


게임같은 데서 많이 나온다니.
뭔가 3류 미연시스럽게 돌아가고 있는건 눈치챘지만, 역시 이런 것에 푹 빠져있는 녀석인 현석이 이런 것을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2차원이 아닌 3차원 현실세계라는 것이지만. 여자애들 한번 잘 공략해봐라."
"이봐. 공략이라니. 이건 게임이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라구."


너무 애니랑 게임에만 빠져있는 현석이는 가끔 현실과 화면속을 헷갈리기도 한다.


"난 언제 그런 날이 오냐."
"...자기관리를 잘 하면 올지도."
"호진이 너도 자기관리 잘 하진 않았을것 같은데."


솔직히 인정한다. 이렇게 된게 희연이 이후였으니까.


"그런데, 호진이 넌 그렇게 너한테 모이는 여자애들 중에서. 누가 제일 마음에 드냐."
"글쎄."


이런건 대답하기 곤란한 부분이다.


"좀 더 두고봐야겠지. 아직 딱히 마음을 정하진 않았으니 말야."
"그래도, 난 호진이 네녀석의 현재 상황이 부럽다."
"그런거냐."


말이 끝나고 나서, 현석이는 시계를 보고 나서 말했다.


"아, 부모님 오실 시간이네. 얼마 못놀게 해서 미안."
"아냐. 덕분에 태고의 달인 재미있게 했으니까. 언제 한번 학교에도 가지고 와라."
"갖고왔다가 뺏기면 호진이 니가 책임질래?"
"맞다. 그렇지. 그럼 이만 나가볼께."


그렇게, 현석이네 집을 나섰다. 역시 나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사는 놈이다. 이미 여자친구는 포기하고 2차원의 세계에 틀어박혀 살기로 작정한 놈인듯 하다.


한번 오락실에 또 들러볼까. 지금 희연이도 없고 하니까, 그냥 하고싶은거 마음껏 해야지. EZ2DJ는 고쳤으려나.


오락실로 발걸음을 향하는 도중에.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의 뒤를 쫓고 있었던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었다.


"호-진-오-빠."


내 등 뒤에서 작은 소리로 말했기 때문이다.


내가 뒤를 돌아보니까, 그곳에 있는것은, 역시. 나래였다.


"뭐야, 나래였어?"
"호진오빠네 집도 알았겠다. 나래는 혹시나 해서 호진오빠가 그 희연이라는 언니랑 데이트라도 하지 않나 해서 뒤를 밟아본것이었어."


역시. 그러면 여태 내 뒤를 밟고 있었다는게 나래였단 말인가.


"...그러다 내가 혹시 집에서 안 나왔으면."
"호진오빠가 이 화창한 일요일날에, 밖으로 안 나올리가 없다고 나래는 생각해서."


...나래양. 요새는 화창한 일요일에도 밖에 안나가고 집에서만 버티는 사람들 많아요. 요새 온라인게임들이 좀 재미있어야지. 현석이놈은 온라인게임이 아닌 만화랑 비디오게임에 빠져있느라 그렇다 쳐도.


"그런데, 방금전 그 여자는, 또 누구야? 희연언니는 또 아니었던것 같고."


방금 그 여자? 아. 아마 민서 말하는것 같다. 나래가 인터넷 얼짱들은 모르는지 민서를 잘 몰랐군.


"걔. 여장남자야. 우리학교에 그런 놈이 한명 있어. 왜 나한테 말걸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휴. 나래는. 호진오빠한테 또 여자가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랐어."
"일단. 내가 과일주스라도 사 줄테니까 거기서 얘기하자."
"와, 호진오빠가 나래한테 사주는거야? 고마워~"


나래 얘, 정말 많이 기뻐하네.
그런 이유로, 나래를 데리고 생과일주스집 '깡통모아'로 같이 들어갔다. 어느 동네에나 보이는 '깡통모아'이긴 하지만 그래도 둘이 들어가서 생과일주스를 먹기는 좋은 곳.


"나래는 뭐 먹고싶어?"
"음.. 그냥 과일모듬 먹고싶어."
"여기 과일모듬 2인분이요."


주문한 과일모듬이 올때까지 기다려야지.


"럽~ 럽~ 럽~ 럽~ 랄랄라 러브샤인~ 예예예~♬"


지금 이 가게에서 나오고 있는 노래. BeForU(주3)의 'LOVE♡SHINE'이네. 생과일주스점에서 이런 노래를 알고 있었다니. 요새 J-POP을 듣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해도 이쪽 노래는 리듬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모르고 있을 텐데. 아니면 그냥 굴러다니는 MP3 파일들을 여기랑 분위기가 맞으니까 트는건가.


"그런데, 호진오빠. 나래가 없는 사이에, 이렇게 호진오빠한테 여자가 많이 생기다니. 이거 실망이네~ 뭐, 그만큼 호진오빠가 멋있기 때문에 그렇지만."
"내가.. 멋있나?"
"응! 나래한테는 호진오빠가 백마탄 왕자님인걸~ 어렸을 적부터."


사춘기가 되면서 애가 이렇게 변한건가. 그런데 세상에는 더 멋있는 사람들이 널렸잖아. 나래라면 나보다 더 멋진 사람들과 얽힐 것같기도 한데. 그런데 왜 하필 나일까.


"글쎄. 왕자님이라는건. 우리나라에는. 없는걸."


아니, 그것보다도, 난 정말 내 관리같은걸 딱히 하지는 않는데. 왜 희연이 이후로 여자애들이 나한테 꼬이는가를 더 알고싶은 것이다.


"그래도. 나래는 호진오빠가 나래의 왕자님이라고 믿고 있어."


결정적으로 나래는 분명히 어렸을적에는 안 이랬다고 내가 알고 있다.
마침 그 순간에, 우리가 주문한 과일모듬 2인분짜리가 나왔다.


"주문하신 과일모듬 나왔습니.. 어.. 호진이?"


그런데, 과일모듬을 가지고 오는 깡통모아 알바생은 분명히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이다. 얘가 이런곳에서 알바를 할 줄은 몰랐는데. 제복 입은 모습도 뭔가 어울리네.


"어, 수영이구나. 여기서 알바하고 있었네."


하지만, 문제는. 지금 상황이 하필이면 나래랑 같이 있는 상황이다. 그때 공원에서 수영이가 팔찌를 줬을 때, 그때 나래때문에 오해가 생겼지. 역시. 수영이는 과일모듬 쟁반을 테이블에 놓고는 카운터로 후닥닥 뛰쳐가버렸다.


나는 그 상황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거 뭔가 오해가 더 심해져버렸는걸. 다행히도 나래는 알바생이 누군지 눈치를 채지 못한 것 같다. 웬만하면 앞으로 깡통모아에는 오지 않는게 좋겠어. 일단 과일을 숟가락으로 떠서 한 입 물었다. 그런데, 그 때 나래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호진오빠."
"응?"
"나래는,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 호진오빠한테."
"응.. 뭔데?"


나래가 나한테 도대체 어떤 걸 물어보려는 것일까. 짐작이 갈 것 같기도 한데.. 역시 딱히 생각나지는 않는다.


"이 동네로 전학온 뒤에, 호진오빠, 나래 잊어버린거 아니지?"
"..그럴리가 없지."
"그런데, 그 희연이라는 언니 때문에.. 나래 상처 많이 받았는데. 호진오빠는, 나래가 좋아?"


...역시 이런 질문이었군. 뭔가 잘못 대답했다가는 조금 곤란해지는 질문. 뭐, 그래도 내가 생각한 솔직한대로 대답해야겠지.


"오빠도, 나래 좋아해."
"와아~"
"하지만, 친한 동생으로서 좋아하는거야. 다른게 아니라."
"...그런 거였어?"


갑자기 나래는 과일모듬 먹는것을 멈추고, 일어나버렸다.


"나래, 상처받았어. 나래가 호진오빠한테 그렇게밖에 안보였단 말야? 너무해.."
"나래야!"


그리고 나래는 즉시 깡통모아를 뛰쳐나가버렸다. 정말 사춘기가 되니까 애가 너무 민감해진걸까. 그렇더라도 이걸 혼자 다 먹으란 말인가.


에이. 별로 먹을 기분이 안난다. 그래도 일단 주문은 했으니까. 계산은 해야지. 남아 있는 과일이 아깝다.


그래도 배는 여전히 고프니까. 그냥 편의점 'Bye The Way'에서 삼각김밥이라도 사먹고 오락실로 가야겠다. 오늘 예상외의 지출이 많네.


그런데. 오락실에 도착했는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게다가. 저기서 펌프를 하고 있는 사람들. 장난이 아니다. 파이널 오디션 에피소드 2-1(주4)을 하질 않나.. 키메라 프리스타일을 하질 않나.. 파프리카 방송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상황을 보고 이제야 알았다.


저분들. 펌프팀 'Only One'이었군. 이 상황에서 내가 펌프를 할 상황이 아니지 않은가. 그냥 EZ2DJ나 해야겠다.


다행히도 EZ2DJ는 고쳐졌다. 일단 돈을 넣고. 올송 커맨드를 걸고. 요새 그나마 토이워 하드가 되기 시작하는데 이거 제대로 굳혀야지.


휴. 중간에 폭타에서 조금 말아먹긴 했지만 깨긴 깼다. 이것도 좀 더 하면 굳어버리겠지. 난이도 11인데 몇 안되게 내가 할 줄 아는 곡 중 하나다.


그런데. 다음 곡을 고르려고 보니까, 누군가가 내 눈을 가렸다.


"누구게?"


여자목소리..였다. 뭐 나를 오락실에서 만날 사람이면, 더이상 짐작이 안가도 된다.


"희연이?"
"응! 호진이, 여기서 만나네~"


그렇다. 어느샌가 기계에 걸려져 있는 100원짜리 3개. 희연이도 EZ2DJ를 하러 온 것이었다. 그 다음에 해볼 곡은 필소새드 하드. 4th에서 묘하게 어려웠던 곡 중 하나였지. 뭐. 지금에야 익숙해졌지만.


마지막으로 한 곡은, 패닉 스트라이크 노멀. 이거 정말 노멀이 이 정도 난이도라는게 무섭다. 역시 중간에 롱노트가 나오는 부분에서 폭사했다.


"아깝네~"


그리고 희연이는 돈을 넣고 나서, 내가 가르쳐준 올송 커맨드를 희연이가 직접 걸었고, 희연이가 이번에 고른 곡은..


이봐요. 제로아이즈 하드? 아무리 해도 뭔가 심하잖습니까.


...하긴 희연이라서 안될리가 없지. 이미 희연이가 어려운 곡들을 깨는것을 수두룩하게 봤기에, 이 상황도 그저 무덤덤하게 지켜볼 뿐. 그리고 당연히 깼고 말이다.


그 다음 곡은. 리프가이 하드. 나는 페달때문에 죽는 노래인데.


희연이가 리프가이 하드를 하고 있을 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소문만 듣던 EZ2DJ 잘한다는 여자애가.. 쟤였구나."


그리고 펌프팀 몇몇이 이쪽으로 와서 보기 시작했다. 희연이 EZ2DJ를 하는 모습을. 물론 리프가이 하드도 깼고.


마지막으로 희연이는 라운드3 하드로 맞춰놓고 말했다.


"호진아, 이거.. 어려워?"
"응.. 많~이 어려워."
"한번 해봐야지."


이봐. 나 이거 손도 못대는 노래라구. 어마어마한 스크래치 때문에 말야.
하긴 이 오락실 펠하운드3 하드 1위에 당당하게 이름을 새긴 희연이. 이거라고 못할리가 있겠는가. 그 자비심없는 스크래치를 이렇게 깔끔하게 넘기다니. 그것도 여자애가 말야. 당연히 뒤에 있는 사람들은 완전히 얼어붙어 있었다. 그 사람들도 펌프는 분명히 이거 이상으로 잘 하셨을 분들일텐데 말이다.


이제 집에 가야지. 희연이도 마침 집에 가는 중이었다고 하니 같이 가야겠다. 오락실에서는 사람들이 수군거리고 있었고.. 희연이한테는 차마 아까전에 나래랑 깡통모아 갔다는 얘기는 하지 못하겠지.


"호진아."
"응?"
"이제 내일이면 같이 시험공부하네?"
"응.. 그러네."
"나 여기 시험범위 잘 모르는데, 호진이가 가르쳐줄 수 있지?"
"걱정마. 열심히 해볼께."


..라고 말은 했지만, 나보다 공부 잘해보이는 희연이인걸.


"그럼, 호진아, 내일 봐~"
"그래, 희연아~"


그렇게 희연이랑 헤어졌다. 확실히 희연이랑 얘기하고 나서 내 자신이 뭔가 변해가고 있는 느낌이 약간씩 든다.


남은 하루는 TV프로를 보고, 컴퓨터를 치면서 지냈다. 역시, Theme of EZ2DJ에서는 희연이 얘기를 하는 사람이 조금 있네. 하긴 내가 봐도 충격이긴 했지만, 저기에는 더 잘하시는 분도 많을텐데.


요새 '개그콘서트'에 나오는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라는 코너. 정말 재미있더라. 김형사 때문에 의뢰인이나 범인이나 둘다 속 터지는 코너. 정말 범인한테 저런 식의 대화를 할 수 있는 김형사의 깡. 존경한다.


그리고 '썩은 어택'을 좀 더 하다가. 자야지. 이제 또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는구나.


"It's monday morning five nineteen~♪"


월요일 모닝콜은 이상하게 리알토의 'Monday Morning 5.19' 노래로 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5시 19분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월요일날에는 이 노래를 모닝콜로 하게 된 데에는 사연이 있다. 분명히, 올해 새학기가 시작되고 나서의 일이었지.


- 다음회에 계속 -


주1. 팝픈뮤직 : 코나미에서 나온 리듬게임. 비시바시 챔프에 나오는 형태의 동그랗고 커다란 버튼 9개로 하는 리듬게임이다. 수록곡들은 상당히 대중적인 곡들이 많으며 각 곡마다 그 곡을 담당하는 캐릭터가 있다. 지금까지 쌓인 캐릭터 수들은 포x몬스터 숫자 못지 않다고 함. 역시 원래 오락실용 게임이었고, 국내에도 소수의 오락실에 있다. PS2로도 이식.


주2. 태고의 달인 : 남코에서 나온 리듬게임. 큰 북을 치는 게임으로, 꽤 낯익은 수록곡들이 있다. (J-POP, 애니메이션 주제가 등..) 오락실용 9탄에는 무려 스즈미야 하루히 엔딩곡이 있으며, 곧 나올 10탄에는 럭키스타 오프닝까지 나올 예정이라고 함. (실제로 럭키스타 애니 중간에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이 나옴) 역시 국내에도 몇몇 오락실에 있으며, PS2, PSP, NDS로 이식.


주3. BeForU : 코나미에서 리듬게임 수록을 위해서 공개 오디션으로 뽑은 여성그룹. 결성 당시에는 4명이었지만 현재는 1명이 나가고 3명이 더 들어와서 6명이다. 코나미의 리듬게임에 이들이 부른 노래가 많음. 이들의 대표곡으로는 BREAK DOWN!, ☆shining☆, KI·SE·KI. 최근에 나온 3집 앨범은 avex에서 나와서 이들도 메이저 데뷔를 했다. 이 그룹의 멤버 '코사카 리유'가 애니메이션 '클레이모어'의 엔딩곡 斷罪の花(단죄의 꽃)을 부르기도. 그룹 이름의 출처는 당연히 비트매니아 IIDX 수록곡 'B4U'.


주4. 파이널 오디션 에피소드 2-1 : 펌프 NX에 나온 신곡. 인간이 할 난이도가 아닌 엄청나게 어려운 난이도를 보여주는 곡이다. 더불어 히든곡으로 2-2도 있다.


네. 일요일에 할 게 없어서 현석이네 집으로 놀러가는 호진. 가는 도중에 의외의 인물을 만났습니다. 네. 민서가 희연을 소개시켜달라고 한 것은 역시 수환이 때문이었죠. 둘이 같은 반이여서 혹시 이런 식으로 여장해서 접근하면 친해질 수 있을까 해서 접근한 것이었지만 결과는 실패. 그리고 역시 오타쿠답게(?) 지금 상황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는 현석이었죠. 그리고 현석의 집을 나서서 호진은 오락실로 향했지만. 본의아니게 나래가 안습이 되었습니다. 정말 나래가 사춘기라서 저렇게 상처를 심하게 받는 것일까요. 게다가 수영이와의 오해는 더 심해지고. 희연이의 EZ2DJ 실력은 여전하고. 그리고 호진이의 모닝콜 사연은 무엇인지.


비트매니아 IIDX에 대한 주가 없는 이유는, 4-A회에 이미 달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