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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9.08 20:20

LiTaNia 조회 수:625 추천:1

extra_vars1 12-B. 그러니까 저는 물건이 아니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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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야. 너가 왜 여기에?"


분명히. 내가 알기로, 하마는, 시한부 인생이었었지. 그리고, 나랑 데이트를 한 다음날 새벽에 하마가 좋아하는 노래인 Monday Morning 5.19대로 새벽 5시 19분에 죽었다고 하고. 그런데. 지금 하마가 왜 내 앞에 있는거야.


"호진이.. 요새.. 행복해? 정말.. 행복한거 맞아? 궁금해. 호진이 때문에 울고 있는 사람이 없나.. 생각해봐."


이런 말을 남기고, 하마는, 그 자리에서 유령처럼 사라져버렸다.


"하마야!!"


하마를 불러봤지만, 이미 하마는 그 자리에 없었다. 시계를 보니까, 딱 5시 19분이었다.


뭔가 등골이 오싹해지는데, 그동안 나래랑 재회해서 같이 놀다보니까 거의 하마를 잊어버린 상황에서 이렇게 나타나다니. 지금까지 꿈에서도 나온 적이 없었던 하마인데.


에이. 좀 더 자야지. 이제는 월요일날 모닝콜도 좀 바꿔보고. 하마는 어차피 지금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니까 지금까지 굳이 Monday Morning 5.19를 월요일 모닝콜로 깔아놓을 이유가 없잖아.


그런 이유로 좀 더 자고 일어났더니..


으악. 지각에 가까운 시간이다. 새로 바꾼 모닝콜은 사정없이 울리고 있었는데, 내가 평소 기상시간에 분명히 맞춰놨는데도 불구하고 십여분을 넘게 울려대고 있었다.


우선 교복부터 대충 입고 나가자. 아침은 먹을 시간이 없다.


역시, 희연이는 없었다. 내가 늦게 일어났으니, 희연이는 아마 먼저 학교에 갔을 것이다.


에이. 나도 부지런히 뛰어서 학교에 가야지.


예상대로, 학교에 가보니 이미 희연이는 도착해 있었다. 여전히 삐져있는채로.


"희연아.."
"흥. 됐어. 호진이. 다른 여자애랑 놀고. 늦잠이나 자고."


이번에, 희연이가 정말 단단히 삐져있나보다. 말 걸기가 겁난다. 현석이도 희연이가 삐져있는 것을 보고 나한테 물어봤다.


"호진아, 무슨 일 있었냐?"
"아니. 별 일은 없었는데."
"희연이의 저런 모습은 처음봐서."
"별 일 아냐."


역시, 현석이도 이런건 눈치채는군.


그렇게 희연이랑 서먹서먹한 분위기로 오전의 수업시간이 지나가고, 점심시간이 되었다.


뭐 희연이가 저런 상태니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식당으로 가려고 하는데, 내가 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 희연이가 불렀다.


"호진아. 옥상에서 나랑 얘기해. 내가 도시락은 싸 왔으니까."
"으..응."


뭐 그런 이유로 오늘도 어쩔 수 없이 희연이랑 같이 옥상으로 갔다. 희연이는 여전히 내 것까지 도시락을 가지고 왔고.


"호진아. 어제 화낸건 미안해. 하지만.. 너무 화가 나서, 어쩔 수 없었어."


역시 희연이가 뭐 때문에 화가 났었는지는 당연히 모를 수가 없다.


"희연이도.. 알고 있었어?"
"응. 희정이한테 들었어. 그 재열이라는 애 마음에 들었다고 했었는데. 호진이가 내가 아닌 다른 애랑 놀고 있었던것에.. 화가 났을 뿐이었어."
"그러면.. 그 라디앳 아키하도 들어본거야?"
"응. 호진이 얘기가 나와서 뭔가 했는데.. 들으면서.. 울었어. 그 나래라는 애.. 정말 호진이를 많이 좋아하는것 같더라. 호진이는 내껀데. 그 누구것도 아닌 내껀데.. 뺏길 수 없는데.."


역시, 결국 희연이가 문제였던건가. 내 생각은 묻지도 않으면서 나를 자기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호진이도.. 그 나래라는 애가 좋은거야?"


희연이의 밝은 모습만 보다가, 희연이가 울 것 같은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다.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말하든 곤란해질 것은 뻔하니.


"대답좀 해봐, 호진아. 정말 나래가 좋은거야?"
"...응. 나래가 좋아."


뭐 어쩔 수 있겠나. 나래를 다시 만나서 반갑고, 나래랑 재미있게 놀았고, 오늘도 학교 끝나고 나래랑 같이 가려고 하는 중인데.


"호진아. 그 나래라는 애랑 같이 있으면, 좋아?"
"뭐.. 나래랑은 어렸을 때부터 친했으니까."


다만 어렸을 때의 나래랑은 뭔가 달라졌다는 것이 문제랄까. 안명희 때문에.


"정말.. 호진이가 나래가 좋다면.. 나도 호진이를 포기해야만 하는데.. 나.. 호진이를.. 포기하기가 힘들어.. 왜일까?"


이봐요.. 그걸 왜 나한테 묻는겁니까. 처음부터 나한테 멋대로 달라붙은게 희연이 아니었었나.


"호진아. 나.. 어떡해야만 해?"


뭐 역시 가장 좋은 것은 희연이가 나를 포기하는 것인데, 희연이는 그것만은 정말로 싫은것 같았다. 희연이는 도대체 내가 어디가 좋은것인가.


"나도.. 그 나래라는 애랑 호진이랑 둘을 그냥 두면 좋을텐데.. 이상하게 그러기가 싫어."


그리고 희연이는 도시락을 바닥에 놓더니, 나한테 다가왔다.


"호진아.. 나.. 지금 기분이 이상해."


나는 어쩔수 없이 희연이를 토닥거려줬다. 희연이가 들릴듯 말듯하게 작은 소리로 말하면서.


"..미안해.. 희연아. 하지만, 나는 나래가 좋아."


그러는 사이에 이미 다음 수업시간을 알리는 예비종은 울렸고, 도시락은 반 이상이 남은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가지고 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후 수업은 계속 이어졌고, 내가 하교를 하려고 할 때, 희연이가 나를 붙잡았다.


"호진아."
"응?"
"오늘은.. 나랑 같이 가면 안돼?"


희연이의 기분을 풀어줘야 하긴 하지만, 지금 나를 기다리는 또 다른 사람이 있는걸.


"미안. 안될것 같아."
"..칫."


뭐, 그런 이유로 오늘은 다소 무거운 발걸음으로 유일여중을 향했다. 나래가 더이상 희정이를 괴롭힐리가 없지만, 아무래도 지금 희연이 기분으로 봐서 희정이한테 또다른 불꽃이 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이러나 저러나, 나만 희정이한테 비호감 되는 거잖아.


이미 나래는 교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호진오빠~ 기다리고 있었어."


그리고 나래랑 손잡고 하교를 하는데, 나래도 내 표정을 보고 뭔가를 눈치챘나보다.


"호진오빠.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응. 희연이가.."


나는 나래한테, 희연이가 학교에서 나한테 넋두리(?)를 한 것을 말해줬다. 물론 같이 도시락을 먹었다는 얘기는 빼고.


"그 언니.. 도대체 왜 호진오빠를 포기하지 않는거야?"
"나도 모르겠어. 게다가 희연이가 내 짝이라서 서로 서먹서먹하고."
"호진오빠네 반, 자리 언제 바꿔?"
"아마 다음 학기가 되어야 할 것 같아."
"그래도, 호진오빠한테는 나래가 있잖아. 헤헷."


그나마 나래의 웃는 얼굴을 보니까, 기분이 풀리는 것 같다.


"그럼, 호진오빠 잘가~"
"그래. 나래도 내일 봐~"


그리고 서로의 방향이 달라지는 곳에서 헤어졌다.


인터넷 뉴스 기사에서는 여전히 10대들의 무차별 폭행 이야기가 보였다.. 자신도 그 무차별 폭행의 희생양이 되었다는 리플도 보였다. 정말 요새 길거리 나서기가 무섭다.


그리고 그 밑에 보이는 또다른 기사.


'10대, 경찰까지 중태에 빠뜨려..'


기사를 클릭해보니,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10대가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에게 흉기를 휘둘러 중태에 빠뜨렸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다 구속되긴 했지만, 언제 저렇게 10대들의 범죄가 위험수위에까지 오른거야. 나도 10대이긴 하지만, 요새 세상 정말 무섭다.


그리고 어른들은 그것들이 다 만화탓이니 게임탓이니 하면서 엉뚱한 단속을 하고 있겠지. 처음부터 만화랑 게임이 싫었으면서 일이 터지면 그것들을 구실로 만화랑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는 어른들. 문제가 많다.


뭐 살인사건을 저지른 어떤 아이가 평소에 '용자전설' 게임을 재미있게 했었다는 이유로 폭력과는 거리가 180도 먼 용자전설 게임에 불똥이 튀어버렸던 안습한 일이라던가.


에이. 그냥 시험공부나 해야겠다. 이런것들을 생각하다가는 정말 어지러워.


그리고 오늘도 시험공부를 하다보니 하루가 다 갔다. 그러나 여전히 흰색은 종이고 색깔은 글씨랑 그림인걸 어떡하리.


그렇게 오늘 하루도 지나갔다. 오늘은 별로 건진게 없는걸.


그 다음날. 오늘은 늦지 않게 일어났다. 그리고 문을 나서면..


오늘도 희연이가 기다리고 있었으나. 희연이는 아무말도 없었다. 그래서 희연이한테 말을 걸었지만..


"희연아."
"됐어. 호진이. 어제도 보나마나 나래랑 같이 갔겠지."


역시, 희연이는 무서운 애다..라기보다는, 요새 나래랑 자주 있었으니까, 이쯤되면 눈치채지 못하는게 이상하다고 해야하나.


현석이도 아직도 희연이가 삐져있는 것을 눈치 못챌리가 없겠지.


"호진아, 희연이가 도대체 왜 아직도 삐져있는거냐."


뭐 그 원인은 나이긴 하지만, 섣불리 말하기는 좀 그런 상황이다.


학교에 도착해서,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은 이어졌다.


역시 시험기간에는 시험공부에만 신경써야 하는 것일까. 나래랑 같이 노는건 시험 끝난뒤에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리고 오늘도 다가오는 점심시간. 이번에는 희연이가 나랑 같이 먹자는 얘기조차 하지 않았다.


별 수 있나. 간만에 식당으로 가야지. 식당도 정말 오랜만에 들러보네.


"여어. 호진이가 웬일이래. 식당에 오고."


현석이가 한마디 했었다. 하긴 내가 지금까지 희연이랑 같이 먹느라 식당에는 너무 오랜만에 왔지.


하지만, 그동안 희연이의 도시락에 길들여져버렸던지, 간만에 먹는 급식은 뭔가 맛이 없다. 길들여진다는 것이 무서워지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은 순간이다.


"희연이하고 한번 크게 싸우기라도 한거냐."
"그건 아니고, 내가 토요일날에 나래랑 데이트를 했었거든. 물론 나래 친구도 같이 와서 데이트 아닌 데이트가 되었지만."
"그 친구도 혹시 여자냐?"
"그럴리가. 남자야. 걔랑 같이 이니셜D 게임도 했었다구."
"그래서, 어떻게 됐냐?"
"깨졌지. 요새 이니셜D를 안한지 하도 오래 되어서."


뭐 그 다음에 드럼매니아에서 만회하긴 했지만, 그건 여기서는 생략하자.


"그런데, 문제가 그 자리에 희연이 동생인 희정이라는 애가 껴버린거야."
"희연이한테 동생이 있었어?"
"응. 그리고 그 나래의 친구는 희연이 동생하고 눈이 서로 맞아버린거지. 그래서 2:2 분위기가 되었는데.. 재미있게 놀다 보니까 희정이가 희연이 동생인걸 순간 잊어버렸지. 그래서 아마 희정이쪽이 희연이한테 다 말한것 같아."
"오호라. 희연이가 어땠는지 안봐도 DVD군."
"안봐도 비디오는 알겠는데 안봐도 DVD는 뭐냐."
"요새는 비디오는 한 물 갔다구. 다 DVD로 본다구."
"기왕 말하는 김에 안봐도 블루레이(주1)라고 하는게 어떠냐."
"블루레이는 지금은 너무 이르지 않냐."
"생각해보니 그렇군."


이렇게 현석이랑 쓸데없는 대화를 나눠보는것도 오랜만이군. 그러고보면 희연이가 전학온 뒤에 내 일상은 너무 바뀌었어. 그만큼 희연이쪽에서 나한테 너무 붙었다고 해야 하나.


"너무나 많이 사랑한죄~♬ 널 너무나 많이 사랑한죄~♬"


점심방송으로는 FT의 '사랑앓이'라는 노래가 들리고 있다. 난 도대체 왜 이 FT라는 애들이 인기 많은지 모르겠더라. 락밴드라면 좀 더 락같은 노래를 불러주면 안되냐. 왜 밴드라고 나온 주제에 이런 흔해빠진 노래를 부르고 있는거냐, 굳이 강한 노래가 아니더라도, 넬이나, 뮤즈나.. 이런 밴드들을 본받을 수는 없는거냐.


밥을 먹고 돌아와보니, 수환이녀석이 우리반에 와서 희연이한테 접근했지만,


"희연아. 그러니까 그런 놈은 그냥 잊어버리고 그냥 나랑 사귀자니까."
"너는 빠져. 내 기분을 알지도 못하는게."


역시 수환이녀석은 희연이의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나보다. 희연양. 제발 나 좀 포기하고 수환이한테라도 가 주세요.


오후 수업은 이어졌다. 뭐 수업이 귀에 들어올리가 없지 않은가. 지금 이 시간에. 시험이 코앞인데, 정말 큰일났다.


그리고 오늘도 종례를 마치고 학교 끝. 오늘은 희연이도 같이 가자는 얘기를 아예 안하네. 희연이쪽도 지친것인가. 뭐, 나래랑 안심하게 만날 수 있는 것은 좋지만, 역시 뭔가 찜찜하다.


그리고 교문을 나서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호진오빠! 오늘은 나래가 오빠네 학교로 왔어."


나래였다. 만약 오늘도 희연이랑 같이 학교에서 나왔다면, 또다시 희연이랑 나래랑 싸웠겠지.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호진오빠. 왜 한숨 쉬는거야?"
"..아무것도 아냐."


오늘도 나래는 밝게 웃고 있긴 하지만, 나래의 눈에는 뭔가 다크서클이 가득하다.


"나래야. 요새 무슨 일 있어? 얼굴에 다크서클이 보여."
"별일 없어. 그냥 시험공부 하느라 잠 못자서.."


하지만 내가 아는 나래는 분명히 시험공부같은거 열심히 하는 애는 아니었지. 그런데도 불구하고 반에서 중간 정도는 나와주고 있고. 뭐, 어렸을 때니까 아직 그쪽에 얽매일 때가 아니라서 그랬던가.


"호진오빠.."
"응?"
"호진오빠.. 앞으로도 나래, 지켜줄거지?"


뭐 당연한거 아닐까. 나래는 아직은 어린애다. 물론 나도 다 컸다는건 아니지만, 그래서 그런 나래를 지켜줄 사람이 필요하고.


"당연하지."
"무슨 일이 있더라도.. 나래, 지켜줄거지?"
"물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나래를 지켜줄꺼야."
"헤헤헷. 고마워. 역시 호진오빠야."
"그런데, 나래 요새도 설마 희정이 괴롭히는건 아니지?"
"에이~ 그럴리가. 요새 희정이랑 친하게 지내고 있어. 호진오빠가 하지 말라고 하니까."


뭐. 어떻게 되었든, 지금 내 곁에 있는 나래는, 정말 귀엽다. 깨물어주고 싶다.


"호진오빠. 무슨 생각 했어?"
"..아무것도 아냐."


그리고 오늘도 서로의 방향이 달라지는 곳에서, 헤어졌다.


"호진오빠. 잘가~"
"그래. 나래도 잘가~"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도 TV를 봤다. 여전히 뉴스에서는 청소년 범죄 관련 소식을 내보내고 있네.


"서울시 동대문구 청량리동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10대가, 지나가는 행인을 폭행해서 행인은 병원에 옮겨졌으나 중태입니다. 경찰에 체포된 10대는.."


가만. 동대문구라면. 그때 분명히 양아치들이


'여기 성북구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명희가 못왔지만, 이미 송파구, 강동구, 광진구, 성동구까지 우리들이 꽉 잡고 있으니까. 네놈이나, 나래x이나 소현이x이나, 제삿날만 기다리는게 좋을거야. 안명희가 네놈 때문에 지금 화가 단단히 나 있거든.'


이라고 했었지. 그런데 성동구에서 더 올라와서 동대문구에까지 온 것인가. 안명희. 너는 도대체 또 왜 그러는거야.


에이, 모르겠다. 시험공부나 해야지.


그런데 시험공부를 하려니까 뭔가 또 안되네. 에이. 간만에 또 점심방송에 음악 신청해볼까. 그러고보니 지금이 시험때인것도 있지만, 희연이가 온 이후로 음악 신청한것도 별로 없었지.


어떤 노래를 신청해볼까. 그래. 나래한테 컬러링으로 선물해준 Good Morning Kids. 이게 나래를 생각하며 신청한 것이라는것은 다들 눈치 못채겠지.


뭐 그런 이유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딴짓이나 하고 있었던 시점에서, 오늘도 하루는 갔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시작되었다.


희연이는 여전히 아무말도 없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희연이를 보기는 또 그러니까. 아무래도 뭐라도 해줘야하나.


"희연아.. 미안해."
"호진아. 정말 그 나래라는 애가 그렇게 좋아?"
"미안.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나래가 내 소꿉친구였으니까."


그리고 희연이는 또다시 토라져있었다. 도대체 왜 그런거지.


오늘도 수업은 이어졌고, 어제 열심히 신청한거 적어놓은거, 신청함에 올려놓아야지. 마침 민애선배도 왔네.


"호진군. 노래신청하러 온거야?"
"안녕하세요, 민애선배. 네. 노래 신청하러 왔어요."
"호진군. 요새 고민같은거 있어?"


사실 고민이 있긴 하지만, 민애선배한테 말할만한건 아니다.


"아. 아니예요. 전혀 없어요."
"그래. 그럼 앞으로도 자주 들러줘. 그럼 안녕~"
"안녕히 가세요."


민애선배도 확실히 좋은 분이지. 다만 가끔 몇몇 짖궂은 애들이 민애선배를 놀려주려고 신청함에 이상한 곡들을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희연이가 전학오기 전에 신청함 단골 이용자는 나였긴 하더라도.


그리고 오늘도 점심시간. 오늘도 식당을 향할 준비를 하고 있는데.


"호진아.."


희연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오늘도 같이 옥상으로 가줘야지.


역시 식당밥 먹다가 다시 희연이의 도시락을 먹으니까 맛있긴 하다. 하지만, 여전히 부담되는건 어떡하리.


"호진아.. 나 이러면 안된다는건 알지만, 정말로 호진이랑 나래랑 둘이 이어져도.. 호진이를 뺏어가고 싶어."


희연양, 당신의 발언은 여전히 위험합니다.


"뺏어가다니. 무슨 소리야."
"나도 호진이가 좋단 말야. 그런데, 호진이는 내 마음도 몰라주고, 나래랑 같이 사이좋게 놀고 있으니. 나, 많이 슬퍼."


그리고 마침 점심방송에서는 나의 사연이 나오고 있었다.


"1학년의 이호진군이 신청한 사연인데요. 저한테는 소중한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그 아이랑 어렸을때 함께 했었고, 한동안 헤어져 있다, 얼마전에 다시 만났습니다. 그 아이는, 아직은 많이 어립니다. 그래서, 그 아이를 지켜주고 싶습니다. 신청곡으로 엘르가든의 Good Morning Kids, 틀어주세요. 라는 사연이었는데요. 둘의 소중한 인연, 앞으로도 함께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엘르가든의 Good Morning Kids를 틀어드리겠습니다."
"So I wish you don't grow up~ And I wish you don't get hurt~ And I wish you don't notice that the world is shit~♬"


내가 나래의 컬러링으로 선물한 노래라는거, 희연이는 모르고 있겠지. 그런데, 내 사연이 들리자마자, 희연이는 또다시 말했다.


"호진아."
"응?"
"이거, 나래 얘기. 맞지?"


뭐 나래 얘기가 맞긴 하니까.


"응. 맞아."
"안되겠어. 이번에 날 잡아서. 나래랑 직접 얘기 한번 해봐야겠어. 나. 호진이를 이렇게 뺏기고 싶진 않아."


그러니까 나는 물건짝이 아니라니까요.


이런 어색한 분위기의 점심식사가 끝나고, 오늘도 수업은 이어졌다. 그리고, 수업이 다 끝나고, 오늘도 하교를 해야지.


그런데, 내가 유일여중 쪽으로 가는데, 누군가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건 무엇일까.


유일여중에 도착했다. 뭐 나래랑 같이 가려고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 내가 이렇게 기다리는것을, 유일여중 애들이 이상하게 보진 않으려나.


그런데. 저 문 앞에서 바바리코트를 걸치고 있는 아저씨는 누구야. 설마. 저것이 말로만 듣던 '아담'이라는 건 아니겠지.


그리고. 교문에서 나온 사람은, 전혀 의외의 인물이었다.


- 다음회에 계속 -


주1. 블루레이 : 차세대 DVD로 개발된 대용량 광매체. DVD의 다음 세대를 두고 소니가 밀고있는 블루레이랑 도시바가 밀고 있는 HD-DVD가 열심히 싸우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블루레이 쪽이 현재로서는 우세. 블루레이는 1장에 최대 50GB까지 저장이 가능하다. (참고로 DVD의 최대 용량은 9.6GB. 블루레이의 경쟁 매체인 HD-DVD는 30GB인데 최근 트리플 레이어로 45GB까지 저장 가능하게 했다고 함) PS3 게임기로 블루레이로 나온 영화를 볼 수 있다.


네. 희연이가 뭔가 상당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죠. 희연이도 호진이랑 나래랑 행복한 것을 놓아줘야 하는데 웬지 그러기가 싫다고 하고 있고. 나래랑 같이 하교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뭔가 찜찜한 기분의 호진이. 희연이한테서 멀어졌긴 하더라도, 희연이의 발언은 여전히 위험합니다. 그리고 나래는 호진이한테 나래를 지켜줄것인가 물어봤고, 점점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는 안명희 일당. 그리고 유일여중에서 나온 전혀 의외의 인물 한명.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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