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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9.05 23:11

LiTaNia 조회 수:503 추천:2

extra_vars1 11-B. 변하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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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천당도 정말 동네마다 보이는 곳이다. 장사가 잘 되니까 그렇겠지. 이런 분식집이 동네마다 필요하기도 하고. 오늘이 놀토이긴 하지만 김밥을 먹으러 온 학생들이 몇몇 보였다.


다행히도, 우리 네명이 앉을만한 자리는 있다. 일단 자리를 잡고, 어떤 메뉴를 시킬까 물어봐야지. 마침 주인아저씨가 메뉴판을 갔다주셨다. 정말 김밥 종류가 너무 많다. 제일 기본적인 원조김밥에서부터 시작해서, 야채김밥, 참치김밥, 치즈김밥, 누드김밥, 소고기김밥, 모듬김밥.. 그리고 라면류랑 만두류도 보였다.


"모두들 어떤거 먹을거야?"


역시 모두들 메뉴를 고르느라 고민하는 모습이 보였다. 특히 나래는 뭘 고를지 고민하는 표정이 눈에 보이는데.


우선, 희정이가 먼저 말했다.


"저. 원조김밥 먹을래요."


역시 희정이가 갑자기 이 자리에 끼게 되어서 비싼거 먹기는 좀 그랬으려나.


그 다음 재열이가 말했다.


"그러면 저는, 치즈김밥이요."


나래는 아직도 메뉴를 뭘 고를까 고민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어차피 김밥은 다 같이 먹게되지 않나. 썰어서 가져오게 되니까.


"그러지 말고, 그냥 메뉴를 다양하게 골라서, 다 같이 먹는거 어때?"
"역시 호진오빠!"
"맞다. 그러면 되는구나."
"아.. 그랬었죠."
"그러면, 치즈김밥 누드김밥 김치김밥 소고기김밥 이렇게 어떨까?"
"와! 나래는 넷 다 좋아하는데, 잘됐네."


그런 이유로 저렇게 네개를 주문했다.


김밥천당에는 TV가 있긴 하지만, TV에서 재미있는걸 안하는지, 아니면 TV가 고장났는지 지금 TV는 나오지 않는다. 대신 라디오가 틀어져 있는데..


"언제나 평안하십니까? Tomorrow Perfume Radio의 리타니아입니다.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지금 이 시간이 Tomorrow Perfume Radio가 나올 시간이었구나. 역시 원래 인터넷에서 방송을 진행했었던 분이다보니까 아직 아마추어 티가 나긴 하지만, 그래도 좋은 게 좋은 걸 어떡하냐.


그런데, 마침 전화가 왔다. 써있는 발신번호를 보니까, 희연이였다. 이런. 하필 이럴 떄 희연이한테 전화가 오냐. 잠깐 나가야지.


"잠깐 나갔다 올께."


김밥천당 문을 나서서 희연이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그러나, 희연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지금 통신상태가 안좋아서 아무 말도 없는 것일까.


"여보세요?"
"......"
"전화가 안들리는데."
"......"
"미안. 끊을께. 지금 안들려."
"......"


희연이는 아무 말도 없었다. 정말 휴대폰 통신사가 막장인것일까, 아니면 이게 바로 말로만 들었던 '무언전화'인 걸까. 만약 정말 무언전화라면, 뭔가 무서워지는데. 희연이가 이정도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김밥천당 안으로 다시 들어가보니, 나래가 물어봤다.


"호진오빠. 무슨 전화야?"
"아.. 그냥 잘못걸린 전화야."


하긴, 얘기는 못나눴으니 희연이한테 온 전화인 줄 모르겠지. 마침 Tomorrow Perfume Radio에서도, 전화연결 중인 시간인것 같다.


"여보세요. 어디 사는 누구십니까?"
"네. 낙동강에 사는 오리알이라고 합니다."
"네, 리알씨. 말씀해주십시오."
"후후.... 전부 이젠 짜증나...."
"네?"
"큭큭.. 저 오늘 내로 그 새끼들 다 죽일겁니다..."
"뭐라구요?"
"크.. 크큭.. 흑화될거같아.. 크큭.."
"카르자크(주1)씨!"
'뚜-뚜-뚜-'
"네. 게임과 현실을 혼동하지 맙시다. 다음 분 연결하겠습니다. 여보세요."


저런. 도대체 전국에 나가고 있는 라디오 방송에 연결된 뒤에 저런 식으로 통화하는건 뭐란 말인가. 그렇게 전국에서 관심받고 싶은건가. 그리고 카르자크는 또 뭐야.


"주문하신 김밥 나왔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주문한 김밥도 나와줬다. 먹어야지.


"호진오빠, 잘먹을께~"
"형, 덕분에 잘 먹을께요."
"고마워요.."


역시 먹는 속도가 가장 빠른것은, 나래였다. 특히 게걸스럽게 먹고 있는게 아니라 스무스하게 빨리 먹고 있어서 더 무섭다. 나래가 어떻게 살이 안찌고 여전히 자그마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는가가 더 궁금해진다.


그러고보니, 나래가 요새 많이 변한 이유, 재열이는 알고 있으려나. 한번 물어봐야지.


"그런데, 재열아. 나래가 어딘가 달라진것 같아. 나래를 간만에 만났는데, 내가 알던 모습에서 달라졌어. 혹시 재열이는 알아?"


전학오기 전에 내가 알던 나래도 나를 잘 따르긴 했고, 같이 있었던 시간이 많았지만, 단지 그것 뿐, 그 이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나래를 다시 만나보니 나를 '백마탄 왕자' 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이건 뭔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가워하는 것'이라고 하기에는 좀 심했지.


"나래.. 학교에서 만났을때부터 형 얘기 했었어요. 딱히 달라졌다고는.."
"호진오빠. 나래 안변했어. 예나 지금이나 나래는 호진오빠가 좋은걸~"


역시, 재열이가 나래를 알기 전부터 이미 나래는 변해있었던건가.


"그런데, 나래가 '안명희'라는 애 얘기 했었어요. 중학교 들어오고 나서, 걔랑 같은 학교가 안 된 것이 기쁘다고 했었어요."


잠깐. 재열이가 '안명희'라는 이름을 말하자마자, 나래의 표정이 싹 바뀌었다. 뭔가 건드리면 안될 것을 건드린건가.


"나래야, 왜?"
"아.. 아무것도 아냐. 호진오빠."


그러고보니, 지난번에 소현이가 눕힌 양아치들도 안명희라는 이름을 말했었고. 나도 명희가 기억난다. 내가 여기로 전학오기 전 초등학생 때, 나래를 괴롭혔던 여자애였지. 그래서 내가 걔한테서 나래를 지켜줬고. 이상하게 내 기억으로, 내가 나래 곁에 있었을 때는 명희가 나래를 건드리지 않았지.


내가 지금 여기에 전학오고나서, 내가 없어진 그곳에, 명희가 나래를 얼마나 괴롭혔을지, 상상도 하기 싫어진다. 그래서 중학생이 되고 나서 같은 학교가 안 된것이 기뻤을수밖에 없고.


이제 뭔가 앞뒤가 맞기 시작하는데. 설마 그때부터 나래가 변하기 시작했던 것이었을까.


"걱정마. 나래 곁에는, 내가 있으니까."
"에헤헤. 호진오빠~"


그리고 또다시 나한테 매달린 나래. 이거 뭔가 재열한테 미안해지는데. 옆에서 희정이도 무표정하게 쳐다보고 있고.


그 사이에, 김밥은 이미 바닥나 있었다. 이제, 계산하고 나가야지.


"호진오빠, 고마워. 덕분에 잘 먹었어~"
"잘 먹었어요."
"..고마워요."


재열이가 이 동네에 온 것이 처음일테니, 일단 동네 구경을 시켜주기로 했다. 계속 나래가 나한테 붙어있다보니, 재열이랑 희정이한테는 뭔가 미안해지는걸. 뭐 이 동네도 별로 볼 것 없는 동네이지만. 그러고보니 자연스럽게 재열이랑 희정이가 붙게 되었네.


마침, 길에서 솜사탕 아저씨가 솜사탕을 팔고 있었다.


"솜사탕 먹을래?"
"와, 솜사탕이다! 나래는 솜사탕 저엉~말 좋아하는데."


아까전 김밥천당에서 돈이 조금 나갔는데, 이 상황에서 또다시 안사줄수도 없고. 그 때 마침 재열이 나섰다.


"아까전에 형이 돈 많이 쓰셨으니까, 솜사탕은 제가 사드릴께요."


덕분에 재열한테서 솜사탕을 얻어먹게 된 나를 포함한 3명.


"고마워. 잘 먹을께."
"와, 재열아. 고마워."
"잘먹을께요."


희정이도 무표정에서 벗어나서 모습이 약간 밝아진듯 하다.


솜사탕을 먹으면서 걸어가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나래가 재열이랑도 조금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역시 계속 나한테 매달려있었다. 재열이랑 희정이도 그러고보니 약간씩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네.


이렇게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은 흘러가 있었고, 재열이가 말했다.


"나래야. 지금 시간이 좀 늦은것 같아서 가봐야하거든."


그래서 시계를 보니까, 역시 시간이 꽤 흘러가버렸다. 역시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이 흐르는건 금방인가.


"재열오빠.. 라고 했죠? 오늘.. 재미있었어요. 나중에 다시 만나고 싶은데.."


그리고 희정이는 자신의 메신저 주소랑 휴대폰 번호를 재열이한테 알려줬다. 그렇지않아도 재열이가 희정이를 좋아라 하는것 같은데, 잘 된 것인가. 역시 재열이, 엄청 기뻐하는군.


재열이는 상월곡역으로 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우리랑 헤어졌다.


"나래야, 저 형하고 깨지지 말고 오래가고, 잘 있어."
"걱정마. 나래. 호진오빠랑 깨질일은 절대 없을거니까."
"재열오빠, 안녕히 가세요.."


재열이를 보내고 나서, 희정이도 자기 집으로 갔고, 이제 다시 나래랑 둘이 만났다.


"역시.. 나는 뭔가 모자랐던건가."
"아니야! 호진오빠가 뭐가 모자라. 나래는 호진오빠가 마냥 좋기만 한데."


그리고 나래를 역시 집에 바래다주고, 나도 집으로 가서 시험공부를 해야지. 생각해보니 지금 시험기간인데 뭐한거지. 그런데 아까 희연이한테 온 전화, 정말 무언전화였을까. 만약 무언전화가 맞다면, 이거 뭔가 상황이 심각한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니 공부가 잘 될리가 있나.


게다가 재열이의 이니셜D 실력. 장난이 아니야. 나도 좀 더 수련을 해서, 다음에 만나면 필히 이겨야겠어.


일단 공부는 이 쯤 해두고, 잠깐 TV를 좀 봐야겠다.


TV프로 '유한도전'을 보고 있던 중에, 내 휴대폰으로, 전화가 왔다.


"필요 대출 자금 상담을 원하시면.."


뭐 예상은 했지만, 모르는 번호가 찍혀있는 전화는 맨날 이런거다. 그런데. 왜 이런 전화가 미성년자한테도 오는거지. 전화는 끊고, 다시 유한도전이나 봐야겠다.


유한도전이 끝나자마자 또 전화가 왔다. 이번에는 모르는 번호는 아니고, 현석이 녀석이다.


"여보세요."
"호진아, 나 현석인데. 혹시 이번 일요일날에도 시간있냐."


...이봐요. 나 시험공부 해야 한다구요. 시험기간 아닐때 같았으면 신나게 놀겠지만.


"시험공부때문에 시간이 없는데. 정말 따지고 싶은게 하나 있다."
"응?"
"도대체, 민서라는 녀석이랑 무슨 관계냐."
"무슨 일 있었어?"


이봐. '무슨 일이 있었'던 정도가 아니잖아. 지금 민서놈이 얼마나 많은 일을 저질렀는데. 일단 현석이놈한테 민서가 저지른 여러가지 일들을 다 말했다. 희연에게 접근했다던가, 오늘 오락실에서 나를 '호진씨'라고 부르며 나밖에 상담할 사람이 없다는 식의 말들을 말이다.


"그러니까.. 저런 자기 성 정체성까지 오락가락하는 녀석을 도대체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는거냐."


그 말을 한 지 얼마 지나자, 현석이녀석,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풋. 역시, 너도 놀란거냐."
"당연하지. 저런 상황에서 안놀랄 사람이 어디있어. 그것도 사내자식이 그러니까."
"미안, 장난이 너무 지나쳤군. 요새 호진이 너를 보니까 완전히 미연시스러운 상황이 된 것 같아서.."


이봐. 그거는 현석이 너가 미연시에 너무 빠져 있어서 그런거 아닌가.


"내가 플레이하는 미연시 게임에 나오는 어떤 캐릭터 한명이 있어."
"어떤 캐릭터인데?"
"머리도 길고, 착하고, 예쁘고.. 다 좋은데 한 가지 단점은."
"단점은?"
"남자야.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게임에 나오는 다른 여자애들보다도 인기가 많아."


...그런 게임에서 남자녀석이 인기가 많다니. 이건 뭔가 무서운데.


"그 게임 팬디스크에서는 마법의 지팡이를 이용해서 여자로 몸이 바뀐 뒤 주인공하고 맺어지는 부분도 있어."
"이봐이봐. 게임은 게임일 뿐이라구."
"그래서, 혹시나 해서 내 친구중에서 여장을 꽤 즐기는 민서한테 한번 호진이가 넘어가나 하고 연기를 해달라고 한거야. 혹시 그 게임처럼 빠지진 않을까 해서."


...이봐요.
게임은 게임이고, 현실은 현실일뿐. 그리고, 그게 연기였어? 연기치고는 너무 생생했는데.
하긴 남자놈이 그렇게 성정체성을 포기한다는 상황이 현실에서 일어날 상황이 아니지.


"...현석아. 한마디만 하고싶다."
"응?"
"제발 미연시 좀 그만해애애애!"


현석이녀석, 큰 소리 때문에 잠깐 귀가 먹었을지도 모르겠다. 뭐. 내가 오늘 아침에 민서때문에 당한 것을 생각하면..


"미안미안. 그럼, 나중에 시험끝난뒤에 놀아야겠군. 그럼. 끊을께."
"응."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정말 그 상황이 연기였다면, 민서녀석. 그대로 연예계에 진출해도 될 만한 수준이다. 이건 연기치고는 너무 생생했는걸. 정상적인 남자라면, 남자가 아무리 여장을 해서 예뻐졌다고 해도, 거기에 빠져들지는 않지.


컴퓨터를 키고, 얼마전에 현석이가 들었던 '니코니코 조곡'이라는 것을 검색해봤다.


이거. 뭔가 대단한걸. 이렇게 여러가지 노래가 자연스럽게 섞이다니. 이 중에 내가 아는 노래는 안보이지만. 그래도 정말 이 동영상 만든 사람 센스. 대단하다.


그리고 정말 그 양아치들이 말한 안명희가 내가 알고있는 그 명희가 맞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이거 뭔가 보통 일이 아니게 되었는걸.


이제 조금만 더 공부하고, '주말의 명화'를 보고, 자야겠다. 그런데, 오늘의 주말의 명화.


'긴급조치 20호'?


...어이. 이봐. 아무리 요새 '막장'이라는 말이 유행한다고 해도 방송국마저 '막장'이 되어버리면 어쩌라구. 저런 한국을 대표하는 망한 영화가 왜 주말의 명화에 나와. 저게 어딜봐서 '명화'라구.


그런 이유로 오늘은 일찍 잘 수 있게 되었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날이 밝았다. 요새 여름이 되고나니 확실히 해가 길어진 것이 느껴진다. 그래도 완전히 여름은 아닌듯. 아침에는 반팔로 있다보면, 약간 선선하긴 하다. 뭐 일단 다들 시험공부 중이니까 나도 일단 여전히 공부를 좀 해야겠군. 수환이라는 녀석은 오늘도 아마 필사적이겠지.


계속 집에만 있다보니, 뭔가 바깥 바람 좀 쐬고 싶은걸. 산책이나 가볼까.


뭐 산책을 간다고 해도 딱히 우리동네에는 별로 볼만한 것이 없긴 하지만. 잠깐 바람을 쐬려고 나온것이니 별로 개의치 말자. 공원 벤치에 잠깐 앉아서 쉴까.


공원에 들어가니, 굉장히 낯익은 사람이 내 눈에 들어왔다.


희연이였다. 희연이는 아무 표정도 없는 모습으로 무표정하게 서있었다. 어제 그 전화에 대해서, 한번 얘기해봐야지.


"희연아."


그런데, 희연이는 내 목소리를 못들은 듯, 아무 말도 없었다. 더 가까이 가서 불러봐야지.


"희연아."


그래도 아무말도 없었다. 표정도 여전히 안바뀌었다. 그래서, 희연이 바로 앞까지 가서 불러봤다.


"희연아.."


그러나, 나는  내가 큰 실수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희연이는 역시 아무 말도 없더니, 잠시 후 갑자기 속사포같이 빠르게 말했다.


"흥, 호진이는 나쁜애야. 호진이는 분명히 내꺼라고 했었는데!! 다른애랑 놀고 있었고!! 그것도 아주 싱글벙글한 모습으로!! 호진이는 내가 그렇게 싫은거야? 내가 도대체 못해준게 뭐가 있어. 내가 그 나래라는 애보다 못한게 뭐가 있어!! 내 마음도 몰라주고!! 나 마음아프게 하고!! 호진이, 나빠!"


그렇게 말하고, 희연이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역시 평소에 화 안내던 사람이 화를 내면 무섭다.


희연이의 말을 들어보니 어제 나래랑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했었던 것을 희연이도 알고 있었다는 얘기인데, 역시 그 자리에 희정이까지 같이 껴준게 실수였던건가. 뭐 희정이 덕분에 재열이는 희정이랑 같이 있었던게 다행이라고 하지만, 희정이가 그 자리에 있었으니, 언니인 희연이가 모를리가 없었겠지.


"희연아.. 미안."
"칫, 호진이 미워. 호진이랑 얘기 안할거야."


그리고 희연이는 돌아가버렸다. 희연이의 이런 모습. 정말 처음 봤다. 희연이도 화가 많이 난 것이었을까. 평소에 화를 안 내던 사람이 화를 내면 진짜 정말 무섭다. 왜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라는 말이 나왔는지 알 것 같다.


역시, 산책 괜히 나왔나보다.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그런데. 저쪽에서는 왜 사람들이 많이 몰려있지.


헉?


'하이틴스타 임지은 팬사인회'?


임지은이라면, 분명히 인터넷 얼짱으로 히트쳐서 연예계의 대형신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는 그 임지은? 걔가 왜 우리동네에 사인회를 온거야. 우리동네는 그렇게 번화가는 아닌것 같은데.


일단. 가서 봐야겠다.


가까이서 보니까, 정말 임지은 맞네. 요새 FT라는 신인가수의 뮤직비디오에 나와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바로 그 임지은. 그 FT는 락밴드라고 나온 주제에 흔해빠진 소몰이곡이나 부르고 있어서 마음에는 안드는데,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임지은은 꽤 예쁘다. 실물로 보니까 뭔가 더 예쁘네.


긴머리로 청순한 이미지로 가려는건가.


줄을 서서 기다리다보니, 어느새 내 차례가 왔다.


그런데.. 임지은. 나한테 사인해주면서 하는 얘기가.


"와, 멋있어요. 여자분들한테 인기 많으실것 같아요."


...이봐. 임지은 당신을 실제로는 난생 처음 봤다고.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지금 내 현실을 알고 있는거냐. 난 그렇게 내 관리를 하고 있지는 않는데... 어제 재열이도 나보고 개간지남이라고 했고, 다들 왜 그런거야.


에이. 암튼 사인 받았으니까 됐다. 그러고보니 얼핏 들어본 얘기로는 임지은이 다니는 학교가 저~~쪽 윗동네에 있는 '새림여고'에 다니고 있다고 들었는데. 정말이려나.


공원에서 나오고 나니, 저 앞에 보이는 것은.. 그때 그 양아치들.


"네놈. 그 나래라는 x이랑, 잘 놀고 있었더군."


아니. 어떻게 알았지. 나래랑 다시 재회했을 때 말고는 나래가 있을 때 저것들이랑 만난 적이 없었는데.


"소현이x 때문에 지금은 네놈 안건드리지만, 안명희도 여기에 다시 오려고 하고 있어. 그 때는 가볍게 끝나지 않을거야."
"여기 성북구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명희가 못왔지만, 이미 송파구, 강동구, 광진구, 성동구까지 우리들이 꽉 잡고 있으니까. 네놈이나, 나래x이나 소현이x이나, 제삿날만 기다리는게 좋을거야. 안명희가 네놈 때문에 지금 화가 단단히 나 있거든."


그리고 저것들은 가던 길을 다시 갔다. 이번에는 주먹이 오가지 않았던건 다행이지만, 도대체, 내가 전학가고 나서, 안명희가 어떻게 변해있기에. 그 때는 '단순히 나래를 괴롭히던 애' 정도였었는데,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하긴, 최근에 뉴스에 '최근 10대들의 '묻지마 폭행', 서울 동부지역에 늘어' 라는 기사가 많이 보였지. 그냥 흘려듣기만 했던 소식이었는데, 그 뉴스가 정말 안명희랑 관련되어있다면.. 정말 '막장'이라는 말이 뭔지 또다시 드러나는구나.


에이. 이왕 나온 김에, 장 좀 보고 집에 가야겠다. 먹을것들이 또 떨어졌어. 안그런것 같아도 부모님 출장 때문에 내가 장을 보다보니 어느정도 노하우도 생겼다. 이게 좋은건지 안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후아. 오늘도 양손이 무겁다. 역시 장을 보고 나면 이렇게 되는건가. 겨우 집에 도착했네. 일단 냉장고에 먹을것은 다 집어넣고.


그러고보니 설겆이할게 왜 이렇게 쌓인거야. 어쩔 수 없지. 해야지.


설거지를 다 끝내고, 한번 나래한테 전화해볼까. 시험 끝날때까지는 시간이 좀 많이 남아있지만, 시험 끝나고 나래랑 어떻게 놀지 한번 얘기해봐야지.


수화기에서는 내가 나래한테 선물해준 컬러링 Good Morning Kids가 들리고 있었다. 역시, 선물을 잘 했어.


"호진오빠?"
"나래가 생각나서 전화해봤어. 나래도 시험공부 잘 되어가?"
"응! 나래는, 호진오빠 생각하면서 잘 하고 있어."


그런데 나 생각하면 공부 전혀 안될것 같은데 말이지.


"맞다. 나래야. 이번에 시험 끝나고 어디 같이 가는거, 어때?"
"와~ 호진오빠랑 어디 가는것도 오랜만인데. 어디갈까?"
"어린이대공원 어떨까. 요새 입장료도 무료이니. 자유이용권은 돈 주고 사야 하지만. 간만에 놀이기구도 타볼겸."
"와! 나래가 놀이공원 가보고 싶은거, 어떻게 알았어?"
"뭐, 못본지 오래 되었다고 해도, 오빠가, 나래를 알긴 알잖아."
"헤헷. 그럼 그때 놀이공원 같이 가는거야~ 호진오빠랑 나래랑."
"그래. 그러면 나래도 공부 열심히 해~"
"응. 호진오빠도~"


역시 나래는 아직은 어린애다. 뭐 나도 놀이공원에 간만에 가는거니까.


나래도 명희에 대해서 안좋은 기억이 있으니, 명희 관련 이야기랑 아까 양아치들을 만난 이야기는 안했다. 나래의 기분이 다시 안 좋아질 수 있으니. 에이. 나도 공부나 해야겠다.


오늘도 개그콘서트를 보고, 자야겠다. '내 이름은 안상순'.. 저것 좀 누가 잘라줘요. 왜 이렇게 재미없어. 다른 코너랑 왜 이렇게 비교가 많이 돼.


오늘, 많은 생각들 때문에 잠이 안오네. 이제 내일이면 또 한주의 시작이라서 오래 자야 하지만.


..그런데. 날이 밝지도 않은것 같은데, 어디서 목소리가 들리는거야.


"호진아..."


도대체 누가 날 부르는거지. 지금 집에는 나 혼자밖에 없는데.


"호진아아......"


잠깐. 지금 이 목소리가 여기에 들릴리가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호진아.. 나야아아..."


그리고 나는 내 앞에 나타난 것이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다. 도대체.. 너가 왜 지금 여기에 있는거야.


- 다음회에 계속 -


주1. 카르자크 : 네이버의 모 카페에서 자기가 흑화되었다느니 뭐니 하는 말을 했다가 욕만 잔뜩 먹고 쫓겨난 사람.


네. 재열이가 한 '안명희' 얘기로, 호진이는 나래가 변한 이유를 추측할 수 있게 되었죠. 그리고 마침 희정이가 마음에 들었던 재열이. 희정이가 연락처를 가르쳐주니까 더 좋아하게 되고. 재열이가 멀리 와서 뭔가 수확은 얻고 갔군요(?) 나래랑 호진이는 이렇게 잘 이어지고. A분기와는 달리 상당히 화가 나 있는 희연이였죠. 그리고 그 양아치들이 언급한 '자신들의 세력권'. 또한 시험 끝나고 또다시 나래랑 데이트를 약속하는 호진이. 모든게 순조롭게 돌아가줬으면 좋겠지만, 주변 상황이 그렇게 돌아가고 있지만은 않죠. 앞으로 호진이는 과연?


아래는 제가 A Tale That Wasn't Right를 업로드하고 있는 장소들입니다.


LiTaNia's Tomorrow Perfume - http://blog.naver.com/litania (개인 블로그입니다. Tomorrow Perfume Radio도 이곳에서 실제로 하고 있음) - 메모로그 - 가끔 쓰는 잡소설들
GameSection - http://gamesection.ivyro.net - Community - 소설게시판
타입문넷 - http://www.typemoon.net - 창작 - 일반창작
조아라 - http://www.joara.com - 문학 - 장르문학 - 연애
창조도시 - http://www.acoc.co.kr - 문학마을 - 장르문학
World of World - http://cafe.daum.net/worldow - Creation - 소설 게시판
귀차니즘 & 미연시연방 - http://cafe.naver.com/caians - 잡동사니 - 자작 소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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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9.04 507
152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9.03 700
151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9.01 559
150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31 467
149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29 661
148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29 367
147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28 428
146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24 466
145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23 478
144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21 568
143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18 380
142 A Tale That Wasn't Right [4] LiTaNia 2007.08.17 506
141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15 473
140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14 458
139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11 831
138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10 392
137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08 567
136 A Tale That Wasn't Right [2] LiTaNia 2007.08.07 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