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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9.01 06:18

LiTaNia 조회 수:559 추천:1

extra_vars1 8-B. 엇나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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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회부터 A분기와 심하게 갈리는 관계로 /*-표시와 -*/표시는 이제 사용하지 않습니다.


"!?"


옥상 문을 열고 나타난 것은. 수영이었다. 수영도 나랑 눈이 마주치자, 상당히 놀란 표정이다. 물론 나도 놀랄수밖에 없었고. 희연은 내가 왜 놀라는지 모르겠지.


...그리고, 수영이는 나를 보자마자 다시 돌아가버렸다. 역시 수영이한테 생긴 오해들 때문에 수영이를 보기는 좀 그렇지.



"호진아. 방금 그 여자애, 전에 본것 같았는데. 누구야?"
"얼마전에 내가 지갑 찾아줬잖아. 그 지갑 주인이야."
"그런데.. 그애 왜 여기 온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짐작은 간다. 수영이가 낯을 가리는 애였지. 그래서, 아마 혼자 있고 싶어서 옥상으로 온 것 같은데, 거기서 누군가를. 게다가 그게 하필이면 나를 발견했으니.. 수영이도 오해는 풀고 싶었을지 모르겠지만 그 옆에 희연이가 있었기에, 그냥 돌아가버린 것 같다.


어쨌든, 밥을 다 먹고나서, 다시 희연이랑 같이 교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남은 수업들. 특히 시험에 '안나오면 사표'라고 한 부분들. 중점적으로 체크해야지. 프린트물이라던가. 하지만 여전히 공부는 잘 되지 않는다. 눈꺼풀은 천근만근이고. 이거 이렇게 되어서 과연 만회를 할 수 있을까.


그러다보니까 벌써 종례 직전이다. 혹시 오늘도 희연이랑 같이 가다가 나래랑 같이 만나면 나래가 어떻게 나올지 정말 모르겠다. 오늘 나래네 집에도 가봐야 하니까, 희연이한테 한번 잘 말해봐야겠다.


"희연아. 미안하지만.."
"왜, 호진아?"
"오늘은 같이 시험공부 못할것 같아."
"호진아, 오늘 무슨 일 생겼어?"
"응. 급히 약속이 생겨서.. 오늘은 그쪽으로 가봐야겠어."
"설마.. 그 나래라는 애 만나러 가는건 아니지?"


헉. 희연이. 어떻게 알았지. 내가 나래 보러 가는것을.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에, 일단 둘러대야지.


"아니야. 내가 전에 살던 동네 친구가 놀러온다고 해서. 오늘 같이 놀러가기로 했어."


뭐 나래도 결론적으로 내가 전에 살던 동네에 있었다가 이쪽으로 전학온것이긴 하니.


"그러면 호진아, 나도 같이 가면 안돼?"
"미안. 그 친구가 희연이 보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사실 부담스러워하는건 나지만.


"치이.. 알았어. 대신 내일은 시간 다른데 쓰면 안돼!"
"응.. 걱정마."


그런 이유로 오늘은 간만에 집에 혼자 하교. 계속 희연이랑 같이 가다가 혼자서 집으로 가니까 뭔가 허전하긴 하지만. 그런데..


"호.진.오.빠. 이제야 나왔네."


교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나래였다. 그러고보니 중학교는 고등학교보다 수업이 일찍 끝나지. 그런데 쟤네도 지금 시험기간일텐데.


"앗. 나래구나. 여긴 웬일이야?"
"호진오빠가 혹시 또 그 희연언니랑 나오는게 아닌가 해서."


운이 좋았다. 마침 오늘 희연이랑 같이 안나온게 정말 다행이다. 요새 여자애들, 왜 이렇게 무서운걸까.


"희연이쪽에서 그냥 나한테 붙는 것일뿐. 내가 희연이를 좋아하는건 아니니까."
"휴. 다행이야. 나래는. 정말 호진오빠랑 그 언니가 사귀면. 어떡하나 했어."
"걱정마. 그럴 일은 없을테니까."


간만에 나래랑 손잡고 가네. 유일본동으로 전학오기 전에는 자주 손잡고 같이 학교갔다가 놀이터갔다가 했었지. 그때는 우리 둘 다 어렸을때니까 몰랐는데, 지금 나래도 많이 컸고, 못본 사이에 많이 예뻐져서 그런가, 뭔가 두근두근거리는 기분이다.


"나래도 요새 시험기간이야?"
"응! 그래서.. 나래도 많이 못놀아. 요새."
"시험기간이 언제부터야?"
"7월 5일부터 7일까지."
"우리는 4일부터 7일까지인데. 우리보다 하루 늦게 보네~"
"헤헷. 시험날짜는 같이 끝나니까 시험 끝나고 나래는 호진오빠랑 같이 놀러가고 싶어."
"그럴까? 어디로 가는게 좋을까.."
"글쎄. 호진오빠가 가고 싶은데라면 어디든 좋은데."


나래랑 어디가서 노는게 좋을까. 여자애들이랑 안놀아본지가 꽤 되어서 생각이 안나네. 그렇다고 그때 하마랑 같이 있었던 아인스월드 같은데 갔다가는 그때 그 트라우마 때문에 나래한테도 폐가 될 것이고.


그 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렸다.


"타르트~ 타르트~ 마법의~♬ 타르트~ 타르트~ 정말로 이상한~♬" (주1)


나래의 벨소리였다. 그렇게 히트친 곡은 아니지만 몇몇 여자애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는 '마법의 타르트'라는 곡. 먹을 거 좋아하는 애들한테 딱 어울리는 곡이었지.


"여보세요? 어, 재열이야?"


가만. 재열이라..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인데.


"이번 토요일날에.. 여기 온다구? 왜? 나래랑 놀고싶어서?"


역시 나래. 이쪽으로 다시 전학오기 전에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았었다는 짐작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나래 안되는데. 그때 호진오빠랑 같이 있어야 하는데. 상관없다구? 응.. 알았어. 그럼 그때 봐~"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 나래의 친구였던 재열이인가 하는 애가 이쪽으로 온단 말인가.


"나래야. 그 재열이인가.. 걔가 여기 온다는거야?"
"응. 나래랑 같이 놀고 싶다고 했어. 재열이 걔. 하지만 나래는 호진오빠랑 떨어지기는 싫어. 그래서.. 호진오빠랑 같이 있을때 만나고 싶어. 재열이한테, 호진오빠가 얼마나 멋있나 보여주고 싶어서."


일단 나랑 나래가 먼저번 살았던 동네는 고덕동이었지. 그런데 거기서 여기까지는 조금 떨어져있어서 오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텐데.. 그리고 그동네나 이동네나 별로 놀만한건 없던데. 그냥 나래를 보려고 오는 것일까. 아니면?


학교에서는 수환이라는 녀석이 희연이를 갖네 마네 하고 있지. 처음부터 희연이가 내 것이 아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데 이쪽에서는 재열이라는 애가 나래를 보려고 오고 있으니.. 뭔가 이런 전개. 상당히 위험하다.


그런데 그 재열이라는 애는 지금 나래의 컬러링이 내가 선물해 준 거라는걸 눈치챘으려나. 에이. 모르겠다. 아까 벨소리 들으니까 갑자기 타르트가 먹고싶네.


"아까 타르트 노래 벨소리 하니까 생각났는데, 타르트 사줄까?"
"와~ 고마워. 나래도 타르트 엄청 좋아하는데."


그런 이유로, 동네에 있는 빵집 '뚫어쥬르'에서, 딸기타르트를 팔고 있기에, 2개 샀는데. 도대체 왜 이렇게 작은 빵이 가격이 의외로 나가는거냐. 덕분에, 내 주머니에서 3000원이 금방 사라졌다.


"호진오빠, 고마워, 잘먹을께"


역시, 나래는 아직 애다. 이런 단 음식을 좋아하는걸 보니까. 그런데 이런것을 좋아하면서도 전혀 살이 안 찐 나래가 정말 신기하다. 역시 많이 움직이는 것일까.


하긴 초등학생 때 내 친구 한명은 '단 것'을 밝히다가 독약 병에 써있는 'Danger'를 '단 거'라고 잘못 읽어서 먹었다가 병원 중환자실로 실려갔었지.


"맞다. 나래야."
"응?"
"오늘 나래네 집에 한번 간만에 놀러가보고 싶은데. 안될까?"
"와~ 호진오빠가 나래네 집에 놀러오는거야? 나래는. 기뻐!"


나래. 정말로 기뻐한다. 그런 이유로, 나래네 집에 안 갈수가 없지. 공원에서 얼마 안가면 나래네 집이 나오니까.


그런데, 공원을 지나가다가, 어떤 단발머리 여자애가 나랑 나래를 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 보는 앤데, 그렇게 낯설어보이지는 않는 애다. 도대체 누구일까.


나래네 집에 들어가니까, 나래의 어머님이 반겨주셨다.


"다녀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머, 호진이 오랜만이네. 못본 사이에 많이 컸네."


간만에 들어가 본 나래의 방은, 역시 지금 이 나이 또래 여자애들다운 방이었다. 평소의 내 방에 비해서 훨씬 정리가 잘 되어 있었고, 교과서들이 보였고, 여자애들이 보는 잡지 '신다 더 파카' 가 보인다.


그리고, 나래는 그 '신다 더 파카'를 꺼내서 읽다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호진오빠. 나래가, 심리테스트 한번 해볼께."
"심리테스트라.. 어떤건데?"
"호진오빠는, 꿈속에서 애인과 함께 거리를 걷다가, 신호등 앞에 멈춰섰어. 이때, 뒤에서 누군가 호진오빠한테 말을 걸어. 그 사람이 누구일까? 첫째, 팜프렛 나눠주는 사람. 둘째, 연예 기획사 스카우트맨, 셋째, 잃어버린 것을 줏은 사람, 넷째, 경찰. 다섯째, 오랜만에 만난 어릴 적 친구. 이 중에서 골라봐."


생각해보니 심리테스트라는 것 해 본지가 꽤 되었지. 그래도, 나래가 하는 심리테스트.. 한번 받아볼까.


역시. 나래도 오랜만에 만난 어릴 적 친구..라고 봐야 하니. 자신있게 다섯째 선택.


"다섯째, 오랜만에 만난 어릴적 친구 고를래."
"음.. 이거는, 누군가 당신에 대해 늘 생각을 하고 있지만, 당신은 그 존재에 대해 깨닫지 못한다. 그 사람은 당신이 늘 가까이 있기를 원하기 때문에 쉽게 당신에게 프로포즈하지 않는다. 그럭저럭 '친구로서의 당신'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당신에게는 '연하의 애인'이 매우 이상적이다."


연하의 애인이라.
가만. 생각해보니 지금 나랑 얽혀있는 여자애들 중에서, 연하는. 나래인데?!


"즉, 호진오빠는, 연하의 애인이랑 어울린다는 얘기야. 호진오빠, 나래 말고 또 연하 아는 애 있어?"
"아니.. 연하중에서는 없는데."
"와~ 다행이야."


나래. 정말 기뻐하네. 그런데 도대체 나래가 왜 기뻐하는 것일까.


그리고 한동안 계속 잡담을 나누다가.


"호진오빠. 혹시 '라디앳 아키하'라는거 알아?"
"아니. 처음 들어보는데. 그거 뭐야?"
"'토노 아키하'라는 여자 CJ가, 인터넷에서 라디오 방송 비슷하게 하는건데, 재미있어."
"아.. 진짜 라디오 방송이 되기 전의 Tomorrow Perfume Radio처럼?"
"응. 호진오빠도 언제 한번 들어봐. 재미있어."


토노 아키하라.. 분명히 현석이가 했었던 어떤 게임의 캐릭터 이름이었지. 듣기에는 그 게임을 대표하는 빈유캐릭터였었다나 어쨌다나. 현석이는 그 라디앳 아키하라는걸 알고 있을까.


이런저런 잡담을 하다보니 벌써 창밖은 어두컴컴해졌다.


"나, 이제 집에서 시험공부도 해야 하니까, 나가볼께."
"응, 호진오빠. 잘가~"
"안녕히 계세요."
"그래. 호진아. 다음에도 놀러와~"


역시. 나래랑 같이 노는건 여전히 재미있었다. 하지만. 도대체 왜 나래가 나를 백마탄 왕자로 생각하는가는 물어보기가 겁났다.


그리고 나래네 집을 나서니까, 아까 공원에서 봤었던 단발머리 여자애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당신이.. 언니가 좋아한다는.. 그 사람이군요."


나래랑 같은 교복을 입고 있는걸로 봐서 나래랑 같은 학교로 보이는데, 도대체 누구지.


"누..구신데 저를 아는거죠."


그러더니, 내 앞에 있는 단발머리 소녀는, 한쪽 눈을 깜빡이면서 말했다.


"당신한테 제 이름을 알려주고 싶지는 않군요. 당신이 요새 언니를 피하는것 같아서 언니가 혼자서 슬퍼하고 있어요. 하지만, 오히려 잘되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그 소녀는 반대방향으로 가버렸다.


도대체 저런 동생이 있는 애가 누구일까. 동생도 꽤 예쁜걸로 봐서. 언니도 예쁠 것 같긴 한데. 그런 언니가 혼자서 슬퍼한다라..


에이. 모르겠다. 집에나 가야지. 그런데, 갑자기 누군가가 길을 막고 있었다.


"오랜만이군. 그때 그 치욕. 잊지 않고 있었다."


지난번에 나래를 건드리던 양아치들이랑 또 만난 것이다. 이번에는 나를 직접적으로 노린건가.


"그때는 짭새들 때문에 운 좋았지만, 이번에는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아."


손에 칼까지 들고 있는 양아치들. 하지만. 지금 나는 물불을 가릴 상황이 아니다.


퍽.


퍽.


퍽.


...맞으니까. 정말 많이 아프다. 이제는. 정신을 못 차리겠다.


"지옥으로 가서 '행운의 별' 만화책이나 실컷 봐라!"


양아치 한 명이, 칼을 나한테 휘두르려는 순간.


쿵.


그 양아치는, 뭔가를 맞고, 갑자기 자리에서 쓰러졌다. 도대체 왜 쓰러진 것일까.


"너희들. 또 이짓거리냐. 그리고, 우리학교 애를 건드리다니."
"너.. 너는."


갑자기 여자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너가 남자한테 친절히 대하는거, 못봤는데."
"그래서 너희들을 족치러 온거야."


믿지 못할 상황은 그 뒤에 계속 이어졌다. 양아치들이 다들 그 여자한테 맞고 쓰러졌던 것이다.


그 알 수 없는 여자는, 나한테 다가와서 말했다. 정신이 들자. 나는 이 여자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사내자식이 이렇게 약하면 되나. 누군가 했더니.. 그 전학생의 짝이네."


그렇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여자애는. 분명히 우리학교 자타 공인 퀸카라고 알고 있었던 박소현.
그런데. 그런애가 왜 지금 내 앞에서 양아치를 다 눕힌거냐. 그것도. 칼까지 들고 있었는데도 말이지.


"용기는 대단한데. 하지만. 쟤네는 너가 건드리기에는. 너무 위험한 애들이야. 어쩌다가 쟤네들하고 마주친거야?"


그런데 그런 '위험한 애들'을 이렇게 눕혀버린건. 도대체 뭐하자는 플레이입니까. 박소현양 당신도 만만치 않게 위험해 보이는데 말이죠.


"지난주에.. 여자애 한명이 쟤들한테 당하고 있어서. 구해주려고 했는데. 그때는 경찰이 와서 다행히도 도망갔었지만.."


그리고 그 여자애가 바로 나래였지. 오랜만에 만나서 반갑긴 했지만, 지금의 나래는 옛날에 내가 알던 나래랑은 뭔가 많이 달라져 있었으니.


"일주일이.. 지난 지금 다시 마주쳤는데. 이번에는 정말.. 죽는줄 알았는데. 고마워."
"밤길에서 너무 설치지 마. 결국 손해보는건 너 자신이니까. 7반 교실에서 얼굴은 많이 봤는데. 이름이 잘 기억 안나는데, 이호진 맞지?"
"응.. 맞아."


그리고 소현이는 나를 일으켜줬다.


"귀엽네, 호진이. 옷에 먼지 많이 묻은거 같으니까, 옷 털어."


소현이가 일으켜줘서 겨우 일어났으니.. 일단 소현이 말대로 옷은 털어야지.


"어딜.. 그냥 가게 둘 것 같냐. 우웁!"


양아치 한 명이, 겨우 일어나서 달려왔으나, 소현이의 한방에, 또다시 넘어졌다. 아까전엔 정신을 못 차리고 소리로만 들어서 몰랐는데, 저거. 확실히 맞으면 아파보인다.


"그 희연이라는 전학생이 이런 귀여운 애랑 붙어다녔다니. 몰랐네. 이거. 뭔가 더 불타오르는걸. 밤길 다닐때는 조심해서 다녀. 호진이."


그리고 소현은 자기가 가던 길을 갔다. 일단 나도 어서 자리를 피해서 집으로 가야지. 정말 학교에서 못봤었던 소현이의 모습을 오늘 한번에 보게 되었다.


하지만. 소현이한테는 미안하지만. 저는 지금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 따로 있다구요.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양아치 중에 한 명의 목소리가 작게 들렸다.


"으으.. 안명희 때문에.. 잘못 걸려서 이 고생이나 하고."


가만. '안명희'. 어디서 들어봤던 이름같은데, 내가 잘못 생각한건가.


집에 도착한 뒤, 오늘 민애선배도 봤는데. 간만에 점심방송 노래 신청을 해봐야겠다. 내일 사연함에 넣을 것을 헌글97로 작성하고.. 인쇄해야지.


오늘은 깡패들한테 맞은 것 때문에 많이 아파서, 일찍 자야겠다. 나래가 말해준 라디앳 아키하는 오늘 못듣게 되었다. 내일 들어야지.


자고 일어나니 또다시 아침이다. 아직도 머리가 띵하네. 역시 끼니를 대충 해결하고 집을 나서면..


"호진아, 좋은 아침!"


희연이가 날 반겨주고 있다. 이제는 이것도 일상이지. 희연이도 내 얼굴에 난 상처들을 본듯.


"호진아, 이 상처들.. 뭐야?"


하고 물어봤다.


"아.. 어제 밖에서.. 깡패들 만나서."
"그러니까. 나랑 같이 안있어서. 벌받은거야. 호~ 해줄께. 호~"


그게 그렇게 해석이 되는건가. 나는 잘 모르겠다. 희연이의 제멋대로 해석은 오늘도 이어지나보다.


학교에 도착한 뒤에. 다른 애들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수환이라는 녀석도 지금 승부욕이 대단한 모양이다. 매일 학교가 끝나고 동네에 있는 '자지마 독서실'에서 죽어라고 공부를 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말이지. 제발 희연이 좀 가져가 줘.


그리고 소현이는 왜 어제 나를 도와줬을까. 덕분에 어제 죽을 뻔 했다가 살아나긴 했지만. 분명히 내가 알기로 소현이는 남자에 관심 없었던 애로 알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여태 남자친구가 없지. 만약 소현이가 남자에 관심이 있었다면 벌써 남자친구는 생기고도 남았을 것이겠지만.


현석이한테 어제 나래한테 들었던 '라디앳 아키하'라는걸 물어봐야지.


"현석아."
"응?"
"혹시 '라디앳 아키하'라는 라디오방송, 아냐?"
"아키하라면.. 내가 했었던 게임에 있는 '토노 아키하' 말하는거냐."
"그 닉네임을 쓰는 CJ가 하는 방송이라는데. 여자래."
"오호. 그런게 있었군. 안들어볼수가 없지. 주소 좀 불러줘."
"네버 검색창에서 Radi@ Akiha라고 치면 나온다는군."
"오오. 고맙다. 호진아."


역시 아키하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저런 반응이 오는건가. 현석이녀석한테도 드디어 봄날이 오게 되려나.


에이. 모르겠다. 공부나 해야지. 그런데 여전히 감기는 눈은 왜 그런걸까.


쉬는 시간에, 어제 열심히 써놓은 사연을 곡 신청함에 넣어놓고, 교실로 돌아오는 길에, 누군가가 나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시선을 느꼈다. 얼핏 보니 수영이같은데.


에이. 잘못 봤겠지. 어제 깡패들한테 맞은 것 때문에 아직도 어지러워서. 어쨌든 교실로 돌아와서 다음 시간 준비를 하자.


그리고 어느덧 점심시간이 되었다.


"희연아. 나 오늘은 식당에서 먹고 싶은데.."
"호진아. 나 오늘도 호진이것까지.."


할 수 없다. 오늘도 올라가야지. 같이 먹고 있으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방송이 들려왔다.


"첫번째 사연인데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한 학생의 사연입니다."


뭐 지난주에 이어서 또다시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지난번 그 유치한 사연이 심지어 유머대학에까지 올라갈 정도로 파장이 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저는, 도대체 왜 요새 물건짝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원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왜 제 주변의 애들이 자꾸 저를 가지려고 싸우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어느샌가 저의 마음과 상관없이 서로 저를 가지려고 하는 애들. 이해가 안되요. 이 엇나가는 이야기. 풀어주세요. 신청곡으로 Helloween의 'A Tale That Wasn't Right' 부탁드립니다. 라는 사연이었는데요. 누구신지 몰라도, 정말 사람을 그렇게 물건으로 취급하면, 곤란하죠. 그러면 Helloween의 'A Tale That Wasn't Right' 노래를 보내드리겠습니다."
"In my heart~ In my soul~♬ I really hate to pay this toll~♬"


아마 민애선배라면 내가 신청한 것을 눈치챘을것 같다. 어느덧 점심방송 단골손님이 되었으니 말이다. 희연이는 사연을 듣고 말했다.


"호진아. 혹시 방금 그 사연.. 호진이가 신청한거야?"
"에이.. 그럴리가 있을까."
"나는 호진이를 물건짝으로 안봐. 어디 나의 소중한 호진이가 물건짝이라니.."


이봐. 그게 물건짝으로 안보는게 아니면 뭐냐. 나. 더 울고싶다.


"호진아. 슬픈 일 있어?"
"아니.."


그런 이유로, 점심을 다 먹고 나서, 남은 수업시간이 지나간 뒤에. 종례시간 직전이었다. 현석이가 내 자리에 다가와서 말했다.


"그 수환이라는 녀석. 내가 알아보니까. 엄청 필사적이던데. 독서실 이름부터가 '자지마 독서실'이니."
"그러니까.. 왜 처음부터 내 생각은 전혀 다들 묻지도 않는거야."
"그럴때는 정말 부러운지 불쌍한지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도 종례 뒤에 학교 끝. 오늘은, 내가 청소당번이라서, 교실 청소를 해야 한다. 그래서 시간이 좀 걸린다.


"호진아. 기다리고 있을께. 청소 끝나고 나와"


희연이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단 빗질을 이렇게 이렇게 하고.. 그런데 반 교실에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은거야. 제발 좀 쓰레기는 휴지통에다 잘 버리라구요. 조준을 잘 해서.


마포걸레 빨아와서 걸레질도 하고. 책상을 밀지 않고 마포질을 하는건, 힘들다.


교실 밖을 얼핏 보니까. 소현이. 우리반에는 또 왜 온거야. 그리고 지금 희연이랑 말싸움을 하고 있네.


"그런 귀여운 애가 우리학교에 있었다는것도 여태 몰랐고, 전학생이 그런 애를 벌써 낚아채다니. 능력은 좋은데. 내가 조금 늦었나."
"호진이는, 누가 뭐래도 내꺼야. 호진이를 뺏아갈 생각, 하지 말아줘."
"시험 끝나고도 그런 말이 나오나 한번 볼까. 그럼 나는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겠어."


이런 이야기가 들린 것 같았다.


이제 다시 마포걸레를 빨고, 원위치 시킨 뒤, 검사 받고. 모든 게 잘 끝났으니 집으로 가야지. 복도에서는 아직도 희연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진아. 어제 깡패 만난거.. 저 소현이라는 애가 구해줬다는거, 사실이야?"
"응.. 맞아. 나도 얼떨결에 겪은 일이라서."
"설마, 호진이가 저런 여자같지도 않은 애한테 넘어가는건 아니겠지?"
"에이.. 설마. 나도 성격 안좋은 애는, 안좋아해."


그리고 남의 마음을 생각하지도 않고 부담스럽게 달라붙는 애도 안좋아하고.


소현이는 겉보기에는 정말 많이 꾸미는 여자애같다. 다만 성격이 좀 그렇고 그럴 뿐이지. 어차피 소현이는 나 아니라도 다른 짝을 찾을 수 있어보이는 애다. 그 짝이 소현이의 성격을 극복해주기만 한다면.


소현이가 나를 구해준 것은 정말 고맙긴 하지만.. 소현이는, 내 마음에 드는 애는 아니다. 웬지 나중에 소현이가 짝을 찾는다 하더라도, 그 짝도 소현이한테 잡혀살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일까. 그래서 잘 꾸미고 다니는 것에 비해서 남자친구가 아직 없지.


일단 화제를 좀 돌려봐야지. 어제 만났던 여자애가 혹시 희연이의 동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희연아, 혹시 희연이한테 동생.. 있어?"
"응. 있어."
"혹시.. 그 동생이 단발머리 아냐?"
"맞아!"
"그리고.. 유일여중 다니고."
"맞아. 어떻게 알았어?"
"어제 길에서 만났는데.. 희연이랑 많이 닮아 보여서 혹시나 했어."


역시 그 애는 희연이의 동생인게 확실하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희연이를 피하는 게 오히려 잘되었다는 얘기는 무엇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어느덧 집에 도착했다.


- 다음회에 계속 -


주1. 타르트~ 타르트~... : 기타프릭스 & 드럼매니아 V2 수록곡인 '魔法のタルト'(마법의 타르트) 라는 곡. 중간에 '타루토~ 타루토~' 부분이 정말 중독성 있는 곡. 여기서는 우리나라 신인그룹이 낸 곡으로 설정. (당연히 원곡은 일본어 가사입니다)


네. 드디어 얘기가 원래 B분기 의도에 맞게 흘러가네요. 결국 호진이는 희연이를 떨어뜨리는데 성공하고, 나래네 집까지 놀러가게 됩니다. 본의아니게 안습이 된 희연양에게 위로를. 그리고 '재열'이가 이쪽으로 놀러온다고 하는데, 호진이랑 만나게 되면 또 어떻게 될 것인지. A분기와는 달리 깡패들이 '안명희'라는 이름을 언급했죠. 도대체 왜 이런 이름을 언급한 것일까. 그리고 그 때 만났던 여자애는 희연이의 동생인 것을 호진이가 알게 되었고. 다들 제멋대로인 호진이의 주변. 과연 호진이는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이번회에 이 소설의 제목인 A Tale That Wasn't Right를 언급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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