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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도시 기록보관소

연애 A Tale That Wasn't Right

2007.08.31 08:42

LiTaNia 조회 수:467 추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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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우산을 우산걸이에 넣고, 방으로 들어가서 테이블 하나를 펼쳤다. 내 책상은 둘이 앉기는 그렇기에. 그리고 참고서와 교과서, 공책을 꺼내서 테이블에다 넣었다.


희연이도 가방에서 교과서, 공책, 참고서를 꺼냈다.


"호진아. 내가 먼저 있었던 학교에서는 화학이랑 생물 배웠었는데 여기에서는 물리랑 생물 배우네? 물리 좀 가르쳐줘."


저런. 내가 제일 자신없는 부분이 물리인데.
어쩔 수 없지. 안되는 실력에라도 가르쳐줘야겠다.


"응.. 계속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것을 등속도 운동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그래프로 그리면.."
"아. 알것같아. 호진아."


그런데. 왜 과학쪽 과목을 가지고 온것인가. 희연이도 설마 이과지망? 나야 원래 이과 지망이긴 하지만.


뭐 결국 수업들이 다 이어지긴 하니, 희연이 얘. 조금만 봐도 금방 이해하네. 정말 내 짝이 이렇게 무서운 여자애라는것이 안믿긴다.


이건. 마치 바보온달과 평강공주 수준이잖아. 그나마 물리는 희연이가 먼저 학교에서 안배웠던거라 내가 약간 가르쳐줬다고 해도. 생물쪽은 진짜 답이 안나오네.


"희연아. 이 문제.. 모르겠어."
"호진아. 이거는.. 삼투압 조절로 이렇게 되는거잖아."


정말 이공계쪽에 인재 하나 나오겠네.


일단 물리랑 생물은 어느정도 마무리 짓고, 이제 수학을 꺼내봐야지.


"이 식에서 두 근이 모두 양일 조건이 뭐였더라.."
"호진아. 우선 여기서 b²-4ac를 구하면 이렇게 되니까."


맞다. 그거였지. 역시 수학은 공식들이 많아. 이걸 다 외우려고 했다가는 미친 짓이고 이해를 해야 한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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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통 여자애들은 수학이나 과학쪽에는 약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역시, 희연이는 보통 애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애가 왜 나한테 부담스럽게 붙는 것인지 모르겠다.


희연이랑 공부를 같이 하고 있는데, 마침 문자가 왔다.


'호진아. 나 정말 보기 싫은거야? 확실히 대답해줘. 안그러면.. 더이상 연락하지 않을께. - 수영이가'


...이런 문자. 도대체 왜 하필 희연이가 있을때 왔냐구요.


"호진아. 그 문자, 뭐야?"


희연이가 물어봤다. 뭐라고 이럴때는 둘러대야 하나.


"아.. 그냥 친구한테서 온거야."
"설마.. 그 나래라는 애한테서 온거, 아냐?"
"에이, 설마."


이상하게 희연이랑 있을때만 나래랑 자꾸 마주치다보니까, 희연이 또한 나래를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나보다. 하긴 지금 둘다 나한테 부담스럽게 붙고 있는 상황.


뭐.. 어쩔 수 없다. 이 분위기를 만회하기 위해서, 과일이나 좀 가져와야지.


다행히도, 집안에는 딸기가 조금 있었다. 약간 시기가 늦긴 했지만. 그냥 먹기는 그렇고, 부엌에서 딸기를 씻어서 꼭지를 뺀 뒤에 접시에 담아서 포크 두개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가야지.


"자~ 좀 늦긴 했지만. 딸기를 가져왔습니다."
"와와~ 호진아, 잘먹을께~"


사실. 지금 부모님이 안계신 시점에서. 내가 갖다먹기 귀찮아서 딸기가 여태 남았다고는 절대 말 못하겠다. 이제 여름이니. 나중에 희연이가 올 때는, 여름에 알맞은 다른 과일을 사야지.


그런데 정말 수영이한테 너무 미안해진다. 수영이도 착한 애같은데. 하긴 이 세상에 나보다 좋은 사람은 널리고 널렸다.


"호진아. 아앙~"


희연이는 나한테 딸기를 먹여줬다.


"냠냠"


그런데, 이상하게 별로 딸기맛이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희연이는 컴퓨터를 켰다.


"호진아, 잠깐 컴퓨터에서 내 미니홈피 들어가도 돼?"
"물론이지."


뭐 희연이가 여기 온 것은 공부하러 왔다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incoming 폴더는 미리 비밀번호 걸어놨기 때문에 다행이다.


희연이의 미니홈피는 여전히 예뻤다. 정말 희연이라는 애. 도대체 못하는게 있기나 하는걸까. 아직 희연이가 전학온지 얼마 안 되어서 우리학교에서는 친한 사람이 없는것 같지만. 먼저번 학교에서는 친구가 정말 많았던것 같다. 소희월드 미니홈피 관리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말이다.


---------------------------------------------------------------------*/


놀고 싶어도 조금 참고, 시험 끝나고 나서 정말 재미있게 놀아야지.


이렇게 같이 있다보니, 어느덧. 날이 깜깜해졌다. 더이상 밖에 비는 안오는것같다.


"앗. 날이 어두워졌네. 호진아. 나 이제 나가볼께. 내일도 같이 공부하자~"
"응, 내일 학교에서 봐~"


그렇게, 희연이는 여자가 쓰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우산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이런 어두운 길을 여자애가 혼자 걷게 만드는 것은 매너가 아니지. 일단 희연이를 바래다줘야겠다. 비도 그쳤겠다.


"호진아. 이럴 필요는 없는데.."
"아니야. 요새 밤길이 위험해서 바래다주는거야."


뭐 그래도 조금만 걸어가니 희연이네 집이 나왔다. 유일아파트네. 저층 아파트라서, 엘리베이터는 없는 곳이지.


"호진아. 바래다줘서 고마워."
"뭘.. 이정도는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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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혼자서 집으로 향하는 길에, 공원으로 들러봤다.


역시 공원에는 어린애들이 신나게 놀고 있고, 산책하는 사람도 보이고.. 별의별 사람들이 다 보인다. 뭐 언제나의 풍경이지. 나도 어렸을 때는 공원에 있었던 놀이터에서 참 신나게 놀았고 말이지.


그리고, 그 언제나의 풍경 속에는.


"호진오빠?"


언제나가 아닌 풍경도 섞여있기도 하다.


"나래야.. 아까전엔 미안했어. 그때 갑자기 비가 와서.."
"호진오빠. 그 희연언니.. 왜이렇게 호진오빠하고만 붙어다니는거야. 나래.. 슬퍼져."


그리고 나래는 나한테 안겨서 울기 시작했다. 정말 나래라는 애. 어쩌다 이렇게 변했을까.


"나래야.. 울지마. 나도.. 나래가 좋으니까."
"호진오빠.. 그 희연이라는 언니랑.. 같이 안다니면 안돼? 나래는.. 호진오빠가.. 희연이라는 언니한테 뺏길까봐.. 무서워져."
"나래야.. 희연이쪽에서 나한테 자꾸 달라붙어서.. 전학오자마자 바로 내 짝이 되기도 했고."
"호진오빠.. 정말.. 그 희연언니한테.. 빠져있는건 아니지?"
"아냐.. 내가 빠져있는건 아니니까, 나래야.. 걱정마."


그러고보니 나래가 이렇게 슬퍼하는 모습도 처음본다. 하긴 나래랑 만났을때 자꾸 희연이랑 같이 있는 상황에서 만나게 되니까. 나래를 안으면서, 나래의 등을 토닥거리면서 나래의 얼굴을 보니까, 나래의 눈은 이미 촉촉하게 젖어있다.


"지금 날이 어두운데, 여기서 뭐해?"
"그냥.. 희연언니때문에 너무 슬퍼서.. 밖에 나와봤는데.. 마침.. 호진오빠를 만나서.. 다행이야."
"집에.. 같이 갈래? 오빠가.. 나래 다시 만나고 나서, 나래네 집을 아직 몰라."
"응.. 고마워, 호진오빠."


결국 나래까지 바래다주게 되었다.


나래네 집은 공원하고 얼마 떨어져있지 않았다. 그래서 공원으로 나래가 자주 들르는 것이겠지. 나래네 집에 도착해서 나래를 바래다주고, 나도 집으로 가야지.


"호진오빠.. 고마워!"
"뭘.. 지금 날이 너무 어두우니까. 여자애가 어두운 밤에 혼자 있으면 요새 세상이 위험해서."


그러고보니 나래네 부모님 뵌지도 꽤 오래 되었지. 언제 한번 나래네집으로도 놀러가봐야겠다.


---------------------------------------------------------------------*/


에이. 오늘도 저녁을 먹고. 희연이가 가르쳐준거를 좀 더 잘 봐야겠다. 아직도 이해가 잘 안된다.


날은 또다시 지나고. 오늘은 어제와는 달리 맑은 날씨다. 물론 밥을 먹고 나서면


"호진아, 좋은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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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연이가 반겨주는 것도 이제 익숙해졌다. 하지만 희연이가 좋아서 익숙해졌다기보다는, 이제 희연이를 너무 많이 봐서 어쩔 수 없이 눈에 익었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어제 나래랑 얘기한것이 웬지 신경이 많이 쓰인다. 정말 이렇게 계속 희연이랑 같이 등하교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그리고, 또다시 나래랑 만나면 또 나래가 슬퍼하게 되고..


"희연아."
"응?"
"시험 끝나고 나서는.. 그냥 집에 따로 가면 안될까?"
"갑자기 왜, 호진아?"
"그냥.. 계속 같이 가니까, 뭔가 좀 부담스러워서.. 학교에서도 안좋은 얘기가 들리는것 같구."
"호진이가 그러고 싶다면.. 생각 좀 해볼께.'


---------------------------------------------------------------------*/


교문을 지나서 학교 건물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건물에 있는 문에 이런 종이가 붙어있었다.


'공고. 1학년 11반 조민서. 위 학생을 교칙 위반으로 정학 처리합니다. -유일고등학교-'


역시. 조민서. 결국 저렇게 되었구나. 그러기에 여장 하고싶으면 학교 밖에서 하란말야. 미스 유일 같은데서 말이지.


뭐 오늘도 시험범위 천천히 체크하고 넘어가야지. 희연이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역시 점심을 내 것까지 싸왔고. 너무 힘들지 않을까나.


희연이랑 점심을 먹고 돌아와보니, 누군가가 우리반 교실로 들어왔다. 그것도 한명이 아닌, 두명이 같이.


"어, 김수환. 네가 여긴 웬일이야."
"그러는 박소현. 너야말로 여기는 또 왜 왔어."
"난 단지 내가 좋아하는 애가 있어서인데."
"나도 여기에 내가 관심있는 애가 있어서."
"오호라. 박소현. 너가 남자에 관심있을때도 있었어?"
"그러는 김수환. 너도 여자에 관심있었냐?"


수환과 소현 둘이 아웅다웅하고 있었다. 자리에 앉으려고 하니, 수환이 녀석이랑 눈이 마주쳤다.


"희연이는 지금 속고있어. 너같은 녀석이 도대체 희연이한테 어떤 콩깍지를 씌워놨는지 몰라도. 네놈하고는 승부를 봐야겠어."
"스.. 승부라니."
"이번 기말고사 때, 네 녀석이 성적이 잘 나오면, 나는 희연이를 깨끗이 포기하도록 하지. 대신에. 내가 성적이 잘 나오면, 희연이를 순순히 나한테 넘겨줘라."


그리고 수환이는 자기 할 말만 다 하고 사라졌다. 그런데 문제는 소현이까지.


"야!! 저..녀석. 어째 내가 하려는 대사를 그대~로 하고있었냐."


그렇게 말해놓고 돌아갔던 것이다. 도대체 소현이의 목적은 뭐였기에.


"호진아. 나 절대 저런 애한테 안뺏기니까, 걱정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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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나를 멋대로 자기꺼라고 한게 희연이 아니었었나. 역시 나랑 희연이랑 학교에서는 계속 같이 있다보니까, 벌써 이런 일이 생길 줄 알았다.


내가 이번 기말고사 성적은 만회해야 하겠지만.. 수환아. 제발 희연이 좀 가져가줘라. 그러면 나래가 나 때문에 슬퍼할 일이 없으려나.


나도, 나래가 슬퍼하는 모습을 또다시 보고싶지는 않으니까.


---------------------------------------------------------------------*/


그리고 남은 수업은 어김없이 이어졌다.


이거 뭔가 기분이 묘하네. 수환녀석. 제멋대로 희연이를 갖니 마니 하고 있는데. 글쎄. 희연이는 보나마나 싫다고 할 것이 뻔하고. 어찌되었건 이번 기말고사에는 중간고사때의 그 안습을 만회하기도 해야 하니까 열심히 해봐야겠다.


이제 마지막 수업도 끝나고, 종례가 시작되기 전인데. 현석이가 MP3플레이어로 뭔가를 듣고 있네.


"지금 MP3 플레이어로 뭐듣고있냐."
"니코니코 조곡이라는거다. 애니곡들과 게임 배경음악을 메들리로 만들어놓은거. 너도 들어볼래?"


약간 들어봤는데, 일본어를 모르니까 뭐가 뭔지 모르겠다. 뭔가 빠른 노래 같긴 한데.


"난 무슨 노래인지 모르겠다. 현석이 너는 여기 노래들 다 아냐?"
"중간에 모르는 것도 있는데, 대부분은 아는 노래들이지. 이게 원래 보컬버전 없었다가 나중에 보컬버전 나오고, 또 5명이 같이 부르는 버전이 나오고.."
"선생님 오신다!"


에이. 좀 더 얘기를 들어보고 싶었는데. 어쩔 수 없다. 자리로 돌아가야지.


도대체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 뭔놈의 종례는 그렇게 기냐구요. 어쨌든, 긴 종례가 끝나고 집으로 가려는데, 문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박소현양. 당신 또 왜 왔습니까.


"아까전에는 수환이 녀석이 내가 하려던 말을 그대로 말해서 말을 못했었는데. 희연이라고 했나. 너. 이번 기말고사에 나보다 성적이 안 나오면 내 자리를 넘볼 생각은 포기해야 할거야. 그리고 너랑 붙어다니는 애도 포기하고."


그리고는 또 제멋대로 사라져버리네. 도대체 요새 왜 이렇게 제멋대로인 애들이 많은걸까. 쟤 정말 퀸카 맞긴 맞아?


"걱정마. 호진이는 내꺼고, 나는 호진이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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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었나?"
"응!"


글쎄. 소현이까지 왜 그럴까나. 내가 언제부터 희연이꺼였으며, 도대체 왜 나를 뺏네 마네 하는 것일까. 왜 다들 제멋대로인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왜 나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것인가.


어쨌든, 오늘도 희연이랑 같이 집에 가서 시험공부를 해야지.


---------------------------------------------------------------------*/


희연이가 오늘 가져온 참고서들은, 도덕, 국사, 일반사회. 이번에는 문과쪽 과목들이네. 희연이는 도대체 어떤 것을 지망하고 있는것일까.


...라고 해도 막상 같이 공부를 해보니 희연이는 이쪽 과목들은 어제 했던 과목들에 비해서는 잘 안되는것같네. 뭐 그렇다고 해도 나보다는 잘하고 있지만. 희연이 얘. 확실히 이과지망 맞나보다. 깜박잊고 어제는 과일을 안사와서, 오늘은 오렌지주스라도 따라줘야지. 도대체 집에 남아있는 식자재들이 왜 이렇게 많은걸까.


"자~ 주스 따라왔습니다."
"와, 호진아! 잘먹을께~"


주스를 마시면서, 오늘 자기들끼리 멋대로 나랑 희연이한테 기말고사 성적 승부를 건 애들에 대해서 희연이랑 얘기해봤다.


"그런데, 도대체 걔네들. 왜 제멋대로 승부를 걸어온걸까. 나한테나 희연이한테나."
"호진아. 나 그런애한테 호진이를 뺏기지는 않을거야. 이번에 열심히 해보자."


/*---------------------------------------------------------------------


"그리고 제멋대로인 사람은 또 있고 말이지."
"호진이가 진다고 해도 나는 그 수환이라는 애한테 절대 안갈거야. 호진이는 내가 찜했으니까."


그리고 희연이는 자신도 그 '제멋대로'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 때문에 다들 오해를 하고 있고.


그러니까, 수환군. 제발 희연이 좀 가져가 주세요. 네?


이렇게 같이 공부를 하고나니 날이 또 어두워졌네. 오늘도 희연이를 바래다주고 와야지. 일단 이런것이 매너니까.


---------------------------------------------------------------------*/


"호진아.. 이럴 필요는 없는데. 고마워~"
"요새 밤길 무서우니까.. 조심해야지."


이렇게 유일아파트로 희연이를 바래다주고 나서, 내일 희연이랑 같이 공부할때 먹을 과일을 미리 사러 할인마트로 가야지. 집에 반찬도 떨어져서 장도 볼겸.


동네 할인마트에서 반찬거리라던가 과일이라던가 다 사고, 양손을 무겁게 하고 집에 가는 도중이었다.


우리 집에서 할인마트를 가는 길 중간에 유일공원이 있다. 뭐 오늘도 딱히 특별한 것은 없이 지나치...려고 했다가 벤치에 주저앉아있는 여자애. 어디서 많이 봤던 애다.


우리학교 교복에, 저 긴머리. 저 헤어밴드. 분명히 수영이다.


"수영..아?"


수영이를 불러봤지만. 수영이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채. 계속 벤치에서 울고 있었다.


"수영아.. 미안해."


그래도 계속 말을 걸어봤고. 수영이는 이쪽을 쳐다보더니.


"호진이.. 나빠."


라고 말할 뿐이었다. 내가 수영이한테 오해를 살만한 일들이 많았지. 게다가 수영이는 그 일들에 대해 나랑 얘기하고 싶었던것 같지만 그때는 희연이랑 같이 있었을 때라서 차마 얘기를 못했었다. 그래서 그것때문에 더더욱 마음이 상했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지. 다 내가 잘못한 거니까.


"수영아.. 지난번 그 팔찌. 잘 받았어. 예쁘더라.."


라는 말을 남기고 집으로 가야지. 수영이가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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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무 말도 없었다. 역시 그 때 나래랑 얘기한것 때문에 수영이한테 오해가 생겨도 단단히 생겼나보다.


오늘의 교훈. 한번 큰 일을 저지르고 나면 제대로 수습불가라는 것.


그나마 오늘은 공원에 나래가 없었다는게 다행이랄까.


---------------------------------------------------------------------*/


그런 이유로 오늘도 희연이랑 같이 공부한 것들을 복습하고, 자야지. 그 수환이라는 녀석. 도대체 어떻게 희연이를 뺏는다는건지. 나로서는 도저히 모르겠지만.


뭐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오늘도 대충 아침식사를 하고 문을 나섰다. 나같은 사람을 '대충형 인간'이라고 하는 것인가. 매사에 인생을 단순하게 살아가니.


문을 나서면 오늘도 어김없이.


"호진아, 좋은 아침!"


희연이는 나를 맞아줬고. 이제 이것도 익숙해졌다. 이제는 희연이랑 같이 등하교를 하는게 완전히 일상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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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일상을 벗어나고 싶은게 지금 내 생각이다. 희연이 혼자만 나한테 붙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희연이 말고 나래라던가, 소현이라던가.. 게다가 수영이 기분까지 안좋았으니까. 그리고 걔네들이 마주쳐서 서로 토라지기도 하고.


이호진. 17년 인생에 이렇게 물건짝으로 전락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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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교시가 끝나고 나서, 잠깐 볼 일을 보러 화장실로 가던 중, 민애선배랑 마주쳤다.


"호진군. 오랜만이네."
"네.. 안녕하세요. 민애선배."
"호진군. 전에는 신청곡을 많이 올리더니, 요새는 신청곡 올리는 것이 뜸하네. 무슨 일 생긴거야?"
"아니요. 그냥 시험기간이라서 시험공부 하다보니까.."
"그래. 앞으로도 신청곡 있으면 방송실 사연함을 자주 이용해 줘."


그리고 민애선배는 가던 길을 계속 갔다. 시험 끝나고 나서 다시 노래를 신청해볼까. 요새 노래 신청에 대해서 딱히 생각해보지는 않아서.


4교시가 끝나고 오늘도 찾아온 점심시간.


이제는 희연이랑 같이 옥상에서 희연이의 도시락을 먹는것도 일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오늘도 옥상을 향하는 도중, 점심방송을 준비하는 민애선배랑 또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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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호진군, 또 만났네. 그리고, 옆에는 그 전학생?"
"민애선배. 안녕하세요."


그러고보니 희연이는 민애선배를 모르지. 희연이한테 민애선배 소개해야겠다.


"이분은 방송부에 계시는 선배야. 점심방송은 이분이 하고 계셔."
"안녕하세요~ 호진이의 짝인 김희연이라고 해요."
"둘이 사이가 정말 좋은가봐. 그래. 희연이도 혹시 노래 좋아하는거 있으면 방송실 사연함에 신청해줘."
"호진이는 제꺼니까요. 노래도 한번 나중에 신청해볼께요."


그런데 언제부터 내가 희연이것이 되었단 말인가. 다시 강조하지만 나는 물건짝이 아니라구.


"그래, 둘다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내고, 잘가~"
"안녕히가세요, 민애선배."


그리고 옥상에서 점심을 먹으면서 또다시 우리의 대화는 이어진다.


"희연아. 한가지 하고싶은 말이 있는데.."
"응?"
"나.. 희연이 때문에, 웬지 많이 불편해. 희연이가 나한테 잘해주고 싶은건 알겠는데.. 다른 애들도 많이 불편해하고 있는것 같아.. 도시락 같은건 안싸줘도 돼. 그냥 식당에서 먹어도 되니까."
"하지만.. 나는 호진이한테 해주고 싶은게 많단 말야. 이거 말고도."


이거 말고도라면, 도대체 뭘 더 해주고 싶단 말입니까. 정말 이런 상황을 보고 '막장'이라고 하는것입니까.


"그래도.. 나는 이렇게 부담스러운 애는.. 내 이상형이 아니라서."
"그런가.. 호진이 이상형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지. 나는 호진이가 좋기만 한데.."
"그 수환이라는 애가, 희연이를 엄청 좋아하고 있는것 같은데. 걔는 왜 싫어?"
"호진이에 비해서. 모~든 것이 딸려. 죄다. 전부. 그러니까, 호진이가 시험 잘 보든 못 보든, 나, 호진이한테서 떨어지기 싫어."


나. 벗어나고 싶어요. 희연이한테서. 누가 나를 좀 구해주세요. 그런데 누가 나를 구해주려나. 희연이 때문에 나래라던가, 수영이라던가.. 다 많은 상처를 받았지.


오늘은, 한번 나래네 집에 들러봐야겠다. 물론, 희연이한테는 비밀이고.


---------------------------------------------------------------------*/


이렇게 옥상에서 희연의 도시락을 먹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옥상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


- 다음회에 계속 -


네. 역시 이쪽에서는 호진이의 감정이 A분기랑은 뭔가 또 다르죠. 나래는 호진이랑 희연이가 같이 있는 모습을 보고 슬펐었고, 그런 나래를 위로해주는 호진이. 앞으로 희연이한테는 어떻게 하게 될 것인가. 도대체 누가 희연이한테서 호진이를 꺼내줄 것인가. 아직 미지수입니다. 뭐 여전히 겹치는 부분은 많지만 좀 많이 달라지긴 했죠.


역시 A분기에서 희연이랑 호진이를 너무 붙여놓으니까 정작 다른 분기를 쓸 때 수습이 힘들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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