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7.28 08:01

LiTaNia 조회 수:487 추천:1

extra_vars1 3. 파장은 더 커질것같다. 
extra_vars2
extra_vars3 127490-1 
extra_vars4
extra_vars5
extra_vars6
extra_vars7  
extra_vars8  

문제는 이런 내용의 사연을 신청해본게 처음이라서 방송에 나갈지는 완전히 미지수이다. 특히 민애선배가 읽어본다면 더더욱.


다음 시간은 체육시간이라서 모두들 체육복을 가지고 탈의실에 갔다.


당연히 옷을 다 갈아입고 모두들 운동장으로 나갔는데. 탈의실 바닥엔 웬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었다. 그런데, 머리카락이 상당히 길었다. 우리학교가 남녀공학이라고 해도 남학생들은 스포츠로 쳐야 했는데. 도대체 남자 탈의실에 웬 긴 머리카락일까.


궁금증을 뒤로 하고 일단 운동장으로 내려갔다. 물론 희연이도 어느샌가 우리학교 체육복을 구입해서 입고 있었고.


...정말 희연이 쟤 못하는게 뭐야.
여자애들중에서 체육도 잘해.
어떻게 농구에서 슛연습을 하는데 저렇게 잘 넣어.


공부도 잘해. 운동도 잘해. EZ2DJ도 잘해. 게다가 외모도 보통이상이야. 희연이가 너무 무서워진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나를 처음 봤을때부터 너무 나한테 달라붙었다는 것이지만. 그런데 그게 단점이 맞는건지 모르겠다. 아니. 이런 애가 나를 좋아한다는게 좋은건가?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여튼, 체육시간도 끝나고, 다시 모두들 교복으로 갈아입었다. 교복으로 갈아입고 나서, 다음 수업시간이 되기 전에 희연이한테 말을 걸어봤다.


"희연아. 그러고보니 희연이 말이 맞았어."
"호진아, 어떤거?"
"EZ2DJ에서 내가 좋아하는 노래 있잖아. 그거 남자목소리 맞대. 제작비화라고 어저께 글이 올라왔었어."
"역시. 그게 음을 높이긴 해도 여자목소리치고는 뭔가 어색했어."
"상상이 하나 산산조각났다고 해야하나."
"걱정마. 호진아. 호진이한테는 내가 있잖아."


...이봐요. 희연양. 그 대사가 거기서 나올 대사입니까.


그런데 도대체 남자탈의실에 있는 길다란 머리카락의 주인공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시간은 지나고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호진아. 오늘은 그냥 구내식당으로 갈까?"
"응.. 그런데 오늘은 왜?"
"나도 오늘은 좀 늦게 일어났거든. 그래도 호진이는 기다려야 할것 같아서.. 미안해."
"미안할건 없는데.."


그런 이유로 오늘은 희연이랑 구내식당으로 고고.
그런데 주변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 희연이는 전학온 지 얼마 안되어서 이미 유명인사가 되어버린 시점에서. 이런 여자애한테 꽉 잡혀버린 제가 좋은건지 안좋은건지 누가 설명 좀 해주실분 계십니까.


뭐 그래도 확실히 사귄다는 말은 안했었으니.


밥을 먹고 있으니까, 낯익은 음악과 함께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방송이 들렸다.


"안녕하세요. 유일고등학교 점심방송입니다. 이제 날씨가 점점 더워져가는데, 요새도 아침은 조금 서늘하니까 학생 여러분께서는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민애선배가 진행을 그렇게 잘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내 신청곡은 전에부터 잘 받아주셔서 점심방송을 듣는 것.


"첫번째 사연인데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학생의 사연입니다."


..가만. 설마?


"저 요새 왜 이런 일들만 일어나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여자애를 알게 되고 나서, 그 뒤로 저한테 여자애들이 자꾸 붙어요."


..맞아. 이거 내 사연이지. 내가 쓴거라고 말하기는 너무 민망한 사연이지만.


"길 가다 지갑 줏었는데 우리학교 여자애이지 않나.. 우리학교 퀸카가 저한테 붙질 않나.. 그리고 최근에 제 소꿉친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자기랑 제가 정혼자였다고 했어요. 꿈인가 해서 팔을 꼬집어보니 아파요. 이런 3류 미연시같은 일들이 다 있나요."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저런 부러운놈.'
'염장이다. 누군지 몰라도 잡히면 척살대상이다.'
'남자에 관심없는 소현이 걔가 웬일이래.'
'그런데 도대체 '미연시'가 뭐야?'


"신청곡으로 리쌍의 '내가 웃는게 아니야' 부탁드립니다. 라는 사연이었는데요. 역시 현실적인 일은 아니네요. 그러면 리쌍의 '내가 웃는게 아니야' 노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 또 내가 걷는게 걷는게 아니야~♬"


뭔가 파장이 너무 커진것 같다.
이제 수습하기는 너무 늦어버린건가.
다행히도 아직 그 사연을 적은 사람이 나라는 것까지는 다들 눈치 못챈것 같았다.


"호진아, 왜그래?"
"방금 나간 사연이 좀 많이 유치한 사연이라서.."


물론 민애선배는 알고 계시겠지. 그 사연을 적은 사람이 나라는 것을. 방송실 사연함에서 마주쳤으니까.


"호진아."
"응?"
"딴사람 생각하면 안되는거 알지?"
"응.. 알아"


뭐 답은 언제나 이렇지.
희연이한테 잘못보이기 전에. 그런데 정말 희연이 혼자만 나를 좋아해주는거면 차라리 낫지만, 다른 여자애들까지 붙는건 도대체 무슨 일이래.


그리고 수업은 계속 진행되고, 종례시간이 되었다.


"...(앞에는 생략)... 기말고사 일정이 나왔다. 7월 4일~7월 7일이다. 모두 열심히 공부해서 우리 7반 평균을 올릴 수 있도록. 이상!"


이제 1달뒤면 기말고사라는거네. 희연이가 먼저 있었던 학교랑 우리학교 진도 차이가 얼마나 나려나.


"호진아."
"응?"
"다음주부터 기말고사 공부 같이 해보는거 어떨까?"


뭐 희연이가 공부를 잘하는것 같으니, 기말고사 공부에 도움이 되긴 하겠지만. 잘못하면 공부는 안하고 둘이 놀기만 하는 사태가 있을수도 있는걸.


"응.. 다음주부터 같이 하자."
"그래!"


희연이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이호진.. 맞나? 오늘 혹시 시간 있으면 7시 반쯤에 유일공원으로 나올 수 있을까? - 수영이가'


물론 희연이도 내가 휴대폰을 꺼낸 것을 봤으니.


"누구 문자야?"
"아무것도 아냐. 그냥 광고문자 하나 온거야."


일단 희연이한테는 둘러대야지.
뭐 오늘도 그런 이유로 오락실행이다. 물론 나 혼자는 아니고, 희연이랑 같이. 오늘은 EZ2DJ 말고 펌프나 해볼까.


오락실에 도착했다. 그런데. 펌프 주변에 학생들이 꽤 많이 몰려있었다.


"무슨 일이지? 어디 고수라도 온건가.."


난 머지않아서 학생들이 많이 몰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펌프를 플레이하고 있는 긴 머리의 여학생이 바로 어제 그 얼짱이었던 '조민서'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사랑스러워' 노래에 맞춰서 꽤 멋지게 게임을 하고 있었다.


민서의 플레이가 끝나자, 모두들 박수가 대단했다. 민서가 3스테이지째를 하고 있었는지, 그다음 '보너스 스테이지'라는 화면이 나왔다.


일단 나도 다음판에 펌프를 해야 하니까. 돈을 올려넣어야지. 펌프가 신버전인 NX로 바뀌면서 300원이었던게 500원으로 가격이 올랐다는게 안타깝다.


민서가 다음에 고른 곡은 조PD와 브라운아이드걸스가 함께 부른 'Hold The Line'. 물론 크레이지나 나이트메어는 아니고, 프리스타일(더블)이었지만.


그러고보니 여자애들이 저렇게 펌프를 하면서 다양한 노래를 고르는건 못봤어. 맨날 하던게 '컴백' '뫼비우스의 띠' '터키행진곡' '베토벤 바이러스' 이런것들이었지. 전작인 펌프 제로가 있었을 때 노래 고르는 법을 몰라서 결국 Beat of the War 2가 걸려서 폭사해버린 여자애가 기억이 난다.


뭐 당연하게도 민서는 다 끝나고 박수세례를 받으면서 내려왔다. 이제는 내가 할 차례다. 돈을 넣고 시작.


"또 쟤구나."
"오늘은 여자애랑 같이 왔네."
"저 여자애 혹시 얼마전에 전학온 애 아냐?"


주변에서는 역시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도 일단 시작해야지.


처음에 고른 곡은 가볍게 몸을 풀고자 '흐린 기억속의 그대' 크레이지. 나온지는 꽤 옛날 노래라고 들었다. 그래도 지금 들어도 노래는 좋은걸.


후아. 역시 지친다.


"와~ 호진아. 이것도 꽤 잘하는구나."
"별로."


참고로 이 오락실의 펌프는 '파프리카'라는 인터넷 방송으로 연결이 되어 있다. 그래서 방금전 민서가 한 것이라던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것이 지금 인터넷으로 생중계되고 있는 것. 그런데 우리 동네에는 딱히 고수가 없어서 보는 사람은 얼마 안된다.


그 다음에 고른 곡은 '지나가던 꽃미남 캐릭터다' 나이트메어. 한번 하고 나면 체력이 많이 빠지는 곡이다. 그래도 크레이지보다는 쉽다. 크레이지는 막판에 속도 낚시가 정말 죽여준다.


그리고 그 다음 곡은 전작 제로에 있었던 곡인 '위치 닥터' 크레이지. 이거는 봉 안잡으면 못하는 노래다. 지금까지 A가 두번 나왔으니까 이것까지 A를 하면 보너스 스테이지가 나왔는데.. 과연 나오려나.


나왔다.


뒤에서는 고맙게도 내가 한 판을 깰 때마다 박수를 쳐주고 있는 희연이. 그리고 아까전까지 민서가 하는 것을 보고 있었던 학생들. 게다가 민서까지도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


이봐. 동네에서는 내가 잘한다고 해도. 조이플라자(주1) 같은 곳에서는 전국구 고수들이 몰리기 때문에 그런 곳에서는 내가 명함도 못내민다구.


마지막으로 해본 곡은, 이번 NX의 신곡인 '키메라' 하드. 그런데 하드이긴 해도 해골 하나다. 웬만한 상급 크레이지 수준.


역시. 폭사했다. 정말 누가 이걸 하드라고 한 겁니까. 크레이지는 이것보다 월씬 더하다는데.


"호진아, 많이 힘들었지?"
"응.."


에이. 정수기에 있는 물이나 먹어야지. 내가 물 먹으러 간 사이에, 희연이는 또다시 EZ2DJ에 돈을 넣었다.


"호진아. 노래 다 나오는 커맨드 또한번 걸어줘."
"내가 좀 있다 메신저로 가르쳐줄께."


또다시 희연이에게 올송을 걸어줬고. 희연이가 이번에 고른 곡은 겟더비트 하드. 그냥 겟더비트랑 내려오는 것은 똑같지만 판정이 완전히 다르다. 분명히 제대로 눌렀는데도 미스가 뜬다.


그런데. 희연이. 무려 이곡을 올콤보로. 미스 하나도 없이 깼어.


...그저 이런 소녀랑 같은 세계에 살고 있는 내가 무섭다.


그 다음 곡은 위어드 웨이브 하드. 원래 하드가 없었던 곡이지만 전작인 6th에서 생겼다. 아직 나는 못 깨는 곡인데.. 희연은 이 곡도 무난히 깼다.


뒤에서는 어느새 학생들이 몰려있었는지 희연을 향해 박수를 쳤다. 그리고 그 중에는 아까전에 펌프를 하고 있었던 민서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희연이는 곡 목록에서 펠하운드 3 하드를 가리키고 나한테 말했다.


"호진아, 이거 어려워?"
"일단 나는 이거 못깨."
"해봐야지."


...잠시 후에 벌어진 상황을 나는 눈을 뜨고 지켜보기가 무서웠다.
노트가 별로 안나오는 부분이 끝나고 스크래치가 무섭게 나오는 부분을. 희연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콤보를 내면서 처리했던 것이다.


올콤보는 아니지만, 희연이 졸지에 이 오락실의 펠하운드3 1등을 먹은 상황. 모두들 침묵할수밖에 없었다.


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는 여전히 들리면서.


나랑 희연이가 오락실 문을 나섰을때, 누군가가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민서였다. 민서는 희연이한테 말을 걸었다.


"아.. 아까전에 EZ2DJ 정말 잘 하시네요. 저는 여자분이 그렇게 잘하시는거 못봤는데."
"네?"


그리고 민서는 어딘가로 후다닥 도망쳤다.


"호진아."
"응?"
"방금전 그 애, 뭔가 이상해. 웬지 몰라도 위화감이 느껴져."


무슨 위화감이라는 걸까. 난 그런걸 전혀 못느꼈는데. 하긴 EZ2DJ에 나오는 Sunlight가 알고보니 남자목소리였다는 것도 희연이가 먼저 발견했었지.


그리고 나는 집에 도착해서 또다시 희연이랑 헤어졌다.


일단 EZ2DJ 7th 올송거는 법을 희연이 미니홈피 방명록에 적어준 다음, 유명한 엽기사이트 '유머대학'에 들어가봤다.


그런데 거기 웃긴자료에 올라와 있는 글들을 보다가.


'오늘 학교 점심방송이 엄청 어이없었다. 자기한테 여자애들이 엄청 붙는다고 하고 길 가다 지갑을 줏었는데 우리학교 애이지 않나.. 소꿉친구가 정혼자라고 하지 않나.. 게다가 신청곡이 '내가 웃는게 아니야'라니. 이런 염장을 보게나.'


그리고 거기 달린 리플.


'그놈 좀 죽여라'
'그놈 이름은 밝힐 수 없냐'
'그학교 어디냐'


...제발 저 사람들이 그 사연을 신청한 게 나라는 것을 모르기를 원하기 따름이다.


이제 수영이가 약속한 7시 반이 가까워져간다. 유일공원으로 가야지.


이 공원이 그렇게 넓지는 않은데, 도대체 수영이는 어디서 기다리고 있는건가. 다행히도, 얼마 안 지나자, 벤치에 있는 머리 긴 소녀 발견. 저 애는, 내가 잘못 보지 않았다면, 수영이가 틀림없다.


수영이는 나를 보자마자 웃으면서 말했다.


"앗. 와주었네. 답문자가 없어서 안올 줄 알았는데."
"일단 약속은 했으니까 지켜야지. 그때 내 짝이 있어서 문자를 보낼 상황이 아니었어."
"아.. 그때 옆에 있는 애 말이구나. 어쨌든, 그때 지갑 찾아준게 고마워서, 사례를 해줄려고 왔어."


그리고 수영이는 주머니에서 작은 선물상자를 꺼냈다.


"이거 뭐야?"
"나중에 집에 가서 한번 열어봐."


그런데, 마침 그 상황에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호진오빠.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이 설마 희연언니?"


이럴수가.
하필이면 그때 공원에 나래가 있었단 말인가.


"아니. 얘는 희연이가 아니라.."
"희연언니든 아니든 호진오빠는 나래꺼라고 말했었는데에."
"호진아. 얘는.. 누구야?"


수영이마저 나한테 물어보는 상황.
도대체 난생 처음 당해보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아.. 내 소꿉친구인데.."
"호진아. 미안. 나 급한 일이 생겨서 가볼께.."


수영이는 공원을 뛰쳐나가버렸다. 이거 뭔가 심각하게 오해가 생겨버린것 같은데..


"나래야. 쟤는 희연이가 아니라.. 지갑 잃어버리고 내가 지갑 찾아줬던 애야."
"오빠 못보던 사이에 그럴 줄 몰랐어. 그래도 나래는 오빠를 절대 다른 사람한테 빼앗기지 않을거야. 그게 설마 희연언니라고 해도."


그리고 나래도 돌아가고. 결국 나도 집으로 돌아왔다. 나중에 이 오해를 도대체 어떻게 풀어야할 지 모르겠다. 일단 수영이 사례라고 준 작은 선물상자를 열어봤다.


열어보니, 그곳에 있는건, 작은 팔찌 하나랑 편지지 하나.
편지지를 읽어봐야지.


'내 지갑을 찾아줘서 고마워서 마음의 선물을 준비했어.
내가 직접 만든 자수정 팔찌인데.. 많이 어색하지?'


어색하다니. 나 이런 선물 받아보는거 처음이라구. 그런데 나래때문에 오해가 생겨버린 이 시점. 게다가 학교에서는 희연이가 있기 때문에 오해가 풀리기는 더 어렵다.


에이, 모르겠다. 온라인게임 '썩은 어택'이나 조금 해야지.


그런데 역시 지금 마음이 복잡해서 게임이 잘 되지 않는다. 평소에는 많이들 킬 했었는데. 지금은 쏠때마다 안맞아. 게임을 접으라는 의미인가.


내일은 토요일이라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다. 시험기간이 밝혀진 시점에서 많이 놀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일단 마음의 정리는 좀 하자.


자고 일어났더니 날이 밝았다. 뭐 오늘도 대충 씻고, 식사 해결하고, 가방을 챙기고, 교복을 입고 밖으로 나가보니 기다리고 있는 것은 희연이.


"호진아, 좋은 아침!"
"응.. 안녕."


언제나 밝게 웃는 희연이. 하지만. 그것때문에 오히려 더 부담이 생기는 것은 나뿐인가. 오늘은 현석이놈이 안보인다.


그런데, 교문에 도착해보니, 벌 서고 있는 남학생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그 벌서고 있는 학생. 분명히 어디선가 많이 봤다.


그래서 혹시나 해서 이름표를 살펴봤더니.


...


조민서.


도대체 이거 뭐하자는 플레이냐. 그래서 처음부터 소현이가 신경도 쓰지 않았던 것이구나. 그정도 얼짱이면 소현이가 퀸카자리 뺏긴다 뭐다 난리를 치지 않을리가 없는데. 이게 무슨 개념을 손끝의 그린티에 말아먹은 상황이람.


이게 유머대학 사이트에 밝혀지면 좀 파장이 크겠는걸. 아니. 어쩌면 유머대학에서도 알고 있으려나. 어제 왜 희연이한테 말걸다 도망갔는지 알겠다.


이제야 알았다. 남자탈의실에 있는 긴 머리의 정체를.


"호진아, 왜 그래? 얼굴이 굳어있어."
"아.. 아냐. 좀있다 교실에서 말해줄께."


그나마 희연이가 걱정해줘서 고맙다. 아무튼 교실에 도착.


"어제 오락실 나갔을 때 희연이한테 말걸었던 여자애 있잖아.."
"응. 좀 이상했었던 애."
"그 애가 아까전에 교문 앞에서 벌서고 있었던 남자애야. 여장이 걸렸나봐."
"역시. 뭔가 여자애치고는 어색했어."
"그런데 왜 이렇게 여장이 잘 어울렸던 것일까.."
"호진아. 혹시 취향이 그런거야?"
"그럴리가 없잖아!"


도대체 희연이는 어떻게 그런 느낌을 잘 아는걸까. 전에 EZ2DJ의 Sunlight도 그렇고, 민서가 알고보니 남자였다는 것도 그렇고.


일단 희연이한테는 내가 어제 수영이한테 팔찌를 받았다는 건 비밀이다. 그런데 수영이한테 생긴 오해를 풀 수 있을까. 지금 시점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하는데.


게다가. 혹시라도 희연이랑 나래랑 만나게 되면.. 정말 상상하기도 싫다.


수업시간에, 수행평가를 일단 제출한 다음.. 역시 그렇고 그렇게 끝났다. 오늘은 토요일이기 때문에 종례를 일찍 하는데. 종례가 시작되기 전.


"여기가 김희연이 있는 7반 맞아?"


웬 남자목소리가 들렸다. 도대체 희연이를 누가 찾고 있을까나. 고개를 돌려보니, 목소리의 주인공은 전에는 못봤던 남학생이다.


"너가 누군지 몰라도, 희연이 남자친구?"
"...아직 남자친구...까지는 아니고."
"희연이는, 너같은 놈한테는 어울리지 않아. 나 '김수환'이 희연이를 책임져 주겠어."
"어이. 이봐요."


옆에서 희연이도 지금 상황을 당연히 못보고 있지는 않았다.


"나 당신같은 사람한테는 관심 없거든. 나한테는 호진이밖에 없어."
"쟤가 도대체 나보다 못한게 뭐야."
"모든거."


...이봐. 이런 대사를 너무 자연스럽게 내뱉는건 뭐야.


"그러지 말고. 저런건 버리고 나랑 사귀는거야."


찰싹.
희연이는 결국 수환에게 강하게 따귀를 날렸다.
저정도 소리면 많이 아팠을걸.


"관심 없다고 했잖아. 한번만 더 나한테 뭐라고 했다간, 죽여버릴거야."


그리고 수환이는 도망갔고, 희연이는 급히 표정을 바꾸며.


"호진아. 걱정마. 나 저런 애한테 절대 안뺏겨. 호진이는 내꺼니까."
"선생님 오신다!!"


그리고 선생님이 오시고, 종례가 얼마간 이어지더니, 오늘은 일요일이니 만큼 종례가 일찍 끝났다. 오늘은 희연이 청소당번이라서 희연은 교실에 남아 있었다. 그래서 집으로 가려고 하는 나를 교실 문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박소현.


도대체 얘 이번엔 또 웬일인걸까.


"그때 그 전학생 희연인가 걔 짝 맞지?"
"응.. 맞아."
"전학생이랑 사이가 엄청 좋다며."


이봐. 이건 좋은게 아니라 희연이가 나한테 일방적으로 말을 걸었던 것이었다구요.


"...그건 아니라."
"도대체 왜 전학생이 너한테 그렇게 금방 빠져버린거야. 이름이 뭐라고 했지?"
"이호진."
"왜 그런지 잘 생각해봐야겠어. 이거 묘하게 불타오르는데. 나중에 봐."
"으..응."


여전히 무서운 소현이다. 그런데 도대체 이거 정말 무슨 일인걸까. 소현이 얘가 내 이름까지 물어보다니.


집으로 가면서, 지금까지의 상황을 조금 정리를 해봐야겠다.


전학오자마자 나한테 일방적으로 달라붙었던 전학생 김희연.
지갑을 잃어버렸었고 내가 지갑을 찾아주자 직접 만든 자수정 팔찌로 사례한 구수영.
우리학교 퀸카였었는데 희연이 전학오고나서 뭔가 태도가 바뀌어버린 박소현.
그리고.. 어렸을때 친했었는데 갑자기 부모님이 정혼자란답시고 희연이 이상으로 부담스럽게 다가온 윤나래.


그리고 더 문제는 얘네들이 다 보통 이상으로 상당히 예쁘다는 것이다. 도대체 내 17년 인생에 왜 이렇게 여자애들이 붙은 겁니까. 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에이. 간만에 혼자 오락실에 또 들러야겠다.


- 다음회에 계속 -


주1. 조이플라자 :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실제로 존재하는 오락실. 국내의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희귀한 게임(특히 리듬게임)들이 많아서 전국에서 리듬게임 고수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이 소설에서도 나중에 나올 예정.


8. 조민서 : 17살. 남자. 여장이 묘하게 어울리는 녀석.


9. 김수환 : 17살. 남자. 희연을 좋아하고 있지만 희연은 얘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다.


네. 호진이의 막장사연으로 수근거리는 사람들이 많고, 희연의 EZ2DJ 실력은 오늘도 작렬했습니다. 그리고 희연이는 민서의 위화감(?)을 느꼈고. 수영이와의 약속 때문에 공원으로 나와서 수영이랑 만났지만 그 때 때마침 등장한 나래. 나래때문에 수영이한테 오해가 생겨버렸고, 수영이가 사례로 준 것은 직접 만든 자수정 팔찌. 그리고 알고보니 얼짱이었던 민서는 남자가 여장한 것으로 밝혀졌죠. 그리고 라이벌(?)까지 등장했고. 점점 꼬여가는 호진의 일상.


참고로 '사랑스러워' 노래는 펌프 최신버전인 NX에 있고, 지금 유일게임프라자 오락실에 있는 펌프도 NX라는 설정입니다. 역시 EZ2DJ와 펌프를 모르시는 분들께서는 모르실만한 이야기가 많아서 죄송합니다.


다음회부터는 4-A 이런 식으로 뒤에 -A가 붙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는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