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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7.27 05:42

LiTaNia 조회 수:450 추천:1

extra_vars1 2. 오랜만에 재회하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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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벽보에 써있는 지갑주인한테 전화를 했다.


010-4xxx-5xxx 번호를 누르자, PK헤만의 'Evergreen' 컬러링이 들려왔다.
'세상의 모든 걸 다 잃어도 괜찮아요~'


얼마 뒤. 잠시후 자그마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혹시 지갑 잃어버리신분 맞으신가요?"
"네! 맞아요.."


전화 속 목소리의 주인공은 엄청 기쁜 듯 했다.


"유일고등학교에 다니시는 분 맞죠? 저도 유일고등학교 학생인데.."
"네.. 다행이네요."
"저는 1학년 7반 이호진이라고 하는데.. 조례 끝나고 저희반 교실로 오세요."
"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나도 뭔가 착한 일을 한 건가.


"호진아. 누구한테 전화했어?"
"내가 줏은 지갑 주인한테."
"호진이 착한 애네~ 전학와서 호진이를 알게 된 게 다행이야."


김희연씨. 당신 대사는 말이죠. 누가 들어도.. 상당히 부담스럽답니다.


"아. 맞다. 호진이한테 내 번호 안가르쳐줬구나. 내 폰번호는 011-9xxx-5xxx야."
"응. 저장할께.."


...그럼그렇지. 희연양. 어차피 메신저랑 연동이 되면 폰번호도 보이는데.
아무튼, 학교로 들어가는 중에, 역시 학생들이 주위에서 수근거리고 있었다.


'쟤가 이번에 전학온 애 맞지?'
'응. 전학오면서 벌써 남자 하나 잡고..'
'그리고 오락실에서 EZ2DJ도 엄청났어. 뭔 여자애가..'


그리고 나랑 희연이, 그리고 현석이가 반 교실에 들어온 뒤에, 자리에 앉으려고 하니까, 희연이가 말했다.


"호진아. 조심해. 지금 이 의자, 누가 일부러 다리 부러진걸로 바꿔놨나봐."
"고..마워, 희연아."


역시 전학생에게 있는 신고식인건가. 그러나저러나, 희연이가 이걸 어떻게 발견한거지?


얼마 뒤 담임선생님께서 들 조례가 끝나고, 교실 뒷문에 못보던 긴 머리 여자애 한명이 들어왔다.


"여기에.. 혹시 이호진이라고 있어요?"


혹시. 지갑주인? 사진하고는 약간 달라보이는데.


"내가 이호진인데.. 혹시, 지갑주인 구수영?"


나는 그 여자애한테 어제 줏은 그 지갑을 보여주니까, 그 여자애는 엄청 기뻐했다.


"응! 내 지갑 맞아. 찾아줘서 고마워.. 나중에 사례라도 할께."
"그럴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나한테는 소중한 지갑이라. 나중에 봐~"


그리고, 그 소녀.. 아니, 수영이는. 자기 반으로 사라졌다.


사례라. 뭔가 겁난다. 내가 우리학교 여자애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서 저렇게 예쁜 애가 있는줄 몰랐다.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희연이 약간 기분이 안 좋은듯한 표정으로 물어봤다.


"쟤가.. 지갑주인이야, 호진아?"
"응.. 맞아."


글쎄. 도대체 나한테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뭐,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시간은 흘러갔다. 이런저런 생각속에 멍해져있는 나한테, 수학선생님이 갑자기 나를 지명했다.


"이호진! (5 - 2i)²가 뭐야?"
"...잘 모르겠습니다."
"뒤에 가서 손들고 서있어. 그 옆에!"


뭐 별 수 있겠냐. 내가 수학은 쥐약인데.


"21 - 20i요."
"전학왔다고 했었는데 잘 아는구나."


...김희연. 공부도 잘 했었냐. 도대체 왜 이렇게 먼치킨스러운 애가 전학와서 나의 일상을 헝클어놓는거냐.


쉬는 시간이 되었다.


"호진아, 많이 힘들었지?"
"아냐.. 괜찮아. 내가 잠깐 멍해있어서 그랬던것 뿐인데."
"호진이.. 넌 내꺼야.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호진이 건드리지 못하게 할꺼야!"


김희연씨.
당신 대사의 위험도는 정말 우리학교 다른 학생들이 이겨낼 수준이 아니라구요.
갑자기 나보고 자기꺼라니.. 언제부터 내가 물건이었단 말입니까.


그리고.. 저기에 창밖에 지켜보고 있는 여자애.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히 우리학교 퀸카인 박소현? 쟤가 도대체 우리반 앞에는 왜 온거야.


그리고 잠시 후, 점심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밥 사먹을 돈도 있겠다. 어제처럼 빵으로 때우는 일은 없다고 장담한다.


"오늘은 구내식당으로 가야지."
"호진아. 오늘은 나랑 같이 도시락 먹지 않을래?"


구내식당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희연이었다.


..어이. 이봐. 희연양. 도시락이라니. 학교앞 두솥도시락보다는 그냥 구내식당이 더 저렴한데. 아, 두솥도시락에도 저렴한 메뉴가 있긴 있구나.


"두솥도시락..인거야?"
"아니. 오늘 호진이랑 같이 먹으려고 직접 싸온거."
"..."


..이봐.


내 의식이 4차원세계 속으로 빠져드는듯한 대사였다.
직접 싸왔다니..
이게 무슨 미연시게임인줄 아나.


"일단, 옥상으로 같이 가자. 옥상이 열려있긴 하지만, 사람은 없으니까."


그러고보니 옥상으로 와본것도 오랜만이다. 한동안 구내식당만 애용하다보니 굳이 옥상을 이용할 필요는 없었지.


일단 도시락을 열어보니.


...하...하트!! 먹기가 미안해지는걸.


"히힛. 호진이한테 줄려고.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했어. 일찍 일어나는게 쉬운게 아니더라구~"
"고.. 고마워."


그리고, 한 입 먹어보니..


우와. 맛있다. 정말 희연이 얘 보통 애가 아니다. 공부도 꽤 하는것 같고, 오락실에서 EZ2DJ도 잘 했고, 게다가 아직 17살인데 요리까지 잘 하다니..


"와.. 맛있어!"
"고마워~ 호진이가 맛있게 먹어줘서, 기뻐."


그런데, 운동장 쪽으로, 옥상까지 웬 함성소리가 들렸다.


"잠깐. 저기에 무슨 소리가 들려. 잠깐 가볼께."


운동장을 보니 한쪽 구석에 학생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그리고, 그 학생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저기에 왜 이렇게 학생들이 몰려있는거지?"


그리고, 그 가운데에는 분명히 우리 학교 교복을 입고 있지만, 못보던 여자애 하나가 있었다. 수영이는 아니었다. 그리고 평소에 보던 애들도 아니었다.


설마 또다른 전학생이라도 전학온 것인가. 못보던 여자애 주위로 왜 이렇게 많은 애들이 몰려있는 것일까. 그러고보니 내가 왜 이런것에 신경쓰고 있는거지.


"호진아, 뭐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역시 희연이 안물어볼리가 없다. 희연은 방금 나를 자기 꺼라고 못박아놨으니. 도대체 하루아침에 내가 어떻게 되었기에 이런 여자애랑 얽힌 것일까.


"에이. 뭔데에~"
"저쪽에 애들이 많이 있어서."


어쩔 수 없이 희연한테 그 위치를 알려줬다. 희연도 못보던 여자애 주변에 수많은 애들이 몰려있는 것을 봤나보다.


"난 저렇게 인기있는건 안바래. 호진이만 내 곁에 있어주면 난 그걸로 좋아~"


...희연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나한테 너무 부담을 준다.
에이.
밥이나 계속 먹어야지.


"그래도... 맛있네."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자, 아앙~"


...희연양.
이건 또 뭔 짓이래.


'아앙'이라니. 도대체 정말 이게 무슨 꿈속 일이란 말입니까. 여튼, 희연이가 먹여준 것 역시 먹었다. 아마 얼마 안있어서 깨질 꿈일게 분명하다. 내 팔을 꼬집어봤다.


"호진아, 왜?"
"아.. 이게 꿈인가 싶어서. 아얏!"


아프다. 꿈은 분명히 아닌데.


"그런데, 희연아."
"왜, 호진아?"
"희연이는 나 어제 알았는데.. 왜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거야?"
"나중에 알려줄께~"


역시 여자 마음을 알기는 쉽지 않다. 여튼, 밥을 다 먹고 나서, 내려갔다. 희연은 교실로 갔고, 나는 일을 보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화장실 세면대에 누군가가 열심히 세수를 하고 있었다. 체육복도 안 입었는데.


점심시간도 끝나고, 오후 수업이 시작되었다. 뭐, 지금 이런 상황에 수업이 눈에 들어올리가 있냐. 지금 내 머릿속은 상당히 복잡하다.


그리고 종례 끝. 희연은 나랑 같은 방향이라서 나랑 같이 가려고 했지만..


"미안해, 희연아. 오늘은 현석이랑 약속이 있거든. 다음에 같이 가자"
"호진아, 미팅같은건 아니지?"
"에이 설마. 그럼 안녕~"


그리고 나는 오늘은 현석이랑 같이 나섰다. 사실 약속같은건 없고. 희연이 있을때는 하기가 무서운 얘기가 조금 있거든.


"호진아. 전학생이 잘해주니까 어때?"
"...도대체 나한테 언제부터 이렇게 된거야. 갑자기 희연이라는 애가 전학와서 나보고 자기꺼라고 하질 않나, 그리고 지갑을 돌려준 여자애는 나보고 사례를 한다지 않나. 게다가.."
"게다가?"
"쉬는시간에 창밖을 봤는데 박소현까지 우리반 교실을 엿보고 있었어."
"흠 이게 사실이라면 조금 무섭군."
"...누가 내 얘기를 하는거지."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 마침 옆에 소현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우리가 한 얘기를 들은 모양이다.


"헉.. 아무것도 아냐."
"너가.. 이번에 전학왔다는 전학생 짝이야?"
"응.. 맞아."
"그 전학생한테 전해. 나 박소현은, 유일고 퀸카 자리를 절대 빼앗기지 않는다고. 안그러면 확!"
"으응.."


무섭다. 박소현. 저래서 아직까지 퀸카인데에 비해서 남자친구가 없었던 것이었나. 생각해보니 소현이 나한테 말건것이 입학 이래로 처음이다.


"이호진. 너 도대체 언제부터 그렇게 페로몬을 흘리고 다닌거냐."
"..조용히 해. 이게 다 희연이가 전학오고 나서 이런거야."
"정말 그 만화속 여자애처럼, 주변에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능력이 있다거나.."
"..넌 만화를 너무 많이 본다니까."


현석은 요새 어떤 만화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것 같다. 아직 우리나라에는 나오지도 않은 만화인데. 하긴 요새 인터넷의 위력은 무섭지.


"그런데, 도대체 진짜 궁금한건.."
"뭔데."
"아까전에 운동장에 있었던 긴머리 여자애 누구야? 여태 못봤는데."
"아. 요새 새로 퀸카로 뜨려고 하는 '조민서'라고 있어. 인터넷에 사진도 올라왔던걸."


뭐 설마 저 여자애도 나한테 말을 건다거나 하는건 아니겠지. 난 희연만으로도 부담스럽다고. 그런데 도대체 뭐야, 이거.. 지금까지 우리학교 여자애들한테 관심이 없었고, 또 여자애들도 나한테 관심을 안가지는데, 도대체 요새 왜 이렇게 여자애들이 나한테 몰리는건지.


"한번 인터넷에서 찾아봐야겠군."
"찾아보면 많이 놀랄거다. 박소현? 걔 퀸카 뺏기는거 시간문제야. 그런데 정말 희연이 대단하다."
"응?"
"호진이 너한테 이렇게 관심가졌던 애가 여태 유일고등학교에서 하나도 없었잖아. 너도 희연이때문에 슬슬 여자에 눈을 뜨기 시작한거야?"
"...조용히해."
"그리고 그 사례해준다는 여자애는 또 어떻게 되려나?"
"...몰라."


희연이 내 곁에 있을때 수영을 만나는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다.


여튼, 현석과는 방향이 달라서 헤어졌다.


"오늘 그 만화 나오는 날이네. 어서 가서 만화나 봐야겠다."
"잘가렴."


그리고 나도 집으로 도착. 어차피 집에는 아무도 없다. 옷은 대충 벗어놓고, 컴퓨터를 켜야지. 웹브라우저로 EZ2DJ 동호회 사이트인 Theme of EZ2DJ에 들어가야지.


'EZ2DJ 7th TraX 제작비화'


어라. 새로 올라온 글이 있네. 한번 읽어볼까.


글을 주욱 읽어봤지만 뭔가 특이할만한 내용은 없는걸. 그런데. 중간쯤에. 좀 충격적인 것을 봤다.


'RYU♡Star = RYUminus 였습니다. 여성보컬을 구하지 못해서 목소리를 조작해서..'


이럴수가.
Sunlight랑 빛바랜영혼을 부른 그 여자가.
여자가 아니라,
EZ2DJ 7th 제작을 맡은 류마이너스였단 말인가.


희연의 말이 맞았다. 김희연. 얘는 어떻게 알아낸거지. 어쩐지 뭔가 목소리가 특이하긴 했지만. 설마 그게 희연의 말대로 정말 남자목소리를 조작한 것이었을 줄이야.


그리고 또다른 글을 봤다.


'유일게임프라자에서 어제 EZ2DJ 하고있던 여자 혹시 아시는분?'


...저런. 역시 희연이 얘기다.


'유일게임프라자에서 웬 여자가 200억하드랑 레벨레이션을..
게다가 그 여자애도 꽤 예뻤고.. 남자랑 같이 다녔는데.'


그리고 그 밑에 달린 리플.


'저런 푸칡(주1)님에 이은 여성괴수 등장 그런데 남자랑 같이 다녔다니 커플은 죽어야해!'


죄송합니다. 차마 그 남자가 차마 저라는건 밝힐 수 없었던걸요.


일단 Theme of EZ2DJ를 나와서, 포털사이트 '네버'에서 '조민서'를 찾아봤다.


사진이 몇개 나왔네. 우리학교 교복을 입고 있고.
토토샵으로 수정한 티가 조금 나긴 한데.
저거..


..정말 박소현보다도 예쁘다. 우리학교 퀸카 자리 뺏기는건 이제 시간문제인걸. 저렇게 긴머리가 어울리는 예쁜 여자애가 우리학교에 있었단 말인가.


에이. 간만에 라면이 땡기네. 라면이나 사와야지. 라면 정도는 끓일 줄 알아야 어디서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지.


라면을 사러 수퍼로 가는데. 응?


"꺄아아악!"
"이 오빠랑 같이 놀자니까."


지금 이 시대에도 저런 놈들이 있었단 말인가. 남자 여러명이 여자 하나를 둘러싸서 성희롱이라니.


"뭐하는 것들이야!"
"어쭈. 저 간뎅이가 부은 자식은 뭐지."


저놈들은 칼까지 들었다.
그러나. 지금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이판사판인걸. 너희들. 맛을 봐라.


퍽!


푹!


탁!


"으으으.."
"별것도 아닌게 감히 까불고 있어."


역시. 이런데에 함부로 끼어들다가 몸이 망가진다.


아프다. 많이 아프다.


"애애애앵~"


그런데, 잠시후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보니, 경찰차가 오고 있었다.


"짭새들이다. 튀어!"
"너, 운 좋은줄 알아!"


그리고 양아치들은 도망갔고, 그 여자가 다가왔다.


"괜찮으세요..? 앗. 혹시.. 호진오빠?"
"너.. 너는?"


이 여자애. 자세히 보니. 낯익은 애다.


내가 잘못본게 아니라면. 나랑 어렸을때 소꿉놀이 자주 했었던 여자애 윤나래인데. 너무 많이 얻어맞아서 잘못본건가.


"호진오빠, 나 기억안나?"
"너.. 나래 맞지."
"응! 나래 아직 기억하고 있었네~ 오빠 이사가면서 많이 울었었는데."


윤나래.
내가 지금 살고있는 이동네로 이사오기 전에. 어렸을때 정말 많이 같이 놀았지.
그리고 나는 초등학교 3학년때 지금 살고있는 유일본동으로 이사왔고. 그때 나래가 많이 울고불고 했었지.
그 뒤로 연락을 못했는데. 오랜만에 만났네. 못 본 사이에 많이 예뻐졌다. 역시 성장해서 그런가.


"나래 많이 예뻐졌네. 나래도 그동안 잘 지냈어?"
"응! 나래는 호진오빠 많이 보고싶었어.."
"그런데.. 여기는 웬일이야?"


생각해보니 내가 전에 살던 동네랑 이곳 유일본동은 거리가 꽤 떨어져있다. 별다른 일이 없다면 여기로 올 일이 없을텐데.


"응! 나래도 오빠 보고싶어서 여기로 전학왔어. 지금 유일여중 다녀."


...뭐야.
단지 내가 보고싶다는 이유로 전학온거야?
부모님 직장은?


"부모님께서 허락해주셨어?"
"작년에 우리 아빠가 나래한테 말씀하셨어. 어렸을때 호진오빠랑 나래랑 꽤 자주 붙어다녀서, 우리아빠랑 호진오빠네 아빠랑 커서 결혼시켜주기로 약속했었다구.."


뭐라구요.
이건 또 웬 구석기시대적 말씀이십니까.
정혼자라니...


하긴 나래네 아버님하고 우리아빠도 역시 많이 친하시긴 하셨다지만. 도대체 스토리가 어떻게 3류 미연시스럽게 흘러가는거냐.


"그래서 호진오빠 그동안 찾아다녔었는데. 이제야 다시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 호진오빠. 이제 호진오빠는 나래꺼야!"
"...미안. 나래야. 사실은 최근에..."


어쩔수없이 최근에 희연이가 전학온 뒤에 일어난 일련의 일들을 말해줬다.


"하지만 그 희연이라는 언니는 호진오빠를 알게된 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잖어. 나래는 호진오빠랑 하안~참 전부터 친했었다구. 그 희연이라는 언니가 나래한테서 호진오빠 못뺏아가게 지켜줄꺼야!!"


...이봐요.
나는 희연이부터가 너무 부담스럽다구.
그런데 아무리 오랜만이라 반갑다고 해도, 이건 뭔가 희연이 이상이잖아..


"나 지금 수행평가 해야 해서 들어가봐야 하거든. 나중에 만나~"
"응! 나래는 언제까지나 호진오빠를 생각할께~"


휴.
살았다.


어쨌든 황급히 집으로 왔다. 아까전 양아치한테 맞은 곳이 아직 많이 쓰리다.
도대체 정말 희연이 전학온 이후로 어떻게 되어가는거냐.
나래가 내 정혼자라니.. 뭡니까 이게. 이런것을 맘대로 정해버린 아빠 나빠요.
게다가 희연이랑 나래가 서로를 알게 된다면 불꽃튀게 싸울게 뻔한데.


진짜 내 17년 인생에 여자들이 나때문에 싸우는건 처음본다.


간만에 학교 방송에 뭔가 하나 신청해봐야겠다.
내가 쓰는게 라디오 사연으로 채택되는건 힘들고. 그냥 학교 방송으로만 내야지.
10년전 프로그램인 헌글 97을 틀고 열심히 사연을 쓰고 있는 중에. 갑자기 전화가 왔다.
국제전화. 지금 해외출장중인 부모님이시려나.


"여보세요."
"어, 아빤데. 지금 집에 잘 있냐?"


마침 아빠한테 온 전화다.
방금전 나래가 말한 정혼 어쩌구가 사실인가 여쭤봐야지.


"아빠. 아까전에 오랜만에 나래를 만났는데요. 나래가 저보고 부모님이 자기랑 저랑 정혼자라고 말했었는데, 사실이예요?"


그리고 약간의 침묵이 이어진뒤.


"미리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아들아. 사실이다. 그때 너랑 나래랑 엄청 친해서 나중에 결혼시킨다고 말한거였는데.."
"그런걸 마음대로 정하시면 어떡해요."
"...아들아. 미안하다. 아빠 전화 끊을께."


딸깍.


흠 이게 사실이라니 많이 무섭군.


아니. 이런 인터넷용어가 나올때가 아니잖아. 상황은 심각해.


다행히도 우리 부모님은 희연이에 대해서는 모르고 계신다. 국제전화라서 전화요금 압박으로 희연이 얘기는 말씀드리지 못했는데. 만약 희연이를 부모님이 알게된다면 어떻게 생각하실까.


에이. 쓰던 사연이나 계속 쓰자. 사연 쓸 거리가 하나 더 생겨서 사연 양이 늘어나버렸다.


난 지금 희연이만으로도 부담스럽다구. 그런데 왜이렇게 갑자기 여자들이 꼬이는거냐.
정말 현석이놈 말대로 내가 페로몬을 흘리고 있는거냐.


..아냐. 나래가 전학온건 작년이라고 했지. 그런데 나래랑 재회하게 된 시기가 하필이면 또 지금이냐구.


에이. 일단 사연 적은것 인쇄하고, 내일 방송실 옆에 사연올리는 함에다가 넣어야지.


지금 내 머릿속은 완전히 멍해져있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이런걸 흔히 말하는 인터넷 용어로 '막장'이라고 하는 것이냐.


그리고 다시 날이 밝았다. 다행히도 나래는 아직 이사간 우리집은 모르니까 희연이랑 만날 일이 없겠구나. 아니. 그것보다도 중학교랑 고등학교는 등교시간이 조금 많이 다르지.


일단 대충 밥을 챙겨먹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희연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우리학교 교복을 입은채로.


"호진아, 좋은 아침! 그런데, 호진이 얼굴이 많이 안좋네?"
"희연아.. 안녕."


희연이한테도 나래 얘기를 해야 하나. 했다가는 또 무슨 일 날지 모르는데.


"호진아. 어제 무슨 안좋은일 있었어?"
"희연아.. 사실은."


그냥 얘기하자. 오히려 어설프게 둘러댔다가 더 큰일날라. 어제 소현이가 퀸카자리 안뺏긴다고 말했었던 것이랑, 소꿉친구였던 나래가 나 보고싶어서 여기로 전학왔다는 것. 정혼자 얘기까지는 차마 할 수 없었다.


"호진이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았구나~ 몰랐는데. 그래도 호진이는 내꺼야!"


...어이. 이봐요. 문제는 이 일련의 일들이 '희연이가 전학 온 뒤에' 일어났다는 것.


"그런데 교복 언제 산거야?"
"어제 학교끝나고 사러 갔어. 다행히 나랑 사이즈 맞는게 있어서 바로 나왔어."


나랑 희연이가 함께 학교에 등교하는 중에 역시 보이는 낯익은 얼굴이 있다.


"둘이 또 붙어다니네."
"..현석이냐."


...정말 현석 이놈은 나랑 희연이가 커플로 보이는 것인가.


"하긴 호진이가 잘생기긴 했지. 여태 여자에 관심이 없었을뿐. 부러운 놈."


...이봐요. 이거 전혀 부러운게 아니라구요.


일단 학교에 도착해서, 어제 열심히 썼던 사연을 방송실 신청함에 올려놔야지. 신청함에다 사연을 넣는 도중,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신청곡 많이 올린 후배네. 안녕?"
"앗. 안녕하세요, 민애선배."


지금 나타난 선배는, 방송부에서 방송을 하고 있는 '한민애'라는 선배다. 내가 하긴 그동안 방송에 신청을 많이 했지. 그런데 내가 신청한 곡들을 구하기가 힘들어서 조금 많이 진땀빼셨을거야.


"오늘도 신청하는거야?"
"네. 신청하긴 하는데.. 조금 말씀드리기 그런 얘기라 오늘은 익명으로 했어요."
"응. 한번 읽어볼께~"


그런데 내 사연을 민애선배가 내보내려나. 어쨌든, 다시 교실로 갔다.


- 다음회에 계속 -


주1. 푸칡 : 실제 Theme of EZ2DJ 회원이신 분. 여성분인데도 불구하고 이분의 EZ2DJ 실력은 어느 괴수분 못지 않다.


5. 구수영 : 17살. 여자. 호진이가 줏은 지갑의 원래 주인. 조용한 아이다. 존재감이 없었는지(라기보다는 호진이 여자에 관심이 여태 없어서) 호진이 여태 몰랐었던 애. 그런데, 호진한테 하게 될 사례라는것은?


6. 윤나래 : 16살. 여자. 현재 유일여중 3학년에 재학중. 호진이랑 어렸을때 같이 많이 놀았던 소녀. 호진이가 보고싶어서 전학왔다는 엄함을 보여주는 소녀.


7. 한민애 : 18살. 여자. 방송부에서 점심방송을 하고 있는 선배.


네. 김희연양. 점점 위험하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직접 싸온 도시락이라니. 도대체 이런 부담스러움을 한방에 맛보게 된 호진은 이것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군요. 게다가 지갑의 주인인 수영은 호진에게 사례를 한다고 하고. 도대체 희연은 왜 이렇게 호진한테 접근을 하는 것일까요. 정말 희연이 전학오고 나서 호진한테 페로몬(?)이 생긴듯? 정말 호진이한테 벌어진 알 수 없는 상황은 어떻게 해야 요약이 가능할까요. 평소에는 호진을 거들떠보지 않던 퀸카 소현도 호진한테 뭐라고 말했고. 유일고 퀸카 자리를 빼앗기 충분한 얼짱 조민서. 게다가 양아치에게 당하고 있는 소녀를 구해줬는데 알고보니 호진의 소꿉친구 나래. 나래가 전학온 뒤에 뱉은 너무나 엄한 대사들 때문에 또다시 안습이 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부모님마저 이 사실을 인정해버렸으니. 이런걸 '막장'이라고 하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